[공학한림원과 함께하는 Future Tech] ⑩미래 인터넷 기술
수천억개 이상 접속장비 인터넷에 연결되고 엄청난 정보를 자동 처리하는 지능형 두뇌 갖춰
어떤 정보로, 무슨 가치 만드느냐 하는 문제 해결이 관건
-
- ▲ 이상훈 KT 사장(기업고객 부문장)
2020년 식품회사에 근무하는 나미래 팀장은 밤 11시에 "10대 청소년을 위한 새로운 건강식품 콘셉트는 뭘까?"라는 말을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나 팀장의 음성을 집안에 있는 센서가 인식하여 홈 서버로 전송한다. 홈 서버는 음성의 의미를 이해하고 10대에 필요한 영양 요소, 10대들의 식료품 구매 이력 정보 등을 인터넷에서 수집한다. 수집한 정보 분석을 위해 필요한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받아 수집한 정보와 조합(mashup)하여 새로운 상품 아이디어를 정리한다. 또한 홈 서버는 전 세계 10대들의 관심사항과 영양식품에 관련된 다큐멘터리 영상, 10대들이 운영하는 블로그와 SNS(Social Networking Service)에 있는 UCC(User Created Contents)들을 검색하여 동영상을 편집한다.
다음날 아침, 나 팀장은 홈 서버로부터 핵심 내용을 보고받은 뒤 출근길 교통 상황과 날씨를 확인하면서 휴대 단말기로 작업한 내용을 저장할 것을 지시하자, 수백 Mbps급의 HD급 동영상 등의 자료가 순식간에 홈 서버에서 휴대 단말기로 다운로드된다. 나 팀장이 출근하는 동안 차량 내의 디스플레이를 통해 보고서 및 동영상 자료를 검토한 후 추가로 식품 첨가물 성분 분석과 제품에 대한 홀로그램 영상 제작을 지시하자, 휴대 단말기는 사무실 PC와의 협업을 통해 작업을 수행한다. 사무실에 도착한 나 팀장은 휴대 단말기에 내장된 프로젝터를 이용하여 상품 콘셉트 정보, 가상 제품 영상(홀로그램)과 첨가물 분석 정보를 보면서 팀원들과 회의를 시작한다.
■새로운 인터넷의 모습을 그린다위의 가상 시나리오처럼 미래 인터넷의 기반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초광대역 네트워크로 구성될 것이다. 특히, 무선의 대역폭이 급격하게 늘어나 무선 데이터의 폭발 시대가 될 것이다. 또한 현재의 휴대전화를 대신할 개인용 휴대 단말기는 지금의 PC 성능을 능가하는 수준이 되어 지능화된 개인 비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인터넷과 미래의 인터넷을 구분 짓는 미래 인터넷만의 특징은 무엇일까? 한 마디로 미래 인터넷은 가상세계로 엄청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인프라와 그런 엄청난 정보를 자동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지능형 두뇌를 갖춘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①만물이 접속하는 인터넷으로미래에는 PC, 모바일, 전자제품 등의 정보기기뿐만 아니라 차량, 가로등, 건물 심지어는 동·식물까지도 인터넷에 접속하게 될 것이다. 다양한 사물에 초소형 센서와 통신 모듈이 부착되면 인터넷에 연결된 접속 장비의 수는 수천억개 이상이 될 것이며, 현실 속에 촘촘히 존재하는 유·무선 광대역 통신망을 통해 만물이 인터넷에 항상 접속되어 있는 만물 통신망이 되는 것이다. 무수히 많은 접속기기들을 통해 엄청난 정보가 가상 세계로 넘어가고, 가상 세계에서 다시 이러한 장비들을 통해 현실 세계로 자연스럽게 전달될 것이다. 이는 물론 PC와 유선 초고속 인터넷 기반의 고정형 인터넷 사용 환경이 모바일 기기와 초고속 무선 인터넷 사용 환경으로 이동되었음을 의미한다.
②모든 사물이 참여·공유·개방하는 문화로웹2.0 시대에 우리는 직접 만든 콘텐츠를 인터넷에 올릴 수 있고, 인터넷 사업자들은 이러한 콘텐츠를 공유하고 개방할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함으로써 인터넷의 가치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인터넷의 가치 변화는 미래 인터넷에도 그대로 이전되고 확대될 것이다. 미래 인터넷에서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접속 장비들이 항상 인터넷에 접속되어 있으므로 정보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며 결국 누구나(사람뿐 아니라 모든 사물이) 정보를 생성하고 정보를 이용하는 개방적인 환경이 될 것이다.
③검색하는 인터넷에서 생활 속에 스며드는 인터넷으로우리가 필요한 정보를 검색한 후 다시 정리하는 수준에서 우리를 위해 인터넷이 정보를 습득한 후 정리해 주는 개인 맞춤형 자동 서비스 시대로 발전할 것이다. 나미래 팀장의 사례처럼 미래 인터넷은 나 팀장의 개인 기본 정보와 인터넷 이용 패턴 및 나 팀장과 유사한 프로필을 가진 다른 사용자의 사용 패턴까지도 DB화한다. 나 팀장은 단순히 홈 서버에 질문만 했지만 홈 서버는 나 팀장의 요구에 필요한 정보를 스스로 수집하고 정보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 결과를 전달해 주는 시맨틱 기술을 이용한 지능형 처리를 한 것이다. 미래 인터넷은 우리의 요구에 좀 더 적합한 정보를 제공하는 개인 맞춤 지능형 웹(Intelligent Web)이 될 것이다.
■미래 인터넷의 성공 조건기술적인 발전이 모두 대중화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미래 인터넷은 지금과는 다른 수준에서 현실 공간과 가상공간을 밀접하게 연결시킬 것이 분명하다. 유비쿼터스 인프라에서는 우리의 삶(Life) 자체가 인터넷에 항상 로그인(Log-In)된 '라이프 로그(Life Log)' 시대가 될 것이다. 유비쿼터스라는 손발과 지능화된 머리를 갖게 된 인터넷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 우리의 정보를 항상 수집하고 지능적으로 분석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인터넷이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가상 세계로 빨아들여 지능적으로 분석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 인터넷으로 넘어가서 자동 처리되는 정보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잘 알 수 있으며 안심할 수 있을까? 미래의 인터넷이 우리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우리가 인터넷이라는 가상 세계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가의 문제가 매우 중요해진다. 인터넷에 빨려 들어가서 처리되는 우리 자신의 정보에 대한 주체는 누가 될 것이고, 어디까지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가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유비쿼터스 통신 인프라와 시맨틱 지능형 기술, 개방의 문화만으로 새로운 인터넷에 새로운 가치가 저절로 생겨나지는 않는다.
어떤 정보를 모으고, 어떤 방식으로 지능적인 처리를 하여, 무슨 가치를 만들어 서로 공유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겨질 것이다. 이러한 문제에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국가와 기업이 미래 인터넷의 주도권을 쥘 것이다. 더 많은 사람과 기업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참여하면서 서로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개방하고 공유하는 시장 환경이 조성된 곳에서 미래 인터넷의 리더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의 인터넷은 미국 실리콘밸리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많은 사업 모델을 시험하며, 때론 성공하고 때론 실패하는 역동적 분위기가 조성된 시장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 인터넷은 그 당시의 역동성과 혁신 능력을 많이 상실했다. 그런 역동적인 시장 분위기를 다시 열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비쿼터스 인프라를 만드는 기업들의 과감하고 효율적인 투자, 인터넷 기술과 서비스를 만드는 기업들의 역동적인 실험과 공유, 그리고 사용자들의 성숙한 인터넷 이용문화 등이 더욱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