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4.10 07:49 | 수정 : 2016.04.10 08:03
- ▲ 광나루 비행장 전경. /한동희 기자
기자도 동행한 DJI의 이재홍 파일럿(24)과 모형비행장 뒤편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이 파일럿이 은색으로 제작된 특수 스티로폼 가방을 열자 DJI의 드론 최신형 제품인 팬텀4가 모습을 드러냈다. 본체 연결부에 프로펠러 4개를 꾹 눌러 고정했다. 조종기와 애플 아이패드도 연동했다. 본체를 들어보니 가벼웠다. 팬텀4의 공식 무게는 1380g. 손가락 힘만으로도 들 수 있는 수준이다.
'위이이잉.' 드론의 프로펠러가 돌기 시작했다. 드론이 기자의 눈높이까지 상승했다. 곁의 나뭇가지들이 출렁일 정도로 프로펠러의 바람이 셌지만, 팬텀4는 흔들림 없이 위치와 고도를 유지했다. 팬텀4 하단부에는 카메라와 두개의 원이 있다. 이들 원은 고도 10m 이내에서 작동하는 '비전 포지셔닝(vision positioning)' 센서다. 드론이 제자리에 떠있는 호버링(hovering)을 돕는다.
"시작하겠습니다." 이 파일럿의 말과 함께 팬텀4가 하늘로 솟구쳤다.
◆ 150m 상공에서 내려다본 광경 아찔해…최대 시속 72km
잠시 조종기를 건내받아 팬텀4를 조작해봤다. 방향 조작기는 생각보다 훨씬 민감했다. 방향을 조정하는 오른쪽 레버를 오른쪽으로 살짝 밀어보니, 팬텀4 역시 슬금슬금 오른쪽으로 움직였다. 고도를 조절하는 왼쪽 레버를 위쪽으로 힘을 주어 눌렀더니 팬텀4가 빠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 ▲ 팬텀4가 호버링하고 있는 모습./한동희 기자
<팬텀4 시험비행 영상>
https://youtu.be/MtwogyG8QJ
팬텀4는 반경 5km 내에서 무리없이 조작할 수 있는 통신 기능을 갖췄다. 혹시라도 신호가 끊겼을 때는 어떻게 될지 궁금했다. 이 파일럿은 "신호가 끊길 경우 배터리만 충분하다면 처음 비행을 시작한 지점으로 스스로 돌아오도록 설계됐다"며 " 잃어버릴 위험이 이전 제품들보다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 ▲ 팬텀4 전용 조종기에 아이패드를 연결한 모습. /한동희 기자
드론이 천천히 하강했다. 이 파일럿은 "이제부터 스포츠 모드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시속 25km로 천천히 움직이던 팬텀4가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새가 빠르게 눈앞을 지나치듯 드론은 시계 반대 방향으로 빠르게 원을 그리며 돌았다. 스포츠 모드에서 팬텀4의 최고 속도는 시속 72km였다.
이 파일럿은 "드론의 속도감을 즐기기 위해 숙력된 이용자들이 사용하는 기능이다"며 "조작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애완견처럼 졸졸 쫓아가는 드론…"섬뜩한 느낌도 있어"
"A씨 저 앞에 잠깐 서보세요." 이 파일럿이 동행한 DJI 직원에게 주문했다.
"앞으로 걸어가 보세요."
A씨가 발걸음을 떼자 10 발자국 정도 뒤 상공에 떠 있던 팬텀4가 A씨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마치 줄로 묶어놓기라도 한 듯, 드론은 A씨가 움직이는 방향대로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쫓았다.
- ▲ 액티브트랙 기능을 활성화하자 드론이 선택된 피사체를 쫓아갔다. /한동희 기자
- ▲ 액티즈트랙을 쓰려면 팬텀4 전용 앱 화면에서 피사체를 손가락으로 드래그해 선택하면 된다. /한동희 기자
팬텀4는 본체 전면부에 있는 '장애물 회피 센서' 덕분에 충돌의 위험을 줄였다. 이 파일럿은 "이전에 드론을 비행할 때 건물에 부딪히거나 장애물에 걸려 바다에 빠뜨린 경험이 있었다"며 "팬텀4는 비행 중 장애물이 앞에 있으면 아무리 레버를 앞으로 밀어도 움직이지 않거나 옆으로 피한다"고 말했다.
DJI는 조종이 미숙한 이용자도 드론을 쉽게 날릴 수 있도록 팬텀4에 '탭플라이(Tapfly)' 기능을 추가했다. 조종기와 연결한 스마트폰 또는 태블릿PC에 비친 화면의 특정 지점을 누르면(tap) 그 방향으로 드론이 자동으로 움직이는 기능이다. 드론에 무지했던 기자도 무리없이 이 기능을 쓸 수 있었다.
팬텀4는 이날 오후 2시 35분쯤 경고음을 내기 시작했다. 배터리가 다 됐다는 신호였다. 팬텀4의 배터리 용량은 5350밀리암페어(mAh)다. 30분가량 비행할 수 있는 수준이다. 배터리를 충전하는데 1시간 3분이 걸린다.
드론은 이·착륙 과정에서 가장 잘 망가진다. 조종이 미숙한 이용자들이 수평을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DJI는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팬텀4에 자동 이착륙 시스템을 적용했다. 이 파일럿이 앱에 있는 자동 이착륙 기능 버튼을 누르자 팬텀4가 살포시 지면에 내려앉았다.
- ▲ 초보자도 드론을 쉽게 날릴 수 있도록 하는 탭 플라이 기능. /한동희 기자
한 공간에서 수많은 드론이 한꺼번에 비행하면 위험하진 않을까. 이 파일럿은 "10제곱미터 공간에서 2500대까지는 안전하게 전파 교란 없이 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높은 곳에서 자유롭게 비행하며 담아낸 서울 한강의 모습은 색달랐다. 한강변의 전망이 좋은 고층 빌딩에 거주해야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을 경험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늘을 나는 새들의 시각이 궁금했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면 드론이 그 갈증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팬텀4를 시험비행하면서 아쉬웠던 점도 있었다. 팬텀4의 구조상 카메라를 좌우로 움직여 촬영할 수 없었다. 좌우로 움직이면 양옆의 지지대가 화면에 노출돼 카메라는 앞뒤로만 움직였다. 앞으로 나올 팬텀 시리즈는 이런 단점을 개선해 더 자유자재로 촬영할 수 있는 기능을 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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