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살린 '10초 기적'… 선수들 만점짜리 심폐소생술
입력 : 2017.03.29 03:11
"나라면 저렇게 할 수 있었을까." "축구보다 사람 살리는 교육을 제대로 받았다."
27일 열린 20세 이하 4개국 축구대회 잠비아전에서 쓰러진 한국 선수를 구하기 위한 한국 선수들과 심판의 기민한 대처에 찬사가 쏟아졌다. 경기 도중 의식을 잃고 쓰러진 정태욱(아주대)을 구하기 위해 이상민(숭실대)을 비롯한 선수와 심판이 약속이라도 한 듯 일사불란하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28일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영상을 본 네티즌이 40만여 명에 달했다. TV 생중계를 지켜본 팬들까지 합하면 '심폐소생술 실제 상황'을 전국에서 목격한 셈이다. "바로 이런 교육이 국·영·수보다 중요하다" "나도 심폐소생술을 배워야겠다"는 반응도 나왔다.
당시 상황은 이랬다. 한국이 4-1로 앞서고 있던 후반 34분 공중 볼을 경합하는 과정에서 잠비아 선수의 어깨와 중앙 수비수 정태욱의 얼굴이 충돌했다. 이 충격으로 정태욱은 의식을 잃고 그라운드에 떨어졌다. 이때 그라운드 위에 있던 동료들은 마치 '응급처치 교본'처럼 움직였다. 곁에 있던 이상민은 굳게 닫힌 정태욱의 입을 열어 말려들어간 혀를 바깥으로 빼냈다. 기도가 막히는 걸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상민은 "(정태욱이) 넘어지자마자 의식을 잃었다는 걸 직감했다"며 "일단은 혀가 말려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게 생각났다"고 말했다. 나중에 나온 진단에 따르면 정태욱은 목뼈에 금이 가는 전치 6주 중상을 입은 상태였다.
축구 선수들은 다양한 경로로 심폐소생 응급처치 교육을 받는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해부터 프로구단과 청소년팀 선수 전원을 대상으로 실습을 포함한 2시간짜리 심폐소생 의무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이상민도 이 교육을 받은 선수였다. 특히 이상민의 소속 학교인 숭실대에선 지난 2002년 경기 도중 선수 한 명이 심장마비로 숨진 일이 있었다. 숭실대 이경수 감독은 "사건 이후 동계 훈련이 있을 때마다 팀 트레이너가 선수들에게 응급처치 교육을 한다"며 "막상 상황이 발생하자 이상민 선수가 평소 교육받은 구급법을 제대로 실시했다"고 했다.
이후 김덕철 주심이 정태욱의 고개를 젖혀 기도를 확보했고, 이상민은 인공호흡을 시작했다. 이때까지 걸린 시간이 단 10초였다. 김 주심이 기도부터 확보한 것도 교육 덕분이었다. 그의 오른손에는 5년 전 대학리그 경기 도중 이번과 비슷한 상황에서 쓰러진 선수를 응급처치하다 생긴 치아 자국이 남아있다. 김 주심은 "5년 전에는 당황했지만, 이후 1년에 한 번씩 응급처치 교육을 받았다"며 "이번에는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고 했다.
다른 선수들은 정태욱의 축구화를 벗기고 몸을 감고 있던 테이프를 제거했다. 대한적십자사 장진성 과장(안전교육 전문가)은 "생존을 위한 골든타임은 4분 정도로, 그 안에 응급처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뇌사 혹은 심정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말려들어간 혀를 꺼내고 기도를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데 당시 상황에서 필요한 조치가 제대로 수행됐다"고 했다. 정태욱은 곧이어 의료진으로부터 추가적인 응급처치를 받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빠른 응급처치로 심각한 부상을 피할 수 있었다"며 "정태욱의 재활 과정을 지켜본 뒤 5월 20일 개막하는 20세 이하 월드컵 출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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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3/29/201703290027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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