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진의 SBS 전망대] '대구 어린이 황산 테러 사건' 용의자는 살아있다
대담 :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공정식 교수(한국피해자지원협회 사무총장)
▷ 한수진/사회자:
15년 전에 대구에서 일어난 황산테러사건, 기억하십니까? 피해자는 고작 6살 난 어린아이이었는데요. 범인은 아이의 얼굴에 황산을 쏟아 부었고, 심한
화상을 당한 아이는 49일을 힘겹게 버티다가 결국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범인은 잡지 못했고요. 만 15년인 공소시효가 어제로 만료되었습니다. 경찰은 피해자의 사망일을 기준으로 공소시효를 다시 적용해서 7월 7일까지 계속 수사를 하겠다고 밝혔는데요. 과연 공소시효 전에 범인을 잡을 수 있을까요. 피해 유가족을 돕고 있는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공정식 교수(한국피해자지원협회 사무총장)와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공정식 교수 / 경기대 범죄심리학과(한국피해자지원협회 사무총장):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이번 사건 잘 모르는 분들 위해서 이 사건에 대해 다시 한 번 설명해주시겠어요?
▶ 공정식 교수 / 경기대 범죄심리학과(한국피해자지원협회 사무총장):
6살 아이가 학원을 가던 중 모르는 사람에게, 그 당시에는 전혀 기억을 못 하는 사람에게, 황산을 얼굴에 부어서 사망한 사건인데요. 상당히 끔찍하게 이루어졌지만 아직까지 범인을 못 잡은, 그런 안타까운 사건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학원가는 도중에 이런 끔찍한 일을 당했다는 거고요. 아이 이름이 태완이었죠. 당시 아이가 얼마나 심각한 화상을 입었습니까?
▶ 공정식 교수 / 경기대 범죄심리학과(한국피해자지원협회 사무총장):
아이 입에 황산을 붓는 바람에 식도나 이런 쪽이 손상이 되었고, 전체적으로 3도 화상, 상당히 심각한 정도의 화상을 입은 그런 상태에서 아이가 49일 동안 병원 치료를 받던 도중 사망한 거죠.
▷ 한수진/사회자:
이 정도면 명백한 살인의도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이겠네요?
▶ 공정식 교수 / 경기대 범죄심리학과(한국피해자지원협회 사무총장):
네, 충분히 살인 의도가 있었다고 보는 게 맞는데. 당시에는 이 사건의 범인을 전혀 알지를 못했고 지금도 검거를 못 한 상태인데. 당시에는 범인 자체에 대한, 용의자로 특정할만한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게 문제가 되고요. 증거가 불충분했기 때문에 피의자로 수사를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보니까 부모 입장에서는 혐의점이 있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증거가 불충분한 상태에서 그 사람을 처벌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다 보니까 15년 동안 이 사건에 매달리셔서 범인을 잡으려고 했던 거죠.
▷ 한수진/사회자:
유가족들 쪽에서는 피해 용의자로 의심할만한 사람이 있었던 거구요?
▶ 공정식 교수 / 경기대 범죄심리학과(한국피해자지원협회 사무총장):
네, 당시 치킨집 아저씨를 태완이가 수차례 지목을 했는데. 당시 수사 기법으로는 이 아동이 진술할 때, 면담, 진술 기법이나 이런 것들을 사용했더라면 범인을 검거하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 같은데, 그 당시에는 그런 어떤 수사기법들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게 문제가 되고요.
▷ 한수진/사회자:
초동 수사에 문제가 있었군요?
▶ 공정식 교수 / 경기대 범죄심리학과(한국피해자지원협회 사무총장):
네, 그래서 지금 15년 만에 재수사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담당 형사들이나 이런 분들이 노력을 하고 계시긴 합니다. 문제는 지금 용의자로 추정되는 사람의 집안에서 예를 들면 황산이 발견된다 하더라도 그것만 가지고, 간접증거만 가지고 살인죄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고요. 너무나 시간이 오래 흘렀다보니까 직접적인 증거확보가 안 되어서 상당히 안타까운 상태에 있는 상황이죠.
▷ 한수진/사회자:
지난 해 말부터 재수사가 시작되었다면서요. 말씀대로라면 새로운 증거를 확보하게 되어도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있을 것 같고 수사 과정에 어려움이 많겠네요?
▶ 공정식 교수 / 경기대 범죄심리학과(한국피해자지원협회 사무총장):
지금 형사들이 상당히 고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가장 근본적으로는 너무 시간이 오래 흘렀다는 점이고 특히 15년 전에 태완이 친구가 했던 진술도 남아 있는데, 그 진술을 아동 진술 분석가들이 면밀하게 살펴보고는 있으나 문제점은 시간이 너무 오래 흘렀고, 그 당시에 진술했던 친구, 목격자가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번복하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그렇다보니까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입증하기가, 재판 과정에서 조금 더 논의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일단 제일 중요한 것은 용의자를 특정하는 겁니다. 지금도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여전히 유력한 용의자에 대해서는 특정하지 못하고 있고요. 태완이가 이야기한 그 치킨집 아저씨는 그러면 지금 국내에는 있는 건가요?
▶ 공정식 교수 / 경기대 범죄심리학과(한국피해자지원협회 사무총장):
네, 일부 언론에서 그 분이 자살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 지금 생존해 계시고요. 얼마 전에도 태완이 부모님하고 대질심문도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아직까지 의혹점이 굉장히 많이 남아있긴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 담당하시는 수사기관에서 그 분도 세밀하게 전문가들과 함께, 7월 7일이 마지막인데, 그 때까지 좀 적극적으로 사건 해결을 위해서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6살 어린 아이가 이렇게 끔찍한 범죄의 대상이 되었을까요. 원한 관계로 인한 범죄 추정해볼 수 있을까요?
▶ 공정식 교수 / 경기대 범죄심리학과(한국피해자지원협회 사무총장):
참 안타까운 일인데요. 무슨 어떤 이유라고 하더라도 6살짜리 어린아이를 상대로 이런 행위를 하는 것은 어떤 이유라도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라고 보고요. 당시 일정 정도 원한이 있는 사람의 행위가 동기가 될 수 있다고 보긴 합니다만,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6살짜리 아이를 상대로 했다는 것은 참 용서할 수 없죠.
▷ 한수진/사회자:
아무 죄 없는 6살 아이가 그것도 49일 동안이나 아주 끔찍한 고통을 겪다가 세상을 떠났는데, 범인마저 잡지도 못하고 있고요. 가족들께서는 정말 얼마나 고통스러우셨을까요?
▶ 공정식 교수 / 경기대 범죄심리학과(한국피해자지원협회 사무총장):
그 부모가 그 이후에 15년 동안 이 사건에 매달려있다고 생각을 해보면, 마치 내 자식이 그런 일을 당했을 때, 부모들이 15년 동안 그 사건에서 어떻게 해서든 억울하게 사망한 태완이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서 모든 것을 바쳤다고 보시면 됩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래서 지금 공소시효 이야기 나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공소시효가 만료가 되었는데, 경찰이 다시 아이 사망일 기준으로 49일 연장했습니다. 이렇게 변경할 수도 있는 건가요?
▶ 공정식 교수 / 경기대 범죄심리학과(한국피해자지원협회 사무총장):
어떻게 법 적용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데요. 제가 볼 때 그건 수사기관에서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볼 수 있고요, 우리 현행법상으로는. 정말 노력하고 있다는 증거인데.
근본적으로 우리나라 공소시효가 외국에 비해서 굉장히 짧습니다. 실제로 영국이나 미국 같은 경우는 공소시효가 없죠, 살인죄에 대해서는. 일본도 마찬가지로 2010년도에 공소시효를 폐지했습니다. 그리고 가까운 중국의 경우에도 살인죄의 경우에는 공소시효가 30년인데. 우리는 최근에 법 개정을
통해서 25년 까지 늘렸어요. 그러니까 그걸 보더라도 다른 나라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공소시효가 짧다는 게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런 살인 같은 흉악범죄에 공소시효 늘리거나 아예 없애야 한다, 이런 데 교수님도 동의를 하시는 건가요?
▶ 공정식 교수 / 경기대 범죄심리학과(한국피해자지원협회 사무총장):
저는 살인죄는 가장 중요한 인간의 목숨을 상대로 하는 범죄이기 때문에 공소시효를 둔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어떤 이유든 간 학술적인 논의를 가지고, 어떤 행정 편의라든가 또는 무슨 그 기간에 용의자가 충분히 고통을 받았다, 이런 식의 이야기는 정당한, 합리적인 논리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살인죄에 있어서는 반드시 공소시효를 폐지해야 된다고 봅니다.
▷ 한수진/사회자:
교수님 궁금한 게 만일 범인 잡으려고 할 때, 만약에 범인이 “자신은 살인의 의도가 없었으니까 이제 공소가 만료되었다, 잡아갈 수 없다” 이렇게 주장할 수는 없습니까?
▶ 공정식 교수 / 경기대 범죄심리학과(한국피해자지원협회 사무총장):
그럴 수도 있는데요. 문제는 고의성 여부가 있느냐, 고의성이 있다고 하면 살인죄고요, 없으면 치사죄인데, 제 생각에는 그렇게 주장한다 하더라도 행위 패턴을 보면 아이의 입을 벌리고 황산을 넣었던 행위는 고의적 행위로 봐야죠.
▷ 한수진/사회자:40여일 시간을 벌었습니다. 영구미제 사건이 되는 것 아닌가 걱정하는 분들 많은데 꼭 이 문제가 해결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경기대 범죄심리학과(한국피해자지원협회 사무총장) 공정식 교수였습니다.
최종편집:2014.05.21
저작권자 무단복제-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