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55) 감독이 이끄는 경남 FC가 파죽지세의 상승세로 K-리그 순위에 막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7경기에서 6승1패를 몰아치며 어느덧 7위(승점34·8승10무7패)까지 올라섰다. 지난 주말 4연승을 달리던 대구FC 마저 가볍게 3-0으로 제압하자 프로축구 관계자들은 "경남이 6강 플레이오프에 오르면 강팀을 잡을 다크호스가 될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경남은 올시즌 초반만해도 11경기 무승의 수렁에 빠져 꼴찌에서 허우적댔다. 지금은 6위 인천 유나이티드를 3점차로 추격하고 있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조광래 감독에게 그 비결을 들었다.
경남 상승세의 비밀은 '정사각형'
조감독은 "정사각형에 몰아넣었더니 팀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조감독이 말하는 정사각형이란 원톱 인디오를 꼭짓점으로 삼아 미드필드라인과 수비라인에 이어 골키퍼 김병지까지 11명이 정사각형의 형태를 취하는 것이다. 최전방과 최후방 간격을 20∼30m를 유지하면서 상대에게 공간을 주지않겠다는 조감독의 '콤팩트 축구철학'에서 비롯된 발상이다.
조감독은 늘 경기를 마치면 목이 쉬어있다. 그가 고래고래 외치는 말은 "정사각형 틀을 유지하라"는 것. 조감독은 "공수를 가리지 않고 항상 틀을 유지하다 보니 볼 소유시간이 늘고, 공격루트가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경남은 최근 7경기에서 무려 19골(경기당 2.71골)을 뽑아내고 있다.
◇"가끔씩은 파격이 필요하다"
새로 입단한 선수들이 시즌 초 조감독의 전술을 이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경남은 대부분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팀이다. 조감독은 젊은 선수들을 다잡기 위해 가끔씩 파격을 즐긴다. 8월 29일 인천 유나이드와 원정경기가 한창이던 전반 막바지. 조감독은 벤치를 벗어나 관중석에 앉았다.
주심으로부터 퇴장명령을 받은 것도 아닌데 관중석에 앉은 조감독은 휴대전화로 작전을 지시했다. 올 시즌 첫 2연승을 올리던 감격적인 순간에도 조감독은 벤치가 아닌 관중석에 있었다. 조감독이 관중석으로 올라간 표면적인 이유는 심판과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였지만 속내는 달랐다. 감독이 얼마나 승리를 원하는 지를 선수들에게 알리는 일종의 심리전이었다.
오늘보다 내일이 기대되는 까닭
조감독은 FC 서울 지휘봉을 잡던 시절 도봉중을 다니던 이청용을 발굴해 K-리그로 발탁했다. 이청용은 무럭무럭 성장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볼턴 원더러스와 축구대표팀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조광래 감독은 항상 어린 선수들 육성에 관심을 갖는 지도자다.
5경기 연속골을 기록했던 김동찬과 서상민에다 '제2의 조광래'로 꼽히는 이용래·중앙수비 김주영·박 민 등은 모두 조 감독이 진흙속에서 캐낸 진주들이다. 대학 시절 가능성을 인정받았지만 K-리그에 무명에 불과했던 이들은 조감독으로부터 맹수로 조련받고 있다. 조감독은 오늘이 아닌 내일을 강조했다.
"선수들이 축구에 눈을 뜬 것 같아. 요즘 애들 눈에서 자신감을 있거든. 사실 우리는 올해보다 내년을 겨냥하고 있어. 내년이면 정말 무서운팀이 될거야. 기대해봐. 하지만 올해 6강도 놓칠 수 없지. 6강에 오르면 포항·전북·서울 어느 팀과도 해 볼만해. 내친김에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나 따내버릴까."
최원창 기자 [gerrard1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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