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돈 침대’와 10년…매일 담배 4갑 방사선과 살았다
등록 :2018-06-21 17:16수정 :2018-06-21 19:50
한겨레 기자 ‘라돈침대’ 공포 체험기
8살, 3살 형제는 태어나며 모두 그 침대에서 생활했다. 라돈 침대때문일까, 심한 비염과 부분적인 아토피 증상을 달고 산다.
장모가 ‘대진침대’인걸 알려줬다
‘피해자 모임카페’ 가입한 아내는
아침저녁으로 “알아봤느냐” 물어 5월10일 “인체 영향 적다”던 원안위는
닷새 뒤 “7종 부적합·수거명령” 발칵 모델명 ‘뉴웨스턴 슬리퍼(Q)', ‘주택용 보통침대’. 쿠션재는 ‘경상선, 우레탄폼, 팜, 펠트, 부직포, 직물 외 기타’이다. 원단의 섬유 및 혼용율은 ‘폴리프로필렌:52.1%, 폴리에스터:39.3%, 면:8.6%’다. 그게 뭔지 도통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어디에도 ‘라돈’이란 글자는 없었다. ‘*취급상의 주의 사항 : 메트리스 동봉안내서 참조’라고만 적혀 있었는데 찾진 못했다. 어떡해야 하지, 그러려니 해야 하나. 그래도 정부의 품질 검사를 통과한 것이 아닌가, 라돈은 방사능 물질이라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라면 정부가 나설 것이 아닌가. 기억을 더듬어보니 다른 매트리스보다 몇 십 만원 더 비싸게 샀다. 점원은 “잠자리가 중요하다”며 음이온 성분이 함유된 그 매트리스를 권했다. “자는 동안 몸에 좋은 성분이 나온다”고 했다. 음이온이 뭔지 잘 몰랐지만, 비싼 만큼 값을 하려니 했다. 게르마늄이, 또 적외선이 그렇지 않은가. 머리는 그것들이 과학에서 비껴났다는 걸 이해할 수 있지만 마음은 그 과학적 효능에 늘 현혹되어 오지 않았는가. 파문이 커지자 아내는 <대진 피해자 모임 카페>(이하 피해자 카페)에 가입하곤, 아침저녁으로 “알아봤느냐”고 물었다. 때마다 “별것 없데, 너무 호들갑 안 떨어도 돼, 기자가 뭐 다 아냐. 위험하면 정부가 대책을 발표하겠지” 적당히 대답했다. 첫 보도 이후 5일이 지나도록 대진침대는 알량한 변명 한 줄 내지 않았다. 8일이 지나고 나서야 건조하게 ‘매트리스 4종에 대한 회수 및 리콜 조치’를 발표했다. 그때서야 매트리스를 베란다로 옮기고, 쿠팡 로켓 배송으로 가장 큰 사이즈의 비닐을 주문했다. 다음날 홀로 ‘라지킹’ 사이즈의 침대를 베란다에서 꺼내 비닐로 꽁꽁 싸서 도로 베란다로 옮기는데 절로 욕이 치밀었다.
라돈 매트리스를 50여일 동안 베란다에서 보관했다.
34.9피코큐리, 한국 기준치 6.4배 나와
두 아이와 하루 담배 4갑 피운 셈 아내 자가면역질환, 아이들 아토피
라돈침대 때문은 아닌지… 5월 15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문제없다’는 1차 조사 결과를 완전히 뒤엎는 2차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대진침대가 판매한 침대 매트리스 모델 중 7종이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의 가공제품 안전기준에 부적합한 결함제품으로 확인되어 수거 명령 등 행정조치를 실시하겠다’고 했다. 대진침대 측은 4종에 대한 리콜을 결정했는데, 원안위는 7종이 문제라고 했다. 7종에 대한 정보는 구체적 생산연도나 모델 세부 번호가 아닌 매트리스 이름뿐이었다. <피해자 카페>는 우리 집 매트리스가 해당 제품인지를 묻고, 본격적인 소송 정보를 공유하는 글로 도배됐다. 무책임한 업체, 무디게 대응하는 정부에 맞서 피해자들은 연대했다. 라돈 측정기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대여를 시작했다. 서로 이어달리기식으로 직접 측정기를 주고받는 규율이 만들어지는데 불과 며칠이 걸리지 않았다. 일주일쯤 걸려 운 좋게도 집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사는 또 다른 피해자에게 라돈 측정기를 빌렸다. 5월 말, 보증금 2만원을 맡기고, 하루 대여료 2만원에 ‘라돈 아이’(라돈 방출 측정기)를 빌렸다. 6살, 3살 아이를 키운다는 젊은 여성은 “2014년도에 산 모델인데, 라돈이 38나왔다”며 자세한 측정 방법과 소송에 대비하는 동영상 기록 요령을 알려줬다.
10년간 사용한 대진침대(모델명:뉴웨스턴 슬리퍼Q) 매트리스에서 34.9pCi(피코큐리) 라돈이 검출됐다. 세계보건기구권장 생활 라돈 기준치는 pCi(피코큐리) 기준으로 2.7이다.
일 떠맡은 우체국 직원들은
“반드시 밀봉” “1층으로 가져와라” 보호 장구도 없이 치운 ‘라돈 침대’
그러나 불안과 걱정은 치워지지 않았다 라돈 방출량 측정이후 하루라도 빨리 매트리스를 집에서 방출하고 싶었지만 또 방법이 없었다. 수거 요청은 인터넷으로 했지만 대진침대와는 연락이 닿질 않았다. 수거 인력 부족과 수거 이후 처리 문제로 두 달 이상 걸릴 것이란 전망만 보도로 접했다. <피해자 카페>에서는 ‘정부라도 수거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과 함께 ‘수거에 응해도 소송에 참여할 수 있는지’를 두고 또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수원시가 자체적으로 라돈 측정기를 제공하기로 했다는 것이 알려져 또 논란이 보태졌다. 아내는 은평구청에 ‘왜 수원시는 라돈 측정기를 대여해주는데, 은평구는 안 하느냐’며 매트리스 수거를 요청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침대 프레임 위에 요를 깔고 생활한 지 꼭 한 달이 되던 6월 4일 문재인 대통령이 총리에게 라돈 침대 사태와 관련해 “신속한 수거가 가장 중요하다”며 “업체에만 맡기지 말고 우체국망 등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 말씀에 부랴부랴 우체국이 나서 6월 16일과 17일에 걸쳐 직원 3만 명을 투입해 매트리스를 집중 수거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사이 리콜대상 모델은 28종으로 늘어났고, 한국소비자보호원은 집단분쟁조정 절차를 개시했다. 수거를 해간다니 다행이지만 수거를 왜 우체국이 담당하는 것인지 잘 이해되지 않았다. 일을 떠맡은(?) 우체국은 고압적이었다. ‘반드시 비닐 밀봉을 하고, 1층으로 내려놓아야 수거하겠다’는 우체국 방침이 문자로 전달됐다. “혼자 애기 둘을 보고 있어 1층으로 못 내려 놓는다”는 어떤 아이엄마에게 우체국 직원이 “집에 남편이 없느냐, 없으면 사람을 사던지 하라”고 답변했단 글이 올라와 엄마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사다리차를 불러서라도 무조건 1층에 내려놓아야 수거한다’는 것이 우체국의 방침이었다. 수거 시간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무조건 오전에 수거를 할 것이니 시간을 맞추라고 요구했다. 문자를 본 아내는 “오전이 언제냐, 8시와 11시는 다르지 않느냐”고 물었다. 우체국 직원은 “10시 전”이라고 답했다.
아파트 21층에서 홀로 낑낑대며 ‘라지킹’ 사이즈의 침대를 1층으로 내렸다. 한 주민은 “이거 방사능이라던데 여기 놓으면 어떡하느냐”고 타박했다.
'역사관 > sun & moon' 카테고리의 다른 글
4대은행 이자 장사의 기술...예금 이자율은 '찔끔' 대출금 이자율은 '훌쩍' (0) | 2018.08.25 |
---|---|
김주하의 8월 3일 뉴스초점-단 한번 해외 출장이 1억 (0) | 2018.08.04 |
약사회 "월 450만원씩 주면 심야약국 운영, 편의점서 상비약 팔지 말라" (0) | 2018.08.04 |
[최강욱의 최강시사] 곽상언 “기본요금까지 전기료 누진제 적용되는 유일한 나라” (0) | 2018.08.03 |
강연재, 노회찬 의원 사망 애도…"진짜 몸통, 김경수·민주당 수사해야" (0) | 2018.07.23 |
‘대출금리 조작’ 이자놀이한 은행들, 소득 줄이고 담보 없애고 (0) | 2018.06.21 |
홍준표 "이재명, 코미디 대행진 그만하고 무대 내려가라" (0) | 2018.06.11 |
재벌 일감몰아주기 근절하면 많은 일자리 생길 것재벌 일감몰아주기 근절 갈 길 멀어 (0) | 2018.06.11 |
이재명측, 한솥밥 먹던 김영환 네거티브에 '부글부글' (0) | 2018.06.11 |
유체이탈 정당" "드루킹 말 맞았다" (0) | 2018.06.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