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와 집만큼 비싸지만 전 국민이 2, 3개씩 가지고 있는 상품이 있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평생 영향을 받게 되지만 지인의 권유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상품에 가입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정작 이 상품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매달 꼬박꼬박 돈을 내지만 상품의 질을 따지고, A/S를 요구하는 소비자는 드물다. 민간 보험 상품에 대한 이야기다.
뉴스타파는 보험 계약 전 소비자가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보험 상품의 위험성에 대해 학계와 의료계, 보험 실무 경력자 등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연속 인터뷰를 진행했다.
◼️맹수석 /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구본기 / 구본기생활경제연구소 소장 ◼️정형준 /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위원장(원진녹색병원 재활의학과장) ◼️조영희 / 보험소비자연맹 회장(전 보험사 직원) |
1. 기울어진 운동장
맹수석 : 고객들은 그 보험 상품이 어떻게 구성되었고 또 어떠한 위험에 대해서 어디까지 보장해주는지 잘 모른단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위험성에 대해 보험회사가 충분하게 설명할 의무도 부담하게 됩니다.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약관에 의해서 순식간에 계약이 체결된단 말이죠.
보험계약자 입장에서는 어떤 판단을 할 시간적인 여유도, 경험도, 지식도 약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 국가가 정책적으로 후견인 역할을 해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보험사에서는 거래의 자유를 주장하며 국가의 보험소비자 보호 정책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험소비자 보호는 이같은 보험사의 주장과는 차원이 다른 겁니다. 자유는 대등한 지위를 전제로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 보험이라고 하는 것은 절대 그렇게 될 수가 없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 내지는 관여가 있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꼭 그것이 규제와 직결된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이런 불공정한 거래 관계에 대해서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 규제라고 말할 순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구본기 : 제가 보험소비자들과 상담하며 느낀 것은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금융 논법이 사회 논법을 넘어서고 있다'. 그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저는 불완전 판매라는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형법의 성립 요건은 단순합니다. 당사자가 상대를 기만하여 이득을 취하는 걸 알고 있고, 또 실제로 그 이득을 취하면 사기죄에 해당합니다. 법에 따르면 보험은 그 형법상의 사기죄를 충족할 개연성이 다분히 존재합니다.
이를테면, 불완전 판매를 저지른 보험설계사는 효용은 과장하고 위험은 축소하면서 '내가 당신한테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서 금전적 이득을 얻어요. 반대로 보험 가입자는 피해를 받고요. 이것은 사기죄거든요. 그런데 금융은 이것을 불완전 판매라는 영역에서 봅니다. 형법이 아닌 민법의 영역으로 다루는 거죠.
지금 금융 산업이 얼마나 사회적 상식을 뛰어넘어서 보호를 받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봅니다. 상식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2. 손은 눈보다 빠르다
구본기 : 보험 상품에는 소비자의 오인을 부르는 '말장난'이 숨어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저축성 보험이죠. 소비자들 같은 경우는 내가 월 보험료 10만 원을 내면 그 돈에서 바로 이자가 붙거나 투자 수익이 붙는다고 생각을 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보험사는 소비자가 생각하는 그 원금을 원금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거기에 보험설계사 수당 그리고 소비자들이 사망했을 때 지급해주는 보험료 재원 같은 것을 빼고 나머지 금액을 원금이라고 합니다. 수수료를 다 빼고 나머지 금액을 원금이라고 하니까 소비자들과 보험사들이 생각하는 것에 차이가 있는 겁니다.
흔히 말하는 손해율이라는 개념도 유심히 봐야 합니다. 소비자들은 '내가 낸 돈 보다 보험사가 나에게 돈을 더 줬구나, 그래서 보험사가 손해 봤구나' 이렇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손해율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보험사들은 보험소비자가 낸 보험료에서 각종 수당을 떼고 각종 운영 경비를 다 뺍니다. 그 나머지 금액인 위험보험료에서 손해가 나면 그게 손해율이 높다고 하는 겁니다. 정리해서 말하면요, 챙길 거 다 챙기고 나머지 금액에서 조금 손해가 났다란 말입니다. 실제론 손해가 아닙니다.
말장난인 거죠. 이미 이익을 볼 것 다 빼놓고 나머지 부분에서 손해가 났으니 '상품을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본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입니다. 실제 보험사의 경영 지표를 보면 오히려 계속해서 엄청난 수익이 나고 있지 않습니까.
정형준 : 민간 보험은 개인이 (사기업에) 가입한 것입니다. 보험사와 보험 가입자 둘 간의 갈등이지 의학적 분쟁이 아닙니다. 보험사가 의사에게 의료자문을 청해와도 응하지 않는 것이 기본입니다. 그나마 환자가 직접 온다면 검사를 통해 의학적인 소견을 밝힐 수 있겠지만, 환자가 오지도 않았는데 민간 중개업체나 손해사정인을 통해서 온 자료만을 가지고 의학적 소견 밝히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행위입니다. 이처럼 불확실하고 위험한 소견서를 보험사에 작성해주는 것은 의료인으로서 윤리적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관련기사 : 보험의 배신③ 자문의(醫) 가라사대, '네 병은 그 병이 아니다')
그렇지만 한국의 의료시스템은 민간 주도이기 때문에 제어가 쉽지 않습니다. 공적으로 인정되는 진단서나 장기요양보험 소견서 등은 가격이 정해져 있습니다. 하지만 보험사가 익명의 자문의로부터 받은 의료자문 소견서는 차원이 다릅니다. 사실상 부르는 게 값입니다. 어떤 특정 내용의 소견서를 쓸 때 더 많은 돈 받을 수 있다면 경제적 유혹에 빠질 수 있습니다. 아예 응하지 않는 것이 맞죠.
하지만 실제 의사들은 이 같은 보험 관련 교육을 받거나 설명을 듣지 못하고 있습니다. 많은 의사들이 임상에 들어와서야 손해사정인 등 보험사 직원을 만나게 됩니다.
이들(보험사 측)은 환자의 동의서 받아왔다며 '어떻게 하면 보험금 지급안 할까'가 뻔히 보이는 질문지를 줍니다. 대부분의 의사들이 그때 처음 보험을 경험하게 됩니다.
물론 대부분의 의사들은 거기 응하지 않습니다. 누군지도 모르는 환자의 검사 결과지 내용을 평가하는 것은 의사의 역할이 아닙니다.
결론적으로 민간보험 조장하는 사회가 되면 안 됩니다. 민간보험 이처럼 팽창한 것은 금산분리 정책 때문에 재벌이 은행으로 못 가서 생명보험사, 손해보험사로 쏠린 것 아니겠습니까. 보험사라는 것이 재벌들이 하나씩 가지고 있는 실정 아닙니까. 그러다 보니 전 국민이 재벌 계열사인 보험사의 피해자가 되고 있어요.
가입하지 않아도 되는 상품이 너무 많고, 중복해서 가입하는 사람도 너무 많습니다. 결국 이게 다 바꿔야 하는 적폐인 셈입니다.
이러다 보니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려고 익명의 자문의 소견서를 동원하기까지 하는 일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쓸데없는 곳에 돈과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엄청난 사회적 손실입니다.
3. 그 많던 보험금은 누가 다 먹었나
구본기 : '누구나 한 번은 죽지 않습니까'. 보험설계사들이 종신보험을 이렇게 판매합니다. 즉, 종신보험에 가입하면 '언제 받냐'가 문제이지 '받을 수 있냐, 없냐'가 문제가 아닙니다. 하지만 통계를 바탕으로 만드는 보험 상품에 100%의 확률이라는 개념이 성립할 수 없어요. 대신 가입자들이 중도에 해약할 확률을 계산하죠.
만약 지금 종신보험에 가입한 모든 사람들이 끝까지 보험을 유지해서 그 보험료를 다 받으면 우리나라의 모든 보험사는 다 망해서 없어질 것입니다.
왜냐면 월 10만, 20만 원을 내고 나중에 보험금 수 천, 수억 원을 받는 게 종신보험, 사망보험이거든요. 수익률로 환산하면 엄청난 수익률이죠. 보험사는 감당 못합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보험사는 꾸준히 흑자를 낸다는 것입니다. 계속해서 종신보험 상품을 열심히 팔고 있고요. 왜냐면 누군가 그걸 계속 해약해서 그렇습니다.
제가 가진 통계로는 10명 중 7명은 가입 10년 내에 종신보험을 해약하고 있습니다. 해약하는 사람이 누군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유추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중산층 이하인 사람들, 보통 사람들입니다. 보통 종신보험료가 저렴하면 10만 원, 비싸면 20만 원까지 합니다. 처음에는 그것을 유지할 수 있을 줄 알고 계약을 합니다. 보험설계사들이 이렇게 말합니다. '하루에 담배 몇 개비 안 피우고, 술 한 번 안 먹으면 됩니다, 보험 가입하세요'. 그래서 가입했는데 지나고 보니 그게 아니거든요.
가계 사정이 갑자기 안 좋아졌을 때, 현금 흐름을 확보해야겠다는 생각이 났을 때, 메스가 가장 먼저 가해지는 곳이 보험입니다. 당장의 효용이 기대가 안되니까요. 그중에서도 먼저 생각나는 것이 종신보험이기 마련입니다. 가장 비싸고, 사망한 후에나 돈이 나오니까요.
일반 가계들은 그렇게 종신보험을 해약하기가 십상입니다. 그러면 종신보험에 가입해서 이익을 얻는 집단은 누구냐, 결국 부자들입니다.
보통 사람들이 종신보험을 가입할 때는 부모가 '내가 죽으면 우리 아이들 앞으로 학교도 못가고 생계도 힘들겠구나' 싶어서 계약자도 본인, 피보험자도 본인으로 해서 가입합니다. 이렇게 계약하고 나서 사망해 보험금이 자녀한테 상속되면 상속세가 발생합니다. 그게 아니라 자녀가 부모가 사망하면 돈이 나오는 종신보험에 가입해야 합니다. 내가 아버지 목숨에 투자를 해서 아버지가 사망하면 보험금 받도록. 이를테면 경제적 여력이 있는 분들은 이런 식으로 종신보험을 활용합니다. 건물주인 아버지가 사망하면 건물에 대한 상속세 발생하니까 아들은 미리 그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임금은 종신보험에 납입하고 부족한 생활비는 부친으로부터 지원받습니다. 건물의 상속세를 종신보험을 통해 준비하는 것입니다.
종신보험이 가진 원래의 효력이 이렇습니다. 원래 이렇게 사용하는 거고요. 보통 사람들은 종신보험을 가입할 필요가 없어요. 요컨대, 가난한 사람들, 보통 사람들, 서민들 돈을 모아서 다 부자들한테 주는 게 종신보험인 셈입니다.
조영희 : 계약자들한테 당연히 주어야 할 보험금을 안주거나 덜 주는 방법으로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괘씸한 심보, 이것이 문제죠. 보험사마다 사업연도가 되면 각 분야 별로 자신들이 연간 달성해야 될 목표치가 주어집니다. 보험금 파트도 마찬가지입니다. 1년에 보험금을 얼마나 ‘부(不)지급’할지 목표치를 주고 그걸 다시 분기별로 나누고 이것을 매 분기 얼마큼 달성됐는가를 수시로 체크합니다.
보험회사 임원들은 보통 임기 2년씩을 보장받고 근무하는데, 2년 이상의 임기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자기한테 주어진 보험금 부지급 목표치 이상을 달성해야만 합니다.
부지급 목표치 이상을 달성해야만 '롱런'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보험사 임직원들은 어떻게든지 수단 방법 안 가리고 보험금을 덜 지급하려고 혈안이 된 것이죠.
4. 보험소비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
맹수석 : 금융감독원은 분쟁조정위원회를 두고 있습니다. 여기에 올라오는 분쟁 건 수가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닙니다. 1차적인 법리 검토를 거쳐 전문가인 분쟁조정위원들의 심의 내지 논의가 필요하겠다 생각되는 안건들이 주로 올라오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조정위원회의 결정을 보험회사 쪽에서 받아들이지 않으면 조정의 효과는 생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결국 양 당사자가 모두 그것을 수락을 해야만 재판상 화해로서의 효과가 생기게 됩니다. 대부분 보험회사들이 수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만에 하나 수용하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할 것이냐.
분쟁조정제도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편면적 구속력을 부여하는 것이 보다 더 제도의 취지인 ‘소비자 피해 구제의 용이화’ 측면에 부합하는 것이지 않느냐 생각합니다. 보험사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측면이 없잖아 있지만, 외국에서도 이미 이같은 제도를 도입을 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일정한 금액 미만의 소액 보험금 청구 사건에 있어서는 보험회사 쪽에서 수락하지 아니하더라도 보험계약자가 수락을 한 이상은 분쟁조정의 효과가 생기는 것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과거의 한 세미나에서 '2천만 원 이하의 사건의 경우'로 제시한 적이 있습니다만 이 구체적인 금액은 여러 가지 데이터를 더 검토를 해서 한도를 정하면 될 일입니다. 신속히 법제화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조영희 : 금감원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습니다. 왜 그러냐면, 보험회사에서 새 상품을 개발해 판매 인가 신청을 했을 때 인가를 해주는 주체가 금감원입니다. 그렇다면 자신들이 인가해주는 내용대로 보험상품이 판매되고 있는지, 보험금 지급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에 대한 관리 감독을 해야 될 책임 또한 금감원에 있는 것입니다.
인가한 내용대로 판매가 되지 않고 보장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자신들이 관리 감독 권한을 행사해서 당연히 제재를 가해야죠. 개선되게 만들어야죠. 그런데 거기에 대해서 금감원이 너무 느슨한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하잖아요. 어떻게 보면 금감원의 태만한 관리 감독 형태에 대해 보험계약자들이 더 분노하는 지경까지 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보험사가 어떤 잘못을 저질러도 과태료 몇 십만 원, 그러니까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데 그치는 관례가 만연화돼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금감원은 보험회사를 포함한 금융기관으로부터 연간 2천억 원이 넘는 분담금을 받아서 일합니다. 이 액수는 금감원의 1년 예산의 거의 70%를 차지합니다. 그 엄청난 돈을 금융기관으로부터 받아 일하기 때문에 보험회사의 비정상적이고 부당한 요구에 대해 결코 자유로울 수가 없는 것입니다.
5. 그들이 '문케어'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
구본기 : 소비자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흔히 '가성비'라고 하잖아요. 소비자들은 가성비를 잘 따집니다. 실손의료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을 'ctrl+c, ctrl+v' 붙여넣기한 상품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정치적 이념 이런 것을 다 떠나서 소비자로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가성비를 따져보자는 거죠. 우리는 같은 종류의 상품을 국가가 운영하는 것과 민간이 가입하는 것 두 개를 가입했습니다.
무엇이 가성비가 더 좋으냐 따져봐서 가장 가성비가 좋은 것에 보험료 몰아주면 더 이득이지 않냐, 효율적이지 않냐 이런 식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따져보면 압도적으로 국민건강보험이 유리합니다.
보험사가 보험소비자들한테 백만 원 보험료를 받으면요, 백만 원 이상의 보험료를 지급해 줄 수가 없습니다. 진짜 손해를 보는 거니까요. 명확한 명제가 있는 것입니다. '보험사는 우리가 낸 돈보다 더 줄 수 없다'. 그러면 국민건강보험은 어떻게 하느냐. 가성비로 따지면 국민건강보험은 소비자들이 백만 원을 내면 180만 원을 돌려줍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직장 다니는 분들은 건강보험 보험료의 50%를 회사가 대신 내줍니다. 그래서 내가 낸 돈보다 재원이 많아집니다. 그리고 거기에 국고보조금이 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낸 돈보다 더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여기(민간보험)는 내가 낸 만큼 안 돌려주는 보험이고, 여기(국민건강보험)는 내가 낸 돈의 거의 2배 가까이 돌려주는 보험입니다. 효율성이 떨어지는 보험 하나를 해약하고 국민건강보험으로 갈아타자. 지금 이게 시민들이 주장하는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의 메커니즘입니다. 국민건강보험 보험료를 차라리 더 내자. 이 단순한 논리를 알리는데 정부가 도로명 주소 바꾸는 선전에 들어간 만큼만 비용을 써도 소비자들이 다 이해하고 가성비 따져서 알아서 결정합니다.
정형준 : 국민건강보험이 강화되면 민간보험 문제는 자연히 해결이 됩니다. 아직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못하는 영역이 많아요. 예를 들면 민간보험사의 정액보험을 가입하는 이유는 건강보험에 상병수당이 없기 때문입니다. OECD 국가 대부분에 상병수당이 있는데 한국과 미국 등에만 없습니다. 만약 상병수당을 도입하면 민간 정액보험 가입률도 떨어질 것입니다. 아파서 노동 능력없다고 입증이 되면 어느정도 소득이 보전되야 민간 정액보험 상품을 가입하지 않을 것 아닙니까. 사회보장 제도를 완비하는 것이 먼저예요. 경제는 선진국 대열에 간다고 하면서 복지 제도는 여전히 후진국형이라는 것이 말이 안 됩니다.
이번 정부는 복지 제도, 사회보장 제도의 방향성에 대해 이른바 '문재인 케어'라고 얘기하고 있는데 사실 이것도 많이 부족합니다. 문재인 케어라고 해봤자 집권말까지 보장률을 70%까지 올린다는 얘기입니다. 나머지 30%는 여전히 민간보험으로 채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거기에 상병수당 얘기도 없습니다. 목표치 자체가 상당히 낮은 거죠. OECD 평균까지 가자는 것도 아닌데 일부 의사들이 반발하는 것은 넌센스입니다. 오히려 의사들은 어떤 식으로 보장성을 높이고 실제 현장에서는 어떤 제도가 맞는지 전문가적 입장에서 의견을 제시해야 합니다.
민간보험이 무한정 팽창하는 한국 사회가 좋은 사회는 아니잖아요. 의료인은 보험사의 의뢰로 의료자문만 할 것이 아니라 어떤 방향으로 가야 우리 사회의 의료 복지 혜택이 증가하는지 대안 제시해야 합니다.
적극적으로 대안을 제시해서 어떻게 OECD 평균까지 건강보험 보장률을 높일지 의료전문가로서 의견을 제시해야 합니다. 사실 대부분 의료인들이 민간 보험 때문에 피해를 보지 이득 보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민간보험사가 팽창하면서 비보험 의료 시장이 커졌고, 이들이 서로가 서로를 강화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민간보험 실손보험 없었으면 비급여 항목도 늘지 않았을 것이고, 정부에서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크게 늘렸을 것입니다. 여기에 대해서 의료인 단체가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의료인으로서도 민간보험을 규제하고 민간보험 확대에 대해 경계해야하는 입장이 맞습니다.
취재 : 오대양
촬영 : 신영철
편집 : 윤석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