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을 고아로 외롭게 살았지만 그의 마지막 가는 길만큼은 쓸쓸하지 않았다.
'천사 배달원' 고(故) 김우수 씨의 빈소가 차려진 영등포구 대림동 서울복지병원 장례식장에는 28일 그의 마지막을 함께 하려는 시민과 각계 인사의 발길이 이어졌다. 티없이 웃고 있는 고인의 영정 앞에는 생전 그가 희망을 줬던 어린이들의 편지도 가지런히 놓였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후원자님을 위해 기도하고 있어요."
먼 나라 에티오피아의 어린이가 파란색 볼펜으로 꾹꾹 눌러 쓴 글부터 '곧 고등학교에 들어가는데 중학교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이 섭섭하다'는 국내 후원 어린이의 소식까지 차곡차곡 챙겨둔 편지 뭉치에서 그의 손길이 느껴졌다.
중국집 배달원이었던 고인이 70만원의 월급을 쪼개 어린이들을 돕다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 시민들은 낯모르는 그의 죽음을 애통해했다.
한 중년 남성은 조문 뒤 빈소 구석에 앉아 말도 제대로 잇지 못하고 한참을 울었다. 그는 '돈을 허튼 데 쓰고 살았다'며 고인에게 미안해했다.
트위터를 보고 왔다는 박현철(47)씨는 "모르는 사이지만 소식을 듣고 너무 미안했다. 나도 사업에 실패해 어려움을 겪었지만 고인보다 잘 살았던 시절에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인사를 하면 덜 미안할 것 같아 찾아왔다"며 영정 앞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홍모(43.여)씨는 "예전에 김우수씨가 나온 TV프로그램을 보고 크게 감동 받았는데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이 먹먹했다"며 "그래도 많은 사람이 관심을 두고, 도와주겠다는 장례업체도 나와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가 일하던 강남구 일원동의 중국집 주인 이금단(45.여)씨는 이날 오전 그가 지내던 고시원에서 옷가지와 신발 등 유품을 챙겨 빈소를 찾았다.
7년 동안 그와 함께 일했다는 이씨는 "아저씨 목소리가 워낙 커서…자꾸 귓가에서 그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며 멍한 표정으로 빈소를 지켰다.
그는 "사고 상대 차량 운전자는 아저씨가 신호 위반을 했다고 한다. 가게 맏형으로 항상 동생들에게 '신호 위반하지 말고 헬멧은 꼭 써야한다'고 말하던 아저씨가 그럴 리 없는데…"라며 "경찰에서 조사하고 있지만 사고 현장에 CCTV도 없다고 해 너무 답답하다. 이대로 떠나보낼 수는 없다"며 계속 울먹였다.
어린이재단 이제훈 회장, 재단 후원회장인 배우 최불암씨,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 등도 빈소를 찾았다.
네티즌의 추모 물결도 계속 됐다. 어린이재단 홈페이지에 마련된 사이버 조문 공간에는 '천사 중국집 배달원 아저씨의 뜻을 이어 기부를 시작하겠다'는 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고 김우수씨 빈소는 서울복지병원 장례식장 5호실, 발인은 29일 오후 1시이며 장지는 벽제승화원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