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올시즌 손흥민은 EPL 올해의 선수 후보까지 언급될 정도로 엄청난 시즌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축구대표팀은 그 손흥민을 십분 활용하지 못한채 실망스러운 성적을 거뒀다.
한국이 가진 최고의 무기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채 좋은 성적을 내겠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손흥민의 골장면을 보면 손흥민을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손흥민의 주특기는 빠른 스피드를 활용한 돌파와 페널티박스 안팎 지점에서 나오는 강력한 양발 슈팅이다. 당장 손흥민의 가장 인상적인 골인 러시아 월드컵에서의 골들만 봐도 멕시코전에서 손흥민은 다소 먼거리였음에도 과감하게 왼발로 강하게 감아찬 골이 들어갔다. 또한 독일전 골도 그의 빠른 스피드를 이용한 긴패스로 인한 골이었다.
레버쿠젠, 함부르크 시절에도 손흥민의 골 대부분이 선수비를 하다 손흥민의 스피드를 활용한 역습에 의한 골이기도 했다.
최근 토트넘에서의 골은 페르난도 요렌테가 손흥민 앞에 공을 떨궈주며 공간을 벌려주며 손흥민이 슈팅할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을 만들어줬기에 가능했다.
그나마 대표팀에서 손흥민을 가장 잘 활용한 감독은 신태용이었다. 신태용 감독은 4-4-2 포메이션 하에 손흥민 옆에 이근호, 황희찬처럼 많이 뛰어주고 상대 수비를 혼란스럽게 하는 선수를 붙여 손흥민에게 최대한 많은 공격기회가 갈 수 있게 했었다.
이를 통해 평가전에서 이근호가 손흥민의 최적의 파트너로 평가받기도 했었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 역시 가장 중요했던 러시아 월드컵 스웨덴전에서 손흥민을 측면 수비수처럼 최대한 수비가담을 많이 하게 하고 공격을 억제시킨 것이 패착이 됐다. 이 경기 후 많은 외신에서 “손흥민이 수비수인 줄 알았다”고 혹평한 이유가 있었다.
이번 파울루 벤투호 역시 손흥민 활용에 실패한 이유로 손흥민이 체력적으로 많이 부쳐한 것도 있지만 이를 감안하지 않고 손흥민에게 가장 잘하는 역할이 아닌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공격 연결고리 역할을 맡겼다는 점을 많은 전문가들이 뽑는다.
아시안게임 당시에도 손흥민은 중앙에서 희생하며 황의조를 받치는 역할을 했지만 성공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아시안게임에 나온 팀들의 수준이 낮았고 황의조가 최절정의 골감각을 가졌기에 가능했다. 반면 아시안컵은 참가팀의 수준이 다르고 황의조가 아시안게임만큼의 골감각을 이어가지 못한 상황에서 비슷한 역할을 맡다보니 손흥민의 십분 활용하지 못한 것.
토트넘에서도 손흥민은 정상적일때는 적당한 수비가담과 전방 압박을 열심히 한다. 하지만 반드시 골이 필요하고 공격적으로 해줘야하는 상황에서는 이런 부담을 줄이고 전방에 손흥민을 보좌할 선수를 두면서 손흥민이 가장 잘하는 슈팅을 만들어줄 공간을 확보하려한다.
홍명보호 시절 손흥민은 분명 11명의 선수 중 특출난 선수였음에도 ‘원팀’이라는 철학 안에 갇혀 손흥민을 특별하게 활용하지 못해 실패했다. 신태용 감독은 손흥민을 잘 활용했으나 스웨덴전에 패착을 둬 실패했다. 벤투 감독은 손흥민에게 익숙지 않은 역할과 가장 잘하는 역할을 적게 맡기면서 실패했다.
물론 11명의 선수가 모두 중요하다. 하지만 손흥민은 분명 11명의 선수 중에서도 특별하다. 이를 인정해야한다. 손흥민을 가졌다는 것이 그 어떤 아시아팀도 가지지 못한 한국 대표팀의 최고 장점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이 특별한 점을 활용할줄 알아야한다. 벤투 감독의 남은 임기동안 손흥민을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느냐가 성패를 가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맨체스터 시티(맨시티)는 오버래핑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극도로 공격적인 축구를 해냈다.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의 끊임없는 전술 고민과, 그 전술을 완벽한 수준으로 소화할 기량을 갖춘 선수단이 있기에 가능했다.
맨시티가 4일 새벽 2시(한국 시각) 이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2019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5라운드에서 아스널을 3-1로 완파했다. 세르히오 아게로가 해트트릭을 터뜨렸고, 맨시티는 지난 24라운드 뉴캐슬 유나이티드전 패배를 잊을 수준 높은 경기 운영을 보여줬다.
▶다시, 측면 수비수를 없앴다
맨시티는 4-1-4-1 선발 라인업을 발표했다. 아게로를 원톱으로, 라힘 스털링-다비드 실바-케빈 데브라위너-베르나르두 실바가 2선을 구성했다. 일카이 귄도간이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았고, 아이메릭 라포르테-니콜라스 오타멘디-페르난지뉴-카일 워커가 플랫4를 구성했다. 기존 수비형 미드필더 페르난지뉴의 센터백 기용이 눈에 띄는 부분이었다.
허나 4-1-4-1은 맨시티에게 사실 의미 없는 포메이션이었다. 아스널이 볼을 잡고 하프라인을 넘었을 때 잠시 이뤄지는 수비조직의 형태였다. 맨시티의 실질적 형태는 3-2-3-2 포메이션이었다. 맨시티가 볼을 점유하는 시간이 길었고, 볼을 뺏긴 이후엔 전방압박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맨시티 3-2-3-2의 특징은 중앙 선수들의 전진이었다. 페르난지뉴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전진하여 귄도간과 ‘2’를 만들었고, 데 브라위너도 공격수처럼 높이 전진해 ‘2’를 구성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아게로와 데브라위너가 수시로 측면 침투를 시도했기에, 3-2-4로 봐야할 만큼 변칙적 공격 패턴이었다.
하여 스리 백을 꺼낸 맨시티는 측면 수비수를 기용하지 않았다. 지난 2017-2018시즌 EPL 우승 당시 사용한 패턴이기도 하다. 아스널전에선 세부적으로 다른 형태로 변형했다. 예컨대 지난 시즌 맨시티는 양쪽 윙백 두 명(파비안 델프-카일 워커)이 수비형 미드필더 페르난지뉴의 좌우에 머무르며 2-3-5 형태를 만들었으나, 아스널전에선 페르난지뉴가 전진 후 최후방인 스리백으로 머물렀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지난 뉴캐슬전 패배를 의식한 듯 했다. 지난 뉴캐슬 전 양 풀백이 뒤 공간을 수시로 노출했고, 그 결과 2실점이 패배로 직결됐다. 또한 왼쪽 풀백 벤자민 멘디의 부상 이후 대체자를 찾지 못 했다. 여러 명을 테스트했으나, 매번 왼쪽 풀백에서 공수전환 시 템포를 놓치며 팀 약점이 되곤 했다. 하여 오랜만에 측면 수비수를 기용하지 않았다. 이어 공격 패턴의 큰 축을 차지하는 오버래핑도 사용하지 않았다.
▶측면 공격을 중앙 선수들이 했다
맨시티의 상대팀 아스널은 4-4-2 포메이션을 꺼냈다. 피에르 오바메양과 알렉산드로 라카제트가 투톱으로, 촘촘한 4-4-2 세 줄 수비 블록을 구성했다. 투톱이 전방에 위치한 덕분에, 맨시티가 지난 시즌 공격 시 주로 변형했던 대형인 2-3-5 공격 형태를 저지했다. 맨시티로선 아스널의 투톱으로 인해서 센터백 두 명만 남겨두기에 위험도가 높았다. 아스널은 덕분에 맨시티의 중원 숫자를 한 명은 줄일 수 있었다.
아스널의 2선 구성도 수비적 의도가 명확했다. 좌우 미드필더를 윙백 혹은 스리백을 소화하는 세아드 콜라시나츠와 스테판 리히슈타이너를 배치했다. 중원엔 수비형 미드필더만 두 명(마테오 귀엥두지-루카스 토레이라)만 배치하여, 상황에 따라 파이브백과 식스백까지 오갈 수 있을 만큼 수비적 구성이었다.
맨시티는 아스널의 이런 타이트한 4-4-2 수비조직을 깨기 위해서, 측면을 최대한 넓게 활용해야 했다. 하여 스털링과 B.실바가 볼이 없을 땐 측면 터치라인까지 넓게 위치했다. 맨시티는 이 두 선수에게 빠른 템포로 패스했고, 아스널의 윙어인 콜라시나츠와 리히슈타이너가 압박을 위해 접근해야 했다. 그리고 이때부터, 맨시티는 측면 공략을 시작했다.
즉, 맨시티 측면에서 스털링이나 B.실바가 볼을 소유하면, 맨시티의 미드필드진은 반복적으로 중원(D.실바-데 브라위너) 미드필더들이 상대 풀백 뒤공간을 향해 맹렬히 침투했다. 아스널 윙백이나 중앙 미드필더들은 이들을 막기 위해 쫓아가야 했고, 그 벌어진 틈은 측면에서 페널티 에어리어를 향해 드리블 돌파를 위한 활로가 됐다.
▶공격이 곧 수비였다
긍정적 전술 효과는 더 많았다. 벌어진 중앙 틈으로 아게로가 직선 패스를 받을 수도 있었고, 측면으로 침투했던 D.실바와 데브라위너를 아스널 수비진이 놓치면, 곧바로 크로스를 시도할 공간이 발생되기도 했다. 또한 원톱인 아게로가 미리 스털링이나 B.실바 근처까지 측면으로 위치하며, 측면에서 수적 우위를 통한 이대일 패스로 문전 공격도 이어졌다.
맨시티 이런 측면 활용 움직임 장점은, 오버래핑 때 사용하던 공간과 시간을 축소할 수 있었다. 공격진들만 확실하게 힘을 모아서 상대의 공간을 파헤치는 셈이다. 특히 포백 때 오버래핑 나간 풀백들로 인해서, 센터백 두 명이 상대 역습을 대비한 것에 비해 위험부담이 확낮아졌다. 3-2-3-2로 후방엔 스리백이 유지되고 있던 까닭이다.
이날 맨시티 측면 공격의 정점은, 후반 16분 아게로의 결승골 장면이었다. 아스널의 4-4-2 수비조직 전체가 디펜딩 서드(수비 1/3지역)에 내려앉은 상황에서, 중앙의 페르난지뉴가 왼측면 전환 롱패스->스털링의 컷 백->귄도간의 칩 패스(이대일 월패스)->스털링의 땅볼 크로스에 이은 아게로의 마무리가 이뤄졌다. 오버래핑을 제외한 조합플레이(선수 두 명 이상이 공격을 위해 패스를 주고받는 부분 전술) 대부분이 들어있었다.
역설적 형태이기도 했다. 현대축구의 공격 성향을 상징하는 장면 중 하나인, 풀백의 오버래핑을 없애며 맨시티는 더욱 공격적 축구를 완성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공격만 강화 하는 게 아닌, 스리 백을 남겨두며 수비진의 안정까지 이뤄낸 것이다. 과르디올라의 끊임없는 연구와 고민이 만들어낸 결과다. ‘공격이 최선의 수비’라는 실현하기 어려운 축구계 격언을, 완벽과 효율을 추구하는 맨시티가 또 한 번 보여줬다.
글=김동현 인턴 기자(dongeul@soccerbest11.co.kr) 사진=ⓒgettyImages/게티이미지코리아(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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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4강 이어 스즈키컵 우승으로 주가 상승 촌놈 특유의 진정성과 겸손함으로 선수들에게 다가가
힘이 아닌 마음으로 사람을 움직이는 재주가 있다!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1월 8일 2019 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D조 1차전 이라크와의 경기에서 응우옌 콩 푸엉의 두 번째 골에 환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박항서 매직’은 2018년 내내 한국과 베트남을 강타했다. 베트남 축구는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대회 준우승, 9월 아시안게임 4강에 이어 연말에는 ‘동남아 월드컵’ 이라고 불리는 스즈키컵 우승을 차지했다. 모두 박항서(60)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이뤄낸 성과다. 올해 1월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린 AFC 아시안컵에서도 선전했다.
K리그에서 외면당한 늙다리 지도자가 이뤄낸 인생역전, 한-베트남 교류 활성화, 박 감독과 베트남 대표팀을 둘러싼 훈훈한 에피소드 등 뉴스가 쏟아졌다.
하지만 ‘인간 박항서’를 찬찬히 조명한 기사는 보기 어려웠다. 그래서 지난 연말, 박 감독의
[출처: 중앙일보] [월간중앙 인물탐구] 베트남 울린 박항서 리더십의 비밀
고향인 경남 산청으로 내려갔다. 그가 어린 시절을 보냈고, 가장 힘든 시기에 머물며 권토중래를 모색하던 곳. 거기에는 박항서를 가장 잘 아는 형님과 동생들이 있었다. 그들과 1박2일을 보내며 ‘인간 박항서’의 조각들을 맞춰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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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 파워’ 신화가 되다
2018년 12월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에서 승리, 우승을 차지한 베트남 선수들이 박항서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산청 파워 박항서 매직! 신화가 되다 동남아 월드컵(스즈키컵) 우승’
경남 산청군 산청읍내 곳곳에 현수막이 걸려있다. 박 감독 우승을 축하하는 현수막 옆에 산청으로 전지훈련 온 팀들을 환영하는 현수막도 함께 붙어있다.
산청읍내에서 북쪽으로 15분 정도 가면 생초면이 나온다. 박 감독의 고향이다. 정규 축구장 2면과 풋살(미니축구) 구장을 갖춘 생초도시공원축구장이 눈에 들어왔다. 산청에서 중학교를 다니며 축구 스타의 꿈을 키우는 산청 FC 선수들이 훈련에 열심이다. 운동장 옆에 ‘늘비 물고기마을’ 사무실과 수련관이 있다.
[출처: 중앙일보] [월간중앙 인물탐구] 베트남 울린 박항서 리더십의 비밀
2014년 7월 2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상주 상무 대 FC 서울의 경기에 앞서 박항서 상주 감독과 최용수 서울 감독이 인사하고 있다.
생초면 어서리 경호강변에 자리잡은 물고기마을은 도-농교류를 위해 만든 영농법인으로 민물고기 잡기, 어죽 만들기, 래프팅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지금은 전지훈련 온 축구팀 선수들의 숙소와 식당, 지원 사무실로 쓰고 있다. 이곳의 책임자인 배영복 사무장은 박 감독과 ‘사실상 형제’ 사이다. 박 감독은 배씨를 “복아”라고 부르고, 배씨는 박 감독을 “박돌이 행님”이라 받는다.
수련관 202호에는 ‘박항서 감독 직무실’이라는 표지가 붙어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간이침대 옆에 책 한 권이 눈에 띄었다. 제목이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이다. 프로축구 K리그 상주 상무 시절 썼던 모자, 여행가방, 프로축구연맹에서 받은 ‘이달의 감독상’ 상패도 눈에 띄었다.
배 사무장은 “행님이 프로팀에서 잘려 백수로 지낼 때 묵었던 곳”이라며 “상주 상무를 두 차례나 우승으로 이끌고, 1부 리그에 올려놓고도 잘렸으니 배신감과 상심이 오죽했겠어 예. 그때 행님이 여기서 마음을 다스리고 다시 일어섰다 아임니꺼”라고 소개했다.
물고기마을 사무실에는 박 감독의 핵심 측근들이 모여 있었다. 박 감독을 어린 시절부터 겪어온 사람들이다. 민병훈 선생은 홍명보·손흥민의 모교인 서울 동북고에서 선수로 활약했다.
박 감독의 초·중학교 시절 옆집에 살면서 트레이너 역할도 맡았다고 한다. 민 선생은 “항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승부욕이 너무너무 강했고, 공부도 참 잘했어요. 중학교 때 전교 3등 안에 들었다니까요”라고 자랑했다. 그는 “축구 하는 것도 이리 패스 주는 척하면서 저리 팍 차 주고, 요즘 말로 하면 축구 지능이라 하나? 센스가 진짜 좋았지요”라고 회고했다.
경남일보 취재부 국장인 원경복 씨가 말을 받았다. “행님 집안이 산청에서는 알아주는 명문가라요. 부친은 일본에서 대학을 나와 경찰에 몸담았고, 어머니가 진짜 여걸이라예. 명문 진주여고 1회 졸업생인데, 약국을 하면서 4남1녀를 전부 서울에 유학시켜서 다들 잘됐다 아입니꺼. 항서 행님은 막내이고 운동을 해서 어머니가 끔찍이 위했지요. 서울서 내려오면 몸에 좋다는 건 뭐든지 해 먹이고, 한약도 달여 먹이고….”
박 감독의 모친 백순정 여사는 올해 97세다. 노환에다 치매 증세로 산청요양병원에 입원 중이다. 원 국장은 “스즈키컵 결승전 때 TV를 같이 보면서 ‘어무이, 저기 누굽니꺼’ 하니까 한참 화면을 쳐다보다가 ‘항서네’ 하면서 씩 웃으시데요” 라고 말했다.
민 선생이 ‘박항서’에 대해 잘못 입력된 선입견을 지적했다. “항서 별명이 ‘밧데리’(배터리)고 워낙 열심히 뛰어서 ‘체력·근성만 좋은 선수’라고 생각들 하는데 전혀 아입니더. ‘컴퓨터 링커’ 조광래만큼 기술도 좋고 두뇌 회전도 빠르지예. 워낙 체력과 지구력이 좋고 상대를 갖다 부수는 스타일이라서 거칠게 보일 뿐이지.”
다음은 박항서를 ‘B급 지도자’라고 하는 데 대한 반론이다. “항서는 1978년 아시아 청소년선수권에서 북한을 꺾고 우승할 때 주장을 맡았고, 프로에서도 늘 주전이었어요. 고재욱(럭키금성), 김호(수원 삼성), 히딩크(2002 월드컵 대표팀) 등 당대 최고 감독들 밑에서 코치로 혹독한 단련을 받으면서 내공을 키웠지요.” “수원 삼성 코치 때는 휴일에도 방에서 유럽 축구만 보는 ‘숙소 귀신’ 김호 감독 눈치 보느라 외출·외박도 제대로 못 했고, 2002 월드컵 때는 히딩크한테 영어 못한다며 온갖 구박을 받았다”는 게 민 선생의 전언이다.
민 선생은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 아입니까. 버림받는 것처럼 보였지만 다 참아내고. 축구인으로 스즈키컵 보니까 수(手)가 있더라고요. 결승 1차전 말레이시아 원정에서 1.5군 넣는 거 좀 보소. 베트남 총리가 와 있고 베트남 전 국민이 눈에 불을 켜고 보고 있는데 보통 강심장이 그럴 수 있겠어요. 아껴놓은 선수(응우옌 안둑)가 결승 2차전에서 결승골 넣었잖아요”라며 박 감독의 배짱과 용병술을 칭찬했다.
해 떨어지기 전에 박 감독 생가를 찾아보기로 했다. 물고기마을 사무실에서 다리 하나만 건너면 닿는 곳이었다. 박 감독의 바로 위 형인 삼서 씨 가족이 사는데 대문은 열려 있지만 아무도 없었다. 일(一)자형에 방 세 개와 부엌 하나만 달랑 있는, 전형적인 농촌 가옥이었다. 유니폼이든 축구공이든 박 감독을 기념할 만한 물품은 하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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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기 받자’ 전국에서 유망주 몰려들어
2002년 한·일월드컵 때 호흡을 맞췄던 히딩크 감독과 박항서 코치.
배 사무장에게 “베트남 관광객들이 꽤 온다던데 이렇게 아무것도 없으면 실망하지 않나요”라고 물었다. 그는 “자기들끼리 뭐라뭐라 하면서 대문 앞에서 사진 찍고 돌아갑니더. 뭔가 기념할 만한 게 있으면 좋겠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다시 물고기마을로 돌아와 생가 얘기를 꺼내자 모두 목소리를 높였다. 원 국장은 “2002 월드컵 4강 신화 때 난리가 났잖아요. 그때 이곳 운동장 이름을 박항서구장으로 바꾸자고 했는데 몇몇 사람이 반대했어요. 그러니까 항서 행님이 ‘됐다. 치아뿌라’ 해서 없던 일이 됐지요. 지금이야 누가 반대하겠어요. 생가 복원도 하고, 옆에 기념관도 만들고, 이곳 운동장도 박항서체육공원으로 바꾸려고 군에서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고 말했다.
박항서 신드롬은 지리산 자락 조용한 농촌에 놀라운 활기를 불어넣었다. 배 사무장은 “주민들 표정에서 긍지가 느껴집니다. 축구팀 전지훈련과 대회가 활성화되면서 경기도 살아나고요. 동네 오뎅바와 치킨집, 목욕탕이 꽉 찹니다”라고 말했다. 새해 1월 산청으로 전지훈련 온 팀은 76개, 사람 수는 1400명에 이른다.
산청 FC 양병은 감독은 국제심판 출신이다. 그는 “감독님 뜨고 나서 전국에서 유망주들이 우리 클럽 들어오려고 문의 가 많이 옵니다. 오늘도 두 명이 전학 왔어요. 감독님은 한국에 들어오면 꼭 시간 내서 우리 애들 통닭도 사 주시고 합니다. 산청에 베트남 아이들 170명이 사는데 그 친구들한테는 박 감독님이 영웅이지요”라고 말했다.
양 감독은 “아이들 눈빛에서 ‘박항서의 후예’라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어요. 전에는 프로 산하 유스팀과 붙으면 형편 없이 깨졌는데 요즘은 체격과 체력에서 좀 떨어질 뿐이지요. 우리 아이들 중 몇은 전국 최강인 포철중 선수 이상 가는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어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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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하고도 번번이 쫓겨나
현역 시절의 박항서. 럭키금성 박항서가 포항제철 수비를 뚫고 발리슛을 하고 있다.
저녁을 먹으러 동의보감촌으로 이동했다. 산청은 예부터 몸에 좋은 약초가 많이 나는 고장이다. 이를 홍보하기 위해 만든 동의보감촌은 한방자연휴양림·기체험장·한의학박물관·한옥스테이 등을 갖춘 종합한방테마파크다. 일행은 “박 감독 체력이 좋은 건 어릴 적부터 이곳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고 몸에 좋은 약초를 많이 먹어서 그렇지 않겠냐”고 했다. 배 사무장은 “행님은 개구쟁이면서도 의협심도 있었어요”라고 거들었다.
민 선생이 재미난 얘기를 들려줬다. “내가 고3 때 서울서 축구부 친구들이 내려와 이곳 여고생들과 단체 미팅을 했어요. 수박·참외를 통에 넣고 강변으로 가는데 중학생인 항서도 같이 가겠다며 졸졸 따라와요. ‘니가 올 데가 아이다’ 하고 쫓아보냈지요. 나중에 강물에 담가 둔 수박·참외 통에 가봤더니 거기 누가 똥을 싸 놨어요. 항서는 지금도 절대 지가 한 게 아니라고 합니다. 허허허.”
식당에 둘러앉아 소주잔이 돌자 또다시 박항서 스토리가 이어졌다. 그가 거쳐온 다양한 이력, 그 속에 깃든 짙은 그림자에 대한 회고였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의 스포트라이트는 23명 선수들과 히딩크 감독에게 쏟아졌다. 수석코치 박항서에게 갈 몫은 별로 없었다. 그해 9월 남북통일축구에서 감독 박항서를 제치고 히딩크가 벤치에 앉았다. 10월 부산아시안게임 준결승에서 이란에 승부차기로 지자 대한축구협회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를 잘랐다. K리그 포항 스틸러스에서는 후배인 최순호 감독을 보좌했다. 최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서포터스의 퇴진 운동에 시달리던 때였다.
2005년 고향팀 경남 FC의 창단 감독이 된 박항서는 팀의 기틀을 다졌다. 그러나 동향 선배인 조광래 감독에게 밀려났다. 전남 드래곤즈 감독 때는 ‘이천수 항명 파동’이라는 험한 꼴을 보면서도 제자를 감쌌다.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하기 힘든 군 팀인 상주 상무를 맡아 2부에서 1부로 승격시키고도 지휘봉을 넘겨야 했다.
백수가 된 박항서에게 2016년은 고뇌와 모색의 시기였다. 고향에 내려온 그는 낚시터를 자주 찾았다. 배 사무장의 회고다. “행님에게 낚시는 생각을 집중하고 마음을 다스리는 시간이었지요. 잡은 고기도 다 풀어줬어요. 밤늦게 동네 선술집에서 소주 한잔으로 마음을 달래기도 했지요.”
2017년 안상수 당시 창원시장이 박 감독에게 손을 내밀었다. 창원시청이 내셔널리그(3부 리그) 팀이라 박 감독의 명성엔 걸맞지 않겠지만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편하게 팀을 맡아달라는 요청이었다. 박 감독은 성심껏 팀을 지도해 전국체전 우승을 이끌었다. 그리고 운명처럼 에이전트인 이동준 대표를 만났고, 베트남행이라는 로또를 쥐게 된다.
태권도 선수 출신인 이 대표는 미래에셋증권에 입사해 일하면서 동남아 축구시장의 가능성을 봤다. 젊은 패기로 부닥치며 베트남·태국·홍콩 등에 인맥을 쌓은 이 대표는 베트남 축구협회가 국가대표 감독을 찾는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남몰래 준비하고 있었다.
이 대표는 “일면식도 없는 감독님을 만나고 간절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어요. 대표팀부터 프로 1·2·3부 리그까지 고루 경험한 이력, 최강이 아닌 팀을 조련해 토너먼트에서 좋은 성적을 낸 점 등을 잘 포장했고, 300대 1의 경쟁을 뚫을 수 있었죠”라고 말했다. 박 감독은 아들뻘인 이 대표에게 지금도 경어를 쓴다.
일행은 이 대표의 능력과 겸손한 품성을 높이 평가했다. 두 사람이 만난 게 아름다운 윈-윈이 됐다고 했다. 양 감독은 “감독님은 워낙 다혈질이라 심판에게 강하게 어필하다가 퇴장도 많이 당했어요. 지도자 하면서 쌓은 내공이 응축됐다. 베트남에서 폭발한 것 같아요. 감독님은 최고가 아니라 뭔가 부족한 선수들을 고쳐가면서 만들어 가잖아요. 선수들이 ‘이 감독을 따라가면 된다’는 믿음이 오니까 미친 듯이 뛰는 게 보이더라고요. 진심이 통한 거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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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 울면서도 마크맨은 안 놓친 악바리
박항서 감독의 고향인 경남 산청군 읍내에 걸려 있는 플래카드. / 사진:정영재
산청 아재들과 헤어져 서울로 올라왔다. 한문배 전 한양대 감독을 만났다. 그는 박 감독의 한양대 3년 선배이고, 럭키금성(현 FC 서울)에서도 한솥밥을 먹었다. 한 감독은 “내가 4학년, 항서가 1학년 때 전국대회 8강에서 고려대와 붙었어요. 고대는 김강남·성남 쌍둥이를 앞세워 전국을 휩쓸던 때였죠. 항서한테 ‘너는 강남이만 맡아라’고 주문했는데, 항서가 힘들어서 울면서도 강남이를 놓치지 않았어요. 그날 우리가 이기고 우승까지 했지요”라며 “머리가 살짝 벗겨진 항서가 지칠 줄 모르고 뛰는 걸 보고 내가 ‘야, 너는 밧데리다 밧데리’ 라고 별명을 붙여줬어요”라며 웃었다.
한 감독은 “항서가 불뚝 성질이 있고 말이 좀 투박하잖아요. 만약 베트남 선수들이 한국말을 알아듣는다면 지금처럼 멋진 팀을 만들 수 있었을까요”라고 농담을 던진 뒤 “많은 시련을 거치면서 다듬어진 박 감독의 리더십이 베트남에서 빛나는 걸 보며 자랑스럽습니다”라고 말했다.
월간중앙은 지난해 1월, 하노이에서 박 감독과 단독 인터뷰를 했다. “감독님을 B급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은데요”라고 묻자 그는 “B급이잖아. 하하하”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나도 흙길만 걸은 건 아니죠. 화려하지 않지만 평탄한 길을 걸어왔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국내 프로 축구는 젊은 지도자를 선호하면서 내게 더 이상 기회가 올 것 같지 않았죠. 그런 내게 기회를 준 베트남이 너무나 고마워서 최선을 다할 뿐이지요”라고 말했다.
박항서는 B급인가? 맞다. 그는 성격이 급하고, 잘 삐친다. 세련된 화술도, 세상을 요리조리 헤쳐나갈 처세술도 갖지 못했다. 그러나 그에겐 촌놈의 뚝심과 진정성이 있다. 그에게 선 사람 냄새가 난다. 힘이 아니라 마음으로 사람을 움직이는 묘한 재주가 있다. 그래서 박항서는 ‘B급의 얼굴을 한 특 A급’이다.
일본축구대표팀 나카토모가 이란과 아시안컵 4강전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일본-사우디아라비아 16강전을 보러 갔다가 일본 명단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일본 선수들 전부 유럽 명문팀에서 뛰고 있더라."
일본, 이란 꺾고 아시안컵 결승행 이란전 베스트11 전원 유럽파 박항서도 일본 명단 보고 깜짝놀라 반면 한국, 카타르전 유럽파 고작 2명 "한국 돈과 안정, 일본 꿈과 경험 중시"
박항서(60) 베트남축구대표팀 감독은 지난 23일 일본과 아시안컵 8강전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일본은 29일 아랍에미리트(UAE) 알아인에서 열린 아시안컵 4강에서 이란을 3-0으로 완파하고 결승에 올랐는데, 박 감독 말대로일본의 베스트11 전원이 유럽파였다.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 [뉴스1]
4-4-2 포메이션 중 공격수 오사코 유야(독일 브레멘)-미나미노 타쿠미(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미드필더 하라구치 겐키(독일 하노버)-엔도 와타루(벨기에 생트뤼덴스)-시바사키 가쿠(스페인 헤타페)-도안 리츠(네덜란드 흐로닝언) 모두 유럽에서 활약 중이다.
수비수 나가토모 유토(터키 갈라타사라이)-요시다 마야(잉글랜드 사우샘프턴)-도미야스 다케히로(벨기에 생트뤼덴스)-사카이 히로키(프랑스 마르세유)는 물론 골키퍼 곤다 슈이치(포르투갈 포르티모넨스)까지 유럽무대를 누비고 있다. 독일과 벨기에 리그에서 2명씩, 잉글랜드·스페인·네덜란드·터키·포르투갈·오스트리아·프랑스 리그에서 1명씩 뛰고 있다.
이란을 꺾고 아시안컵 결승에 진출한 일본축구대표팀. [AP=연합뉴스]
일본 선수들은 세계화를 위해 유럽프로축구 진출에 적극적이다. J리그에서 뛰던 일본 선수들은 유럽 빅클럽이 아니라 중하위권팀이라도 과감하게 이적한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유럽무대에 도전해 부딪힌다. 일본 J리그팀들도 선수들의 유럽이적을 가로막지 않고 보내주는 경우가 많다. 일본선수들은 네덜란드, 프랑스 리그 등에서 선발로 뛰면서 자신감과 용기를 얻었다.
일본축구대표팀은 이번 아시안컵에 도전적으로 임했다. 우선 혼다 게이스케(33·멜버른 빅토리), 가가와 신지(30·도르트문트), 오카자키 신지(33·레스터시티)를 제외하면서 젊은 유럽파로 세대 교체를 했다. 한국으로 치면 기성용(30·뉴캐슬),이청용(31·보훔), 구자철(30·아우크스부르크)를 명단에서 제외한 셈이다.
일본은 사우디아라비아와 16강전에서 '안티풋볼'을 펼치면서 1-0으로 겨우 이겼고, 베트남과 8강전에서도 1-0 진땀승을 거뒀다. 하지만 일본은 4강에서 아시아에서 국제축구연맹(FIFA)랭킹이 가장 높은 이란(29위)을 꺾으면서 진가를 발휘했다.
유럽선수들과 체격이 비슷한 이란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았다. 특히 후반 11분 이란선수 5명이 심판에 항의하는 사이, 미나모노는 필사적으로 볼을 따라가 크로스를 올렸다. 미나미노의 집념은 오사코의 헤딩선제골로 연결됐다.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감독은 경기 후 "이란전 승리는 선수들의 용기와 투혼 덕분"이라고 말했다.
축구대표팀 손흥민이 25일 카타르와 아시안컵 8강전 경기에서 쓰러진 황인범을 일으켜세우고 있다. [뉴스1]
반면 한국축구대표팀은 지난 25일 아시안컵 8강에서 카타르에 힘 한번 못써보고 졌다. 카타르전 베스트11 중 유럽파는 손흥민(잉글랜드 토트넘)과 이청용(독일 보훔), 단 2명 뿐이었다.
김민재, 이용, 김진수(이상 전북), 황인범(대전), 주세종(아산) 등 K리거 5명, 황의조(감바 오사카), 김승규(빗셀 고베) 등 일본 J리거 2명, 나머지 한명은 카타르리그 소속 정우영(알사드)이다.
물론 한국은 23명 중 유럽파 8명을 보유했다. 하지만 지동원과 구자철(이상 아우크스부르크), 이승우(베로나), 황희찬(함부르크)은 교체명단이었고, 기성용(뉴캐슬)과 이재성(홀슈타인 킬)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25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자예드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안컵 대한민국 대 카타르 8강 경기. 0 대 1 대표팀의 패배로 경기가 끝난 후 벤투 감독이 정우영을 다독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축구는 2회 연속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문제가 유럽진출에 걸림돌이 아니다. 1차적으로 유럽팀들은 실력이 떨어지는 한국선수들에게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K리그와 중국, 일본, 중동리그에서 수억원의 연봉을 받으면서 현실에 안주하는 경우도 있다.
잉글랜드 왓퍼드 이적설이 돌던 중앙수비 김민재는 중국 베이징 궈안으로 이적이 확정됐다. 터키와 프랑스 관심을 받던 김영권은 중국 광저우 헝다를 떠나 일본 감바 오사카로 이적했다. 독일 분데스리가 진출설이 돌던 공격수 황의조 역시 일본 감바 오사카에 잔류하는 분위기다.
K리그 시스템도 문제다. 미드필더 황인범(대전)은 유럽이 아닌 미국 밴쿠버 화이트캡스 이적을 눈앞에 뒀는데, 독일 함부르크가 황인범에 관심을 보였으나 대전과 이적료가 맞지 않아 무산됐다.
K리그 구단들은 에이스가 유럽으로 이적을 추진할 경우 이적료 20억원 이상을 불러 결렬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앞서 수원과 전북은 대의적인 차원에서 이적료 15억원에 권창훈과 이재성의 유럽행을 허락한 착한 사례도 있다. 물론 권창훈과 이재성은 중동팀 거액의 연봉을 거절하고 본인의 도전의지가 강해 이뤄진 케이스다.
축구대표팀 황의조, 김민재가 28일 오후 아시안컵 일정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8강에서 카타르에 0-1로 패하며 59년만의 우승 도전에 실패했다. [뉴스1]
재일 스포츠칼럼니스트 신무광 씨는 예전에 기자에게 이런말을 한적이 있다. 신씨는 "한국 선수들은 돈과 안정(경기 출장)을, 일본 선수는 꿈과 인생경험(해외생활)을 중요시 해서 해외로 나가는 경우가 많다. 한국은 병역이 걸려있어 급하게 결과를 원할수밖에 없지만, 일본선수들은 마치 옆나라에 단기유학 가듯 자유롭게 도전한다"고 말했다.
신씨는 "2002년 월드컵에서 일본을 지휘한 트루시에 감독이 당시 이런 말을 했다. '일본축구가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해외파가 많아야한다. 유럽 1부~2부리그를 포함해 최소 30명 정도 선수들이 유럽에서 뛰는 환경이 생기면 일본은 월드컵 8강도 가능할 것'. 당시 유럽파는 나카타, 이나모토, 오노, 가와구치 정도였다"고 말했다. 현재 유럽 1, 2부리그에서 뛰는 일본 선수는 약 30명이다.
일본은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 16강에 진출했고, 아시안컵에서 통산 5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반면 한국은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고, 아시안컵에서 59년째 무관에 그쳤다.
일본 축구 국가대표팀 시바사키 가쿠가 2019 아시안컵 베트남과의 8강전을 앞둔 23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페인 헤타페 미드필더 시바사키(27)는 8강전을 앞두고 '전 캡틴' 하세베 마코토(35·프랑크푸르크)가 대표팀에서 빠졌다는 질문을 받고 20초 가까이 고민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하세베 뿐만 아니라 러시아 월드컵 후 베테랑 선수들이 없다. 우리는 다음단계인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하기 위해 나아가고 노력할 것이다. 선수들이 목표와 책임감을 갖고 있다."
[스포탈코리아=아부다비(아랍에미리트)] 이현민 기자= 이번 대회로 작별을 고한 이들이 있다. 구자철도 그중 하나다.
한국은 25일 오후 10시(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세이크 자예드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서 열린 카타르와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에서 탈락했다. 후반 33분 하템에게 실점해 0-1 패배, 59년 만에 아시아 정상 도전을 마쳤다.
구자철은 지난해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이후 은퇴를 시사했다. 장거리 비행 등을 감수하는 대신 소속팀 일정에 집중할 것을 암시했다. 다만 파울루 벤투 감독이 직접 연락을 취하며 선수 마음을 돌려놨다. 이어 기성용 등과 함께 아시안컵까지 달리기로 했다.
유독 아쉬웠을 대회다. 대표팀은 부상자 속출로 정상 컨디션을 지키지 못했다. 구자철 역시 한창때만 못했던 것도 사실. 이에 구자철은 "이번이 대표팀에서의 마지막 생활"이라며 마침표를 찍었다.
구자철은 그 배경에 관해 설명했다. "사실 (11월) 호주와 평가전 뒤 아시안컵에 오지 않으려 했다. 감독님께 따로 전화도 드렸다"라던 그는 "주사기로 무릎의 물을 뺀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호주에 다녀온 뒤 그렇게 해야 했다. 언제부턴가 대표팀에서 경기를 뛰는 것을 즐기지 못하고 압박감을 느꼈다"라고 부연했다.
아쉬움 속에서도 여기서 끝을 냈다. 구자철은 "스스로 놓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최선을 다했지만 대표팀에 도움을 못 준다면 결단을 내리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라며 여정을 끝냈다.
2019 UAE 아시안컵이 열리는 UAE에서 한국 대표팀은 관심도 1위의 팀이었다. '우승후보' 중 하나로 평가받으며 아시안컵의 대세로 지목됐다. 수많은 외국 취재진들이 한국 대표팀 취재에 열을 올렸고, 한국 취재진들에게 질문도 많았다.
이런 관심을 받을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가 2가지 있다. 하나는 '아시아 넘버원' 손흥민(토트넘)이라는 존재감. 또 하나는 한국이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최강' 독일을 2-0으로 잡은 팀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이 독일을 꺾은 건 러시아월드컵 최대 이변으로 꼽혔다.
독일을 잡은 팀이었으니 아시아 팀들이 바라보는 시선은 달랐다. 선망의 눈빛이었다. 월드컵에서 다른 국가가 독일을 바라보는 것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시선은 조금씩 불신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약체' 필리핀, 키르기스스탄전에서 연이어 고전하며 가까스로 1-0 승리를 거뒀다.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팀은 대회 초반 부진하다는 정설을 믿었다. 최상의 조직력과 컨디션을 토너먼트에 맞춘다는 이야기도 들은 바 있다.
3차전 중국전에 조금 나아지는 가 싶었다. 그리고 이후 6일의 시간이 있어 기대감에 부풀었다. 체력도 회복하고, 조직력도 높아질 것이라 확신했다.
6일 뒤 16강 바레인전이 열렸고, 이번에도 졸전이었다.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2-1로 겨우 이겼다. 많이 쉬었으니 토너먼트에는 나아질 거란 확신은 무너졌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언젠가는 나아지겠지. 8강에서는 달라지겠지.
8강 카타르전. 이 기대감은 산산이 무너졌다. 대회 초반 부진하면 끝까지 부진하다는 것을 한국이 증명했다. 이토록 무기력한 대회는 없었다. 배신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굴욕적인 날이다. 선망의 눈빛은 동정의 눈빛으로 변했다. 모두가 부러워했던 한국이 이변의 희생양으로 전락해 위로를 받는 처지가 됐다. 카타르는 우승을 한 것처럼 환호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독일을 잡았던 그 팀은 도대체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가 없다. 독일전은 2018년 6월 27일 열렸다. 고작 213일이 지났을 뿐이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어쩌다 이지경까지 왔을까.
독일을 잡고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우승으로 2002년 급 열기를 뽐냈던 한국 축구. 오래가지 못했다. 다시 고꾸라졌다. 아시아의 호랑이는 없다. 희망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독일 잡은 기세로 시작했지만 마지막은 독일과 비슷한 처지가 됐다. 한국에 패배하며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독일의 기분이 이랬을까.
[스포티비뉴스=아부다비(UAE), 박주성 기자] 로테이션 없는 벤투, 그의 전술은 모두가 다 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오는 25일 오후 10시(한국 시간) 자예드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에서 카타르에 0-1로 패배했다. 이로써 59년 만에 우승에 도전했던 한국은 다시 한 번 고배를 마셨다.
경기 전 많은 사람들은 선발명단을 궁금해 했다.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 경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발명단이 공개되자 모두가 ‘역시 그대로네’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4-2-3-1 포메이션에서 최전방 황의조, 2선에 손흥민, 중앙 수비 김민재-김영권, 골키퍼 김승규. 늘 같다.
손흥민이 측면으로 이동한 것과 황인범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올라온 것이 다른 점이었지만 이는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 기성용과 이재성이 빠진 상황, 그 자리에는 구자철 아니면 황인범이었다. 손흥민 역시 측면이었지만 중앙을 자주 이동하며 지난 경기와 같은 모습이었다.
한국은 필리핀, 키르기스스탄, 중국, 바레인 그리고 카타르전까지 모두 4-2-3-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굳이 변화를 찾다면 좌우 풀백의 선수 변화 정도다. 선발명단이 중요한 이유는 전술 자체가 그렇게 맞춰지기 때문이다. 같은 선택은 대부분 같은 전술이 나오게 된다.
카타르전에서 한국은 이를 뼈저리게 실감했다. 상대는 이미 한국의 전술을 다 알고 있는 것처럼 대응했다. 짧은 패스와 한 번의 롱패스, 그리고 손흥민과 황의조의 개인능력으로 인한 마무리. 상대는 이에 수비를 뒤로 빼고 공을 잡는 순간 한 번에 치고 나가며 공격을 전개했다.
그러다 결정적인 중거리 슈팅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골이 들어가자 카타르는 하던 대로 라인을 내리고 한국의 공격을 막았다. 이때도 한국은 의미 없는 패스를 주고받으며 시간을 보냈다. 수비수 김민재를 최전방에 배치한 것이 유일한 선택이었다.
경기 후 벤투 감독은 “오늘 경기만 놓고 보면 많은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효율적이지 못했다면 동의하겠지만, 기회 창출에 대한 지적이라면 동의할 수 없다. 지금의 플레이 스타일을 바꾸지 않고 유지할 생각이다”고 했다. 벤투 감독의 변화 없는 축구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유럽축구연맹(UEFA)이 챔피언스리그를 빛낸 역습이라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 박지성을 언급했다.
UEFA는 26일 공식 SNS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박지성, 웨인 루니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역습 중 하나를 펼쳤다”며 동영상을 게재했다.
이 동영상에 등장하는 경기는 2009년 5월 열린 2008-09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의 3번째 득점 장면이다. 호날두-박지성-루니-호날두로 이어지는 간결한 전개로 맨유 골문부터 아스널 골문까지 전진해 득점한다. 공간을 활용해 속도를 높이는 역습의 전형이다.
이 경기에서 맨유는 박지성의 선제골과 호날두의 멀티 골을 엮어 3-1 승리를 따냈다.
올레 군나르 솔샤르 맨유 임시 감독 역시 박지성을 언급했다. 맨유는 26일 오전(한국 시간) 영국 런던 에미레이츠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19시즌 FA컵 32강전에서 아스널을 3-1로 이겼다.
경기를 마친 뒤 솔샤르는 “역습도 아스날과 역사의 일부분이다. 아스날전에서 나도 1997년에 코너킥 후 득점했다. 라이언 긱스, 카렐 포보르스키, 앤디 콜을 거쳐 나까지 이어진 역습이었다. 2009년에는 박지성, 호날두, 루니가 역습을 만들었다. 루니가 득점했고, 박지성도 그런 장면이 있었다. 맨유 역습의 역사”라며 언급했다.
실제로 맨유는 최근 솔샤르 감독 부임 뒤 날카로운 역습을 뽐낸다. 지난 14일 토트넘전에서도 마커스 래시포드가 역습으로 결승 골을 뽑았고, 이번 아스널전에서도 제시 린가드와 앙토니 마시알이 역습에서 2,3번째 골을 뽑았다. 최근 맨유는 속도를 잘 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