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상도 청룡봉사상 심사, '장자연 대책반'→경찰 특진 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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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위, 강효상 지목해 "2009년 조선일보 '장자연 대책반'의 중심"
강효상, 2013년부터 3년 동안 심사위원 활동…특진시킨 경찰관 10명 이상
조현오 협박 당사자로 지목된 이동한 전 사회부장은 2010년 심사위원
"경찰이 수사무마·외압 의혹 핵심인물들에게 인사권 넘겨준 셈" 비판도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 (사진=연합뉴스)
과거 장자연 사건 경찰 수사 무마를 위한 조선일보 '대책반'의 중심인물로 지목된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이 청룡봉사상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로서는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인물에게 '특진 심사'까지 맡긴 셈이어서 굴욕을 자처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 2009년 '장자연 대책반' 핵심인물, 2013~2015년 경찰 특진 심사

강 의원은 조선일보 편집국장을 지냈던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매해 청룡봉사상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 세 차례 열린 시상식에서 상을 받아 1계급 특진한 경찰관은 공개된 이들만 11명에 이른다.  

이 때의 강 의원은 경찰 인사에 관여한 조선일보측 심사위원이었지만, 그보다 몇해 전인 2009년 장자연 사건 관련 경찰 수사를 무마하려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장자연 사건 재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강 의원을 '경찰 수사 무마·외압 의혹의 핵심인물'로 지목했다.  

과거사위는 그 해 조선일보가 경영기획실장이었던 강 의원을 중심으로 대책반을 만들어 장자연 사건에 대처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조선일보 이동한 사회부장이 조현오 경기지방경찰청장을 협박한 사실이 인정되며, 강희락 당시 경찰청장도 '이 부장이 경찰 조사를 막으려 했다'고 진술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과거사위는 2009년 경찰의 중간조사결과 발표 직전에 강 의원으로부터 "경찰에 출석해 방상훈 사장과 장자연이 무관하다고 진술해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는 사건 관련자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 인사는 실제로 경찰에 자진 출석해 강 의원이 부탁한 취지대로 진술한 것으로 과거사위는 파악했다. 

◇ '조현오 협박' 이동한 전 부장에 이어 장자연 사건 관여 의혹 인물들 심사위원에

제 46회 청룡봉사상 시상식 현장(자료사진)
수사 무마를 위해 직접 경찰 수뇌부를 협박했다는 이 전 사회부장은 2010년 이 상의 심사위원이었던 것으로 확인돼 이미 한차례 논란이 일었었다.  

이 전 부장에 이어 강 의원까지 청룡봉사상 심사위원이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경찰이 상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물픔표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과거사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사에 외압을 넣은 주체들이 줄줄이 경찰 특진 인사에 개입한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사건이 불거진 2009년에는 장자연 수사에 관여한 경기지방경찰청 소속 A 경찰관이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조선일보의 경찰 인사개입도 논란거리지만, 역대 심사위원과 일부 수상자들의 면면도 경찰 신뢰도를 깎아내리는 모양새다. 

지난 13개월 동안 장자연 사건을 면밀히 살펴본 대검 진상조사단은 '청룡봉사상 경찰특진 혜택을 폐지해야 한다'는 결론을 만장일치로 도출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민갑룡 경찰청장은 현재까지는 올해도 조선일보 특진심사 제도를 유지한 채 청룡봉사상을 진행하며 시상식에도 직접 참석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강 의원은 한미 정상회담간의 비공개 통화 내용을 고교 후배인 주미 한국대사관 참사관으로부터 듣고 공개해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이기도 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외교상 기밀누설 혐의로 강 의원을 검찰에 고발하고 국회의원 제명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강 의원은 과거사위의 장자연 사건 조사 결과에 대해 "'대책반'은 당시 잘못된 언론보도로 인한 명예훼손에 대해 조선일보 경영기획실 내의 고유 업무인 법적 방어조치를 담당하는 상설 소송팀"이라며 "본 의원의 명예를 실추시킨 작태에 대해 모든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盧 전 대통령이 남긴 메모… "잿밥에 눈 먼 정치인, 썩어빠진 언론"

  • 등록 2019-05-22 오전 9:46:05

    수정 2019-05-22 오전 9:4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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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남긴 친필메모가 공개됐다.

뉴스타파는 21일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이 2003년 3월부터 2008년 2월까지 남긴 친필 메모를 입수해 일반에 공개했다. 대통령이 남긴 친필 메모는 대통령실 기록관리비서관실에서 수집해 대통령기록물로 보존하고 있다.

올해 1월 기록관이 공개 대상으로 분류한 노 전 대통령 기록물 2만223건 가운데 친필 메모는 266건으로, 메모에는 노 전 대통령이 정국과 관련해 남긴 생각, 심경 등이 솔직히 담겨 있다.

메모들 가운데는 공식석상에서도 직설을 마다하지 않았던 노 전 대통령의 성격을 엿볼 수 있는 내용도 적지 않다. 2006년 대통령보고서에 남은 메모에는 집권 후 대통령 탄핵 발의 사태로까지 이어진 정부 흔들기에 대한 좌절감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노 전 대통령은 “끝없이 위세를 과시한다. 모든 권위를 흔들고 끝없이 신뢰를 파괴. 기준도 없이 흔드는 것이 부지기수. 꼭 필요하다고 주장해놓고, 막상 추진하면 흔드는 것도 한둘이 아니다”고 적었다. 주체를 적시하지는 않았으나, 자신의 집권 후 정부 정책에 적대적이었던 야당과 언론 등의 행태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미디어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보수언론에 대한 언급은 이외에도 여러 차례 나온다. 집권 후반기인 2007년 3월 쓰인 수석보좌관 회의 메모에는 “언론과의 숙명적인 대척”이라는 의미심장한 문구가 보이며, 같은 시기 대통령보고서 메모에는 “식민지 독재정치 하에서 썩어빠진 언론”이라는 거친 표현도 등장한다.

노 전 대통령은 정치인들이 사적 이익만 추구하는 행태를 비난하기도 한다. 메모에는 “대선잿밥에 눈이 먼 양심도 소신도 없는 일구이언하는 정치인들. 사리사욕 이기주의의 동맹”이라는, 당시 정세에 대한 단상이 가감없이 적혀있다.

이 메모에는 자신의 퇴임 이후 구상으로 보이는 내용도 등장한다. “대통령 이후, 책임 없는 언론과의 투쟁을 계속할 것. 부당한 공격으로부터 정부를 방어할 것”이라는 메시지가 보이며, “천박하고 무책임한 상업주의, 대결주의 언론 환경에서는 신뢰, 관용이 발 붙일 땅이 없기 때문”이라는 현실 인식도 드러난다.

한편 뉴스타파는 노 전 대통령의 친필 메모들을 PDF 파일로 구성해 공개했다. 이 메모들은 뉴스타파 홈페이지에 연결된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내려 볼 수 있다.

[단독]국회의원 정수 확대되면 1인당 34억원 추가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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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예산정책처 추계 결과  
정치권 일각 30명 확대 주장  
실현 땐 최소 1041억원 필요
 

내년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의원정수가 확대될 경우 임기 4년 동안 국회의원 1인당 총 34억여 원의 추가 예산이 소요된다는 추계 결과가 21일 나왔다.

선거제도 개혁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이후 정치권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의원 30명을 늘릴 경우 4년 동안만 1000억 원의 예산이 더 들 수 있다는 얘기여서, 의원정수 확대 논의가 본격화할 경우 여론의 반발이 예상된다.

정갑윤 자유한국당 의원이 이날 국회예산정책처에 의뢰해 분석·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내년 총선에서 국회의원 정수가 늘어날 경우 의원수당과 의원실 운영경비, 보좌진 인건비 등을 포함해 21대 국회의원 임기(2020년 5월~2024년 5월) 동안 1인당 총 34억7100만 원의 추가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는 보좌진 인건비가 23억9100만 원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의원수당이 6억6100만 원, 의원실 운영비 4억1900만 원 순이었다. 

예산정책처는 국회의원 1인 증원 시 현재와 동일한 보좌진 수(8명)를 유지한다고 가정할 경우 추가 재정 소요 규모는 오는 2029년(10년 누적)까지 76억800만 원, 2039년(20년 누적)까지 160억700만 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여야 4당은 지난달 선거제도 개편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면서 의원정수를 현행 300명으로 유지하기로 합의했으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요구하며 협상을 주도한 평화당과 정의당에서는 의원 수를 최소 30명 이상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았다. 이 같은 의견이 받아들여질 경우 21대 국회 임기 동안 약 1041억3000만 원의 추가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의원정수를 늘리는 대신 세비를 삭감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일단 정수가 확대되면 중장기적으로 예산 증가는 피할 수 없다는 반론이 나온다.

정 의원은 “최근 일부 야당에서 의원정수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패스트트랙 전후의 입장이 이처럼 달라지는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의원정수가 늘면 결국 국민 혈세가 투입돼야 하는데 국회의원 수 축소는 국민의 요구인 만큼 민의를 따르는 것이 진정한 선거법 개혁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 

 

세금을 구입한 도서목록 공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뉴스타파가 국회예산 중 입법 및 정책개발비 지출내역을 분석한 결과 지난 5년간 국회의원 도서구입비 지출 비용은 1억 2천여만 원인 것으로 확인했다. 모두 400 건으로 기간은 2012년 6월부터 2017년 4월까지다.

지출월 금액(단위: 원) 비율
1월 4,898,080 4.06%
2월 4,217,070 3.50%
3월 4,805,780 3.99%
4월 5,202,600 4.32%
5월 9,958,600 8.26%
6월 7,437,690 6.17%
7월 3,961,940 3.29%
8월 5,421,390 4.50%
9월 7,530,260 6.25%
10월 7,204,970 5.98%
11월 10,328,540 8.57%
12월 49,177,210 40.80%
미 기재 400,200 0.33%
총액 120,544,330  

▲ 월별 국회의원 도서구입비 지출내역 (기간 2012년 6월 ~ 2017년 4월)

국회의원들의 도서구입 지출은 매년 12월에 집중됐다. 12월에만 전체의 40%가 넘는 4천 9백여만 원을 구매했다. 12월을 제외하고는 모든 달에서 천만 원 이하였다. 왜 12월에 몰릴까? 일부 의원실은 실제 12월에 한꺼번에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영수증을 모아서 12월에 제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취재 중 만난 모 의원실 보좌관은 다른 설명을 했다.

안 쓰면 그냥 다시 국고에 환수되는 거니까. 이왕 나온 예산 써야 되지 않겠어요.

000 의원실 보좌관

실제 책을 구입하는데 쓰는 예산 항목인 입법 및 정책개발비는 의원 1인당 한해 4,500만 원 가량이지만, 의원실이 신청할 경우 사후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신청하지 않을 경우 불용 처리된다.

의원명 도서구입비
지출 건수
금액
(단위: 원)
김동철 29 14,312,040
이한성 51 8,392,770
김성찬 4 5,733,670
박인숙 27 5,182,200
강기정 6 5,167,150
이석기 52 4,490,320
김영주 3 3,665,000
민현주 7 3,570,460
윤후덕 3 3,029,940
조해진 1 3,000,000

▲ 도서구입비 지출 금액 상위 10명 국회의원 명단과 금액(기간 2012년 6월 ~ 2017년 4월)

지난 5년 동안 도서구입비가 가장 많았던 의원은 김동철 의원이다. 모두 29건으로 지출액은 1,431만 2,040 원이다. 의원실 직원은 “상임위 관련해 서적을 많이 구입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 세금으로 구입한 책이지만 국회의원들이 어떤 책을 구입했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는 없었다. 국회사무처는 뉴스타파에 각 의원별로 도서 구입 비용만 공개했을뿐, 구매목록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일부 의원실도 책 구입목록을 전부 언론에 보여줄 필요가 없다는 식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https://newstapa.org/43226

 

뉴스타파가 시민단체들(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좋은예산센터)과 함께 국회의원들이 감춰온 지출증빙자료를 확보했습니다. 국민의 세금을 감시해야할 국회의원들이 국민 세금을 오히려 낭비하거나 가로채는 행태를 고발합니다.

 

 

https://newstapa.org/tags/세금도둑추적

‘無노동 월급 1140만원’ 뻔뻔한 의원들

입력 : ㅣ 수정 : 2019-05-16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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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등골 휘는데 국회 닫고 “지금 뭐하세요?”
추경·민생 법안 등 줄줄이 쌓였는데 
지역구는 현역·예비 얼굴 알리기 ‘법석’ 
교류 명목 경쟁적 외유성 출장 행렬 
한국당 보이콧으로 5월 일정도 못 잡아 
국민들 “일 안하는데 연봉 왜 주나” 성토
텅 빈 여야 지도부 주차장 패스트트랙 지정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국회 보이콧으로 여야는 4월 임시국회를 빈손으로 허비한 데 이어 5월 임시국회 의사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 여야 지도부 전용 주차장이 텅 비어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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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텅 빈 여야 지도부 주차장
패스트트랙 지정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국회 보이콧으로 여야는 4월 임시국회를 빈손으로 허비한 데 이어 5월 임시국회 의사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 여야 지도부 전용 주차장이 텅 비어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지난달 20일 국회의원 300명의 통장에 각각 1140여만원의 월급이 들어왔다. 4월 임시국회를 열어 놓고 ‘동물국회’로 점철된 정쟁을 벌이느라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한 국회의 ‘무노동 유임금’이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반발하는 자유한국당의 국회 보이콧으로 여야는 15일에도 5월 국회 일정을 잡지 못함에 따라 오는 20일 의원들의 통장엔 어김없이 ‘무노동 월급’이 들어오게 된다.

국회 문을 닫아 놓은 지금 의원들은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까. 서울신문 취재 결과 상당수는 내년 4월 총선에 대비해 벌써부터 지역구 관리에 공을 들이고 있다. 경기도가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서울에서 약속이 있는 날을 빼고는 지역에 계속 있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지역에만 있다”고 했다. 수도권의 한 한국당 의원도 “내년 총선에서 내 지역구를 노리는 다른 당 비례대표 의원이 요즘 틈만 나면 지역구를 돌며 인사를 하고 다니는 게 신경이 쓰여 나도 되도록 지역구에 있는다”고 했다. 민주당 3선 의원의 한 보좌관은 “지역 축제와 행사가 많은 5월에 바짝 지역구를 돌아야 한다”고 했다. 한국당의 한 의원실 보좌관은 “솔직히 의원들은 지금 국회가 열리지 않는 걸 속으로 좋아할 것”이라고 했다.

외유에 나선 의원들도 많다. 국회 사무처에 5월 해외출장 일정을 신고한 여야 국회의원만 30명이다. 이석현(민주당)·함진규(한국당)·이태규(바른미래당) 의원은 16일부터 21일까지 한·아세안 의원포럼 차원으로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 등을 방문한다. 같은 날 박찬대·이용득(민주당), 이종구·주호영(한국당) 의원은 스위스와 세르비아 의원친선협회 방문 일정에 들어간다. 다만 박 의원은 당초 초청을 받긴 했지만 원내대변인 직을 맡게 되면서 출장에는 불참했다. 김진표(민주당)·정우택(한국당) 의원 등 5명은 19일 국회 한미의회외교포럼 차원에서 대표단으로 미국을 방문한다. 21일에는 김영춘(민주당)·강석호(한국당)·윤영일(민주평화당) 의원이 국내해양치유센터 도입을 위해 독일 방문에 나선다. 

최연혜(한국당)·윤준호(민주당) 의원은 오는 25일 제2차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달성을 위한 아시아·태평양지역 의회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몽골을 찾는다. 김병기·서영교·유동수(민주당) 의원과 정유섭 한국당 의원은 26일 마셜군도·피지 의원친선협회 차원에서 피지 등을 방문한다. 박병석(민주당), 김관영(바른미래당), 추혜선(정의당), 손금주(무소속) 의원 등 9명은 한반도평화번영포럼 차원에서 19일 일본을 방문한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국제 업무와 관련한 예산은 이미 잡혀 있기 때문에 요즘처럼 국회가 바쁘지 않을 때를 틈타 의원들 다수가 해외출장을 떠난다”며 “출장 갈 때는 여야 간 협치가 잘 된다”고 꼬집었다. 

의원외교가 아니라 순전히 친목 차원의 여행을 떠난 의원들도 있다. 1년 임기를 끝낸 민주당의 홍영표 전 원내대표와 원내부대표단 8명은 지난 1년간 매달 30만원씩 모은 사비를 들여 ‘쫑파티’ 차원에서 지난 11일 포르투갈로 출국했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국회의원들의 연봉 수준은 과도한데 국회 파행 등으로 실제 일하는 시간이 적다 보니 국민들은 ‘연봉을 반으로 줄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한다”며 “국회의원의 연봉·보좌진 규모 등을 결정하는 독립기구 설치에 대한 논의를 진지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2019-05-16 1면



[출처: 서울신문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90516001013&wlog_sub=svt_006#csidx080312d511b0444b0b6a882665b01af

한국 정치 요동칠 20대 국회 최대 사건

2019년 05월 07일(화) 제607호
천관율 기자 yu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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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대한 변화를 예고하는 선거제 개혁안이 국회 ‘패스트트랙’ 앞에 섰다. 민주당이 손해를 감수하면서 바른미래당의 약한 고리를 잡았기에 가능했다. 한국 정치사에서 막간극일 뻔했던 20대 국회가 중대한 구조변동을 만들고 있다.

한국 정치가 트랙을 바꿨다. 4월25일 국회에서는 선거제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등 3대 안건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에 올리는 문제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정면 충돌했다. 패스트트랙 안건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여야 합의 없이도 본회의에 올라갈 수 있다. 즉, 자유한국당의 합의를 구하지 않아도 입법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여당인 민주당과 야 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지난 3월17일 국회의원 선출에서 비례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골자로 하는 선거제도 개혁안에 합의했다. 현행 선거제도에서 정당 득표를 10% 얻었다면, 이 정당은 비례대표 의석 47석 중 10%인 4~5석을 확보하리라 기대한다. 여기에 지역구에서 승리한 의석수를 단순히 더하면 총의석수가 나온다. 하지만 4당 합의안대로 하면 총정원 300석의 10%인 30석, 거기서 다시 절반인 15석을 ‘최소한’ 기대할 수 있다(지역구에서 얻은 의석수에 따라 총의석이 더 늘어날 수 있다). 정당 지지도가 의석에 반영되는 비율이 크게 늘어난다. 비례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유권자의 정당 지지 분포와 의회 의석 분포가 더 비슷하게 된다는 의미다.
ⓒ시사IN 이명익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심상정 정의당의원(가운데 왼쪽)이
4월26일 새벽 국회 회의실을 점거 중인 자유한국당 의원 및 보좌진들과 대치하고 있다.

이것은 권력을 배분하는 규칙을 바꾸는 거대한 변화다. 비례성이 높아지면 유권자와 정치가의 전략이 따라서 바뀐다. 유권자들은, 자기 표가 의미 없이 사라질 걱정을 덜 하면서 마음에 드는 정당에 투표할 수 있다. 작은 정당이 표를 얻기 쉬워진다. 정치인들도 새 정당을 만들기 편해진다. 1등을 못 해도 의석이 생긴다. 그 결과 여러 정당이 국회로 들어온다. 이런 구도를 ‘다당제’라 부른다. 반대로 소선거구제 지역구 선거는 1등만이 의석을 갖게 되므로 유권자도 정치인도 큰 정당으로 쏠린다. ‘양당제’다.

즉 선거제도가 비례제이면 다당제를, 다수제이면 양당제를 만들어내는 경향이 있다. ‘뒤베르제 법칙’으로 알려진 원리다. 다수제 성격이 강한 선거제도 덕에 한국 정치는 민주당계 정당과 자유한국당계 정당 둘로 수렴할 운명처럼 보였다. 제도를 바꿀 권한이 있는 당사자인 국회의원들이 현재 선거제도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므로, 웬만하면 국회는 현 제도를 유지하자는 결론을 내린다. 특히 다수당일수록 현상 유지를 더 원한다. 국회는 구조적으로 현상유지파가 지배한다.

그런데 꽤 큰 변화를 예고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4당 합의로 나왔다. 심지어 이 합의를 주도한 민주당은 명백히 의석을 손해 본다. 원내 제1당이 자해에 가까운 의제를 입법 문턱까지 밀어붙였다. 자유한국당은 국회선진화법 이후 7년 만에 물리력을 꺼내드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 사건을 이해하려면, 시간 축을 달리하는 ‘3중 렌즈’가 필요하다.

■ 운명의 나흘:바른미래당이 약한 고리다

4당 원내대표가 3대 의제 패스트트랙에 최종 합의한 것은 4월22일이다. 4당은 4월25일 하루 종일 패스트트랙에 안착을 시도했다. 나흘 동안 바른미래당과 국회는 헌정사에 기록될 격동에 휘말린다. 4월23일 오전 10시. 바른미래당은 4당 합의안을 놓고 의원총회를 열었다. 의총은 네 시간 격론 끝에 결국 표 대결로 결론을 냈다. 12대 11, 한 표 차이였다. 패스트트랙 합의안은 극적으로 살아남았다. 찬성표 한 표만 마음을 바꿨다면 한국 정치는 ‘원래 가던 양당제의 길’을 계속 갔을 것이다. 이언주 의원이 당원권 정지로 의총 참석이 막혔는데, 이 의원이 들어왔다면 반대표를 던졌을 것이 확실하다. 이 의원은 패스트트랙 참여가 결정되자 바른미래당을 탈당했다.
ⓒ시사IN 이명익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4월25일 국회 의안과 문을 막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4당 합의의 약한 고리였다. 3월17일 합의 이후에도 바른미래당만 패스트트랙 추인에 실패하며 상황을 한 달 더 공전시켰다. 바른미래당에서는 ‘야당 노선’과 ‘제3당 노선’이 끊임없이 충돌했다. 야당 노선을 주창하는 의원들은 민주당과의 4당 공조를 부담스럽게 여겼다. 박근혜 탄핵 이전 새누리당 출신 보수파들이 이 노선이고, 유승민 의원이 중심축이다. 반면 제3당 노선을 주창하는 의원들은 선거제도를 바꿔야 독자생존이 가능하다는 점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2016년 총선 이전 민주당에서 쪼개진 옛 국민의당 계열이 주로 여기다. 당권도 잡고 있다. 손학규 대표, 김관영 원내대표가 이 노선이다.

바른미래당은 20대 총선이라는 독특한 예외가 만들어낸 흥미로운 신생 정당이다. 양당제 압력이 강해지던 와중에, 20대 총선은 38석 국민의당이라는 강력한 제3당을 탄생시켰다. 또한 20대 총선은 보수가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선거다. 제2당으로 밀려난 당시 새누리당은 의회 주도권을 상실했고, 박근혜 탄핵 정국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탄핵 충격파는 새누리당을 둘로 쪼개고 신생 보수당 바른정당을 탄생시켰다. 이후 헤쳐모여와 친정 복당 소동이 몇 차례 진행된 끝에, 안철수 의원을 주축으로 하는 국민의당 주류와 유승민 의원을 주축으로 하는 바른정당 독자노선파가 합당한다. 이게 바른미래당이다.

20대 국회는 양당제 토양 위에 다당제 꽃이 피어난 이질적이고 어색한 동거가 특징이다. 20대 국회의 다당 구도는 제도와 구조를 반영하는 게 아니라 그에 역행한다. 민주당계와 새누리당계가 쪼개져서 다당 구도가 형성되었으되, 토양은 본질상 양당제다. 그래서 바른미래당은 아주 독특한 운명에 붙잡힌다.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균열선, 양당제적 경계 위에 바른미래당이 걸쳐 있다. 마치 한반도가 지정학적 단층선 위에 있듯 바른미래당은 양당제적 단층선 위에 있다. 다른 시기였다면 거대 양당의 충돌이었을 전투가, 이번에는 바른미래당이라는 제3정당 내부의 논쟁으로 달리 터져 나온다.

이것은 중요한 차이를 만들어냈다. 거대 양당이 국회에서 정면충돌하면 교착상태가 발생한다. 선거제와 공수처를 둘러싼 논쟁이 거대 양당 사이에서 일어났다면, 가장 가능성 높은 결말은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는 헛돌기’다. 그런데 20대 국회의 독특한 구조 덕에 이 충돌이 바른미래당 내부에서 발생했다. 정당 내부의 의사결정 문제가 되어버리자 교착 대신 한 표라도 많은 쪽이 이기는 싸움이 되었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 제3당 노선이 그야말로 한 표 많았다.

4월23일, 김관영 원내대표가 의총에서 투표로 패스트트랙 합의를 관철한다. 4월24일 새벽,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이 소신에 따라 패스트트랙에 반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오 의원은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위원인데, 그가 반대하면 패스트트랙 의제였던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법안이 사개특위 문턱을 넘지 못한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이번에도 정면으로 돌파한다. 다음 날인 4월25일, 거센 반발을 뚫고 사보임(위원회 교체) 신청서를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낸다. 문 의장은 이를 승인했다. 같은 날 저녁에는 사개특위 위원인 권은희 의원도 임재훈 의원으로 교체했다.
ⓒ시사IN 이명익
개혁 법안 패스트트랙 적용에 반대하는 유승민 전 대표(가운데) 등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4월25일 국회 운영위원장실 에서 농성하고 있다.

패스트트랙 정국은 김 원내대표의 우격다짐에 가까운 돌파로 겨우 출발했다. 토론과 합의를 중시하는 김 원내대표의 스타일과는 크게 달랐다. 격동의 나흘을 이해할 만한 숨은 단서가 있다. 4월18일의 일이다. 이날도 바른미래당은 의총에서 격론을 벌이고 있었다. 이날 의총에서 핵심 쟁점인 공수처 기소권을 놓고 민주당과 합의에 근접했다는 발언이 나오자,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즉시 찬물을 부어버린다. “당론을 변경해 합의한 것이 없다.” 이것으로 바른미래당 의총은 또다시 패스트트랙 추인에 실패한다. 판이 완전히 깨진 것처럼 보였던 장면이다.

홍영표 원내대표와 호흡을 맞춘 이철희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에게 이 ‘판 깨기’ 발언이 나온 맥락을 물었다. “일부러 그랬다더라.” 그 민감한 시기에 일부러라니? “바른미래당 갈등은 근본적으로 민주당계와 자유한국당계 갈등 전선이 변형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협상이 합의 내용의 문제가 아니라고 봤다. 파국으로 가더라도 감당하겠다는 각오가 손학규·김관영 투톱에게 있느냐의 문제라고 봤다. 홍 원내대표는 ‘그런 각오가 있다면 우리도 함께 가겠다’(바른미래당의 공수처 수정안을 받겠다)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이런 방향으로 일이 전개됐다. 4월18일의 판 깨기 이후, 4당은 바른미래당의 요구가 꽤 반영된 공수처 합의안을 나흘 만에 도출해낸다. 이 안을 들고, 김관영 원내대표는 마치 사람이 바뀐 것처럼 당내 추인과 사보임 과정을 돌파한다. 바른미래당은 같은 정당이라고 보기 어려운 갈등 국면으로 진입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이 결과를 각오하고 선거제 개혁을 관철하는 노선을 택했다. 이 과정 어느 것도 필연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 결정적인 시기에 결정적인 자리에 누가 서 있는지, 그가 어떤 결단을 내릴 것인지는 어느 정도는 우연의 산물이다. 이번에는 우연이 ‘일이 되는 쪽’으로 굴러갔다.

■ 역설의 넉달:민주당은 왜 ‘자해’를?


민주당은 왜, 선거제 개편에 동의하는 것은 물론 협상을 주도하기까지 했나? 선거제 개혁안은 내년 4월에 있을 21대 총선에서 민주당 의석을 줄일 것이 확실하다. 기존 제도에서 제1당은 득표율보다 많은 의석수를 얻는데, 비례성이 강화될수록 그런 보너스는 줄어들거나 아예 사라진다. 민주당 내에서는 4당 선거제 합의안이 좌초되기를 바라는 의원이 적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정당득표대로 의석이 배분되는 제도)는 민주당이 비례 의석을 얻기 어려워 받아들이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3월17일 4당 선거제 합의가 바른미래당 내분으로 좌초 위기에 몰리는 동안, 몇몇 민주당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 등에서 선거제 개혁은 물 건너갔다는 식으로 말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요구하며 단식 중인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이 질문은 지금 시기의 구체적인 질문인 동시에, 고전적이고 보편적인 질문이기도 하다. 선거제도가 크게 바뀌는 일은 여간해서는 없다. 기존 제도에서 이익을 얻는 정치세력이 그를 지키려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어떻게 제1당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나?

대체로 나오는 설명은 이렇다. 민주당은 어떻게든 공수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을 따내고 싶었다. 이것이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중에서도 상징성이 높은 검찰 개혁의 핵심이라서다. 이를 위해서는 큰 선물보따리를 내놓아야 했다. 그게 선거제 개혁이었다. 이걸로 3·4·5당을 유인한다. 민주당은 선거제도에서 손해를 감수하고 검찰 개혁에 집중한다. 틀린 설명은 아니다. 하지만 부족하다. 다당제 구도로 한번 물꼬가 트이면 민주당은 21대 총선뿐만 아니라 두고두고 그 피해를 누적해 받는다. 무엇을 받아오든 간에, ‘카드’로 내주기에는 선거제도의 덩치가 너무 크다.

심상정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위원장이 논의 초기부터 불안 요소로 본 정당도 자유한국당이 아니라 민주당이었다. 비례성이 높아지면 가장 손해를 보는 정당이 민주당이라서다. 심 위원장과 정의당의 초기 구상은 자유한국당을 끌어들여서 민주당을 4대 1로 포위하는 그림에 가까웠다. 당시만 해도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바닥을 길 때였다. 자유한국당도 전망 없는 소선거구제보다는 비례제에 관심을 보일 것이라는 계산을 했다. 심상정 위원장은 같은 노동계 출신인 자유한국당 김성태 당시 원내대표에게 공을 들였다. 비례성 강화를 가장 못마땅하게 볼 정치세력이 민주당이라는 것은 당시 구도에서 합리적인 예측이었다.

민주당 기류가 비례성 강화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민주당에서 선거제를 다룰 핵심 인사들의 성향은 좀 달랐다. 정개특위 민주당 간사로 선임된 김종민 의원은 신념형 비례성 강화론자다. 그는 노무현 정부 5년을 총정리하는 <참여정부 국정운영 백서> 편집총괄을 맡았었다. 그의 정치관과 신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향을 크게 받았고, 그 스스로도 정치이론에 관심이 많은 학구파다. 그의 의원실에 들르려면 한 시간 넘게 붙잡혀서 민주주의와 통치이론 강의 들을 각오를 해야 한다.

정개특위 논의 초기, 김종민 의원은 “심 위원장이 자꾸 자유한국당을 끌어들여서 우리를 포위하려고 한다. 우리랑 손잡고 자유한국당을 포위해야 일이 풀릴 텐데 반대로 가고 있다”라고 답답해하곤 했다. 반면 정의당 쪽에서는 “김종민 의원이 처음 보는 신기한 제도를 자꾸 만들어온다. 협상 진척을 방해하려는 것 같다”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었다. 아직 양자 사이에 신뢰가 구축되기 전의 일이다. 결국 그 ‘처음 보는 신기한 제도’ 중의 하나인 ‘절반 연동형’이 4당 합의안의 기반이 되었다. 정의당은 민주당이 비례성 강화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판단’을 했고, 민주당 정개특위 간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관과 개인 신념을 따라 비례성 강화를 관철하고 싶어 했다. 이 묘한 어긋남은 한동안 풀리지 않았다.
ⓒ시사IN 조남진
2016년 4월13일 치러진 20대 총선에서더불어민주당이 새누리당을 누르고 원내 1당이되었다.


지난해 12월15일,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포함하여 5당 원내대표가 합의문을 발표한다. 합의문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고 되어 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요구하며 단식을 시작한 지 열흘 만이었다. 이것으로 자유한국당을 끌어들이는 전략이 성공하는 듯했다.

하지만 상황은 곧 뒤틀렸다. 자유한국당은 나흘 후인 12월19일 의원총회에서 연동형 비례제 반대로 뜻을 모으고, 정개특위에 김재원 의원을 투입한다. 전임 간사인 정유섭 의원은 “김재원 의원이 하면 연동형 비례제의 문제점을 좀 더 잘 지적해주지 않을까 한다”라며 자리를 넘겼다. ‘판을 깰 선수’로 교체한다는 의미다. 자유한국당의 노선이 분명해지면서 민주당 포위 전략도 소멸했다. 이제 민주당이 주장했던 4대 1 자유한국당 포위 전략이 유일한 선택지로 남았다.

이 무렵,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탄핵 동맹을 입법 동맹으로 진화시켜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20대 국회에서 국정과제 핵심 입법이 거의 처리되지 못했기 때문에, 탄핵찬성파 세력을 결집시켜 자유한국당을 돌파해야 한다는 구상이었다. 홍 원내대표는 2018년 5월에 취임했지만 이 구상은 한동안 작동하지 않았다. 4당이 연대해 자유한국당과 대치할 계기가 좀처럼 찾아오지 않았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선거제도에서 3·4·5당을 입법 동맹으로 엮을 기회를 읽었다. 자유한국당을 돌파해야 했으니 고리는 패스트트랙이 될 수밖에 없었다. 선거제를 패스트트랙에 태우면서, 핵심 개혁 입법을 묶어 같이 올리는 그림이 가능해 보였다. 4대 1 자유한국당 포위 전선을 만드는 넉 달 여정의 시작이었다. 올해 1월, 홍영표 원내대표는 초선 비례대표인 이철희 의원을 원내수석부대표로 발탁한다. 큰 협상을 앞두고 호흡이 맞는 전략통을 앉혔다(원래 재선 의원이 가는 자리다. 원체 파격이라 이철희 의원은 한동안 ‘대행’ 꼬리표도 못 뗐다). 이것이 또 다른 묘한 국면을 만들어낸다.

이철희 의원의 컴퓨터 바탕화면에는 정치학 논문 하나가 깔려 있다. 제목은 ‘Electoral Institutions and the Politics of Coalitions:Why Some Democracies Redistribute More Than Others(선거제도와 연합정치: 왜 어떤 민주정부는 다른 민주정부보다 더 많이 재분배하는가)’이다. 학계의 거장인 토빈 아이버슨(하버드 대학)과 데이비드 소스키스(듀크 대학)가 2006년에 쓴 영향력 있는 논문이다. 이번 협상 과정에서 이철희 의원은 생각날 때마다 이 파일을 열어봤다.

ⓒ연합뉴스
총선 이튿날 과로로 입원한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어두운 표정으로 퇴원하고 있다.
논문은 1945년부터 1998년까지 여러 민주정부의 선거제도를 비례제와 다수제로 나눠 분석한다. 그 결과 다수제 국가에서 우파 정부가 등장할 가능성은 75%인 반면, 비례제 국가에서 우파 정부가 등장할 가능성은 26%에 그쳤다. 결정적 차이는 중산층이 만들어낸다. 다수제 국가는 주로 양당제로 귀결되는데, 양당제에서는 중산층이 진보 쪽에 투표하기를 두려워한다. 진보는 가난한 사람을 위한 정책을 펼 것인데, 그 비용을 중산층이 감당해야 한다. 그래서 다수제에서 중산층은 보수 쪽으로 움직인다. 반면 비례제 국가에서는 다당제가 등장한다. 이제 중산층은 마음 놓고 신념에 맞는 정당에 투표하는데, 부자들의 정당과는 다를 가능성이 높다. 이러면 중도 좌파를 중심으로 연립정부가 구성될 가능성이 올라간다.

상황이 마지막 고비를 향해 가던 4월24일, 이철희 의원은 기자와 만나 이런 얘기를 했다. “비례성이 올라가면 민주당은 다수파가 못 되지만, 진보파 전체는 넉넉한 다수파가 될 수 있다. 단독 집권해봤자 100석 넘는 제1야당이 막아서면 아무것도 못한다. 지금 그렇잖나. 진짜 20년 집권을 하려면 진보파가 넉넉한 다수파가 되고, 민주당은 진보파 연정을 주도하는 길로 가야 한다. 이거 하면 우리 의석은 손해다. 그래도 담대하게 가야 한다. 그래야 세상을 바꿀 힘이 생긴다.” 이것은 ‘민주당이 검찰개혁을 위해 선거제도를 내줬다’라는 세간의 평가와는 결이 다른 이야기다. 협상의 핵심 포스트에 있는 원내수석부대표가, 검찰개혁 문제를 논외로 하고 선거제 개혁만 놓고 보아도 “하는 게 맞다”라는 확신 위에 전략을 짰다.

홍영표 원내대표의 제1 관심사는 물론 검찰개혁 입법이었다. 하지만 그는 선거제 개혁이 ‘내주는 카드’가 아니라 그 자체로 해야 할 의제라는 독특한 의견그룹을 핵심 포스트에 앉혔고 뚝심 있게 힘을 실어주었다. 정개특위 간사 자리에는 이론에 밝고 신념이 강한 김종민 의원이 앉아서, 민주당 내부에서 수용 가능한 창조적인 협상안을 쏟아냈다. 4당 협상을 진행할 원내수석부대표 자리에는 전략과 기획에 특화된 이철희 의원이 앉아서, 이것이 가야 할 길이라는 거시적 판단으로 선거제 협상을 관철했다. 이철희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이 삼각편대가 선거제 협상의 핵심이었다. 나를 여기 앉힌 사람이 누구야? 김종민 의원이 간 정개특위 간사, 거기도 원래 초선이 가는 자리가 아니다. 그런데 누가 보냈지? 원내대표다.”

이렇게 해서 숨겨져 있던 또 하나의 협상, 그러나 어쩌면 가장 중요했던 협상이 드러난다. 민주당의 삼각편대와 민주당, 둘 사이에 벌어진 ‘협상’이 그것이다. 이 ‘협상’은 실체가 없다. 이런 테이블이 차려진 적도 없고 당연히 회의록도 없다. 그러나 내용상으로는 존재했다. 민주당 삼각편대는 선거제 개혁으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민주당 의원들의 여론을 염두에 두어야 했다. 삼각편대는 야 3당과 민주당 양쪽이 모두 받을 만한 접점을 모색했다.

삼각편대는 양쪽 상대를 반대편에 대한 지렛대로 썼다. 공수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은 국정과제인 동시에 이 ‘숨겨진 내부 협상’의 중요한 지렛대였다. 핵심 국정과제가 선거제 개혁과 연동되자, 민주당 의원들도 선거제 개혁을 반대하기 매우 어려워졌다. 이 연동의 고리가 풀리면 선거제 합의도 엎어질 수 있다. 야 3당도 선거제 개혁을 따내려면 검찰개혁법을 외면하기 어려워졌다. 선거제와 검찰개혁을 묶은 패키지는 결국 양쪽 협상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이 ‘숨겨진 내부 협상’에서 삼각편대가 거둔 승리가 결정적이었다. 이것으로 민주당은 선거제도를 현상 유지하는 ‘합리적 선택’을 버리고 손해를 보는 현상 변경에 가담했다.

바탕에는 대통령의 지원이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고비 때마다 “비례성 강화를 지지한다”라고 천명해온 소신파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단식 중이던 지난해 12월15일, 문재인 대통령은 임종석 당시 비서실장을 농성장에 보내 “국회가 비례성 강화 합의안을 도출하면 지지하겠다”라는 뜻을 전달했다. 대통령이 여당의 손해 보는 선택에 제동을 걸지 않고 꾸준히 지원사격을 했다. 이게 없었다면 현상 변경은 불가능했다.

■ 역사적인 4년:구조적 다당제로?


2012년 19대 총선에서 양당제는 완연히 뿌리를 내렸다. 2016년 20대 총선은 대선을 코앞에 둔 일정 때문에 제3당 국민의당이 깜짝 출현했다. 하지만 양당제 압력은 여전히 강력했다. 특히 보수는 재통합의 길로 확실히 들어선 것처럼 보였다. 김무성 의원 등 탈당파 주력은 하나둘 복당하고 사실상 유승민계만 자유한국당 밖에 남았다. 정치권의 분석가들 대부분은 ‘양당 구도로의 회귀’를 기정사실로 여겼다. 2016년 총선이 만들어낸 다당제는 짧은 막간극이 될 운명으로 보였다. 4당이 합의한 선거제는 이 당연해 보이는 방향에 결정적인 변수를 만들어낸다.
ⓒ시사IN 포토
국민의당은 제3당으로 크게 약진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유승민계가 주장하는 “선거법은 게임의 규칙이므로 합의 처리가 원칙이고, 선거법 패스트트랙은 이 원칙 위반이다”라는 말은 일리가 있다. 패스트트랙은 그 자체로 본회의 의결을 보장하지는 않지만(패스트트랙에 올린 채로 계속 협상이 진행된다), 이제 시간은 ‘막는 자의 편’에서 ‘하려는 자의 편’으로 바뀌게 된다. 시간이 갈수록 현상 변경 세력이 유리해진다. 숫자의 힘으로 상황을 바꾸려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의회주의를 훼손한 폭거”라는 자유한국당의 주장에 여론의 지지는 제한적이다. 자유한국당은 친박계가 당의 다수파로 돌아온 이후로 강경 우파 노선을 걷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와 황교안 대표가 연이어 친박계의 지원을 받아 지도부가 됐다. 당 지지율은 복원되고 있으되, 극단화의 함정이 함께 작동한다. 핵심 지지층은 돌아왔으나 확장력에는 물음표가 따라다닌다. 박근혜 탄핵을 잘한 일이라고 보는 여론은 시간이 지나도 70% 이상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자유한국당 노선이 이들에게 먹혀들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2016년 총선과 탄핵 정국을 거치며 중도층을 대거 잃어버린 탓에 지지층 자체가 오른쪽으로 크게 쏠렸다. 이러면 당의 극단화를 제어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이런 국면에서 자유한국당이 비빌 언덕은 양당제를 복원하는 구조적 압력이었다. 자유한국당이 양당제 압력을 김새게 만들 4당 합의안에 결사 항전하는 이유다. 공직선거법이 패스트트랙에 올라타는 데 성공하더라도, 상황은 끝나지 않았다. 270일 심사기간(이론상 180일로 단축도 가능하다)을 거치는 동안 정치협상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 긴 과정에서 자유한국당이 새로운 안을 들고 나올 수 있고, 4당에서 내부 반발이 일어나 합의가 깨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심지어는 최종 본회의 단계에서, 지역구 축소로 피해를 보는 의원들이 반란표를 던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상상 가능한 암초와 아직 상상조차 어려운 암초가 모두 남아 있다.

서울대 박원호 교수(정치학)는 2016년 총선을 정치 지형이 재구성되는 결정적인 선거, 그러니까 ‘정초선거’가 될 후보로 평가한다. “이 총선에서 보수당 지지 블록이 심대하게 흔들렸다. 비례대표 투표에서는 상당한 숫자가 당시 국민의당으로 빠져나갔다. 이때부터 보수 정당 우위에 균열이 나기 시작했다.” 2016년 총선에서 180석까지 노린다던 새누리당은 122석으로 제1당까지 놓치는 참패를 당했다. 이 참패 때문에 새누리당은 의회의 주도권을 놓쳤고, 이후 탄핵 정국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보호하는 데 실패했다. 그리고 탄핵의 충격파는 보수 정당을 둘로 쪼개는 힘을 발휘했다. 2016년 총선은 연쇄반응을 일으키며 한국의 강고한 보수 우위를 해체했다. 이때 잃어버린 지지층을 자유한국당은 아직도 복원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이 2016년 총선이 만들어낸 ‘우연한 다당제’가, 여러 암초를 피해 제도 변경까지 도달하면 그때는 ‘구조적 다당제’로 바뀐다. 20대 국회는 바로 이 시도를 하는 중이다. 여기까지 도달하면 2016년 총선은 그야말로 거대한 변화의 서막으로 평가받게 된다. 이 에너지가 하도 거대해서, 국회는 선진화법 통과 이후 7년 만에 물리적 충돌을 겪었다.

어정쩡하게 사라져갈 운명으로 보였던 제3당이 정국의 방향을 결정했고, 현상  유지를 선호하는 게 당연한 제1당은 현상 변경 노력을 주도했으며, 여당을 막아설 힘이 충분한 제2당은 오히려 4당 공조에 포위되는 처지로 내몰렸다. 그저 그런 막간극으로 남을 뻔했던 20대 국회는 정치의 구조변동을 만드는 중대한 국회로 돌변하는 중이다. 그것도 제1당 민주당과 제2당 자유한국당이 모두 손해를 보는 구조변동이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열렸다. 보통은 불가능한 얘기다. 그런데 그 불가능한 이야기가, 일단 현실의 출발선에 섰다. 20대 국회는 지금 막 절정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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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심한 정치, 술자리서 '욕'만 했는데…국민들이 달라졌다

머니투데이
  • 남형도 기자
  • VIEW 12,753
  • 2019.05.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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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100만 청원에 담긴 여론, "더 두고 못 봐"…전문가 "의회·권력에 대한 일상적 감시 가능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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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전체회의에서 검경수사권과 공수처 설치법의 패스트트랙이 통과되자 회의장 앞에 누워 항의를 하고 있다./사진=이동훈 기자
국민들이 정치 관련 '의사(意思) 표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과거 정치에 염증을 느끼는 이들이 술자리서 욕하는 정도에 그치거나, "선거 때 보자"라 으름장을 놨던 것과는 다소 다르다. 실시간으로 청와대 국민청원방이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통해 의견을 개진하고, 변화할 것을 촉구한다. 정치를 향한 시민 의식이 한 단계 나아갔단 평가를 받는 동시에, 정치 행태는 이를 뒤따라가지 못한단 문제 지적도 나온다.

이들 대다수가 정치 의견 개진에 나선 이유는 단 한 가지다. 구태의연한 정치에 신물을 느낀다는 것. 그리고 대부분 정치 관련 일을 하거나 특별히 관심이 많은 이들이 아닌, 평범한 경우가 많았다.



"정치만 유독 후진국"…국민들 뿔났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복도에서 정의당 이정미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지나가지 못하게 누워서 길을 막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복도에서 정의당 이정미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지나가지 못하게 누워서 길을 막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대기업 직장인 김경훈씨(가명·37)는 지난달 30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해산'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방에 난생 처음 참여했다. 김씨는 딱히 한 정당을 지지하진 않는, 평소 '중도' 성향에 가까웠다. 하지만 '동물국회'를 방불케 한 한국당 행태에 눈살이 찌푸려졌다고 했다. 김씨는 "경제도, 문화도, 시민 의식도 모두 나아가는데, 유독 정치만 후진국에 가까운 것 같다"며 "어떻게 그리 똑같을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그래서 그는 청와대 국민청원방에 들어가, 로그인을 하고, '서명'을 했다.  

4살짜리 딸을 키우는 주부 조소영씨(가명·35)도 지난달 29일 청와대 국민청원방을 찾았다. 조씨는 '국회의원을 국민이 소환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의 청원에 서명했다. 평소 정치에 특별한 관심이 없었지만, 최근 패스트트랙 지정을 둘러싼 국회에서의 물리적 충돌에 환멸을 느꼈다고 했다. 조씨는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인데, 민생 등 관련 법안엔 별로 관심도 없고, 밥그릇 싸움에만 열을 올리는 걸 보고 화가 났다"고 했다.  

이 같은 지지에 힘입어 정치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방은 새 기록들을 써내려가는 중이다.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은 지난달 30일 오전 9시16분을 기점으로 국민 참여 100만명을 넘었다. 정치 관련 청원으로는 처음이며, 모든 청원을 통틀어도 역대 2번째다. 패스트트랙 저지를 하겠다며 물리적 충돌을 야기시키고, 지정 후에도 장외투쟁을 하겠다고 나선 한국당을 바라보는, 민심(民心)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이는 비단 한국당에 국한된 얘긴 아니다. 청원 참여도가 10배 가까이 차이나긴 하지만, '민주당 해산 청원'도 지난달 30일 기준 10만명을 넘어섰다. 정치를 우려하는 국민들 날선 눈초리엔, 성역(聖域)이 없단 걸 방증한 셈이다. 그만큼 정치인들도 긴장해야 하는 분위기가 됐다.



정치 욕만 하던 과거와 달라져, '소통 창구' 한몫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 앞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공수처법·검경수사권조정법안의 접수를 강행하기 위해 동원된 쇠지렛대를 들어 보이고 있다./사진=뉴스1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 앞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공수처법·검경수사권조정법안의 접수를 강행하기 위해 동원된 쇠지렛대를 들어 보이고 있다./사진=뉴스1

이 같은 변화가 갑작스런 것이라기 보단, 평소 갖고 있던 불만들이 드러난 것이란 해석이 많다.

직장인 오상민씨(39)는 "청와대 국민청원방으로 정치에 대한 비판적 시각들이 드러나는 것이지, 갑자기 정치에 불만이 많아진 거라 보진 않는다"며 "옛날엔 술자리서 한심한 정치를 보며 욕만 하거나, '선거 때 두고보자'는 식으로 소극적이었다면, 지금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란 의견을 냈다.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서 '청와대 국민청원방'이 신설된 것도 한몫했다. 기존엔 '조두순 신상 공개'나 '강서 PC방 살인사건 강력처벌' 등 사회 이슈 중심이던 국민청원방이, 정치까지 확장되는 모양새다. SNS나 기사 댓글 등으로 표출되던 민심을. 창구 하나로 결집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 참여 기회도 대폭 늘려준다.  

특히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성장한 세대)'에겐 이 같은 정치 의견 참여가 더 친숙하다. 취업준비생 정창영씨(26)는 "로그인 한 번만 하면, 정치에 대한 생각을 표현할 수 있어 간편하다"며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어떻게 보면 보완하는 장치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전문가 "국회, 민심 받아들이고 개혁 과제 집중해야"




/사진=인스타그램
/사진=인스타그램

전문가들은 '자유한국당 해산 100만 청원'이 실질적 효과는 없겠지만, 국민 여론을 담고 있는, 상징성이 있다고 했다.  

하성수 정치개혁공동행동 공동 대표는 "국회가 무능하고 문제 해결을 제대로 못해 불신 있는 상황에서, 한국당이 국회법까지 위반하며 물리력으로 막는 모습이 분노를 일으킨 것 아닌가 싶다"며 "정부가 실제 정당 해산을 하긴 어렵고, 상징적인 것"이라고 했다. 국민들이, 정치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역할하는 걸 원한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국회가 민심을 읽고, 당면한 개혁 과제들과 민생 과제들에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하 대표는 "국민 대다수가 원하는 개혁에 반대하는 모습을 보인 한국당은 무겁게 민심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다른 정당들도 개혁 진전을 잘 못 이뤄낸 측면에서, 언제든 민심 분노 대상이 될 수 있단 걸 염두에 둬야 한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계 전문가도 "한국당 해산 100만 청원은 꼭 선거철이 아니더라도, 국회가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이에 반하는 모습을 보이면 언제는 분노가 폭발할 수 있단 걸 보여주는 대표 사례"라며 "국회도 긴장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게 필요한 정치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현성 상지대 외래 교수는 "예전에는 선거서 뽑히고 나면 4년은 당연히 여겼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라며 "의회나 권력에 대한 국민들의 감시와 감독이 일상적으로 이뤄지게 됐다. 직접 민주주의와 관련된 또 하나의 흐름이란 생각이 들고, 일종의 '디지털 촛불' 같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 남형도
    남형도 human@mt.co.kr

    쓰레기를 치우는 아주머니께서 쓰레기통에 앉아 쉬시는 걸 보고 기자가 됐습니다. 시선에서 소외된 곳을 크게 떠들어 작은 변화라도 만들겠다면서요. 8년이 지난 지금도 그 마음 간직하려 노력합니다. 좋은 제보 언제든 기다립니다.

"어디서 감히"… 국회의원은 新귀족?

머니투데이
  • 이재은 기자
  • VIEW 92,984
  • 2019.05.01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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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장제원 한국당 의원, 패스트트랙 표결 반발 과정에서 국회 직원에 '반말·특권의식 논란' 빚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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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장제원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장에서 열린 정개특위 회의에서 항의하고 있다./사진=이동훈 기자
"국회의원을 밀어?"
"죄송합니다."
"정식으로 (사과) 하세요. 당신 이름 뭐야?"

지난달 30일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의 '반말 갑질' 영상이 입길에 올랐다. 선거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표결이 통과된 이날 장 의원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회의장을 빠져나가려다가 이를 저지하려던 국회 방호과 직원에게 이 같이 말했다.
29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 회의실에서 열린 정치개혁특위 회의 개의에 앞서 자유한국당 장제원 간사가 심상정 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사진=이동훈 기자
29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 회의실에서 열린 정치개혁특위 회의 개의에 앞서 자유한국당 장제원 간사가 심상정 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사진=이동훈 기자
배경은 이러했다. 패스트트랙 표결에 대해 한국당 의원들이 강력 반발하면서 공방이 지속됐지만,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은 선거제 개혁안 패스트트랙 지정안 무기명 투표를 진행했다. 정개특위 위원 18명 중 한국당을 제외하고 여야 4당 소속 12명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의결정족수인 5분의 3(11명)을 충족하자, 심 위원장은 결과를 발표하려했다.  

이에 장 의원은 '회의 중 폐문'이라는 표시가 붙어 있는 회의장 문을 열고 나가려고 했다. 당시 회의장은 심 위원장이 질서유지권을 발동시켜 출입구가 통제된 상황이었다. 이에 심 위원장은 "그렇게 하면 안된다"며 국회 방호과 직원들을 불러 장 의원을 제지토록 했다. 이에 장 의원이 거칠게 반응하면서 '갑질 논란'과 '국회의원 특권 의식 논란'을 빚은 것이다.
30일 선거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표결이 통과되자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회의장을 빠져나가려고 했다. 이를 국회 방호과 직원이 저지하자 장 의원은 &quot;국회의원을 미는 것이냐&quot;며 거칠게 반응했다. /사진=노컷V 영상 캡처
30일 선거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표결이 통과되자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회의장을 빠져나가려고 했다. 이를 국회 방호과 직원이 저지하자 장 의원은 "국회의원을 미는 것이냐"며 거칠게 반응했다. /사진=노컷V 영상 캡처
장 의원은 "이보세요. 내가 나가려고 그래요"라며 "어딜 잡냐"고 물었다. 이어 장 의원은 "국회의원을 미는 것이냐"라고도 말했다. 이에 국회 직원이 "죄송하다"고 말했지만 장 의원은 "정식으로 (사과) 하라. 당신 이름 뭐냐"며 직원을 압박했다. 이를 본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죄 없는 국회 직원을 겁박하냐"면서 "그러지 말라"고 나서기도 했다. 

장 의원의 발언은 관련 발언이 담긴 동영상이 매체를 통해 공개된 직후 큰 화제를 모았다. 누리꾼들은 "국회의원이 대체 뭔데 저렇게 말하냐"거나 "권위 의식 놀랍다" "국민이 뽑아준 사람인데 자기가 귀족인줄 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국회의원 특권 의식, 하도 많이 봐서 놀랍지 않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앞서 다수의 국회의원들은 수차례 특권 의식에서 비롯한 갑질로 비판의 중심에 선 바 있다.

지난해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신분증 확인을 요구하는 공항 보안직원과 언쟁을 벌이며 '갑질' 논란을 빚었다.  
공항에서 신분증 확인을 요구한 직원에게 갑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론관에서 사과문 발표를 마친 후 택시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 20일 오후 9시쯤 김포공항에서 김해공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기다리던 중 공항 직원이 신분증을 지갑에서 꺼내 보여 달라고 하자 이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이 과정에서 김 의원이 욕설을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2018.12.25/뉴스1
공항에서 신분증 확인을 요구한 직원에게 갑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론관에서 사과문 발표를 마친 후 택시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 20일 오후 9시쯤 김포공항에서 김해공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기다리던 중 공항 직원이 신분증을 지갑에서 꺼내 보여 달라고 하자 이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이 과정에서 김 의원이 욕설을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2018.12.25/뉴스1
김 의원은 지난해 12월20일 오후 9시쯤 김포공항에서 김해공항행 비행기를 타기 직전, 공항직원이 신분증을 지갑에서 꺼내 보여 달라고 하자 이를 거부했다.

특히 김 의원이 "내가 국토위원회 국회의원인데 그런 규정이 어디 있느냐, 이 XX들이 똑바로 근무를 안 서네"라며 특권 의식을 드러내고, "야, (공항공사) 사장한테 전화해" 등 폭언을 한 것으로 전해지며 논란이 커졌다. 이에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서울 남부지검에, 자유청년연합·자유한국당정상화를위한평당원모임·청년보수연대는 서울 중앙지검에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김 의원을 고발하기도 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한 권석창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해 5월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법원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힌 후 정론관을 나서고 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이날 공직선거법과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권 의원의 상고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2018.5.11/뉴스1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한 권석창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해 5월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법원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힌 후 정론관을 나서고 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이날 공직선거법과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권 의원의 상고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2018.5.11/뉴스1
2017년 12월에는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현장에서 권석창 전 한국당 (제천·단양) 의원이 국회의원 신분을 내세워 들어가 사진까지 찍은 것으로 알려져 비판의 중심에 섰다. 당시 권 전 의원은 사고현장의 통제권이 경찰과 소방당국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 국회의원인데…"라며 사고 현장에 출입했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정치평론가)는 이전의 국회의원 특권의식·갑질 논란은 그 자체로 문제 소지가 있지만, 이번 장 의원의 국회의원 특권의식·갑질 논란과는 구분지어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9일 오후 선거제도 개혁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릴것으로 예상되는 서울 여의도 국회 행안위 회의실 앞에서 패스트트랙 저지를 위해 점거한 후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이동훈 기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9일 오후 선거제도 개혁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릴것으로 예상되는 서울 여의도 국회 행안위 회의실 앞에서 패스트트랙 저지를 위해 점거한 후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이동훈 기자
박 교수는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한국당은 자신들이 '민주주의의 대변인' 혹은 '민의와 정의의 대변인'이라고 여긴다"면서 "장 의원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 '왜 (민의의 대변인인) 나를 핍박하냐'고 강조하고 싶어서 자신이 국회의원임을 힘주어 말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즉 한국당이 패스트트랙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한국당을 저지하는 세력을 모두 '민주주의의 적'이라고 상정함으로써, 자신을 저지한 국회 직원에게 억울함을 토로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박 교수는 "이는 한국당의 시각이고, 국민은 이에 냉정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국회의원들이 기존에 법을 잘 지키고, 국회직원들을 존경하는 등 평소 국민에게 신뢰를 줬었다면 이처럼 냉랭한 반응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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