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월드]휴대전화 통신사 간 ‘장벽’ 허문다
이르면 9월부터 같은 SK텔레콤이나 KTF의 3세대(3G) 가입자들은 동일 사업자가 출시한 휴대전화를 사용자가 마음대로 바꿔 쓸 수 있게 할 전망이다. 또 내년 3월부터는 이동통신사 대리점에 가지 않아도 사용자가 직접 구입한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다.
SK텔레콤과 KTF는 이달 중 범용 가입자 인증 모듈(USIM) 개방을 위한 인프라 개발을 마무리하고 내달부터 사업자 내 USIM 잠금장치(lock)를 해제할 계획이다. 정보통신부는 또 내년 3월부터 사업자 간 USIM 잠금장치를 해제하기로 결정했다.
USIM은 3G 휴대전화에 내장한 손톱만한 크기의 카드로, 가입자 정보를 저장하고 있다. 2세대 CDMA 휴대전화에서 가입자 정보를 휴대전화에 내장했기 때문에 휴대전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동통신사 전산과 연결된 이동통신사 대리점에서 인증 절차를 밟아야 했다.
이에 반해 USIM은 휴대전화와 분리할 수 있다. 따라서 가입자가 선물받거나 할인점에서 구입한 휴대전화에 USIM 카드만 끼우면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다. 지금처럼 SKT용, KTF용 휴대전화의 구분이 없어지는 것이다. USIM이 완전 개방된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3세대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 이동통신 사업자가 USIM에 록을 걸어 사용자가 다른 휴대전화를 마음대로 바꿀 수 없게 했다.
하지만 USIM 록이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주장이 일면서 정보통신부가 내년 3월에는 사업자 간 USIM 록까지 완전히 해제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에 앞서 통신 사업자들은 자체적으로 사업자 내 USIM 록을 올해 안에 해제한다는 계획이다.
2G 휴대전화 사용자는 해당 안 돼
USIM 잠금장치가 해제되면 소비자들은 같은 통신사에서 출시한 휴대전화라면 USIM만 갈아끼워서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 단, USIM이라는 것이 WCDMA(광대역코드분할다중접속) 휴대전화에만 적용한 것이므로 2G 휴대전화 사용자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SKT나 KTF WCDMA 가입자는 이 휴대전화들 중 어느 한 가지를 구입해 현재 자신의 휴대전화에 있는 USIM을 빼서 새 휴대전화에 끼우면 된다. 또 친구나 친지에게서 3G 휴대전화를 선물받았다면 가까운 이동통신 대리점에 가서 USIM 칩만 발급받아 선물받은 휴대전화에 끼우면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여러 개의 휴대전화를 구매한 후 그날의 의상에 맞춰 휴대전화를 연출할 수도 있다. 3G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는 부부라면 휴대전화가 싫증이 날 때 휴대전화를 서로 바꿔 사용할 수도 있다. 내년 3월 사업자 간 USIM까지 완전히 개방하면 다른 통신사에서 출시한 휴대전화로도 바꿔 사용할 수 있다. 즉 SKT 가입자가 KTF로 옮길 경우 USIM만 발급받고 예전에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그대로 쓸 수 있다는 말이다. USIM 록이 완전히 풀리면 해외에서 3G 휴대전화를 사용했을 때도 그대로 한국으로 가져와 사용할 수 있다.
3G 가입자들은 휴대전화를 교환할 때 자신이 가입한 유료 부가 서비스가 있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교환한 휴대전화에서는 전에 사용하던 유료 서비스가 지원이 안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도 요금이 매달 청구될 수 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G 가입자들이 다른 휴대전화로 USIM을 교환할 때 이를 자동 인지해 가입자들에게 통보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3G 휴대전화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밀수폰’도 생겨날 수 있다. 지금까지는 해외 휴대전화를 가져와도 무용지물이었지만 USIM이 개방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소규모 사업자가 해외에서 인기 있는 휴대전화를 몰래 들여와 팔 수도 있다. 통신 사업자들은 USIM 개방에 맞춰 요금제도 의 변경을 고려하고 있다. 예를 들어 SK텔레콤의 멜론이나 KTF의 도시락 등 월정액 서비스에 가입한 사용자가 부가 서비스 호환이 가능한 다른 사람의 전화에 USIM 칩을 꽂고 음악을 무제한 다운로드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또 UISM을 여러 개 발급받아 주중에는 주중 요금이 싼 요금제를, 주말에는 주말 요금이 싼 요금제를 사용하는 이용자가 등장할 수도 있다. 이통사들은 다양한 사례를 시뮬레이션해 요금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단말기 내에 저장한 개인정보의 보안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USIM 특화 서비스는 높은 수준의 보안과 인증을 보장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단말기에 USIM을 꽂아서 사용하는 이동성과 관련해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다른 사람의 단말기에 저장된 사진, 동영상, 개인 모바일의 홈페이지 열람이 가능해 새로운 형태의 사생활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정보통신부와 통신 사업자들은 USIM 개방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 전담반을 구성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휴대전화 유통구조 변화 예상
내년 3월 이동전화 사업자 간 범용 가입자 인증 모듈(USIM)의 잠금장치 해제를 추진한다는 정통부의 발표가 나온 이후 많은 사람이 하나의 UISM으로 SKT용 단말기와 KTF용 단말기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잔뜩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USIM 잠금장치를 해제해도 무선인터넷을 이용하는 브라우저는 물론이고 멀티미디어문자메시지(MMS)나 통화연결음과 같은 간단한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 정통부는 이통사업자 간 USIM 잠금장치 해제 이후 이통사가 호환을 보장해야 할 기본 서비스를 설정하고 나머지 부가 서비스는 이통사의 자율에 맡긴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통사가 보장해야 할 기본 서비스는 음성통화·문자메시지(SMS)·영상통화 정도가 해당될 것으로 보인다. 정통부는 현재 호환성 테스트를 하며 USIM 잠금장치 해제 이후 이통사가 보장해야 할 가용 서비스의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정통부 관계자는 “다른 것을 추가할 수도 있지만 음성통화·문자메시지·영상통화 등에 한해서 이통사가 호환을 보장해야 할 기본 서비스가 될 것”이라며 “그나마 가능성이 높은 통화 연결음, 영상통화 연결음, 멀티미디어문자메시지 등도 테스트 중이지만 사업자 간 호환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무선인터넷 호환까지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통부 관계자는 “사업자 간에 무선인터넷 플랫폼이 달라 멀티미디어 서비스의 완벽한 호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5~6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USIM이 개방되면 가입자가 언제든지 휴대전화를 바꿀 수 있기 때문에 대리점 중심의 현재 휴대전화 유통구조에 변화가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할인점이나 대형 양판점을 통한 휴대전화 유통 물량이 더욱 많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제조사는 휴대전화 유통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보조금 지급 등 지금보다 많은 마케팅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휴대전화의 수명도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부모님이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아이에게 물려주는 경우나 부부간, 형제간 휴대전화를 바꿔 사용하는 경우도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중고 휴대전화의 활용 범위도 더욱 늘어날 듯하다. 휴대전화 교환주기가 짧아질수록 판매량이 늘어나는 제조사에게는 유쾌하지 않은 소식이다.
강희종〈아이뉴스24 기자〉 hjka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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