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드론 이용해 핵물질 뿌리는 ‘더티 밤’테러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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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으로 방사성 물질 투하' IS 핵테러 경계령
핵안보정상회의를 계기로 이슬람국가(IS)의 핵 테러 우려가 커졌다. IS가 병원·대학·공장 등에서 방사성 물질을 입수할 가능성이 있고 10g의 방사성 물질과 재래식 폭발물로 ‘더티 밤’을 만든 후 드론으로 터뜨리면 도시가 초토화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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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현지시간)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대화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오바마는 “핵 테러가 세계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워싱턴 AP=뉴시스]


"IS 핵물질 확보가 가장 큰 위협"
방사성 물질 쓰는 병원·대학 등
보안 느슨해 탈취될 위험성 커
전문가 "10g만으로 도시 초토화"

지난 1일(현지시간) 폐막한 미국 워싱턴DC 핵안보정상회의를 계기로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등의 핵 테러 위협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IS 등이 드론을 이용해 서구 도시들에 방사성 물질을 뿌리는 ‘더티 밤(dirty bomb)’ 테러 위험을 경고했다. 그는 “(IS 등의 핵 물질 확보는)세계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 중 하나”라며 “미치광이들이 핵무기나 핵 물질을 갖게 된다면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죽이기 위해 틀림없이 그것을 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IS가 이미 화학무기를 쓴 바 있고 알카에다도 오랫동안 핵 물질을 추구해왔다”고 설명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테러리스트들이 핵 물질을 보유한다는 생각은 매우 무서운 전망이지만 벨기에 테러를 보면 이는 아주 현실적 위협”이라고 진단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핵 테러리즘은 인류의 공적”이라며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국제 핵안보체제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CNN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IS가 ‘더티 밤’을 만들기 위해 방사성 물질을 입수할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2일 전했다. 방사성 물질은 유럽 내 수백 곳의 병원·대학·공장 등에서 사용되고 있다. 병원 등 민간시설은 보안이 상대적으로 느슨해 테러리스트들이 침투해 핵 물질을 탈취할 위험이 있다. 테러리스트들이 핵 물질을 쉽게 구할 수 있는 드론에 탑재해 터뜨리는 것은 비교적 단순하다고 CNN은 보도했다.

벨기에 브뤼셀 테러범들이 테러에 앞서 지난해 벨기에 핵프로그램 연구 책임자의 집을 10시간가량 몰래 촬영한 사실이 드러난 뒤 벨기에 민간 핵 시설에 대한 경계가 강화됐다. IS가 2014년 이라크 주요 도시 모술을 점령하면서 모술대학에 있는 40㎏의 우라늄화합물을 획득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미국 정부는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방사성 물질이 의료 시설에서 내부자에 의해 빼돌려져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다크 웹’을 통해 테러리스트들에게 팔리는 시나리오를 발표했다고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가 2일 전했다. 미국 특공대가 방사성 물질 폭발물을 확보해 무력화하는 훈련을 받고 있다는 사실도 공개됐다.

핵·생화학무기 확산 방지 운동을 벌이는 미국 비영리 민간재단 플러프쉐어스 재단의 조셉 서린초니 총재는 CNN에 “IS는 재정과 글로벌 네트워크 면에서 쉽사리 핵 물질을 취득해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 IS가 지구촌에 전례 없는 핵 위협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에 따르면 IS가 10g의 방사성 물질과 소량의 재래식 폭발물을 결합해 ‘더티 밤’을 만든 뒤 대도시 도심에 터뜨릴 경우 수년간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역이 된다. 이 경우 지구촌에 엄청난 심리적·경제적 타격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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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네덜란드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 이후 설립된 하버드대 벨퍼과학국제문제센터는 ‘핵 테러 방지’ 보고서에서 “핵 물질 안전 조치는 다소 향상된 반면, IS 등 테러 단체의 (핵)능력은 극적으로 상향된 만큼 핵 테러 위험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벨기에 원전 노동자였던 일리야스 부갈라브가 시리아로가 IS에 가담했다”며 “전세계에서 핵 물질의 안전을 높이기 위한 조치들이 신속히 취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한 52개국 정상들은 지난 1일 발표한 공동 성명(코뮈니케)에서 핵·방사능 테러에 대응한 국제 공조를 지속하며, 강력하고 포괄적인 국제 핵안보 체제 구축을 위해 협력할 것을 결의했다. 이를 위해 핵 안보 관련 임무를 수행하는 유엔·국제원자력기구(IAEA)·인터폴·세계핵테러방지구상(GICNT)·글로벌파트너십(GP) 등 5개 국제기구·협의체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정재홍 기자 hongj@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오바마, 드론 이용해 핵물질 뿌리는 ‘더티 밤’테러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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