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윙윙~’. 사람이 타지 않고 무선 전파 유도에 따라 움직이는 비행체. 바로 '드론(Drone)'이 하늘을 날며 내는 소리입니다. 마치 ‘벌이 윙윙거리는 소리’와 같다고 해서 같은 뜻인 ‘드론’으로 불리기 시작했죠. 서울에서 이제 이 윙윙거리는 드론 소리를 더 자주 듣게될 것 같습니다.
중국 선전에 본사가 있는 세계 최대의 드론 생산업체인 DJI가 서울 홍대 인근에 첫 번째 해외 플래그십 매장을 냈기 때문이죠. 이 매장은 DJI 본사가 있는 중국 선전의 매장 이후 세계 두 번째의 오프라인 매장이기도 합니다.
DJI란 이름이 낯설다고요? 네, 그럴 수 있습니다. 저도 지난 1월 중앙일보 신년기획인 '신성장 동력 10' 취재를 위해 중국 선전의 DJI 본사를 방문하기 전까지 너무나 생소한 이름이었죠.
간단히 설명하면 DJI는 ‘드론계의 애플’로 불리는 중국 기업입니다. 샤오미나 알리바바도 못 이룬 ‘세계 1위의 꿈’을 실현한 최초의 중국 기업이기도 하고요. 세계적으로 사진 촬영이나 취미용으로 사용하는 민간용 드론의 70%가 DJI 제품입니다. 아직 주식시장에 상장하지 않은 DJI의 기업가치는 100억 달러(12조원)로 추산됩니다. 수치로 살펴본 DJI의 내공은 만만치 않습니다.
◇숫자로 본 드론계의 ‘애플’ DJI
♦ 설립자 겸 CEO: 왕타오(36)
♦ 설립: 2006년
♦ 매출: 2011년 420만 달러, 2013년 1억3000만 달러, 2014년 5억 달러, 2015년 10억 달러(추정)
♦ 연간 상업용 드론 판매량: 40만여 대(2014년 기준)
♦ 민간 드론 시장 점유율: 70%
자료: Frost &Sullivan
이런 DJI가 왜 해외 시장의 첫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로 한국을 택했을까요. 11일 만난 DJI코리아의 문태현 법인장에게서 답을 찾았습니다.
3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먼저 세계 최고의 IT 인프라 때문이랍니다. 한국 국민 80% 이상이 3G 이상의 모바일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죠.
둘째로 한국 소비자는 기계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을 뜻하는 ‘Tech-Savvy’ 라는 말도 했습니다. 드론처럼 잘 몰랐던 물건에 대한 거부감이 적어 거리낌이나 거부감이 덜 하다는 것이죠.
셋째로 세계 최고 수준의 콘텐트를 생산해 한류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드론이 많이 쓰이는 영상 촬영 분야를 선도하며 양질의 콘텐트를 쏟아낼 인재가 한국엔 많기 때문이랍니다. 이런 인재들이 드론을 체험하고 배우며, 콘텐트에 대한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 바로 ‘DJI 한국 플래그십 스토어’라는 설명입니다.
이날 개장에 맞춰 DJI는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을 탑재한 ‘팬텀4’ 모델을 소개하기도 했는데요, 어떤 드론이 있는지 제가 직접 방문해 살펴봤습니다.
DJI 매장은 지하철 홍대입구역 근처에 자리했습니다. 면적은 870㎡(약 260평) 규모이고요. 매장 앞 유리를 통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공간이 있습니다. 바로 드론 체험존인데요. 중국 선전 매장에도 한국과 같은 공간이 있습니다. 이 곳에선 DJI의 파일럿이 비행 데모를 진행하면서 방문객에게 제품의 특징을 설명합니다. 방문객들은 이 곳에서 직접 조종 체험도 가능합니다.
매장 1층과 2층은 DJI 제품 전시장입니다. 팬텀 시리즈를 비롯해 인스파이어, 핸드헬드 카메라인 오즈모 등을 볼 수 있습니다. DJI는 드론의 두뇌 역할을 하는 ‘플라이트 컨트롤러(Flight ControllerㆍFC)’와 기체 움직임에 관계없이 카메라를 일정한 기울기로 유지하는 기구인 ‘짐벌’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드론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단연 신제품인 ‘팬텀4’였습니다. 가장 큰 특징은 인공지능을 탑재했다는 점인데요. 장애물 감지 시스템을 통해 비행 중 스스로 전방 장애물을 인식해 피해서 날 수 있습니다. 또 기존 스틱을 이용한 복잡한 비행 조종 기술 대신 ‘탭 플라이’라는 걸 적용해 '스크린 터치' 만으로 드론을 움직일 수 있게 했습니다.
앞서 중국에서 만난 DJI 비행팀의 이재홍씨가 시연을 위해 한국을 찾았는데요. 그는 기자를 보자마자 “탭 플라이 때문에 우리 같은 드론 조종사들 일자리도 없어지게 생겼다”고 하소연했습니다.
팬텀 4엔 '액티브 트랙'이란 기능도 탑재했습니다. 사용자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의 스크린 터치로 지정한 '특정 물체'를 자동으로 추적하면서 촬영하는 기능인데요. 예컨대 앱에서 액티브 트랙킹 모드를 활성화한 뒤, 조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탄 사람 등 특정인이나 물체를 지정하면 드론이 이를 추적하면서 영상을 찍습니다.
< 팬텀4 촬영 영상 >매장 내부엔 또 여러 대의 TV도 달려 있습니다. 디지털 영상 갤러리인데요. 각국에서 DJI를 통해 촬영한 영상과 사진들이 끊임없이 나오며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DJI 매장엔 A/S 센터와 드론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곳도 마련돼 있습니다. 소프트웨어를 갱신하거나 방문 수리를 위한 예약 접수 등 고객을 지원하는 곳입니다.
DJI의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프랭크 왕은 홍대에 매장을 만드는 이유에 대해 “지역 예술과 인디 음악, 그리고 팝 문화가 서로 어울려 만들어 내는 독특한 문화적 배경이 존재하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또 “한국 시장은 드론 분야에서 강한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우리 매장을 방문하는 모든 고객들에게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매장 지하 1층의 'Hall of Inspire'라는 공간은 인디밴드들의 공연 장소 등으로 사용할 예정입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