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은 좋은데 왜 매출 안오르죠? '사나운 개' 찾아 제거하세요

-이젠 고객 경험까지 관리 'CEM 시대'

회사로고 박힌 車가 난폭운전 않는지 매장은 깨끗한지 AS는 불편 안한지… 고객 접점서 생기는 모든 불만족 개선

'100-1=0' 고객만족 공식 명심하기를

예전 송나라에 술 빚는 재주가 뛰어난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술이 팔리지 않아 버리기 일쑤였다. 알고 보니 원인은 집 앞에 묶어놓은 개였다. 개가 사나우니 손님이 안 오고 그러니 술이 쉬어 버릴 수밖에 없더라는 이야기. 그래서 나온 말이 '개가 사나우니 술이 쉬다'라는 뜻의 '구맹주산(狗猛酒酸)'이다. 한비자에 나오는 이 고사는 원래 '간신배가 있으면 나라에 어진 신하가 모이지 않는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현대 기업들에는 '고객경험관리(CEM· Customer Experience Management)'와 관련해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이런 장면을 상상해 보자. 평소에 무척이나 좋아하던 브랜드가 있다. 마트엘 갔다가 해당 브랜드에서 출시한 신제품이 있어 기쁜 마음으로 집어 들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해당 브랜드 로고가 커다랗게 찍힌 회사 트럭이 난폭운전을 하며 내 차 앞으로 불쑥

끼어든다. 우호적이었던 해당 브랜드에 대한 내 마음은 순식간에 긍정에서 부정으로 바뀐다. 이것은 '고객경험관리'의 숱한 실패 사례 중 하나다.

고객경험관리란 우리 브랜드와 관련한 고객의 총체적인 경험을 관리하는 것이다.

 결과로서의 구매뿐만 아니라 구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객의 모든 경험까지 아우르는 개념이다.

구매를 위해 제품을 탐색할 때, 실제 구매를 위해 매장을 방문했을 때, 집으로 돌아가 구매한 제품을 사용할 때, 해당 제품에 문제가 생겨 AS를 신청할 때 등등 수많은 직간접적 고객 접점에서 발생하는 고객의 모든 경험을 통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거다. 고객에게 특별한 체험을 제공함으로써 가치를 창출하는, 또 다른 차별화 전략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 브랜드가 고객의 장바구니에 담기는 걸로 마케팅이 끝나는 게 아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우리 회사의 트럭들이 도로에서 난폭운전을 일삼는다면 이는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온다. 고객은 제품을 구매하는 게 아니라 제품에 얽힌 체험을 구매하기 때문이다. '100-1=99'가 아니라 '100-1=0'이라는 고객만족 공식은 그래서 유효하다. 그러니 이제는 병원도 병만 잘 고친다고 될 일이 아니다.

 

고객 경험을 관리하는 병원은 체크리스트를 만든다. 예컨대 환자들의 대기 시간이 길지는 않은지, 진료 순서가 공정한지, 환자와의 상담시간이 충분한지, 병원 내 모든 공간은 청결한지 등이다. 이 모든 항목에서 환자의 만족도는 어떤지, 해당 항목의 중요도는 어떤지 꼼꼼하게 체크하고 개선한다.

 

꿈과 환상의 놀이공간 디즈니랜드도 고객 경험이 무척이나 중요한 공간이다. 모두가 행복해야만 하는 그곳에도 인기 있는 놀이기구엔 줄이 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온 게 '패스트 패스(Fast Pass)'다. 일종의 예약제로서 예약한 시간대에 오면 서 있는 줄에 상관없이 바로 입장하는 제도다. 디즈니랜드가 고객 경험을 관리하는 하나의 예다. 어떻게 보면 사소한 일이다. 하지만 디즈니랜드는 이런 사소한 고객의 불편을 놓치지 않는다. 그 사소함이 그냥 단순한 '1'이 아니라 100을 0으로 만들어버리는 '1'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이 '우리 제품(서비스)이 이렇게 좋은데 왜 매출은

 오르지 않을까?' 장탄식이다. 그렇다면 우리 집에도 손님을 쫓아버리는 '사나운 개'가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볼 일이다. 제아무리 혁신적인 제품이라도 사용 방법이 복잡하다면 성공은 물 건너 간다. 다들 갖고 싶어하는 제품이라도 결제 프로세스가 불편하다면 매출은 난망이다.

그렇다면 '고객경험관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고객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고객이 불편해하는 게 무엇인지 잘 살펴 우리 조직이 제공하고자 하는 '고객가치(Customer Value)'를 설정해야 한다. 그리고 고객의 '체험품질'로 품질 관리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

 관건은 '영혼이 담긴 서비스'다. 그래야 울림이 있다. 내부 고객 감동이 전제되어야 하는 이유다. 체험 마케팅의 대가 번 슈미트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브랜드는 이제 'ID(정체성)'가 아니라 'EX(경험)'이다!" 제품이 아니라 체험을 구매하는 고객들을 보며 곱씹게 되는 말이다.

 

[안병민 열린;비즈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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