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 in UAE]독일 잡은 팀이 어쩌다 이지경까지
엄청난 자부심을 가지고 아랍에미리트(UAE)로 입성했다.
이런 관심을 받을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가 2가지 있다. 하나는 '아시아 넘버원' 손흥민(토트넘)이라는 존재감. 또 하나는 한국이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최강' 독일을 2-0으로 잡은 팀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이 독일을 꺾은 건 러시아월드컵 최대 이변으로 꼽혔다.
독일을 잡은 팀이었으니 아시아 팀들이 바라보는 시선은 달랐다. 선망의 눈빛이었다. 월드컵에서 다른 국가가 독일을 바라보는 것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시선은 조금씩 불신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약체' 필리핀, 키르기스스탄전에서 연이어 고전하며 가까스로 1-0 승리를 거뒀다.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팀은 대회 초반 부진하다는 정설을 믿었다. 최상의 조직력과 컨디션을 토너먼트에 맞춘다는 이야기도 들은 바 있다.
3차전 중국전에 조금 나아지는 가 싶었다. 그리고 이후 6일의 시간이 있어 기대감에 부풀었다. 체력도 회복하고, 조직력도 높아질 것이라 확신했다.
6일 뒤 16강 바레인전이 열렸고, 이번에도 졸전이었다.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2-1로 겨우 이겼다. 많이 쉬었으니 토너먼트에는 나아질 거란 확신은 무너졌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언젠가는 나아지겠지. 8강에서는 달라지겠지.
8강 카타르전. 이 기대감은 산산이 무너졌다. 대회 초반 부진하면 끝까지 부진하다는 것을 한국이 증명했다. 이토록 무기력한 대회는 없었다. 배신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굴욕적인 날이다. 선망의 눈빛은 동정의 눈빛으로 변했다. 모두가 부러워했던 한국이 이변의 희생양으로 전락해 위로를 받는 처지가 됐다. 카타르는 우승을 한 것처럼 환호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독일을 잡았던 그 팀은 도대체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가 없다. 독일전은 2018년 6월 27일 열렸다. 고작 213일이 지났을 뿐이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어쩌다 이지경까지 왔을까.
독일을 잡고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우승으로 2002년 급 열기를 뽐냈던 한국 축구. 오래가지 못했다. 다시 고꾸라졌다. 아시아의 호랑이는 없다. 희망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독일 잡은 기세로 시작했지만 마지막은 독일과 비슷한 처지가 됐다. 한국에 패배하며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독일의 기분이 이랬을까.
아부다비(UAE)=최용재 기자 choi.yongjae@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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