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체이탈 정당" "드루킹 말 맞았다"
'한나라당 매크로 댓글조작' 의혹 파장

"2006년 지방선거부터 매크로 활용" 보도로 여야 비판 쇄도,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

18.06.05 12:21l최종 업데이트 18.06.05 13:27l

큰사진보기국회 본회의장 입구 막아버린 한국당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비상의원총회를 열고 드루킹 특검법안 본회의 상정을 요구하며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 국회 본회의장 입구 막아버린 한국당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지난 5월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비상의원총회를 열고 드루킹 특검법안 본회의 상정을 요구하며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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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2006년 지방선거 때부터 '매크로(자동입력반복) 프로그램'을 활용해 댓글 여론 조작을 벌인 정황이 드러났다는 <한겨레> 보도에 여의도가 발칵 뒤집혔다. 여야 모두 한국당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앞서 한국당은 똑같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해 댓글 여론 조작 활동을 벌인 '드루킹 사건'을 "자유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유린한 사건"으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공세를 벌여왔다. 무엇보다 한국당은 김경수 민주당 경남도지사 후보를 겨냥해 '드루킹 사건'을 주요 지방선거 쟁점으로 부각시켜왔다.

<한겨레>는 5일 2004년부터 2012년까지 한나라당 의원 사무실에서 직원으로 일했던 직원 ㄱ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매크로 프로그램 활용 댓글 조작' 정황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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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씨는 "2006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각종 선거 캠프에 온라인 담당자로 참여했다. 매크로를 활용해 댓글을 달거나 공감 수를 조작하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했다"라면서 그 증거로 2011년 6월 한나라당 대표 최고위원 경선 당시 한 후보 캠프 상황실장으로부터 받은 문자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해당 문자 메시지에는 "네이버 등 포탈사이트 검색 1순위 작업 대책 시행 바람"이라는 지시와 "야간 매크로 세팅하겠다"는 답변 등이 있었다.

무엇보다 그는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캠프 '사이버팀'에 파견돼 매크로를 활용한 여론조작을 했다고도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공식 선거운동 사무실이 아닌 여의도 이룸빌딩 1층에 '사이버팀' 사무실을 차리고 중앙당에서 제공한 100개 이상의 네이버 아이디로 MB 연관 검색어를 조작하고 부정적 기사에 댓글을 다는 일을 하는 데 매크로를 썼다"라고 밝혔다.

"일반인인 '드루킹' 여론조작 빌미 삼아 방탄국회 하더니..."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2006년 지방선거 때부터 '매크로(자동입력반복) 프로그램'을 활용해 댓글 여론 조작을 벌였다는 <한겨레> 보도가 나왔다.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2006년 지방선거 때부터 '매크로(자동입력반복) 프로그램'을 활용해 댓글 여론 조작을 벌였다는 <한겨레> 보도가 나왔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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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는 이러한 보도에 한국당에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현안 브리핑을 통해 "무려 12년 전부터 조직적으로 댓글조작이 자행돼 온 사실에 충격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라며 "선거캠프에서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여론을 조작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선거 결과의 정당성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것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도전으로 정당의 존립 근거조차 잃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아직 공소시효가 남아 있다. 공직선거법의 공소시효는 만료됐지만 업무방해죄는 적용이 가능하다"라며 "수사 당국은 철저한 수사로 지난 10여 년의 범죄행위에 대해 낱낱이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석 정의당 선대위 대변인은 "일반인인 드루킹의 여론조작을 빌미 삼아 방탄국회까지 일삼았던 한국당의 전신인 정당에서, 최소 2007년부터 공식 선거운동 조직을 통해 매크로 프로그램을 일상적으로 활용해왔다는 사실은 매우 모순적"이라고 꼬집었다.

무엇보다 그는 "더구나 이는 한 개인도 아닌, 정당의 공식 선거운동 조직에서 자행된 집단적인 여론조작이라는 점에서 더욱 큰 문제를 지닌다. 여기에 이어, 지난 정권이 속해있던 정당까지, 특정세력의 입맛대로 여론이 조작돼 왔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라며 지난 정권 당시 국가정보원 댓글조작사건 등의 책임도 함께 지적했다.

여야 의원들도 각자 페이스북 등을 통해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앞서 한국당의 '드루킹 특검' 공세를 겨냥한 비판이 두드러진다.

원혜영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드루킹이 저질렀다는 범죄를 자유한국당 전신인 한나라당은 십여 년 전부터 저질러 왔군요"라며 "그것도 무려 당 차원의 조직적 범죄였다. 매크로 조작은 보수세력이 원조라던 드루킹의 말이 사실이었다"라고 비판했다.

진선미 민주당 의원도 "유체이탈 정당! 노답"이라며 "매크로, 공당 내에서 이뤄진거라면 드루킹 사건과는 비교도 안 될만큼 어마어마한 민주주의 유린하는 여론조작 아닌가. 야당은 특검하자고 주장하셔야 하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드루킹 옥중편지에 나온 얘기를 뒷받침하는 증언이 나왔다"라며 "매크로를 사용한 온라인 여론왜곡은 민주주의 파괴행위다. 여야를 가리지 말고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주민 서울경찰청장님, 김경수 송인배 소환조사는 계속 미루면서 버티기 하시는데 한나라당 매크로는 얼마나 열심히 수사하실지 똑똑히 지켜보겠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논란은 지방선거 내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자유한국당 2006년부터 매크로 사용에 특검수사 합시다'는 청원이 올라온 상황이다. 청원 제안자는 "어제 양심선언한 2006년 한나라당 시절부터 매크로 사용한 일과 관련해 특검수사 요청한다. 그동안 심증은 있었으나 물증이 없어서 일방적인 수세에 몰렸는데 평등하게 특검수사를 강력하게 요청한다"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PDF]정당 국고보조제도의 헌법상 문제점(완료) - 한국법제연구원

https://www.klri.re.kr/download/uploadfile_download.do?path...07.pdf
2. 정당 국고보조제도의 내용. 현행법상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제도는 정치자금에관한법률 에서 규정하고. 있다. 국고보조금정당보조금과 선거보조금의 두 종류로 ...

[월간조선] 혈세 정당보조금 어디썼나 봤더니…호프집에 노래방, 안마비까지

입력 : 2014.02.01 10:52 | 수정 : 2014.02.01 10:55


정당(政黨)에 대한 국고보조금 제도는 1980년 12월 신군부(新軍部) 세력이 설치한 임시행정기구인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가 도입했다. 12·12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한 신군부가 정치권을 달래기 위한 조치였다. 김형준(金亨俊) 명지대 교수는 “국고보조금은 5공화국 시절 관제 야당에 돈을 주기 위해 정치자금법을 고쳐 만든 제도”라고 했다.

정당 국고보조금 제도로 인해 1981년부터 1989년까지 매년 10억원대의 돈을 정당에 국고보조금으로 지급했다. 정당 국고보조금 액수는 지난 1990년 3당 합당 이후 여·야가 의석수에 따라 배정하던 보조금을 최근 시행한 선거의 선거권자 총수(總數)에 보조금 계상 단가를 곱해 산정하도록 정치자금법을 개정하면서 증가했다.

보조금 계상단가는 ‘통계법’ 제3조에 따라 통계청장이 매년 고시하는 전전년도에 대비한 ‘전년도 전국소비자물가변동률’을 적용하여 산정한다. 대략 유권자 1인당 900원이 조금 넘는 정도(제18대 대선의 경우 910원)다.

정당 국고보조금은 매년 지급하는 경상보조금과 공직 선거가 있을 시 지급하는 선거보조금을 뜻한다. 때문에 정당 국고보조금 총액은 선거가 있는 해 대폭 증가한다. 참고로 16대 대선과 6·13 지방선거가 있었던 2002년과, 18대 대선과 19대 총선이 치러진 2012년에 정당 국고보조금 총액은 각각 1134억, 1080억원이었다. 이는 선거가 없었던 해의 평균 정당 국고보조금 총액과 비교했을 때 3배 이상 높은 액수다.

정당 국고보조금은 정치자금법 제27조에 따라 지급 당시를 기준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등록된 정당 중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에 총액의 50%를 균등 배분하고 5석 이상 20석 미만 의석 정당에는 총액의 5%, 의석이 없거나 5석 미만이지만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정당에는 총액의 2%를 지급한다. 이어 잔여분 중 절반은 의석수 비율에 따라, 나머지 절반은 최근 실시한 국회의원 선거에서의 득표수 비율에 따라 배분한다.

이 계산법에 따르면 2013년의 경우 정당 국고보조금 총액 380여억원 중 새누리당은 약 172억원, 민주당은 157억원, 통합진보당은 27억원, 진보정의당은 20억원가량의 정당 국고보조금을 받았다.

◇ 정당 국고보조금으로 선거 비자금 조성

국내 정당의 가장 큰 수입원은 정당 국고보조금이다. 중앙선관위 자료를 보면 18대 대선과 19대 총선이 치러진 2012년의 경우 새누리당이 받은 정당 국고보조금(517억9500만원) 액수는 전체 수입(1569억6600만원)의 33%, 민주당(구 민주통합당)은 국고보조금(431억5000만원)이 전체 수입(1143억1700만원)의 37.8%에 달했다.

정당 국고보조금은 정당 운영에 써야 하는 경비다. 따라서 인건비, 사무용 비품 및 소모품비, 사무소 설치·운영비, 공공요금, 정책개발비, 당원교육훈련비, 조직활동비, 선전비, 선거관계 비용 외에는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주요 정당들은 국민 혈세(血稅)인 이 돈을 유흥비 등 부당하게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월간조선이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의하면 2008~2012년 5년간 새누리당과 민주당, 통합진보당 등 주요 정당들이 국고보조금을 부당 사용하다 적발된 사례가 19건 있었다. 2008~2012년 정당들이 어떤 방식으로 정당 국고보조금을 부당하게 사용했는지 정당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2010년 여당인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은 여성정치발전비 법정의무사용비율을 위반했다. 당시 배분 지급받은 정당 국고보조금의 10%인 13억1527만원 이상을 여성정치발전비로 사용해야 함에도 13억492만원만 사용했다. 1304만원을 딴 용도로 사용한 것이다.

민주당 충남도당은 2008년 11월 10일 노래연습장에서 정당 국고보조금으로 13만원을 지출했다. 2009년에는 여성정치발전비 법정의무사용액 중 478만원을 여성정치발전비의 용도로 지출하지 않았다. 같은 해, 일반 대학생 대학생정책자문단 졸업연수 등의 행사경비 중 참석자가 부담하여야 할 부족액 180만원을 보조금에서 지출하기도 했다. 2010년에는 여성정치발전비 법정의무사용액 중 980만원을 사용하지 않았으며, 2011년에는 연구과제에 대한 연구용역비 1건(150만원)의 비용을 이중으로 지급했다.

2012년에는 2009년부터 그해까지 4년간 총 6700여만원의 국고보조금을 다수의 유급직원 등에게 상여금 명목으로 허위 지급한 뒤 이를 즉시 차명계좌로 반환받아 불법 선거경비 등으로 지출했다. 정당 국고보조금으로 선거 비자금을 조성한 셈이다. 대전지검 공안부는 당시 이런 일을 저지른 민주당 충남도당 사무처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 건과 관련해서는 계속 재판이 진행 중이다.

◇ 통합진보당, 국민 血稅 호프집서 사용

민주노동당(통합진보당, 진보정의당으로 분화), 창조한국당(2007년 10월 30일 창당~2012년 4월 26일 공식 해산), 친박연대(미래희망연대로 개명), 미래희망연대(2012년 2월 새누리당과 합당) 등 군소(群小)정당의 상황도 비슷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이들은 정당 국고보조금을 식비 및 유흥비로 사용한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2008년 11월 22일 당원교육을 시행하면서 참석한 일반당원 24명에게 19만2000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하고 회계 책임자로 하여금 정당 국고보조금에서 지출하게 했다. 2009년에는 가짜 영수증(2건)으로 허위 회계처리했으며, 연구원 환영회 2차 비용(40만3500원) 등을 법정 용도 외로 지출했다.

민주통합당이 분화, 소멸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통합진보당은 2011년 심야시간대에 식사 등 명목으로 호프집에서 3건(1월 5일, 3월 8일, 6월 18일) 총 18만4500원을 정당 국고보조금에서 사용했다. 정부는 작년(2013년) 11월 7일 헌법재판소에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 심판을 청구했지만, 통합진보당은 일주일 뒤인 11월 15일 4분기 정당 국고보조금 6억8000만원을 지급받았다.

법무부는 당시 헌재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약 6억8000만원의 국고보조금이 진보당에 지급될 경우 대한민국 체제 파괴 등 위헌적 활동에 그 돈이 사용돼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현저한 손해 또는 급박한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통합진보당에 국고보조금이 지급되는 15일 전에 진보당의 정당활동을 금지하는 가처분 결정을 내려 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헌법재판소가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아 예정대로 4분기 국고보조금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2007년 17대 대선에 출마했던 문국현(文國現) 전 의원이 ‘깨끗한 정치’, ‘반부패’ 등을 내세우며 창당한 창조한국당은 2008년 5월 15일부터 9월 3일 사이 심야시간대에 스탠드바, 호프집 등 유흥업소에서 도당 직원 회식비 명목으로 총 10회에 걸쳐 127만5000원을 정당 국고보조금에서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정치연구소 배분·지급 의무액 중 474만6700원을 배분 지급하지 않았고, 여성정치발전비 사용 의무액 중 321만원을 여성 발전을 위해 사용하지 않았다.

1년 뒤인 2009년에는 투명성강화위원 명목으로 지출(100만원)한 증빙서류 일체를 첨부하지 않고, ‘집행정지 가처분결정’으로 전당대회를 개최할 수 없음에도 해당 행사비용 500만원을 사적 용도 또는 부정한 용도로 지출했다.

2010년에는 선관위에 연간 회계보고를 하면서 ‘여성위원회 및 쉼터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경기도 광명시 소재의 한 상가 건물에 대해 2011년 1월 1일부터 2년간 임대차계약을 하고 여성정치발전기금에서 3120만원을 지출했다고 허위 보고하기도 했다. 허위 임대차계약을 맺은 이모씨는 창조한국당에서 비상대책위원이자 확대최고위원을 역임해 논란이 일었다.

새누리당 서청원(徐淸源) 의원이 18대 총선 때 박근혜계 공천 탈락자들을 규합해 창당한 친박연대는 2008년 연구소 및 시·도당 배분 지급 의무액 중 891만원을 지급하지 않고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 미래희망연대로 간판을 바꿔 단 2009년도에는 여성정치발전비 2450만원을 여성정치발전 용도로 볼 수 없는 사진촬영비, 동양란(東洋蘭) 구입, 정치탄압 규탄대회 소요경비, 군부대 위문경비 등으로 지출했다. 또 대표자 변경등록신청 해태의 과태료 80만원도 정당 국고보조금에서 냈다.

2011년도에는 미래희망연대 중앙당 및 미래전략개발연구소가 정책개발 용역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정책과제물 8건을 부실하게 작성하는 등 총 6500만원의 국고보조금을 용도 외로 사용했다.

◇ 2004년 열린우리당 당직자, 안마비로도 써

2008년 이전의 상황은 어땠을까. 취재결과 과거에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2001년 참여연대가 발표한 ‘2001년도 정당의 국고보조금 사용실태’ 자료를 보면 증빙서류 없이 집행된 정당 국고보조금이 수억 원에 달했다. 당 총재나 총재 부인의 식사비, 수재의연금, 총재 손목시계 제작비 등은 조직관리비로 둔갑했다.

당시 자료 분석에 관여한 관계자는 “한 정당의 총재실은 용산구의 한 식품점에서 오찬용 포도주와 수입 양주 등을 500만원가량 샀다고 신고했지만, 식품점 주인을 직접 만나 물어보니 와인이나 양주는 팔지 않는데 총재실 비서가 빈 영수증을 달라고 해서 준 적이 있다고 시인했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한두 개가 아니었다”고 했다. 그는 “또 다른 정당의 경우 선전활동비로 사용했다고 신고한 비용이 윤락업소에서 지출된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2003~2004년에는 ‘안마비’ ‘대학등록금’ ‘안경구입비’ ‘개인소득세’ 등을 정당 국고보조금으로 사용했다. 당시 선관위 내부 자료에 따르면 그해 4월 9일 열린우리당 중앙당 당직자들은 지방을 돌면서 안마비 등 개인적인 경비로 쓴 126만5000원을 국고보조금에서 빼 쓴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는 4·15 총선 선거운동이 한창일 때였다.

열린우리당이 1억4500만원을 정책개발비로 썼다고 제출한 회계보고를 분석한 결과 그런 용도로 썼다고 보기 어렵다는 내용도 있었다.

당시 한나라당의 서울 강북지역 전직 지구당위원장의 경우에는 2003년 자신의 대학원 등록금 373만원 등 417만원을 중앙당에서 지구당에 지원된 국고보조금으로 지급했다. 또 다른 지구당의 관계자는 국고보조금을 안경 사는 데 썼다.

자민련의 한 당직자는 자신에게 부과된 소득세 740만원을 국고보조금에서 지불했고, 민주당이 총선 과정 등에서 지출했다고 신고한 여론조사비 중 8250만원은 딴 곳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에도 정당 국고보조금 부당 사용은 여전했다. 당시 자료를 분석해 보니 열린우리당의 경우 국고보조금을 차량수리비 등 ‘개인 용도’로 사용한 게 24건 182만여 원이었다. 또 워크숍을 열면서 유흥비 44만원을 썼고, 유급 사무직원을 67명이나 초과해 채용했으며 후원회 관련 경비 226만7600원도 부당 사용했다. 그해(2005년) 한나라당은 국고보조금 중 유흥비로 57만1390원을 썼으며 2005년도 지출분 121만원을 2004년도에 지출한 것으로 허위 보고했다. 민주노동당은 당원집회에 참석한 당원들에게 휴대전화줄 2000개(400만원)를 지급했고 유급 사무직원도 18명이나 초과해 썼다.

◇ 선관위 보고 내용 외에 실제는 流用 더 많을 듯

물론 정당 입장에서는 부당 사용한 액수(額數)와 건수(件數)가 과거에 비해 많이 줄어들지 않았느냐고 양해를 구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각 정당이 선관위에 감출 것은 다 감추고 보고했는데도 이 정도라면 실제는 훨씬 심각한 수준일 가능성이 크다. 더 많은 정당 국고보조금이 접대비, 유흥비, 결혼 축의금 등으로 전용(轉用)됐을 것이란 짐작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과거 정당에 몸담았던 당직자는 “정책개발비를 ‘사무처 당직자의 정책활동비’라는 명목으로 인건비로 전용하거나, 사무처 당직자를 정책전문위원으로 둔갑시켜 정책개발비를 지급하는 등 보조금을 사적으로 사용한 경우는 매우 많다”고 했다.

국고보조금을 지급받은 정당은 법규에 맞도록 회계처리하고 매년, 12월 31일을 현재로 다음해 2월 15일까지 선관위에 지출금액내역 및 결산내역을 증빙서류를 갖춰 보고한다.

그렇다면 정당들이 과거에나 현재에나 한결같이 정당 국고보조금을 회계조작이나 허위보고, 용도변경 등의 형태로 방만(放漫)하게 운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회 입법조사처가 2012년 6월 19일 발행한 <독일사례를 통해 본 정당 국고보조금제도의 개선과제> 보고서는 제대로 된 회계검사가 이뤄지지 않는 점을 정당이 국고보조금을 전용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 다음은 보고서의 일부분이다.

<국고보조금 문제에서 중요한 것은 집행내역에 대한 회계검사를 강화하여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다. 정당 국고보조금 회계조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감사원으로 하여금 선거관리위원회의 회계조사 기능을 보완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정당의 회계조사와 관련하여 선거관리위원회는 정당으로부터 국고보조금의 집행내역을 제출받아 서면조사하고, 실지조사는 선택적으로 실시한다. 한편 감사원은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재무감사를 통해 국고보조금 지급내역을 파악하고 있지만, 실제 보조금의 집행내역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수행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독일의 경우 연방감사원(Bundesrechnungshof)이 보조금의 산정과 배분, 그리고 연방하원의장의 회계보고서 심사에 따른 제반 절차가 회계처리규정에 맞게 이루어졌는지 검사함으로써 회계검사의 실효성을 높이고 있다(독일 정당법 제21조). 따라서 선거관리위원회와 감사원의 유기적인 협력체계의 구축이 필요하다.>

김종갑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현재 선택적으로 행하는 실지조사를 선관위와 감사원이 분담해 모든 정당을 대상으로 전면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이 방안이 실현되면 국고보조금 회계검사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게다가 정책개발, 여성정치발전, 장애인 후보 선거경비 지원 등의 국가보조금 사용 항목은 변칙적으로 전용될 수 있는 게 사실이다.

박효종 서울대 윤리교육학과 교수는 “각 정당이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정책개발비에 30%를 사용하는지 제대로 공개하는 등 사용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당집행 사례가 적발돼도 차기 연도에 단순 감액조치만 있을 뿐 국고보조금 지급 총액에는 지장이 없다는 점도 이유가 될 수 있다. 정치자금법 제29조 감액 규정에 따르면 국고보조금을 지급받은 정당이 회계에서 누락, 은폐 시 2배를 감액한다고 돼 있다. 제재(制裁)로 보기 어렵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허위보고, 편법지출, 부실 증빙서류 등에 대해서는 보조금 지급 중단이나 감액 등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 실지조사 가능할까

하지만 이 같은 조치들이 취해질지는 미지수이다. 특히 감사원이 실지조사(實地調査)를 실시하는 것은 더욱 그렇다. 정치권이 감사원이 나서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데다가, 실지조사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정당의 거래업소들이 순순히 감사원에 협조한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감사원법 23조에 국가로부터 국고보조금을 보조받는 기관에 대해 감사할 수 있게 돼 있는데 왜 정당 국고보조금에 대해서는 감사를 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지난 2001년 정당 국고보조금 제도가 생긴 후 처음으로 감사에 나섰다. 하지만 감사원은 ‘감사 불능’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당시 상황이 잘 나타난 2001년 12월 19일 자 《국민일보》 기사 내용이다.

<“도대체 감사를 진행할 수가 없었다.” 여야 정당의 국고보조금 사용실태에 대한 현장감사에 참여했던 감사원의 한 관계자는 18일 거래업소들의 협조 거부를 이유로 들며 ‘정치권 돈’의 쓰임새를 감사하는 작업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현장감사팀이 각 정당에 영수증을 발행한 음식점이나 업체들 가운데 비교적 금액이 많고 허위발행 혐의가 짙은 업소들을 찾아갔지만 하나같이 주인은 사라지고 종업원들만 나타나 ‘전혀 모른다’로 일관했다는 것. 결국 이런 사정 때문에 ‘감사 불능’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는 게 감사원 측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감사원 측의 이 같은 설명에도 감사원이 여·야 정치권을 의식해 정당 국고보조금에 대한 감사를 사실상 ‘포기’함으로써 정치자금을 감사의 성역(聖域)으로 남긴 게 아니냐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그동안 정당들은 국고보조금이라는 국민의 세금을 사용했으나 감사를 받은 적이 없고, 지난 20여 년간 한 번도 보조금 위법 사용에 대한 제재를 받지 않았다. 그 사이 국민의 혈세인 국고보조금은 술값, 안마비, 대학등록금, 안경구입비, 개인 소득세 등으로 쓰이고 있다.

 

- 더 자세한 내용은 월간조선 2월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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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2/01/2014020100327.html

선관위 "정당 보조금 제도, 교섭단체에 유리…개선 필요"

선거연령 하향 조정·시군구黨 설치 등도 제안
개헌특위 자문위 "남녀 동수 공천제 개헌안 포함 의견"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일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에 유리한 현행 국고보조금 배분·지급 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중앙선관위 김대년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국회 정치개혁특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정치자금법을 개정해) 정당에 대한 유권자의 지지 의사에 상응하는 방식으로 배분·지급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경상보조금과 선거보조금의 절반을 교섭단체 구성 정당들에 균등하게 분할해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5석 이상의 정당에는 전체 보조금의 5%씩을, 의석이 없거나 5석 미만의 정당에는 조건부로 2%씩을 각각 지급하도록 했다.

김 사무총장은 "(선관위는) 교섭단체 구성 정당에 보조금의 50%를 균등 배분·지급하는 방식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말했다.

그는 "5석 이상의 정당과 득표수 비율이 일정 요건에 해당하는 정당에 대한 배분·지급 제도는 현행 기준(전체 보조금의 5%씩)을 유지하되 그 잔여분은 국회의원 선거의 득표수 비율에 따라 배분·지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김대년 사무총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 사무총장은 '선거보조금이 이중으로 지급돼 정당이 선거 재테크를 한다는 지적이 있다'는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의 질의에 "그런 비판이 2010년부터 있었던 것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김 사무총장은 "선관위는 2013년에도 정치자금법 개정 의견을 제출한 바 있다"며 "올해 정당 후원금이 부활한 만큼 국회에서도 관련 개정 논의를 해주시기를 부탁한다"고 공감했다.

김 사무총장은 ▲말(言)과 전화로 하는 선거운동을 상시 허용하는 안 ▲선거권자 연령을 현행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하향 조정하는 안 ▲시·군·구당 설치를 도입하는 안 등도 함께 제안했다.

한편, 개헌특위 자문위 정당선거분과 이준한 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헌법에) 정당 국고보조금 규정을 폐지하거나 보완해야 한다"는 내용의 개헌안을 소개했다.

이 위원은 "해외 주요 선진국 헌법에는 정당 국고보조금 규정을 둔 사례가 거의 없다"며 "불로소득에 대한 도덕적 해이와 정당의 관료제화 등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당 운영비 중 국고보조금의 비율이 50%에 육박한다"며 "자생적 경쟁력이 강한 정당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이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은 양성평등 실현을 위해 정당이 선출직 후보를 남녀 동수로 공천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하면 후보 등록을 취소하거나 처벌하는 개헌안도 제시했다.

아울러 정당 득표율과 의석 점유율 사이의 왜곡을 해소하기 위해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 제도를 도입하는 개헌안도 내놨다.

다만 이 위원은 국회 양원제 도입, 국회의원 정수 조정, 결선 투표제 도입, 선거연령 하향 조정 등에 대해서는 자문위 내부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거나 부정적인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hanjh@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서귀포고, 대교눈높이 전국축구대회 본선 진출 확정

기사승인 2018.05.24  17:3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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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기 제주리그 5승2무로 1위...2위 오현고·3위 제주제일고 막판 순위 싸움

서귀포고 축구팀이 대교눈높이 전국고교축구대회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2018 전반기 전국고등축구 제주리그'가 오는 26일 외도2운동장에서 치러지는 서귀포고와 오현고, 제주중앙고와 제주제일고의 마지막 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서귀포고는 경기결과에 관계없이 리그 1위를 차지했다. 

서귀포고는 7경기를 치른 결과 5승2무(승점17점)를 기록하며 2위 오현고(3승1무3패·승점10점)과 3위 제주제일고(2승4무1패·승점10점, 이상 승자승)를 따돌리고 도내 고등부 최고팀으로 등극했다. 

서귀포고는 제주제일고를 맞아 1차전 3월 17일 1-1과 5차전 5월 6일  2-2 무승부를 기록했고 3월 24일 2차전 제주중앙고를 1-0, 3차전 4월 21일 대기고를 4-0, 4차전 4월28일 오현고를 3-1, 6차전 5월 12일 제주중앙고를 3-1, 7차전 5월 19일 대기고를 7-0으로 각각 제압했다. 

특히 서귀포고는 김진규가 5골을 터트리며 득점 순위 2위에 올라있고 팀동료 이준형이 4골로 득점 순위 4위에, 문지성이 3골로 득점 순위 5위를 달리고 있다. 

다만 전반기 리그 마지막 경기결과에 따라 2위 자리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오현고와 제주제일고의 불꽃 튀는 대결이 예상된다. 

 

김대생 기자 bin0822@jemin.com

<저작권자 © 제민일보
 
뉴스타파 연속보도'보험의 배신'은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제정 이후 빈발하고 있는 허위·과장입원 환자에 대한 형사 처벌 실태를 점검합니다. 이번 편, 1회에서는 보험사기범으로 형사 처벌을 받게된 중증환자의 사례를 살펴봅니다. 이어 2회에서는 평범한 입원환자들이 보험사기범이 될 수 밖에 없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추적할 예정입니다.

가는 손이 팔꿈치를 잡는다. 눌러 쓴 모자와 올려 쓴 마스크 사이로 눈동자가 반짝인다. 말없이 조용한 곳으로 끌더니 구깃한 종이 한 장을 내민다. 의사의 직인이 찍힌 소견서다. 복잡한 의학 용어들의 끝머리엔 이런 말이 적혀있다.

장기 생존 가능성은 낮고 현재 결과로 봐서는 2-3년까지는 생존 가능성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비소세포폐암 4기 환자였다. 억울하다며 도와달라고 말했다. 범죄자로 죽기는 싫다고 했다. 인터뷰를 권했지만 자신의 모습이 싫고 말주변이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돌아보니 서넛이 구깃한 종이를 들고 같은 모습으로 서있다.

▲지난 3일 대신한방병원 입원환자들이 부산경찰청 민원실에 항의 방문했다.

처음엔 서넛이었던 것이 나중엔 마흔 명이 됐다. 결국 사건 담당 수사관이 나섰다. 환자들은 억울한 사람을 범죄자로 만들었으니 책임을 지라고 외쳤다. 가슴을 치고, 자리에 주저앉고, 눈물을 흘렸다. 수사관의 대답은 한가지, 억울한 부분은 재판정에 가서 풀라는 것이었다. 당장 내일을 알 수 없는 암 환자들에겐 사형 선고나 같은 말이었다.

부산 대신한방병원 보험사기 사건의 '가짜 환자'들

지난 5월 3일 부산경찰청 민원실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 환자들은 지난해 11월 부산경찰청이 발표한 부산 대신한방병원 보험사기 사건에 등장하는 이른바 '가짜 환자'들이다. 당시 경찰은 언론 브리핑을 갖고 병원의 의료인과 직원들이 입원환자 91명과 공모해 100억 원대 보험사기를 저질렀다고 발표했다.

경찰이 재구성한 이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병원의 행정원장은 이미 사무장 병원(비의료인이 운영하는 병원)을 운영해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껍데기만 그럴듯한 의료기기를 도입하겠다며 40억 원대 불법대출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병원 직원들은 상습적으로 진료 차트와 영수증을 조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약제를 팔고도 보험 처리가 되는 양방 치료를 받은 것처럼 기록해 왔다. 환자들에게는 자기부담금을 줄여주겠다며 실제보다 10%가 부풀어진 진료비 영수증을 발급했다.

경찰은 환자들이 입원할 필요가 없었던 가짜 환자들이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의 수사결과는 이랬다. ‘병원은 국민건강보험의 요양급여를 받기 위해 별다른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환자까지 입원시켜 받았다’,  ‘환자는 병원이 권하는 고가의 치료를 받으면서 비용을 보험사에 돌렸고, 외출과 외박은 자유로웠다’. 경찰은 보도자료를 통해 환자들이 입원기간 중 외부에서 사용한 신용카드 사용 내역을 제시하며 이들이 입원이 필요없었던 '가짜 환자'라고 거듭 강조했다.

언론은 이들의 행각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사법처리도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살려고 한 죄밖에 없습니다"

66세 김현순 씨는 늘 자신에게 엄격했다. 어려서부터 앓은 소아마비 때문에 다리를 절었다. 철부지 친구들이 자주 놀렸다. 그때마다 김 씨는 나오려는 울음을 눌러담았다. 울면 그들에게 지는 거라 생각했다. 대장암 3기 진단을 받았을 때도 김 씨는 오히려 울먹이는 자녀들을 달랬다. 이미 충분히 살아서 미련이 없다 말했다. 하지만 실은, 병마에 지고 싶지 않았다.

지난 3월, 김 씨는 부산 대신한방병원 사건의 피의자로 기소돼 약식명령을 받았다. 암 진단 때도 나오지 않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 평생을 올곧게 살아왔는데 병들고 늙은 자신을 범죄자로 만드는 세상이 서러웠다. 갓 태어난 손주를 생각하면 이대로 세상을 떠날 수도 없었다. 억울함을 풀지 못하고 떠나면 아이가 영영 할머니를 보험사기꾼로 기억하게 될지 모른다 생각했다.

법원의 약식명령서에 따르면, 김 씨는 병원에서 허위 발급하는 입원 확인서 등을 이용해 피해 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편취하기로 마음을 먹고 고의적인 보험사기를 저질렀다. 또 입원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으면서도 입원해 고액의 보험금을 받아냈다. 12회에 걸쳐 반복적으로 입·퇴원하면서 총 145일치 입원보험금과 간병지원금, 실비보험금을 받았다. 동양생명, 삼성화재 2개의 보험사로부터 편취한 돈이 3,500만 원이 넘었다. 이에 대해 법원은 벌금 300만 원을 결정했다.

김 씨는 어느 하나 납득할 수 없는 내용이라고 말한다. 언론과 수사기관이 하는 '가짜 환자', '허위 환자', '나이롱 환자'라는 소리는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하는 소리라는 것이다.

김 씨는 암 진단 이후 2016년 7월부터 5개월간 대신한방병원에 입원했다. 수술까지 잘 견뎠지만 항암주사 투약이 고비였다. 첫 투약을 마치고서야 주사제의 고통을 실감했다. 거동조차 쉽지 않았지만 집에는 김 씨를 돌봐줄 사람이 없었다. 서류 처리를 위해 집을 찾은 보험회사 직원이 넌지시 병원 입원을 권했다. 이전까진 생각도 해본 적 없던 입원이었다.

자녀들의 도움으로 대신한방병원에 입원했다. 항암주사 치료를 받는 대학병원이 5분 거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투약 기간 내내 고통은 끊이지 않았다. 통증을 덜고 치료에 도움을 주는 것이라면 뭐든 마다하지 않았다. 치료에 필요하다면 비린 생닭도 입에 우겨 넣었다. 우선은 살아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래도 치료는 쉽지 않았다. 주사제 투약을 위한 최소한의 면역력 수치를 채우지 못하고 결국 예정됐던 8번 중 5번의 투약을 받는데 그쳤다. 그나마도 병원에 입원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건을 수사했던 부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의 담당자는 법의 원칙대로 수사를 했다는 입장이다.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자체가 보험금을 악용해 부당 이득을 취하는 보험이용자를 처벌하기 위한 법이기 때문에 보험이용자가 불이익을 보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형사 입건 여부를 결정한 기준이 뭐냐는 질문에 대해선 보험금 액수와 입원 기간 등을 통해 범행의 고의성을 판단했다고 답했다.

보험사기라는 '덫'

병원과 보험사기를 공모했다는 것도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다. 치료에 여념이 없는 환자들이 병원의 깊은 속사정을 알 리 없었다. 대신한방병원 역시 환자들이 보기엔 그저 평범한 병원이었다. 김 씨는 '나라에서 덫을 놓고 있는 꼴'이라고 말했다. 사전에 제대로 감독해서 환자들에게 알려줘야할 정부가 오히려 환자들이 보험사기범이 될 때까지 지켜만 보고 있다는 것이다.

병원이 한약제를 양방 치료로 둔갑시키고, 치료비를 부풀리는 것은 환자는 물론 병원 내부 직원들조차 모르던 일이었다. 취재진과 만난 한 대신한방병원 관계자도 병원 원무과 일부 직원만 알 수 있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환자와 의사 간의 문진과 치료는 정상적으로 이뤄졌고, 차트 조작같은 불법 행위는 원무과에 넘어간 이후에야 이뤄진 일이라는 것이다.

보험사를 속이려 했다는 것도 엄두조차 내기 힘든 일이다. 보험사는 집요하게 김 씨의 입원 사실을 확인해왔다. 그는 독감 치료나 혈압 관리를 위해 외출을 하면 보험사 직원이 직접 찾아왔다. 찾아온 보험사 직원은 김 씨의 말을 듣는 대신, 의사를 직접 찾아가 처방전을  확인했다. 지나친 의심이라며 김 씨가 항의하자 보험사는 사과했다. 보험금은 늘 문제없이 지급됐다. 김 씨는 입원에 문제가 있다면 보험사가 얼마든지 당사자에게 알리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잦은 입·퇴원, 그리고 외박·외출이 있었다는 범죄 사실 내용도 김 씨에게는 억울한 대목이다. 2016년 경주 지진 때도 간호사의 지시 없이는 나가지 않겠다 버텼던 김 씨였다. 이따금 있었던 외출은 기분 전환을 위한 인근 산책 정도였다. 취재진이 만난 대신한방병원 관계자는 항암 주사 투약 환자의 경우, 특성상 투약과 회복에 일정한 주기가 있기 때문에 상태가 호전됐을 땐 외출·외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12차례에 이른다는 입·퇴원도 실상을 알고보니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다. 입원환자가 항암 주사 투약을 위해 대학병원에 다녀오기 위해서는 형식적인 입·퇴원 절차가 필요하다. 원칙적으로 입원과 외래진료가 하루에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김 씨의 범죄일람표에 나타난 대부분의 입·퇴원 기록은 이렇게 만들어진 하루차 입·퇴원이었다. 나머지 입·퇴원도 의사에게 간청해 정상적으로 허가받은 것이었다. 도의적으로 빠질 수 없는 명절이나 가족의 제사 때문이었다.

25년 가입해도 2차, 3차 소송...벼랑 끝의 암 환자들

김 씨를 비롯한 대신한방병원 입원환자 60여 명은 법원의 약식명령에 불복하고 정식 재판을 청구한 상황이다. 함께 정식 재판에 나서기로 했던 일부 환자가 그 사이 세상을 떠나는 일도 생겼다. 유가족들은 세상을 떠난 환자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말했다.

재판 결과는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다. 일부 환자는 변호사 선임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험사기 사건은 결과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통설이다. 법률적 구성요건이 충분히 마련된 상황에서 수사와 기소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들은 부실한 수사가 재판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말한다. 취재진과 만난 한 환자측 변호인은 수사기관이 병원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면밀히 검토했지만 정작 91명 환자들에 대해선 정황적인 근거만 가지고 기소했다고 말했다. '대략 어느 정도 시기에 입원한 환자라면 허위 환자라고 보는 것이 맞다'는 병원 직원의 진술을 전체 환자에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식이다.

환자들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법률적 대응에 나서는 것은 단지 명예 회복을 위한 것이 아니다. 보험사기로 유죄가 확정되면 보험사가 제기하는 부당이득 반환이나 계약 무효 청구를 피해갈 방법이 없다. 즉, 실비나 각종 경비로 이미 지출한 보험금 전액을 다시 보험사에 되돌려주고 수십년간 유지해 온 계약도 취소나 무효가 된다는 것이다. 기존의 암보험이 무효가 되면 사실상 재가입이 어려워 재발 위험이 높은 암 환자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김현순 씨의 경우, 동양생명이 이미 손해배상채권 900만 원을 근거로 김 씨 소유의 부동산을 가압류한 상태이다. 법원의 약식명령이 있은지 채 1달이 안돼 가압류 청구가 이뤄졌다. 김 씨는 25년전 동양생명 건강생활보험에 가입해 납입을 완료한 상태다.

동양생명 측은 뉴스타파에 보내온 서면 답변에서, 민·형사재판의 판결이 나오기까지 1~3년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에 그 기간동안 피의자가 보유한 재산을 매각하거나 은닉해 보험금을 변제받지 못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내린 조치라고 밝혔다. 또 보험사기 혐의가 인정된 경우에 한해서만 소송을 제기하고 있으며, 선량한 계약자의 보험기금 누수를 막기 위한 부당이득 반환 소송만 진행하고 있을 뿐 계약 무효 소송은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취재 : 오대양
데이터 : 김강민
촬영 : 신영철, 김기철
편집 : 윤석민
CG : 정동우
디자인 : 하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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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와 집만큼 비싸지만 전 국민이 2, 3개씩 가지고 있는 상품이 있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평생 영향을 받게 되지만 지인의 권유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상품에 가입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정작 이 상품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매달 꼬박꼬박 돈을 내지만 상품의 질을 따지고, A/S를 요구하는 소비자는 드물다. 민간 보험 상품에 대한 이야기다.

뉴스타파는 보험 계약 전 소비자가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보험 상품의 위험성에 대해 학계와 의료계, 보험 실무 경력자 등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연속 인터뷰를 진행했다.

◼️맹수석 /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구본기 / 구본기생활경제연구소 소장
◼️정형준 /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위원장(원진녹색병원 재활의학과장)
◼️조영희 / 보험소비자연맹 회장(전 보험사 직원)

1. 기울어진 운동장

맹수석 : 고객들은 그 보험 상품이 어떻게 구성되었고 또 어떠한 위험에 대해서 어디까지 보장해주는지 잘 모른단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위험성에 대해 보험회사가 충분하게 설명할 의무도 부담하게 됩니다.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약관에 의해서 순식간에 계약이 체결된단 말이죠.

보험계약자 입장에서는 어떤 판단을 할 시간적인 여유도, 경험도, 지식도 약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 국가가 정책적으로 후견인 역할을 해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보험사에서는 거래의 자유를 주장하며 국가의 보험소비자 보호 정책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험소비자 보호는 이같은 보험사의 주장과는 차원이 다른 겁니다. 자유는 대등한 지위를 전제로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 보험이라고 하는 것은 절대 그렇게 될 수가 없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 내지는 관여가 있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꼭 그것이 규제와 직결된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이런 불공정한 거래 관계에 대해서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 규제라고 말할 순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구본기 : 제가 보험소비자들과 상담하며 느낀 것은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금융 논법이 사회 논법을 넘어서고 있다'. 그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저는 불완전 판매라는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형법의 성립 요건은 단순합니다. 당사자가 상대를 기만하여 이득을 취하는 걸 알고 있고, 또 실제로 그 이득을 취하면 사기죄에 해당합니다. 법에 따르면 보험은 그 형법상의 사기죄를 충족할 개연성이 다분히 존재합니다.

이를테면, 불완전 판매를 저지른 보험설계사는 효용은 과장하고 위험은 축소하면서 '내가 당신한테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서 금전적 이득을 얻어요. 반대로 보험 가입자는 피해를 받고요. 이것은 사기죄거든요. 그런데 금융은 이것을 불완전 판매라는 영역에서 봅니다. 형법이 아닌 민법의 영역으로 다루는 거죠.

지금 금융 산업이 얼마나 사회적 상식을 뛰어넘어서 보호를 받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봅니다. 상식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2. 손은 눈보다 빠르다

구본기 : 보험 상품에는 소비자의 오인을 부르는 '말장난'이 숨어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저축성 보험이죠. 소비자들 같은 경우는 내가 월 보험료 10만 원을 내면 그 돈에서 바로 이자가 붙거나 투자 수익이 붙는다고 생각을 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보험사는 소비자가 생각하는 그 원금을 원금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거기에 보험설계사 수당 그리고 소비자들이 사망했을 때 지급해주는 보험료 재원 같은 것을 빼고 나머지 금액을 원금이라고 합니다. 수수료를 다 빼고 나머지 금액을 원금이라고 하니까 소비자들과 보험사들이 생각하는 것에 차이가 있는 겁니다.

흔히 말하는 손해율이라는 개념도 유심히 봐야 합니다. 소비자들은 '내가 낸 돈 보다 보험사가 나에게 돈을 더 줬구나, 그래서 보험사가 손해 봤구나' 이렇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손해율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보험사들은 보험소비자가 낸 보험료에서 각종 수당을 떼고  각종 운영 경비를 다 뺍니다. 그 나머지 금액인 위험보험료에서 손해가 나면 그게 손해율이 높다고 하는 겁니다. 정리해서 말하면요, 챙길 거 다 챙기고 나머지 금액에서 조금 손해가 났다란 말입니다. 실제론 손해가 아닙니다.

말장난인 거죠. 이미 이익을 볼 것 다 빼놓고 나머지 부분에서 손해가 났으니 '상품을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본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입니다. 실제 보험사의 경영 지표를 보면 오히려 계속해서 엄청난 수익이 나고 있지 않습니까.

정형준 :  민간 보험은 개인이 (사기업에) 가입한 것입니다. 보험사와 보험 가입자 둘 간의 갈등이지 의학적 분쟁이 아닙니다. 보험사가 의사에게 의료자문을 청해와도 응하지 않는 것이 기본입니다.  그나마 환자가 직접 온다면 검사를 통해 의학적인 소견을 밝힐 수 있겠지만, 환자가 오지도 않았는데 민간 중개업체나 손해사정인을 통해서 온 자료만을 가지고 의학적 소견 밝히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행위입니다. 이처럼 불확실하고 위험한 소견서를 보험사에 작성해주는 것은 의료인으로서 윤리적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관련기사 : 보험의 배신③ 자문의(醫) 가라사대, '네 병은 그 병이 아니다')

그렇지만 한국의 의료시스템은 민간 주도이기 때문에 제어가 쉽지 않습니다. 공적으로 인정되는 진단서나 장기요양보험 소견서 등은 가격이 정해져 있습니다. 하지만 보험사가 익명의 자문의로부터 받은 의료자문 소견서는 차원이 다릅니다. 사실상 부르는 게 값입니다. 어떤 특정 내용의 소견서를 쓸 때 더 많은 돈 받을 수 있다면 경제적 유혹에 빠질 수 있습니다. 아예 응하지 않는 것이 맞죠.

하지만 실제 의사들은 이 같은 보험 관련 교육을 받거나 설명을 듣지 못하고 있습니다. 많은 의사들이 임상에 들어와서야 손해사정인 등 보험사 직원을 만나게 됩니다.

이들(보험사 측)은 환자의 동의서 받아왔다며 '어떻게 하면 보험금 지급안 할까'가 뻔히 보이는 질문지를 줍니다. 대부분의 의사들이 그때 처음 보험을 경험하게 됩니다.

물론 대부분의 의사들은 거기 응하지 않습니다. 누군지도 모르는 환자의 검사 결과지 내용을 평가하는 것은 의사의 역할이 아닙니다.

결론적으로 민간보험 조장하는 사회가 되면 안 됩니다. 민간보험 이처럼 팽창한 것은 금산분리 정책 때문에 재벌이 은행으로 못 가서 생명보험사, 손해보험사로 쏠린 것 아니겠습니까. 보험사라는 것이 재벌들이 하나씩 가지고 있는 실정 아닙니까. 그러다 보니 전 국민이 재벌 계열사인 보험사의 피해자가 되고 있어요.

가입하지 않아도 되는 상품이 너무 많고, 중복해서 가입하는 사람도 너무 많습니다. 결국 이게 다 바꿔야 하는 적폐인 셈입니다.

이러다 보니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려고 익명의 자문의 소견서를 동원하기까지 하는 일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쓸데없는 곳에 돈과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엄청난 사회적 손실입니다.

3. 그 많던 보험금은 누가 다 먹었나

구본기 : '누구나 한 번은 죽지 않습니까'. 보험설계사들이 종신보험을 이렇게 판매합니다. 즉,  종신보험에 가입하면 '언제 받냐'가 문제이지 '받을 수 있냐, 없냐'가 문제가 아닙니다. 하지만 통계를 바탕으로 만드는 보험 상품에 100%의 확률이라는 개념이 성립할 수 없어요. 대신 가입자들이 중도에 해약할 확률을 계산하죠.

만약 지금 종신보험에 가입한 모든 사람들이 끝까지 보험을 유지해서 그 보험료를 다 받으면 우리나라의 모든 보험사는 다 망해서 없어질 것입니다.

왜냐면 월 10만, 20만 원을 내고 나중에 보험금 수 천, 수억 원을 받는 게 종신보험, 사망보험이거든요. 수익률로 환산하면 엄청난 수익률이죠. 보험사는 감당 못합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보험사는 꾸준히 흑자를 낸다는 것입니다. 계속해서 종신보험 상품을 열심히 팔고 있고요. 왜냐면 누군가 그걸 계속 해약해서 그렇습니다.

제가 가진 통계로는 10명 중 7명은 가입 10년 내에 종신보험을 해약하고 있습니다. 해약하는 사람이 누군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유추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중산층 이하인 사람들, 보통 사람들입니다. 보통 종신보험료가 저렴하면 10만 원, 비싸면 20만 원까지 합니다. 처음에는 그것을 유지할 수 있을 줄 알고 계약을 합니다. 보험설계사들이 이렇게 말합니다. '하루에 담배 몇 개비 안 피우고, 술 한 번 안 먹으면 됩니다, 보험 가입하세요'. 그래서 가입했는데 지나고 보니 그게 아니거든요.

가계 사정이 갑자기 안 좋아졌을 때, 현금 흐름을 확보해야겠다는 생각이 났을 때,  메스가 가장 먼저 가해지는 곳이 보험입니다. 당장의 효용이 기대가 안되니까요. 그중에서도 먼저 생각나는 것이 종신보험이기 마련입니다. 가장 비싸고, 사망한 후에나 돈이 나오니까요.

일반 가계들은 그렇게 종신보험을 해약하기가 십상입니다. 그러면 종신보험에 가입해서 이익을 얻는 집단은 누구냐, 결국 부자들입니다.

보통 사람들이 종신보험을 가입할 때는 부모가 '내가 죽으면 우리 아이들 앞으로 학교도 못가고 생계도 힘들겠구나' 싶어서 계약자도 본인, 피보험자도 본인으로 해서 가입합니다.  이렇게 계약하고 나서 사망해 보험금이 자녀한테 상속되면 상속세가 발생합니다. 그게 아니라 자녀가 부모가 사망하면 돈이 나오는 종신보험에 가입해야 합니다. 내가 아버지 목숨에 투자를 해서 아버지가 사망하면 보험금 받도록. 이를테면 경제적 여력이 있는 분들은 이런 식으로 종신보험을 활용합니다. 건물주인 아버지가 사망하면 건물에 대한 상속세 발생하니까 아들은 미리 그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임금은 종신보험에 납입하고 부족한 생활비는 부친으로부터 지원받습니다. 건물의 상속세를 종신보험을 통해 준비하는 것입니다.

종신보험이 가진 원래의 효력이 이렇습니다. 원래 이렇게 사용하는 거고요. 보통 사람들은 종신보험을 가입할 필요가 없어요. 요컨대, 가난한 사람들, 보통 사람들, 서민들 돈을 모아서 다 부자들한테 주는 게 종신보험인 셈입니다.

조영희 : 계약자들한테 당연히 주어야 할 보험금을 안주거나 덜 주는 방법으로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괘씸한 심보, 이것이 문제죠. 보험사마다 사업연도가 되면 각 분야 별로 자신들이 연간 달성해야 될 목표치가 주어집니다. 보험금 파트도 마찬가지입니다. 1년에 보험금을 얼마나 ‘부(不)지급’할지 목표치를 주고 그걸 다시 분기별로 나누고 이것을 매 분기 얼마큼 달성됐는가를 수시로 체크합니다.

보험회사 임원들은 보통 임기 2년씩을 보장받고 근무하는데, 2년 이상의 임기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자기한테 주어진 보험금 부지급 목표치 이상을 달성해야만 합니다.

부지급 목표치 이상을 달성해야만 '롱런'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보험사 임직원들은 어떻게든지 수단 방법 안 가리고 보험금을 덜 지급하려고 혈안이 된 것이죠.

4. 보험소비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

맹수석 : 금융감독원은 분쟁조정위원회를 두고 있습니다. 여기에 올라오는 분쟁 건 수가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닙니다. 1차적인 법리 검토를 거쳐 전문가인 분쟁조정위원들의 심의 내지 논의가 필요하겠다 생각되는 안건들이 주로 올라오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조정위원회의 결정을 보험회사 쪽에서 받아들이지 않으면 조정의 효과는 생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결국 양 당사자가 모두 그것을 수락을 해야만 재판상 화해로서의 효과가 생기게 됩니다. 대부분 보험회사들이 수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만에 하나 수용하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할 것이냐.

분쟁조정제도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편면적 구속력을 부여하는 것이 보다 더 제도의 취지인 ‘소비자 피해 구제의 용이화’ 측면에 부합하는 것이지 않느냐 생각합니다. 보험사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측면이 없잖아 있지만, 외국에서도 이미 이같은 제도를 도입을 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일정한 금액 미만의 소액 보험금 청구 사건에 있어서는 보험회사 쪽에서 수락하지 아니하더라도 보험계약자가 수락을 한 이상은 분쟁조정의 효과가 생기는 것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과거의 한 세미나에서 '2천만 원 이하의 사건의 경우'로 제시한 적이 있습니다만 이 구체적인 금액은 여러 가지 데이터를 더 검토를 해서 한도를 정하면 될 일입니다. 신속히 법제화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조영희 : 금감원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습니다. 왜 그러냐면, 보험회사에서 새 상품을 개발해 판매 인가 신청을 했을 때 인가를 해주는 주체가 금감원입니다. 그렇다면 자신들이 인가해주는 내용대로 보험상품이 판매되고 있는지, 보험금 지급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에 대한 관리 감독을 해야 될 책임 또한 금감원에 있는 것입니다.

인가한 내용대로 판매가 되지 않고 보장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자신들이 관리 감독 권한을 행사해서 당연히 제재를 가해야죠. 개선되게 만들어야죠. 그런데 거기에 대해서 금감원이 너무 느슨한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하잖아요. 어떻게 보면 금감원의 태만한 관리 감독 형태에 대해 보험계약자들이 더 분노하는 지경까지 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보험사가 어떤 잘못을 저질러도 과태료 몇 십만 원, 그러니까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데 그치는 관례가 만연화돼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금감원은 보험회사를 포함한  금융기관으로부터 연간 2천억 원이 넘는 분담금을 받아서 일합니다. 이 액수는 금감원의 1년 예산의 거의 70%를 차지합니다. 그 엄청난 돈을 금융기관으로부터 받아 일하기 때문에 보험회사의 비정상적이고 부당한 요구에 대해 결코 자유로울 수가 없는 것입니다.

5. 그들이 '문케어'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

구본기 : 소비자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흔히 '가성비'라고 하잖아요. 소비자들은 가성비를 잘 따집니다. 실손의료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을  'ctrl+c, ctrl+v' 붙여넣기한 상품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정치적 이념 이런 것을 다 떠나서 소비자로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가성비를 따져보자는 거죠. 우리는 같은 종류의 상품을 국가가 운영하는 것과 민간이 가입하는 것 두 개를 가입했습니다.

무엇이 가성비가 더 좋으냐 따져봐서 가장 가성비가 좋은 것에 보험료 몰아주면 더 이득이지 않냐, 효율적이지 않냐 이런 식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따져보면 압도적으로 국민건강보험이 유리합니다.

보험사가 보험소비자들한테 백만 원 보험료를 받으면요, 백만 원 이상의 보험료를 지급해 줄 수가 없습니다. 진짜 손해를 보는 거니까요. 명확한 명제가 있는 것입니다. '보험사는 우리가 낸 돈보다 더 줄 수 없다'. 그러면 국민건강보험은 어떻게 하느냐. 가성비로 따지면 국민건강보험은 소비자들이 백만 원을 내면 180만 원을 돌려줍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직장 다니는 분들은 건강보험 보험료의 50%를 회사가 대신 내줍니다. 그래서 내가 낸 돈보다 재원이 많아집니다. 그리고 거기에 국고보조금이 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낸 돈보다 더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여기(민간보험)는 내가 낸 만큼 안 돌려주는 보험이고, 여기(국민건강보험)는 내가 낸 돈의 거의 2배 가까이 돌려주는 보험입니다. 효율성이 떨어지는 보험 하나를 해약하고 국민건강보험으로 갈아타자. 지금 이게 시민들이 주장하는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의 메커니즘입니다. 국민건강보험 보험료를 차라리 더 내자. 이 단순한 논리를 알리는데 정부가 도로명 주소 바꾸는 선전에 들어간 만큼만 비용을 써도 소비자들이 다 이해하고 가성비 따져서 알아서 결정합니다.

정형준 : 국민건강보험이 강화되면 민간보험 문제는 자연히 해결이 됩니다. 아직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못하는 영역이 많아요. 예를 들면 민간보험사의 정액보험을 가입하는 이유는 건강보험에 상병수당이 없기 때문입니다. OECD 국가 대부분에 상병수당이 있는데 한국과  미국 등에만 없습니다. 만약 상병수당을 도입하면 민간 정액보험 가입률도 떨어질 것입니다. 아파서 노동 능력없다고 입증이 되면 어느정도 소득이 보전되야 민간 정액보험 상품을 가입하지 않을 것 아닙니까. 사회보장 제도를 완비하는 것이 먼저예요. 경제는 선진국 대열에 간다고 하면서 복지 제도는 여전히 후진국형이라는 것이 말이 안 됩니다.

이번 정부는 복지 제도, 사회보장 제도의 방향성에 대해 이른바 '문재인 케어'라고 얘기하고 있는데 사실 이것도 많이 부족합니다. 문재인 케어라고 해봤자 집권말까지 보장률을 70%까지 올린다는 얘기입니다. 나머지 30%는 여전히 민간보험으로 채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거기에 상병수당 얘기도 없습니다. 목표치 자체가 상당히 낮은 거죠. OECD 평균까지 가자는 것도 아닌데 일부 의사들이 반발하는 것은 넌센스입니다. 오히려 의사들은 어떤 식으로 보장성을 높이고 실제 현장에서는 어떤 제도가 맞는지 전문가적 입장에서 의견을 제시해야 합니다.

민간보험이 무한정 팽창하는 한국 사회가 좋은 사회는 아니잖아요. 의료인은 보험사의 의뢰로 의료자문만 할 것이 아니라 어떤 방향으로 가야 우리 사회의 의료 복지 혜택이 증가하는지 대안 제시해야 합니다.

적극적으로 대안을 제시해서 어떻게 OECD 평균까지 건강보험 보장률을 높일지 의료전문가로서 의견을 제시해야 합니다. 사실 대부분 의료인들이 민간 보험 때문에 피해를 보지 이득 보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민간보험사가 팽창하면서 비보험 의료 시장이 커졌고, 이들이 서로가 서로를 강화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민간보험 실손보험 없었으면 비급여 항목도 늘지 않았을 것이고, 정부에서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크게 늘렸을 것입니다. 여기에 대해서 의료인 단체가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의료인으로서도 민간보험을 규제하고 민간보험 확대에 대해 경계해야하는 입장이 맞습니다.

취재 : 오대양
촬영 : 신영철
편집 : 윤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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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쓴맛 본 카카오은행 적자 1045억원, 대형시중은행 흑자 넘쳐

  • 보도 : 2018.04.02 07:30
  • 수정 : 2018.04.02 19:24
지난해 국내 은행 18개사의 누적 순익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가 꾸준히 오르면서 은행들의 NIM(순이자마진)이 늘었고 은행 순익 증가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대형 시중은행들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조세일보는 국내 인가된 은행 18개사에 대해 전수조사 방식으로 은행들의 경영실적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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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협은행 2016년도 실적은 12월1일부터 연말까지. 자료=조세일보 DB

 

18개 은행 누적 순익 10조9416억원, 전년보다 185.3% 급증
산업은행 2016년 3조6411억원 적자에서 4348억원 흑자전환

지난해 국내에서 영업중인 18개 은행의 별도기준 순이자이익은 36조1320억원으로 2016년의 32조9558억원에 비해 9.6%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순이자이익은 은행이 벌어들인 이자의 합계액에서 지급한 이자의 합계액을 뺀 금액으로 제조업체의 매출액과 같은 개념의 지표로 활용된다.

조세일보가 18개 은행들을 전수 조사해 경영실적을 분석한 결과 이들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0조9416억원으로 2016년의 3조8351억원에 비해 185.3%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16년에는 KDB산업은행이 3조원이 넘는 적자를 내며 시중은행의 누적 순익을 깎아내린데 대한 기저효과 덕분이다.

시중은행에 대해 메기효과를 기대했던 인터넷은행은 2017년 경영실적에서 모두 쓴맛을 봤다.

카카오은행은 2016년 적자 153억원에서 2017년 적자규모가 1045억원으로 확대되면서 자본을 보다 많이 확충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케이뱅크도 2016년 255억원에 머물렀던 적자가 2017년 838억원으로 커지면서 어려운 실정에 놓였다.

반면 KB국민은행, IBK기업은행, NH농협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시중 대형은행들은 쏠쏠한 장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은행은 2017년 별도기준 순이자이익 5조3931억원으로 전년의 4조8689억원에 비해 10.8% 늘었다. 당기순이익은 2조2629억원으로 전년의 9678억원 대비 133.8%의 높은 증가율을 보이며 업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IBK기업은행은 순이자이익이 4조8594억원으로 전년의 4조5648억원에 비해 6.5% 늘었고 당기순익은 1조3141억원으로 전년의 1조267억원보다 28.0% 증가했다.

NH농협은행은 순이자이익이 4조5404억원으로 전년의 4조1612억원에 비해 9.1% 증가했고 당기순익은 전년의 580억원에서 6513억원을 기록하며 1022.9%의 높은 신장률을 보였다.

신한은행은 순이자이익이 4조5212억원으로 전년의 4조1291억원에 비해 9.5%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1조6078억원으로 전년의 1조7771억원에 비해 9.5% 줄었다.

KEB하나은행은 순이자이익이 4조4575억원으로 전년의 3조9985억원보다 11.5% 높아졌고 순익은 1조9547억원으로 전년의 1조2300억원에 비해 58.9% 증가했다.

우리은행은 순이자이익이 4조3906억원으로 전년의 4조2224억원에 비해 4.0% 늘고 순익은 1조2761억원으로 전년의 1조656억원보다 19.8% 늘었다.

KDB산업은행은 2016년 적자가 3조6411억원에 달했으나 2017년에는 4348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부산은행은 2017년 순익이 2035억원으로 전년의 3265억원에 비해 37.7% 감소했다.

한국씨티은행은 순이자이익이 2017년 1조440억원으로 전년보다 1.5% 줄었으나 순익은 2437억원으로 전년보다 14.9% 늘었다.

경남은행은 2017년 순익이 2218억원으로 전년보다 6.6% 늘었고 대구은행도 순익이 2935억원으로 전년보다 16.4% 증가했다.

SC제일은행은 2017년 순익이 2736억원으로 전년보다 15.5% 증가했고 광주은행은 순익이 1350억원으로 33.0% 늘었다.

수협은행은 2016년 12월에 오픈해 140억원의 수익을 남겼고 2017년에는 1952억원의 순익을 거뒀다.

전북은행은 2017년 순익이 650억원으로 전년보다 25.0% 늘었고 제주은행은 순익이 251억원으로 전년보다 0.4% 줄었다.

조세일보는 국내 은행 18개사에 대해 지난해 순이자이익을 기준으로 순위를 분류했다.

우리, 사용후핵연료를 어쩔 건가

[함께 사는 길] 10만 년의 짐, 한국에만 1만5000톤
우리, 사용후핵연료를 어쩔 건가
 
10만 년 이후의 미래를 상상할 수 있을까? 과거는 추적할 수 있다. 1만2000년 전에 농업혁명으로 동물이 가축화되고 식물을 재배했다. 3만 년 전에 네안데르탈인이 멸종되었다. 4만5000년 전에는 호모 사피엔스가 호주에 정착하면서 호주의 대형동물이 멸종되었다.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의 가장 오래된 화석은 30만 년 전 아프리카 모로코에서 발견되었다.

100년도 못 살면서 10만 년의 위험을 만드는 우리


그런데 인류가 인공적으로 원자핵을 분열시켜서 만들어진 불안정한 방사성 물질들이 안정화되어 최초의 광석 수준의 방사능 세기로 돌아가는 데에는 100만 년이 걸린다. 최소한 10만 년은 생태계와 격리시켜서 안전하게 보관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원전을 상업가동하는 31개 나라, 원전 가동이 끝난 3개 나라 어디에도 아직 최종 처분장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나라는 없다. 핀란드와 스웨덴이 부지를 정했고, 핀란드가 유일하게 건설하고 있다.
10만 년 이후에 인류는 여전히 생존하고 있을까? 대륙이 지금 이대로의 모양일지, 기상과 기후가 지금과 같을지 장담할 수 없다. 새로운 빙하기가 올 수도 있고, 북극과 남극 얼음이 녹아 해안선이 대폭 상승해서 오늘날 우리가 아는 대도시들이 모두 바닷속에 잠기고 말는지 지금의 우리는 알 길이 없다. 

인류가 핵분열 기술을 본격적으로 사용한 때는 70여 년 전인 2차 세계대전 때다. 급격한 핵분열 기술이 적용된 폭탄을 사용해 10만 명의 민간인을 순식간에 죽였다. 그 후 1948년 미국이 처음으로 원자로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했고 1956년 영국에서 최초의 상업용 원전이 운전을 시작했다. 원전이 가동되면서 '사용후핵연료'가 나오기 시작했다. 핵분열성 우라늄 핵에 중성자를 쏘아서 분열시키자 수백 종의 핵분열성 물질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석탄을 태우면 연기와 재가 남지만 핵연료를 태우면(핵분열을 시키면) 다른 물질로 바뀐다. 인공 핵분열로 지구에 없던 새로운, 하지만 아주 불안정한 방사성 물질 수백 종이 새롭게 생겨나는 것이다. 불안정한 방사성 물질은 스스로 핵붕괴하면서 안정화되는데, 그 과정에서 고열과 방사선을 방출한다. '사용하기 전의 핵연료'는 그 옆에 있다고 심각한 방사선 피폭을 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용이 끝난 '사용후핵연료'는 사람이 그 몇 미터 근처에 20여 초만 있어도 한 달 내 사망할 만큼 강력한 방사선을 방출한다. 사용후핵연료는 표면 온도가 섭씨 수천 도까지 올라가면서 콘크리트건 금속이건 다른 모든 것들도 녹여 버린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목도한 세계인들은 가동 중단 상태의 4호기가 폭발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처음엔 사용후핵연료 저장풀(풀장처럼 물에 사용후핵연료를 넣어 보관한다)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발생한 폭발이라고 추정했다. 전기가 끊기면 저장풀의 물이 순환하지 않아 냉각이 되지 않고 저장풀의 물이 끓어 증발되면 공기 중에 노출된 사용후핵연료가 녹아내리면서 화재가 일어나고 수소가 발생해 폭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중에 3호기에서 넘어온 수소로 인해 폭발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폭발로 인해 사용후핵연료 저장고가 무너질 위험이 커져 저장고의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게 됐다. 또 한 번 세계인들이 가슴을 졸일 수밖에 없었다. 원전 안에 있는 사용후핵연료보다 몇십 배 많은 사용후핵연료에서 발생하는 열로 인해 화재가 일어난다면 그때 방출되는 방사성물질의 양은 원전사고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원전은 가동 중에도 사고 위험이 있지만 가동이 끝난 뒤에도 사용후핵연료를 제대로 냉각해 주지 못한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방사성 폐기물을 경주로 이송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10만 년의 짐, 한국에만 1만5000톤  

인류는 60년 동안 원전을 이용해서 전기를 사용하면서 2014년 말 기준으로 약 34만 톤의 사용후핵연료를 갖게 되었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약 1만5000톤의 사용후핵연료가 있다. 원전이 시작되던 당시, 50여 년이 지나면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처분하거나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나 기술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지금도 그리고 미래에도 그런 기술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사용후핵연료를 화학적으로 분리한다는 재처리 기술은 습식방법이건 건식방법이건 핵무기 연료를 쉽게 구할 수 있는 방법이라서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구체적 기재다. 핵연료인 우라늄이 분열되고 난 뒤 사용후핵연료에는 1퍼센트의 플루토늄, 핵무기의 원료가 섞여 있다. 우리나라엔 150톤의 핵무기 연료(플루토늄)가 있는 셈이다. 재처리 과정 중에는 주변이 방사능에 오염되어 더 많은 방사성 오염물질, 즉 또 다른 핵폐기물이 생긴다. 재처리를 통해 재활용하려면 '고속로'라는 기술이 상용화되어야 하는데 이 역시 안전성을 보장받지 못해서 세계적으로 실패한 기술임이 판명됐다.  

결국 생태계와 오랜 시간 격리시켜서 안전하게 보관해야 하는 수밖에 없는데, 그 최소한의 시간이 10만 년이다. 한 세대가 30년이라고 한다면 내가 쓴 원전 전기로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를 3333세대 이후의 후손이 지나도록 남겨주게 된 것이다. 그때까지 인류는 현재의 문명을 유지할 수나 있을지도 의문이다. 보관이 가능하기라도 하면 다행인데 보관비용이 도대체 얼마며, 그러다가 사고라도 나면 그때의 인명 피해와 경제 피해, 환경오염 피해는 또 어떻게 복구할 셈인가. 우리는 모두 주범이거나 공범이다. 원전 전기를 쓰자고 주창하거나 원전을 건설하고 가동하고 확대하는 결정한 이들은 사용후핵연료를 만들어낸 주범이고 그 원전 전기를 쓴 나는 공범이다. 원전을 반대하는 운동을 했다고 해도 원전 전기를 쓴 이상 공범일 수밖에 없다. 신규 원전은 더 짓지 않으면 되고 비용이 들었다고 해도 결단을 해서 중단할 수 있다. 노후 원전은 폐쇄 결정한 후 해체하는 위험이 있지만 안전하게 해체에 성공한 사례들이 있다. 그런데 사용후핵연료는 해결 방법이 없다. 계속 안고 가야 하는 부담이고 숙제고 결국은 다음 세대로 떠넘기는 짐이다. 

그런데, 언젠가는 안전하게 보관해야 하는 책임 이상으로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복잡하다. 이미 이 땅에는 1만5000톤의 사용후핵연료가 4개의 원전 부지별로 보관되어 있는데 조밀하게 보관하고 있는 습식저장풀이 꽉 차 가고 있기 때문이다. 사용후핵연료는 계속 핵붕괴가 일어나면서 열을 내는데 간격을 줄여서 조밀하게 저장하면서 냉각 문제로 인해 칸막이까지 해 놓았다. 이런 조밀저장방법은 지진이 나는 등 자연재해로 인한 냉각 불능상황이 되면 냉각수는 더 빨리 증발해 버리고 2차적인 방사능 사고 가능성이 더 높다. 사용후핵연료를 불안해하면서 부지별로 보관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조밀하게 저장하고 있는 사용후핵연료를 꺼내서 다발 별로 서로 떨어뜨려서 건식저장을 하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인가? 그게 그렇지도 않다!  

임시가 영구되고 안전하려다 더 큰 사고 날라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습식 저장고는 전 세계인들을 불안에 빠뜨렸지만 건식저장고의 사용후핵연료는 지진 피해를 입었어도 안전상의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건식저장고 건설이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건식저장고를 만들어 현재의 습식저장고의 사용후핵연료를 옮기기 시작하면 두 가지 문제가 생긴다.  

하나는 새로운 저장 공간이 생겼다는 이유로 전혀 해결되지도 않은 사용후핵연료 문제가 마치 해결된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 결과 무책임한 원전확대에 빌미를 제공하게 될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가 건설 중인 원전까지만 짓겠다고 하지만 언제고 원전확대정책은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이 높다. 건식저장고는 무책임한 사용후핵연료만 계속 늘리는 빌미를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조밀 습식저장고의 문제를 해결한다고 임시로 마련한 건식저장고가 결국 영원한 핵폐기장이 될 가능성이 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아무리 경제적 보상책을 마련해주었다고 하더라도 원전 지역은 원전이 폐쇄되고 안전하게 해체되고 나면 다시 부지가 복원되고 바다가 복원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그때가 다음 세대가 된다 하더라도 그들의 고향은 언젠가는 회복되리라는 희망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건식저장고가 마련되면 그 희망의 땅이 10만 년 이상 핵폐기물을 보관해야 하는 핵폐기장이 될 수도 있다는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 핵발전소 부지의 핵폐기물은 언젠가는 최종적으로 안전하게 보관하는 다른 어딘가로 이동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없게 되는 것이다.  

2005년 경주 중저준위 핵폐기장 부지 선정으로 핵폐기물 문제가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더 큰 뇌관은 여전히 살아있다. 사용후핵연료는 재처리나 재활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 아니라 중저준위 핵폐기물보다 100만 배 방사능 독성이 강한 고준위 핵폐기물인데 이 고준위 핵폐기장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두에 밝힌 것처럼, 아직 전 세계 어디에도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보관하는 고준위핵폐기장은 없다. 단지 처분장 부지를 선정한 국가들만 있다. 스웨덴과 핀란드가 그들이다. 핀란드는 심지층 처분방식(땅속 500미터 지하 화강암반에 동굴을 파서 묻는 방식)으로 처분장을 건설하기로 하고 추진 중이나 정작 완공 후 사용허가까지 날지는 의문이다. 한편 스웨덴의 경우, 원자력 안전규제 기 은 심지층 처분방식의 처분장 건설허가를 내줬지만 해당 사업의 환경영향평가를 하는 '환경법정'의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결국 추진 과정이 중단된 상황에 처했다.

어디를 가도 사람이 살고 있고 웬만한 땅에는 지하수가 흐르는 우리나라 어디에 고준위 핵폐기장을 마련할 것인가. 지질학자들은 지질학적으로 그나마 안정화된 땅은 수도권이라고 얘기한다. 그렇다고 방사성 물질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는 고준위 핵폐기물을 인구 밀집 지역인 수도권에 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 핵발전소 부지의 주민들은 최종 처분장이 확정되기 전에는 부지별 임시 건식저장고가 '임시'가 아닌 '최종' 처분장이 될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지난 수십 년간 핵폐기장을 반대한 이유 중의 하나로 위험한 핵폐기물은 되도록 이동을 하면 안 된다고 주장해왔다. 이동하다 발생하는 사고로 안전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 2003년 부안핵폐기장 반대를 외치는 위도 주민들. ⓒ함께사는길(이성수)


공론화로 풀겠다고? 

핵폐기물 문제를 해결하는 첫 번째 열쇠는 핵폐기물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물이 차서 넘치면 수도꼭지를 잠가야 한다. 그런데 이미 나온 핵폐기물은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나는 이에 책임이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당장에 부지별로 포화되는 조밀 습식저장풀은 어쩔 것인가. 월성원전은 중수로라서 핵폐기물 양이 많아 이미 건식저장고가 있는데 이마저도 꽉 차서 내년까지 새로운 건식저장고를 만들지 못하면 월성 1, 2, 3, 4호기를 멈춰야 한다. 영광의 한빛원전은 2024년이 되면 조밀 습식저장풀이 꽉 찬다.

사용후핵연료를 빼내서 보관할 곳이 없다면 원전은 더 이상 가동할 수 없다. 박근혜 정부는 부지별 임시 건식저장고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문재인 정부는 재공론화로 다시 논의하겠다고 했다. 우리는 공론화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정직하고 선명하게 답해야 옳다. 그래야 이 답 없는 문제의 답을 우리 사회가 만들 수 있다. 최소한 논의라도 시작할 수 있다. 
yangwy@kfem.or.kr 다른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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