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꼼수 특별공연, 3만명이 축제같이 외친 한미FTA 반대

[뉴스1 제공 ]

(서울=뉴스1) 고유선.안상욱 기자 =
김용민 시사평론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정봉주 전 민주당의원, 주진우 시사인 기자(왼쪽부터) News1송원영 기자


인기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와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는 30일 저녁 7시30분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문화공원에서 `나꼼수 FTA 특별 야외공연`을 열고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퇴진을 촉구한 뒤 평화적으로 해산했다.


행사장에는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심상정 전 의원, 박영선 민주당 의원, 김선동 민노당 의원, 이정희 민노당 대표 등 정치권 인사들과 나꼼수 공식카페 `반지하의 제왕`, 정봉주 전 의원 팬클럽 `정봉주와 미래권력들` 회원, 일반시민 등 3만여명(경찰추산 1만6000명) 인원이 모였다.


이들은 `한미FTA 무효`, `한나라당 해체` 등 문구가 쓰인 빨간 피켓을 흔들며 콘서트를 관람했다.


News1 30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문화공원에서 인기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와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나꼼수 FTA특별 야외공연`에서 마스크를 쓴 공지영 작가와 정봉주 전 민주당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송원영 기자


이날 외부 인사로는 처음으로 행사장을 찾은 공지영 작가는 정봉주 전 의원의 책에 추천사를 써주면서 시작된 둘의 인연을 소개하며 나꼼수 멤버들에 얽힌 재미난 사연을 소개했다.


그 중 대다수는 정 전 의원과 주고받은 메시지의 내용이었다.


얼마전 정 전 의원은 책의 추천사를 부탁하기 위해 공 작가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일면식조차 없는 사이였지만 그는 `정봉주 의원입니다. 전화 한 번 부탁드립니다. 굽신굽신`이란 문자를 보냈다.


이후 공 작가는 정 전 의원에게 ‘추천사를 검토해볼 테니 원고를 보내라’고 했다.


정 전 의원은 이렇게 메시지를 보냈다. `아직 책을 쓰기 전입니다`.

책을 쓰기도 전에 추천사를 쓰지 않기로 유명한 공 작가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낸 정 전 의원에 대해 공 작가는 농담조로 `참 경박한 사람`이라고 묘사해 관객들을 웃겼다.


공 작가가 무대 위에서 나꼼수 멤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 행사장을 찾은 박영선 민주당 최고의원은 "나꼼수 멤버들과 현장에 모인 시민 분들을 응원하러 왔다"며 "특히 정봉주 의원과는 BBK 때부터 잘 알고 지냈던 사이라 자발적으로 왔다"고 말했다.


이후 무대에 오른 박 의원은 지난번 박원순 서울시장과 경선을 벌일 당시 나꼼수에 출연했던 일화를 전하며 "나와 박 시장은 영문 이름이니셜도 같고 고향도 창녕으로 같아 아름다운 경선을 벌일 수 있었다"라고 얘기했다.


News1 30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문화공원에서 인기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와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나꼼수 FTA특별 야외공연`에서 시민들이 공연을 보며 환호하고 있다. ‘나는 꼼수다’가 개최한 야외 공연에 2만여명이 운집했다. 송원영 기자



이날 콘서트 중간 중간에는 `제8극장`, `카피머신` 등 인디밴드들이 무대에 올라 `All you need is love`, `아름다운 세상` 등 노래를 불러 열기를 더했다.


밴드들의 공연이 펼쳐지는 동안 관객들은 고개를 흔들고 박수를 치며 호응을 보냈다.


오후 9시 이후 서울의 기온은 5도였고 체감온도는 이보다 낮은 0도였다.


시민들은 준비해온 담요와 머플러를 두르면서도 자리를 지켰다.


공연 이후 무대에 오른 심상정 전 의원은 "초대를 받지는 않았지만 내가 가야할 곳은 간다는 생각으로 왔다"며 "여러분들 중 여기 초대 받고 온 사람들 있냐"는 물음을 참석자들에게 던져 연호를 받았다.


한미FTA를 처음부터 반대했다는 심 전 의원은 "미국과 1대1로 FTA를 맺은 페루와 콜롬비아 ·멕시코는 모두 삶이 지질해졌지만 반대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정치도 경제도 잘 되고 있지 않느냐"며 FTA 폐기를 강력히 주장했다.


공연 중간 중간에 김용민 전 한양대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 박근혜 의원, 박원순 시장, 조현오 경찰청장 등 성대모사를 선보였다.


조 청장의 목소리를 흉내내던 그에게 주진우 기자가 "수사권 조정문제를 해결해야지 여기 있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묻자 그는 "나는 물 `수(水)`에 쏠 `사(射)`인 수사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FTA 반대집회 참가자들에게 경찰이 물대포를 쐈던 것을 비꼰 성대모사였다.


나꼼수 FTA 특별 야외공연에서 시민들이 공연을 보며 환호하고 있다. News1 송원영 기자


정동영 민주당 의원은 "FTA는 한·미간의 자유무역확대 그것을 넘어 한국의 법과 제도와 관행을 미국식으로 뜯어 고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며 "나꼼수와 손잡고 반드시 이것을 폐기시켜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얘기했다.


정 의원은 이어 "분위기가 좋아 캐롤 한 곡 하고 들어가겠다"라며 이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의혹을 풍자한 캐롤을 부르기도 했다.


공연 시작부터내내 콘서트 무대가 꾸며진 앞쪽에서 자리를 지키던 원정스님은 "FTA 집회 때마다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을 우려해 현장에 나간다"며 "아무래도 스님이 현장에 있으면분위기가 부드러워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News1 30일 서울 여의도 문화광장에서 열린 나꼼수(나는 꼼수다) 공연을 관람하는 관람객들이 광장을 가득메운 채 뜨거운 열기를 내뿜고 있다. 이종덕 기자


밤 10시를 넘어서까지 이어진 행사는 나꼼수 멤버가 한 명씩 나와 그동안 소회와 미래에 대한 구상을 밝힌 뒤 10시15분께 마무리됐다.


주 기자는 이 자리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FTA 속에 국민은 없었다"라며 "이제 국민이 분노하고 저항하며 우리 목소리를 똑똑히 들으라고 그들에게 알려줄 때가 왔다"고 호소했다.


김 교수는 "한나라당 의석이 한 석도 없는 곳을 꿈꾼다"며 "한 놈도 남기지 말자"고 외쳤다.

사실상 다음 선거에서 투표로 한미FTA를 통과한 이들을 심판하자는 주장이었다.


정 전 의원은 "이제 BBK 스나이퍼의 옷을 벗고 FTA를 완전히 깰 때까지 FTA 스나이퍼로 다시 태어나겠다"라며참석자들에게 큰 절을 했다.


김 총수도 "생각보다 FTA는 장기전이 될 수 있는데 이럴 때 중요한 건 지치지 않는 것"이라며 "3년 반 동안 우리를 쫄게 한 이들에게 `이제는 니들이 쫄 차례다`라고 말하고 싶다"고 얘기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탁현민 성공회대 겸임교수도 "우리는 그동안 지는 데 너무 익숙했지만 이 공연은 더 이상 지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공연, 이겨야 할 때는 이기는 사람들의 공연이었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나꼼수 멤버들과 공원에 모인 시민들은 "더 이상 지고 싶지 않다"라는 구호를 외친 뒤 김광석의 `일어나`를 함께 부르며 해산했다.


이날 행사는 시위대와 경찰 사이에 아무런 충돌없이 안전하게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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