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필감성 감독 "'인질', 롤러코스터 탄 듯 짜릿함 느낄 것"
등록 2021-08-13 06:02:00
"황정민 납치 설정…리얼함 살리려 노력"
"납치범 역 1000명 이상 오디션"...18일 개봉
|
[서울=뉴시스] 영화 '인질' 필감성 감독. (사진=NEW 제공) 2021.08.11 photo@newsis.com |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배우 황정민이 납치된 배우 황정민을 연기한다. 오는 18일 개봉하는 영화 '인질'은 증거도 목격자도 없이 납치된 배우 황정민이 목숨을 걸고 탈출을 감행하는 리얼리티 액션 스릴러를 표방한다.
황정민에 의한, 황정민을 위한 영화로 비칠 수 있지만 영화는 개성 강한 납치범을 비밀병기처럼 활용하며 쫄깃한 범죄물의 탄생을 알렸다.
필감성 감독은 "'인질'을 연출하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밀어붙인 키워드는 '사실성'과 '에너지'"라며 "수족관을 탈출한 활어처럼 살아있는 날 것 그대로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액션 스릴러라는 장르는 일반적이지만 평범함을 거부하고 새로운 지점을 탐구하려고 했다"며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짜릿했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바랐다.
'인질'은 2004년 중국 배우 오약보가 영화 제작발표회 이후 납치된 실제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이 사건은 중국 영화 '세이빙 미스터 우'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필 감독은 "범죄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톱스타가 납치된 후 하루 만에 구출됐다는 내용을 봤다. 흥미롭다고 느꼈다"며 "'어떻게 하면 새로울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춰 고민했다. 우리가 잘 아는 배우를 대입해 장르영화와 다큐멘터리가 맞닿는 지점을 찾아보고자 했다"고 돌이켰다.
이어 "같은 사건으로 '세이빙 미스터 우'가 제작된 것을 나중에 알고 김이 샐 뻔했는데 내가 구상한 영화 방향과 달랐다"며 "세이빙 미스터 우’는 경찰이 미스터 우를 구출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인질'은 배우 탈출기다. 탈출에 포커스를 맞추고 인질과의 사투와 액션에 신경을 썼다"고 차별점을 짚었다.
|
[서울=뉴시스] 영화 '인질' 황정민(왼쪽), 필감성 감독. (사진=NEW 제공) 2021.08.12 photo@newsis.com |
영화에서 배우가 자신의 이름을 건 실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은 극히 드물다. 현실과 괴리 때문에 오히려 관객들의 몰입감을 헤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영화의 소재는 '스타가 납치된다'는 설정이다. 위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필 감독은 "자칫 잘못하면 몰입감을 깰 수 있지만 극의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리얼리티를 살리는 게 중요했다"며 "예고편이 나오기 전까지는 코미디로 아시는 분들도 있었는데 극 중에서 "아직도 상황파악이 안돼? 이거 진짜야"라는 대사가 있다. 관객들이 영화를 그저 보는 것이 아닌 실제 벌어진 사건 안에 들어온 것처럼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여러 배우 중 왜 황정민이었을까. 필 감독은 "연기력과 액션, 이미지 등을 고려했을 때 내겐 황정민밖에 없었다"고 깊은 애착을 드러냈다.
"주인공이 영화에서 대부분 의자에 묶여 있는 채로 나오기 때문에 상반신만을 클로즈업해도 스펙터클하고 다양한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죠. 또 범죄 액션 영화의 특성상 심각한 상황이 계속 이어지면 피로감이 올 수 있어 숨구멍이 돼 줄 에피소드를 보유한 배우가 필요했죠. 황정민 배우는 "부라더" "드루와" 같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유행어가 있잖아요. 자연스럽고 익살스럽게 활용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마지막은 액션이죠. 액션까지 소화할 수 있는 배우를 찾다 보니 황정민밖에 떠오르지 않았어요. 피해자 역할을 한 항정민의 새로운 얼굴을 보여줄 수도 있고요."
황정민의 실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영화는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다. 영화 속에서 소품으로 나오는 에코백은 황정민이 일상에서 실제로 쓰는 물건이다. 회식이 끝나고 매니저 없이 혼자 집으로 가는 것 또한 평소 황정민의 성향이다.
필 감독은 "황 선배께서 아이디어를 정말 많이 주셨다. 굉장히 책임감을 느끼고 작품에 임하셨다"며 "실제 황정민은 더욱 뜨겁고 열정적인 배우였다"고 추어올렸다.
기억에 남는 아이디어를 묻자 "황 선배의 의견으로 바뀐 장면도 있다. 영화 속 황정민이 편의점 앞에서 인질범을 처음 보는 장면인데 "나는 그렇지 않다"고 하시더라. 배우 의견에 따라 수정됐다"며 "인질범에게 잡혀 있는 극한 상황에서 바지에 오줌을 지리는 장면도 황정민의 아이디어다"고 답했다.
|
[서울=뉴시스] 영화 '인질' 납치범 역의 김재범 류경수. (사진=NEW 제공) 2021.08.12 photo@newsis.com |
시작부터 끝까지 황정민이 중심이 돼서 흘러가는 이야기지만 납치범 역의 김재범, 류경수, 정재원, 이규원, 이호정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시사회 전까지도 베일에 싸여 있던 배우들로 리얼함을 살리기 위해 연기력은 훌륭하지만 얼굴은 덜 알려진 신선한 배우들을 캐스팅했다. 필 감독은 이들을 뽑기 위해 1000명이 훌쩍 넘는 배우들을 심사했다.
"인질범 캐릭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측불가'라는 포인트였어요. 인질범다운 모습을 최대한 탈피하고자 했고, 저 사람들이 대체 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런 것들이 파악이 안 되게끔 하고 싶었죠. '이유 없음'이 제게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죠. 그리고 대배우 황정민과 대치하는 상황에서 눈빛으로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죠. 황정민 앞에서도 졸지 않는 담력이요. 감사하게도 최종 오디션에서 황정민 배우가 직접 상대역으로 맞춰주는데 비로소 그림이 그려지더라고요."
"시사회 전까지 배우들에 대한 정보를 거의 알리지 않아서, 저한테는 괜찮다고 하지만 아쉬움이 분명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이 영화가 공개되고 나면, 이 배우분들을 모두가 인정해줄 것이라는 어떤 믿음이 있었어요. '조금만 참으면 너희들이 주목받을 것이다'라고 주문처럼 말해왔는데 확신이 있었어요."
'무사'(감독 김성수·2001) 연출부 출신인 필감성 감독은 오랜 기다림 끝에 자신의 하고 싶은 장르와 이야기로 상업 장편영화에 데뷔하게 됐다.
"이른 나이에 입봉해서, 금방 될 것 같았는데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릴 줄은 몰랐네요. 저 스스로도 주위에 '인간극장 10부작 정도 나온다'고 말하곤 해요. 어느 순간 제가 하고 싶은 영화가 아니라 입봉을 위한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 순간 '인질'이 찾아온 거죠.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영화를 해보자는 마음으로 마지막이라 생각하면서 작업했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kje1321@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