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래핑 없앤' 맨시티, 공격이 수비였다

김동현 입력 2019.02.04. 15:05


 


맨체스터 시티(맨시티)는 오버래핑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극도로 공격적인 축구를 해냈다.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의 끊임없는 전술 고민과, 그 전술을 완벽한 수준으로 소화할 기량을 갖춘 선수단이 있기에 가능했다.

맨시티가 4일 새벽 2시(한국 시각) 이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2019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5라운드에서 아스널을 3-1로 완파했다. 세르히오 아게로가 해트트릭을 터뜨렸고, 맨시티는 지난 24라운드 뉴캐슬 유나이티드전 패배를 잊을 수준 높은 경기 운영을 보여줬다.

▶다시, 측면 수비수를 없앴다

맨시티는 4-1-4-1 선발 라인업을 발표했다. 아게로를 원톱으로, 라힘 스털링-다비드 실바-케빈 데브라위너-베르나르두 실바가 2선을 구성했다. 일카이 귄도간이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았고, 아이메릭 라포르테-니콜라스 오타멘디-페르난지뉴-카일 워커가 플랫4를 구성했다. 기존 수비형 미드필더 페르난지뉴의 센터백 기용이 눈에 띄는 부분이었다.

허나 4-1-4-1은 맨시티에게 사실 의미 없는 포메이션이었다. 아스널이 볼을 잡고 하프라인을 넘었을 때 잠시 이뤄지는 수비조직의 형태였다. 맨시티의 실질적 형태는 3-2-3-2 포메이션이었다. 맨시티가 볼을 점유하는 시간이 길었고, 볼을 뺏긴 이후엔 전방압박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맨시티 3-2-3-2의 특징은 중앙 선수들의 전진이었다. 페르난지뉴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전진하여 귄도간과 ‘2’를 만들었고, 데 브라위너도 공격수처럼 높이 전진해 ‘2’를 구성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아게로와 데브라위너가 수시로 측면 침투를 시도했기에, 3-2-4로 봐야할 만큼 변칙적 공격 패턴이었다.

하여 스리 백을 꺼낸 맨시티는 측면 수비수를 기용하지 않았다. 지난 2017-2018시즌 EPL 우승 당시 사용한 패턴이기도 하다. 아스널전에선 세부적으로 다른 형태로 변형했다. 예컨대 지난 시즌 맨시티는 양쪽 윙백 두 명(파비안 델프-카일 워커)이 수비형 미드필더 페르난지뉴의 좌우에 머무르며 2-3-5 형태를 만들었으나, 아스널전에선 페르난지뉴가 전진 후 최후방인 스리백으로 머물렀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지난 뉴캐슬전 패배를 의식한 듯 했다. 지난 뉴캐슬 전 양 풀백이 뒤 공간을 수시로 노출했고, 그 결과 2실점이 패배로 직결됐다. 또한 왼쪽 풀백 벤자민 멘디의 부상 이후 대체자를 찾지 못 했다. 여러 명을 테스트했으나, 매번 왼쪽 풀백에서 공수전환 시 템포를 놓치며 팀 약점이 되곤 했다. 하여 오랜만에 측면 수비수를 기용하지 않았다. 이어 공격 패턴의 큰 축을 차지하는 오버래핑도 사용하지 않았다.


▶측면 공격을 중앙 선수들이 했다

맨시티의 상대팀 아스널은 4-4-2 포메이션을 꺼냈다. 피에르 오바메양과 알렉산드로 라카제트가 투톱으로, 촘촘한 4-4-2 세 줄 수비 블록을 구성했다. 투톱이 전방에 위치한 덕분에, 맨시티가 지난 시즌 공격 시 주로 변형했던 대형인 2-3-5 공격 형태를 저지했다. 맨시티로선 아스널의 투톱으로 인해서 센터백 두 명만 남겨두기에 위험도가 높았다. 아스널은 덕분에 맨시티의 중원 숫자를 한 명은 줄일 수 있었다.

아스널의 2선 구성도 수비적 의도가 명확했다. 좌우 미드필더를 윙백 혹은 스리백을 소화하는 세아드 콜라시나츠와 스테판 리히슈타이너를 배치했다. 중원엔 수비형 미드필더만 두 명(마테오 귀엥두지-루카스 토레이라)만 배치하여, 상황에 따라 파이브백과 식스백까지 오갈 수 있을 만큼 수비적 구성이었다.

맨시티는 아스널의 이런 타이트한 4-4-2 수비조직을 깨기 위해서, 측면을 최대한 넓게 활용해야 했다. 하여 스털링과 B.실바가 볼이 없을 땐 측면 터치라인까지 넓게 위치했다. 맨시티는 이 두 선수에게 빠른 템포로 패스했고, 아스널의 윙어인 콜라시나츠와 리히슈타이너가 압박을 위해 접근해야 했다. 그리고 이때부터, 맨시티는 측면 공략을 시작했다.

즉, 맨시티 측면에서 스털링이나 B.실바가 볼을 소유하면, 맨시티의 미드필드진은 반복적으로 중원(D.실바-데 브라위너) 미드필더들이 상대 풀백 뒤공간을 향해 맹렬히 침투했다. 아스널 윙백이나 중앙 미드필더들은 이들을 막기 위해 쫓아가야 했고, 그 벌어진 틈은 측면에서 페널티 에어리어를 향해 드리블 돌파를 위한 활로가 됐다.


▶공격이 곧 수비였다

긍정적 전술 효과는 더 많았다. 벌어진 중앙 틈으로 아게로가 직선 패스를 받을 수도 있었고, 측면으로 침투했던 D.실바와 데브라위너를 아스널 수비진이 놓치면, 곧바로 크로스를 시도할 공간이 발생되기도 했다. 또한 원톱인 아게로가 미리 스털링이나 B.실바 근처까지 측면으로 위치하며, 측면에서 수적 우위를 통한 이대일 패스로 문전 공격도 이어졌다.

맨시티 이런 측면 활용 움직임 장점은, 오버래핑 때 사용하던 공간과 시간을 축소할 수 있었다. 공격진들만 확실하게 힘을 모아서 상대의 공간을 파헤치는 셈이다. 특히 포백 때 오버래핑 나간 풀백들로 인해서, 센터백 두 명이 상대 역습을 대비한 것에 비해 위험부담이 확낮아졌다. 3-2-3-2로 후방엔 스리백이 유지되고 있던 까닭이다.

이날 맨시티 측면 공격의 정점은, 후반 16분 아게로의 결승골 장면이었다. 아스널의 4-4-2 수비조직 전체가 디펜딩 서드(수비 1/3지역)에 내려앉은 상황에서, 중앙의 페르난지뉴가 왼측면 전환 롱패스->스털링의 컷 백->귄도간의 칩 패스(이대일 월패스)->스털링의 땅볼 크로스에 이은 아게로의 마무리가 이뤄졌다. 오버래핑을 제외한 조합플레이(선수 두 명 이상이 공격을 위해 패스를 주고받는 부분 전술) 대부분이 들어있었다.

역설적 형태이기도 했다. 현대축구의 공격 성향을 상징하는 장면 중 하나인, 풀백의 오버래핑을 없애며 맨시티는 더욱 공격적 축구를 완성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공격만 강화 하는 게 아닌, 스리 백을 남겨두며 수비진의 안정까지 이뤄낸 것이다. 과르디올라의 끊임없는 연구와 고민이 만들어낸 결과다. ‘공격이 최선의 수비’라는 실현하기 어려운 축구계 격언을, 완벽과 효율을 추구하는 맨시티가 또 한 번 보여줬다.

글=김동현 인턴 기자(dongeul@soccerbest11.co.kr)
사진=ⓒgettyImages/게티이미지코리아(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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