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삼성·엘지
스마트폰 시장 급성장…애플, 삼성보다 수익률 크게 앞서
국내업계, 핵심경쟁력 SW·OS 뒤져…사업역량 키워야
한겨레 구본권 기자
» 열리는 스마트폰 시장…고민느는 국내 업체 휴대전화 시장이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와 플랫폼이 중요한 스마트폰 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 지난해 10월 런던에서 열린 ‘스마트폰쇼’에서 이호수 삼성전자 부사장이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세계 휴대전화 시장에서 스마트폰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업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스마트폰 업체로 ‘변신’에 성공하지 못하면 휴대전화 업체로서의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엘지전자는 올해 2분기 세계 휴대전화 시장에서 노키아에 이어 각각 19%, 11%의 점유율로 사상 최고의 실적을 기록하며 한국을 세계 최대의 휴대전화 생산국으로 각인시켰지만, 스마트폰 분야에선 사정이 다르다. 출시 이후 300만대가 팔린 ‘옴니아폰’으로 삼성전자가 3.3%를 점하고 있을 따름이다.

시장조사업체인 스트래티지 어낼리틱스(SA) 자료를 보면, 경기침체 영향으로 올해 2분기 세계 휴대전화 시장 규모가 지난해보다 6% 줄어든 반면 스마트폰은 27%나 증가했다. 이익률은 휴대전화 업체들이 왜 스마트폰 시장으로 옮겨가야 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2분기에 애플은 아이폰 520만대를 팔아 판매대수 기준으로는 톱5에도 들지 못했지만, 영업이익률은 33%로 1위에 올라있다. 애플은 5230만대를 판 삼성전자의 10%밖에 못 팔았지만, 9억660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올려 수익성에선 삼성전자보다 월등히 앞섰다. 블랙베리를 공급하는 리서치인모션(RIM)도 28억4400만달러 매출에 5억4200만달러 이익을 올려, 시장 평균을 웃도는 19%의 이익률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와 엘지전자는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며 세계 2, 3위 업체가 됐지만 이익률은 오히려 낮아졌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보다 2.8%포인트가 낮아진 10.0%, 엘지는 3.4%포인트 떨어진 11.0%를 기록했다. 국내 업체가 몸집을 키우는 동안 애플과 림은 실속을 챙긴 것이다.


» 세계 휴대전화 업체 실적
스마트폰 불모지였던 국내 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지난 4월 한국형 무선인터넷 표준(위피) 의무탑재가 사라진 이후 블랙베리, 소니에릭슨의 엑스페리아 등 외국산 스마트폰이 출시됐고 애플의 아이폰도 연내 출시가 예고돼 있다. 최근 정부도 2013년까지 스마트폰 비중을 전체 휴대전화의 20%인 1000만대 규모로 확대하겠다는 무선인터넷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스마트폰은 전화기라기보다, 전화 기능도 있는 휴대용 컴퓨터다. 스마트폰에선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이를 지원하는 운영체제가 핵심 경쟁력이다. 애플은 앱스토어와 같은 소프트웨어 생태계와 제품의 설계와 디자인에 집중한다. 노키아의 심비안, 구글의 안드로이드,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모바일 등 스마트폰 경쟁은 운영체제라는 플랫폼 싸움이다. 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삼성, 엘지, 에스케이텔레콤, 케이티 등 앱스토어를 모방한 온라인 콘텐츠 장터 계획이 발표되고 있지만, 이미 4000만 이용자와 8만5000개의 어플리케이션이 올라가 있는 애플을 따라잡기는 만만치 않다.

시장의 흐름이 스마트폰으로 옮겨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업체들의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하드웨어 부문의 경쟁력으로 성장해온 국내 업체가 갑자기 독자 플랫폼과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만들어내기란 현재로선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국내 업체가 선택한 방법은 다양한 스마트폰 운영체제를 지원하는 단말 공급원이다. 삼성은 윈도 모바일, 심비안, 안드로이드, 리모(리눅스 모바일) 등 다양한 플랫폼을 지원하는 제품을 내놓으며 운영체제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달 영국의 1위 이동통신 업체인 보다폰에 리모 플랫폼의 단말기를 공급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현재 스마트폰 시장이 본격 형성되는 단계로 향후 어떤 운영체제가 시장을 주도할지 불확실성이 크다”며 “리모 등 개방형 운영체제 기술을 계속 개발하는 것과 함께 시장의 다양한 운영체제 수요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스마트폰 사업 역량을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엘지도 윈도 모바일 기반 스마트폰을 연내 세 가지, 내년엔 열 가지를 내놓을 계획이다.

휴대전화는 어느 업종보다 서비스 혁신과 이에 대한 소비자의 피드백이 즉각적인 상품이다. 레이저의 대히트에 안주했던 모토롤라의 2006년 21.7% 시장 점유율이 지난 2분기에 5.4%로 쪼그라든 게 이를 말해준다. 스마트폰 시대는 사상 최고 실적을 이뤄낸 국내 휴대전화 업계에 혁신과 변신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지고 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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