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만 징역? 나경원·홍준표·김홍도는?
[해외리포트] '허위사실공표' 조항의 모순과 사실입증 책임의 문제
11.12.26 14:03 ㅣ최종 업데이트 11.12.26 14:03 강인규 (foucault)
'BBK 의혹'과 관련해,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실형이 확정된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이 26일 검찰 출두에 앞서 BBK 진상조사위원장 자격으로 민주통합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뒤 동료의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교도소엔 고양이가 없어서 쥐가 많다. 내가 고양이 역할을 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 남소연
정봉주

어린 시절, 옛날이야기 듣기를 좋아했다. 하지만 '옛날 옛적에'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항상 궁금해지는 게 있었다. 왜 기괴하고 어리석고 사악한 일들은 항상 옛날에만 일어났을까 하는 점이다.

호랑이가 담배를 피운 것도 과거고(끊었기 망정이지, 요즘 같으면 길에서 피우다 벌금을 물 뻔했다), 춘향에게 수청을 강요하던 변사또의 악행 역시 갓 쓰고 짚신 신던 때의 일이며, 이발사의 입을 틀어막아 병들게 만든 '당나귀 귀 임금' 이야기도 왕권시대의 유물 아닌가.

나는 어처구니없는 옛이야기의 주인공들을 비웃으며 현실과 현재에 대한 장밋빛 환상을 키워갔다. 그러나 자라며 깨닫게 된 것은, 현재의 아둔함과 어리석음은 옛날이야기에 비할 바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장자연 사건에서 보듯, 현실에서는 권력자들이 여인을 능욕해 죽음으로 몰고 가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 이제 왕권국가가 아닌데도, 정치지도자에 대한 의혹 제기는 당나귀 귀 시대만큼 위험하다. 과거에는 갈대라도 나서서 진실을 외쳐주었으나, 오늘의 갈대에 해당할 언론은 진실은커녕, 왕의 귀를 덮고 미화하기 바쁘다.

한국, 무늬만 민주국가

하지만 '현실'이나 '현재'의 문제로 일반화하지 말자. 이런 일은 '민주국가'라는 표현을 장식으로나 사용하는 전제국가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니까. 한국에서 국민들이 누리는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라는 말이 민망할 정도다. 그래서 현 정부가 '자유민주주의'라는 말을 대신 쓰고 싶어 하는지도 모르겠다. '제멋대로 정한 민주주의'라는 뜻에서 말이다.

내기를 해도 좋다. 우리가 '민주주의 국가'라고 칭하는 곳 가운데 어느 나라가 '정당이나 입후보예정자에 대한 지지·반대를 하거나 권유'한다는 이유로 처벌하고, '선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신문기사를 퍼 나른다고 처벌하는지 말이다. '특정 정당과 후보자를 연상시키는' 모양과 색의 옷차림만으로도 범법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아예 논외로 하자(검은색을 쓰는 정당이 등장하지 않은 건 감사한 일이다. 안 그러면 검은 옷을 즐겨 입는 국민들이 '투표복' 선택에 애를 먹을 뿐 아니라, 선거 때마다 삭발하는 수고를 면치 못할 테니 말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특정 유권자를 연상시키는 방식으로' 두피를 드러내서는 안 되겠지만).

선관위의 규정이 얼마나 모호하고 복잡한지 선관위 자신들조차 매번 다른 설명을 내놓는다. 이러니 유권자의 안전한 선택은 두 가지뿐이다. 투표를 안 하거나, 후보에 대한 아무런 판단 없이 연필을 굴려 후보를 고르는 것이다(투표소에 연필 반입이 가능한지는 선관위에 문의하는 게 좋겠다. 가능하면 가져갈 연필의 모양이나 색깔도 미리 상의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러나 낙심할 필요는 없다. 선관위의 의도는 생각보다 명료해서 쉽게 요약할 수 있다. '선거는 하되, 선거결과에 영향을 끼치지는 마라.'

'허위사실공표' 조항의 모순

정말 기가 막힌 건 공직자 선거법의 '허위사실공표' 조항이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아무런 체계나 논리도 찾을 수 없다. 최근 대법원은 정봉주 전 의원에게 1년 징역형을 확정했다. 근거가 된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2항을 보자. '언론의 자유' 부분 먼저 보도록 하자.

"민주주의 정치 제도 하에서 언론의 자유는 가장 기초적인 기본권인바 그것은 선거과정에서도 충분히 보장되어야 하고, 공직선거에 있어서 후보자를 검증하는 것은 필요하고도 중요한 일이므로 후보자의 공직 적격성을 의심케 하는 사정이 있는 경우 이에 대한 문제 제기가 쉽게 봉쇄되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후보자에 관한 의혹 제기가 진실인 것으로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근거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경우에는 비록 사후에 그 의혹이 진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표현의 자유 보장을 위하여 이를 벌할 수 없다."

아름답고 상식적인 말이다. 대한민국을 무늬나마 민주국가로 만들어주는 규정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이에 선행하는 조항을 보자.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연설·방송·신문·통신·잡지·벽보·선전문서 기타의 방법으로 후보자에게 불리하도록 후보자, 그의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나 형제자매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공표하거나 공표하게 한 자와 허위의 사실을 게재한 선전문서를 배포할 목적으로 소지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제 이해가 되실 것이다. 대법원의 확정판결로 한국사회가 둘로 쪼개진 까닭을 말이다. 난 상반되는 두 조항을 화해시키려고 노력하다가 머리가 둘로 쪼개지는 줄 알았다. 판단주체에 따라 완전히 다른 판결을 내릴 수 있는 모순적 조항이기 때문이다. 한쪽에서는 사실로 믿을 근거가 있다면 허위로 밝혀져도 처벌할 수 없다고 말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문서를 소지하기만 해도 처벌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같은 법을 근거로 하늘과 땅만큼 다른 판결이 내려지기도 했다.

나는 이명박 대통령이 '비비케이(BBK)'의 실소유주인지 아닌지 명확히 알지 못한다. 뒤에서 밝히겠지만, 나름의 판단은 하고 있다. 나도 머리를 가졌으니 말이다. 가정이지만, 명백히 소유관계가 밝혀졌다고 하자. 이 경우, 정봉주 전 의원은 무사했을까? 그렇게 믿는다면 순진한 독자다. 이런 경우를 위해 한국 법은 명예훼손죄를 준비해 놓고 있다.

한국에서는 공표 내용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비방에 초점을 두는 경우' 명예훼손이 성립한다. '발언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도 그렇다. 이제 독자들은 머리가 넷으로 쪼개지는 경험을 하실 것이다. 이게 표현의 자유를 인정한다는 나라의 법률이다. 결국 공직자 선거법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대한민국에는 표현의 자유가 있다. 유력한 권력자만 안 건드리면.'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대통령의 BBK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제기한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의 대법원 최종 선고심이 열린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정 전 의원의 지지자들이 무죄를 주장하며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나는꼼수다

한국과 미국의 사실입증 책임의 차이

이제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자. 일단 멀쩡한 나라치고 '허위사실 유포'를 구실로 국민을 형사처벌하는 나라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 두자. 특정인이 허위사실로 인해 손해를 입게 될 때 명예훼손 민사소송을 거쳐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의 공직자선거법과 명예훼손법은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에게 사실입증 책임을 지운다. 하지만 의혹은 언제나 일부의 사실에서 출발하는 법이다. 정봉주의 사례가 보여주듯, 100퍼센트 확실한 근거를 갖고 있지 않은 한 모든 의혹 제기는 '허위사실공표'의 위험을 무릅쓰게 되는 것이다. 이는 모순일 수밖에 없는데, 100퍼센트 확실한 것은 '의혹'이 아니라 '사실'이기 때문이다. 사실을 사실로 입증한다는 건 동어반복이니, 결국 의혹 자체를 제기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된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 한국의 '허위사실공표' 조항과 비교할 대상이 없으므로, 이와 비슷한 명예훼손 사례를 들어보도록 하자. 미국은 1960년대 '뉴욕타임스 대 설리반(New York Times v. Sullivan)' 판결로 표현의 자유와 명예훼손의 기준을 확립한다. 명예훼손이 성립하려면 공표 내용이 허위여야 하는데, 이때 허위의 입증 책임은 소를 제기한 원고에게 있다. 한국과 정반대로, 의혹을 받는 사람이 의혹 내용이 사실이 아님을 밝혀야 하는 것이다.

이유는 명확하다. 한국처럼 의혹 제기자가 사실입증을 해야 한다면, 비판 자체가 차단되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치인 등 공인에게는 명예훼손 성립조건을 훨씬 더 까다롭게 만들어 놓았다. 이들은 일반인보다 영향력이 큰 사람들이기에, 쉽게 문제제기를 하고 비판할 수 있어야 공공의 이익을 지킬 수 있게 된다.

본인이 입증해야 하는 미국의 명예훼손

공인이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려면 피고가 '실제 악의(actual malice)'를 가지고 발언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피고의 의도를 읽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피고가 발언할 당시 그 내용이 허위임을 알고 있었음을 증명해야 한다. 이 경우, 공인이 자신의 명예훼손을 입증하기란 대단히 어려워진다.

정봉주가 의혹을 제기했던 사람은 대통령 후보였다. 가혹하리만큼 엄밀한 검증과 비판이 필요한 '공인 중의 공인'에게 의혹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갇히게 된 것이다. 미국이라면, 이명박 대통령이 정봉주 전 의원에게 민사소송이라도 걸려면(미 연방정부는 형사 명예훼손을 인정하지 않는다) 정봉주 전 의원의 말이 허위임을 입증해야 할 뿐 아니라, 의혹 제기 당시 그 내용이 허위임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도 입증해야 한다.

하긴, 한국이 어떤 나란가. 정운천 전 장관이 보도프로그램 '피디수첩'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국정원이 개인 박원순을 '국가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기막힌 나라가 아닌가. 원고들도 애초에 소송감이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리라 믿는다. 그저 상대를 괴롭혀 '본때'를 보여줌으로써 향후 비판을 차단하려는 '겁주기 효과(chilling effect)' 전략이었던 것이다.

여기서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점이 드러난다. 규제와 소송의 정당성을 떠나, 그게 사회에 어떤 효과를 가져오느냐는 것이다. 만일 규제를 통해 일정한 이익을 얻는다 해도, 부작용이 이익을 상쇄할 만큼 크다면 규제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와 박원순 야권연대 후보.
ⓒ 유성호
나경원 박원순

홍준표 의원, 나경원 후보, 김홍도 목사의 '허위사실공표'

미국은 아동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 한, 성인물을 규제하지 않는다. 포르노가 좋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어서도 아니고, 미국이 한국보다 성적으로 분방해서도 아니다(미국 정치인들은 혼외관계만 드러나도 정계를 떠나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에 한국에서는 내연관계는커녕 성추행을 해도 정치생명에 별 지장이 없지 않은가. 성추행은 '분방함'의 문제도 아닌 그냥 범죄행위다).

미국정부는 1996년에 '통신품위법(CDA)'을 통해 인터넷 성인물을 규제하려고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만다. 어떤 것이 무가치한 음란물이고, 어떤 것이 헌법의 보호를 받는 표현의 영역인지 모호하다는 법원판결 때문이다. 규제가 인터넷을 좀 더 '천진한' 세상으로 만들어 줄지는 모르나, 그 과정에서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는 부작용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성인물이 좋아서가 아니라, 표현의 자유가 위협받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에 내버려두는 것이다.

다 떠나서, 형평성은 어떻게 할 것인가.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후보가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한 나경원과 홍준표 의원은 왜 내버려두느냐는 것이다.

홍준표 전 대표는 선거 전날인 10월 25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박원순 후보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 그는 박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될 경우 "서울 행정이 마비되고, 광화문 광장은 반미집회 아지트가 될 것"이며, "휴전선에서 30㎞ 떨어진 서울 안보가 무너지는 계기가 된다"고 주장했었다. 나경원 후보는 이틀 앞선 23일에 박 후보가 당선되면 "서울시의 모든 행사에서 태극기와 애국가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제 이들에게도 사실입증 책임을 물을 때다.

박원순 후보가 "사탄·마귀"라고 주장한 김홍도 목사의 발언은 어떤가.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지만, 박 시장이 '사탄'이나 '마귀'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토록 십자가가 많은 서울에 살며, 마늘 들어간 음식도 잘 먹는 걸로 봐서 말이다.

지난 2000년 10월 17일 광운대 최고경영자 과정 특강에서 이명박 후보가 강연한 내용을 담은 동영상 화면.
ⓒ 남소연
BBK

명함, 비디오, 당나귀 귀

자, 이제 고백의 시간이 왔다. 나는 이명박 대통령이 '비비케이(BBK)'의 실소유주라고 믿는다. 물론 '그렇게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 우선 이장춘 전 외무부 대사가 이명박 후보에게 받았다는 명함이 있다. 거기에는 선명한 글씨로 "비비케이 투자자문회사 대표 이명박"이라고 쓰여 있다. 또 다른 근거는 스스로 회사를 설립했다고 말하는 녹화 영상이다.

"저는 요즘,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 인터넷 금융회사를 창립을 했습니다. 해서, 금년 1월달에 비...비비케이라는 투자자문회사를 설립을 하고..."

나경원 의원에게 또다시 미안하나, 비디오에는 명백히 주어가 등장한다(차라리 '비비케이'와 '비...비비케이'는 다른 회사라고 주장하는 편이 나았을 것 같다). 본인이 설립했다고 말하는 영상이 있고, '대표'라고 찍힌 명함이 있는데 그걸 믿지 말라고 한다면, 우리는 현실과 동떨어져 결국 아무것도 믿을 수 없게 된다. 예컨대 이명박 대통령이 정말 한국의 대통령인지조차 희미해지는 것이다.

나는 대통령 명함을 본 일도, 그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대통령에 당선이 되고...'로 시작하는 연설을 들어본 적도 없다. 게다가 설사 그런 게 존재한다 해도 그가 대통령이라는 사실이 입증되지는 않는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 아닌가.

어린 시절, '당나귀 귀 임금' 이야기를 읽으면서 결심한 바가 있다. 어른이 되면 용기 있게 진실을 말하겠다는 것이다. 이제 그때의 결의를 실천에 옮기려고 한다.

"나는 이명박 대통령이 '비비케이'의 실소유주라고 믿는다."

말이 나온 김에 한마디 더 하자.

"대통령 귀는 꽉 막힌 귀다!"

ⓒ 2011 OhmyNews

'아이돌 콘서트장' 같았던 '정봉주 송별식'

["정봉주, 쫄지마" 웃으며 시작해 눈물로 보냈다]

Money Today

대법원 확정 판결로 구속 수감을 앞둔 인터넷방송 '나는 꼼수다'의 정봉주 전 의원이 26일 지지자들과의 송별회를 마친 뒤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로 출석하고 있다. 지난 2007년, 이명박 대통령이 BBK 주가조작에 연루됐다는 내용의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정 전 의원은 구속 수감을 앞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오늘은 진실이 구속되지만 다음 차례는 거짓이 구속될 차례"라면서 "감옥에서 당당하게 굽히지 않고 쫄지 않고 진실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News1 오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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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현아 기자, 배상은 인턴기자 = 정봉주는 달려야 한다. 달려야 한다. 달려야 한다."

징역 1년의 형 집행을 위해 26일 검찰에 출석한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을 위해 마련된 송별회는 시종일관 유쾌하고 즐거운 분위기속에서 시작됐다.

"먼저 우는 사람이 100만원을 주기로 내기했다"며 농을 던진 '나는 꼼수다' 공연 기획자 탁현민 성공회대 교수의 말처럼 슬픔과 눈물의 이별 장면이라기보다 즐거운 축제의 한마당 같았다.

드레스코드에 따라 빨간 목도리, 빨간 모자, 빨간 가방 등으로 단장한 1000여명(경찰 추산)의 지지자들은 저마다 손에 빨간 장미꽃 한송이를 들고 정 전 의원의 모습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덕분에 서울중앙지검 앞이 온통 붉게 물들었다. 마치 아이돌 가수의 콘서트 현장을 연상케 하는 풍경이었다.

정오가 조금 넘은 시각, 정 전 의원이 서울중앙지검 정문 앞에 설치된 무대차량에 등장했다.

'모세의 기적'처럼 인파를 가르며 정 전 의원이 모습을 드러내자 지지자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정 전 의원을 맞았다. 스피커에서는 '올 유 니드 이즈 러브(All You Need Is Love)'가 흘러나왔다.

빨간색 목도리를 두르고 볼에 붉은 입술 스티커를 붙인 정 전 의원은 "너무 행복하죠?"라며 첫 인사를 건넸다. 이어 "우는 사람은 한나라당 프락치다. 우는 사람 있으면 즉시 고발해라. 나와 같이 교도소 가자"며 농담을 던졌다.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Money Today

인터넷방송 '나는 꼼수다'의 정봉주 전 의원이 26일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서 열린 지지자들과의 송별회에서 부인에게 키스를 하고 있다. 지난 2007년, 이명박 대통령이 BBK 주가조작에 연루됐다는 내용의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정 전 의원은 구속 수감을 앞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오늘은 진실이 구속되지만 다음 차례는 거짓이 구속될 차례"라면서 "감옥에서 당당하게 굽히지 않고 쫄지 않고 진실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News1 오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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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아내 송지영씨를 찾은 정 전 의원은 서둘러 무대차량에 오른 송씨를 포옹하고 입을 맞추는 등 애정을 과시했다. 이에 지지자들은 '영부인'을 외치며 즐거워 했다.

"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월계동에서 지역기반을 한반도와 부속도서로 확대하고 있는 아름다운 영혼의 소유자, 치명적인 매력의 소유자, 위대한 정치인 17대 국회의원 정봉주입니다"라며 특유의 인사말로 자신을 소개한 정 전 의원은 "우리가 울면 그들이 웃는다"며 눈물을 훔치는 시민들을 향해 "웃으면서 즐겁게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비록 오늘 진 것 처럼 보이지만 우리는 이길 날이 머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오늘은 진실이 갇히지만 내일은 거짓이 갇힐 것이다. BBK라는 '판도라의 상자'는 곧 열릴 것"이라 말했다.

함께 무대차량에 등장한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시사평론가 김용민씨 또한 미소를 지으며 농담으로 말문을 열었다. 김 총수는 "오해가 있다. 구속수감이 아니라 지도방문이다. 무상급식 현장을 시찰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김씨는 나꼼수에서 선보였던 조현오 경찰청장 등의 성대모사를 선보여 좌중을 웃겼다.

이날 송별회에는 나꼼수 멤버들 외에도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외에도 정동영·박영선·안민석·원혜영·천정배 등 민주통합당 의원들도 참석했다.

자신을 '정봉주 구출위원회'의 상임고문이라 소개한 정동영 의원은 "대한민국 역사상 검찰청 앞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것은 처음일 것"이라며 "2011년이 가기전에 정봉주를 풀어놓으라"고 외쳤다.

어느덧 검찰이 정 전 의원의 요청에 따라 3차 통보한 출석 시간인 오후 1시가 가까워오자 분위기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송별회를 마치고 정 전 의원은 나꼼수 멤버들과 함께 지지자들이 저마다 들고 있던 빨간 장미꽃을 뿌려 만든 꽃길을 걸어 검찰 청사쪽으로 이동했다. 내내 미소를 지었던 정 전 의원도 끝내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취재진과 지지자들이 뒤엉켜 혼란스러운 현장을 가까스로 통과한 정 전 의원은 검찰 청사로 향하는 오르막길을 걷기 전 나꼼수 멤버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고개를 숙인 채 마지막 작별의 시간을 보냈다.

폴리스라인 너머로 이 모습을 지켜본 몇몇 지지자들은 끝내 감정을 참지 못하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검찰과 법원을 향해 격한 목소리로 욕설을 던지는 이들도 있었다.

Money Today

대법원 확정 판결로 구속 수감을 앞둔 인터넷방송 '나는 꼼수다'의 정봉주 전 의원이 26일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로 출석하며 멤버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있다. 지난 2007년, 이명박 대통령이 BBK 주가조작에 연루됐다는 내용의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정 전 의원은 구속 수감을 앞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오늘은 진실이 구속되지만 다음 차례는 거짓이 구속될 차례"라면서 "감옥에서 당당하게 굽히지 않고 쫄지 않고 진실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News1 오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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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꼼수 멤버를 비롯해 정동영·박영선 민주통합당 의원, 노회찬 민주통합당 대변인 등 정치권 인사, 정 전 의원의 지지자 등 50여명이 함께하는 가운데 천천히 오르막길을 걸어 검찰 청사 앞에 도착한 정 전 의원의 얼굴은 지지자들에게 농담을 건넬 때와 달리 긴장한 빛이 역력했다.

검찰 청사 안으로 들어서기 전 정 전 의원이 수십 개의 카메라 앞에 섰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정 전 의원이 처음으로 내뱉은 말이다.

정 전 의원은 "진실을 밝히는 싸움은 이제 시작"이라며 "내 입을 막고 진실을 가두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우리가 주장했던 진실이 이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아있는 우리 꼼수 친구들, 민주통합당을 믿는다. 그리고 국민들을 믿는다"고 밝힌 정 전 의원은징역 1년을 확정한 대법원 판결에 대해 묻자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이 법이 얼마나 잘못돼 있는 법인지 통합민주당이 샅샅이 밝혀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이재화 변호사와 박 의원의 손을 붙잡고 검찰 청사 안으로 들어선 정 전 의원은 곧바로 형 집행을 담당하는 공판 2부 사무실로 향했다. 이제 정 전 의원은 절차에 따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뒤 교도소를 배정 받게 된다.

붉게 물든 눈으로 돌아선 정 전 의원의 뒷모습에 지지자 중 누군가가 크게 외쳤다.

"쫄지마! 힘내, 정봉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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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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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 “저도 구속하십시오”

한겨레신문 | 기사전송 2011/12/22 18:26

[한겨레] 정봉주 전 의원 징역형 확정에 분노 목소리 커져
송호창 “표현의 자유 위해 변호사 자격증 건다”
22일 정봉주 전 국회의원의 징역형이 확정되자 정봉주 전 국회의원의 억울함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설가 공지영씨는 22일 트위터를 통해 “저는 작가로서 시민으로서 가카와 BBK 사이에 엄청난 연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 저도 구속하십시오 제가 허위사실 공표했다면!”이라며 ‘나도 구속하라’고 말했다. 공씨는 “정봉주 의원을 구속하고 그걸 허위사실이라고 판결함으로써 온나라가 다시 한번 BBK와 가카의 관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네요”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트위터상에서는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도 구속하라’는 주장도 널리 퍼지고 있다. 트위터상에서 널리 퍼지는 동영상에는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이 “5500명의 투자자에게 천억대의 피해를 입혔고, 피해본 사람들이 자살까지 했던 사건입니다. 매일 의혹이 터지고 매일 그게 아니라고 변명해야만 하는 후보”라며 이명박 대통령을 지목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한나라당 비대위원장 말씀이 BBK 주인은 이명박 대통령이라는데, 만약 정봉주가 유죄라면 박근혜씨도 함께 구속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편, ‘대한민국자식연합’이라는 단체가 만든 BBK와 이명박 대통령과의 관계를 되짚어보는 동영상도 돌고 있다. 이 동영상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2000년 광운대에서 “BBK라는 투자 자문회사를 설립을 했다”고 강연하는 내용, 이장춘 전 외무부대사가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받았다고 제시한 명함 등이 담겨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차장을 지내기도 한 송호창 변호사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변호사 자격증 걸고 표현의 자유 위해 싸우겠슴다. 정 의원님에 대한 응원 물결은 이미 해일이 되어일어났습니다. 용기백배하십쇼.”라며 ‘자격증을 걸겠다’는 각오와 위로를 전하기도 했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의원은 트위터에 “봉도사! 미안해요. 모두가 노력했건만-민주당원 모두가 죄인입니다”라며 “봉도사 정봉주 의원의 대법원 유죄 확정은 BBK 실체 규명이 현재도 이뤄지는 상황에서 납득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박영선 정책위의장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때때로 세상이 야속할 때가 있지요”라며 “지금 제 심정이 그렇습니다”라고 답답해했다. 박 의장은 “정봉주 의원의 지금 마음이 어떨까요?”라며 “BBK로 억울한 수사를 받았던 당사자이기에 제마음이 파르르 떨리고 있습니다. 이건 분명 아닙니다. 분명 아니지요. 우리 힘을 모아요! 정봉주 의원을 위해!”라고 말했다.


성철스님이 입적하실때 제자들이게 마지막으로 남기고 간 말이
"산은 산이고 물을 물이로다."라고 한다.
한 고승이 수십년간 수련하고 남긴 최고의 지혜라고 생각하니,
우리가 같은 범부속자들은 함부로 평가할수가 없다.

최고의 지혜란 최저의 상식과도 상통하는 것 같다.


중국 참선에는 세가지 경지가 있다고 한다.
소승의 경지는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고 한다.
중승의 경지는
"산은 산이 아니고, 물은 물이 아니다"라고 한다.
대승의 경지는
"산은 그대로 산이고, 물은 그대로 물"이라고 한다.

대자연이나, 인류역사, 문명을 돌이켜 보면,
합하고, 분리되고, 만들고, 부수는 과정의 연속인것이다.

"의회를 반납하라" 美 의사당서 시위

YNA

사진은 미국 연방 공원경찰이 지난 4일(현지시간) 반(反) 월가 시위대가 밤새 워싱턴DC 중심 맥피어슨 광장에 설치한 구조물의 지붕에서 참가자들을 체포하고 있는 모습(AP=연합뉴스,자료사진)


베이너 의장 사무실 등 연좌시위..1명 체포

(워싱턴=연합뉴스) 이승관 특파원 = 자본주의의 모순에 `항거'하는 점령시위의 불길이 미국 뉴욕의 월가에서 워싱턴DC의 의회로 옮겨 붙었다.

최근 재정적자 감축 협상 등에서 드러난 정치권의 무능력과 일부 의원의 부패, 비리 등에 항의하는 시위와 집회가 6일(현지시간) 의회 의사당 등에서 잇따라 개최됐다.

이날 수십명의 시위대는 의사당에 진입해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의장 사무실 앞 등에서 연좌시위를 벌였다. 이와 별도로 수백명이 워싱턴DC 한복판 내셔널 몰에 모여 의회 규탄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를 주도한 단체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너무나 오랜 기간 의회는 99%를 대표하지 않고 1%의 이익을 대변해 왔다"면서 실업보험 연장 등 서민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시위대는 "의회를 반납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의사당 진입을 시도했으며, 이 과정에서 1명이 비키 하츨러(공화당, 미주리) 의원 사무실로 들어가려다 의회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시위에 참가하기 위해 오하이오주에서 왔다는 존 리트는 "나는 24개월 동안 무직 상태"라면서 "그래서 여기에 왔고, 베이너 의장을 만나게 해주거나 의사당 문을 닫기 전까지는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크리스 밴 홀런(메릴랜드) 의원 등 일부 의원과 보좌관들은 시위대에 실업문제의 심각성을 이해한다며 달랬으나 시위 참가자들은 공화당 존 카일(애리조나) 상원의원과 같은 유력 의원들의 사무실 앞에서 연좌시위를 벌이겠다고 경고하는 등 대치가 이어졌다.

특히 이날 시위에는 노동단체 관계자들도 상당수 참가했으며, 반(反) 월가 시위 등 다른 점령시위 참가자들에 비해 연령대가 높았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시위대는 오는 9일까지 의사당 집회를 계속할 예정이다. 일부 참가자들은 상황을 트위터와 웹사이트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알리면서 동참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umane@yna.co.kr
인터뷰] 김종인 前청와대 경제수석 "여든 야든 창조적 파괴 하지 않으면 국민 외면 받을 것"
"박근혜는 경제 초보, 안철수는…" 직격탄
당 쇄신 한다는 한나라당 똑같은 사람끼리만 싸워
당헌·당규 따지는 민주도 시대 변화 모르는 사람들
박근혜 경제공부 더 필요 친박계 자진 불출마 해야
정치 관심 없다는 안철수 대통령감 여론몰이 안돼
입력시간 : 2011.12.15 17:36:46
수정시간 : 2011.12.15 20:5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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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 야든 창조적 파괴를 하지 않으면 모두 국민의 외면을 받는다고 수차례 얘기를 했는데 여전히 한심한 꼴만 보이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은 (쇄신한다면서) 똑같은 사람들끼리만 싸우고 있는데 누가 새롭게 보겠습니까. 민주당도 지금 시대에 당헌ㆍ당규만 가지고 기득권싸움만 거듭하고 있습니다."

김종인(72ㆍ사진)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말에는 날이 잔뜩 서 있었다. 김 전 수석은 군부 권위주의 시대인 노태우 정부 시절 우리나라 경제를 총괄 지휘하면서 대기업의 유휴부동산 4,800만평을 매각하도록 하는 등 재벌개혁론을 주창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후에도 국회에 진출, 여야를 가리지 않고 기성권력을 향해 쓴소리를 해 '큰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김 전 수석은 이 같은 독특한 캐릭터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서로 대척점에 있는 '안철수ㆍ박근혜 모두의 멘토'라는 모순적인 별칭까지 얻었다.

김 전 수석은 특히 지난 1987년 개헌 당시 경제민주화를 담은 헌법조항 119조 2항을 만든 인물로도 유명하다. 요즘처럼 양극화 등 사회 경제적 불균등이 정치 문제화하고 있는 시점에서는 더욱 시사하는 점이 크다.

이 때문에 여야 모두에서 삼고초려(三顧草廬)를 해서라도 영입해야 되는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이 나이에 구차하게 욕 얻어먹어가면서까지 정치를 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의 직선적인 성격은 인터뷰에서도 그대로 나왔다. 내년 대선의 유력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대해서는 "(경제에 대해) 아직 초보적인 수준이고 여전히 공부를 더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두고서는 "(정치의 기능과 역할을 잘 몰라) 대통령 감이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선 내년 대선 전망부터 말씀해주시죠. 최근 안 원장과 박 전 대표가 가장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는 상황인데요.

▦우선 안 원장에 대해서는 얘기하기가 싫습니다. 답을 안 하기로 했어요. (정치에) 관심도 없다는 사람을 무슨 대통령 감이라고 언론이 여론 조사를 하는지 모르겠어요. 언론이 국민을 상대로 장난치는 겁니다.

지금 현재로서는 박 전 대표가 제일 유리한 여건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의미가 없어요. 2002년 때도 노무현 후보의 지지도가 1.5%였고 이회창 후보는 40%였는데요 뭘…. 지금 야당에는 노무현보다 훨씬 나은 사람이 꽤 있어요. 그리고 판 자체로만 본다면 야권이 유리하잖아요. (여권과 1대1을 형성할) 단일후보로 야권 단일화만 하면 그 후보가 절대적으로 유리하지요.

-박 전 대표가 경제 공부 등 대선 준비를 많이 해왔다고 합니다.

▦옛날에 비하면 (경제공부는) 엄청나게 나아진 거지요. 그런데 아직 초보적인 수준이고 자기가 얘기하는 것이 다 알고 얘기하는 것 같지는 않고 옛날보다 나아진 건 있지요. 그나마 쭉 공부하면서 준비해온 사람은 박 전 대표밖에 없어요. 그런데 지금 한나라당이 저 꼴이 나서야 쉽지 않을 겁니다. 여든 야든 지금은 창조적 파괴를 하지 않으면 유권자에게 외면을 받는다고 수차례 얘기를 했어요. 그런데 (박 전 대표가 쇄신을 위해 한나라당 전면에 나선다 한들) 똑같은 사람들 가지고 무슨 변화가 있겠어요. 이런 사람들 가지고 무슨 매력이 있겠어요. 친박(친박근혜 의원들)들은 자진해서 불출마 선언을 많이 해야 합니다.

-현재의 야권 통합 과정은 어떻게 보시나요.

▦(11일 전당대회와 관련해) 지금 같은 시기에 당헌ㆍ당규 따지는 사람들은 제정신이 아닙니다. 지금 광주ㆍ전남에서도 민주당이 인기가 없어요. 더욱이 (폭력으로 얼룩진) 저 꼴을 보였으니 더 난리지요. (전대에서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들은) 원래 당비도 안 내요. 국민 경선을 하더라도 당원지분이 있으니까 그 지역 위원장들이 당원들 당비까지 다 내주는 겁니다.

법원에 (전대 무효) 가처분 신청을 냈다고 하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을 겁니다. 박지원(전 원내대표)은 이것 때문에 완전히 망했어요. 이 사람들은 시대가 어떻게 변하는지 모르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내년 총선은 어떻게 보세요.

▦지역에서 명망 가진 무소속이 많이 될겁니다. 민주당, 한나라당 다 쇄신한다면서 생판 알지도 못하는 젊은이들 다 내보낼 것이라는 말입니다. 근데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안 됩니다.

-요새 여야 모두 '복지강화'가 추세입니다. 복지전문가이기도 하신데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까.

▦지금의 복지는 구심점이 없어요. 한쪽은 무조건 복지를 많이 하자는 쪽이고 한쪽은 가급적 덜 하자는 쪽이니까. 논쟁만 하다 말 겁니다. 구체적으로는 말하지도 못하고.

-현 정부도 영유아 예산 등 복지 예산을 꽤 확충하려고 하는데요.

▦영유아 예산이나 보육예산은 복지라고 생각하면 안 돼요. 지금 우리나라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저출산 극복인데 그것(영유아ㆍ복지 예산)을 안 하면 저출산이 해결됩니까. 우리나라 성장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제일 시급한 과제가 그것인데. 복지 개념을 (그렇게) 광범위하게 잡아 이것도 복지, 저것도 복지라고 하면 예산이 감당할 수가 없지요.

무상급식 문제도 그래요. 정부가 무상급식을 하려면 부자나 가난한 사람 따지지 말고 다 해줘야 합니다. 안 하려면 아예 다 안 하든지. (그렇게 하려면) 세입을 확대해야 한다고들 하는데 현재 예산구조로 조정할 수 있는 게 있는지 보고 그것 가지고도 안 되면 예산 증액을 해야 하는데 지금은 이도 저도 아닙니다.

지금 이런 것을 체계적으로 인식하고 얘기하는 사람이 정치권에는 하나도 없어요. 그래서 한쪽에서는 모두 다 무상, 또 한쪽에서는 재정 핑계 대면서 안 된다고만 하는 거지요. 기본적으로 경제ㆍ사회 정책에 대해 공부를 제대로 안 한 사람은 복지를 할 수가 없어요.

복지는 일시적으로 중단되는 게 아니라 지속성을 가져야 해서 경제 정책과 조화를 이뤄야 하는데 (이것을) 아는 사람 하나도 없이 정치권에서 떠들기만 하고 있는 겁니다. 기본적으로 경제 정책은 (복지 공급을 늘리는 게 아닌) 복지수요를 줄이는 쪽으로 가야지 그렇지 않으면 복지 수요가 무한대로 늘어날 수밖에 없어요.

-최근 청년실업 등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데요.

▦일자리는 결국 경제가 제대로 성장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경제구조를 명확히 알아야 해요. 예를 들어 정부가 인구 30만~50만명이 되는 곳에 롯데마트이마트를 허용하면 중소상인이 다 죽어요. 그러면 또 거기서 고용 문제가 생겨나는 겁니다. 영세민도 늘어나는 것이고. 그러면 또 복지 수요가 늘어나죠. 이런 걸 사전에 차단을 못하기 때문에 사회 구조가 이 꼴이 된 겁니다.

이렇게 된 데에 가장 큰 죄가 김영삼 전 대통령한테 있어요. 국제통화기금(IMF)을 가져오게 했기 때문에 경제 사회 구조가 이상하게 됐거든요. 그 다음에 김대중 대통령이 아무런 준비도 없이 나타나서 (문제를) 쉽게 해결한다고 완전히 재벌 위주로 만들어놓았습니다. 그러고 나선 꼼짝을 못해요. 이 사람들(재벌) 이익에 반하는 제도를 못 만드는 겁니다.

-노태우 정부 때 재벌개혁을 강력히 추진했던 입장에서 지금 상황을 어떻게 보세요.

▦참 불공평한 게 지금 큰 재벌들은 부모로부터 물려 받을 적에 세금을 전혀 안 냈어요.

우리나라가 과거 압축성장을 하면서 재벌 구조가 만들어졌어요. 그것을 어느 한때 재조정했어야 하는데 어느 정권도 못하고 지금까지 온 겁니다. 그러면서 정치 권력이 재벌 세력에게 꼼짝도 못하게 됐습니다. 내가 노태우 정부 때 굉장히 힘이 센 사람이었는데 그런 나한테도 (재벌들이) 협박을 하는데 장관들은 눈에 띄지도 않지요. 내가 이름까지 밝혀서 어떻게 협박했는지 곧 자서전을 낼 겁니다.

재벌은 무소불위입니다. 법 위에 있어서 법의 적용을 안 받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입니다. 내가 헌법 119조 2항(경제민주화 조항)을 만든 취지가 여기에 있어요. 그걸 안 만들어 놓으면 재벌을 나중에 제어할 방법이 없거든요.

우리나라 역사에서 소득분배가 가장 공정하게 이뤄졌던 기간이 1988년부터 1992년도까지입니다. 그때는 민주화 과정에 있었기 때문에 노조의 힘이 셌거든요.

-퇴임 1년을 앞둔 이명박 정부에 할말이 있다면 해주시죠.

▦내일모레 되면 대통령을 끝낼 사람인데 무슨 말을 하겠어요. 다만 다음 대통령은 과연 한국 사회를 어느 정도로 제대로 인식하고 있느냐, 인식했으면 어떤 방법으로 해결할 복안을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런 것도 없이 대통령만 하고 싶어 하면 또 원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내가 강조하는 게 무엇을, 어떻게 누구와 함께 하느냐입니다. 그것을 사전에 다 노출시켜야 합니다. 투명하게.

-우리 사회에 편가르기 현상이 너무 심한 것 같습니다.

▦진보ㆍ보수를 나누면 안 됩니다. 언론이 근데 진보ㆍ보수를 너무 강조합니다. 특히 중요 언론이 그렇습니다. 그것을 원하는 게 아니고 미국도 최근 공화당의 티파티, 민주당 강경파들 그것 때문에 국가가 마비돼 움직이지를 않잖아요. 내년에도 (총선 이후) 국회가 형성되고 난 다음에 얼마만큼 혼란이 올 것이냐가 걱정이에요. 국회가 여소야대 되면 그 국회가 절대 조용하지 않을 겁니다. 다시 말하지만 전세계적으로 보면 보수ㆍ진보 따지는 나라 치고 잘되는 나라가 없어요.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후에는 보수ㆍ진보 개념이 없어졌는데….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언론 환경은 어떻게 보세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논란도 있고요.

▦미국이 나라가 엉망이 될 뻔하다가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들어와서 공화당 출신 대통령임에도 여러 가지 개혁정책을 했어요. 당시 루스벨트는 젊은 나이에 대통령이 된 사람인데, 그런 걸(진보 정책) 어디서 알고 그랬냐고 하니 당시 미국 주간지가 기업 횡포를 낱낱이 쓴 내용을 대통령이 되기 전 많이 읽었대요. 그런 걸 인식하고 대통령이 됐기 때문에 그 유명한 록펠러의 스탠드오일 독점도 깨지고 그런 겁니다.

오늘날 일본이 어려운 상황에 빠진 게 뭐냐면 지난 40~50년 동안 비판이 없는 사회가 됐기 때문이지요. 자유당 정권 50년 동안 국익을 내세워 (비판을 억누르고) 언론도 찬사만 보내다 보니까 저렇게 된 겁니다. 우리나라도 걱정스러운 게 일본을 닮아가려는 습성이 있어요.

종합편성채널 등이 허용되면서 이제 우리나라도 주요 영향력 있는 신문이 비판 기능을 잃었어요. 정부가 SNS를 규제한다는 것은 대한민국 망신입니다. 망신. 한쪽에서는 ITㆍ디지털 강국이라고 하면서 한편으로는 그걸 막는 것을 해서는 정당성을 찾을 수 있겠어요.

◇약력
▦1940년 서울 ▦중앙고 ▦한국외대 독일어 학사 ▦뮌스터대 대학원 석ㆍ박사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제4ㆍ5차 경제개발계획 실무위원 ▦제11ㆍ12ㆍ14ㆍ17대 국회의원 ▦국민은행 이사장 ▦보건사회부 장관 ▦청와대 경제수석 ▦헌법연구자문위원회 위원장 ▦대한발전전략연구원 이사장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석좌교수
'시간당 530만원' 연봉 80억 대기업 임원은 누구?

이투데이 | 기사전송 2011/12/12 10:28

[이투데이 현유섭 기자]

재계에 ‘뜨거운 감자’가 등장했다. 정부가 재벌총수와 등기임원의 연봉을 개별적으로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와 노사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이투데이는 국내 상장사 중 자산규모 30위 기업 중 금융회사를 제외한 21개 기업의 사내이사 지급보수를 조사했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사업보고서에 등기임원(사내이사 사외이사)의 수와 이들에게 지급된 보수 총액을 명시하도록 하고 있다.

◇올해 1인당 10억5000만원=올 9월말 현재 30대 상장사 중 금융사를 제외한 21곳의 등기 임원수는 80명이며, 이들의 보수 총액은 839억800만원이다. 사내이사 1인당 10억5000만원 꼴로, 월평균 1억1600만원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과 비교해 60% 가량 늘어난 수치다. 21개 기업은 지난해 84명 사내이사에게 539억5900만원의 보수를 지급했다. 1인당 평균 6억4200만원이다.

◇삼성전자 1인당 80억 육박=조사대상 21곳 중 삼성전자가 단연 1위다. 삼성전자는 올들어 9월말까지 사내이사 3명에게 239억원의 보수를 지급했다. 1인당 79억9000만원이다. 최지성 부회장과 이윤우 부회장, 윤주화 사장 등 3명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인당 평균 12억원과 비교해 무려 565%가 늘어난 수치다.

2위는 SK텔레콤으로 1인당 평균 보수가 1년새 23억원이 늘어났다. 올 9월말까지 하성민 대표이사와 김준호 사장,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받아간 보수총액은 96억5500만원이다. 1인당 평균 32억1800만원으로 월평균 3억5700만원이 넘는다.

삼성물산은 사내이사인 정연주 건설부문 대표이사와 김신 상사부문 대표이사, 이동휘 경영기획실장에 매달 1인당 평균 2억2600만원을 지급했다. 삼성물산이 올 9월말까지 지급한 사내이사 보수총액은 61억2400만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0%가 늘어난 것으로 1인당 평균 보수가 12억원 가량 증가했다.

현대차그룹 대형 상장사들은 지난해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상위에 속했다. 현대자동차의 사내이사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양승석 사장, 김억조 사장이 올해 9월까지 받아간 보수 총액은 61억원이다. 1인당 평균 보수는 15억2600만원으로 조사대상 21곳 중 5번째로 많았다. 기아자동차 사내이사 4명의 1인당 평균 보수는 4억9900만원으로 현대자동차와 비교해 크게 낮았다. 이는 현대자동차 사내이사에 포진해 있는 그룹 오너인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의 보수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대모비스 사내이사 4명의 1인당 평균 보수는 10억6400만원으로 21곳 중 6위를 차지했다.

LG그룹내에서는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임원 연봉 변화가 엇갈렸다. LG전자는 등기이사 2명에게 9월까지 13억9500만원을 지급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억5000만원이 늘어난 수치다. 반면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보수총액은 5억원이상 줄어든 12억4600만원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등기이사 1명이 늘어나면서 1인당 평균 보수는 지난해보다 절반이상 줄어들었다.

◇조선 빅 3중에는 삼성중이 으뜸=업종별로도 삼성그룹 상장사가 단연 돋보인다. 조선 빅3중 삼성중공업이 경쟁업체보다 사내이사의 1인당 보수가 10억원 이상 많다.

삼성중공업은 법원 등기등본에 올라 있는 사내이사 3명에게 9월까지 46억9200만원의 보수를 지급했다. 1인당 평균 15억6400만원을 받은 셈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6억8700만원보다 200%이상 증가한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1인당 평균 5억1600만원으로 나타났다. 남상태 사장과 김유훈 부사장, 이영만 부사장이 올해 9월까지 받아간 보수 총액은 15억4700만원이다.

현대중공업은 등기이사의 평균 보수는 가장 적었다. 현대중공업은 이재성 사장과 김외현 부사장, 최원길 현대미포조선 사장에게 9월까지 1인당 평균 4억원가량을 지급했다고 공시했다.

◇공기업 1억5000만원 수준=조사 대상 중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는 민간 기업의 평균치와 큰 차이를 보였다. 한국전력공사는 올 9월까지 사내이사 7명에게 11억4300만원의 보수를 줬다. 1인당 평균 1억6300만원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억8000만원과 비교해 소폭 줄어든 수치다.

한국가스공사도 1인당 평균 1억5400만원으로 한국전력공사와 비슷하게 나타났다. 한국가스공사는 올해 9월까지 사내이사 6명의 보수 지급을 위해 7억4100만원을 지급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억5000여만원이 늘어난 수치지만 사내이사 1명이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1인당 지급되는 보수는 변화가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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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꼼수’에 귀 쫑긋 세운 고위공무원

기사입력2011-12-09 17:48기사수정 2011-12-10 13:16

#1. 정부 각 부처 장관 중에는 최근 부처 업무 외에 인터넷 라디오 방송인 '나는 꼼수다' 내용을 포함한 여론 동향을 보좌관 등을 통해 서면 혹은 간단한 대면 보고를 받는 경우가 많다.

#2. 정부중앙청사 인근에서 만난 모 부처 국장은 점심을 먹으면서도 스마트폰으로 수시로 인터넷을 검색한다. 다음(www.daum.net) 토론광장인 아고라의 핫 이슈를 챙겨보기 위해서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기점으로 정부 정책에 대한 민심 이반이 확인되자 정치권뿐만 아니라 정부도 여론을 정책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9일 정부에 따르면 현재 정부 부처 장관들은 인터넷·스마트폰을 통해 유통되는 여론 동향을 수시로 보고받고 있다.

장관들이 가장 주목하는 매체는 지난 4월 27일 방송을 시작한 이래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나꼼수'다. 모 경제부처 장관은 비서진을 통해 '나꼼수' 내용을 요약해서 보고받고 있다.

장관 일정상 방송을 직접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모 경제부처 장관 정책보좌관은 "하루에 1시간30분 정도는 '나꼼수' 등을 직접 보고 여론 동향을 체크해 장관에게 수시로 보고하는 업무가 최근 추가됐다"고 말했다.

이는 '나꼼수' 청취자가 20, 30대 등 젊은 층이고 현재 청년실업, 전·월세 가격 급등 등으로 이들 연령대의 목소리가 방송을 통해 반영되기 때문이다.

정책의 타기팅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내년 경기가 유럽 재정위기, 주요국 경기 둔화 등으로 올해보다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젊은 층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정책을 만들어 내려면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장·차관들의 청년창업 쇼핑몰 등 현장방문이 부쩍 잦아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눈높이를 낮춘 정책 시행 기조는 고위 공무원들에게도 압력으로 다가오고 있다.

스마트폰 보급 확대 등에 일부 기인하기는 하지만 중앙 부처 고위 공무원들은 너나 없이 여론 동향을 수시로 살펴본다. 자신이 소속된 부처의 정책이 연관될 것은 없는지, 또 여론의 향방이 어떤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정부 관계자는 "장관도 업무보고를 받을 때 예고 없이 정책 시행 후 여론·젊은 층의 생각 등이 어떤지 묻곤 해서 핫 이슈 등의 검색이 습관화됐다"고 말했다.

/mirror@fnnews.com김규성기자

디지털뉴스팀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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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최구식 의원 비서 공모씨(27)의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 의혹과 관련해 경찰이 청와대 행정관의 사건 연루 가능성을 은폐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네티즌과 정치권은 반발하고 있다.

경찰은 8일 공씨의 중앙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과 관련해 ‘공씨가 사건을 결심할 때 함께 있었던 박희태 국회의장 비서 김모씨(30)가 공씨를 만나기 직전 청와대 국내의전팀 박모 행정관을 만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앞서 공씨가 합류하기 전인 1차 술자리(지난 10월 25일 저녁)에는 김씨와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 비서 김모씨(34), 공성진 전 의원 비서 출신 박모씨(35) 등 3명만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뒤바뀐 발표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박 행정관에게) 필요 이상의 인권침해 소지가 있어 공개를 안 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의 발표가 이처럼 뒤바뀌자 일각에선 ‘경찰이 청와대 행정관의 존재를 일부러 숨긴 것’이란 의혹을 제기됐다. 한 매체는 “당시 1차 식사자리(서울 종로
음식점)에 함께 있다가 박 행정관과 마찬가지로 2차 술자리(서울 역삼동 룸살롱)엔 가지 않은 정 의원 비서 김씨는 공개하면서 박 행정관만 인권침해를 이유로 공개하지 않은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궁색한 해명”이라며 “이번 사건에 연루되는 것을 꺼린 청와대 측이 박 행정관의 술자리 참석 사실을 언론에 알리지 말도록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들도 “청와대 행정관이 국회의장 비서와 디도스 얘기를 하고, 그가 공씨를 만나 범행으로 이어진 건 아닌가” “경찰이 이처럼 중요한 사실을 조사하고도 숨겼다니 더 수상하다”며 의혹을 보냈다. 네티즌 ‘mett*****’는 “세계최고의 수사력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공권력이 유독 권력에 가까이 가면 무력화되는 이유가 뭐냐”고도 전했다.

정치권에서도 반발이 나왔다. 민주당 문학진 의원은 이날
트위터에 “경찰이 최구식 의원 비서 단독 범행으로 결론냈다. 그러나 전날 1차 술자리에 청와대 행정관도 있었다고 한다. 경찰이 은폐하려 했단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같은 당 백원우 의원도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청와대에서 나온 국내의전비서관실의 3급행정관이라면 굉장히 높은 직위”라며 “(당시 술자리가) 정책적인 부분을 논의하는 자리는 아니었던 것 같고, 이들은 사전에 잘 알고 있었던 관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1차 식사자리에서의 다른 의원실 관계자들 신분은 경찰이 발표하면서 청와대 것은 발표하지 않은 것도 좀 석연치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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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 후]“쫄지 마세요, 가카”
최병준 |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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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놀라웠다.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나는 꼼수다>(나꼼수) 공연 말이다. 오후 늦게까지 비가 내린 데다 기온이 뚝 떨어져 한기가 뼛속까지 파고드는 날씨에 5만명이나 몰려와 공연을 봤다. 덜덜 떨며 공연을 보고 온 후배에게 왜 갔느냐고 물어봤다. “통쾌하잖아요.”

바로 그 다음날, 가슴이 탁 막히는 뉴스가 편집국에 들어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애플리케이션(앱) 심의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팟캐스트 <나꼼수>나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못 듣고 못 보게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방통심의위가 SNS와 앱을 심의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먼저 트위터나 페이스북 이용자가 서로 팔로나 리트윗을 하면서 이야기를 주고받는 SNS를 공공기관이 나서서 규제해야 할 ‘공적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사적으로 나눈 대화에 정치·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내용이 있다고 해서 접속을 차단하겠다거나 계정을 삭제한다는 생각은 군사독재 시절에나 볼 수 있는 검열을 떠올리게 한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어 위헌 소지도 있다. 음란물 유포, 명예훼손 같은 문제가 생겨 긴급하게 차단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 해외에서는 공공기관이 나서는 것이 아니라 사업자가 자신의 약관에 따라 결정한다고 한다. 사업자 역시 법적 책임을 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네르바 사건’을 겪은 이명박 정부가 SNS와 앱 규제에 위헌적 요소가 있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 인터넷에 경제위기에 관한 글을 올렸다가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2009년 구속됐던 ‘미네르바’ 박대성씨는 전기통신위반법 47조 1항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고 지난해 10월 위헌 결정을 받아냈다. 그런데도 온라인 공간의 통제 시도는 계속돼왔다. 검찰은 얼마 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허위사실 유포 등에 구속수사 방침을 밝혔다가 여당으로부터 “정치도 모르는 정치검찰”이란 비아냥을 들었다.

왜 SNS와 앱을 규제하려고 안달할까. 정부가 SNS·앱의 영향력이 만만치 않다고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나경원 전 의원이 연회비 1억원짜리 피부과에 다녔다는 의혹이나 이명박 대통령이 아들 이름으로 내곡동 땅을 산 사건은 <나꼼수> 같은 앱을 통해 급속히 퍼져갔다. ‘희망의 버스’ 참가자들은 부산에서 실시간으로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상황을 중계했다. 시위와 집회, 투표 권유 등도 SNS를 통해 이뤄졌다.

지금은 시민들이 보고 싶은 것을 찾아서 보는 시대이다. 군사독재 시절에는 공중파 방송을 통제하면 시민들의 눈과 귀를 가릴 수 있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시민 개개인이 미디어가 될 수 있는 시대이다. 팟캐스트 <나꼼수>의 다운로드 건수는 한 달에 2000만건이나 된다고 한다. 시민들이 <나꼼수>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앱 자체가 힘을 가진 매체여서가 아니라 정부와 여당이 저질러놓은 말도 안되는 ‘사고’ 때문이다. 보수언론들이 ‘작게, 그리고 다르게 다루는’ 뉴스에 대해 ‘직설’을 쏟아내니까 시민들이 퍼나르는 것이다.

여당은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날치기 통과시켰고, 한 여당 의원의 비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디도스 공격을 하도록 해커에게 시킨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 보좌관과 현 정권 실세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도 수사선상에 올라있다. 이 상황에서 SNS와 앱을 규제하겠다는 것은 오히려 시민들의 입을 막겠다는 시도로 비친다.

지난 4월부터 거침없는 독설을 퍼부어온 <나꼼수> 출연자들은 스스로에게 “쫄지 마”라고 외쳤다. 지금은 상황이 바뀐 듯하다. 이제 “쫄고 있는” 쪽은 조바심에 SNS와 앱까지 규제해보려는 집권세력처럼 보인다. 이들은 갈수록 악화되는 여론에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참패할까 두려워하고 있다. 이제 시민들이 <나꼼수>식으로 한 ‘말씀’ 드려야 하는 걸까. “가카, SNS와 앱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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