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매출)유발액 2321억원, 매출증대에 따른 소득유발액 478억원, 그리고 고용유발인원 1688명.’
코엑스(COEX)가 지난달 30일부터 10일까지 11일간 서울 삼성동에서 열린 ‘C페스티벌 2015’의 경제적 가치를 이렇게 집계했다. 코엑스는 내·외국인 235만 명이 축제에 다녀갔을 것으로 추산한다.
C페스티벌은 중국의 노동절 연휴, 일본의 골든위크에 맞춰 올해 처음 열렸다. 아이돌·만화영화·요리 등 각종 한류 콘텐트를 기반으로 축제를 마련한 것도 외국인 방문객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코엑스는 세계 3대 축제로 꼽히는 영국 에든버러 축제를 강남 한복판에 개최해 이른 바 ‘한국판 에든버러 축제’로 만들겠다며 행사를 기획했다. 동시에 한국의 IT 기술을 뽐내는 자리도 마련했다. 최근 유행인 드론(무인 정찰기)을 날리고, 3D 프린팅을 체험하는 ‘컬처 테크 페어’가 대표적이다.
사람이 모이니 상가들의 매출이 늘어나는 건 당연한 이치.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의 경우 C페스티벌 기간 동안의 매출액이 321억원으로 전년 동기(287억원) 대비 10.3% 늘어났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의 올 들어 평균 매출 증가율이 3%대인 것을 감안하면 평상시의 3배가 넘는 매출을 올린 것이다. 아웃렛의 성장과 백화점의 불황으로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 신세계백화점 회현점 본점 등 전통적인 유통업 강자들이 고전을 겪는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지난 10일 한국인 친구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을 방문한 장신위안(張辛苑·32)은 미우미우 가방 102만원, 에르메스 가방 153만원, 고야드 가방 441만원 등 총 764만원 어치를 한 번에 샀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C페스티벌에 따른 매출이 예상외로 컸다”며 “특히 중국·남미 등지의 전통 복장 입어보기 등 체험형 이벤트를 많이 한 게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는데 주효했다”고 말했다.
C페스티벌 기간 동안 매출이 급격히 늘어난 곳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만이 아니다. 롯데면세점 코엑스점에는 페스티벌 기간 중 누적 방문객이 1만 명을 넘어섰고, 덕분에 매출도 49.7% 급증했다. 삼성동에서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운영하는 그랜드코리아레저는 페스티벌 기간 중 외국인 방문객이 1만7771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1만2687명)에 비해 40.1% 늘었다고 밝혔다.
SM에 1만 명 더 입장 … 호텔·카지노 북적 C페스티벌은 강남구청이 주변 일대를 ‘관광특구’로 지정해 단번에 풀겠다며 팔을 걷어붙이고, 청와대도 무역투자진흥회의와 규제개혁 장관회의를 통해 규제를 완화한 덕분에 개최됐다. 축제 기간 동안 서울 강남 삼성동 상권의 ‘터줏대감’인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삼성동 코엑스 인터콘티넨털 호텔뿐만 아니라 롯데면세점까지 삼성역 코엑스 인근 업체들의 매출이 급증했다. 삼성동까진 잘 오지 않던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등 외국인 관광객들이 축제를 계기로 많이 방문한 덕분이다.
영화관·엔터테인먼트 시설도 중국·대만·인도네시아 등 한류 관광객의 증가로 매출 증가세를 보였다. 코엑스에 있는 SM엔터테인먼트 전시장에는 C페스티벌 기간 동안 총 5만4281명이 방문해 전월 같은 기간(3만9867명)보다 1만 명 넘게 추가로 들어왔다.
호텔도 특수를 누렸다. 삼성동 무역센터의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과 인터컨티넨탈 코엑스의 판매 객실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21%, 9.8% 상승했다. 두 호텔을 운영하는 파르나스호텔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4월은 두 호텔의 객실 점유율이 낮은 편이지만 올해는 행사가 많아 모두 평소보다 훨씬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규제 완화로 야외 스크린 영상 400분 상영 C페스티벌 기간 동안 영화·엔터테인먼트 시설도 성황을 이뤘다. 코엑스에 마련된 SM엔터테인먼트의 전시·공연관에는 총 5만4281명이 방문했다. 전년 같은 기간(3만9867명)보다 1만 명이 더 찾은 것이다. 코엑스 SM엔터테인먼트관에서는 보이그룹 ‘XO(엑스오)’, 걸그룹 ‘소녀시대’·‘f(x) (한국명 에프엑스)’·‘레드벨벳’의 전용품(굿스)를 살 수 있어 외국인들에게 인기다.
코엑스 내 메가박스 영화관도 같은 기간 11만4071명이 찾아 전년 같은 기간(10만4387명) 9.3% 성장했다.
메가박스 측은 “행사 기간이 황금연휴와 단기방학과 겹쳤다는 점 등을 감안해도 상당히 높은 증가치”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코엑스에서 식음료 매장 ‘루’·‘오리옥스’ 뷔페 레스토랑 등을 운영하는 아워홈의 경우, 방문객이 3311명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2712명)보다 599명이 증가했다.
코엑스도 이번 축제를 성공적으로 치루기 위해 볼거리를 대대적으로 마련했다. 특히 건물을 스크린 삼아 영상을 보여주는 ‘미디어 파사드’를 계획했다. 미국 뉴욕의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을 능가하는 볼거리를 제공해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 모으겠다는 전략이었다. 당초 설치비 70억원이 드는 미디어 파사드는 해가 진 뒤 매 시간마다 10분 간만 가동하도록 돼 있었다. 그러나 정부가 관련 규제를 완화하면서 미디어 파사드는 닷새간 총 400분 동안 상영했다.
삼성동을 중심으로 한 이 같은 행사는 앞으로 더욱 힘을 받을 전망이다. 서울시도 삼성동 일대를 ‘마이스(MICE)’ 산업 중심지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강남의 노른자위 땅인 ‘한전 부지~코엑스~서울의료원~잠실종합운동장’을 잇는 72만㎡를 마이스 메카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현대차그룹도 코엑스 바로 맞은 편인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에 통합신사옥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을 세워 전시·컨벤션 시설을 마련할 계획이다.
변보경 C페스티벌 운영위원장(코엑스 사장)은 “이번 C페스티벌은 대한민국의 신성장 동력산업인 마이스 산업의 새로운 성장과 도약의 밑거름을 확인하는 자리였다”며 “앞으로도 무역센터가 마이스 산업의 중심지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트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의 MICE 산업은 아직 갈 길이 멀다. 현대경제연구원이 국가별 전시시설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에 전시면적 10만㎡(약 3만평) 이상인 전시시설(2011년 기준)은 단 한 개에 불과했다. 독일이 10개로 가장 많았고, 중국도 9개나 됐다.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를 개최하고 있는 스페인은 6개, 매년 라스베이거스에서 소비자가전전시회(CES)를 미국도 6개다.
전해영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체 조사한 결과 한국의 MICE 종합경쟁력 지수는 30.8점(100점 만점)으로 상위 21개국 중 18위”라며 “MICE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초대형 국제행사를 적극 유치하고 전시시설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마이스(MICE) 산업=회의(meeting)·포상관광(incentive)·컨벤션(convention)·전시회(exhibition)의 영문 앞글자를 조합한 단어다. 일자리 창출 효과가 뛰어나 최근 각광받는 서비스업이다. 현재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쓰는 돈은 평균 130만원에 달한다. 이들에게 볼거리를 더 많이 제공해 지갑을 열게 하는 게 바로 마이스 산업이다.
사진 설명 서울 삼성동의 코엑스·무역센터 일대에서 열린 ‘C페스티벌’이 규제의 벽을 뚫고 열흘 간의 첫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지난달 30일 개막식부터 인파가 몰렸다(사진 1). 많은 외국인들도 모여 야외공연·이벤트를 즐겼다(사진 2). C페스티벌을 키워 현재 연간 131만 명인 외국인 관광객을 2017년까지 300만 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사진 뉴시스·코엑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