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기술 개발로 세계 수상 레저 스포츠를 이끈다

이희재 우성아이비 대표

글 : 시정민  / 사진 : 장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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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아이비는 서프보드와 카약, 래프팅·스포츠·낚시용 보트 등 공기 주입식 보트를 만드는 중소기업이다.
공기 주입식이기 때문에 4m에 이르는 서프보드도 바람을 뺀 뒤 가방에 넣을 수 있다. 나무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무겁고 이동이 불편했던 기존 서프보드의 단점을 개선한 셈이다. 또한 우성아이비의 제벡(Zebec) 보트는 세계 래프팅 선수권대회의 공식 보트로 사용되고 있다. 유명 서핑 선수들이 각종 선수권대회에서 메달을 휩쓰는 데 꾸준히 이용되고 있다.
세계 60여 개국에 수출하며 세계시장 점유율 77%를 차지해 2014년 KOTRA ‘세계 일류 상품’에 선정됐고, 2015년 3월엔 국내 수상 레저업체 최초로 코스닥에 상장했다.

사진제공 : 우성아이비
수상 레저 산업의 성장 잠재력 확신

1986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무역업체의 해외 주재원으로 일했던 이희재 대표는 그곳에서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현지인들이 카약, 바나나보트, 제트스키 등을 타고 있었던 것이다. 검은 튜브를 빌려 노는 게 전부였던 우리나라와는 딴판이었다.

“그 후 터키, 이스탄불, 동남아 등지에서도 이와 같은 모습을 봤어요. 삼면이 바다인 나라의 국민으로서 수상 레저용품을 100% 수입에 의존한다는 사실에 안타깝더라고요. 우리 기술로 수상 레저용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한 낙후된 우리나라의 수상 레저 산업 분야에 성장 잠재력이 있다고 믿었고요.”

이 대표는 1992년 회사를 설립해 본격적으로 고무보트 개발에 매달렸다. 그러나 당시 그에게는 아무런 기술도 없었다. 월급이 30만 원이었던 때 300만 원에 달하는 일본・독일산 보트를 구입했다. 무작정 분해해 분리하고 조립하기를 수천 번 거듭하며 보트 제작 기술을 독학했다. 그 결과 그는 보트에 들어가는 못, 손잡이 등 작은 부품 하나조차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 국산화했다.

“바람을 많이 넣은 탓에 한쪽에서 바람이 새거나 균형이 맞지 않아 보트 운행 중 뒤집어지는 등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으며 보트를 만들었습니다.”

그는 완성된 보트를 해외 전시회에 선보였다. 그러나 “한국에서 만든 건 믿을 수 없다”는 바이어들의 냉담한 반응만 듣고 돌아와야 했다. 1년 동안 해외 바이어를 직접 찾아다니던 어느 날 스페인의 한 바이어로부터 계약을 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기적처럼 4000만 원짜리 계약을 목전에 두고 있었지만 보트 수출을 위해 필요한 적격검사를 받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되었다.

“정해진 규격인 800kg 이상의 부력이 유지 가능한지를 가늠하는 ‘보트 부력 테스트’를 해야 했어요. 바이어를 한강에 직접 데려왔죠. 저와 직원들이 몸무게를 잰 뒤 보트에 뛰어들었어요.

전 직원이 모여도 목표 중량을 채울 수 없어 급기야 임직원의 아내와 아이들까지 동원했죠.”

바이어는 그의 열정에 마음을 열었다. 한국산 보트를 세계 무대에 올리겠다는 의지로 첫 해외 수출의 길을 열었다. 보트는 안전과 직결된 만큼 그는 직접 찾아가는 사후 서비스를 시작했다. 우성아이비의 엔지니어는 여름이 시작되기 전인 4~5월경 40여 일 동안 사후 서비스가 필요한 나라를 방문해 무상 수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저희 말고는 사후 서비스를 하는 회사가 없어 타사 제품을 수리해준 적도 있어요(웃음). 신뢰를 얻으니 장기간 거래하는 고객이 늘기도 했고요. 사후 서비스를 하면 우리 제품의 약점을 알고 개선할 수 있어 좋아요. 시장 트렌드도 파악할 수 있죠. 고객에겐 만족감을 드리고 저희는 소통할 수 있어 좋습니다.”


엉뚱한 상상력이 낳은 다양한 보트


매년 신상품 개발을 철칙으로 세운 그는 하늘을 나는 보트인 ‘플라이 피시’, 손 대신 발로 젓는 카약인 ‘미라지 카약’ 등을 개발했다. 출장을 다닐 때도 늘 소설책을 챙긴다는 그는 신제품 아이디어는 ‘소설가적인 상상력’에서 나온다고 한다.

“‘왜 보트는 하늘을 날 수 없을까’ ‘카약은 왜 노로만 저어야 할까’ ‘알래스카에서도 래프팅을 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한 제품들을 직접 만들어보았습니다. 수면 6m 위까지 떠오르는 플라이 피시, 노를 손으로 젓는 것에 비해 힘이 10분의 1밖에 들지 않는 미라지 카약을 만들었고, 영하 40도에서도 견딜 수 있는 원단을 개발해 알래스카에서도 래프팅을 즐길 수 있게 됐죠. 엉뚱한 아이디어도 마음껏 상상하고 고민하면 현실이 됩니다. 시행착오는 있겠지만 시도조차 해보지 않는 것은 나쁘다고 생각해요.”

그의 상상은 수상 레저용품에 그치지 않았다. 공기 주입식 기술을 이용해 축사에 사용하는 카우 매트리스를 개발하는가 하면 이동과 보관이 편리한 유아용 카시트도 만들었다.

카우 매트리스는 소가 무릎을 꿇고 누울 때 생기는 고통을 완화해주는 매트리스다. 밴쿠버 대학에서 6개월간 실험한 결과, 카우 매트리스에서 지낸 소의 우유 생산량이 37% 증가, DHA 함량도 4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유의 질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어 해외에서 각광받고 있다.

최근에는 다인승 수상 인명 구조용 장비인 ‘레스큐 시스템’을 한창 개발 중이다. 레스큐 시스템은 쓰나미 혹은 해상 재난, 자연재해가 발생할 경우 수십 명에서 수백 명을 동시에 구조할 수 있는 공기 주입식 대형 구조물이다.

“유아용 카시트, 카우 매트리스처럼 공기 주입식 기술을 다양한 산업 영역에 접목해 확대해가려고 합니다. 더불어 수상 레저에 필요한 래시가드(수상 스포츠용 의류), 각종 액세서리 등 수상 레저 시장을 넓혀갈 생각입니다.”


신뢰가 곧 성공의 지름길


그는 창업 당시 1억 원으로 인천의 지하 셋방에 공장을 만들었다. 공동 창업자 네 명이 모여 1년여 동안 몇 가지 고무보트를 개발했지만 제대로 주문을 받은 적은 없었다.

“바닥난 자금에 월급은 다섯 달 치나 밀렸었죠. 보트 개발에 애착을 가졌던 직원들이 카드 대출을 받아 개발 자금에 보탰어요. 그때 가장 어려웠지만 또 가장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시절을 이겨내고 지금은 유럽, 미국 등 세계 60여 곳에 판매처를 확보하고, 매해 3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해 2014년엔 매출 400억 원을 달성했다. 성장의 원동력은 제품의 품질이었다.

“보트는 인명과 직결된 것이기 때문에 각종 인증을 받아야 합니다. 국가별 품질 인증 테스트를 위해 해외 바이어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 600~700페이지에 달하는 인증 책자를 만들었죠. 그렇게 유럽통합품질인증(CE), 북미 해양제조산업협회(MMMA) 등 여러 인증 테스트를 통과했습니다. 인증 테스트에 앞서 한강에 나가 전복 테스트를 하기도 했지요.”

우성아이비는 해외에서 받은 품질 인증만 50여 개, 특허와 실용신안은 130여 개에 이른다. 이는 안전성 및 품질을 증명하는 수치들로 안전성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90년대 후반부터 미국의 그랜드캐니언 등지에서 우성아이비의 제품이 선수용・상업용・경기용 보트로 사용되고 있다.

우성아이비는 한국,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지에 여섯 개의 공장을 두고 있는데, 해외 공장을 철저히 현지화했다. 한국인 기술자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현지인을 고용했다. 그는 “초기엔 어렵더라도 맡겨놓으면 오히려 부정이 더 없다”고 한다. ‘신뢰’가 곧 성공의 지름길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동안 유럽과 미국에 편중돼 있던 수출선을 중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지역을 포함한 100여 개국으로 넓혀갈 계획입니다. 공기 주입식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건 레저 스포츠용・군용・어선용 보트를 비롯해 워터파크 내 놀이 시설 등 무궁무진합니다. 그동안의 시행착오와 경험을 바탕으로 수상 레저 그룹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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