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국정 철학이 돋보였다고 평가받는 2014년 3월 28일 독일 드레스덴 연설마저도 박 대통령 연설이 있기 하루 전인 3월 27일 받아 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통령 연설문은 사전에 극도의 보안을 거치기 때문에 청와대 내부에서도 공유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최순실씨 PC에서 연설문이 발견됐습니다. 앞서 최씨의 측근이었던 고영태씨는 "최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수정했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최순실씨 사무실에 있던 PC에서는 각종 문서 등 200여 개의 파일이 있습니다. 이 파일들 속에는 대통령의 연설문을 비롯해 최순실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모든 정치 활동을 기획하고 움직였다는 의혹을 낳는 증거들도 있습니다.
①파일명 : 130728휴가... 2013년 저도 여름 휴가 사진
최씨의 PC에는 '130728_휴가'라는 사진 파일이 있습니다. 이 파일 속 날짜를 보면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저도에서 여름 휴가를 보냈던 시기와 일치합니다. 문제는 날짜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페이스북에 여름 휴가 사진을 올린 날짜는 7월 30일입니다.
당시 언론조차도 박근혜 대통령 페이스북을 보고 휴가 사진을 보도했는데, 최씨의 PC에는 '130728(2013년 7월 28일) 휴가'라는 파일이 있었습니다. 페이스북이라는 파일도 있다는 점을 본다면 최씨가 박 대통령의 소셜미디어까지 관여했다는 의혹이 생길 수 있습니다.
JTBC가 입수한 최순실PC에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 드레스덴 연설문 파일 열람 날짜와 실제 연설 날짜
② 파일명 : 오방낭...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행사
최씨의 PC에는 '오방낭'이라는 제목의 파일이 있습니다. 다소 생소한 단어인데, '오방낭'은 건강과 복을 기원하는 부적 등을 넣었던 주머니를 말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식이 끝난 후 광화문 광장에서 '희망복주머니'라는 행사를 열었습니다. 이 희망복주머니의 다른 말이 바로 '오방낭'입니다. 최씨의 PC에 오방낭이라는 파일이 있다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식 행사에 최순실씨가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지 않았느냐는 의구심을 들게 합니다.
최순실 PC에 있었던 파일 리스트와 박근혜 대통령 행적들
③ 파일명 : 나만의우표_사진교체... 박근혜 취임 기념 나만의 우표
'나만의 우표'라는 기념 우표가 있습니다. 자신이 선택한 이미지로 기념 우표를 발급받는 서비스인데, 대중에 널리 알려진 제도입니다.
최씨의 PC에는 '나만의 우표_사진교체' '우표시안' '우표제안(1)' '우표제안(4)'라는 파일들이 있었습니다. 최씨가 박근혜 대통령 기념 우표에 사용되는 사진까지 선정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입니다. '시안'과 '제안'이 각기 따로 적힌 파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④ 파일명 : 옷1_1... 박 대통령 취임식 후 2년 동안 새옷만 124벌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하고 가장 논란이 됐던 부분은 바로 '패션'입니다. 매번 바뀌는 옷과 함께 '패션 외교' '패션 정치'라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최순실씨가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한복까지 챙겼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씨의 PC에는 '옷1_1' '옷1'이라는 파일이 있습니다. '박근혜 가방'을 만든 고영태씨가 최순실 측근이었다는 점으로 미뤄봤을 때 '최씨가 박 대통령의 옷차림을 모두 정해줬다'는 의혹은 허무맹랑한 소설은 아닌 듯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