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성 전 코치 “남아공 16강은 박지성의 솔선수범 덕”

일간스포츠 | 최원창 | 입력 2010.08.20 09:12




[JES 최원창] "지성이가 비디오를 더 보겠다고 하는데. 어찌나 대견하던지."

정해성(52) 전 대표팀 수석코치는 남아공월드컵을 회고하며 침이 마르도록 캡틴 박지성(29·맨유)을 칭찬했다.

대표팀 감독직을 고사하고 다음달 1일 축구 연수를 위해 스페인으로 출국하는 그는 "남아공월드컵 16강은 주장 박지성과 선수들의 솔선수범이 있어 가능했다"면서 전력 분석 비디오를 예로 들었다.

그의 설명은 이랬다. 선수들은 솔직히 1시간이 넘는 비디오를 보는 일은 따분하게 생각함에도 박지성이 진두지휘하며 꾸준히 그리스의 전력 분석 비디오를 외울 만큼 봤다는 것이다.

그는 "지성이가 선수들을 설득해서 비디오를 꾸준히 봤다. 한 번은 지성이가 그리스의 공격·수비·세트피스 등을 나눠 편집한 비디오를 보여달라고 요청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평상시에는 경기 당일에는 비디오를 보지 않지만 그리스와 첫 경기 당일에는 선수들의 요청으로 비디오를 또 한 번 틀었다"고 덧붙였다.

그리스전에서 2-0으로 승리한 선수들은 한 목소리로 "비디오를 외울만큼 봐서인 지 그리스를 공략하기가 수월했다. 세트피스도 우리가 본 그대로 나와 막기 쉬웠다"며 "솔직히 평가전보다 쉽게 경기를 풀었다"고 입을 모았었다.

정 코치는 선수들의 팀정신이 흐트러지지 않게끔 싫은 소리를 해대는 군기반장이자 악역이었다. 하지만 그는 "대표팀에 2년 6개월간 머물면서 싫은 소리를 한 건 초반 1년간 두 번밖에 없었다"며 "그 이후에는 내가 잔소리하기 전에 선수들이 먼저 분위기를 다잡고 스스로 할 일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모습이 한국축구가 발전하는 방증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운재(수원)·안정환(다롄)·이영표(알힐랄)·김남일(톰톰스크) 등 주장 박지성에게 힘을 보탠 선참 선수들의 칭찬도 잊지 않았다.

그는 22일 오전 10시 서울 능동 어린이회관 육영재단에서 '육영재단 정해성 축구 아카데미' 창단식을 연다. 축구 아카데미 총감독을 맡은 그는 능동어린이회관 천연잔디 구장 1개면에서 유소년부터 중학생까지 80여명의 회원을 대상으로 될성부른 한국 축구 유망주들을 키워낼 생각이다.

최원창 기자 [gerrard1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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