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은행

[사회적 금융 국제 컨퍼런스 1] 스페인 몬드라곤 라보랄쿠차, 스웨덴 야크은행

  • 기자명 박요셉
  •  승인 2016.10.27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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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사회적 금융기관이 참석해 각 사례를 발표하는 '경기도 따복공동체 국제 컨퍼런스'가 10월 25일 개최했습니다. 지난해 경기도는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위해 따복공동체를 설립했습니다. 따복공동체란, 사람 중심의 사회적 경제를 실현하는 따뜻하고 복된 공동체를 의미합니다. 경기도는 사업을 본격화하기에 앞서 여러 사례를 참고하고자 이번 컨퍼런스를 주최했습니다.
<뉴스앤조이>도 컨퍼런스에 참석해 다양한 단체를 만났습니다. △전 세계 협동조합의 메카로 불리는 스페인 몬드라곤 △무이자 대출과 저축으로 대안 은행 시스템을 보여 준 스웨덴 야크은행 △1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협동조합 운동의 표본, 이태리 협동조합 연맹체 레가코프 △저소득층·소수민족·여성·장애인 등 소외 계층에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본 여성·시민 커뮤니티 은행 △국가 주도로 사회적 기업 활성화를 위해 만들어진 프랑스공공투자은행 등 다양한 사회적 금융기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네 번의 걸쳐 이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한국교회는 출판·복지·문화 사역 등 다방면으로 기독교 가치를 사회에 전하고자 노력하고 있는데요. 이들 사례가 좋은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기자 주

 "2009년 금융 위기는 오늘날 금융계의 부패와 문제를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금융계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 대안은 바로 사회적 경제입니다. 사회적 경제는 자본·개인·이윤만을 추구했던 사회를 인간·연대·가치를 강조하는 사회로 변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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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10월 25일, 국제 컨퍼런스 개막식. 기조연설에 나선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클리포드 로젠탈 미국지역신협연맹(CDFI) 전 대표가 한목소리로 사회적 경제를 강조했다.

사회적 경제는 공익사업을 하는 사회적 기업·협동조합을 지원하는 경제체제를 말한다. 모든 사업에는 자금이 요구된다. 일반 기업은 금융기관으로부터 필요한 자본금을 빌릴 수 있지만, 사회적 기업은 자본금 확충이 어려운 편이다. 주요 사업이 공익사업이라 재무 건전성이 불안하다며 금융기관이 돈을 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사회적 기업·협동조합을 전문으로 지원하는 사회적 경제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사회적 금융기관에는 다양한 유형이 존재한다. △민간이 자금을 모아 기금을 운용하는 방식 △정부가 재원을 마련하고 직접 운용하는 형태 △기금은 정부가 운영은 민간이 맡는 형태 등 기금 성격, 운영 주체, 지원 대상에 따라 여러 형태로 나뉜다.

처음으로 소개할 사회적 금융기관은 민간 주도로 기금을 형성하고 운용하는 사례다. 협동조합 지원을 위해 조합원들이 만든 스페인 협동조합 몬드라곤그룹의 카하라보랄(현재 라보랄쿠차)과 소시민들이 자생으로 펼친 무이자 대출 운동이 이후 은행으로 성장한 스웨덴 야크은행이다.

▲ 스페인 몬드라곤그룹의 라보랄쿠차(왼쪽)와 스웨덴 야크은행(오른쪽)은 민간이 주도해서 만든 사회적 금융기관이다.

원칙을 지킨 노동자 신용금고

몬드라곤그룹은 금융·제조업·유통·지식 등 4개 부문 약 260개 회사를 보유하는 거대 협동조합 연합체다. 매출액은 한 해 22조 원. 자산 규모는 53조 원으로 스페인에서 7번째로 크다. 2008년 금융 위기가 유럽을 휩쓸 때, 몬드라곤그룹은 노동자를 단 한 명도 해임하지 않고 되레 고용을 창출했다. 그만큼 내실이 튼튼하다. 이 그룹이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카하라보랄(Caja Laboral·노동자 신용금고)의 역할이 컸다.

카하라보랄은 몬드라곤을 설립한 아리스멘디아리에타 신부의 제안으로 탄생했다. 1950년대 중반, 아리스멘디아리에타 신부는 경영진에 협동조합 은행을 제안했다. 은행이 협동조합을 위한 기금을 운용할 수 있고, 협동조합 간 연대를 위한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

조합원들은 카하라보랄에 예금하며 협동조합을 위한 기금을 마련했다. 협동조합을 활성화해 자본 중심이 아닌 인간 중심의 기업 문화를 만들겠다는 카하라보랄 취지에 동의한 것이다.

카하라보랄은 협동조합이 사업을 확장하는 데 필요한 토지와 기기를 매입하고, 청년들이 협동조합을 창업할 때 무이자로 자금을 대출했다. 자본금을 모두 카하라보랄에 맡기며, 몬드라곤그룹에 합류하는 협동조합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아리스멘디아리에타 신부의 예상처럼, 카하라보랄은 협동조합을 묶는 구심점 역할을 맡기 시작했다. 몬드라곤그룹 정관과 급료 등 내부 체제 기획을 도맡으며 이를 모든 소속 단체에 반영하는 작업을 추진했다. 사실상 카하라보랄이 그룹을 이끄는 선두주자였던 것. 이 모델은 스페인이 유럽연합(EU)에 가입하기 전까지 25년이 넘게 유지됐다. 오늘날 몬드라곤그룹을 이루는 대다수 협동조합이 이 시기에 탄생했다.

▲ 후안 마리 오타에기(Juan Maria Otaegui) 라보랄쿠차 전 대표가 카하라보랄 설립 배경과 역사를 중심으로 발제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카하라보랄은 이후 변화를 모색했다. 대출 대상을 일반 시민과 중소기업으로 확대한 것이다. 일부 경영진은 카하라보랄이 창설 이념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반대했지만, 카하라보랄은 협동조합 은행이라는 정체성을 지켜 나갔다. 그것은 사람을 중시하는 경영 철학이다. 2007년 경제 위기가 스페인에 닥칠 때,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시민과 기업들을 길거리로 내몬 은행들과 달리, 카하라보랄은 끝까지 채무자를 보호했다.

결국, 카하라보랄은 높은 신용과 수익성을 자랑하는 금융기관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2012년 카하라보랄은 신용조합 이파르쿠차와 합병하며 라보랄쿠차로 재탄생했다. 라보랄쿠차는 현재 스페인 안에서 세 번째로 큰 신용조합이며, 유럽에서는 유일한 노동자 협동조합 은행이다. 현재, 110개 협동조합 기업이 파트너로 참석하고 있고, 1,950명이 근무하고 있다.

다음은 창립자 아리스멘디아리에타 신부가 경영진에게 수없이 강조한 말이다.

"협동조합의 원칙을 문자 그대로 적용하려는 사람들은 이상주의적 오류를 범하거나 그 원칙을 최소 영역에만 적용하는 과오를 저지를 수 있다. 이 원칙들은 이상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현실적인 차원에서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

소시민이 만든 무이자 저축·대출 은행

무이자 저축·대출 은행인 야크(JAK)은행은 기존 은행 시스템에 대항하면서 만들어진 협동조합 은행이다. 일반 은행은 자본을 앞세워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 주고 이자를 부과해, 막대한 소득을 챙긴다. 야크은행은 이러한 시스템을 지적하며, 복리 이자는 채무자와 채권자 간 불평등을 악화한다고 주장한다. 자금이 없는 채무자는 빌린 돈보다 더 많은 돈을 채권자에게 상환하고, 채권자는 이자로 수익을 내는 구조가 양극화를 더 부추긴다는 논리다.

야크은행이 지향하는 금융의 역할은, 여유 있는 사람의 돈을 재정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동등한 값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1931년, 덴마크에서 출범한 야크은행은 자금 유동성 문제로 두 차례 파산을 겪는다. 이후, 1965년 스웨덴 농촌 지역에서 일부 주민들과 활동가를 중심으로 야크은행을 만들었다. 1993년에 들어서는 정부로부터 정식 은행 인가를 받았다.

야크은행은 조합원들 저축으로 기금을 조성해, 다시 조합원들에게 무이자로 대출하는 방식이다. 예금액 크기와 예치 기간에 따라 대출할 수 있는 금액도 다르다. 2001년부터는 지원 대상을 확장해, 사회적 기업·비영리단체에게도 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 야크은행은 한국 개신교 시민단체들이 벤치마킹하고 있는 모델이다. 얀-마리 스벤손(Ann-Marie Svensson) 조합관리자가 야크은행 경영 철학과 운영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야크은행은 조합원 교육을 중요하게 여긴다. 모든 조합원이 야크은행 경영 철학과 운영 방식을 제대로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20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정기적으로 조합원을 교육한다.

스웨덴 농촌 지역에서 시작한 야크은행은 현재 3만 9,000명의 조합원과 20개의 조합사를 둘 정도로 성장했다. 지금은 여러 국가에서 야크은행을 모델로 한 대안 금융을 시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희년함께 등 기독교 시민단체들이 무이자 저축·대출 은행을 실험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다음에는 정부가 예산을 출연해서 직접 사회적 기업·협동조합을 돕는 사례를 소개한다. 1994년 미국 빌 클린턴 대통령이 낙후 지역을 개발하기 위해 만든 미국지역신협연맹(CDFI)과 2013년 발족한 프랑스공공투자은행(Bpifrance)이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이자 대출로 사채 벗어난 청년이 무이자 저축… 선한 ‘무이자 은행’

희망주는 희년은행 김재광 센터장

입력 : 2021-08-06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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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자 작게김재광 희년은행 센터장이 6일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무이자 은행’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30대 청년 A씨는 5년 전 불법 사채로 고통받고 있었다. 500만원 정도를 빌렸는데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손 쓸 수가 없었다. 그가 기적처럼 빚의 굴레에서 벗어난 건 ‘희년은행’을 만나면서다. 희년은행은 사채업자와 빚을 청산한 후 청년에게 무이자 대출로 전환해줬다. A씨는 1년간 성실히 원금을 상환했고 이후 희년은행의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자신처럼 불법 금융에 고통받고 있을 또 다른 청년을 위해 자본금 마련에 참여한 것이다.

    A씨 사례는 희년은행이 추구하는 ‘관계 금융’을 잘 보여준다. ‘무이자 대출’의 혜택을 받은 청년이 기꺼이 ‘무이자 저축’에 참여하고 이는 또 다른 ‘무이자 대출’을 가능케 한다. 선순환하는 대출자와 차주 간 신뢰를 바탕으로 무이자 저축·대출 시스템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6일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김재광 희년은행 센터장을 만나 ‘무이자 은행’ 이야기를 들었다.

    2016년 설립된 희년은행은 조합원들이 저축한 기금으로 조합원들에게 무이자 대출해주는 스웨덴 협동조합은행 ‘야크(JAK)은행’을 모델로 한다. 현재까지 591명이 희년은행 조합에 가입해 5억5300만원을 모았다. 희년은행은 출자금으로 고금리 사채, 주거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만 39세 미만 청년 70여명에게 4억여원을 대출해줬다.

    희년은행은 모 단체 ‘희년함께’가 춘천 예수촌교회에서 고금리 부채로 고통받던 한 청년의 문제 해결에 참여하면서 탄생했다. 희년함께는 성경적 토지 정의를 표방해 1982년 설립된 단체다. 당시 교인들은 청년의 자활 의지를 꺾지 않으면서도 고통을 덜어줄 방법으로 무이자 전환 대출을 제시했고 대출 관리를 희년함께에 맡겼다. 김 센터장은 “이자로 허덕이던 청년이 무이자 대출 전환 후 성실하게 빚을 갚아나가는 모습을 접하면서 선한 의지만 모이면 청년들을 도울 수 있겠다는 발상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후 5년간 희년은행의 대출 시스템은 정교해졌다. 무이자 대출만 해주는 게 아니라 청년의 지속 가능한 경제생활을 위해 금융 상담, 교육을 병행한다. 김 센터장은 “우리가 기대하는 건 빚 문제로 무너진 청년들이 온전하게 회복되는 것”이라며 “일시적으로 빚을 털어버리는 것만으론 금융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빚 부담을 줄이면서 소비습관, 재정관리 습관을 키우는 데 주력한다”고 말했다. 희년은행에서 일하는 금융 전문가들은 청년의 지출 패턴 등을 파악하고 빚, 소득을 고려해 한 달 지출 비용, 빚 상환금, 저축액 등을 짜준다. 이후 최소 3개월간 함께 가계부를 쓰면서 올바른 소비 습관이 형성되도록 돕는다.

    김 센터장이 지난해 희년은행의 스물여덟 번째 단체조합원 ‘함께주택협동조합’과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희년은행 제공
    김 센터장이 그간 상담하면서 가장 많이 느낀 건 청년들이 금융 관련 정보를 너무 모른다는 것이다. 그는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는 학교에서 금융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왜 재무, 소득 관리를 해야 하는지부터 모르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코로나19로 소득 고리가 끊긴 청년들이 쉽게 고금리 사채에 손을 댄다고 우려했다. 희년은행은 무조건 대출을 해주기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저신용자 대출 등 적합한 정책금융 정보를 제공하려 노력한다.

    희년은행과 청년이 오랜 기간 얼굴을 맞대고 위기를 이겨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서로에 대한 믿음과 애정이 쌓인다고 김 센터장은 설명했다. 이 신뢰 관계는 청년이 빚 상환 후 여유가 생겼을 때 희년은행 조합에 가입하는 원동력이 된다. 김 센터장은 “조합원 가입이 의무 조항이 아닌데도 ‘고통스러울 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준 조합원들처럼 나도 또 다른 청년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는 의지를 보이는 청년이 많다”고 전했다.

    다만 조합원에게 일방적으로 희생과 헌신을 강요하는 건 아니라고 김 센터장은 강조했다. 희년은행 조합원은 매달 5000원 이상을 무이자 저축해야 하지만, 향후 원할 때 자신이 저축한 만큼의 금액을 무이자로 대출받을 수 있다. 김 센터장은 “다른 청년을 돕는 동시에 내가 필요할 때 무이자로 대출도 받을 수 있는 것”이라며 “조합원들이 ‘윈윈’할 수 있는 ‘관계 금융’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5년 전 희년은행의 도움을 받았던 청년 A씨의 경우에도 4년간 조합원으로서 저축한 후 최근 결혼 자금을 위해 저축금액의 일정 비율을 무이자 대출받았다고 한다.

    희년은행에서 활동하는 금융 전문가가 충남 공주시 지역자활센터에서 기초 재무관리 수업을 하는 모습. 희년은행 제공
    더 나아가 희년은행 조합원들은 신뢰 관계를 기반으로 금융 분야 외에서도 네트워크를 형성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자신의 재능을 다른 조합원에게 나눠주려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김 센터장은 말했다. 그는 “스웨덴 야크은행도 조합원들이 만든 동아리가 수백 개에 이를 정도로 끈끈한 조직”이라며 “희년은행도 주거복지센터, 진로 상담소 등에서 일하는 조합원들이 도움이 필요한 청년이 있으면 기꺼이 돕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희년은행은 향후 교회와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김 센터장은 “청년을 잘 도우려면 재무 습관 형성부터 구직 활동까지 삶 전반을 함께해야 하는데 우리가 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청년이 몸담고 있는 준거집단은 결국 교회다. 도움이 필요한 청년을 교회가 찾아내고 희년은행과 협력해 지원하는 프로세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203625&code=23111111&sid1=chr&cp=nv2

 

 

 

 

* 영상은 "삼매경"에서 제작,배포한 것입니다.

 

 

 

 

 

 

 

 

 

 

 

 

 

 

 

 

 

인생의 승객 아닌 운전자 되려면 ‘생각에 대한 생각’이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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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ource 부의 원천』 저자 타라 스와트 교수 

‘부러우면 지는 거다’라는 말도 있지만, 나 자신이 그 부러운 사람처럼 되는 것은 어떨까.
 

간절한 사진 붙여 만든 ‘액션보드’
자주 보기만 해도 꿈 이룰 수 있어

사람마다 행복·꿈 등 모두 달라도
성공 이끄는 뇌 작동 원리는 같아

플레이보이 돈·여복 많아도 불행
자신의 가치와 맞지 않는 삶 때문

잡지나 신문을 읽다 보면 부러운 사람들의 사진을 접하게 된다. 해변에서 조깅하는 날씬한 사람, 중역 회의 주재하는 최고경영자(CEO), 청중의 열띤 반응 속에서 강연하는 유명인, 고급 승용차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사람 등등.
 
옥스퍼드대(의학 박사)와 킹스칼리지런던대(신경약리학 박사)에서 공부한 타라 스와트는 교수·컨설턴트·코치로 활약하고 있다. [사진 클래라 몰던]

옥스퍼드대(의학 박사)와 킹스칼리지런던대(신경약리학 박사)에서 공부한 타라 스와트는 교수·컨설턴트·코치로 활약하고 있다. [사진 클래라 몰던]

‘액션보드(action board)’는 자신의 꿈을 표상하는 이런 사진을 널빤지에 오려 붙여 만든 콜라주(collage)다. 『The Source 부의 원천』의 저자는 ‘인간의 두뇌가 경험으로 변화되는 능력’을 의미하는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 개념 등 뇌과학을 응용해 뇌를 바꾸는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액션보드라며 액션보드를 자주 들여다보는 것만으로 꿈에 다가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50개 언어로 3000만부가 팔린 『시크릿』(2006)의 핵심은 ‘끌어당김의 법칙(law of attraction, LOA)’이다. LOA를 요약하면 ‘생각이 현실이 된다’‘생각이 씨가 된다’이다. 『The Source 부의 원천』은 LOA의 뇌과학적인 근거를 구명하는 시도다.
 
35개 국어로 번역 중인 『The Source 부의 원천』의 저자인 타라 스와트는 MIT 슬론경영대학원과 킹스칼리지런던의 신경과학 교수다. 이 책은 먼저 영국에서 출간돼 영국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최근 한글판이 발행됐다. 저자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이 책은 자기계발서인가 과학서인가. 아니면 새로운 범주가 필요한 책인가.
“단순한 자기계발서는 아니다. 나는 뇌과학자로서 액션보드나 시각화(visualization), LOA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려고 했다. 우리는 운동의 원리에 대해 전혀 모르고도 운동을 하면 효과를 본다. 원리를 알면 더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LOA도 마찬가지다. 원리를 알면 더 좋다. 본격적인 과학서는 아니다. 과학과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놀라운 원리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시크릿』의 주장을 지지하는가.
“그렇다. 특히 교육 수준이 높은 젊은 전문직 독자는 과학적 근거를 요구한다. 『시크릿』에는 없는 과학적 근거를 이 책이 제공한다.”
 
제목에 나오는‘소스(Source)’란 무엇인가. 행복·성공·건강이나 긍정적인 가치의 원천이라는 뜻인가.
“일(work)도 포함해야 한다. 내가 말하려는 것은 우리가 살고픈 인생의 원천이다. 사람마다 꿈이 다르다. 어떤 이들은 직업상의 성공을, 어떤 이들은 가정의 행복을 바란다. 하지만 인생 성공에 필요한 뇌의 작동 원리는 동일하다.”
 
마음·몸·정신·영혼이 어떻게 다른지 어떤 관계인지는 헷갈리는 문제다. 영원한 영혼이 과연 있을까. 뇌가 정지하면 영혼도 사라지는 것 아닌가.
“나는 인도계다. 인도 문화를 배경으로 성장했다. 동양은 서양과 달리 마음·몸·정신·영혼을 분리해서 인식하지 않는다. 실제로 현대 과학의 성과는 힌두교나 불교의 주장을 지지하고 있다. 이 책 또한 마음·몸·정신·영혼의 통합을 위한 시도다. 내 주된 관심은 우리가 지금 사는 인생에 필요한 실용적인 지식이다. 개인적으로는 영혼 불멸을 믿지만, 영혼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가 바라는 것과 우주는 어떤 관계인지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를 했다.”’
 
몸과 뇌에는 여러 부분이 있다. 마음도 크게 둘로 나누면 ‘지휘관’과 ‘병사’로 구성되는 것 아닌가.
“운전자와 승객의 관계로도 볼 수 있다. 여러분은 가고 싶은 곳으로 마음껏 떠나는 운전자가 되겠는가 아니면 운전자가 결정한 곳으로 떠나는 승객이 되겠는가. 우리는 인생에서 발생하는 것들의 노예가 아니라 인생을 바꾸는 주인이 될 수 있다.”
 
인생의 주인이 되려면?
“우리의 ‘생각에 대한 생각(메타인지·metacognition)’이 필요하다. 시간을 내어 우리의 생각을 들여다봐야 한다. 그러면 우리는 병사나 희생자가 아니라 지휘관이 될 수 있다. 이런 질문을 해보자. ‘이것이 내가 진정으로 바랐던 인생인가’ ‘내 성공을 가로막는 것은 무엇일까’ ‘이 일을 다르게 처리할 길은 없는 것일까’와 같은 질문이다.”
 
사랑에 몇 개월이나 몇 년의 유효기간이 있다고 한다. 이 문제를 뇌과학자는 어떻게 보는가.
“사랑은 여러 단계를 거친다. 로맨틱한 사랑으로 시작한 사랑은 그 단계에 영원히 머물지 않는다. ‘영적인 사랑’으로 발전한 사랑은 영원히 지속한다. 상황이 바뀌면 많은 사람이 포기한다. 포기하지 않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실제로 새로운 시작이 가능하다.”
 
당신은 컨설턴트로서 12년 이상, 정신과 의사로서 7년간 일했다. 수많은 성공한 사람들을 접했을 텐데 그들의 공통점은?
“자기신뢰(self-belief)·자신감이 공통점이다.”
 
플레이보이들은 우선 자신감이 넘치는 남자라는 주장이 있다.  
“내 의뢰인 중 상당수는 플레이보이다. 돈이 많고 큰 집에 살고 주변에 여자도 여럿 두고 있지만, 행복하지 않다. 자신의 가치와 부합되는 삶에서 멀어졌기 때문이다. 그런 사례를 너무 많이 봤기 때문에 올바른 삶을 살지 않으면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김환영 대기자 / 중앙콘텐트랩 whanyung@joongang.co.kr

[시승기]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존재감의 극치
2019년 01월 04일 (금) 12:47:21 이한승 기자  hslee@top-rider.com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를 시승했다. 압도적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에스컬레이드는 국내에서 구입 가능한 수입 SUV 중 가장 큰 덩치와 420마력 V8 자연흡기 엔진을 탑재하고도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한다. 납득 가능한 연비와 고속에서의 주행감각은 인상적이다.

SUV가 넘쳐나는 SUV 전성시대에도 유독 돋보이는 모델들이 있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와 벤츠 G클래스는 독창적인 외관 디자인과 프레임보디 기반의 견고한 차체를 통해 럭셔리 SUV의 기준을 만들어냈다. 특히 에스컬레이드는 존재감 넘치는 외관이 특징이다.

   
 
   
 

에스컬레이드는 지난 문재인 대통령 취임식을 통해 유명세를 탔다. 청와대가 경호 인력 운용 목적으로 구입한 것으로 방탄 기능이 더해진 특별 제작 모델로 알려졌다. 미국 대통령 전용차의 경우 에스컬레이드의 섀시와 디자인이 적용된 방탄차가 사용된다.

국내 도입 모델은 노멀 휠베이스

캐딜락코리아는 지난 2017년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를 국내에 출시했다. 그간 병행수입을 통해 국내에 도입되던 롱보디 모델 에스컬레이드 ESV와는 다른 노멀 휠베이스 모델이다. 전장이 5700mm에 달하는 롱보디 모델과 달리 노멀 모델의 전장은 5180mm 수준이다.

   
 
   
 

에스컬레이드의 전폭은 2045mm, 전고는 1900mm, 휠베이스는 2946mm다. 높고 넓은 차체가 풍기는 존재감이 대단하다. 사이드스텝을 밟지 않으면 차에 오르기 어려울 정도로 최저지상고가 높다. 6개의 휠 볼트를 지닌 22인치 휠과 285mm 타이어가 기본이다.

에스컬레이드의 전면은 대형 그릴과 수직형 헤드램프 등 캐딜락 고유의 디자인을 가장 대담하게 표현했다. 높고 편평한 보닛은 보는 이를 압도한다. 후면에는 누드 타입의 수직형 리어램프가 적용됐으며 국내 사양에는 노란색 LED 방향지시등이 포함되는 등 현지화됐다.

   
 
   
 

3가지로 구성된 인테리어 컬러

시승차는 젯 블랙 인테리어가 적용된 모델로 캐딜락 특유의 직선이 강조된 인테리어가 특징이다. 젯 블랙 외에도 코나 브라운, 셰일 등 밝은 브라운 계열의 인테리어를 선택할 수 있다. 외장 컬러는 블랙 레이븐, 블루 메탈릭, 래디언트 실버, 크리스탈 화이트 등 8가지다.

실내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전용적인 미국 스타일의 컬럼식 기어레버다. D레인지 아래에는 L레인지가 위치하며, L레인지에서는 레버의 버튼을 통해 인위적인 변속이 가능하다. 기어레버 끝단에는 트레일러 견인시 주행안정장치 최적화를 지원하는 버튼이 마련됐다.

   
 
   
 

헤드업 디스플레이, 전자식 계기판, 열선 및 통풍 1열시트, 운전석 메모리, 전동조절식 컬럼, 이중접합차음유리, 실내 움직임 감지, 터치식 공조장치, 스마트폰 무선충전, 리어뷰 카메라 룸미러가 적용됐으며, 대시보드와 도어트림은 가죽으로 마감해 고급감을 높였다.

최고출력 426마력, 최대토크 62.2kgm

에스컬레이드의 파워트레인은 6.2리터 V8 가솔린 직분사엔진과 10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돼 최고출력 426마력, 최대토크 62.2kgm를 발휘한다. 7인승 기준 공차중량은 2675kg, 복합연비는 6.8km/ℓ(도심 5.9 고속 8.5)다. 2018년형 모델부터는 10단 변속기가 적용됐다.

   
 
   
 

운전석에 오르면 넓고 높은 시야가 확보된다. 도로에서 만나는 어지간한 SUV는 왜건처럼 낮아 보인다. SUV를 선택하는 이유가 아래로 내려보는 시야라면 에스컬레이드의 설정은 대적할 차가 없다. 시트의 상하 조절폭이 넓어 다양한 포지션을 설정할 수 있다.

아이들링시 소음과 진동은 운전자에게 거의 전달되지 않는다. 다만 8기통 엔진 특유의 한번씩 툭툭 전달되는 맥동은 대배기량 머슬카가 연상된다. 국내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8기통 가솔린 SUV의 감각은 기대 이상으로 매력적이다. 잔잔한 배기음도 중요한 포인트다.

   
 
   
 

경쾌한 움직임의 저중속 구간

발진시의 움직임은 2.6톤의 몸무게가 의식되지 않을 정도로 경쾌하다. 엔진회전을 크게 올리지 않아도 저회전부터 발생되는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의 두툼한 토크는 터보차저가 만들어내는 힘과는 미묘하게 다르다. 내연기관의 정점은 8기통 자연흡기라고 생각된다.

주행시 승차감은 부드러움이 강조됐다. 스트로크가 긴 서스펜션은 노면의 요철로 인한 충격을 날카롭게 전달하는 법이 없다. 어떤 상황에서도 충격은 완화돼 부드럽게 전달된다. 다만 반복된 요철을 일정한 속도로 지나면 프레임보디 특유의 반복적인 진동도 감지된다.

   
 
   
 

급가속시에는 보닛이 살짝 들리는듯한 감각으로 막강한 가속을 뽐낸다. 정지상태에서 100km/h 가속은 비공식 6.0초다. 작고 날렵한 스포츠카의 6초와 거대한 SUV의 6초는 안팎에서의 감각이 사뭇 다른데, 에스컬레이드의 급가속은 보는 이를 압도한다.

8기통 자연흡기의 매력

스포츠모드에서 엔진과 변속기는 고회전을 유지하려는 성향을 보이는데, 앞에서는 8기통의 호쾌한 엔진음이, 뒤에서는 8기통 특유의 배기음이 연출된다. 일상적인 주행에서의 정숙성을 위해 볼륨은 억제됐지만 8기통 배기음 특유의 고동감과 사운드는 숨기지 않았다.

   
 
   
 

고속주행에서의 안정감은 의외의 모습이다. 규정속도를 한참 넘어선 초고속 영역에서의 항속주행과 빠른 차선변경에서도 차체는 안정감을 끈질기게 유지한다. 단면폭이 285mm에 달하는 타이어와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 스태빌라이저바의 이상적인 조합이다.

캐딜락이 일부 고성능 모델에 적용하는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은 가장 진보된 가변형 댐퍼 시스템 중 하나로 부드럽지만 탄탄한 승차감을 연출한다. 캐딜락 라인업 중에서는 에스컬레이드의 셋업이 가장 만족스럽다. 해당 시스템은 일부 슈퍼카에도 적용된다.

   
 
   
 

인상적인 고속주행시 안정감

코너링 한계도 의외로 높다. 일정 수준의 롤과 피칭은 허용하지만 제한된 범위를 넘지 않는 수준에서 부드러움을 전하기 위함이다. 높은 지상고와 긴 스트로크의 서스펜션을 생각하면 이상할 정도다. 부드러움이 강조된 브레이크는 초반 답력이 약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제한속도를 한참 넘기는 항속주행에서도 실내는 정숙함을 유지한다. 거대하고 뭉툭한 보닛 형상을 고려하면 풍절음을 만들법도 한데, 실내로 전달되는 풍절음은 극히 일상적이다. 이중접합 차음유리와 노이즈 캔슬레이션, 꼼꼼히 채워진 흡차음재가 제역할을 한다.

   
 
   
 

리클라이닝을 지원하는 2열 독립 시트는 넉넉한 사이즈가 특징이다. 넓은 공간을 강조하기 위해 방석 부분을 짧게하거나 등받이 쿠션을 희생하지 않았다. 2열에는 쿨링과 히팅 기능이 제공된다. 출고시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8인승 시트 레이아웃을 선택할 수 있다.

덩치 대치 비교적 준수한 연비

3열은 다소 옹색하다. 발을 놓는 부분이 별도로 마련되지 않아 방석의자에 앉는 느낌이다. 프레임보디 특성상 바닥 부분이 높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트렁크 공간은 430리터, 3열 폴딩시 1461리터까지 확대된다. 3열은 전동식으로, 2열은 원터치로 동작된다.

   
 
   
 

에스컬레이드에는 다소 생소한 센터 에어백이 적용됐다. 측면 충돌시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로 펼쳐지도록 설계돼 승객끼리의 충돌로 인한 상해를 방지한다. 그 밖에 전방충돌경고, 차선이탈경고, 햅틱 시트가 적용됐다. 최신 운전보조시스템의 부재는 아쉽다.

시승기간 동안의 누적 평균연비는 6.8km/ℓ를 기록했다. 100km/h 항속주행에서는 11~12km/ℓ의 연비를 나타내며, 실린더 휴지 기능을 통해 4기통만 동작하는 구간에서는 14~15km/ℓ까지 상승하기도 한다. 시내나 가혹한 주행에서는 5km/ℓ 수준이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다양한 부분에서 잘 만들어진 대형 럭셔리 SUV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존재감 있는 거대한 차체와 디자인, 강력한 파워트레인을 고려하면 1억2833만원의 가격이 합리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예상을 뛰어넘는 주행성능은 주목할 만 하다.

이한승 기자 <탑라이더 hslee@top-rider.com>

 

유토피아란 있는가

조현 2017. 01. 03
조회수 27972 추천수 0
돈없이도산다.jpg 
  

 

 타이 아속

 2.가장 ‘핫한 남자’ 포티락을 만나다

  3.이윤을 포기하고 부자가 된 사람들

  4.현대판 오병이어의 기적을 보다

 

 인도의 오로빌

   5.자기로 살면 누구나 천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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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브루더호프

  7.공부보다 청소와 요리에 더 열심인 아이

 8.뒷담화 말고 앞에서 솔직하게 얘기하라

 

 일본 애즈원

 9.인간과 사회 탐구, 제로에서 시작한다

 10. 아무도 명령 하지않는 일터에서 일하다

 

 일본 야마기시

 11.못난이도 잘난이도 함께 살아가는 곳


조현.jpg » 조현 기자


타이 아속·미국 브루더호프…
온 마을이 한 가족처럼 어우렁더우렁

40대 후반인 크레스와 헤나 부부는 네 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성년이 된 장남과 열다섯 크리스틴과 열세살 베네사 두 딸에 이어 이제 한 살배기 막내 스티븐이 있다. 부부가 손주 같은 아이를 낳을 수 있었던 것은 온 마을이 아이를 제 자식처럼 함께 길러주기 때문이다. 집과 일터와 탁아방이 모두 걸어서 3분 거리다. 언제든 아가방에 가 아기를 볼 수 있어 사실상 온종일 한집에 사는 것과 다름없다. 부부는 오후 5시 퇴근해 가족끼리 오붓한 여유를 즐긴다. 1주일에 두세 번은 가든에서 식사한다. 주말이면 이웃을 초청해 바비큐파티를 하거나 야외수영장에서 놀거나 캠핑을 간다. 

크레스와 같은 층에 사는 하이너는 이 마을 변호사다. 하이너의 동생 리처드는 대학교를 가지 않고 간호보조원이 됐다. 형제는 하는 일이 다를 뿐 이 마을에서 어떤 차별 대우도 없다. 하이너는 두 아이, 리처드는 세 아이의 아빠다.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늘 손주들과 잔디밭에서 공놀이를 한다. 미국 뉴욕에서 차로 3시간 거리인 우드크레스트에서 300여명이 살아가는 브루더호프공동체마을의 모습이다.

‘헬조선’에서 신음하는 한국에선 상상조차 어려운 모습이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30살 미만 청년가구는 최근 3년간 빚은 2배 이상 늘고, 소득은 88만원세대에서 77만원세대로 낙하 중이다. 노인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가운데 빈곤율이 평균 13%의 4배나 되고, 자살률 1위다. 상위 10%가 전체 국민소득의 48%를 가져간다. 국민의 절반 가까이가 자기 집이 없다. 이런데도 대통령과 관료, 재벌 등 사회지도층은 국정농단과 부패 고리로 사적인 이득을 챙기기에 바빴다. 사회의 중심축인 지도층의 부도덕으로 공동체성이 철저히 무너져내리고 있다.

그래서 수백명이 한가족처럼 살아가는 해외 공동체마을을 찾았다. 차별이 없고, 평등하고, 고통을 함께 지는 공동체마을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타이 아속과 미국 브루더호프, 인도 오로빌, 일본 애즈원과 야마기시 등 지구촌 공동체마을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공동체의 원형을 찾았다.




"그런 게 어딨어" 할테지만 분명히 있다, 지상의 유토피아

10년째 통증 시달리다 1년간 병가
좋다는 치료 다 해봤지만 별무효과
궁즉통이라고 떠오른 게 대안공동체
방콕에서 차로 10시간 거리 시사아속
닷새 단식과 관장으로 기력 회복
그게 1년여 대안 공동체 순례의 시작

공동체_식사.jpg » 미국 브루더호프에서 한국인 박성훈·순옥씨네 가족들이 가든파티를 하고 있다.
‘죽도록 일하지 않아도 모두 풍족하게 산다. 모든 물건은 함께 소유한다. 자신들의 대표는 주민들이 선출하는 민주주의다. 그 대표는 공동체원의 의사에 반해 결정을 내릴 수 없다. 자발성과 창의성을 최대한 존중한다. 사회복지나 의료복지를 완전하게 실현한다. 부자라고 더 먹거나 더 좋은 집에 살 수 있는 게 아니라 모두 평등하므로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한다.’

‘헬조선’이라며 신음하는 한국인들에겐 꿈같은 소리다. 이 솔깃한 얘기는 5세기 전 영국의 토머스 모어가 <유토피아>에서 제시한 ‘가장 살기 좋은 나라’의 모습이다. 2500년 전 플라톤도 아틀란티스라는 이상향이 있다고 했다. 플라톤과 토머스 모어는 내세의 천국이 아닌 현세에 그런 곳이 있다는 것을 더 믿게 하려고 구체적인 위치까지 적시했다.

지옥은 고통스런 현실도 현실이지만 미래에 대해 희망이 없고 상상력마저 결핍된 상태다. 희망만 있다면 어떤 고통도 기쁜 마음으로 감내할 줄 아는 게 인간이다. 쇼펜하우어는 “단테가 <신곡>에서 지옥은 그럴듯하게 그렸지만, 천국은 엉성하게 그릴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지옥은 지상에서 늘 봐왔지만 천국은 본 바가 없기 때문에 그랬다는 것이다.

플라톤이나 모어가 말한 이상향이 지금 지구상에 있다고 한다면 당장 ‘그런 게 어딨어’라고 의구심에 찬 눈초리를 보낼 것이다. 그래도 말할 수밖에 없다. ‘유토피아는 있다’고. ‘소설 속 이야기’냐고? 아니다. 아틀란티스나 유토피아 같은 허구의 세계가 아니다. 지구상에 분명히 존재하는 실제의 마을이다.

공동체_부자.jpg » 하루 일과를 마치고 가족과 함께 평화롭게 여가를 즐기고 있는 박성훈씨와 아들 하빈, 유빈.
<주역>에서 죽을 사람에게도 힘을 주는 말이 궁즉통(窮則通)이다. 궁하면 통하게 되어 있다. 헬조선을 한탄만 하고 있거나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면 통할 리가 없겠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데, 하늘이 무너진 것도 아닌데, 살길이 없을 리가 없다.

나도 너무 궁해서 유토피아를 찾아 나섰다. 10년째 통증에 시달리다 결국 1년 병가를 냈다. 국내에서 좋다는 치료는 해볼 만큼 해봤지만 통증은 심해져만 갔다. 그 통증과 열이 눈에까지 뻗쳐 병가 내 유명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했지만 별무효과였다.

기존의 방법으로 효과가 없다면, 즉 궁하면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생각난 것이 대안공동체였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게 타이의 아속공동체였다. 아속은 불교공동체지만, 경남 산청 기독교대안학교인 민들레학교 김인수 교장이 해마다 학생 10여명을 데리고 한달씩 살고 오는 곳이다. 그곳에서 감동을 받은 그가 예전부터 꼭 한번 가볼 것을 권유했다. 아속에서는 항문관장을 통해 몸의 독소를 빼내 건강을 되찾게 해주는데, 내가 그곳 사람들처럼 맨발로 시골길을 거닐고 해독까지 하면 몸이 회복될 수 있을 것 같다는 거였다. 더구나 그곳에선 유기농 대체의약품을 직접 만들어 판다고도 했다. 민들레학교에 다니던 아이와 함께 아속공동체에서 지내본 전 <기독교사상> 주간 한종호 목사도 달떠서 아속을 별세계처럼 소개했다. 또 그곳에서 가져온 조그만 물약을 주었는데, 통증 부위에 발랐더니 여간 시원하지가 않았다.

더구나 병을 낫게 해준다는 이런저런 사람들에게 돈 버리고 시간도 버려온 나로서는 공동체들이 ‘돈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도 구미가 당겼다. 공동체들에서 함께 일하며 지내면 숙식비를 내지 않아도 된다. 비행기표만 사면 따로 돈을 들이지 않고도 장기간 머무를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방콕에서 차로 10시간가량 떨어진 타이 중서부 시사껫의 시사아속으로 향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것이 여러 공동체로 이어지는 긴 여정이 될 줄은 몰랐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안은 만족스러웠다. 통증이야 자가면역질환에서 비롯돼 단시일 내에  나아질 수는 없었지만, 처음 닷새 동안 한 단식과 관장으로 컨디션이 상당히 회복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공동체에서 몸만 챙기고 있지는 않았다. 공동체에서 구경꾼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들은 관객이 되기를 원치 않는다. 그래서 ‘일단 문 안에 들어오면 일상사를 함께하라’는 것이 대부분의 공동체들이 요구하는 사항이다.

그곳에는 욕망의 열차를 내린 사람들
적게 소유하고 쓰며 많이 나누고 돕고
지구에 폐 안끼치고 치유하는 생활
남보다 자기 먼저 변하는 혁명가였다

아속은 유토피아적인 것투성이였다. 유리병 속에 든 진열품이 아닌 날것들이어서 더욱 신선했다. 그들은 우물을 뛰쳐나온 개구리였다. 아속은 불교국가인 타이에서 주류 불교의 타락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계란으로 바위를 친 선지자들이다. 그런 배짱도 놀랍거니와 그런 소수파가 ‘이윤을 추구하지 않는 회사들’을 만들고, 오늘날 타이의 주류들도 무시할 수 없는 6개의 공동체마을을 포함한 아속왕국을 만들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군 장성 출신으로 출세 지향적이던 정치인 짬롱 시므앙을 무욕의 방콕시장으로 만든 멘토가 바로 아속의 창시자 포티락 스님이라는 것도 그랬고, 논밭에서 일하면서도 웃음꽃을 잃지 않는 학생들, 아무 대가 없이 타인을 위해 헌신하는 공동체원들의 일거수일투족도 신기했다.

시사아속을 나올 무렵 예고 없이 포티락 스님이 그곳에서 하루를 묵었다. 80대 노승인 그가 시사아속에서 묵은 경우는 처음이라고 했다. 외국 방문객이 포티락을 만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운좋게도 다음날 아침 노혁명가를 개별적으로 만나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공동체_타이.jpg » 조현 기자가 머문 해외 공동체, 타이 아속.
포티락까지 만나 정담을 나눴으니, 이제야말로 쉼이 마땅했다. 병가를 낼 때 ‘일을 떠나 1년은 오직 쉬며 건강만 챙기겠다’던 다짐에 따라 쉬엄쉬엄 관광하며 휴식할 시간이었다. 그러나 내 직업병이 그리 두지 않았다. 아속을 더 알고 싶고, 더 보고 싶고, 더 확인하고 싶은 궁금증이 발동하고 말았다. 결국 가장 큰 공동체인 랏차타니아속으로, 치앙마이의 아속레스토랑공동체로, 방콕의 산띠아속까지 휩쓸고 다녔다. 최초의 아속공동체인 빠톰아속에선 5일을 더 보내며 무욕과 자비의 보살들을 현세에서 만났다.

그렇게 한달 동안 아속의 이곳저곳에서 보낸 뒤 간 곳이 인도의 오로빌공동체였다. 오로빌은 방대했다. 한 마을이라기보다는 인류공동체라는 목표로 만들어지고 있는 ‘계획도시’였다. 한 프랑스 여성의 꿈으로 시작된 오로빌은 혼자 꾸면 몽상이지만, 여럿이 함께 꾸면 현실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공동체_인도.jpg » 조현 기자가 머문 해외 공동체, 인도 오로빌.
다음은 멀리 미국이었다. 뉴욕에서 차로 3시간쯤 떨어진 우드크레스트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기독교공동체로 꼽히는 브루더호프의 본부 격이다. 브루더호프는 내가 최초로 인연을 맺은 해외 공동체마을이었다. 또한 공동체에 대한 탐구심을 유발한 곳이기도 했다. 처음 브루더호프를 방문한 것은 1999년 초였다. 지금은 해프닝조차 잊혔지만, 밀레니엄이라는 2000년을 앞두고는 지구 멸망을 예언한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 실현 여부가 관심사였다. 그의 예언이 아니더라도 자원 고갈과 자연 파괴, 비인간화, 전쟁으로 인한 위기의식이 팽배했다. 그래서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대안을 보여주려 공동체운동 취재에 나섰는데, 그 첫 대상이 영국 다벨 브루더호프 공동체였다.

그 이후 한국에 브루더호프 붐이 일었다. 영국의 시골마을에 영국 사람보다 한국 사람이 더 많이 찾아오는 이변이 생긴 것이다. 한국인, 특히 크리스천들의 열정은 아무도 못 말린다. 한국인들이 일체 개인 소유가 없이 살아가는 무소유공동체원들의 삶에 열광하는 것 자체가 의외였다. 한국인들은 브루더호프 공동체 사람들의 평화로운 표정에 매료됐다. 나도 우드크레스트에 17일 동안 머물면서 지상천국은 이런 곳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우거진 숲에 둘러싸인 호수에서 낚시와 수영을 하고, 골프장 같은 초원이 펼쳐진 언덕 위의 하얀 집과 별빛 아래서 가족끼리 정답게 속삭이는 우드크레스트를 보았다면 단테도 천국을 더욱 생생하게 그렸을지 모른다.
공동체_미국.jpg » 조현 기자가 머문 해외 공동체, 미국 브루더호프.
이쯤 되면 어떤 사람은 그 유토피아로 가기 위해 짐을 싸고 싶어 마음이 벌써 바빠지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비행기에 오르기 전에 라이터나 나이프를 버리듯 유토피아에 가기 전에 마음 보따리에서 비워내야 할 것도 알아둬야 한다. 양손에 떡을 쥔 사람은 하나님과 부처님이 합세해서 세상에서 가장 맛난 초코케이크를 만들어 던져줘도 받을 수가 없다. 브루더호프도 아속도 자신을 비워가는 사람들이다. 처음부터 비우지는 않았더라도 날마다 삶에서 욕망을 포기함으로써 밖과는 다른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많이 벌고 싶고, 많이 놀고 싶고, 놀고먹고 싶고, 남보다 더 잘 입고 싶고, 얼굴에 영양주사도 맞고 싶고, 돈도 좀 펑펑 쓰고 싶고, 때마다 여행도 가고 싶고, 폼 나는 차와 큰 집도 사고 싶고, 가족 친척들에게 용돈도 주며 인심도 쓰고 싶고…. 허영기 섞인 이런 욕구를 다 채울 수 없는 고통으로 신음하는 게 헬조선이라면, 이런 욕구를 버리고 단순 소박한 삶에서 행복을 찾는 게 공동체다. 공동체살이는 세상에 대한 혁명이기에 앞서, 바로 자기 비움의 혁명이다.

대부분의 대안공동체들은 사람들에게는 말할 것도 없고 지구에도 폐 안 끼치는 삶, 치유하는 삶을 선택하고 있다. 자원을 마구 쓰고 버려 초록별을 결딴내며 쓰레기장으로 만드는 공범들이 아니다. ‘욕망의 열차’에서 내린 사람들이다. 욕망의 홍수가 뒤엎은 세상에서 방주로 남아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작게 소유하고 적게 쓰며 많이 나누고 더 돕는다. 남을 변화시키기에 앞서 자신이 먼저 변해 솔선수범하는 대안공동체 사람들이야말로 진정한 혁명가들인 셈이다.

비행기 타기 전 라이터·칼을 버리듯
그곳에 가기 전에 마음을 비워야
두 손 가득히 떡을 쥔 사람은
최상의 케이크를 던져줘도 받을 수 없어

그러나 공동체에 들어간다고 해서 꼭 지구를 구하는 독수리 5형제가 되라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이 점차 그런 삶에 동의해 살아가게 되겠지만, 독립운동이나 프롤레타리아 혁명처럼 자신이나 가족의 안위를 던지고 하는 혁명과는 달라도 많이 다른 혁명이다. 무엇보다 가족과의 삶을 소중히 여기며, 가족과 친구들과 이웃들과 행복하게 살아가는 혁명이다. 혁명치고는 특이하고 유쾌한 혁명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브루더호프 같은 공동체에선 어떤 것도 포기할 필요가 없다. 어느 집에나 아이 서넛은 기본이다. 모두 공동체원이 함께 돌봐주고 키워주니 내 돈을 따로 들일 일도 없고, 육아를 혼자 감내하지도 않는다. 대신 다둥이가 주는 기쁨은 무궁하다. 더구나 아무리 발버둥쳐봐야 흙수저는 흙수저일 뿐이라며 불평등과 부정의에 신음하는 밖과 달리, 공동체에서는 잘난 이나 못난 이나 같이 일하고, 같은 것을 먹는다. 먹거리도 양질의 친환경 제품들이다. 늙어도 친구들과 도란도란 대화하며 빨래 개기 같은 자기 몫을 한다. 자식 손자 손녀들에게 둘러싸여 살아가니 외로울 새도 없다.

이 이상적인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자유를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젊은이들에겐 ‘그림의 떡’일 수 있다. 혼삶 혼술 혼밥에 익숙해진 젊은이들은 일거수일투족을 함께해야 하는 공동체 생활을 구속으로 여길 수 있다. 설사 집을 나와 굶어 죽더라도 사생활의 자유를 누리겠다는 그들이다. 하지만 자유보다는 인간이 그리워 견딜 수 없는 외로운 삶이야말로 가장 비참한 지옥이라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1인 가구 증가와 반대로 땅콩집, 캥거루족, 노소동거족 등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족이 늘어나는 현상을 퇴행이라고 비난할 것도 없고, 이상할 것도 없다. 인간은 자유에 갈급한 것만큼이나 고독을 견딜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산안마을이나 아름다운마을공동체나 산위의마을처럼 공동체마을을 만들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도전은 헬조선에 신음하는 것보다 백번 나은 결단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결단까지는 내리지 않더라도 해볼 수 있는 대안은 많다. 혼자서는 너무도 힘든 일들을 함께 나누며 삶의 동력을 회복하는 육아공동체나 식사공동체, 숙소공동체, 대안학교, 의료생협, 골목가게 공동체 등도 있다. 이미 성미산공동체나 우동사처럼 도시에서 그런 대안적 실험을 해가며 활력을 얻고 있는 이들도 있다.

공동체 여정은 일본의 ‘야마기시’에서 마무리됐다. 한국의 산안(야마기시)마을 공동체와는 20년의 인연을 유지해왔던 터다. 지금은 시들해졌지만 민주화운동 이후 방향을 잃은 진보지식인들도 공동체운동에 적지 않은 관심을 보였다. 일본의 나고야 인근에서 시작돼 세계에 확산되면서 1980년대 경기도 화성에 만들어진 산안마을공동체는 우리나라 공동체운동의 본보기가 된 곳이다.

공동체_일본1.jpg » 조현 기자가 머문 해외 공동체, 일본 애즈원.
나는 그 야마기시의 원조인 가스가야마와 도요사토를 둘러봤다. 브루더호프나 오로빌만이 아니라, 야마기시도 오늘날의 하모니를 이루기 전에 치열한 내분을 거쳤다. 야마기시에서 이탈한 사람들은 도요사토 인근 도시인 스즈카에 터를 잡고 애즈원을 만들었다. 이곳은 마을이 아니라 작은 도시 곳곳에 흩어져 살며 함께 회사와 가게를 꾸리는 독특한 형태의 공동체였다. 야마기시에도 머물고 애즈원에도 머물면서 그들의 ‘사랑과 전쟁’을 생동감 있게 들었다.

공동체_일본.jpg » 조현 기자가 머문 해외 공동체, 일본 야마기시.
순탄하기만 한 가정사는 현실이 아니듯이 문제가 없는 공동체란 없다. 문제가 없어야 한다는 환상이야말로 가장 큰 문제일지 모른다. 문제가 두려워, 또는 헤어지는 것이 두려워 사랑 한번 못 해보는 바보가 된다면 생이 너무나 무료하지 않겠는가.

인간은 시련을 통해 배운다. 공동체들도 마찬가지였다. 1층부터 10층까지 온갖 욕망을 켜켜이 쌓고, 11층에 유토피아까지 올릴 수는 없다. 유토피아란 이기적인 자유 방종만으로 얻어지는 게 아니라, 고통이나 상처, 아픔까지도 껴안을 품이 있을 때 슬며시 안긴다. 그런 자세를 가져보겠다면, 그 무엇을 상상하거나 ‘그 이상’인 마을로 함께 여행을 떠나도 좋다. 함께 떠나보자. 우리의 유토피아로.

[‘공동체가 궁금해요’ 일문일답]

최소 몇 개월 생활 지켜본 뒤
구성원 모두 찬성해야 가족으로
농사·공장에서 8시간가량 노동
노인 돼서는 들어가기 힘들어
의식주·의료복지 보장해주고
돈은 필요하면 신청해서 사용
방문자는 미리 연락해 허락받아야

공동체를 다녀온 뒤 지인들의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한번쯤은 가보고 싶다는 관심 표명에서부터 ‘먹고사니즘’에 대한 질문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공동체살이는 세상과는 다른 관점과 ‘삶의 자세’가 필요한 곳이다.

 -무엇을 공동체라고 하는가?
 “2인 이상이 모이면 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기본적인 공동체는 가정이다. 그러나 여기서 내가 쓰는 공동체는 주로 욕망의 실현을 위해 달리는 세속적 삶에 한계를 느끼고 대안을 선택한 사람들의 마을이다.”

 -먹고사는 문제는 어떻게 하나?
 “대부분의 공동체는 사유재산 없이 공동재산을 택하고 있다. 대부분이 먹는 것은 호텔 레스토랑 못지않았다. 브루더호프나 아속은 점심이든 아침이든 그 공동체의 가장 중요한 식사를 공동식당에서 함께 하고, 나머지 끼니는 가족끼리 한다. 이때는 공동창고에서 원하는 먹거리를 가져다가 가족별로 집에서 요리해 먹는다. 물론 무료다.”

 -개인의 재산은 다 내놓아야 하나?
 “오로빌처럼 개인 재산은 상관치 않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은 공동체살이를 하다 보면 의식이 전환돼 개인의 재산을 내놓고 전적으로 함께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 야마기시의 경우 내분 이후 공동체를 나온 사람들이 소송을 제기해 헌납한 재산의 일부를 돌려받기도 했다.”

 -누구나 다 공동체에 들어가 살 수 있는가?
 “대부분의 공동체는 새로운 회원을 공동체 가족으로 받아들일 때 공동체 전원이 찬성해야 한다. 최소 몇달에서 1년가량 지켜본 뒤 결정한다. 공동체원들 간 분란을 낳지 않고 살 수 있을 정도의 마음 자세나 삶의 태도를 중시한다.”

 -노인도 공동체원이 될 수 있나?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동체는 양로원이나 요양원이 아니다. 따라서 공동체원이 되려면 좀더 활동적인 나이에 결단을 내리는 것이 좋다.”

 -노동은 얼마나 해야 하나?
 “아속이나 브루더호프 등 성공적인 공동체들은 농사 말고도 수입으로 자립할 만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우드크레스트의 경우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일했는데 상당한 숙련도와 집중도가 요구됐다. 아속은 농사일과 유기농제품 공장에서 일하는데, 자발성을 중시했다.”

 -월급은 있나?
 “월급은 기본적으로 없다. 의식주와 의료 등 복지는 공동체에서 보장해준다. 오로빌처럼 생활이 어려운 이들에겐 기본 생계비를 주는 곳도 있긴 하다. 그러나 야마기시는 한 달에 1만엔 정도의 용돈이 있지만, 브루더호프는 용돈이 따로 없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외출할 때 돈이 필요하면 신청을 하고 타서 쓴다.”

 -개인의 자유는?
 “공동체는 혼삶이 아닌 ‘함께’ 사는 곳이다. 노동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낸다. 또한 공동식사 모임 등 공동체원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많다.”

 -방문하려면?
 “어느 곳을 방문하거나 미리 연락을 해서 허락을 받아야 한다. 시사아속에선 외부 방문자도 관장프로그램을 해줬는데, 지금은 중단됐다고 들었다.”

 -방문자는 돈이 안 드나?
 “방문 허가를 받으면 공동체 사람들과 같이 일하며 자고 먹는 게 원칙이고 따로 숙식비를 받지 않는다. 일본의 애즈원은 방문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특별한 경우로, 3박4일 일정에 1인당 3만5천엔을 받는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ㆍ프란치스코 교황, 성탄 전야 미사서 '탐욕 버린 소박한 삶' 강조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탄절을 하루 앞두고 물질주의적 탐욕을 버리고 소박한 삶의 의미를 되새길 것을 촉구했다.

© AP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은 24일(현지시간) 바티칸 성베드로대성당에서 성탄 전야 미사를 집전하며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의미를 소유하는 것에서 찾는다”고 말했다. 그는 “만족을 모르는 욕심은 모든 인류 역사의 특징이었다. 소수가 사치스러운 만찬을 즐길 때 너무나 많은 이들은 생존에 필요한 일용할 양식도 없이 지낸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예수의 탄생이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거나 쌓아두는 것이 아니라 나누고 베푸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전하고 있다며 “(예수가 태어난) 구유 앞에 서서, 우리는 생명의 양식이 물질적 부가 아니라 사랑, 폭식이 아니라 자선, 과시가 아니라 소박함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교황은 성탄절이 평소 생활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정말 이 모든 물질적인 것과 복잡한 생활 방식이 나에게 필요한가? 이 모든 불필요한 물건들을 걷어내고 더 소박한 삶을 살 수는 없는 걸까?”라며 “크리스마스에 우리는 내 빵을 못 가진 자에게 나누어주고 있는지 자문해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2016년 성탄 미사에서도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가 물질주의에 퇴색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탄절 당일인 25일 성베드로성당 발코니에서 ‘우르비 에트 오르비’(로마와 온 세계에)라는 공식 성탄 메시지를 전한다. 최초의 라틴아메리카 출신 교황인 그는 2013년 즉위 후 가난한 이들의 어려움을 주요 설교 주제로 삼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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