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바레인전 볼 점유율 8 대 2로 압도ㆍ유효슈팅은 120분간 2개에 그쳐ㆍ잔 실수 거듭하며 역습 상황 반복ㆍ지배축구와 정반대 경기 ‘진땀승’ㆍ선수들 누적된 피로 관리도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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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은 잡았으나 골은 안 터진다. 59년 만의 아시아 정상을 노리는 벤투호 ‘지배축구’의 현주소다.

파울루 벤투 감독(50)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22일 바레인과의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에서 연장 혈투 속에 2-1로 이겼다.

 

한국은 토너먼트 첫 관문부터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했다. 벤투 감독의 축구 철학인 지배축구가 볼 점유율을 높이면서 상대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을 추구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현상이다.

 

축구 데이터 분석 업체 ‘팀트웰브’에 따르면 한국은 볼 점유율에선 8-2로 바레인을 압도했지만 양팀의 플레이가 진행된 장소는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한국이 바레인 진영에서 잔 실수를 거듭할 때마다 롱볼로 순식간에 전개되는 역습을 내주는 상황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한국은 연장전까지 총 120분간 17개의 슈팅을 쏟아냈지만 유효 슈팅은 단 2개에 그쳤다. 벤투 감독은 “바레인의 압박에 이상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상대 진영에서 경기를 풀어가려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축구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흐름이라면 점점 더 강한 팀들과 만나는 토너먼트의 향방이 걱정된다고 말한다. 냉정하게 따졌을 때 이번 대회에서 지배축구가 톱니바퀴처럼 돌아간 것은 중국과의 조별리그 최종전 1경기가 전부다.

 

당장 25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로 무대를 옮겨 맞붙는 8강 상대 카타르는 4경기에서 11골을 넣는 동안 단 1골도 내주지 않는 탄탄한 경기력을 자랑하고 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카타르전에서도 공을 전개할 때 실수가 나온다면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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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 감독도 문제점을 잘 알고 있다. 바레인전에서 전반전이 끝난 직후 하프타임 라커룸에서 선수들에게 적잖은 주문을 내리면서 변화를 꾀했다. 그 핵심은 볼을 뺏기지 않는 것에 치중한 나머지 과도하게 아낀 슈팅 빈도를 늘리는 데 있었다. 결국, 축구는 골을 넣어야 이기는 스포츠다.

 

슈팅을 하지 않고서는 승리를 기대할 수 없다. 전반전보다는 후반전, 그리고 연장전으로 갈수록 그나마 경기력이 살아났던 배경이기도 하다. 황인범(대전)은 “감독님이 ‘슈팅을 절대 아끼지 말아라. 그래야 상대 역습도 방지하고 효율성도 높아진다’고 주문하셨다”고 말했다.

 

다만, 그 슈팅을 시도하는 선수가 누구인지 확인할 필요는 있다. 단순히 슈팅만 많이 시도하는 경우는 무의미한 통계만 양산할 따름이다. 바레인전에서는 득점을 책임져야 하는 황의조(감바 오사카·2개)와 손흥민(토트넘·1개), 이청용(보훔·0개), 황희찬(함부르크·1개) 등 앞선 라인의 선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슈팅을 기록했다. 바레인전 유효 슈팅이 단 2개에 그친 이유이기도 하다.

 

또 다른 숙제는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이다. 현대 축구에서 전술만큼이나 중요한 이 부분에서 한국 축구는 매번 고전하고 있다. 예측하기 힘든 부상은 인력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라지만, 경기를 뛰는 선수들의 몸 상태를 최대한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중국전이 끝난 뒤 6일간 휴식 시간을 확보했는데 선수들의 몸놀림이 예상보다 떨어진 것은 아쉬운 대목이었다. 벤투 감독은 “이 부분에 대해선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며 “공격 쪽에선 누적된 피로 문제가 있었다. 25일 8강전까지 잘 쉬면서 다음 경기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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