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육상서 순발력, 역도서 근력…외부서 답 구했다
"기록이 안 나올까 봐 무서워 새 훈련법을 찾지 않으면 평생 1등이 될 수 없어요. 스케이팅 한 종목에서만 기술을 얻는 것도 한계에 다다랐고요. 이제는 어느 분야에서든지 배우겠다는 열린 자세가 필요합니다."지난 6일 서울 신라호텔. 세계 각지에서 온 GE의 임원 45명이 우리나라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김관규<사진> 감독의 강연을 들으며 열심히 메모를 하고 있었다.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 2주간 한국을 방문한 자리였다.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은 지금까지 올림픽에서 은·동메달 1개씩을 따낸 게 전부였지만, 올해 밴쿠버 대회에서 3개의 금메달을 따냈다. GE 임원들은 '기적'을 일궈낸 리더십을 김 감독에게 배웠다. Weekly BIZ는 지난 17일 태릉선수촌에서 김 감독을 만나 그만의 리더십에 대해 들었다. 그것은 세가지 포인트로 요약된다.
첫째, 현실에 머물지 말고 끊임없이 변화하라.
밴쿠버 올림픽을 앞두고 김 감독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육상·역도 등 다른 종목 선수들의 훈련장을 찾았다.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지도에 접목시키기 위해서였다. 다른 종목 코치들에게 자기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보여 주며 개선점은 무언지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그 결과로 나온 것이 세계 어느 팀도 시도한 적이 없었던 쇼트트랙 훈련이었다.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이 엉뚱하게도 일주일에 3번씩 4개월간 쇼트트랙 훈련을 받았다. 곡선 주로(走路)에서 속도를 높이는 기술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새 훈련법은 선수나 코치에게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귀중한 시간만 잡아먹고 역효과를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그래서 새 지도 방법을 도입할 때에는 그만큼 신념과 확신이 필요하고, 그러려면 끊임없는 연구와 실험이 뒤따라야 한다"고 했다.
단거리 육상 선수의 출발 훈련을 도입한 것도 처음엔 쉽지 않았다. 한국을 찾은 한 미국 육상 코치에게 자문을 구하자 "두 종목의 출발 방식은 다르다"며 "적용 불가"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나 그는 체육과학연구원이나 다른 육상 코치들에게 조언을 구한 끝에 스피드스케이팅에 맞는 출발 훈련법을 찾아냈다.
둘째, 구체적인 목표와 철저한 계획이 결과를 낳는다.
김 감독에게 4년 전 토리노 동계올림픽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이강석 선수가 500m에서 동메달을 딴 게 고작이었다. 이때 김 감독은 한 가지 결심을 한다. 밴쿠버올림픽 만큼은 후회 없이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그는 앞으로 4년 동안 참여할 모든 국제대회마다 목표 성적과 훈련 계획을 세웠다. 김 감독은 "구체적인 목표를 가진 사람은 천천히 가더라도 목표 없이 달리는 사람보다 빠르다"고 말했다.
셋째, 대화는 최고의 문제 해결 방법이다.
김 감독은 2004년 대표팀 코치로 처음 부임했을 때만 해도 '호랑이 선생님'이었다. 하지만 곧 생각을 바꿨다. 개성이 강한 신세대 선수들을 권위적이거나 강압적인 방식으로 통제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선수 스스로가 훈련하게끔 동기 유발을 해주는 것이 효과가 더 좋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김 감독은 훈련 도중 선수들에게 "좋았어", "조금만 더 하면 돼"라는 칭찬과 격려를 자주 쏟아낸다. 선수들의 얘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것도 선수들과의 벽을 허물고 다가가려는 노력이다. 김 감독은 "눈높이를 낮추고 소통하면서 선수들이 실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장(場)을 만들어 주는 것이야말로 감독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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