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8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주 일대는 여섯 건의 연쇄살인 사건으로 일대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게다가 범인의 흔적은 찾을 수조차 없었는데요. 장갑과 마스크를 쓰고 증거물을 남기지 않는 치밀한 수법으로 수사망을 완벽하게 피했습니다.
범인은 '골든 스테이트(Golden State, 캘리포니아주의 별칭) 킬러'라는 별명까지 얻었습니다. 이로부터 42년이 지나 미국 새크라멘토 경찰은 연쇄 살인범을 전격 체포했습니다. 범인은 72세의 전직 경찰관 출신이었는데요. 어떻게 범인을 잡을 수 있었을까요?
42년 만에 연쇄 살인범을 잡다
경찰이 연쇄 살인범을 잡을 수 있었던 결정적인 단서는 ‘DNA 족보 사이트’였습니다. 다행스럽게 경찰은 당시 발생한 살인 사건에서 범인의 DNA를 확보한 상태였는데요. 하지만, 당시는 DNA 수사 기법이 막 태동할 무렵이어서 범인 검거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DNA 추적 기술이 발전했고 4차 산업혁명을 통한 기술 융합으로 개인의 DNA 정보 해독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른바 DNA 족보 사이트인 GED 매치(www.gedmatch.com)가 DNA와 계보 분석을 가능하게 해주고 있으며, 개인도 누구나 유전 정보를 올려 무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GED 매치는 개인이 올린 DNA 정보를 다른 사람이 올린 DNA와 비교해 친척 관계인지를 알려줍니다. 경찰은 이 GED 매치에서 연쇄 살인범과 고조모가 같은 사람을 찾아냈는데요. 이를 통해 범인의 먼 친척 주변을 탐문해 용의자를 찾아낸 뒤 현장에 남아있던 DNA와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현장 DNA와 범인의 것이 완전히 일치했습니다.
칫솔, 컵에 DNA가 숨어있다
DNA는 어디에 묻어있는 걸까요? 칫솔이나 컵, 빗 등에는 물건을 쓴 사람의 DNA가 묻어 있습니다. 머리카락, 화장품 병, 면도기 등에도 DNA가 묻어있는데요. 세포핵에는 부모로부터 반반씩 물려받은 46개의 염색체가 있고 모든 생명 정보를 담은 DNA가 들어 있습니다. 경찰은 개인마다 다른 DNA의 특징을 찾아 범죄 용의자와 희생자의 신원을 확인합니다.
DNA는 아데닌(A)•구아닌(G)•시토신(C)•티민(T)이라는 네 가지 종류의 염기들로 구성됩니다. 생명체는 이 염기들의 순서대로 인체의 모든 활동을 좌우하는 단백질을 합성합니다. 즉, 염기서열이 생명의 설계도인 셈입니다.
DNA를 활용한 신원확인은 STR(짧은 연쇄 반복 염기서열 검사)과 SNP(단일 염기 다형성 검사) 방법이 있습니다. 경찰은 STR 20종을 비교해 본인, 부모, 형제 관계를 확인하고 있고 SNP를 활용하면 친척까지 폭넓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23앤드미, 발병 가능성 알려준다
미국 생명공학기업 ‘23앤드미(23andMe)는 개인의 침만 있으면 어떤 병에 걸릴 위험이 높은지를 알려줍니다. 동시에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에 취약한지, 어떤 성격의 소유자인지, 유전 정보를 분석해서 ’나만의 특징’을 찾아주는데요.
23앤드미의 숫자 23은 사람이 가진 염색체 수를 뜻하는 것으로 이걸 쭉 펴면 지구 둘레를 약 250만 번 돌릴 수 있을 정도로 길다고 합니다. 23앤드미는 유전자 분석을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키트를 보내줍니다. 이 키트에 담긴 플라스틱 용기에 자신의 침을 담아 보내면 6~8주 뒤 유전자를 분석에 어떤 병에 걸릴 위험이 높은지를 알려주는데요.
이를 토대로 병에 걸릴 위험을 낮춰 건강한 미래를 설계할 수 있습니다. 의사나 의료기관의 진단을 받지 않더라도 병을 진단할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입니다.
DNA 정보 활용해 수명 늘린다
미국 배우 안젤리나 졸리는 2013년 자신의 게놈 지도에서 유방암•난소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큰 유전자를 발견하고 발병 전에 위험을 없애기 위해 유방 절제 수술을 받았습니다. 졸리의 유전자를 분석해준 기업은 '유전자 혁명'을 이끌고 있는 미국의 유전자 분석 장비 분야의 세계 1위 기업 일루미나(illumina)인데요.
미국 회사 텔로이어스(TeloYears)는 89달러에 사람의 노화 속도와 수명을 결정하는 텔로미어(Telomere) 길이를 알 수 있는 검사 키트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텔로미어 길이가 실제 나이 평균보다 얼마나 길고 짧은지 알려주는 것입니다.
짧아진 텔로미어 길이를 늘리면 늘어난 만큼 생명이 늘어나게 되는데요. 실제 2015년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연구진은 이미 짧아진 텔로미어 길이를 인위적으로 10% 정도 늘려 10년 정도 세월을 되돌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생명 조작시대 열린다
사람의 수명을 마음대로 연장할 수 있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2015년 영국의 한 부부는 유전병을 일으키는 변이를 미리 알아낸 뒤, 해당 변이가 없는 배아를 체외 수정해 유전병이 대물림 되는 것을 차단했습니다.
세계의 '영생 연구소'들은 줄기세포를 활용해 인간 장기를 재배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는데요. 장기가 고장 나거나 수명이 다하면, 자신의 세포를 떼어내 재배한 새 장기로 교체해 수명을 마음대로 연장할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생명 윤리 논란이 거세질 전망입니다.
4차 산업혁명을 통한 기술 융합 이후 유전자, DNA 등을 통해 발병 예방, 생명 연장이나 범인을 검거하는데 중요한 단서가 되고 있습니다. 생명 윤리 논란 등의 이슈도 있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이 지속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글 l 최은수 미래 경영전략학 박사·MBN 산업부장 (mk9501@naver.com)
최은수 박사는 10년 뒤 승자의 길을 제시한 필독서 '4차산업혁명 그 이후 미래의 지배자들'을 비롯해 21세기 예언서 '넥스트 패러다임' , '제4의 실업' 등 18권의 책을 저술한 미래경영 전략학 박사 겸 관광학 박사로 네이버 미래이야기(post.naver.com/mk9501) 칼럼리스트이다. 현재 MBN 부국장 겸 산업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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