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기] DJI 드론 팬텀4…150m 하늘에서 바라본 서울

  • 한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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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6.04.10 07:49 | 수정 : 2016.04.10 08:03

    4월 7일 오후 2시 서울 강동구 천호동. 길가에는 벚꽃이 활짝 폈다. 광나루 한강공원에 들어섰다. '우우웅', '피유우웅.' 오전에 내린 비가 개고 말끔해진 하늘에 비행물체 4대가 굉음을 내며 날고 있었다. 이곳은 광나루 모형비행장. 하늘에 떠 있는 것은 무전조종(RC) 비행기들이었다.

    광나루 비행장 전경. /한동희 기자
    광나루 비행장 전경. /한동희 기자
    축구장 크기의 아스팔트 활주로 뒤쪽에서는 노란색 조끼를 입은 한국모형항공협회 회원들이 드론을 하늘 곳곳에 날려보내고 있었다. 2.5기가헤르츠(Ghz)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는 RC 비행기들과 혹시라도 전파 충돌을 일으킬 수 있어, 드론은 모형비행장 뒤편에서만 날릴 수 있다.

    기자도 동행한 DJI의 이재홍 파일럿(24)과 모형비행장 뒤편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이 파일럿이 은색으로 제작된 특수 스티로폼 가방을 열자 DJI의 드론 최신형 제품인 팬텀4가 모습을 드러냈다. 본체 연결부에 프로펠러 4개를 꾹 눌러 고정했다. 조종기와 애플 아이패드도 연동했다. 본체를 들어보니 가벼웠다. 팬텀4의 공식 무게는 1380g. 손가락 힘만으로도 들 수 있는 수준이다.

    [사용기] DJI 드론 팬텀4…150m 하늘에서 바라본 서울
    준비 과정은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팬텀4의 전원을 켰다. 드론에 달린 카메라의 영상이 아이패드로 실시간 전송됐다. DJI 드론 전용 앱 'DJI GO' 화면에 드론의 상태가 모두 '노멀(normal·정상)'로 표시됐다.

    '위이이잉.' 드론의 프로펠러가 돌기 시작했다. 드론이 기자의 눈높이까지 상승했다. 곁의 나뭇가지들이 출렁일 정도로 프로펠러의 바람이 셌지만, 팬텀4는 흔들림 없이 위치와 고도를 유지했다. 팬텀4 하단부에는 카메라와 두개의 원이 있다. 이들 원은 고도 10m 이내에서 작동하는 '비전 포지셔닝(vision positioning)' 센서다. 드론이 제자리에 떠있는 호버링(hovering)을 돕는다.

    "시작하겠습니다." 이 파일럿의 말과 함께 팬텀4가 하늘로 솟구쳤다.

    ◆ 150m 상공에서 내려다본 광경 아찔해…최대 시속 72km

    잠시 조종기를 건내받아 팬텀4를 조작해봤다. 방향 조작기는 생각보다 훨씬 민감했다. 방향을 조정하는 오른쪽 레버를 오른쪽으로 살짝 밀어보니, 팬텀4 역시 슬금슬금 오른쪽으로 움직였다. 고도를 조절하는 왼쪽 레버를 위쪽으로 힘을 주어 눌렀더니 팬텀4가 빠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팬텀4가 호버링하고 있는 모습./한동희 기자
    팬텀4가 호버링하고 있는 모습./한동희 기자
    아이패드에 비친 광나루 모형비행장의 모습이 점점 멀어졌다. 화면에 표시된 고도가 60m를 넘어서자 드론이 좁쌀만한 크기로 보이기 시작했다. 드론은 150m 상공까지 올라갔다. 지상에서 올려다보니 드론은 펜으로 찍은 점보다 작게 보였다. 이 파일럿은 "법적으로 150m 이상 비행은 금지됐다"며 "해수면 기준으론 6km까지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팬텀4 시험비행 영상>
    https://youtu.be/MtwogyG8QJ

    팬텀4는 반경 5km 내에서 무리없이 조작할 수 있는 통신 기능을 갖췄다. 혹시라도 신호가 끊겼을 때는 어떻게 될지 궁금했다. 이 파일럿은 "신호가 끊길 경우 배터리만 충분하다면 처음 비행을 시작한 지점으로 스스로 돌아오도록 설계됐다"며 " 잃어버릴 위험이 이전 제품들보다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팬텀4 전용 조종기에 아이패드를 연결한 모습. /한동희 기자
    팬텀4 전용 조종기에 아이패드를 연결한 모습. /한동희 기자
    팬텀4의 카메라는 천천히 앞 뒤로 각을 바꾸면서 촬영을 했다. 화면에 비친 광나루의 광경은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과 같았다. 영상은 흔들림이 없었고 선명했다. 한강의 모습과 공원을 누비는 시민들을 차분히 담아냈다. 팬텀4 카메라는 1200만화소로 초고화질(UHD)급 화질을 제공한다. 화각은 20mm, 조리갯값은 F2.8로 고급 기종인 DSLR(일반안사식)과 같은 수준이다.

    드론이 천천히 하강했다. 이 파일럿은 "이제부터 스포츠 모드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시속 25km로 천천히 움직이던 팬텀4가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새가 빠르게 눈앞을 지나치듯 드론은 시계 반대 방향으로 빠르게 원을 그리며 돌았다. 스포츠 모드에서 팬텀4의 최고 속도는 시속 72km였다.

    이 파일럿은 "드론의 속도감을 즐기기 위해 숙력된 이용자들이 사용하는 기능이다"며 "조작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애완견처럼 졸졸 쫓아가는 드론…"섬뜩한 느낌도 있어"

    "A씨 저 앞에 잠깐 서보세요." 이 파일럿이 동행한 DJI 직원에게 주문했다.

    "앞으로 걸어가 보세요."

    A씨가 발걸음을 떼자 10 발자국 정도 뒤 상공에 떠 있던 팬텀4가 A씨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마치 줄로 묶어놓기라도 한 듯, 드론은 A씨가 움직이는 방향대로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쫓았다.

    액티브트랙 기능을 활성화하자 드론이 선택된 피사체를 쫓아갔다. /한동희 기자
    액티브트랙 기능을 활성화하자 드론이 선택된 피사체를 쫓아갔다. /한동희 기자
    이 기능은 팬텀4의 '액티브트랙(Active Track)'이다. 아이패드 화면에서 피사체를 손가락으로 드래그해 선택하면, 드론은 센서로 피사체의 움직임을 인식해 따라 이동하는 기능이다. 이 기능을 설정하면 별도의 조작없이도 자동으로 원하는 피사체의 움직임을 촬영할 수 있다. 애완견이나 뛰노는 아이의 모습을 영상으로 담으려는 이용자에게 적합한 기능이다. 졸졸 쫓아가는 모습이 귀엽기도 했지만 감시받는 듯한 섬뜩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액티즈트랙을 쓰려면 팬텀4 전용 앱 화면에서 피사체를 손가락으로 드래그해 선택하면 된다. /한동희 기자
    액티즈트랙을 쓰려면 팬텀4 전용 앱 화면에서 피사체를 손가락으로 드래그해 선택하면 된다. /한동희 기자

    팬텀4는 본체 전면부에 있는 '장애물 회피 센서' 덕분에 충돌의 위험을 줄였다. 이 파일럿은 "이전에 드론을 비행할 때 건물에 부딪히거나 장애물에 걸려 바다에 빠뜨린 경험이 있었다"며 "팬텀4는 비행 중 장애물이 앞에 있으면 아무리 레버를 앞으로 밀어도 움직이지 않거나 옆으로 피한다"고 말했다.

    DJI는 조종이 미숙한 이용자도 드론을 쉽게 날릴 수 있도록 팬텀4에 '탭플라이(Tapfly)' 기능을 추가했다. 조종기와 연결한 스마트폰 또는 태블릿PC에 비친 화면의 특정 지점을 누르면(tap) 그 방향으로 드론이 자동으로 움직이는 기능이다. 드론에 무지했던 기자도 무리없이 이 기능을 쓸 수 있었다.

    팬텀4는 이날 오후 2시 35분쯤 경고음을 내기 시작했다. 배터리가 다 됐다는 신호였다. 팬텀4의 배터리 용량은 5350밀리암페어(mAh)다. 30분가량 비행할 수 있는 수준이다. 배터리를 충전하는데 1시간 3분이 걸린다.

    드론은 이·착륙 과정에서 가장 잘 망가진다. 조종이 미숙한 이용자들이 수평을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DJI는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팬텀4에 자동 이착륙 시스템을 적용했다. 이 파일럿이 앱에 있는 자동 이착륙 기능 버튼을 누르자 팬텀4가 살포시 지면에 내려앉았다.

    초보자도 드론을 쉽게 날릴 수 있도록 하는 탭 플라이 기능. /한동희 기자
    초보자도 드론을 쉽게 날릴 수 있도록 하는 탭 플라이 기능. /한동희 기자
    착륙한 드론을 살펴보니 프로펠러에 핏자국이 묻어있었다. 날파리를 비롯한 벌레들이 드론과 부딪히면서 생긴 것이다. 비행 중인 드론의 프로펠러에 손가락이 닿으면 살이 찢어진다. 팬텀4의 프로펠러는 사람 손가락과 같은 사물에 부딪히면 그 즉시 동작을 멈춘다.

    한 공간에서 수많은 드론이 한꺼번에 비행하면 위험하진 않을까. 이 파일럿은 "10제곱미터 공간에서 2500대까지는 안전하게 전파 교란 없이 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높은 곳에서 자유롭게 비행하며 담아낸 서울 한강의 모습은 색달랐다. 한강변의 전망이 좋은 고층 빌딩에 거주해야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을 경험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늘을 나는 새들의 시각이 궁금했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면 드론이 그 갈증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팬텀4를 시험비행하면서 아쉬웠던 점도 있었다. 팬텀4의 구조상 카메라를 좌우로 움직여 촬영할 수 없었다. 좌우로 움직이면 양옆의 지지대가 화면에 노출돼 카메라는 앞뒤로만 움직였다. 앞으로 나올 팬텀 시리즈는 이런 단점을 개선해 더 자유자재로 촬영할 수 있는 기능을 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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