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ㆍ경호비는 1600만$’ 실리콘밸리 회사들의 ‘보스 지키기’
2016.05.07.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민상식 기자ㆍ김세리 인턴기자]‘연봉은 1달러(1155원), 경호비용은 1600만달러(185억원)’
 
세계 최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의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32)의 얘기다. 저커버그의 1년 연봉은 1달러에 불과하지만 지난 5년간 쓴 경호비용은 1600만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산됐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페이스북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저커버그의 경호비용은 지난해 426만달러(49억원)로 집계됐다. 그는 2014년 560만달러(65억원)를 포함해 지난 5년 동안 신변안전 보호 비용으로 1600만달러(184억7000만원) 이상을 썼다. 애플의 팀 쿡(20만9000달러) CEO와 구글 지주사인 알파벳의 에릭 슈미트(30만3000달러) 회장의 경호비용을 훨씬 능가한 수치다. 저커버그의 경호 비용에는 자택 보안시스템과 개인 전용기 경비도 포함됐다.  

마크 저커버그가 경호팀과 함께 아침 조깅을 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이처럼 막대한 자금을 저커버그의 경호비용으로 사용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난해부터 이슬람 수니파 급진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중심으로 저커버그와 그의 가족을 향한 살해 협박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월 IS가 공개한 25분짜리 동영상은 저커버그를 정조준했다. 저커버그의 사진이 화염에 불타거나 총기난사로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이 여러군데서 포착됐다.

이는 그동안 페이스북은 펼쳐온 대(對)테러 정책과 연관이 깊다. 페이스북은 테러단체의 잠재적인 활동이 자사 플랫폼에서 이뤄지는 걸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 왔다. 총기소지 위험을 알리기 위해 총기관련 광고를 금지했고, 이름에 ‘총(Gun)’자가 들어간 계정을 삭제하는 등 제재를 가하기도 했다. IS는 동영상에서 “우리의 계정을 없앤다면 당신들 사이트 자체는 물론 당신(마크 저커버그)의 이름까지 폭파시켜버릴 것”이라며 으름장을 놨다. 

이슬람 수니파 급진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는 총알이 박힌 마크 저커버그와 트위터 잭 도시 CEO의 사진을 동영상으로 올렸다.

  
이 사건 직후, 저커버그의 캘리포니아 저택 주변엔 16명의 개인 경호원들이 배치됐다. 집 근처 경호팀 차량인 검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도 수십대로 늘었다. 페이스북 측은 마크 저커버그 보호에 들이는 막대한 비용에 대해 “회사 수익과도 연결되는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에 굉장히 중요한 사람”이라며 “요즘 그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위협들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회사 차원에서도 우리의 창업자이자 회장이자 CEO인 그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저커버그의 경호비용은 지난해 426만달러로 전년보다 134만달러 줄었다. 이와 관련 페이스북 대변인은 “최고운영자(COO) 셰릴 샌드버그(Sheryl Sandbergㆍ46)의 치안보호에 더 투자하기 위해서였다”라고 설명했다. 페이스북에서 가장 높은 월급을 받는 2인자 셰릴 샌드버그의 작년 한해 연봉은 1870만달러(215억5000만원). 같은 기간 그의 경호에 들어간 돈은 120만달러(13억800만원)였다.

마크 저커버그(왼쪽)와 오라클의 래리 앨리슨은 회사로부터 연봉 1달러를 받고 있다.


다른 실리콘밸리 회사들도 CEO의 안전에 많은 돈을 들이는 것은 마찬가지다. 2014년 SEC 조사에 따르면, 사회관계망서비스 트위터는 한해 동안 잭 도시(Jack Dorseyㆍ39) 보호에 6만8500달러를 썼다. 오라클 CEO 래리 앨리슨(Larry Ellisonㆍ71)의 연평균 경호비용은 150만달러였다. 앨리슨은 저커버그처럼 연봉 1달러를 받고 있다. 또 세일즈포스는 같은 명목으로 마크 베니오프(Marc Benioffㆍ51)에 144만9000달러를, 아마존은 제프 베조스(Jeff Bezosㆍ52)에 160만달러를 지출했다.
 
이밖에 인텔 CEO 브라이언 크라자니크(Brian Krzanichㆍ55)는 3만9000달러, 최근 퇴진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야후의 마리사 메이어(Marissa Mayerㆍ40)는 2만6800달러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seris@heraldcorp.com

[J가 가봤습니다] '드론계 애플' DJI 한국 상륙… 홍대 매장

중앙일보 2016.03.11 18:08
‘윙윙~’. 사람이 타지 않고 무선 전파 유도에 따라 움직이는 비행체. 바로 '드론(Drone)'이 하늘을 날며 내는 소리입니다. 마치 ‘벌이 윙윙거리는 소리’와 같다고 해서 같은 뜻인 ‘드론’으로 불리기 시작했죠. 서울에서 이제 이 윙윙거리는 드론 소리를 더 자주 듣게될 것 같습니다.

중국 선전에 본사가 있는 세계 최대의 드론 생산업체인 DJI가 서울 홍대 인근에 첫 번째 해외 플래그십 매장을 냈기 때문이죠. 이 매장은 DJI 본사가 있는 중국 선전의 매장 이후 세계 두 번째의 오프라인 매장이기도 합니다.

DJI란 이름이 낯설다고요? 네, 그럴 수 있습니다. 저도 지난 1월 중앙일보 신년기획인 '신성장 동력 10' 취재를 위해 중국 선전의 DJI 본사를 방문하기 전까지 너무나 생소한 이름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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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DJI 플래그십 스토어 전경

간단히 설명하면 DJI는 ‘드론계의 애플’로 불리는 중국 기업입니다. 샤오미나 알리바바도 못 이룬 ‘세계 1위의 꿈’을 실현한 최초의 중국 기업이기도 하고요. 세계적으로 사진 촬영이나 취미용으로 사용하는 민간용 드론의 70%가 DJI 제품입니다. 아직 주식시장에 상장하지 않은 DJI의 기업가치는 100억 달러(12조원)로 추산됩니다. 수치로 살펴본 DJI의 내공은 만만치 않습니다.

◇숫자로 본 드론계의 ‘애플’ DJI

♦ 설립자 겸 CEO: 왕타오(36)
♦ 설립: 2006년
♦ 매출: 2011년 420만 달러, 2013년 1억3000만 달러, 2014년 5억 달러, 2015년 10억 달러(추정)
♦ 연간 상업용 드론 판매량: 40만여 대(2014년 기준)
♦ 민간 드론 시장 점유율: 70%

자료: Frost &Sullivan

이런 DJI가 왜 해외 시장의 첫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로 한국을 택했을까요. 11일 만난 DJI코리아의 문태현 법인장에게서 답을 찾았습니다.

3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먼저 세계 최고의 IT 인프라 때문이랍니다. 한국 국민 80% 이상이 3G 이상의 모바일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죠.

둘째로 한국 소비자는 기계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을 뜻하는 ‘Tech-Savvy’ 라는 말도 했습니다. 드론처럼 잘 몰랐던 물건에 대한 거부감이 적어 거리낌이나 거부감이 덜 하다는 것이죠.

셋째로 세계 최고 수준의 콘텐트를 생산해 한류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드론이 많이 쓰이는 영상 촬영 분야를 선도하며 양질의 콘텐트를 쏟아낼 인재가 한국엔 많기 때문이랍니다. 이런 인재들이 드론을 체험하고 배우며, 콘텐트에 대한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 바로 ‘DJI 한국 플래그십 스토어’라는 설명입니다.

이날 개장에 맞춰 DJI는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을 탑재한 ‘팬텀4’ 모델을 소개하기도 했는데요, 어떤 드론이 있는지 제가 직접 방문해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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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앞 DJI 매장 전경

DJI 매장은 지하철 홍대입구역 근처에 자리했습니다. 면적은 870㎡(약 260평) 규모이고요. 매장 앞 유리를 통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공간이 있습니다. 바로 드론 체험존인데요. 중국 선전 매장에도 한국과 같은 공간이 있습니다. 이 곳에선 DJI의 파일럿이 비행 데모를 진행하면서 방문객에게 제품의 특징을 설명합니다. 방문객들은 이 곳에서 직접 조종 체험도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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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I 매장 내부의 플라잉 존

매장 1층과 2층은 DJI 제품 전시장입니다. 팬텀 시리즈를 비롯해 인스파이어, 핸드헬드 카메라인 오즈모 등을 볼 수 있습니다. DJI는 드론의 두뇌 역할을 하는 ‘플라이트 컨트롤러(Flight ControllerㆍFC)’와 기체 움직임에 관계없이 카메라를 일정한 기울기로 유지하는 기구인 ‘짐벌’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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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I 전시장의 드론들

드론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단연 신제품인 ‘팬텀4’였습니다. 가장 큰 특징은 인공지능을 탑재했다는 점인데요. 장애물 감지 시스템을 통해 비행 중 스스로 전방 장애물을 인식해 피해서 날 수 있습니다. 또 기존 스틱을 이용한 복잡한 비행 조종 기술 대신 ‘탭 플라이’라는 걸 적용해 '스크린 터치' 만으로 드론을 움직일 수 있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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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중국에서 만난 DJI 비행팀의 이재홍씨가 시연을 위해 한국을 찾았는데요. 그는 기자를 보자마자 “탭 플라이 때문에 우리 같은 드론 조종사들 일자리도 없어지게 생겼다”고 하소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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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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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텀 4를 조종하는 이재홍씨

팬텀 4엔 '액티브 트랙'이란 기능도 탑재했습니다. 사용자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의 스크린 터치로 지정한 '특정 물체'를 자동으로 추적하면서 촬영하는 기능인데요. 예컨대 앱에서 액티브 트랙킹 모드를 활성화한 뒤, 조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탄 사람 등 특정인이나 물체를 지정하면 드론이 이를 추적하면서 영상을 찍습니다.
< 팬텀4 촬영 영상 >

매장 내부엔 또 여러 대의 TV도 달려 있습니다. 디지털 영상 갤러리인데요. 각국에서 DJI를 통해 촬영한 영상과 사진들이 끊임없이 나오며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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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I 매장 내부

DJI 매장엔 A/S 센터와 드론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곳도 마련돼 있습니다. 소프트웨어를 갱신하거나 방문 수리를 위한 예약 접수 등 고객을 지원하는 곳입니다.

DJI의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프랭크 왕은 홍대에 매장을 만드는 이유에 대해 “지역 예술과 인디 음악, 그리고 팝 문화가 서로 어울려 만들어 내는 독특한 문화적 배경이 존재하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또 “한국 시장은 드론 분야에서 강한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우리 매장을 방문하는 모든 고객들에게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매장 지하 1층의 'Hall of Inspire'라는 공간은 인디밴드들의 공연 장소 등으로 사용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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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1층 홀 기자회견 모습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파리 테러 일주일…알고있는 것과 알아야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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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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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경찰의 검거작전 과정에서 숨진 파리테러 총책 아바우드


지난 13일(현지시간) 파리 시내 바타클랑 극장과 스타드 드 프랑스 축구경기장, 식당과 카페에서 연쇄 테러가 발생한지 1주일이 흘렀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시리아에서 기획돼 벨기에에서 준비됐고 파리에서 실행됐다"고 설명할만큼 추적이 어려웠던 테러였다.

주동자 압델하미드 아바우드(27)는 올해 최소 4~6건의 테러를 모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살되기 전에도 또 다른 테러조와 라데팡스 및 샤를 드골 공항 테러를 준비 중이었다. 사망한 7명의 용의자 및 검거된 10여 명의 용의자들은 대부분 유럽 특정 지역 출신 20대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타깃은 무고한 민간인이었다. 129명의 사망자를 낸 최악의 참사를 이슬람 극단주의 IS의 소행으로 단순 규정짓고 넘어갈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동네 친구들 사이에서 솟아난 극단주의

아바우드를 비롯한 일부 주동자들이 벨기에 몰렌베이크 출신이라는 점은 일찌감치 주목된 사실이다. 실업율이 높고 주택공급율은 떨어지는 몰렌베이크는 유럽의 지하디스트 소굴로 알려져있다. 청년층의 40%는 실직 상태며 지하철역은 날치기로 악명이 높다.

도주 중인 8번째 용의자 살라 압데슬람(26)도 5년 여 전에는 운수회사에 근무했으나, 주거침입죄로 형을 살고 나온 2011년부터는 무직이었다. 테러 총책 아바우드와는 어린 시절부터 가깝게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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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주중인 파리테러 용의자 압데슬람


주요 용의자들의 가족은 하나같이 이들이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 다녔으며 가끔 사원에는 나갔으나 크게 종교에 열광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검거 작전 중 자폭한 아바우드의 여자 사촌 하스나 아이트불라첸은 쿠란도 읽지 않았고 술을 마시는 등 세속적인 생활을 해왔으나, 최근 들어서야 히잡을 쓰고 다녔다고도 전해졌다.

그랬던 이들이 한동네 아랍계 커뮤니티에서 어느 순간 극단주의 사상을 접했다. 시리아로 넘어가 IS 본거지에서 훈련받은 뒤 고국에 재투입 됐다. 아바우드의 부친은 변호사에게 "2013년부터 아들이 급진주의화 됐다"고 말했다. "아들이 죽은 게 다행"이라고까지 했다. 최근 몇년 간 IS에 가담하기 위해 시리아로 간 외국인이 수만 명 수준임을 감안할 때, 이제 이들이 어느 정도 훈련된 상태로 유럽에 귀향할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사회·경제적 차별과 편견 속에서 박탈감을 키운 아랍계 젊은이들이 '종교' 자체 보다도 '극단주의'에 투신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칼리파 국가 건설을 위한 서방 진출의 야심을 갖고 있는 IS로서는 유럽에서 나고 자란 아랍계 2세, 3세를 포섭할 실익이 있다. IS는 이런 젊은이들에게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일대일 상담을 해주겠다고 접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례없는 반(反) 난민 정서 확산 우려

앞서 이번 테러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된 한 용의자에게서는 시리아 여권이 발견돼 한때 시리아 난민이 테러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여권은 가짜로 확인됐다. 또 테러범이 실수로 신분을 드러낼 짓을 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추정돼, 반 난민 정서를 부추기려고 일부러 가짜 여권을 소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금까지 확인된 테러 용의자 8명은 모두 유럽 국적이다.

실제로 유럽 난민 사태가 심화됨에 따라 반 이민 및 반 무슬림 정서는 유럽 전역을 뒤덮고 있다. 영국 이슬람인권위원회(IHRC)의 최근 보고서는 영국에 거주하는 무슬림이 모욕적 언사와 폭력을 당하는 사례가 5년새 급증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슬라모포비아(이슬람 혐오)를 직접 목격한 적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2010년 50%에서 2014년 82%로 늘어났다.

IHRC는 특히 조사 대상자의 절반 이상이 정치권의 무슬림 차별법 추진을 용납할 수 있다고 답했다는 점을 주목했다.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을 법제화하는 것까지 용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난민에 관대하다는 평가를 받는 스웨덴 같은 나라에서도 난민 유입을 반대하는 우파가 힘을 얻고 있다. 반이민주의를 내세우는 스웨덴민주당은 "다양한 문화가 서로 나란히 존재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은 거짓말"이란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다문화의 평화적인 공존 가능성을 아예 부인한 것이다. 난민에 나랏문을 활짝 열었던 독일에서는 불과 몇달 만에 '유럽의 이슬람화를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PEGIDA)'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우파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프라우케 페트리 당수는 "창문을 열어놓는 건 도둑보고 들어오라고 초대하는 것과 같다. 국경을 열어놓는 것도 마찬가지다"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는 비단 유럽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파리 테러 직후 한 택시기사가 승객으로부터 무슬림으로 오해받아 총기 위협을 당하는 사건도 있었다. 19일에는 시리아 난민 수용 정책에 제동을 거는 법안이 하원을 통과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파리 테러를 기점으로 유럽의 문은 다시 굳게 닫힐까. 현재로서는 유럽연합(EU) 26개 국가 내 자유로운 왕래를 보장하는 솅겐조약 지속 여부마저 불투명하다. 앞으로는 신원 조회를 거친 후 테러 등과 무관한 것으로 확인돼야 통행을 허가할 가능성도 있다. 경제적 이동의 자유를 원했던 유럽의 꿈이 이제 지하디스트 이동의 자유로 탈바꿈했다는 탄식이 터져나오고 있다. 체코 보후슬라프 소보트카 총리는 "솅겐은 믿을 수가 없고, 스스로 국경을 지킬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가 누구를 위해 문을 열어두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치적 혼란은 일상의 폭력으로 번진다. 독일 연방범죄수사국(BKA)은 올 들어 지금까지 난민수용소가 공격받은 건수가 총 714건이라고 발표했다. 2014년에는 총 199건이었다.

◇공습 무용론 가운데 미·러 머리 맞댈 수 있을까

파리 테러 응징의 의미로 프랑스는 대규모 시리아 공습에 나선 상태다. 하지만 시리아 공습 무용론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그간 미 연합군이 숱하게 공습을 퍼부었지만 IS는 멀쩡하다. 최근 며칠 간의 공습이 실제 IS 주둔지를 제대로 겨냥했는지조차 불확실하다. IS는 프랑스가 자신들이 버린 지역만 폭격했다고 주장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IS 격퇴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꾸준히 받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상군을 투입해 IS를 제거한다 해도 또 다른 극단주의 태동까지 막을 수는 없다고 주장해왔다. 극단주의가 어디에서도 지지를 얻지 못하도록 세력을 축소시키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나 대선을 앞둔 미국 정치권에서는 공화당 후보들을 위시로 지상군 투입 필요성이 매일같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조차 지상군 투입에는 반대하면서도 "우리의 목표는 IS를 막거나 봉쇄하는 것이 아니라 격퇴하고 파괴하는 것이어야 한다"면서 '새로운 국면'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간 시리아 정권 진퇴를 놓고 대리전 양상을 벌이던 미국과 러시아가 초유의 사태를 계기로 힘을 모을 여지도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앞서 러시아 여객기 추락도 IS의 소행으로 밝혀진 만큼, 양국이 공동의 목표를 갖고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미국과 러시아를 협력의 장으로 불러냈다는 측면에서, "IS가 어떤 외교관도 해내지 못한 성과를 이룩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남은 과제…정보력 구멍과 IS 전술 변화에 맞설 대안 있어야

한편 아바우드 사살 이후에도 남은 의문점은 테러 전부터 국제적 지명수배 중이었던 아바우드가 어떻게 유럽으로 들어올 수 있었는지 여부다. 이번 사건 전까지만 해도 정보당국은 아바우드가 시리아에 체류 중인 것으로 파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프랑스 베르나르 카즈뇌브 내무장관이 "다른 EU 국가로부터 아바우드가 유럽에 있다는 어떤 정보도 받지 못했다"고 책임 전가식 발언을 해 벨기에 등이 발끈하기도 했다.

테러리스트들이 프랑스를 겨냥하고 있다는 정황도 다수 있었다. BBC에 따르면 지난 2월 벨기에 출신 IS 조직원 2명은 프랑스를 공격하겠다는 동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런 정황상 프랑스 등 유럽 정보력에 구멍이 생긴 것 아니냐는 비판은 면키 힘들 전망이다.

하지만 보안 전문가들은 테러리스트들이 '소프트 타깃'을 테러 대상으로 잡으면 사실상 막기가 힘들다고 지적한다. 전 대외안보총국(DGSE) 대테러국의 한 관계자는 프랑스 보안 당국이 오래 전부터 이 같은 테러를 우려해왔다고 전했다. 특히 좁은 공간에 타깃을 몰아넣고 무차별적·동시다발적으로 살해할 경우가 가장 막기 어렵다며, 2008년 뭄바이에서 테러리스트가 대중이 밀집한 건물 내에 총격을 퍼부었던 사건을 예로 들었다.

IS는 러시아 여객기 폭탄 테러 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지금껏 중동 지역 영토 확장에만 집중했던 것과 달리 민간인 상대 대규모 테러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 9.11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 식으로 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한 대안을 내놓는 것도 앞으로의 과제다.

한편 프랑스는 내년 2월까지 3개월간 국가비상사태를 연장하기로 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내주 오바마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을 만나 지하디스트 파괴를 위한 국제적 공조를 모색할 방침이다. 러시아와 서방이 IS 국면에서 협력을 도모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www.nocutnews.co.kr)

[국제 핫이슈]러시아, 여객기 추락 폭탄테러 공식 인정…IS는 폭탄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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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서울=뉴시스】러시아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코갈림아비아(메트로제트)항공 소속 여객기가 '테러 공격'으로 이집트 시나이 반도에서 추락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 지난 10월31일 사건이 발생한 지 18일 만이다. 앞서 극단이슬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러시아 여객기 추락을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지만, 러시아 정부가 테러 공격에 따른 추락을 최초 공식 인정한 것이다.

알렉산드르 보르트니코프 연방보안국(FSB) 국장은 17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테러 행위가 명백하다"고 공식적으로 보고했다. 보르트니코프 국장은 "항공기 잔해에서 폭발 흔적이 발견됐다"면서 "여객기가 테러 공격에 따라 추락한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또 비행 과정에서 TNT 1.5㎏ 상당의 사제 폭발물이 터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객기를 추락시킨 테러조직이 IS인지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않았다.

18일 러시아 언론 코메르산트는 사고 여객기가 기내 승객 좌석 밑에 설치한 폭탄이 터지면서 변을 당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러시아 수사 당국자를 인용해 이집트 시나이 반도에 떨어진 여객기가 기체 뒤쪽 꼬리날개에 인접한 좌석 아래에 누군가 장착한 폭발물로 공중 분해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하루 뒤인 19일, IS는 자체 발간하는 영어판 온라인 잡지 최신호에 '독점- 러시아 여객기를 떨어트린 급조폭발물(IED)'이라는 설명을 붙인 사진 1장을 공개했다. 사진에는 음료 브랜드 스웹스 골드 소다의 노란색 캔과 급조폭발물 제조에 사용한 재료들이 찍혀 있었다.

파리 테러에 이어 러시아 여객기까지 IS가 저지른 것으로 사실상 드러나자, 러시아 군당국은 전략폭격기를 동원해 IS의 거점 지역인 시리아 락까를 연일 맹폭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파리 테러 발생 이틀 뒤인 지난 15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터키 안탈리아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머리를 맞대고 앉아 시리아 및 IS 대응 방안에 대해 심도있는 대화를 나눴다. 지난 9월30일 러시아가 시리아 폭격을 단행하자 미국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던 때와 비교하면 180도 달라진 분위기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시리아 내전 개입을 둘러싸고 반목했던 두 정상이 IS란 '악마'를 쳐부수기 위해서 손을 맞잡을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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