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전 대통령이 남긴 메모… "잿밥에 눈 먼 정치인, 썩어빠진 언론"

  • 등록 2019-05-22 오전 9:46:05

    수정 2019-05-22 오전 9:4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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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남긴 친필메모가 공개됐다.

뉴스타파는 21일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이 2003년 3월부터 2008년 2월까지 남긴 친필 메모를 입수해 일반에 공개했다. 대통령이 남긴 친필 메모는 대통령실 기록관리비서관실에서 수집해 대통령기록물로 보존하고 있다.

올해 1월 기록관이 공개 대상으로 분류한 노 전 대통령 기록물 2만223건 가운데 친필 메모는 266건으로, 메모에는 노 전 대통령이 정국과 관련해 남긴 생각, 심경 등이 솔직히 담겨 있다.

메모들 가운데는 공식석상에서도 직설을 마다하지 않았던 노 전 대통령의 성격을 엿볼 수 있는 내용도 적지 않다. 2006년 대통령보고서에 남은 메모에는 집권 후 대통령 탄핵 발의 사태로까지 이어진 정부 흔들기에 대한 좌절감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노 전 대통령은 “끝없이 위세를 과시한다. 모든 권위를 흔들고 끝없이 신뢰를 파괴. 기준도 없이 흔드는 것이 부지기수. 꼭 필요하다고 주장해놓고, 막상 추진하면 흔드는 것도 한둘이 아니다”고 적었다. 주체를 적시하지는 않았으나, 자신의 집권 후 정부 정책에 적대적이었던 야당과 언론 등의 행태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미디어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보수언론에 대한 언급은 이외에도 여러 차례 나온다. 집권 후반기인 2007년 3월 쓰인 수석보좌관 회의 메모에는 “언론과의 숙명적인 대척”이라는 의미심장한 문구가 보이며, 같은 시기 대통령보고서 메모에는 “식민지 독재정치 하에서 썩어빠진 언론”이라는 거친 표현도 등장한다.

노 전 대통령은 정치인들이 사적 이익만 추구하는 행태를 비난하기도 한다. 메모에는 “대선잿밥에 눈이 먼 양심도 소신도 없는 일구이언하는 정치인들. 사리사욕 이기주의의 동맹”이라는, 당시 정세에 대한 단상이 가감없이 적혀있다.

이 메모에는 자신의 퇴임 이후 구상으로 보이는 내용도 등장한다. “대통령 이후, 책임 없는 언론과의 투쟁을 계속할 것. 부당한 공격으로부터 정부를 방어할 것”이라는 메시지가 보이며, “천박하고 무책임한 상업주의, 대결주의 언론 환경에서는 신뢰, 관용이 발 붙일 땅이 없기 때문”이라는 현실 인식도 드러난다.

한편 뉴스타파는 노 전 대통령의 친필 메모들을 PDF 파일로 구성해 공개했다. 이 메모들은 뉴스타파 홈페이지에 연결된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내려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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