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탑승동에 설치된 AED (Photo by R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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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 2만명 심장이 갑자기 스톱… 살릴 사람은 바로 옆 당신뿐입니다
이위재 기자
[심폐소생술이 생명을 살립니다] [上] 119 기다릴 시간 없어요
4분내 심폐소생술 해야 - 늦어도 8분까지는 희망
119 구급차 도착은 평균 13분… 아래 그래픽 오려서 지갑에 넣자
故 임수혁 선수와 신영록 선수 - 11년 전 임 선수 심장마비 땐
경기장 3만명이 발만 동동… 올해 신 선수는 3분만에 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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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8일 경기 도중 쓰러진 프로축구 제주유나이티드 신영록 선수에게 팀 관계자와 의무진이 몰려들어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다. 부정맥에 의한 심장마비로 혼절했던 그는 신속한 응급조치로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제민일보 제공
2000년 4월 1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쓰러진 프로야구 롯데 임수혁 선수(2010년 2월 사망)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심폐소생술'이란 단어는 중요하다. 당시 갑자기 심장이 멎었던 그를 살릴 수 있었던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 어찌 보면 간단한 이 '심폐소생술(CPR·cardiopulmonary resuscitation)'을 현장에 있던 선수, 심판, 구단 직원, 관중 등 수만명 중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던지 발만 동동 구르는 가운데 임 선수는 살아날 기회를 놓쳤고 병상에 누워있다가 10년 만에 세상을 떠났다. 그 절체절명의 순간 임 선수 옆에 모인 동료가 한 일은 신발과 양말을 벗기고 허리띠를 풀고서 구급차에 태운 것뿐이었다.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또는 심정지)로 누군가 쓰러졌을 때 4분 안에 응급조치에 들어가야 살 수 있다. 몸속 혈관에 4분 정도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산소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늦어도 8분까지는 희망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서둘러 119 신고를 하더라도 구급차가 도착하기까지 평균 13분 걸린다. 그래서 "결국 생명을 구하는 것은 의사도, 구조대도, 간호사도, 경찰도 아닌 쓰러진 환자와 가까운 거리에 있는 주변 사람"이라는 말이 나왔다.
지난 5월 8일 제주종합경기장에서 부정맥에 따른 심정지로 쓰러진 프로축구 제주유나이티드 신영록 선수는 발 빠른 응급조치(심폐소생술)와 신속한 병원 후송으로 임수혁과 같은 비극을 피할 수 있었다. 임수혁에게 첫 조치가 이뤄진 건 수십 분 만이었지만, 신영록은 3분 만에 심폐소생술, 12분 만에 구급차에 실려 병원 침대에 누웠다.
임수혁 사고를 겪고 체육계는 모든 경기장에 심장제세동기(AED)와산소호흡기 등을 갖춘 구급차, 심폐소생술 자격증을 갖춘 의료진을 두도록 했다. 신영록을 살린 건 의료진이 아니라 임수혁이란 말이 그래서 나온다.
◇심폐소생술은 어떻게
누군가 갑자기 쓰러지면 우선 ▲쓰러진 환자를 똑바로 눕힌 후 ▲머리를 젖히고 턱을 들어 올려 기도를 유지한 상태에서 ▲정상 호흡을 하는지 5~10초간 확인하고 ▲호흡이 없다면 바로 심폐소생술로 들어가야 한다. 그전에 119 신고는 필수다.
심폐소생술은 흉부압박을 30회, 이어 인공호흡을 2회 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양쪽 가슴 사이 정중앙을 두 손으로 누르는 것이다. 인공호흡이 꺼려지거나 자신이 없으면 흉부압박(분당 100회)만 해도 된다. 압박 깊이는 성인·어린이는 5㎝, 영아는 4㎝가 적당하다.
보건복지가족부에 따르면 국내 심정지 환자 발생 건수는 1년에 인구 10만명당 40~42명꼴. 매년 2만명가량이 갑자기 심장이상으로 쓰러지는 셈이다. 그러나 병원이 아닌 곳에서 심정지 환자가 나타나면 생존퇴원율이 2.4%로, 미국 8.4%, 일본 10.2%에 비해 크게 낮다.
올해 심폐소생술 보급 운동을 본격적으로 펼치는 소방방재청은 "전체 심정지 환자 중 주변에서 이를 목격하는 경우가 40.1%에 이르지만, 일반인이 그 자리에서 심폐소생술을 시도한 사례는 1.4%에 그쳤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중의 대한심폐소생협회 교육위원장(서울의대 응급의학과 교수)은 "평소 심폐소생술 교육이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자신감이 떨어지고 혹시 괜히 실수해서 상황이 악화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때문에 시행률이 낮다"고 설명했다.
심폐소생술을 하고 나면 최대한 빨리 제세동(除細動·심장 전기 충격)으로 넘어가야 한다. 지난해부터 정부에서 50억원을 들여 전국 주요 공공장소에 자동제세동기를 보급, 지난해 말 현재 4119대를 비치했고, 올해도 1000여대를 추가 공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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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마비 환자 60%는 집에서 발생… 가까운 소방서에서 미리 배워두세요
이위재 기자
입력 : 2011.11.08 03:04 | 수정 : 2011.11.08 03:56
[심폐소생술이 생명을 살립니다] <下> 소방방재청 등 관련기관 범국민 교육 나서
전 국민이 알 때까지 - 청소년 대상으로 경연대회, 환자 살린 소방관·일반인엔 '하트세이버' 배지도 제공
"잘못돼도 형사 책임 없으니 쓰러진 사람 외면 마세요"
지난 4월 20일 오전 8시쯤
서울 강남구 개포동 대치아파트에 사는 이형우(52)씨는 가슴이 갑갑하면서 통증이 오는 것을 느꼈다. 서둘러 아내 윤미권(50)씨와 함께 병원에 가려고 차에 타다 쓰러졌다. 아내 윤씨는 침착하게 119에 전화를 걸고, TV에서 봤던 어렴풋한 기억과 전화를 받은 구급대원이 알려주는 지침을 토대로 심폐소생술을 시도했다. 가슴을 누르고 인공호흡 하기를 수차례. 남편 이씨가 약하게 숨을 내쉬는 가운데 13분 만에 구급차가 도착했다. 이씨는 강남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조치를 받았다. 자칫 호흡 정지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아내의 재빠른 행동 덕에 20일 만에 병원 문을 나설 수 있었다. 윤씨는 "그때는 오로지 남편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뭐든 기억나는 대로 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 부부 사례는 일반인도 얼마든지 생사의 갈림길에 선 심정지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119를 운영하는
소방방재청을 비롯,
보건복지부와 관련 기관들은 심폐소생술(CPR·cardiopulmonary resuscitation)을 널리 보급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소방방재청은 지난 3일 대한심폐소생협회,
대한적십자사,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등과 심폐소생술 전 국민 보급을 위한 MOU(양해각서)를 맺고, 각종 캠페인·홍보·세미나·강연·교육프로그램 등을 통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을지로6가
국립중앙의료원에서는 제3회 전국 고등학생 심폐소생술 경연대회가 열려 전국 300여개 고교에서 선발된 32개 팀이 나와 모의로 상황을 설정, 심폐소생술을 얼마나 정확하게 해내는지 겨뤘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청소년 때부터 심폐소생술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응급의료정보센터(전화 1339)도 전국 곳곳에서 심폐소생술 체험 행사와 경연 대회를 수시로 열고 있다.
서울 강동구는 매달 2·4주 토요일 구 보건소에서 심폐소생술 교육을 펼치고, 주민센터를 돌며 순회교육도 벌인다. 구청 공무원은 의무적으로 교육받도록 했고, 18개 모든 동 주민센터와 강동아트센터·구민회관·해공도서관 같은 공공건물에 자동제세동기(AED)를 비치했다.
하지만 아직도 심폐소생술이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아 거리와 가정에서 아까운 생명이 숨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소방방재청은 일반인들이 심정지 환자를 보고도 심폐소생술을 선뜻 해주지 못하는 까닭으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거나 ▲혹시 잘못되면 법률적 책임을 져야 할까 봐 ▲인공호흡하면 감염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 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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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8일 서울 국립의료원에서 열린 3회 전국 고등학생 심폐소생술 경연대회에서 2인 1조로 구성된 고교생 팀이 심폐소생술을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하는지 점검받고 있다. /주완중 기자 wjjoo
그러나 이른바 '선한 사마리아법'으로 불리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5조 2항에는 '생명이 위급한 응급환자에게 응급의료 또는 응급처치를 제공하여 발생한 재산상 손해와 사상(死傷)에 대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해당 행위자는 민사 책임과 상해에 대한 형사 책임을 지지 않고 사망에 대한 형사 책임은 감면한다'고 나와 있다.
심폐소생술 교육도 전국 209개 교육센터와 가까운 소방서에 가면 간단히 받을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해 요령을 익힐 수도 있다.
소방방재청은 작년부터 호흡이나 심장이 멈춰 죽음의 위기에 놓인 환자를 심폐소생술이나 자동제세동기 등으로 살린 소방관이나 일반인에게 '하트 세이버(heart saver)' 배지를 주고 있다. 교육이 효과를 발휘한 덕인지 이 배지를 받은 인원은 작년 454명(구급대원 431명·일반인 23명)에서 올 3분기까지 555명(구급대원 519·일반인 36)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김태원
한나라당 국회의원은 민방위대원·공무원·청소년 및 음식점·항공업 종사자 등에게 심폐소생술을 의무적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내용의 법률안 10개를 발의해 놓고 있다.
이기환 소방방재청장은 "심정지 환자 중 60% 이상이 가정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심폐소생술을 익히는 것이 가족 사랑의 시작"이라며 "심폐소생술만 알고 있어도 심장마비 환자 생존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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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칼럼] '제세동기'? 그게 뭐야?
김철중 의학전문기자·의사 입력 : 2010.08.02 23:11
공항·철도역 등에서 발생하는 '길거리 심장마비'를 대비해 응급현장에서 즉시 쓸 수 있는 '자동 제세동기'가 도처에 깔리는데, 일반인들은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도 몰라서 활용도가 떨어질 우려가 있다는 기사를 얼마 전에 냈다. 그랬더니 '자동 제세동기'라는 말이 도대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자동'(自動)은 알겠는데, '제세동'은 도통 모르겠다는 것이다. 제세동기(除細動器)는 '세동'을 제거하는 기계란 뜻이다. '세동'은 심장마비 직전에 발생하는 부정맥 중 하나를 말한다.
하지만 이렇게 하나하나 설명해도 의료인이 아닌 일반 대중은 그 개념이 여전히 와 닿지 않을 것이다. 심장 박동을 되살리는 '전기 충격기' 정도로 했으면 더 쉽게 다가갔을 듯싶다. 차라리 영어 표현에 익숙한 요즘 세태를 감안, 사람이건 기계건 심장을 구하는 일이면, 미국식으로 '하트 세이버'(saver)라는 별칭을 썼어도 좋을 뻔했다. '제세동기'는 너무 어렵다.
이처럼 의학용어 중에는 대중과 동떨어진 것이 많다. 전문지식을 가진 의료인끼리만 쓰는 용어를 대중에게도 그대로 강요하는 식이다. 팔뼈가 부러진 환자에게 의사들이 종종 쓰는 말이 있다. "도수정복술을 해야겠습니다." '도수정복술'이라…, 난데없이 무슨 수학 과목 하나를 정복해야 한다는 식으로 들린다. 하지만 이말은 손으로 어긋난 뼈를 제 위치로 돌아가도록 맞춰보겠다는 뜻이다. 손을 이용한 뼈 맞추기라도 하면 될 것을, 참으로 불친절하다.
우리가 접하는 대부분의 의학용어는 현대의학이 들어온 경로대로 영어를 그대로 옮겼거나, 일본에서 쓴 말이 넘어온 것들이다. '제세동기'도 'defibrillator'를 직역한 것이고, '도수정복술(徒手整復術)'은 일본식 한자 표현이다. 그러다 보니 한참 설명을 들어야 알아듣게 되는 용어들이 많다. 언어가 되레 소통을 방해하는 꼴이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의학용어를 순수 우리말로 바꾸려는 시도가 일고 있다. 하지만 이것도 혼란을 일으키기는 마찬가지다. 퀴즈를 몇 가지 내보겠다. ①막창자꼬리염 ②깔때기콩팥염 ③관상동맥 덧대 ④구슬 알 균이 무슨 말인지 아시겠는가. 정답은 이렇다. ①맹장염 또는 충수돌기염 ②신우신염 ③관상동맥 스텐트 ④연쇄상구균이다. 현재 상당수 의대생들은 '민족주의' 분위기 속에서 이런 식으로 의학용어를 배우고 있다. 기존 의료인도 알고, 대중도 이해할 만한 의학용어마저 굳이 생뚱맞은 우리말로 바꾸다 보니 또 다른 불통(不通)을 자초하고 있다.
의학용어의 대중화는 국민 건강과 의학 발전에 매우 중요하다. 과학의 발달이 대중의 관심과 과학 지식의 확산을 통해 이뤄지고, 정보통신기술(IT)이 전문 용어를 공유하는 사람이 늘면서 급속히 뻗어나갔듯이, 의학 지식의 일반화는 국민 건강 증진과 올바른 의료 행태로 이어진다. 쉬운 의학용어가 그 발전의 촉매 역할을 할 것이다.
기상용어 중에 '꽃샘추위'라는 말이 있다. 3~4월에 발생하는 일시적인 저온(低溫)현상을 날씨가 봄을 시샘한다고 하여 붙인 이름인데 가슴에 와 닿는다. 이 얼마나 근사한 공중(公衆) 친화적인 과학 언어인가. 의학용어는 일반 대중이 꼭 알아야 할 말들이다. 왜 딱딱하고 어려워야 하는가. 제발 친절한 용어 부탁드린다.
길거리 심장마비 환자 살리는 '자동 제세동기'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doctor@chosun.com 입력 : 2010.07.24 03:05
'멈춘 심장' 다시 뛰게 해… 작동법 쉬워
'시작' 누르면 안내방송 나와 전기충격으로 심박동 되살려
'제세동기'란 용어 어려워, 대부분 무슨 물건인지 몰라…
"위급할 때 누구나 사용해야 허망한 죽음 막을 수 있어"
휴가철을 맞아 행락 인파가 늘면서 길거리나 야외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김승년 현대자동차 구매총괄본부장이 야외 운동을 하다가 심장마비 증세를 보인 지 1~2시간 만에 사망하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유동 인구가 많은 공공장소에 간단한 장비로 전기 충격을 주어 심정지 환자의 심박동을 회생시키는 자동 제세동기(除細動器·AED)가 깔리기 시작했다. AED는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도 쓸 수 있지만, 아직 이에 대한 홍보와 인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한해 병원 밖에서 심장마비가 발생해 구급대로 이송된 환자는 약 2만명이다. 2006년에는 1만9477건, 2007년에는 2만356건 발생했다(질병관리본부 자료). 하지만 목격자에 의한 심폐소생술 실시율은 1.6%에 그쳤다. 미국의 16%에 비해 극히 저조하다. 이 때문에 국내 길거리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은 2.5%로, 미국의 8.4%에 비해 현저히 낮다(대한응급의학회). 심폐소생술과 AED를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할 이유다.
◆누구나 쓸 수 있는 자동제세동기
인천공항 대합실을 걷다 보면 곳곳에 소화전처럼 유리 박스 형태로 보관된 자동제세동기를 볼 수 있다. 심장을 상징하는 '빨간 하트' 문양의 표지가 있고, 영어로 자동제세동기를 뜻하는 'AED'라는 글씨가 크게 쓰여 있다. AED는 서울역 대합실과 각 승강장에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곳을 지나가는 사람의 태반은 AED가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모르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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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역에 있는 자동 제세동기 모습. 심장마비 환자에게 전기 충격을 주는 장비라는 의미의 하트 문양과 영어로 제세동기를 뜻하는 AED 글씨가 보인다. /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
AED는 사용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이라도, 중학생 정도의 지적 수준이면 박스에서 나오는 안내 방송에 따라 작동시킬 수 있게 만들었다. 분초를 다투는 상황에서 환자를 방치하지 말고, 일반인 목격자가 AED를 빨리 환자에게 갖다대 심박동을 되살리도록 하기 위함이다.
심정지 후 4분이 지나면 혈액 순환 부족으로 뇌는 치명적인 손상을 입는다. 따라서 심장마비 목격자는 구급대가 오기 전에 주변에 AED가 있는지 확인해 즉시 사용해야 한다. 더욱이 심장마비는 뇌졸중, 뇌출혈 등과 달리 적절한 응급조치만 취하면 큰 후유증 없이 회복할 수 있다.
가천의대 길병원 이근 응급의학과 교수는 "설사 AED를 심정지 환자가 아닌 무의식 환자에게 갖다 대더라도 아무런 해가 없다"며 "누구나 AED를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귀한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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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에서 꺼내 안내방송대로목격자는 먼저 주변 사람에게 119 신고를 부탁하고 환자의 의식 상태와 심장 박동을 확인한다. 심박동은 목젖 옆으로 손가락 두 개 너비 떨어진 곳을 검지로 10초 이상 눌러 확인할 수 있다. 심정지로 판단되면 AED가 비치된 박스를 열어 AED를 꺼낸다. 이때 알람이 울릴 수 있으나 이는 환자 발생을 외부에 알리는 신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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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ED를 환자 머리맡에 두고 시작 버튼(또는 1번 버튼)을 누르면 안내 방송이 시작된다. "패드를 환자 가슴에 붙이세요."(두 개의 패드 겉면에는 부착 위치가 그려져 있다) → "패드 커넥터를 점멸등 옆에 꽂으세요."(커넥터를 전구가 반짝거리는 곳의 구멍에 꽂으면 된다) → "분석 중입니다. 접촉금지"(10~20초 동안 환자의 심전도를 분석하니 손을 떼고 기다리라는 뜻) → "제세동(전기 충격)을 해야 합니다. 환자에게서 떨어지세요." → "충격 버튼을 눌러주세요." → 버튼을 누르면 전기 충격이 발사된다.
이후 환자에게 AED 패드를 그대로 붙여 놓으면 2분마다 환자의 심전도를 분석한다. 그때 충격 버튼을 또 누르라고 하면 다시 누르면 된다. 목격자가 심폐소생술을 할 줄 알면, AED가 심전도 분석을 위해 환자에게서 떨어지라고 할 때를 제외하고, 흉부 압박 30회와 인공호흡 2회를 구급대가 올 때까지 반복하면 된다. 만약 AED에서 심전도 분석 후 "제세동이 필요하지 않다"는 말이 나오면, 환자는 심장마비 상태가 아니거나, 회복된 경우다.
◆유동인구 많은 곳에 AED 더 깔아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난해부터 터미널, 경기장, 경마장 등 다중이용시설은 AED를 비치해야 한다. 그러나 올해 6월 말 현재 전체 대상지 1만3623곳 중 AED가 있는 곳은 2647곳으로 아직 19.4%에 머물러 있다(보건복지부 실태 조사). 한 대에 약 300만원 하는 AED 구매 비용이 자비(自費) 부담인 데다, 설치하지 않을 경우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AED 관리 지침을 강화하고, 8월부터 예산 30억원을 투입해 AED 구비 지원과 홍보 사업을 시행할 계획이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지하철역, 호텔, 수영장, 박물관, 골프장, 간이역 등에도 AED를 비치하고 있다.
대한응급의학회 유인술(충남대 의대) 기획이사는 "공공시설에 AED 비치를 점차 늘려가면서 해당 기관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AED 사용법과 심폐소생술 교육을 적극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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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폐소생술 할 줄 모르면 흉부압박만 해도 효과"
심정지 후 8분 이내는 체내에 산소 남아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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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폐소생술을 할 줄 모르면 흉부압박만이라도 하세요."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은 목격자가 심장마비 환자에게 흉부압박만 제대로 해도 소생률이 급격히 올라간다고 말했다.
심정지 후 8분 이내는 체내에 산소가 남아 있기 때문에 흉부압박만 해도 흉부압박 30회와 인공호흡 2회를 반복하는 원칙적인 심폐소생술과 큰 차이 없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심정지 환자를 발견하면, 119에 먼저 신고를 한 후, 구급대원이 올 때까지 흉부압박만은 꼭 해야 한다.
압박 요령은 이렇다. 먼저 환자를 바닥이 딱딱하고 평평한 곳으로 옮기고 나서 윗옷을 벗긴다. 목격자는 환자 상체 옆에 가슴을 바라보고 앉는다. 압박 위치는 성인의 경우 양쪽 젖꼭지를 이은 선과 가슴뼈 중앙이 만나는 지점이다. 대개 명치에서 손가락 두개 넓이 위쪽이다.
압박은 왼손바닥을 밑으로 하고 오른손을 위로 덮고 손가락은 깍지를 낀다. 양팔이 환자의 가슴뼈와 수직이 되도록 쭉 편 후, 팔을 굽히지 말고 엉덩이와 허리 반동으로만 누른다. 왼손바닥의 두툼한 부분이 환자의 가슴뼈 밑으로 4~5㎝ 깊이까지 내려갈 정도로 힘 있게 눌러야 한다.
누르는 속도는 60초에 100번이다. 매번 누르고 나서 원래 위치로 충분히 돌아오고, 다시 그 깊이만큼 눌러야 효과가 좋다. 자칫 누르는 위치가 바뀔 수 있으니 왼손바닥은 항상 환자 가슴뼈 압박 위치에 닿아 있어야 한다.
☞자동 제세동기 (除細動器·AED:Automated External Defibrillator)
자동으로 '세동(細動)'을 제거하는 기계라는 뜻. 심장은 일정한 전기 신호에 따라 박동하는데, 심장마비가 오면 심장은 바르르 떨듯이 '미세한 진동(細動)' 상태로 있다가 결국 심정지 상태에 이른다. 그 단계에서 외부 전기충격을 주면 심장박동이 정상적으로 돌아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