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딩크 옆에 이 남자, '브레인' 이영진 코치
박린 입력 2019.01.24. 05:44 수정 2019.01.24. 06:12
33년 전 럭키 금성 룸메이트 인연
이코치가 전술준비, 박감독이 총괄
베트남 방방곡곡 돌며 선수 발굴
박감독은 다혈질, 이코치는 냉정
베트남, 오늘밤 10시 일본과 8강전
"저와 동행해준 이영진 코치 덕분이다."
박항서(60) 베트남축구대표팀 감독이 23일 일본과 2019 아시안컵 8강전을 하루 앞두고 기자회견에서 꺼낸 말이다. 박 감독은 "제가 베트남 감독에 부임한지 14개월째다. 기적 같은 한해를 보냈다. 감독 혼자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이영진(56) 코치의 이름을 언급했다.
'명장' 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 옆에는 수석코치 카를로스 케이로스(현 이란 감독)가 있었다. 아시안컵에서 베트남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쌀딩크' 박 감독 곁에는 이 코치가 있다. 경기장에서도 훈련장에서도 이 코치는 박 감독을 그림자처럼 따라 다닌다.
박 감독은 2017년 10월 베트남 지휘봉을 잡으면서 이영진에게 코치직을 제의했다. 두 사람은 33년전인 1986년 럭키 금성(현 FC서울)에서 룸메이트로 인연을 맺었다. K리그 대구FC 감독을 지낸 이영진이 동남아시아 베트남 코치로 가는건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박 감독과 이 코치는 지난해 아시아 23세 이하 챔피언십 준우승, 아시안게임 4강, 스즈키컵 우승을 합작했다. 베트남 언론은 이 코치를 '박항서의 브레인'이라고 표현했다. 지난해 12월 스즈키컵 우승 후 베트남 국영방송 VTV는 '박항서 사람들'이란 주제를 통해 이 코치를 조명했다. 이 코치는 베트남에서 두번째로 유명한 한국인 지도자다.
박항서 감독은 "중요한 전술이나 선수 기용은 이 코치와 의논해 결정한다"는 말을 자주한다. 이 코치는 "감독님이 모든걸 지휘했고, 난 그저 곁을 지켰을 뿐"이라고 겸손하게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박 감독님이 K리그 감독을 지내다 내셔널리그 팀을 맡으면서 '인생을 배웠다'고 하셨다. 늘 주위를 돌아보고 의견을 경청하신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선수단 전체를 총괄하고, 참모격인 이 코치가 주로 세부전술을 준비한다. 이 코치는 K리그 지도자 시절부터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전력분석하는걸로 유명했다. 평소 젠틀한 성격인데, 축구 전술 분석에 대한 열정은 조광래 대구FC 대표이사 못지 않았다.
이 코치는 "상대팀 경기를 직접 현장에서 보는걸 원칙으로 삼았다. 한 베트남 항공사가 1년 무료 항공권을 제공했다. 박 감독님과 함께 하노이, 호치민 등 베트남 전국을 돌면서 선수를 찾아다녔다"고 말했다. 특히 베트남이 지난해 12월 스즈키컵 결승에서 말레이시아를 꺾고 우승했는데, 앞서 이 코치가 말레이시아 경기를 두 차례 직접 보고온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이 코치는 경기 준비과정에 대해 "일단 상대팀 감독의 성향과 국적을 파악한다. 우리가 어디서부터 수비를 시작해 어디서 볼을 뺏어 공격할지 준비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기 중에는 감독님은 경기 전체를 보고, 저는 상대의 전술적인 면을 체크한다. 경기가 잘풀리지 않을 때는 감독님께 '상황이 됐습니다'라고 말씀드린다. 함께 변화를 주면서 대응한다. 미드필드 지역에서 주도권 싸움에서 어려움이 생기면, 숫자 변화를 주는 식"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은 아시안컵 16강에서 요르단을 꺾는 이변을 일으켰는데, 스리백을 포백으로 전환하고, 양쪽 측면 자원을 올린게 적중했다.
박 감독은 성격이 다혈질이고, 이영진 코치는 냉정하다. 박 감독이 벤치를 박차고 나가면, 이 코치가 말리기도 한다. 그래서 시너지 효과가 난다. 이 코치는 "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저도 절 통제하는 편"이라며 웃었다.
스즈키컵 후 선수들 체력을 책임지며 왼팔 역할을 수행하던 배명호 코치는 말레이시아 FC아브닐 감독으로 떠났다. 반면 오른팔격인 이 코치는 변함없이 박 감독을 보좌하고 있다. 이 코치는 앞으로 목표에 대해 "감독님을 잘 보좌해 팀을 더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끝까지 박항서 감독을 먼저 언급했다.
두바이=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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