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이 시대 아버지를 위한 차, 더 뉴 모하비

모토야 | 2016.04.1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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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하비는 기아차의 SUV 라인업 중 가장 크기가 큰 대형 SUV 모델이다. 아우디의 디자인 수장이었던 피터 슈라이어가 디자인에 참여했다. 모바히의 토대가 되는 콘셉트카는 HM이라는 프로젝트 개발명으로 KCD-II(서브 네임 메사)로 개발되어 2005년 북미오토쇼에서, 양산형 차량은 2008년 북미오토쇼에서 처음으로 일반에게 공개됐다. 현대차의 베라프루즈와 엔진은 공유했고, 차체는 프레임 방식을 취했다. 본래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차량으로 개발되어 북미시장에는 보레고(Borrego)라는 모델명으로 판매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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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차인 더 뉴 모하비는 8년 만에 선보이는 부분 변경 모델이다. 유로 6 기준을 충족시켜야 하는 일정 때문에 2015년 9월에 생산이 중단된 후, 유로 6기준을 충족시킨 엔진에 후륜 8단 자동 변속기 탑재와 올 뉴 K7에 새롭게 적용된 실내 디자인 컨셉트으로 탈바꿈하고 올 해 2월에 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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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뉴`라는 수식어를 달고 등장한 2016년형 모하비는 초기 모델의 외관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스트롱 디그니티(Strong Dignity)’의 위엄은 여전히 주의를 압도한다. 위엄은 앞 모습에서 가장 강력하게 나타난다. 새롭게 적용된 크롬 메쉬 패턴의 라이에이터 그릴과 스키드 플레이트가 강력한 인상을 만들어 냈다. 헤드램프는 LED 주간주행등이 신규 적용되었고, 안개등 주변에도 메쉬 패턴의 테두리를 둘러 완성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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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면은 투 톤 사이드 가니쉬로 처리된 육중한 몸집이 직접적으로 체감되는 면이다. 보다 편안한 승하차를 위해 발판을 두었고, 전후면 범퍼에서 이어지는 휠 아치 몰딩은 견고한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18인치 크롬 스퍼터링 휠과 크롬을 적용한 사이드미러는 고급스런 존재감을 과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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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면은 새롭게 적용된 면발광 방식의 LED 테일램프가 자리 잡았다. 범퍼 하단에는 폭 넓은 스키드 플레이트를 덧대어 든든한 오프로드 이미지를 배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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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뉴 모하비의 전반적인 인상은 패턴을 바꾼 라디에이터 그릴 중심으로 크롬 소재를 전방위적으로 적용해 기존의 당당함에 고급스런 이미지를 더한 느낌이 강하다. 제원상 길이X너비X높이는 4,930X1,915X1,810mm다. 축거는 2,895mm, 공차 중량은 2,290kg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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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꽤나 멋스럽게 단장되었다. 원목 무늬 패널, 하이그로시, 새틴 크롬 등을 내부 곳곳에 적용해 한 층 멋을 부렸다. 더불어 좀 더 직관적이고 사용이 편리한 인터페이스로 사용자의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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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페시아는 일목요연한 인터페이스로 개선되었다. 크게 디스플레이영역과 냉난방 조작부로 나누고, 각종 버튼과 그 위로 표시한 적당한 크기의 문자와 아이콘들은 처음 접하는 운전자라도 금새 기능을 숙지하고 조작할 수 있을 정도로 편하다. 사소한 부분이지만 버튼의 기능인지에 따른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감안한다면 모하비의 것은 매우 만족스런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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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1시 방향의 림에 우드 트림을 적용한 모하비 전용 가죽/우드그레인 스티어링 휠도 새롭게 적용되었다. 무광 크롬 패널을 덧대고 그 위로 버튼들을 올려 주행 중 운전자의 편의성을 높였다. 조작에 따른 스티어링 휠의 반응은 부드럽고 가벼운 편이다. 험난한 오프로드에서 힘든 조작이 아닌 간편한 조작으로 차체를 원하는 방향으로 자유롭게 거동시켜야 하는 주행의 특성을 위한 세팅이다. 계기판은 엔진회전계와 속도계, 그 사이로 주행 및 차량 관련 4.2인치 LCD 정보창이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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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속 기어 레버 주변에는 에코 주행모드, 냉난방 시트, 스티어링 휠의 열선 기능, 전방위 카메라, USB/AUX 단자 등을 모아 두었다. 2개의 컵홀더와 기어 레버 앞으로 크기가 작은 개폐형/개방형 수납공간이 제공된다.


시트는 2+3+2 구조를 가진 7인승 형태가 제공된다. 시트의 소재는 퀼팅 나파 가죽이다. 시각적으로는 중후하고 질감은 포근하고 푹신하다. 시트 포지션은 기본적으로 높은 편에 속한다. 운전석의 높이를 최대한 낮춰도 창 너머 시야가 한 눈에 들어온다. 꽤나 만족스런 위치 선정이다. 1열과 2열에 제공되는 공간은 비교적 넉넉한 편이지만, 3열의 경우는 성인이 사용하기에는 협소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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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열 시트는 60:40 분할시트로 앞/뒤 이동과 접을 수 있는 구조를 가진다. 따라서 다양한 크기의 물건 적재가 가능한 공간으로의 연출에 도움이 크다. 7인승 기준으로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트렁크 공간은 350리터, 3열을 모두 접으면 1,220리터까지 확보할 수 있다. 2열과 3열 모두 접으면 더욱 넓은 적재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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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어 타이어는 차량의 하부에 거치된 형태로 제공된다. 트렁크 바닥 밑 공간이나, 트렁크 리드에 부착된 것과 크게 다르다. 오프로드에서의 타이어 교체 시, 불편함이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파워트레인은 3.0리터 V6 S2 디젤 엔진에 8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해 최고출력은 260마력, 최대토크 57.1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기존 모하비의 엔진에 비해 최고출력은 같고, 최대토크는 1.1kg.m 상승했다. 공인 연비는 기존 연비 측정 방식 기준(통칭, 구연비)으로 기존 모델과 같은 10.2km/l(AWD 모델 기준), 10.3km/l(파트 타임 4WD 모델 기준), 10.7km/l(2WD 모델 기준)를 유지했다. 요소수를 이용하는 선택형 환원 촉매(Selective Catalytic Reduction) 기술이 적용된 엔진은 지난 해 하반기부터 시행된 유로6 배기가스 규제를 만족한다. 구동방식은 후륜 구동방식을 기본으로 파트타입 4WD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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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을 걸면 SUV 같지 않은 정숙한 엔진사운드가 내부로 부드럽고 조용하게 유입된다. 디젤 엔진 특유의 진동도 크지 않다. 세단 못지 않은 수준이다. 거동에 따른 차체의 반응은 명쾌하고 발 빠르다. 2.3톤에 가까운 묵직한 차체임에도 날개 돋친 말마냥 거침없이 내달린다. 가속 페달에 큰 힘을 주지 않아도 생각한 만큼 노면을 차고 돌진한다. 새롭게 채용된 8단 변속기의 역할이 크다. 기어비를 촘촘하게 여며 어느 단수에서도 기분 좋은 직결감으로 차량을 제 역량만큼 밀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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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가속을 시도하면 엔진회전계수 4000rpm을 넘나들며 기어단수가 변경된다. 4단으로 100km/h으로의 진입이 가능하고, 7단으로는 제한 최고속도까지 다다를 수 있다. 최고속도에 이르기까지의 출력은 부족함이 없다. 추가적인 가속도 충분할 정도로 여유가 있다. 스포츠 세단만큼은 아니지만 느낌상 웬만한 준대형 세단 못지 않은 가속 성능을 지녔다. 100km/h 정속 주행을 시도하면 회전계수는 1600rpm에 머무른다. 에코 모드에서의 초기 가속 시, 반응이 조금 무뎌지는 것을 빼고는 에코나 노멀 모드에서의 주행 감성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고속 주행에서의 몇 번의 끊어 시도하는 제동력도 만족스럽다. 차체는 급격히 무너지지 않고 안정적인 자세로 지면에 바로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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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에서의 주행은 여유롭다. 시트 포지션이 높은 구조적 특징 때문에 혼잡한 도심에서의 답답함은 크지 않다. 주변의 교통 상황을 한발 먼저 파악할 수 있어 눈치 빠른 주행도 가능하다. 잦은 제동에 따른 차체의 제어도 훌륭하다. 차체가 크게 출렁거리지 않고 바로 바로 선다. 요철 구간에서도 초기 모델보다 더욱 효과적으로 충격을 다스려낸다. 전륜 서스펜션에 신규 적용한 유압식 리바운드 스프링 덕분이다.


코너 구간에서의 진입과 탈출 능력도 생각보다 출중하다. 큰 몸집에서 풍기는 느낌과는 달리 코너를 제법 올곧게 읽어 내고 반응한다. 생각보다 회전 반경을 크게 만들어 내며 코너를 돌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또한, 좌우로 출렁거리는 롤링 현상도 크지 않아 안정적으로 코너를 돌아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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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주행 연비는 100km/h로 고속도로 정속 주행 시 12.8km/l, 혼잡한 도심 6.9km/l, 원활한 도심 8.7km/l의 결과를 보였다. 제원상 제공되는 복합연비와 큰 차이가 없었다.


주행 중 승차감과 정숙성도 만족할만하다. 흡/차음재를 개선하여 파워트레인으로부터 유입되는 소음과 노면 소음을 보다 억제하여 N.V.H의 수준을 대폭으로 높였다. 이와 함께 후측방 경보 시스템(BSD)과 차선 이탈 경보 시스템(LDWS), 전방 추돌 경보 시스템(FCWS), 야간 주행 시 주변 환경에 따라 상향등을 자동으로 조작해주는 하이빔 어시스트(HBA) 등의 안전 사양과 주차 시 차량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영상을 제공하는 어라운드뷰 모니터링 시스템(AVM), 운전자가 동승석 시트 위치를 쉽게 조절할 수 있는 동승석 워크인 디바이스, 최신 IT 기술과 스마트폰 연동을 통한 원격시동 및 공조제어 등을 가능하게 하는 유보(UVO) 2.0 8인치 신형 내비게이션 등, 고급 SUV를 표방하는 다양한 편의사양을 대거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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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팎의 진보된 디자인을 토대로 강력한 주행 성능과 안락한 승차감을 이끌어 낸 2016 더 뉴 모하비는 ‘이 시대의 아버지를 위한 차다.’ 라고 정의하고 싶다. 어느 환경에서도 쾌적하고 즐거운 아웃도어 활동을 가능하게 하며 가족의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아버지들을 위한 차이다. 판매가격은 노블레스(2WD) 4,025만 원, VIP(선택 4WD) 4,251만 원, 시승차인 프레지던트(상시 4WD) 4,680만 원이다. 

지난해 1000억 번 호날두, 전 세계 스포츠 선수 소득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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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프로축구 레알마드리드의 수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지난 1년 동안 전 세계 스포츠 선수 중 가장 돈을 많이 번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포브스지(誌)는 지난 12개월 동안 연봉이나 보너스, 상금 등을 모두 합쳐 가장 많은 돈을 번 스포츠 선수 100명을 선정해 8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올해 1위를 차지한 호날두는 총 8800만 달러(약 1014억 원)를 번 것으로 포브스는 집계했다. 연봉으로 5600만 달러, 나머지 3200만 달러는 상금이나 광고수입 등으로 벌었다.

조선일보

지난달 29일(현지 시각) 레알마드리드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왼쪽)가 아들과 함께 홈 구장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스타디움에서 2015-2016 챔피언스리그 우승 축하 행사를 펼치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그는 지난달 끝난 2015-2016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득점왕(16골)을 차지하며 팀에 우승컵을 안겼다.

포브스가 1990년에 최다 소득 선수 집계를 시작한 이후 개인 종목이 아닌 팀 종목 선수가 1위에 오른 것은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에 이어 두 번째다.

호날두의 라이벌인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가 8140만 달러로 2위를 지했다.

이어 미국 프로농구(NBA)에서 뛰는 르브론 제임스(클리블랜드·7720만 달러)와 테니스 스타 로저 페더러(스위스·6780만 달러), 또 다른 NBA 스타 케빈 듀란트(오클라호마·5620만 달러) 등이 3∼5위를 차지했다.

올해 프랑스오픈 테니스 남자 우승자인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와 미국 프로풋볼(NFL) 스타 캠 뉴턴(캐롤라이나), 프로골프 선수인 필 미컬슨과 조던 스피스(이상 미국), 지난 4월 NBA 코트를 떠난 코비 브라이언트 등도 10위 안에 들었다.

2000년대 최다 수입을 싹쓸이했던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부상 등으로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12위에 올라 체면을 살렸다.

미국의 여자 테니스 선수인 세리나 윌리엄스는 2890만 달러로 전체 순위 40위에 올라 여자 선수 중에서는 1위였다.

지난해까지 여자 선수 중 11년 연속 1위였던 마리야 샤라포바(러시아·2190만 달러)는 88위로 밀려났다.

한국 선수는 100위 이내에 한 명도 들지 못했다.

[조성준 기자

창조적 기술 개발로 세계 수상 레저 스포츠를 이끈다

이희재 우성아이비 대표

글 : 시정민  / 사진 : 장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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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아이비는 서프보드와 카약, 래프팅·스포츠·낚시용 보트 등 공기 주입식 보트를 만드는 중소기업이다.
공기 주입식이기 때문에 4m에 이르는 서프보드도 바람을 뺀 뒤 가방에 넣을 수 있다. 나무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무겁고 이동이 불편했던 기존 서프보드의 단점을 개선한 셈이다. 또한 우성아이비의 제벡(Zebec) 보트는 세계 래프팅 선수권대회의 공식 보트로 사용되고 있다. 유명 서핑 선수들이 각종 선수권대회에서 메달을 휩쓰는 데 꾸준히 이용되고 있다.
세계 60여 개국에 수출하며 세계시장 점유율 77%를 차지해 2014년 KOTRA ‘세계 일류 상품’에 선정됐고, 2015년 3월엔 국내 수상 레저업체 최초로 코스닥에 상장했다.

사진제공 : 우성아이비
수상 레저 산업의 성장 잠재력 확신

1986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무역업체의 해외 주재원으로 일했던 이희재 대표는 그곳에서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현지인들이 카약, 바나나보트, 제트스키 등을 타고 있었던 것이다. 검은 튜브를 빌려 노는 게 전부였던 우리나라와는 딴판이었다.

“그 후 터키, 이스탄불, 동남아 등지에서도 이와 같은 모습을 봤어요. 삼면이 바다인 나라의 국민으로서 수상 레저용품을 100% 수입에 의존한다는 사실에 안타깝더라고요. 우리 기술로 수상 레저용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한 낙후된 우리나라의 수상 레저 산업 분야에 성장 잠재력이 있다고 믿었고요.”

이 대표는 1992년 회사를 설립해 본격적으로 고무보트 개발에 매달렸다. 그러나 당시 그에게는 아무런 기술도 없었다. 월급이 30만 원이었던 때 300만 원에 달하는 일본・독일산 보트를 구입했다. 무작정 분해해 분리하고 조립하기를 수천 번 거듭하며 보트 제작 기술을 독학했다. 그 결과 그는 보트에 들어가는 못, 손잡이 등 작은 부품 하나조차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 국산화했다.

“바람을 많이 넣은 탓에 한쪽에서 바람이 새거나 균형이 맞지 않아 보트 운행 중 뒤집어지는 등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으며 보트를 만들었습니다.”

그는 완성된 보트를 해외 전시회에 선보였다. 그러나 “한국에서 만든 건 믿을 수 없다”는 바이어들의 냉담한 반응만 듣고 돌아와야 했다. 1년 동안 해외 바이어를 직접 찾아다니던 어느 날 스페인의 한 바이어로부터 계약을 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기적처럼 4000만 원짜리 계약을 목전에 두고 있었지만 보트 수출을 위해 필요한 적격검사를 받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되었다.

“정해진 규격인 800kg 이상의 부력이 유지 가능한지를 가늠하는 ‘보트 부력 테스트’를 해야 했어요. 바이어를 한강에 직접 데려왔죠. 저와 직원들이 몸무게를 잰 뒤 보트에 뛰어들었어요.

전 직원이 모여도 목표 중량을 채울 수 없어 급기야 임직원의 아내와 아이들까지 동원했죠.”

바이어는 그의 열정에 마음을 열었다. 한국산 보트를 세계 무대에 올리겠다는 의지로 첫 해외 수출의 길을 열었다. 보트는 안전과 직결된 만큼 그는 직접 찾아가는 사후 서비스를 시작했다. 우성아이비의 엔지니어는 여름이 시작되기 전인 4~5월경 40여 일 동안 사후 서비스가 필요한 나라를 방문해 무상 수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저희 말고는 사후 서비스를 하는 회사가 없어 타사 제품을 수리해준 적도 있어요(웃음). 신뢰를 얻으니 장기간 거래하는 고객이 늘기도 했고요. 사후 서비스를 하면 우리 제품의 약점을 알고 개선할 수 있어 좋아요. 시장 트렌드도 파악할 수 있죠. 고객에겐 만족감을 드리고 저희는 소통할 수 있어 좋습니다.”


엉뚱한 상상력이 낳은 다양한 보트


매년 신상품 개발을 철칙으로 세운 그는 하늘을 나는 보트인 ‘플라이 피시’, 손 대신 발로 젓는 카약인 ‘미라지 카약’ 등을 개발했다. 출장을 다닐 때도 늘 소설책을 챙긴다는 그는 신제품 아이디어는 ‘소설가적인 상상력’에서 나온다고 한다.

“‘왜 보트는 하늘을 날 수 없을까’ ‘카약은 왜 노로만 저어야 할까’ ‘알래스카에서도 래프팅을 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한 제품들을 직접 만들어보았습니다. 수면 6m 위까지 떠오르는 플라이 피시, 노를 손으로 젓는 것에 비해 힘이 10분의 1밖에 들지 않는 미라지 카약을 만들었고, 영하 40도에서도 견딜 수 있는 원단을 개발해 알래스카에서도 래프팅을 즐길 수 있게 됐죠. 엉뚱한 아이디어도 마음껏 상상하고 고민하면 현실이 됩니다. 시행착오는 있겠지만 시도조차 해보지 않는 것은 나쁘다고 생각해요.”

그의 상상은 수상 레저용품에 그치지 않았다. 공기 주입식 기술을 이용해 축사에 사용하는 카우 매트리스를 개발하는가 하면 이동과 보관이 편리한 유아용 카시트도 만들었다.

카우 매트리스는 소가 무릎을 꿇고 누울 때 생기는 고통을 완화해주는 매트리스다. 밴쿠버 대학에서 6개월간 실험한 결과, 카우 매트리스에서 지낸 소의 우유 생산량이 37% 증가, DHA 함량도 4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유의 질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어 해외에서 각광받고 있다.

최근에는 다인승 수상 인명 구조용 장비인 ‘레스큐 시스템’을 한창 개발 중이다. 레스큐 시스템은 쓰나미 혹은 해상 재난, 자연재해가 발생할 경우 수십 명에서 수백 명을 동시에 구조할 수 있는 공기 주입식 대형 구조물이다.

“유아용 카시트, 카우 매트리스처럼 공기 주입식 기술을 다양한 산업 영역에 접목해 확대해가려고 합니다. 더불어 수상 레저에 필요한 래시가드(수상 스포츠용 의류), 각종 액세서리 등 수상 레저 시장을 넓혀갈 생각입니다.”


신뢰가 곧 성공의 지름길


그는 창업 당시 1억 원으로 인천의 지하 셋방에 공장을 만들었다. 공동 창업자 네 명이 모여 1년여 동안 몇 가지 고무보트를 개발했지만 제대로 주문을 받은 적은 없었다.

“바닥난 자금에 월급은 다섯 달 치나 밀렸었죠. 보트 개발에 애착을 가졌던 직원들이 카드 대출을 받아 개발 자금에 보탰어요. 그때 가장 어려웠지만 또 가장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시절을 이겨내고 지금은 유럽, 미국 등 세계 60여 곳에 판매처를 확보하고, 매해 3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해 2014년엔 매출 400억 원을 달성했다. 성장의 원동력은 제품의 품질이었다.

“보트는 인명과 직결된 것이기 때문에 각종 인증을 받아야 합니다. 국가별 품질 인증 테스트를 위해 해외 바이어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 600~700페이지에 달하는 인증 책자를 만들었죠. 그렇게 유럽통합품질인증(CE), 북미 해양제조산업협회(MMMA) 등 여러 인증 테스트를 통과했습니다. 인증 테스트에 앞서 한강에 나가 전복 테스트를 하기도 했지요.”

우성아이비는 해외에서 받은 품질 인증만 50여 개, 특허와 실용신안은 130여 개에 이른다. 이는 안전성 및 품질을 증명하는 수치들로 안전성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90년대 후반부터 미국의 그랜드캐니언 등지에서 우성아이비의 제품이 선수용・상업용・경기용 보트로 사용되고 있다.

우성아이비는 한국,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지에 여섯 개의 공장을 두고 있는데, 해외 공장을 철저히 현지화했다. 한국인 기술자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현지인을 고용했다. 그는 “초기엔 어렵더라도 맡겨놓으면 오히려 부정이 더 없다”고 한다. ‘신뢰’가 곧 성공의 지름길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동안 유럽과 미국에 편중돼 있던 수출선을 중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지역을 포함한 100여 개국으로 넓혀갈 계획입니다. 공기 주입식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건 레저 스포츠용・군용・어선용 보트를 비롯해 워터파크 내 놀이 시설 등 무궁무진합니다. 그동안의 시행착오와 경험을 바탕으로 수상 레저 그룹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0.02%…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입력 : 2016.05.04 03:00

기적은 찾아오지 않는다,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꼴찌였던 레스터 시티, 프리미어리그 우승

- 돈으로 이기는 세상? 아니더라
자세히보기 CLICK
선수단 총 연봉은 맨유의 4분의 1… 0.02% 우승확률을 현실로 만들어

- 우승 뒤엔 '라바마 삼총사'
루저라고 조롱받던 라니에리 감독, 라커룸서 록음악 '파이어' 틀고
선수들 마음속의 불꽃 피워내… 바디·마레즈 등 설움 딛고 펄펄

- 지금 영국은 레스터 신드롬
빵·커피·옷에 레스터 색깔 푸른색

노동절 휴일이었던 2일(현지 시각) 저녁 영국 레스터(Leicester) 시민들의 눈은 일제히 TV를 향했다. 화면에선 토트넘과 첼시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6라운드 경기가 벌어지고 있었다. 레스터 시티가 이날 리그 우승의 영광을 안기 위해선 2위 토트넘이 첼시와 비기거나 패해야 했다.

토트넘은 해리 케인과 손흥민의 연속 골로 전반을 2―0으로 앞섰다. 첼시는 후반 13분 팀 케이힐이 한 골을 만회했다. 레스터 시티 팬들이 간절히 첼시의 동점골을 바라던 후반 38분 에덴 아자르가 오른발로 감아 찬 슈팅이 그림처럼 골망에 꽂혔다. 그 순간 잉글랜드 중부의 인구 30만 도시 레스터는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2대2로 경기가 끝나면서 레스터 시티는 1884년 창단 이후 132년 만에 정상에 등극했다. 꼬마 팬부터 80대 노인까지 모든 레스터 시티 팬이 처음 맛보는 1부 리그 우승의 감격이었다.

지난 시즌 꼴찌를 달리다 1부 리그에 간신히 턱걸이한 레스터 시티의 올 시즌 목표는 프리미어리그 잔류였다. 팀이 선수들에 지급하는 총연봉은 800억원으로 첼시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4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는 팀이 가질 수 있는 현실적 목표였다. 레스터 시티 주전 라인업 11명의 이적료(팀 끼리 주고받는 돈)총합(400억원)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2009년 레알 마드리드로 갈때 기록한 이적료 (1300억원)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클라우디오 라니에리(65·이탈리아) 감독은 "다른 팀이 수영장을 갖춘 빌라에 산다면 우리는 지하실에 산다"고 했다.

하지만 레스터 시티는 거짓말처럼 초반부터 치고 나가더니 23라운드부터는 계속 선두를 유지하다 우승을 확정했다. 자본이 넘치는 프리미어리그에서 '흙수저' 팀이 보여준 반란에 세계 팬들은 열광했다.

레스터 시티 우승 이끈 '라바마' 사진
레스터 시티 우승의 주역으로 이른바 '라·바·마(라니에리·바디·마레즈)' 3총사가 손꼽힌다. 올 시즌을 앞두고 레스터 시티의 지휘봉을 잡은 라니에리는 감독 인생 30년 만에 15번째 팀에서 처음 1부 리그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그는 첼시와 인터밀란, AS로마, 유벤투스 등 수많은 명문 클럽을 이끌었지만 정상 정복에는 실패했다. '우승 청부사'로 불리는 주제 무리뉴 전 감독은 라니에리를 '루저'(패배자)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라니에리는 주어진 현실을 인정하고 가장 효율적인 길을 찾았다. 그는 "레스터 시티는 포레스트 검프 같은 팀"이라고 했다. 쉬지 않고 뛰는 영화 주인공 검프처럼 많이 뛰고 헌신적인 선수들을 중용해 수비를 안정시켰고, 긴 패스로 한 방의 역습을 노리는 작전을 썼다. 그는 성공하고 싶은 선수들의 열정을 깨우기 위해서도 노력했다.

리그 첫 경기 때는 라커룸에서 록밴드 카사비안의 '파이어'를 틀었다. 훈련 시작 때는 선수들에게 종소리를 뜻하는 "딜리딩 딜리동(dilly-ding, dilly-dong)"이란 말을 마음속으로 외치게 했다고 한다. 라니에리는 "선수들이 마음속으로 종을 울리며 내면에서 타오르는 불을 찾길 원했다"고 했다. 이런 조련 속에 올 시즌 22골을 기록하며 불을 뿜은 선수가 제이미 바디(29·잉글랜드)였다. 동료들과 함께 자신의 집에서 토트넘-첼시전을 관전한 바디는 "프리미어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게 된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프랑스 7부 리그에서 본격적인 선수 생활을 시작한 리야드 마레즈(25)도 레스터 시티에서 팔자가 바뀌었다. 2014년 이적료 7억원에 레스터 시티로 온 그는 올 시즌 17골 11도움을 기록하며 불과 2년 만에 빅 클럽들이 500억원이 넘는 이적료를 앞세워 러브콜을 보내는 스타가 됐다.

맨유 유스 출신이지만 1군 데뷔를 하지 못하고 맨유를 떠났던 미드필더 대니얼 드링크워터는 레스터 시티에서의 활약으로 잉글랜드 대표팀에 승선했다. 전설적인 골키퍼 피터 슈마이켈의 아들인 캐스퍼 슈마이켈은 골문을 든든히 지키며 비로소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기적 같은 우승에 각계의 찬사가 쏟아졌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정말 놀랍고 가치 있는 우승'이라고 했고, 팝 스타이자 토트넘 팬인 아델은 '역대 최고의 스토리'라고 썼다. 북아일랜드의 골프 스타 로리 매킬로이는 '북아일랜드의 유로 2016 우승 확률은 1/500이다. 참고로 레스터 시티의 우승 확률은 1/5000이었다'는 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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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터 때문에 태국이 난리났네

입력 : 2016.05.04 03:00

구단주, 태국 킹파워그룹 회장… 종종 승려 초청, 선수들에게 氣

태국 승려의 미소 - 레스터 시티의 태국인 구단주는 수차례 홈구장으로 태국 승려를 초청했다. 그동안 부적을 써주고 기도를 해준 승려 프라 프로망칼라찬이 3일 태국 기자회견 도중 미소 짓는 모습.
태국 승려의 미소 - 레스터 시티의 태국인 구단주는 수차례 홈구장으로 태국 승려를 초청했다. 그동안 부적을 써주고 기도를 해준 승려 프라 프로망칼라찬이 3일 태국 기자회견 도중 미소 짓는 모습. /AFP 연합뉴스

레스터 시티의 프리미어리그 우승에 가장 열광하는 지역은 당연히 연고지인 영국 레스터일 것이다. 그다음은 어디일까. 레스터에서 9500㎞가량 떨어진 태국 방콕에선 레스터 시티의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술집마다 팬들이 모여 열띤 응원을 펼친다.

레스터 시티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가 열린 지난 1일 저녁엔 방콕 시내에서 600여명의 팬이 거리 응원을 했다. 태국 방콕 수완나품공항에는 빅클럽인 맨유나 아스널이 아닌 레스터 시티 팬숍이 자리 잡고 있다. 레스터 시티가 태국의 '국민 구단'이 된 이유는 구단주가 태국인이기 때문이다.

올 시즌 레스터 시티 선수들은 가슴팍에 'King Power'라는 글자가 적힌 유니폼을 입고 뛰고 있다. 태국 면세점 기업인 킹파워그룹의 비차이 스리바다나프라바 회장은 2010년 레스터 시티를 인수했다. 3조원이 넘는 개인 자산을 보유한 그는 홈 관중에게 공짜 맥주와 도넛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곧잘 연다.

태국 문화도 팀에 스며들었다. 스리바다나프라바 회장은 태국에서 종종 승려를 초청해 레스터 시티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운다. 그들은 라커룸까지 들어와 선수들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승리의 기운을 불어넣는다.

최근 각종 축구 사이트엔 '레스터 시티가 우승하면 나는 불교로 귀의하겠다'는 유럽 축구 팬들의 글이 봇물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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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축구 빠르게 성장…한국과 차이 점점 좁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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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항저우 뤼청 1군 감독

“당분간은 공한증(恐韓症)이 유효할 겁니다. 한국 축구는 강하고, 중국은 여전히 갈 길이 멀지요. 하지만 차이는 점점 좁혀지고 있어요. 가르친 걸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중국 선수들을 보며 보람을 느끼지만, 때로는 두렵기도 합니다. 중국 축구는 생각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중앙일보
홍명보(47·사진) 항저우 뤼청(杭州 綠城) 감독이 중국 프로축구팀을 맡은 건 무한한 성장 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줬기 때문이다.

그는 중국 축구의 투자 대비 효율이 낮은 이유를 ‘지도자와 시스템 부재’에서 찾았다. 깊이 있는 전술 개념을 가르치는 지도자가 부족하고, 선수 관리가 부실해 힘들게 키워 놓은 유망주들이 쉽게 망가진다는 설명이다.

홍 감독은 “경기 직전 회를 먹고 배탈이 나 못 뛰는 선수를 봤다. 선수들이 라커룸에서 담배를 피우는데 아무도 문제 삼지 않았다”면서 “항저우에 부임한 이후 선수의 발굴과 육성 못지 않게 관리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홍 감독은 항저우 1군 코칭스태프를 다국적군으로 꾸렸다. 일본인 오노 다케시 수석코치를 중심으로 가오셩 코치와 왕준 코치(이상 중국), 조광수 코치(한국), 즈드라브코 즈드라브코프 GK코치(불가리아), 브루누 이나하 피지컬 코치(브라질)가 함께 한다. “다양한 조언을 듣고 싶었다”는 그는 “중국 선수들은 체격조건이나 운동 능력에서 한국보다 월등하다. 문제는 집중력과 목표 의식이다. 선수들의 생각을 존중하면서도 동기를 부여할 수 있도록 함께 머리를 맞대고 있다”고 말했다.

항저우=송지훈 기자

죽었다는 오사마 빈 라덴은 왜 자꾸 살아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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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토요판] 정문태의 제3의 눈

(68) 오사마 빈 라덴과 음모론



4월30일은 아돌프 히틀러가 죽은 날이라고들 한다. 베를린 지하벙커에서 권총으로 자살했다는 소문이 난 날이다. 이어 5월8일 밤, 히틀러가 사라진 독일군은 러시아의 게오르기 주코프 장군을 비롯한 연합국 대표들 앞에서 항복했다. 유럽은 그날을 승전일로 삼았고, 시차가 나는 러시아와 동구권은 하루 뒤인 9일을 승전일로 기려왔다. 인류사에서 최대 희생자를 낸 전쟁이라는 제2차 세계대전이 그렇게 끝났다. 1945년이었다.

올해로 71년이 지났다. 히틀러는 온데간데없다. 연합국은 여태껏 히틀러 주검조차 찾지 못했다. 그나마 러시아 정부가 지녔다고 우겨온 히틀러 유골은 정체불명 40대 여성 것으로 밝혀졌다. 스탈린이 종전 뒤에도 끝까지 히틀러를 찾아내서 죽이라고 비밀리에 명령했던 까닭이 드러난 셈이다.

한겨레

오사마 빈 라덴


어떤 전쟁에서든 적장을 사로잡거나 죽이는 건 가장 중요한 일이다. 전쟁 속살을 밝혀내고 잘잘못을 따져 책임을 지우는 일이기도 하거니와, 적의 상징을 없애 승리를 확인하는 일이기도 하다. 근데 전쟁을 끝내 놓고도 적장의 생사조차 모르던 게 제2차 세계대전이었다. 인류 최대 전쟁의 한쪽 책임자인 히틀러의 주검조차 찾지 못했다는 건 역사에 어마어마한 빈자리를 남겼다는 뜻이다. 그 결과 히틀러는 지금껏 온갖 음모론 속에서 ‘살아’ 돌아다니고 있다.

“9·11 기획·명령한 주범”

여기 히틀러와 맞먹는 음모론 주인공이 또 있다. 오사마 빈 라덴이다. 5월1일 미국 중앙정보국이 오사마 빈 라덴 사살 5주년이라 떠들어대며 그 시절 작전 상황을 실시간 보도 형태로 트위터에 올렸다는 뉴스가 떴다. 그 내용은 새로운 게 전혀 없었다. 이미 5년 전에 써먹었던 걸 그대로 재탕했을 뿐이다. 내놓으라는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증거는 안 내놓고 쓸데없는 짓을 한 걸 보면 대통령선거가 가까워 오긴 한 모양이다. 공화당 후보로 유력한 도널드 트럼프가 날뛰는 걸 보면서 버락 오바마의 민주당이 뭔가 불안하고 급해진 듯도 싶다. 2011년 5월1일 미국 정부가 느닷없이 오사마 빈 라덴을 죽였다고 했을 때도 오바마의 재선을 노린 선거가 1년 반 앞으로 다가와 있었고 이미 후보들 이름이 나돌았다. 게다가 그날은 출생 비밀로 엄청난 말썽을 빚던 오바마가 ‘우연히’ 출생확인서를 내놓고 일주일이 지난 뒤였다. 5년 전 오사마 빈 라덴 사살로 정치적 도움을 받았던 오바마가 아직도 그 미련을 못 버린 게 아닌가 싶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 생각은 좀 다르다. 오사마 빈 라덴이 진짜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으니 믿으려 하지도 않는다. 미국 정부가 아무런 증거를 내놓지 않은 탓이다. 워싱턴 주재 영국 대사를 지낸 크리스토퍼 메이어가 “미국 대통령이 증거를 내놓지 않은 채 오사마 빈 라덴이 죽었다고 세상을 향해 성명서를 날린다는 건 놀랄 만한 일이다”라고 <텔레그래프>에 말했듯이 세상은 이미 크게 바뀌었다. 9·11 사건 뒤부터 사람들은 내 눈으로 볼 수 없다면 아무것도 믿지 않는 시대를 살고 있다. 9·11 사건을 겪으면서 ‘이 세상엔 어떤 일이든 벌어질 수 있다’는 아주 새로운 인식법이 생겨난 까닭이다. 그런 세상을 향해 미국 정부가 입으로 모든 걸 때울 수 있다고 믿었던 듯.

오사마 빈 라덴이 누구였던가. 미국 정부에 따르면 9·11 사건을 기획하고 명령한 주범이다. 미국은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끄는 알카에다 박멸을 핑계 삼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침공해서 지금껏 수십만 시민들 목숨을 앗아갔다. 그런 오사마 빈 라덴 죽음을 놓고 미국 정부가 증거를 못 내놓는 건 그만큼 켕기는 구석이 많다는 뜻이다. 다른 말로 역사의 진실을 두려워한다는 뜻이다. 그러니 사람들 의문이 음모론을 타고 돌아다닐 수밖에.

“5월1일 해군 특전단(Navy SEALs)이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에 숨어 지내던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했다. 그 주검은 그날 바로 바다에 수장했다.”

5년 전 미국 정부가 밝힌 성명서 줄거리다. 이 짧은 문장 하나에 의문과 답이 모두 들어 있다. 이게 숱한 음모론의 씨앗이었다. 미국 정부는 그 성명서와 함께 누군지조차 또렷지 않은 사진을 오사마 빈 라덴이라며 증거로 내놨다. 곧장 사진 조작 논란이 일었다. 미국 정부는 “혐오감 줄 만한 사진을 피했다. 필요하다면 (공개를) 검토해볼 수도 있다”고 둘러댔다. 말썽이 수그러들지 않자 미국 정부는 이틀 뒤인 3일 “오사마 빈 라덴 친척(여동생 포함)들과 사진 속 주검의 디엔에이(DNA)가 일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디엔에이 검사 자료를 안 내놓은데다 시간마저 의혹을 부추겼다. 중앙정보국은 미국 동부 시간 1일 오후 3시39분(파키스탄 현지 시간 2일 0시39분) 특전단이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했고 30분 뒤인 4시10분 아보타바드를 떠났다고 밝혔다. 오사마 빈 라덴 주검은 아프가니스탄 잘랄라바드 미군기지로 실어간 뒤 다시 인도양에 떠 있던 항공모함 칼빈슨호로 옮겼다고 했다. 오사마 빈 라덴 시료를 아프가니스탄에서 바로 보냈더라도 빨라야 2일 오후쯤 미국 실험실에 닿았을 텐데 3일 정부가 헐레벌떡 검사 결과를 내놨다. 하룻밤이면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는 전문가들 말이 먹히지 않았던 건 정부가 그 과정을 전혀 밝히지 않았던 탓이다.

CIA, 5월1일 “사살 5주년” 트위터
“인도양에 주검 버려” 발표뿐
미, 여태껏 세부정보 공개 안해
죽음 진위 놓고 음모론 씨앗 키워

군사대국 파키스탄 방어망 뚫고
200킬로미터 떨어진 지역까지
특전단 헬리콥터 침투 가능했나?
반나절에 끝난 DNA 분석도 의문


파키스탄 ‘불법 침략’한 꼴

가장 의혹을 키운 대목은 뭐니 뭐니 해도 오사마 빈 라덴 주검을 칼빈슨호에서 인도양에 던져버렸다는 대목이다. 미국 정부는 “이슬람 관습에 따라 주검을 그날 바로 수장했다”고 밝히면서 “추종자들이 성지로 여길 수 있어 위치는 못 밝힌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전면적인 대이슬람 전쟁을 벌여온 미국 정부가 이슬람 장례 절차를 존중했다고 밝힌 건 누가 들어도 얼떨떨할 수밖에 없었다. 과연 미국 정부가 인류 최대 공적이라 불렀던 오사마 빈 라덴 주검을 바다에 던져버렸다면 누가 믿을까?

게다가 미국 정부는 “파키스탄 정부에 사전 통보도 안 했고 도움도 안 받고 오사마 빈 라덴 사살작전을 벌였다”고 밝혔다. 사실이라면 파키스탄을 불법 침략한 ‘람보급’ 코미디다. 아프가니스탄 국경에서 최단 거리로 따져도 200킬로미터가 넘는 아보타바드까지 어떻게 특전단 헬리콥터 3대가 아무 탈 없이 숨어 들어갈 수 있었을까? 아프가니스탄을 넘자마자 마주칠 국경 페샤와르 지역은 파키스탄의 군사수도라 부를 만한 요충지로 공군과 육군이 화력을 집중 배치한 곳이다. 정체불명 헬리콥터 3대가 날아다닐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다음은 수도 이슬라마바드 방공망을 뚫어야 동북쪽 50킬로미터 지점 아보타바드로 갈 수 있다. 파키스탄은 세계 13위권을 오르내리는 군사대국이다. 더구나 아보타바드는 파키스탄 육군 2사단 본부에다 육군사관학교까지 자리잡은 군사지대다. 오사마 빈 라덴이 아보타바드에 숨어 있었다는 것도, 미군 헬리콥터 3대가 쳐들어갔다는 것도 모조리 심사를 어수선하게 만드는 얘기일 뿐이다. 오바마도 우리도 할리우드 영화를 너무 많이 본 게 아닌가 싶다.

오사마 빈 라덴 음모론이란 것들도 모두 이런 상식적인 의문에서부터 출발했다. 돌이켜보면 오사마 빈 라덴 죽음은 2001년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뒤부터 줄기차게 나돌았던 언론판 단골메뉴다. 미군 공습으로 폭사하고, 간경화로 숨지면서 수도 없이 ‘죽었던’ 게 오사마 빈 라덴이다. 근데 정작 2011년 사살 발표가 나오자 언론은 아주 고약한 태도를 보였다.

“오사마 빈 라덴의 죽음과 음모론들”(가디언), “오사마 빈 라덴 죽음을 둘러싼 음모론들”(워싱턴 포스트), “음모론들, 오사마 빈 라덴 죽음의 증거는 어디 있는가?”(ABC 뉴스), “오사마 빈 라덴의 파일: 사진도 없고, 동영상도 없다. 진짜 음모론?”(텔레그래프)….

언론은 음모론을 나무라는 듯하면서 사실은 그 음모론에 기대 기사를 날렸다. 정직하지도 용감하지도 않았다. 언론이 제정신이라면 그 의문들을 스스로 묻고 스스로 답해야 마땅했다. 음모론은 언론이 죽은 땅에서 불신을 먹고 피어나는 악의 꽃이다. 주검 없는 히틀러와 오사마 빈 라덴을 다시 보는 까닭이다.

한겨레

정문태 국제분쟁 전문기자

정문태 국제분쟁 전문기자

▶ 정문태 1990년부터 타이를 베이스 삼아 일해온 국제분쟁 전문기자. 26년간 아프가니스탄·이라크·코소보를 비롯한 40여개 전선을 뛰며 압둘라흐만 와히드 인도네시아 대통령, 훈센 캄보디아 총리 등 최고위급 정치인 50여명을 인터뷰했다. 저서로 <전선기자 정문태 전쟁취재 16년의 기록>(2004년), <현장은 역사다>(2010년)가 있다. 격주로 국제뉴스의 이면을 한겨레 독자들에게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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