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2, 33편에서는 회사의 제품•서비스를 소개하는 브로슈어(Brochure), 행사 초대장, 행사 공고문 등을 외부에 의뢰하지 않고 오직 파워포인트만을 이용하여 직접 만들어 보는 사례를 소개하였습니다. 지난 편을 마무리하면서도 언급했지만, 이러한 작업은 직접 해 보지 않고, 그냥 눈으로만 읽어서는 절대 여러분의 것이 되지 못합니다. 설사 한 번의 시도로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얻지 못했다 하더라도 포기하지 마시고 다시 시도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번 편은 4차 산업혁명 시대(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에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문제해결 방법론인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에 대해 설명하고자 합니다. 사실 워낙 창의적 문제해결 방법론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Google이나 Youtube에서 검색을 하면 디자인 씽킹을 설명하는 수많은 문서와 동영상을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저는 최근에 TV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디자인 씽킹 프로세스와 적용 사례를 함께 설명해 드리고자 합니다. 필자가 이 TV 프로그램을 보면 볼수록 ‘디자인 씽킹’을 백종원 대표가 어떻게 그 프로세스대로 똑같이 적용해서 골목 상권을 살리는지 신기하면서도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식당을 포함한 어떤 분야에서도 이 방법론이 효과가 있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디지털 혁신 시대, 컨설팅 회사들은 디자인 씽킹으로 재무장
가장 쉽게 디자인 씽킹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글로벌 컨설팅 기업들의 움직임입니다. 2015년에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McKinsey&Company)가 디자인 에이전시 ‘루나(Lunar)’를 인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루나’는 오랄비 제품 디자인으로 유명한 디자인 회사입니다. 왠지 경영 컨설팅 업체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지만 이러한 행보는 맥킨지만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맥킨지보다 앞서 딜로이트(Deloitte)도 세계 최초의 전략 디자인 컨설팅업체인 ‘도블린(Doblin)’을 2012년 인수하였고, 엑센추어(Accenture)도 영국의 서비스 디자인 회사인 ‘피오르드(Fjord)’를 2013년 인수하였습니다. 또한,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역시 2014년에 S&C를 인수했습니다.
도대체 왜 컨설팅 기업들이 갑자기 디자인 회사를 인수한 걸까요? 답은 바로 디자인 회사가 일하는 방식 즉 ‘디자인 씽킹’의 도입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기존의 본인들이 사용하던 전통적인 방법론으로 고객의 복잡해진 문제와 새로운 방식의 솔루션 요구에 대응하기 어려웠던 것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문제해결 접근법이 필요했었고, 여기에 철저히 고객(사람)에 대한 이해와 공감으로부터 문제를 인식하고, 기존의 논리적인 접근보다 창의적인 솔루션을 지향하는 디자인 기업들의 일하는 방식에 관심을 갖게 된 것으로 판단됩니다.
‘디자인 씽킹은 사람의 요구, 기술의 가능성 및 비즈니스 성공에 대한 요구 사항을 통합하기 위해 디자이너의 방법론(일하는 방식)에서 가져온 혁신에 대한 인간 중심의 접근 방식입니다.’
- IDEO CEO 팀 브라운(Tim Brown)
디자인 씽킹 프로세스 이해
혹시 SBS TV 프로그램 중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요식업에서 성공한 CEO이자 요리사인 백종원 대표가 죽어가는 골목상권을 드라마틱하게 먹거리 명소로 재탄생시키는 과정을 보여주는 TV 예능 프로그램입니다. 그런데, 정말 재미있는 것은 그 과정이 제가 여러분들에게 설명하고자 하는 디자인 씽킹 프로세스와 유사하다는 겁니다. 아니 똑같습니다.
그래서 간단하게 프로세스를 숙지하시고 이 프로그램을 보시면 디자인 씽킹을 실제 현장에 어떻게 적용하는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럼, 먼저 디자인 씽킹 프로세스를 간략하게 소개하겠습니다. 전체 프로세스는 아래 그림과 같이 5개의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l 그림 1. 디자인 씽킹 프로세스
필자는 5개의 과정 중에서 첫 번째 공감(Empathize)과 네 번째 시제품 만들기(Prototype)가 기존 방식과 가장 큰 차이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특히, 이 방법론의 기본적인 접근 방식은 기존의 비즈니스적 접근이나 논리적 접근보다는 철저하게 ‘고객 중심 접근’이라는 점입니다.
첫 번째는 공감(Empathize)입니다. 철저하게 사용자(고객)의 관점에서 상황을 관찰하고 문제점을 발견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 과정에는 세 가지 방식이 있는데요. ① 관찰(Observation) ② 인터뷰(Interview) ③ 체험(Immerse) 입니다. 일반적으로 이 세 가지를 모두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보통은 인터뷰만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실제 말과 행동이 다를 때가 많으므로 관찰과 체험을 병행할 것을 적극적으로 권장합니다.
필자의 경우, 과거 24시간 3교대로 운영되는 공장의 제조실행시스템(MES)를 구축하는 프로젝트에서 초반에 현장 반장의 인터뷰에 의존해서 시스템을 설계했다가 낭패를 본 사례가 있습니다. 실제 현장에서 벌어지는 예외 케이스는 전혀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현장 반장을 인터뷰했지만, 시스템 구축 이후에 현장 데이터와 시스템 데이터가 달라 현장 검증을 하자 인터뷰와 달리 실제 현장에 몇 가지의 중요한 예외 케이스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두 번째는 문제 정의(Define) 과정입니다. 제가 과거에 작성했던 문제해결 프로세스에서도 문제 정의에 대한 중요성은 충분히 강조하였기 때문에 구구절절 더 설명하지는 않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올바른 문제는 실제적인 문제(Real)여야 하고, 해결되었을 때 가치를 제공(Valuable)해야 하며,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영감을 줘야(Inspiring) 합니다.
세 번째 과정은 아이디어 찾기(Ideate)입니다. 여기에서는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당연히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면 결과가 만족스럽게 나올 수 있겠죠? 그런데요. 우리는 마치 고인이 되신 Apple의 스티브 잡스와 같이 특별한 천재들만이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작은 생각이 큰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으며, 일반인들도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습니다.
제가 본 EBS 방송 프로그램에서 이런 질문이 있었습니다. ‘람보와 스나이퍼 중에서 누가 더 창의적일까요?’ 여러분들도 아시겠지만 람보는 기관총을 들고 그냥 갈깁니다. 그러다 보면, 그 수많은 총알 중에서 몇 개가 적들에게 명중이 되게 됩니다. 반면, 스나이퍼는 단 한 발로 적을 쓰러뜨립니다. 백발백중이란 표현이 적절할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과연 누가 더 창의적일까요?
답은 바로 ‘람보가 더 창의적이다’입니다. 왜냐하면, 세계적인 명작을 남긴 대부분의 천재는 모두 다작(多作)을 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그중 일부는 너무 형편없어서 도저히 그 천재들의 결과물이라고 믿기 힘든 작품들도 있었다고 하네요. 그래서 아이디어를 많이 내야 훌륭한 아이디어도 나올 수 있다고 합니다.
‘위대한 생각을 하고 싶으면 먼저 많은 아이디어를 내세요.’
- 세계 최고의 디자인 컨설팅 회사 아이디어(IDEO) 설립자 데이비드 켈리(David Kelly)
디자인 씽킹의 네 번째 과정은 시제품 만들기(Prototype)입니다. 앞 단계에서 생각해 낸 아이디어를 머리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시각화하고 구체화 해 보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에서 고객의 입장에서 평가해 보는 것입니다.
만약, 앞서 문제 정의 단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여러분 또는 실제 평가단이 가치를 느끼게 된다면 이 과정은 성공한 것입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위의 그림 1과 같이 ‘문제 정의(Define)’ 단계나 ‘아이디어 찾기(Ideate)’ 단계로 되돌아가서 다시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프로그램 속의 디자인 씽킹
자, 이제 앞에서 디자인 씽킹 프로세스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았는데요. 진짜 백종원 대표가 골목식당에서 그 프로세스를 적용하고 있는지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저는 ‘공덕 편’ 김치찌개 식당을 주 사례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방송의 맨 처음 시작은 디자인 씽킹 프로세스의 첫 번째 단계인 공감(Empathize)부터 시작됩니다. 방송에서 백종원 대표는 공감의 세 가지 방식 ‘관찰’, ‘인터뷰’, ‘체험’을 모두 사용합니다. 방송을 보면, 식당의 상황을 상세하게 모니터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설치된 본부에서 수많은 모니터 화면을 통해 ‘관찰’을 합니다.
그리고 가게로 가서 직접 음식을 먹어보고, 주방까지 세세하게 살펴봅니다. 이 활동이 ‘체험’에 해당됩니다. 마지막으로 사장님과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이러한 패턴은 모든 식당에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소담길 김치찌개집’의 사례를 보면, 백종원 대표가 김치찌개를 유심히 살펴본 후 ‘아까 사장님이 비계 다 빼고 온다더니 비계 많구먼’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앞서 공감의 단계 설명에서 언급한 것처럼 말과 실제(행동)이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공감의 단계에서는 반드시 ‘체험’을 통한 확인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문제를 정의합니다. 관찰, 인터뷰, 체험 등을 모두 한 뒤에 백종원 대표는 식당 사장님과 함께 공감의 단계에서 발견된 문제들을 근간으로 고쳐야 할 문제를 컨센서스합니다. 실제 백종원 대표가 체험을 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될 경우 바로바로 지적을 하고, 그 모습을 식당 사장님들은 본부에서 모니터 화면을 통해 보기 때문에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백종원 대표의 의견에 수긍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재미있는 부분은 일부 사장님들의 경우 백종원 대표의 문제 제기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런 경우, 백종원 대표는 자기 생각만을 주장하기보다는 실제 사용자(고객)들의 반응이나 실제 문제 상황을 식당 사장님들이 직접 체험해서 공감할 수 있게 합니다.
● ‘중식당, 갑자기 밀려든 볶음밥 주문에 ‘토핑 대란’ 영상
위에 링크 정보를 제공한 ‘중식당, 갑자기 밀려든 볶음밥 주문에 ‘토핑 대란’ 영상은 해방촌 신흥시장 중국집 사례인데요. 여기 식당 사장님은 볶음밥의 토핑(새우, 버섯, 오징어 등)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을 장점으로 선택하였습니다.
즉, 다양한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키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백종원 대표는 경우의 수가 8,000가지가 넘는 문제를 지적합니다. 물론, 중식당 사장님은 백종원 대표의 의견을 문제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실제 일어날 수 있는 상황(모든 고객이 다른 토핑을 선택하는 상황)을 연출하여 식당 사장님이 직접 체험을 통해 느끼게 함으로써 이를 문제로 인식하게 했습니다.
문제가 정의되면, 백종원 대표는 가급적 식당 사장님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도록 유도합니다. 또한, 과제를 줘서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직접 노력해서 찾도록 유도합니다.
● ‘농담에서 시작한 환상의 레시피 ‘튀긴 고기 김치찌개’ 영상
위의 링크된 ‘공덕 소담길 김치찌개’ 영상에서 보면, 식당 사장님이 웃으면서 농담처럼 무심코 던진 작은 생각(아이디어)를 백종원 대표가 진심으로(긍정적으로) 받아드립니다. 그리고,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자 백종원 대표는 주저하지 않고 만들어 보자고(구체화해보자고) 합니다.
즉, 디자인 씽킹 네 번째 단계인 시제품 만들기(Prototype)을 진행합니다. ‘튀긴 고기’ 아이디어 사례도 바로 만들어서 식당 사장님과 맛을 봅니다. 즉, 자체 평가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점심 장사에서 소비자의 평가를 받아 보자고 합니다. (Test 단계) 마지막 단계인 실제 사용자(고객)들의 평가를 받은 후, 평가가 좋은 경우 그 식당의 실제 메뉴로 정식 등록되게 됩니다. 만약 여기에서 반응이 별로이면 아이디어 단계로 다시 돌아갑니다.
어떻습니까? 제가 백종원의 골목식당 프로그램에 디자인 씽킹 프로세스를 억지로 끼워 맞춰서 우기는 건지 아니면 실제로 백종원 대표가 디자인 씽킹 방법론을 아는지 모르는지 모르겠지만 디자인 씽킹 방법론과 똑같은 절차를 통해 골목상권의 문제들을 해결하고 있다는 점은 모두 인정하실 겁니다.
아마 여러 골목상권의 다양한 식당들의 영상들도 보신다면 이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것만으로 디자인 씽킹을 어떻게 현장에서 활용하고 적용할 수 있는지 배울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4차 산업혁명,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시대에서는 기존의 방식에서 좀 더 잘하려고 해서는 생존할 수 없다고 합니다. 기존의 방식에서 탈피해서 새로운 변화를 끌어내야만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혁신을 도와줄 수 있는 도구로서 ‘디자인 씽킹’은 아주 좋은 도구임이 틀림없습니다.
특히, 기술이나 사업성을 먼저 따지기보다는 현장을 체험하고, 철저하게 고객의 시선에서 문제점과 솔루션을 찾으려는 방식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이 시대의 혁신을 위한 바이블과 같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백종원의 골목상권을 보시기 전에 디자인 씽킹을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는 동영상을 소개해 드리는 것으로 이번 편을 마무리하겠습니다. 본 동영상의 일부 내용은 이번 편 글에서 디자인 씽킹 프로세스를 설명하는 내용 작성의 토대가 되었음을 밝힙니다.
● [명견만리 플러스]의 특별 시리즈 디자인 씽킹 4부작
글 l 김영주 책임 l LG CNS 블로거
['누구나 전략기획 고수가 될 수 있다' 연재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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