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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이거스(미국)=뉴스1) 오대일 기자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국제가전전시회 'CES 2020' 개막을 하루 앞둔 6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열린 현대차 미디어데이 뉴스 컨퍼런스에서 개인용 비행체 'S-A1'을 소개하고 있다.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가 주관하는 CES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이자 세계 3대 IT 전시회 중 하나로 총 30여 개 분야, 160개국, 4500개 주요 기업이 참가한 가운데 오는 7일부터 10일까지 나흘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다. 2020.1.7/뉴스1 |
'하늘을 나는' 자동차 시 성큼 다가온다. 아니, 자동차로 부르기도 어색하다. 전혀 새로운 개념의 'PAV(개인비행체) 시대'라고 해야 정확하다. 130년 내연기관 시대에는 상상하기 못한 모빌리티(이동수단)들이 속속 현실이 된다. 수소연료전지와 배터리(2차전지)의 비약적 발전이 불러온 꿈의 미래다.
지금까지의 내연기관을 독일과 일본, 미국이 주도했다면 PAV와 연계된 UAM(도심항공모빌리티) 시대의 주도권 향방은 확정되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이끄는 현대차 (99,600원 400 -0.4%)그룹이 이 주도권에 가까이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그룹이 그동안 '올인'한 독자적 수소기술 덕분이다.
수소는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성장 방정식을 풀 가장 중요한 해법으로 꼽힌다. 한화그룹은 미국 수소트럭업체 '니콜라' 투자를 통해 현지 충전 인프라 사업에 본격 뛰어든다. 효성은 국내에서 액화수소의 대량생산에 나섰다. GS 등 에너지 유통물류 기업은 수소를 기반으로 한 드론 배송까지 현실화했다.
선두주자는 단연 현대차다. UAM 구축에만 2025년까지 1조8000억원을 투자한다. 총 6조원의 미래 모빌리티 연구개발비 중 상당 부분은 PAV 개발에 집중할 방침이다. 그룹의 또 다른 100년을 위한 투자에 나서는 셈이다. 정부도 최근 지원계획을 발표하며 현대차와 함께 뛸 준비를 한다.
하늘이든 지상이든 미래 모빌리티 실현 속도를 결정하는 건 수소연료전지의 성능이다. 김세훈 현대차 연료전지사업부장(전무)은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승용차의 수소연료전지 문제점은 거의 다 해결했다"고 밝혔다. 그는 "수소연료전지를 기반으로 수소 사회로 간다는 것은 너무나 명확하고 예측 가능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어 왜 한국이 수소 사회로 나아갈 수 밖에 없는지 조목조목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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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훈 현대차 연료전지사업부장(전무)/사진=현대차 |
-모빌리티 동력원으로서 수소연료전지는 어느 수준까지 왔는가?
▶승용 부문은 (문제점을) 거의 다 해결했다. 지금 현대차가 집중하는 건 수소연료전지 스택(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물과 전기에너지를 얻는 핵심 장치)의 내구성 강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택의 내구성 확보도 시간 문제다. 이를 좌우하는 요인은 촉매다. 투싼 시절(2013년 출시한 세계 최초 양산형 수소차 투싼 FCEV)에는 스택 막의 중요성을 잘 몰랐다. 촉매를 오래 살리려면 막이 얼마나 버텨주느냐가 중요한데 이걸 해결하면서 넥쏘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
-수소버스와 수소트럭 등 다음 단계도 기다리고 있는데.
▶수소버스와 수소트럭을 위해 여러가지 다양한 합금 촉매 같은 신기술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이중 버스에서 요구하는 수준은 빠른 시일에 달성할 것으로 본다. 다만 트럭은 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우리가 승용에서 개발한 스택을 버스나 트럭에 넣으면 버스는 감당이 되는데, 트럭은 2개를 넣어도 용량이 감당 안 된다.
트럭은 350kw(킬로와트)급 출력이 필요한데 넥쏘 분량 2개를 합쳐봐야 170kw밖에 안 된다. 승용이 2톤, 버스가 16톤, 트럭이 40톤이다. 용량에 맞는 스택을 만들고 내구력이 담보되면 수소트럭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 다음 단계가 PAV(개인비행체)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2028년 상용화하겠다고 했고, 정부는 5년 내 상용화를 선언했다. 과연 가능할까?
▶현재 단계에선 5~6인승 PAV가 가능하다. 사실 PAV의 선결 조건은 워낙 다양하다. 비행기도 2인승이 있고, 100인승도 있다. 항공업계가 모빌리티 업체에 과연 몇 인승 짜리를 요구할지 기다리는 단계다. 추세를 보면 100인승 정도의 진짜 비행기에 준하는 PAV를 띄우려면 스택을 더 가볍고 효율성 있게 만들어야 한다. 비행구간의 거리에 따라 연료통도 달라질 수 있다. 액체수소를 넣느냐, 고압탱크를 넣느냐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PAV를 한국이 주도할 수 있을까?
▶PAV 개발은 아직 기초·초기 단계다. 비행체 콘셉트와 연료전지를 어떻게 맞출 지 더 연구를 해야 한다. 선진국들도 이제 착수한 분야다. DLR(독일항공우주센터)에서 최근 전문가 30명을 모아 항공용 연료전지 연구팀을 구성했다. 이미 여러 비행체들을 많이 만들어본 나라들도 이제 막 연구개발에 착수했다는 의미다. 앞으로 기술 개발이 요구되는 지점들이 수두룩하다. 비행체 자체는 연료전지 용량이 그렇게 크게 필요하지 않지만 수직 이착륙에는 에너지가 워낙 많이 들기 때문에 고효율 연료전지가 절실하다.
-미국 수소트럭 업체 니콜라의 출현도 꽤 의미가 있는데.
▶니콜라(그린니콜라홀딩스) 주가가 폭등하는 사이에 나스닥의 수소 관련주들도 줄잡아 20% 정도 주가가 올랐다. 시장이 수소의 비전을 보기 시작했다. 물론 미국에선 이런 회사들이 홍보를 잘한 측면도 있지만. 시간은 좀 걸릴 것이다.
니콜라에 투자한 보쉬가 파워셀이라는 회사를 샀는데 이게 스택을 만드는 회사다. 니콜라 실력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아직 모른다. 트럭은 피크파워(최대출력)가 많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고성능 SUV(스포츠다목적차량)에 수소연료전지를 쓰기 위해서도 같은 전략을 사용한다. 스택이 고가이기 때문에 일단 스택 용량을 줄이고 속도를 높일 때는 배터리의 도움을 받는 식인데, 일단 니콜라도 그 정도 기술까지는 실현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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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훈 현대차 연료전지사업부장(전무)/사진=현대차 |
-한화와 효성, GS 등 모빌리티와 조금이라도 연관된 기업들의 미래전략에는 한결같이 수소가 있다. 수소가 미래를 담보할 핵심 기술이라는데 동의하는가?
▶그렇다. 전 세계적인 방향성이 수소로 향해 있다. 중국은 이미 연료전지를 지원해서 키우던 수준을 넘어섰다. 유럽 그린뉴딜은 수소의 중요성을 더 명확하게 보여준다. 전 세계가 수소사회로 가고 있다는 게 너무 명확하다. 유럽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80GW(기가와트)까지 한다는 계획인데, 원자력발전소 80개 분량이다. 이 계획의 핵심이 수소다. 40GW는 유럽에서, 40GW는 북아프리카에서 한다. 북아프리카를 에너지 생산기지로 만들어 경제적으로 자립시키고, 난민 문제도 해결한다는 전략이다. 북아프리카에서 생산된 에너지를 수소로 전환해 유럽으로 가져와서 쓸 가능성이 가장 높다.
-호주가 수소를 생산해 수출한다는 콘셉트와 아주 유사한데.
▶사하라 사막의 7%에서 태양광발전을 하면 전 세계 전력수요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다. 그런데 사하라에서 만든 전기를 송전선으로 옮기면 손실도 크고 비용이 너무 비싸진다. 그래서 태양광으로 수소를 만들어 파이프라인을 통해 유럽으로 운송하는 방식이 가장 유력하다. 선박으로 보낼 수도 있다.
유럽은 수소트럭 시장도 앞서 있다. 유럽의 트럭 연비규제와 CO2 배출량 규제에 주목해야 한다. 전기트럭은 충전용량과 주행거리 면에서 수소트럭의 경쟁상대가 되지 못한다. 트럭 분야는 수소연료전지가 아니면 해답이 없다는 게 유럽의 인식이다.
-그렇다면 수소트럭 시장이 먼저 열릴 수 있을까?
▶환경규제를 강화하면서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분야가 수소트럭이다. 제조업체들이 제품을 생산하는 단계에서 이산화탄소 절감 문제가 적용됐고, 이게 생각보다 아주 큰 영향을 준다. 전 세계적으로 기존 대비 이산화탄소 40% 감축이 추세다. 규제는 갈수록 강화될 것이다.
이 규제를 충족하려면 일단 운송단계에서 줄일 수밖에 없다. 생산공정에는 보통 전기밖에 들어갈 게 없어 감축 여지가 크지 않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여지가 가장 큰 영역이 운송이고, 이를 위해 친환경 운송수단을 쓸 수밖에 없다.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는 테슬라도 트럭에 집중하고 있는데.
▶아마존을 봐라. 기업이 환경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취지로 물류 트럭을 다 무공해차량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전 세계의 큰 방향이 친환경 쪽으로 가고 있다. 수소 사회는 막연한 미래가 아니다. 이미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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