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통합당 공식 출범…"야권 통합 정당 완성할 것"
기사입력 2011.12.08 02:25:07 싸이월드 공감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혁신과통합이 주축이 된 시민통합당이 어제(7일) 오후 서울 논현동에서 창당대회를 열고 공식 출범했습니다.

시민통합당은 창당선언문에서 정권교체를 실현해 민주주의와 복지 등 국민의 염원을 받들고 야권의 분열을 극복하는 통합 정당을 완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당 대표에는 이용선 '혁신과통합' 상임대표가 선출됐고, 이해찬 전 총리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이 지도위원으로 선임됐습니다.

문재인 지도위원은 "통합을 통해 기존 정당의 한계를 뛰어넘어 전국 어디에서나 지지를 받을 수 있고, 젊은 세대들도 지지하고 참여하는 새로운 정당을 만들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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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여, 저들은 자신들이 하는 짓을 모르나이다 [2011.12.05 제888호]
[표지 이야기] 한-미 FTA 비준안 날치기로 국민 상식에 반하는 정치적 자해 감행한 한나라당…삶의 불안을 안고 겨울 광장에 나선 시민의 응징은 총선·대선으로 이어질 전망
조혜정
싸이월드 공감

» 촛불을 다시 광장으로 불러모은 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불러올 삶의 불안, 한나라당이 공익을 위한 결정을 하는 집단이 아니라는 불신과 분노다. 11월23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야 5당 합동연설회에 참석한 촛불들. <한겨레21> 박승화 기자

“국익을 위해 FTA 비준에 앞장선 국회의원들 오랜만에 밥값하셨습니다.” 11월23일 저녁 7시20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선 보수단체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 내건 펼침막이 칼바람에 나부꼈다. 금세라도 피를 토할 듯한 한 남성의 목소리가 확성기를 타고 바람을 갈랐다. “정신 차리고 살아, 이 미친 ××들아. 이 한심한 인간들아! FTA에 미래가 있다. 악질 반역자, 김정일 꼬붕들, 친일파한테 왜 놀아나냐? 그 따위로 하니까 취업을 못하지!” 100명 남짓한 참석자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2008년 촛불과 유사한 양상

이곳은 애초 민주당·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이 한나라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날치기에 항의하는 합동 정당연설회를 열려던 장소였다. 그런데 어버이연합이 집회 신고를 내버려 연설회는 길 건너편, 스케이트장 공사가 한창인 서울시청 앞 광장 한켠으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장소가 바뀐 줄 모르고 대한문 앞에 갔던 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어르신’에게 한바탕 욕을 얻어먹어야 했다.

건너편 정당연설회장에선 시청 바로 앞쪽에 설치된 3~4인용 텐트 하나가 눈에 띄었다. ‘MB 퇴장 아이 입장’이라고 쓴 팻말이 텐트 입구에 붙어 있었다. 아내, 세 살배기 딸과 함께 연설회에 참석한 예대열(36)씨가 설치한 것이다. 예씨는 “날씨가 추우니까, 자녀들 데리고 오신 분은 누구든 들어오시라고 마련했어요. 어제 인터넷에서 12만원짜리 중고를 주문해, 조금 전 이리 오는 길에 받아왔어요”라고 했다. 체감온도가 영하 10℃를 기록한 이날 그는 왜 굳이 아이까지 데리고 시청 앞에 서야만 했을까. “FTA가 비준되면 나도 피해를 보지만, (삶에 피해를 주는 내용을) 아무것도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아이가 어른이 됐을 때도 피해를 보니까요. 이건 내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 가족 전체의 문제입니다.” 그는 한나라당이 비준안을 날치기한 하루 전날 서울 명동에서 열린 규탄집회에는 혼자 참석했다고 했다. 아이를 데리고 나오지 않더라도 그는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계속 촛불에 동참하겠다고 했다.

두툼한 방한복, 털모자, 목도리에 장갑까지 ‘중무장’한 촛불은 예씨뿐만이 아니었다. 경기 안양에서 1시간 넘게 걸려 시청 앞에 도착했다는 한 50대 여성은 “FTA가 발효되면 경제는 물론 사회, 정치, 문화 모든 것이 미국의 속국이 되잖아요. 양극화, 빈부 격차는 또 얼마나 심해질까요? 정치적 성향을 떠나 FTA는 해선 안 되는 거예요”라고 했다. “어제는 너무 분해서 잠도 못 잤다”는 그는 “이명박 정권엔 정의도, 도덕성도, 양심도 없다. 너무 파렴치하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악”이라는 격한 말도 쏟아냈다. 대한문 앞에 서 있는 동년배들과 그는 생각이 완전히 달랐다. 촛불은 지하철이 승객을 토해낼 때마다 쑥쑥 늘어났다. 주최 쪽은 1만 명이 모였다고 했다. 포개지다시피 서 있던 시민들은 결국 공사 중인 야외 스케이트장 안쪽까지 파고들었다.




그랬다. 다시 촛불들을 광장으로 불러모은 건 한-미 FTA 비준으로 앞으로 삶에 닥칠 불안, 정부·여당을 향한 불신과 분노였다. 이들은 경찰의 물대포 공격을 받아 온몸이 얼어붙으면서도 “비준 무효! 명박 퇴진!” 구호를 멈추지 않았다. 이튿날인 11월24일에도 비준 무효를 요구하는 시민 6천 명이 서울시청 앞 광장에 모였다.

신진욱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이렇게 분석했다. “한-미 FTA 반대 촛불은 기본적으로 2008년 촛불과 유사하다. 당시에도 초반을 지나고부터는 주된 의제가 시장화로 인한 불안 증가에 대한 저항이었다. 한-미 FTA는 일자리 안정과 양극화 등 사람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중요하게 느끼는 경제 문제, 의료 등 복지 문제와 직결된 의제다. 즉각적으로 눈에 보이진 않지만 앞으로 도래할 잠재적 위험이 크다고 느끼고, 미래의 불확실성에 불안을 느낀다는 점도 2008년과 유사하다. 아울러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공익이나 다수 국민의 공공선을 위해 행동하고 결정하는 집단이 아니라는 깊은 불신이 깔려 있다.”

그랬다. 다시 촛불들을 광장으로 불러모은 건 한-미 FTA 비준으로 앞으로 삶에 닥칠 불안, 정부·여당을 향한 불신과 분노였다. 이들은 경찰의 물대포 공격을 받아 온몸이 얼어붙으면서도 “비준 무효! 명박 퇴진!” 구호를 멈추지 않았다.

역사에서 전혀 배우지 못해

기습적인 직권상정을 통해 비공개로 비준안을 날치기한 한나라당은 이런 여론을 일단 달래야 한다는 태도를 보인다. 우선 물대포를 쏜 경찰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11월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물대포를 맞은 시위 참가자들의 얼굴에 고드름이 얼고, 옷이 찢기는 위험한 상황이 있었다. 경찰 당국의 자제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기현 대변인은 “물대포 문제는 정책위가 경찰청과 협의키로 했다”고 말했다. 경찰이 물대포를 사용하지 않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쟁점이 된 투자자-국가 소송제(ISD) 재협의 추진 등 협정으로 피해를 볼 사람들을 위한 후속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협정 비준안 통과 문제로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당 쇄신을 전면적으로 추진해 ‘부자당’ 이미지를 벗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홍준표 대표와 유승민 최고위원 등은 당내 쇄신파가 주장한 ‘부자 증세’에 힘을 실었다. 유 최고위원은 “FTA 비준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재벌과 대기업, 부자 편을 든다는 이미지가 좀더 강해졌다. 한나라당이 더 어려워진 것도 사실”이라며 “지금부터는 진짜 백지상태에서 당을 쇄신해 정책기조부터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개혁파 초선모임인 민본21은 부자 증세와 함께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적용한 비정규직 보호 대책을 마련하고, 대기업의 성과 배분 효과를 높이는 쪽으로 공정거래법과 하도급 관련법 등의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일부 의원은 한나라당의 ‘얼굴’을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는다. 잦은 설화에 이어 협정 비준 강행 처리로 부정적 이미지가 강해진 홍준표 대표 대신, 전당대회를 다시 치르든, 비상기구 체제로 전환하든 박근혜 전 대표를 전면에 내세워 당을 쇄신하고 총선을 진두지휘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재선 의원은 “‘한나라당이 달라졌구나. 이명박 대통령과 다른 길을 가는구나’ 이런 걸 보여줄 사람은 박 전 대표밖에 없다. 박 전 대표도 책임지고 결단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내년 총선에서 100% 책임과 권한을 갖고 공천을 제대로 해 이기면 (최근 떨어진 지지율을 만회해) 기사회생할 수 있다. 한나라당과 박 전 대표가 사는 길은 이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이런 ‘노력’이 성난 촛불들을 달랠 수 있을까? 정치권 안팎의 전망은 비관적이다. 사실 한나라당이 스스로 ‘무덤’을 판 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당장 이명박 정부는 지지율이 50%를 넘나들던 집권 초기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려 했다가 엄청난 촛불의 저항에 부딪혔다. 지지율은 한 자릿수까지 곤두박질쳤다. 이 대통령이 두 차례나 대국민 사과를 해야 했고, 한반도 대운하를 비롯한 핵심 공약과 공기업 민영화 계획 등을 철회해야 했다. 이후 정부는 대대적인 공안몰이를 벌였지만, 대가는 2010년 지방선거 참패였다.

한나라당이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했을 때도 엄청난 역풍을 맞았다. 여러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70%가 탄핵에 반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선자금 ‘차떼기당’이 무슨 자격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하느냐는 비판을 이기지 못한 한나라당은 천막당사 생활을 시작해야 했다. 당 지지율은 15%까지 추락했다. 가망 없어 보이던 17대 총선에서 박근혜 대표를 내세워 “개헌 저지선만은 만들어달라”고 호소해 121석을 건졌지만, 굳건히 유지하던 원내 제1당 자리는 152석을 얻은 열린우리당에 내줘야 했다.

» 11월22일 오후 한나라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날치기하자 야당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한겨레> 김명진 기자
엘리트주의에서 나오는 오만

신한국당 때인 1996년 말엔 크리스마스 다음날 새벽 6시 복수노조 전면 유예와 쟁의기간 임금지급 금지 등을 핵심으로 한 노동법과 안기부법을 날치기한 적도 있다. 날치기 계획도 치밀해, 신한국당 소속 의원 154명은 서울시내의 여러 호텔에 분산 투숙했다가 당이 준비한 버스를 타고 본회의장에 출석했다. 6분10초 만에 법안을 처리한 신한국당 의원들은 국회 앞의 한 식당에 모여 축배를 들었다. 김영삼 당시 대통령은 청남대로 휴가를 떠났다. 야당인 새정치국민회의와 자유민주연합은 장외투쟁에, 민주노총은 총파업에 돌입했다. 조직노동자는 물론 학생과 일반 시민까지 참여한 노동법 무효화 집회는 1997년 2월 초까지 이어졌다. 한국노총까지 연대한 총파업엔 75만 명이 참가해 사상 최대 규모라는 기록을 만들어냈다. 여권은 노동법 재개정으로 무릎을 꿇었지만, 40%가 넘던 김영삼 대통령의 지지율이 10%대까지 내리꽂히는 걸 막지는 못했다.

이렇게 한나라당을 재기 불능에 가까운 상태로 만든 결정적 사건이 ‘자해’였던 건, 이들이 자신의 선택이 불러올 후폭풍을 전혀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국민의 ‘상식’과 동떨어진 판단을 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이후 장광근 의원이 문화방송 <100분 토론>에서 한 발언은 한나라당이 다른 ‘별’에 살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장 의원은 “이건(탄핵은) 총선을 앞두고 지지 세력을 결집시키기 위한 노 대통령의 정략이다. 탄핵을 기다리며 버티기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알면서 왜 (탄핵을) 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장 의원은 아무런 답변도 하지 못했다.

한-미 FTA 비준안 날치기가 과거 사례들처럼 정권을 내리막길로 이끄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까?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확인됐듯 이미 한나라당의 내년 총선·대선 전망이 밝지 않고, 이 때문에 당 내부의 위기감이 크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나라당 안에서 “이미 더 나빠질 수도 없을 만큼 나쁜 상황이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과거엔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매우 높았다는 것도 지금과 다른 점이다.

하지만 여론이 어떻게 반응할지, 비판 강도가 얼마나 높을지 예상치 못하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적잖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며칠 동안 계속 야당 의원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누가 다치고 실려가는 것보다는 나쁘지 않았다” “집회는 며칠 가다 잠잠해질 거다. 생각보다 반발 여론이 거센 것 같지 않다”고 희망섞인 평가를 내놓는다. 이와 관련해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한-미 FTA는 우리나라의 사회·경제 체제 변화와 관련되기 때문에 다수 국민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설마 하던 일이 이젠 자신에게 해가 되는 문제가 된 것이다. 더구나 날치기라는 처리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느낀다. 이런 FTA 반대 여론이 반이명박·반한나라당 정서와 맞물려 증폭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런데도 한나라당이 여론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은 ‘반발은 잠깐이고,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우리’라는 뿌리 깊은 엘리트주의적 사고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 11월23일 저녁 한나라당의 한-미 FTA 비준안 날치기에 항의해 서울시청 앞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경찰한테 물대포 공격을 당하고 있다. <한겨레21> 박승화 기자

촛불이 꺼져도 효과는 남는다

실제로 가시적인 ‘거리의 촛불’은 그리 오래가지 않을 수도 있다. 중요한 건 비준안 날치기를 강도 높게 비판하는 이가 누구냐, 이 비판 여론이 어떤 방식으로 발전할 것이냐다. 신진욱 교수는 “광범위한 불안을 표현하기 위한 집단행동(촛불)은 비준안을 되돌릴 수 있는 구체적인 쟁점이 형성되지 않는다면 동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을 심판할 수 있는 저비용의 제도적 통로, 즉 내년 4월 총선이라는 정치 일정이 있기 때문에 이 여론은 총선 때 더욱 뜨거워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잠깐은 촛불이 소강상태를 맞을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불안과 분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이는 내년 총선 때 한나라당에 촛불보다 더 큰 부메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동아일보>가 11월22~23일 비준안 통과와 관련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20~40대의 부정 평가는 전체 평균인 41%보다 훨씬 높았다. 20대에선 부정 평가가 60.6%로 긍정 평가(31.2%)의 두 배에 가까웠다. 30대에선 부정 평가가 47.5%로 긍정 평가(34.3%)보다 13.2%포인트 높았고, 40대에선 47.8%로 41.6%인 긍정 평가보다 6.2%포인트 높았다. 또한 20~40대의 긍정 평가는 전체 평균(47.2%)보다 낮았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가장 높은 반감을 드러내는 동시에, 안철수·박원순 열풍을 만들어낸 세대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촛불이 잠잠해지고, 한나라당이 쇄신을 부르짖는다 하더라도 이들이 분노를 잊고, ‘새로운 정치’의 열망을 접으리라 예상하기는 힘들다. 11월23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만난 이주봉(37)씨는 “2008년 촛불은 민영화 저지와 지방선거 야당 승리라는 현실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 당장은 아무것도 얻어낸 게 없는 듯 보일지 몰라도, 박원순·안철수로 대표되는 새로운 정치세력을 구상하게 되고, 진보세력에게 자극을 주게 된 것은 바로 그 힘”이라고 말했다. 임아무개(34)씨는 “국회를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물갈이하지 않으면 우리의 삶을 앞으로 닥칠 절망에서 구해낼 수 없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반드시 한나라당을 심판하고, 협정을 무효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야권의 기득권 세력인 민주당이다. 야당들 사이에 협정 무효화 운동과 정권 퇴진 운동으로 의견이 나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민주당의 자중지란은 심각한 수준이다. ‘전체 의원 필참’이라는 지도부의 요청에도 11월24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협정 무효화 요구 집회에 참석한 민주당 의원은 소속 의원 87명 가운데 20여 명에 불과했다.

민주당은 11월22일 한나라당의 날치기에 항의해 국회 일정 전면 보이콧을 선언했지만, 곧바로 보수파가 반기를 들었다. 한나라당과 합의해 비준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정장선 사무총장은 11월24일 SBS 라디오 <서두원의 시사초점>에서 국회 복귀를 주장했다. “총선과 대선이 있고, 서민층이 어려운 상황에서 예산을 여당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기 때문에 국회에 들어와 야당으로서 확실한 역할을 하는 게 옳다”는 것이다. 그는 개인 의견이라고 단서를 달았지만, 지역구 예산을 의식해 이런 의견에 동조하는 민주당 의원이 적지 않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오래 끌지는 못할 것”이라며 별다른 긴장감을 보이지 않는다.

“한-미 FTA는 우리나라의 사회·경제 체제 변화와 관련되기 때문에 다수 국민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설마 하던 일이 이젠 자신에게 해가 되는 문제가 된 것이다. 더구나 날치기라는 처리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느낀다. 이런 FTA 반대 여론이 반이명박·반한나라당 정서와 맞물려 증폭되고 있다.”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대안 없는 민심은 어디로 갈까

더구나 민주당은 비준안을 날치기당한 직후인 11월23일 중앙위원회에서 야권 통합 추진 방안도 합의하지 못했다. ‘혁신과통합’ 등과 12월 통합 전당대회를 열겠다는 당 지도부의 방침에 통합에 부정적인 이들이 격렬하게 맞선 탓이다. 이런 모습은 반한나라당 정서가 아무리 높아도 민주당 지지로 이어지지 않는 현상으로 귀결된다. ‘대체재’로서의 매력을 조금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다. 생길지 안 생길지도 모르는 ‘안철수 신당’에 여론이 쏠리는 까닭이기도 하다.

한나라당을 심판하는 것도, 민주당의 변화를 압박하는 것도 민심이다. ‘한나라당은 싫지만, 찍고 싶은 사람도 없는’ 2007년 대선 상황이 반복되길 원하는 이도 많지 않다. 그것이 누구를 웃게 만들고, 누구를 울게 만들었는지 기억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가슴속 촛불을 밝혀야 하는 이유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한나라당 “총선 악영향…메가톤급 악재”
등록 : 20111202 20:01 | 수정 : 20111202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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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구식 의원 사퇴해야”
“국민은 당과 연결 생각”
“서울 총선은 하나마나”

»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이 자신의 보좌진 공아무개씨가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에 디도스 공격을 감행해 서버를 다운시킨 것으로 밝혀진 2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려고 굳은 표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누리집을 디도스 공격한 공아무개(27)씨가 2일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의 수행비서로 드러나자 한나라당은 혼돈에 빠져드는 모습이었다. 의원들은 내년 총선에 악영향을 끼칠 ‘초특급 악재’라며 격앙했다.

한 주요 당직자는 “메가톤급 타격이다. 20~40대 민심을 더는 회복할 수 없다”며 “최 의원이 지시를 안 했더라도 관리 책임이 있다.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3선 의원은 “국민은 모두 한나라당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런 사건이 하나둘 모이고 비리가 터지면 당은 정말 이름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당 안에선 이 사건이 국민에게 ‘수행비서=최구식 의원=한나라당’으로 등식화되면서 내년 총선까지도 큰 영향을 끼칠 것이란 염려가 크다. 서울지역 한 초선 의원은 “서울은 총선을 하나마나”라고도 말했다.

최근 한나라당은 10·26 서울시장 선거에서 20~40대의 뚜렷한 민심 이반을 확인하고 ‘쇄신’에 주력해왔다. 하지만 이후 한-미 자유무역협정 강행처리,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접근 제한법 발의, 강용석 전 한나라당 의원의 개그맨 고소 등 연이은 악재에 시달려야 했다.

수사 결과 이 사건 배후에 한나라당이나 한나라당 의원이 관여된 것으로 확인될 경우 현 지도부까지도 흔들 ‘충격파’라는 게 당내 대체적인 인식이다. 남경필 최고위원은 “정치와 정당문화의 수준이 국민의 눈높이에 얼마나 미치지 못하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당이) 혁신하지 않으면 혁명당한다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다른 다선 의원은 “조금이라도 최 의원과 연관되어 있다면 의원직을 사퇴하고, 당 지도부도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현 대변인은 “개인적 돌출행동이라고는 하지만 어처구니없는 짓이었다. 수사당국은 신분·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히 수사해 관계자를 엄벌해야 한다”며 “(수사결과가 뭐든) 우리 당에 도움이 안 될 게 틀림없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표는 “의원실에서 있었던 일인데, 해당 의원이 해명해야 한다”며 “내가 왈가왈부할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다른 사람이 미운 이유

조현 2011. 10. 10
조회수 2612추천수 0

한번은 조너스 베어 삼촌이 나를 연못으로 데려갔다. 삼촌은 연못을 들여다보라고 하더니 나에게 물었다.
  “무엇이 보이니?”
  “내 모습이 보여요.”
  “물속에 이 막대기를 넣고 휘저어 보거라.”
 삼촌 말대로 물을 휘저었더니, 다시 물어 왔다.
 “이번엔 뭐가 보이니?”
 “제 얼굴이 일그러져 보여요.”
 “그 얼굴이 좋니?”
 “이런 얼굴은 싫어요.”
 “사람을 만나다 보면 그 사람이 못마땅할 때가 있단다. 사실 그건 너의 모습을 그 사람에게서 보고 있는 것이란다.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네가 마음에 들지 않는 어느 부분을 그 사람을 통해 보고 있는 거야. 그래서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거란다. 하지만 실제로는 너의 일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거야. 그 점을 늘 명심해라.”
 삼촌은 심리학자가 아니었다. 어쩌면 심리학이라는 말조차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삼촌은 이런 이야기도 했다.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는 아이들이 있단다. 팔다리가 없거나 얼굴이 일그러진 것처럼 말이야. 한쪽 눈이 살로 덮여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지. 그런 사람을 빤히 쳐다보아서는 안 돼. 드러내 놓고 쳐다보지 말거라. 그런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거라. 겉모습은 다를지 몰라도 마음이나 감정은 너희들과 똑같단다. 그런 아이들과 함께 놀아 주고 가능하다면 웃게 해 주어라.”
장애를 가진 아이가 태어나면 우리 부족은 특별히 축복받은 아이라고 이야기했다. 선량한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고 그를 통해 아이에게서 많은 사랑이 샘솟기 때문이다. 단순한 동정이 아니라 사랑으로, 아이는 장애에도 불구하고 뜻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 그래서 모두가 아이뿐 아니라 아이의 가족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려 했다. 이 역시 그런 사람을 빤히 쳐다보아서는 안 된다는 엄한 가르침의 일환이었다.
 

 인생과 자연을 바라보는 <인디언의 지혜>(베어 하트·몰리 라킨 지음, 강대은 옮김, 판미동 펴냄)에서
 

 베어 하트=치유사이자 아메리카 원주민 교회의 전도사이다. 1938년 머스코지 족의 통과의례인 뱀 굴을 무사히 통과하면서 인디언 주술사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14년간 두 스승으로부터 전통적인 인디언 훈련법을 전수받았으며, 동시에 정규교육을 마치고,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는 등 현대적인 교육을 받기도 했다. 전통적인 훈련을 전수받은 마지막 세대의 주술사인 그는 인디언 전통과 현대사회를 잇는 역할을 훌륭히 수행한다고 평가받는다. 현지 앨버커키에 살면서 다양한 훈련을 통해 쌓은 지혜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현대인들에게 전해 주고 있다.
 
 물리 라킨=아메리카 원주민 주술사인 베어 하틍게 인디언의 전통 의식을 배우고 ‘비전 탐구’라는 자아 성찰의 기회를 가지는 등 15년 동안 가르침을 받았다. 이후 베어 하트와 함께 미국과 유럽 일대, 호주 등지에서 인디언의 지혜와 가르침을 전했다. 치유단체의 강사로도 활동 중인 그녀는 치유사로서 사람들이 삶의 목적을 달성하고, 지구의 모든 살아 있는 생명체와 인간이 균형 잡힌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돕는다. 현재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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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 따로, 삶 따로 한국불교 선승들

조현 2011.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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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선방에서 참선 중인 선승들

음력으로 ‘10월 보름’인 지난 10일부터 선방 스님들이 동안거에 들어갔다. 조계종에서만 전국 100개 사찰의 선원에서 2200여명이 내년 ‘음력 정월 보름’인 2월6일까지 세달간 집중적으로 참선 정진한다.


그들이 수행에 들어갈 즈음 조계종 총무원청사에선 해인사 출신의 한 종회의원 스님이 같은 해인사 출신의 동료 의원을 폭행한 일이 발생했다. 성철 스님과 현 종정 법전 스님 등 조계종의 대표적인 선승들의 수행처인 해인사 스님들이 폭력으로 물의를 빚은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최고의 수행처에서 마음공부를 한 스님에게서 나온 폭력성을 어떻게 봐야 할까.

때마침 나온 <불교평론> 가을호에서 동국대 불교문화대학원 겸임교수인 마성 스님이 ‘한국불교의 수행법, 무엇이 문제인가’란 논단을 통해 이런 궁금증을 파고들었다.

수행법에 대한 문제의식은 이미 조계종이 발간한 <간화선>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염불·주력·절·사경·관법 등 통불교로서 여러 수행 방법이 통용되는 조계종에서도 ‘이 뭐꼬’ 등의 화두를 들고 참구하는 <간화선>은 최고 수행법으로 권위를 점하고 있다. 조계종은 2008년 <간화선>이란 책을 수행지침서로 내놓았다. 이 책에선 “우리나라 수행자들의 삶과 수행이 일치되지 않고 있다. 법(진리)을 중심으로 일상생활에서 사고하고 실천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부처님의 교법과 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또한 이를 생활화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9월28일 서울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현대 명상문화와 한국 선의 과제’를 주제로 열린 ‘한국불교 중흥을 위한 대토론회’에서도 수행풍토의 문제점이 제기됐다. 한산사 용성선원장인 월암 스님은 “적정무사(寂靜無事·번뇌와 고통을 떠남)에 안주하여 선미(禪味·선의 맛)를 탐착하는 일부 수행 전문가의 생활 방편으로 전락되고 있기 때문에 위기가 제기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마성 스님도 논단에서 금강대 권탄준 교수와 도법 스님의 주장을 빌려 생활에서 실천되지 못하는 ‘수행을 위한 수행’을 비판하고 있다. 권 교수는 “평소 생활에서 스스로 몸과 마음을 다스려 잘못 길들여진 생활방식을 바꾸고 훌륭한 생활 습관을 길들이려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도법 스님은 ‘생활 따로 수행 따로’인 이유에 대해 “비중도적인 불교관과 수행론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마성 스님은 “간화선 수행을 통해 깨달은 자라고 자처하는 선사가 상식적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아집과 집착에서 비롯된 행위를 할 때, 후학들은 간화선 수행 자체에 회의를 느끼게 된다”며 “선사들은 여전히 삶의 현장에서 실현할 수 없는 공허한 언어의 나열이나 삶과 유리된 깨달음에 대한 환상만 심어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깨달음의 사회화’가 실현되지 못함으로써 선방의 수좌는 사회문제에 초연해야 한다는 잘못된 인식이 팽배해 사회문제와 중생의 삶을 돌아보지 않게 되고 나눔·생명·평화에 대한 문제에도 무관심해진다”고 보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이익과 행복’을 위해 존재한다는 불교의 존재 가치를 따르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그는 김나미 한신대 강사의 논문을 빌려 “그 어디서도 깨달음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정의도 발견할 수 없이 무척 신비한 ‘그 무엇’으로 포장되어 깨닫기만 하면 당장 도인이 되는 것으로 착각하게 되는 깨달음 지상주의가 한국 선종의 현주소”라고 지적하고 있다.

마성 스님은 “초기경전에 의하면 ‘깨달음이란 진리에 대한 눈뜸’이라고 정의돼 있어 세계와 인생을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라고 밝혔다. 그는 “깨달음에 대한 신비주의에 빠져 있는 사람들은 깨닫기만 하면 모든 문제를 한순간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지만 그런 일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하나의 환상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안성두 금강대 교수의 ‘수행도의 다양성과 깨달음의 일미’라는 논문을 빌려 “수행이란 하나의 치료약과 같은 것으로, 자신의 능력과 관심에 맞는 방법을 채택하는 것인데 만일 모든 사람에게 맞는, 모든 이의 병을 고칠 수 있는 만능의 치료약이 있다고 주장한다면, 이러한 사고방식은 지극히 비역사적일 뿐 아니라 교리적으로도 극히 위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성 스님은 “비록 붓다가 직접 제시한 것일지라도 자신의 근기에 맞지 않는 것이라면 올바른 길이라고 할 수 없기에 어느 한 가지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고집하지 않는 게 불교 수행법의 특징 가운데 하나”라며 “선수행만이 깨달음으로 가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또 하나의 독단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조계종 종교평화선언 왜 유보됐나

조현 2011.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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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도법 스님이 종교평화선언 초안을 설명하고 있다.

조계종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종교평화선언’이 종정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조계종 ‘자성과 쇄신 결사 추진본부’ (본부장·도법 스님)는 오는 29일 서울 조계사마당에서 이웃종교 지도자들을 초청해 종교평화선언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조계종 최고 어른인 종정 법전 스님이 충분한 여론수렴과정을 거칠 것을 주문함에 따라 발표가 전격 연기됐다.
 조계종 총무원은 지난 25일 “종정 스님이 종교평화선언의 취지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를 했다”면서 “그러나 더 널리 의견을 구하고 발표 시기도 검토할 것을 당부함에 따라 종정 스님의 뜻을 최대한 받들어 29일로 예정된 발표식 행사를 부득이 연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가 지난 8월 마련한 ‘종교평화 실현을 위한 불교인 선언 - 21세기 아쇼카 선언’ 초안은 ‘나만의 진리를 고집하지 않으며 불교에만 진리가 있다고 주장하지 않고, 이웃종교에도 진리가 있음을 인정한다’고 돼 있어  신선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반해 ‘전법(불교의 진리를 전하는 것)이 개종을 목적으로 하지않는다’는 표현 등을 놓고 종교평화선언에 반대하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나 세계에서 대표적인 다종교국가로서 이명박 정부 들어 종교간 갈등 수위가 높아가고 있던 때여서 불교계의 종교평화선언이 화해와 상생을 이끄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란 평가가 주류를 이뤘다.


 그런데 종정에 의해 제동이 걸리자 종단 안팎에선 해인사에 주석 중인 종정 스님의 최측근들의 의견이 반영된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지난 2001년 도법 스님이 이끌던 실상사쪽이 해인사 청동대불 조성에 반대할 당시 해인사 스님들 30여명이 실상사로 몰려가 난동을 부린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종정 예경실장인 해인사 주지 선각 스님은 “공적인 소임자가 이미 오래전에 잊혀진 일을 마음에 두고 일을 처리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종정 스님께서 종교평화선언의 완성을 위해 좀 더 대중의 공의를 모아 내년에 새로 추대될 후임 종정께서 발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의 교시를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부장판사 "한미FTA 불평등... 재협상 검토해야"
김하늘 부장판사, 대법원장에 청원제안... 판사들 1백명 동의 '파장'
11.12.01 22:46 ㅣ최종 업데이트 11.12.01 22:46 김용국 (jundorapa)

"ISD(투자자국가제소권)는 사법주권을 빼앗는 조항이다. 왜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분쟁에 대해 국내 법원이 아닌 제3의 기관에 권리구제를 맡겨야 하는가? 왜 법원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사법권을 포기해야 하는가?"

한미FTA 관련 판사들의 입장 표명에 대해 대법원이 11월 29일 '신중한 처신'을 권고했지만 판사들의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번엔 수도권의 부장판사가 대법원에 한미FTA 재협상을 위한 TFT(태스크포스팀: 전담부서) 구성을 제안했다. 이 제안에 순식간에 100여 명의 판사들이 동조하는 등 파문이 일고 있다.

인천지법 김하늘 부장판사는 1일 법원내부 게시판 '코트넷'에 올린 글을 통해 "한미FTA가 불평등 조약일 가능성이 있고, 사법부의 재판관할을 빼앗는 점에서 사법주권을 침해하는 조약"이라며 재협상을 위해 법률의 최종 해석권한을 갖고 있는 사법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자신을 '합리적 보수주의자'로 소개한 김 판사는 한미FTA와 관련 "나의 입장은 처음에는 찬성하는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다가 최근 논란이 정치적, 사회적으로 계속되면서 내가 정작 한미FTA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한미FTA는 사법주권을 침해하는 조약"

지난 11월 29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한미FTA 날치기 비준안 처리 규탄 야5당 정당연설회에서 한 시민이 구호가 적힌 손피켓과 촛불을 들고 있다.
ⓒ 권우성
한미FTA 반대

김 판사는 토론 프로그램과 자료 등을 보면서 "한미FTA가 불평등 조약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품게 되었다"며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는 먼저 "우리나라는 신법우선의 원칙에 따라 1500페이지에 달하는 한미FTA에 배치되는 모든 법률과 하위 규범은 개정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무효가 되는 것"이지만 "미국은 불문법 국가로서, 한미FTA 자체가 법규범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의회에서 통과시킨 이행법률만이 규범적 효력을 갖게 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한미FTA로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법률상 장벽은 제거되었는데, 미국의 장벽은 그대로 존속한다는 말이니, 바로 이것이 불평등 조약이 아니고 무엇인가?"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한미FTA가 ▲ 네거티브 방식에 의한 개방(개방을 유예하거나 제한하는 분야만 협정에서 적시를 하고 나머지는 모두 완전히 개방하는 방식) ▲ 역진방지조항(Ratchet: 한 번 개방된 수준은 그 이하로 되돌릴 수 없는 제도) ▲ 간접수용에 의한 손실보상(상대 국가의 정책이나 규정에 의해 간접적인 피해를 입어도 보상해주는 방식) 등의 조항 때문에 한국에게 불공정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ISD(투자자국가제소권) 조항이 사법주권을 침해한다고 우려했다. 그는 "ISD 조항은 정부가 한미FTA를 위반하여 투자자에게 손실이 발생하게 될 경우, 그 투자자가 정부를 상대로 국내 법원이 아닌 세계은행 산하 ICSID라는 중재기구에 직접 구제를 요청할 수 있다는 조항"이라며 "이것이 본질적으로 우리나라의 사법주권을 빼앗는 조항"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왜 국내법과 같은 효력이 있는 조약의 해석에 관하여 법률의 최종적인 해석권한이 있는 법원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사법권을 포기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줄 것은 다 내주고 받을 것은 하나도 못 받아... 이해 어려워"

그는 한미FTA의 불공정성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한미FTA는 네거티브 방식에 의해 특별히 협정에서 유보하고 있지 않는 한 모든 분야에 걸쳐 무제한 개방을 하게 하고, 역진방지조항에 의해 우리 정부가 융통성 있는 시장보호정책을 실시하는 것을 방지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가 새로운 중소기업보호정책이나 환경보호정책을 하려고 하면 직접적인 손해가 아니더라도 간접적인 피해나 기대수익까지도 배상하도록 규정한 다음에, 마지막으로 ISD 조항으로 그 최종적인 분쟁의 해결권을 우리나라 사법부에게서 빼앗아 미국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세계은행 산하에 있는 ICSID라는 중재기구에게 넘겨준 것이다."

그는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줄 것은 다 내어주고 받을 것은 하나도 못 받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협정이 맺어지게 되었을까?"라고 협상 과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은 국회를 방문하여 한미FTA가 비준 동의되더라도 위 ISD 조항에 관하여 미국과 재협상을 시작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법률의 최종적인 해석권한을 갖고 있는 사법부가 어떠한 가이드 라인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판사는 "아울러 외교통상부에서 사법부의 재판권을 빼앗아 제3의 중재기관에게 맡겨버렸는데, 법원이 그에 관하여 아무런 의견을 내지 않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해결 방안으로 "법원에서 한미FTA 재협상을 위한 TFT를 구성하여 여기서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면, 국민들의 의구심과 사회적 갈등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이러한 저의 제안에 공감하는 판사님이 100명을 넘어선다면, 정식으로 대법원장님을 만나 한미FTA 재협상을 위한 TFT를 구성해 달라는 청원을 올리려고 한다"고 제안했다. 이 제안에 대해 상당수 판사들은 즉각 동의했다. 1일 오후 6시 현재 벌써 100명이 넘는 판사들이 댓글로 동의 의사 표시를 함으로써 청원이 실현될지 주목된다.

"대법원에 TFT 구성" 제안에 판사 1백명 동의

이번 사태는 애초에 <조선일보>가 페이스북에 올린 특정 판사의 글이 정치적으로 편향됐다고 문제삼아 촉발되었다. 그런데 이 사안은 보수언론으로부터 사법권 독립, 법관의 표현의 자유와 SNS(소셜네트워크) 사용 기준을 넘어서 이제는 한미FTA 의 불공정과 관련된 문제로까지 논의가 확대되는 분위기다.

특히 한미FTA가 불공정하다고 비판한 김 판사는 스스로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여당후보에게 투표했다"는 사실을 밝힐 정도로 자신의 의사표현이 정치적 성향과는 무관함을 강조했다. 또한 일선 판사들 상당수가 TFT 구성에 동의함에 따라 대법원의 자제 권고가 무색해졌고, 보수언론의 기대와 달리 '소수의 편향된 판사들'이 아닌 다수의 판사들이 가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까지 이번 사태에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한 판사는 최은배 부장판사(인천지법)를 비롯, 이정렬 부장판사(창원지법), 변민선, 서기호 판사(이상 서울북부지법), 송승용 판사(수원지법)에 이어 김 판사가 6번째다.

ⓒ 2011 OhmyNews
"민주당 '486', 20대가 볼 때 얼마나 가소롭겠나"
이철우 전 의원, 당권 다툼 486에 쓴소리... "6월 항쟁 세대 독자선언 해야"
11.12.01 18:10 ㅣ최종 업데이트 11.12.01 18:10 이승훈 (youngleft)

민주당 내 대표적 486(40대·80년대 학번·60년대 생) 인사인 이철우 전 의원이 야권 통합 과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당권 다툼에 쓴소리를 던졌다. 6월 항쟁 세대 인사들에 대해서는 "계파적 행동을 중단하고 비상시국회의를 열자"고 요구했다.

이 전 의원은 1일 자신의 블로그(http://unikop.blog.me)에 '6월 항쟁 세대에 고함'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민주당의 '친노'와 구민주계가 당권을 놓고 경쟁 중이고 '486'의 적지 않은 인사들도 김대중의 유훈과 노무현의 억울함을 되뇌이며 당권을 잡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며 "그런데 참 감동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구민주계는) 민주당의 원조라며 상스럽기까지 하게 목청을 돋우는가 하면 친노계는 현 지도부와 구 민주계의 싸움을 팔장끼고 지켜보며 자신들의 세 규합에만 관심이 있다"며 "그러나 이건 아니다"고 꼬집었다.

"486, 계파놀음 중단하고 국민과 연합해야"

이철우 전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 전 의원은 당내 486 인사들에 대해서도 "계파적 행동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밖에는 6월 항쟁 때 같은 흐름이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며 "이 판국에 자칭 6월 항쟁의 주역이라며 자랑스럽게 정치권에 입문하고, 나이도 40대 후반 혹은 50대를 넘긴 사람들이 누가 되면 당이 망가지느니 하며 계파놀음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 의원은 "공천권 아니면 정당보조금 100억이 그리 중요하느냐, 아니면 엄청난 노선의 차이가 있느냐"며 "아직 미숙해서 당신들을 지도해 줄 지도자나 당신들의 이해를 대변해 줄 보스가 필요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 전 의원은 486 세대의 결단을 촉구했다. 그는 "이제 6월 세대는 독자선언을 하고 당 밖에 있는 20~30대와 연합하고 안철수 지지로 대변되는 국민들과 연합해야 한다"며 "모든 계파적 행동을 중단하고 6월 항쟁 세대 전체가 참여하는 비상시국회의를 열자"고 제안했다.

이 전 의원은 "특히 현역 의원으로 있는 6월 세대들이 결단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오로지 박정희 향수에 의지하는 한나라당과 다를 바 없는 취급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김대중 노무현 정신이 진정 살아 숨쉬게 하려면 거기서 자유로워져야 한다, 두 분이 지금 살아있다면 무엇을 했을까 생각하는 게 진정한 존경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전 의원은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민주당 내에서 가장 혁신적이라고 하는 486 세대가 현재 당의 통합 과정을 주도적으로 풀어가는 게 아니라 계파에 얽매여 있는 게 안타까워 글을 쓰게 됐다"며 "계파를 모두 버리고 함께 모여 당권을 둘러싼 이전투구를 무력화할 주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87년 6월 항쟁 당시 우리 세대가 기성 정치권을 얼마나 가소롭게 봤나"라며 "마찬가지로 지금 20~30대들이 당권 싸움에 매몰된 486들의 모습을 보면 얼마나 가소롭겠느냐, 현실을 똑바로 보지 못하면 국민들에게 6월 항쟁 세대들도 정치 불신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경기 포천 출신인 이 전 의원은 대표적 486 운동권 출신 인사로 17대 국회 때 열린우리당 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지난해 민주당 전당 대회에서 손학규 대표가 선출된 후 수석사무부총장을 맡기도 했다.

청와대 이어 소녀시대도 유튜브선 망명중

구글 인터넷실명제 편법우회···한국계정 업로드 불가 2년반째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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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 동영상을 한번이라도 올려본 초등학생이라면 어렵지 않은 퀴즈 하나. 대한민국 최고 행정기관인 청와대의 유튜브 국적은 무엇일까. 대한민국(한국)이 아니다. 전세계다. 'K-팝(POP)'의 간판격인 원더걸스, 샤이니, 소녀시대도 유튜브에선 한국 국적을 쓸 수 없다. 정부가 나서서 한류문화 확산을 위해 구글과 손잡고 유튜브에 'K-팝' 전용채널을 만드는데, 국적은 한국을 택할 수 없는 기막힌 상황에 처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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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유튜브 공식채널 캡쳐화면. 청와대는 2009년 4월부터 동영상 업로드를 위해 국적을 '한국'에서 '전세계'로 변경했다.
30일 문화체육관광부와 구글이 체결한 '한류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서'의 골자는 유튜브 음악카테고리에 K-팝 항목을 신설, 세계인들에게 인지도를 높이는 한편 한국 고전영화 전용채널을 구축해 대표적인 고전영화를 소개하는 것이다.

또 대규모 콘서트 개최 및 홍보를 지원하고 이를 유튜브로 실시간 방송하는 방안이 마련된다. 11월 초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 방한해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약속한 '코리아 고 글로벌' 프로젝트 중 하나다.

그런데 이번 협약으로 '사이버망명'이 이뤄지는 '유튜브식 꼼수', 그리고 그 꼼수를 인정한 대한민국 인터넷의 현실이 다시 주목받게 됐다.

정부는 2009년 4월부터 하루 이용자 10만명 이상인 인터넷서비스에 대해 제한적본인확인제(인터넷실명제)를 시행해왔다. 촛불, 미네르바 사건 등을 치르면서 얼굴없는 댓글로 인한 피해를 막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이를 따를 수 없다는 구글은 실명제 실행과 동시에 국내 유튜브서비스에서 영상업로드 및 댓글기능을 폐쇄했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대신 홈페이지 하단에 국가 설정만 바꾸면 자유롭게 댓글을 달고 영상을 올릴 수 있도록 '대안'을 만들었다. 이른바 국내이용자들의 '사이버망명'이 시작된 순간이다.

국내이용자들은 홍콩 등 36개 국가로 국적을 변경해 동영상을 업로드하거나 댓글을 작성한다. 청와대도 청와대를 알리기 위해 '망명'을 택했다. 2009년 4월부터 2년7개월여 동안 청와대는 구글 유튜브 공식채널(http://www.youtube.com/presidentmblee)을 운영하면서 국적을 '한국'에서 '전세계'로 수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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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홈페이지 캡쳐화면. 인터넷실명제 시행 이후 국내 이용자들은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기 위해 한국 국적을 다른 나라로 변경해야 한다.
정부와 여당인 한나라당이 앞장서서 마련한 '인터넷실명제'를 거부한 유튜브의 고자세에 우리 정부가 2년 넘게 무릎 꿇은 셈이다. 청와대 공식채널의 동영상 1편당 조회수는 대체로 200~400건. 2년7개월 동안 누적된 전체 조회수는 11만2425건, 하루평균 119회의 영상이 조회됐다.

구글은 고자세는 국가에 따라 적용이 달라진다. 과거 중국 정부의 검열에 굴복해 고객의 개인정보를 제공했다. 한때 중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천안문' 등 일부 주제에 대한 검색결과를 걸러내기도 했다.

반면 한국에 대해서는 사사건건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왔다. 게임에 대한 사전등급분류 법조항에 반발해 국내 게임카테고리를 1년8개월 동안 폐쇄했다가 지난 29일에야 다시 개방했다. 상대를 봐가며 정책을 바꾸는 셈이다.

이번에 유튜브를 통한 한류 확산 지원이 정부의 기대만큼 실효성이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미 국내 주요 기획사들은 유튜브와 콘텐츠 계약을 하고 소속 연예인의 영상을 업로드해왔다. 기존 기획사들과의 협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구글 측의 이득이 더 많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류바람을 탄 K팝 콘텐츠가 안정적으로 확보되면 동영상 조회수와 방문자 수는 그만큼 늘어나고 구글로서는 손해를 볼 일이 없다는 의미다.

실명제에 막혀 콘텐츠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유튜브 경쟁사들은 울상이다. 유튜브의 콘텐츠파워가 더욱 커지면 국내 동영상서비스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내 산업을 육성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경쟁관계인 해외기업의 힘을 키워주는 꼴이다.

인터넷업계 관계자는 "인터넷실명제, 셧다운제를 통해 정부가 의도치 않게 해외기업들에 특혜를 주고 국내기업만 압박하게 됐다"며 "청와대가 망명까지 해가며 유튜브에 찾아갈 거라면 인터넷실명제를 폐지해 국내 경쟁사에게 숨통을 터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대면 커지는 '벤츠 女 검사' 사건..긴장하는 檢ㆍ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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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홍기삼 기자=
'벤츠 여검사' 사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수도권에 근무하던 이모 검사(36·여)가 부장판사 출신 최모(49) 변호사의 사건 청탁을 들어주고 벤츠 승용차와 법인카드, 명품 샤넬 가방 등을 받은 정황이 드러난 게 끝이 아니라는 얘기다.

최 변호사가 A 검사장에게 사건을 유리한 방향으로 처리하도록 청탁하고 경남지역 B 부장판사에게 백화점 상품권을 전달했다는 의혹까지 나왔다. 법조 게이트로 번질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창원지법 부장판사를 지낸 뒤 변호사로 개업한 최 변호사가 지난해 4월 고소한 사람을 모검찰청이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의혹이 30일 제기됐다. 해당 지검은 최 변호사가 정식으로 고소하기 전에 검찰에 진정서가 접수된 것처럼 꾸며 피고소인을 조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최 변호사와 A 검사장은 대학과 사법연수원 동기다. 해당 사건은 지난해 9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검찰과 피고인이 모두 상고하지 않아 무죄가 확정됐다.

최 변호사와 부적절한 관계였던 것으로 알려진 이 검사가 지난해 5월 최 변호사가 고소한 횡령 사건과 관련된 청탁을 들어준 정황도 포착됐다. 사건을 수사 중인 부산지검은 이 검사와 최 변호사가 지난해 9~12월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확보했다.

이 검사는 최 변호사에게 "뜻대로 전달했고 그렇게 하겠대. 영장 청구도 고려해보겠대. 부도협박 등 상황은 다 설명했어"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 검사는 "○○○ 검사한테 말해뒀으니 그리 알라"고도 했다.


최 변호사가 올해 초 경남의 B 부장판사에게 50만원어치 백화점 상품권을 전달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검찰은 "최 변호사가 'B 부장판사에게 와인을 선물해야 한다'며 의뢰인에게 100만원을 요구하고, 와인을 받은 판사는 최 변호사에게 '매번 뭘 이렇게 챙겨주시냐'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는 증언도 확보했다.

대법원은 윤리감사관실을 통해 자체 진상파악에 나섰다. 해당 판사는 "친분이 있는 최 변호사 등과 두 차례 저녁식사를 했지만 금품을 수수하지는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부산지검은 지난 29일 이번 사건의 의혹과 관련해 전담 수사팀을 구성해 본격 수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검찰은 최근 최 변호사의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또 이 검사와 최 변호사의 계좌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우선 이 검사에게 벤츠 승용차가 전달된 시점과 경위, 이 검사의 최 변호사 로펌 법인카드 사용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rgu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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