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대한민국4.0 Ⅲ ]대통령<4>-③국민 43%, 대통령 업무수행 필수요건 1위 '전문가 활용'
부동산은 문재인 정부가 실책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거의 유일한 분야다. '주거공공성 강화'를 기조로 삼고 무려 26차례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정부의 의도와 반대로 집값은 뛰어올랐고 서민들의 주거복지는 더 악화됐다. 최근 여권에서 책임을 통감하며 정책수정을 꾀하고 있지만 각종 난제에 부딪히고 있는 상태다.
부동산의 정치화 '패착'…민심은 "전문가 활용하라"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부동산의 정치화'를 키워드로 꼽는다. 시장원리를 무시하고 부동산을 지나치게 '신념'으로 접근해 잘못된 진단과 처방에 이르렀단 것이다. 부동산은 모든 국민들이 추구하는 기본적인 욕망이란 점을 간과하고 부동산 투자를 지나치게 틀어막으려 했다는 점도 패착으로 지적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 정부는 부동산 정책을 펴는 데 있어서 신념과 시장을 착각한 게 아닌가 싶다. 진단도 잘못되니 처방도 잘못 나오고 시장도 꼬일 수밖에 없었다"며 "잘못을 했으면 고쳐야 하는데 잘못은 했지만 기조는 바꾸지 않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이 다 아니랬는데 옳다고 밀고 나가면서 겉잡을 수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30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여론조사업체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이달 11~12일 동안 전국의 성인남녀 132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서 ±2.7%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대통령 업무수행의 필수 요건'을 묻는 질문에 '정책을 잘 아는 전문가 활용'이 42.6%로 1위로 나타났다. '국민, 야당 등과의 적극적 소통'(28.8%), '북한, 주변국 등과의 외교'(12.7%), '측근 및 자기사람 관리'(6.9%), '대통령의 권한 나누기'(4.9%)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18~19세 응답자는 무려 51.6%가 업무수행에서 전문가 활용을 1순위로 꼽은 반면 70세 이상에선 32.2%로 나타났다. 젊을수록 전문가 활용을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나 차기 지도자들이 유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욕망 인위적 통제하고 '내로남불'…정책 틀렸으면 수정해야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부동산을 단순히 경제정책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면 해법의 실마리를 찾기 힘들다. 부동산은 단순한 땅, 건물이 아니라 모든 인간이 갖고 싶어 하는 삶의 터전이자 미래의 꿈"이라며 "이를 정부가 공권력과 공공기관의 힘을 빌려 인위적으로 통제하려고 하니 될 리가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정부가 대중의 심리를 봐가면서 발맞춰 가야 하는데 하고 싶은 대로 (부동산 정책) 26번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 핵심 인사들의 '부동산 내로남불'과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가 터지면서 정책의 정당성마저 급격히 훼손됐고, 공공의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2·4 공급대책마저 수개월째 공회전하고 있다.
심 교수는 "전문가들이 아니라고 하는데도 정부는 투기꾼이 부동산 문제의 주범이라고 믿더니 최근에 와서 견해를 수정했다. 그럼 과거의 잘못된 처방을 물려야 하는데 그러질 않고 있다"며 "지금 부동산 정책을 수정한다는 여당의 행태도 국민을 떠보고 간보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비판했다.
잘못 되돌리는 정상화…국가균형발전 위한 여야 합의도 절실
다음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어느 쪽이 집권해도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부동산이 대한민국에서 거주의 개념이 아닌 자산으로 기능하고 서울과 수도권, 지방, 강남과 강북 격차가 유지되는 한 자산을 증식하고자 하는 개인의 욕망을 거스를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부동산 정책이 보수·진보 정권에 따라 5년 단위로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한 시장에서 정부의 정책이 신뢰받긴 어렵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대통령 정책이 강남 아줌마를 못 이긴다는 말이 있듯 궁극적으론 국가의 백년지대계로서 부동산을 투자가 아니라 거주의 개념으로 인식을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장기적으로 강남이 아니어도 아이를 키우고 교육할 수 있는 주거수준을 전국적으로 확대해야 하고, 이를 위해 여야가 큰틀에서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장기적 부동산 정책 방향에 합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대차3법 등으로 인해 아파트 매물이 귀한데다, 대단지 재건축으로 이주 수요가 몰리면서 전셋값이 폭등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같은 가격 상승은 경기도 등 수도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11%올랐다. 일주일 전(0.08%)보다 상승폭이 더 커졌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2019년 7월 첫주부터 지난주까지 102주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2년이 넘는 기간동안 꾸준히 전셋값이 상승한 것이다.
임대차 3법 시행 등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 매물 품귀 현상으로 수요만큼 공급이 따라오지 못하면서 매매값에 이어 전셋값마저 치솟고 있다. 부동산원이 조사한 지난주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09.7로 집계됐다. 일주일 전보다 1.5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4주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이 지수가 100을 넘으면 전세 수요가 공급을 넘어섰다는 의미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21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만9734건으로 한 달 전(2만1396건)보다 7.8% 감소했다. 1년 전(4만4000건)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23일 서울시 서초구 반포 아파트 전경.[사진 = 김정은 기자]
특히 재건축 이주 수요가 있는 서초구 아파트 전셋값이 심상치 않다.
지난 1일부터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2120가구)와 신반포18차(182가구) 등이 이주에 나서고 있다. 하반기 이주 예정인 신반포 18·21차 등을 포함하면 서초구 내 이주 수요는 5000여 가구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인근 공인공개업자들은 이같은 이주 수요에 서초구 반포 아파트 전셋값이 치솟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포 인근 공인중개업자 A씨는 "이주 시작된다고 했을 때부터 전셋값이 오르기 시작했다"며 "이주 수요가 있기 전부터도 매물이 워낙 귀했는데 이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니까 더 가격이 오르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학군 수요가 많은 반포쪽은 매수자들이 비싸다는 불만을 늘어놓으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또 집주인들이 계약갱신청구권을 의식해 신규 전세 호가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반포 아크로리버파크(전용면적 84.95㎡)는 지난 10일 23억에 전세계약이 완료됐다. 지난달 24일 같은 평수가 15억에 전세계약이 성사된 것과 비교하면 한달 사이 전셋값이 8억 가량 오른 것이다. 현재 같은 평수 호가는 25억원에 달한다.
반포 인근 공인중개업자 B씨는 "이주 수요가 몰릴 걸로 예상됐으니까 집주인 입장에서는 가격을 높게 불러도 나갈 거란 기대심리가 강하다"며 "계약갱신청구권에 이주 수요도 맞물려 더 높게 부른다"고 말했다.
사진은 23일 오전 남한산성에서 내려다 본 하남 감일지구.[사진 출처 = 연합 뉴스] 서울 임대차시장 불안 여파는 경기도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신혼 부부 등 자금력이 부족한 젊은층을 중심으로 서울과 인접한 경기도로 전세 수요가 번지고 있다.
23일 부동산정보제공업체 경제만랩이 KB부동산 리브온 주택가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5월 경기도의 3.3㎡당 아파트 전셋값은 평균 1020만원이었지만, 올해 5월에는 1328만원으로 집계됐다. 1년간 30.3% 오른 셈이다.
교산신도시 호재가 있는 하남시는 같은 기간 3.3㎡당 아파트 전셋값이 1245만원에서 1865만원으로 1년 만에 49.8% 올랐다. 경기도 내 가장 가파른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의하면 하남시 덕풍동 덕풍현대(전용면적 84.81㎡)는 지난 14일 5억원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다. 지난해 5월 25일 2억 6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년동안 2억 4000만원이 올랐다. 하남시 덕풍동 하남자이 전용면적(84.99㎡) 역시 지난해 5월 4일 3억 5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성사됐지만, 지난달 15일 4억 9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하남시 덕풍동 인근 공인중개업자 C씨는 "하남시는 지하철 5호선 연결 호재에다 최근에는 교산 지구 신도시 개발로 청약 전세 수요가 급증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비싼 서울에서 밀려난 젊은 사람들이 하남으로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반포 일대 한 아파트단지 상가 내 부동산에 전세 매물 홍보물이 붙어 있다. 2021. 6. 17. <한주형기자>내년 상반기까지 임대차시장 불안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 아파트 전세시장 가격이 계속해서 상승하는 이유는 임대차 3법 때문"이라며 "적어도 내년까지 계약갱신권이 한 바퀴 돌기 전까지는 전세 시장이 안정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 교수는 "다만 시장 가격이라는 게 계속해서 끊임없이 오른다기 보다는 중간에 보합세를 보이는 시점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전세 공급을 늘리고 수요를 줄이면 되는데, 월세를 전세로 전세를 매매로 돌릴 수 있도록 세금 혜택·대출 규체 완화 등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금융당국이 기존 '30년'에서 더 나아가 '40년' 만기 초장기 모기지 상품을 선보인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부가 집값은 다 올려놓고 장기 대출상품을 내놓아 국민들에게 '평생 빚'을 씌우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더팩트 DB
7월 1일 청년·신혼부부 대상 모기지 상품 출시···'세대갈등' 조장 지적도
[더팩트|윤정원 기자] 금융당국이 내달 '40년' 만기 초장기 모기지 상품을 선보이기로 한 가운데 민심이 들끓고 있다. 정부가 집값 안정화에 힘을 쏟는 게 아니라 오히려 국민들의 대출을 장려한다는 지적이다.
2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오는 7월 1일부터 만 39세 이하 청년과 혼인 7년 이내의 신혼부부는 40년 만기 고정금리인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지원한도의 경우 보금자리론 3억6000만 원. 적격대출 5억 원이다. 기존 보금자리론 한도는 3억 원이다. 최소 대출금리는 6월 기준 보금자리론 2.9%, 적격대출 3.0%다. 적격대출의 경우 금리가 은행별로 상이해 최대 3.84%까지도 올라간다.
금융당국은 금번 40년 모기지 도입으로 청년·신혼부부의 내집마련에 따른 원리금 상환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존 보금자리론을 통해 시가 6억 원 주택을 구입할 때, 기존 30년 만기(금리 2.85%)를 적용하면 월상환액이 124만1000원이다. 하지만 40년 만기(금리 2.9%)를 선택하면 월 상환액이 105만7000원으로, 14.8% 줄어들게 된다. 아울러 당국은 40년 모기지는 만기 내내 고정금리로 제공되기 때문에 부담이 덜하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초장기 모기지 상품에 대한 실효성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의 집값 수준을 감안하면 40년 모기지가 청년층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하기에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KB월간 통계에 따르면 지난 달 기준 서울의 중소형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9억9585만 원이다. 전용 60㎡ 이하 소형 아파트로 눈을 낮춰도 매매가격은 7억8496만 원 수준이다.
무작정 대출 만기를 늘리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불거진다. 30세에 보금자리론을 이용한다고 가정하면 70세까지도 매월 100만 원을 넘어서는 원리금을 상환해야 하는 상황으로, 다소 현실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대한민국의 가계대출 수준은 이미 임계치를 넘어섰는데 빚을 조장하는 정부가 옳은 것이냐는 비판도 있다. 올해 1분기 말 국내 가계부채는 1765조 원에 달한다. 역대 최고액을 갱신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 또한 103.8%에 이른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와 관련 기사 댓글 등에도 성난 민심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집값을 떨어뜨려 줘야지 대출을 지원해주면 어쩌나", "평생 노예 만들려고 작정한 건가. 대출만 갚다 늙어 죽겠다"는 식이다. 청년·신혼부부에 혜택이 국한된 점과 관련해 세대 간 갈등을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무주택 40대가 제일 서럽다. 청년·신혼부부만 국민이냐", "마음에 드는 정책 상품은 아니지만 일단 또 중장년층은 배제됐다"는 토로가 이따금 눈에 띈다.
90년대생의 한국사회비평서 'K-를 생각한다' 저자 세습 격차 대물림...90년대생 한탕주의에 빠져 이준석 현상, 20대男 욕망 담긴 엔터테인먼트 정치 청년은 성취감, 위로 올라갈 기회와 희망이 중요 청년 들러리 세우는 정치 그만...새 서사 있어야
1990년대생의 이야기로 주목받고 있는 'K-를 생각한다' 저자 임명묵이 17일 경기 광명의 한 카페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여당에 '죽비'를 내리쳤던 4·7 재보궐 선거부터 '0'선의 1985년생 정치인을 제1야당 대표로 밀어 올린 이준석 돌풍까지. 2021년 대한민국 정치는 MZ세대의 중심축인 '1990년대생'들이 쥐고 흔드는 중이다.
'부모의 신분과 자산이 대물림된 첫 세대'이자 '건국 이래 부모보다 가난한 첫 세대'로 "헬조선"과 "이망생(이번 생은 망했다)"을 외치던 이들은 이제 한국 정치를 호령하는 캐스팅보터로 꿈틀대기 시작했다.
90년대생의 시선으로 한국 사회를 바라본 책 'K-를 생각한다'의 저자 임명묵(27)은 90년대생이 정치 변화의 주체로 호명되는 데 대해 "2030세대가 토해내는 날것의 목소리에 정치권이 주목하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우려도 적지 않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안티 페미니즘, '경쟁'만 앞세운 '공정' 등을 내세우며 편가르기와 갈등을 부추기는 '나쁜 정치'의 싹을 틔우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임명묵이 분석한 90년대생의 특징인 '탈가치', 그리고 정치를 '엔터테인먼트'로 접근하는 태도에선 포퓰리즘의 기운도 엿보인다.
90년대생의 이야기로 주목받고 있는 'K-를 생각한다' 저자 임명묵이 17일 경기 광명의 한 카페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바꿔 보겠다는 열망은 크지만, 그 몸부림이 어디로 향할지는 두고 봐야 하는 상황. 임명묵을 만난 건, 일단 90년대생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는 게 변화를 만들어 갈시작이란 생각에서였다.
1994년생인 임명묵은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에 재학 중이다. 한국 정치, 대중문화, 국제 정세 등 다방면에 식견이 높아 '지적 아이돌'이란 별명도 따라다닌다.
-'90년대생 논객'으로 자주 소환되고 있다.
"논객이란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왠지 한량 같아서. 그냥 글 쓰는 사람이다."
-최근 펴낸 'K-를 생각한다'는 '찐' 90년대생이 쓴 한국 사회 비평서로 화제다.
"기성세대는 지금껏 90년대생을 자신들의 생각으로 규정하고 대상화했다. 90년대생 역시 다른 세대가 이해할 수 없는 언어들을 구사하며 벽을 쌓았다. 책은 90년대생의 사고를 '번역'한 것이다. 인식의 격차를 좁히는 데 성공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부모 찬스' 세습 격차 본격화...분노, 무력감이 투쟁 원동력
2016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으로 불거진 최순실 딸 정유라의 부정 입학과 학사특혜 의혹 규명을 요구하는 대자보가 서울 이화여대에 붙어 있다. 정유라는 "돈도 실력이야, 니네 부모를 원망해"라는 글로 공분을 샀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금껏 언론에서 소비한 90년대생에 대한 특징은 인상 비평에 가까웠다. 그러나 임명묵은 90년대생 삶의 궤적을 관통하며 하나의 서사로 꿰어낸다. 부모 권력의 대물림, 금수저와 흙수저의 고정된 운명, 계급 사회에 대한 분노, 이를 해소하기 위한 탈가치와 한탕주의... 90년대생의 특징은 한국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책에서 90년대생 특징으로 '세계화'와 '정보화'를 꼽았다.
"90년대생이 태어나 20~30년 동안 겪은 흐름은 크게 세계화와 정보화였다. 세계화는 한국 경제를 둘로 나누었다. 한국 산업 가운데 세계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경제(수출 대기업 등)는 굉장히 빠르게 성장한 반면 거기에 속하지 못한 저부가가치 영역은 과거 수준 그대로였다.
이런 경제 체제와 함께 60년대생 부모세대의 학력, 자산이 대물림되는 세습 격차가 본격화했다. 어느 계급에 속하느냐에 따라 자녀 세대인 90년대생의 삶의 양식과 경제적 수준, 인적 네트워크가 결정됐고, 금수저, 흙수저는 운명이 됐다.
거기서 오는 분노, 좌절감, 상실감, 허탈감, 무력감이 90년대생을 키운 원동력이다. 또 90년대생은 스마트폰을 청소년기 때부터 쥐고 자란 세대다. 각종 SNS를 통해 나보다 멋지고 돈 많고 매력적인 타인의 삶을 끊임없이 비교하며 주관적 불만, 불안 심리를 쌓아온 게 특징이다. 부정적 감정들이 쌓여 투쟁적 면모로 발휘됐다."
"짱돌 대신 댓글 투쟁...탈가치, 한탕주의도 특징"
노골적으로 중국풍 소품과 의상 등을 사용하며 역사왜곡 논란을 빚은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는 방영 2회만에 폐지됐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거세진 데 따른 것이다. 사진은 서울 시내를 도는 '조선구마사' 비판 트럭 시위에 나오는 문구.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캡처
'인생은 한강물 아니면 한강뷰'란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90년대생에게 인생은 '한 방'이다. 지위 경쟁 체제에 끼지도 못하는 다수의 90년대생은 비트코인, 주식 등 지위를 역전시킬 수 있는 '한방'에 목을 맨다.
-예전처럼 '짱돌'을 들진 않았다.
"90년대생은 짱돌을 드는 대신 댓글을 단다. 투쟁에 나서는 건 경쟁과 격차에서 오는 심리적 압박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90년대생은 현실에서 어떤 목소리를 내거나, 액션을 취했을 때 실현되는 만족감을 얻을 기회가 상당히 적었다. 옛날보다 취업도 힘들고 결혼도 힘들고 연애도 힘들고.
꽉 막힌 현실 대신 찾은 공간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웹툰·웹소설·K팝 같은 문화 콘텐츠다.
온라인 세계에서 90년대생은 눈 깜짝할 새 거대한 군중으로 결집해 의제를 밀어붙이고 현실 세계까지 영향을 미치며 존재감을 확인한다. 남북단일팀, 예멘 난민, 조선구마사 드라마 폐지 논란 등이 그 사례다. 이젠 그 투쟁이 정치판으로 넘어온 것이다. 정치 영역에서도 '해보니까 되네'라는 효능감을 얻게 된 거다."
-투쟁 대상이 딱 떨어지지 않는다.
"앞선 세대의 투쟁은 군사 독재 등을 상대로 했고 공적인 가치를 지녔다. 그러나 90년대생에겐 그런 가치를 추구할 여유조차 없다. 심지어 가족주의도 해체되고 있다. 90년대생은 '탈(脫)가치'가 가치다.
그럼에도 추구하는 건 분명히 있다. '지위'와 '감각'이다.
경쟁에 참여할 만한 여력이 있는 친구들은 '더 위로 올라가야 한다'는 강박과 경쟁에 함몰되고, 경쟁에서 누락됐지만 지위를 얻고 싶은 친구들은 콘텐츠를 감각적으로 소비하는데 몰두하며 한방을 노린다.
가상 화폐 대세 시대에 살며 코인 대란 때 '인생은 한강물 아니면 한강뷰'라는 말도 나오지 않았냐. 모든 걸 걸고 투자에 성공해서 한강뷰 보이는 아파트에서 살든지, 아니면 인생 로그아웃 하든지. 한탕주의도 특징이다."
"공정은 논리 아닌 감각적 반응, 불안 달래기 위한 수사"
지난해 8월 인천공항공사 직원들과 취업준비생 등 청년들이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열린 ‘투명하고 공정한 정규직 전환 촉구 문화제’에서 졸속으로 진행된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해 즉각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임명묵은 90년대생에게 공정은 가치와 논리보다는 느낌, 즉 공정감이라고 말한다. "90년대생이 원하는 것은 불안을 더는 키우지 않는 것과, 신뢰의 기반이 쓸려나가는 와중에도 신뢰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라는 거다.
-공정은 그래도 민감하게 생각하는 '가치' 아닌가.
"보편적 가치나 자기 규율로서 공정을 주장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90년대생도 막상 제도를 우회해서 불공정한 방식으로 이득을 취할 기회를 가지면 거부할 것 같지 않다. 당장 부모의 특권을 누리는데도 거리낌 없지 않느냐. 90년대생에게 공정은 굉장히 감각적이고 즉각적 반응이다.
심리적 위축과 불안이 일상인 이들에게 최소한의 마지노선은 국가 시스템, 시험제도다. 개혁이든, 특혜든 쓸데없이 개입해서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만들지 말라, 시스템을 교란하지 말라는 요구 딱 거기까지인 거다.
일단 불만을 쏟아내고 공정이라는 이름으로 포장지를 씌운 거다. 90년대생이 말하는 공정은 불안을 달래기 위한 수사에 가깝다."
"이준석은 2030남성이 키운 캐릭터, 롤 수행 못하면 버려질 것"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018년 3월 13일에 방영된 tvN 예능 프로그램 '토론 대첩'에 출연한 모습. 당시는 바른미래당 서울 노원병 당협위원장이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준석 현상'에 대한 임명묵의 해석은 새롭지만, 위험하다. 일단 20대 남성들은 스스로를 한국 사회에서 핍박받는 '마이너리티'라 생각한다. "피해망상에 가깝지만" 그렇게 믿는 사람들이 있는 게 현실이란 말이다. 자신들의 고달픈 처지를 대변해줄 사람을 찾던 그들에게 이준석은 기꺼이 아바타가 돼줬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이준석 현상'을 어떻게 보나.
"언론들은 이준석이 2030 남성들을 공략했다고 분석하던데, 동의하지 않는다.
이준석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대의(代議)되지 못했던 20대 남성들의 의제를 받아 안아 준 '캐릭터'로 보는 게 더 타당하다. 그동안 2030 남성들은 여성들에게 밀려난 자신들의 '피해서사'를 대변해 줄 대리인을 엄청나게 찾고 있었고, 이준석을 자신들의 '아바타'로 키운 것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온라인 엔터테인먼트의 문법이 정치로 스며들었다는 점이다. 당대표 선거 당시 MBC에서 진행했던 후보 토론을 보면 게임방송을 방불케 한다.
실시간 방송에 5만명이 접속했는데, '도네이션'과 '리액션'이라는 온라인 엔터테인먼트 문법이 거기서도 등장하더라. 논리적인 30대 청년 이준석이 5060대 정치인을 압도하고, 페미니즘 이슈를 반박하는 걸 보면서 대리 만족을 느꼈을 수 있다.
이준석은 그들이 원했던 롤을 철저하게 수행했고 대표에 당선됐다. 그러나 그 롤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하면 가차없이 버려질 것이라 생각한다."
-그들이 부여한 롤만 따르는 건 포퓰리즘 아닌가.
"맞다. 이제 이준석 대표에겐 아바타로 부여 받은 롤과 지금까지 일궈온 한국 사회의 합의와 통념이 충돌할 때 어떻게 조율해 나갈지, 양자의 최적점을 찾아내느냐의 작업이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90년대생 젠더갈등, 남녀 각자가 피해서사 주고 받으며 일진일퇴"
강남역 살인사건 5주기인 지난달 17일 서울 강남역에서 서울여성회 회원들과 시민들이 추모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젠더갈등을 언급하는 것을 그는 매우 조심스러워했다. 그럼에도 ①90년대생 젠더 갈등이 가부장제에 맞서온 페미니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 ②청년층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젠더갈등마저 방치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정치권의 문제점도 짚었다.
-이준석 대표의 '안티 페미니즘'에 대해선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민감한 문제다. 다만 90년대생 젠더갈등은 그 이전 세대와는 다르다고 본다. 호주제 폐지 등 가부장제가 공고하던 시절의 젠더갈등에 대입하면 놓치는 게 많다. 그 관점에서 보면 페미니즘에 반대한다는 건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다만 지금 벌어지는 젠더 갈등은 온라인 커뮤니티나 문화 콘텐츠에서 누가 더 주도권을 갖는지를 둘러싼 싸움의 시작이다. 이른바 남초, 여초 커뮤니티에서 남성과 여성들이 각자의 피해 서사와 피해 의식을 주고받으면서 일진일퇴를 벌이고 있는 거다."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의 갈등을 부추기는 정치권과 언론도 문제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일부의 여론으로 봐야하는 건 맞다. 사실이다.
다수의 90년대생들은 그런 것들과 무관하게 잘 살고 있다. 중요한 건, 여론을 결집하고 조직해서 공통의 신화와 서사를 만들어내는 이 '극화된 소수'를 지나치고 넘어가면 나중에 문제가 더 커진다는 거다.
정치권은 새로운 의제를 발굴해서 이들이 젠더 갈등 대신 에너지를 쏟아 부을 수 있게 분출구를 만들어줘야 한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7월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로 들어서고 있다. 고 의원은 4.7 보궐선거 당시 고(故) 박원순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 불러 2차 가해 논란을 빚어 박영선 서울시장 캠프 대변인직을 사퇴했다. 뉴스1
-젠더 갈등을 두고 정치권이 손을 놓고 있다.
"여성들의 입장에서 얘기해보면, 민주당에 대한 실망이 정말 컸을 거라 본다. 2016년 강남역 사건 이후 2017년 당선된 대통령은 페미니스트 선언까지 했다. 민주당도 여성 정책을 내놨다. 그런데 이게 과연 20대 여성들이 원하는 내용이고, 수준이었을까.
정부와 정치권이 젠더 문제를 상의하는 대상은 제도권에 속한 윗세대 여성운동가들이다. 20대 여성들의 불안, 불만 역시 대의(代議)되지 못했다. 박원순 시장 성추행 사건에 대한 일부 여성단체들의 대응은 분명히 잘못됐었다. 그래서 청년 여성층의 불만을 직접 받아내는 정치인의 등장도 필요해 보인다.
지난 재보선에서 페미니즘을 내건 후보들이 많이 나왔는데, 단일화를 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도 해본다."
"일회성 시험으로 평생 잘 먹고 사는 능력주의는 문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8일 국가수소산업단지 현장방문을 위해 전북 완주군 일진하이솔루스(주)를 찾아 수소탱크를 살펴보고 있다. 완주=뉴시스
이준석 대표의 능력주의에 대해 임명묵은 능력주의를 대체할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능력주의를 진화시키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번의 시험으로 인생이 결정되는 획일화된 능력주의가 문제라는 거다.
-이준석 대표의 능력주의도 논란이다. 출발선이 다른데 능력주의가 공정하다고 말할 수 있나.
"공정과 마찬가지로, 능력주의 역시 90년대생이 지닌 불만의 레토릭으로 봐야 한다. 그래서 크게 중요한 논쟁이 될 거라 보지 않는다. 다만 능력주의를 비판하면 다른 시스템은 뭐가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능력주의 반대는 족벌주의(nepotism)인데 그게 맞는 걸까. 현실적으로 족벌주의가 더 오염되기 쉽다.
현재의 능력주의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한다. 한번 시험에 합격한 것으로 평생 놀고 먹을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건 옳지 않다. 그런 사회는 경직된다. 일회성 시험이 아니라, 꾸준히 능력을 측정하고, 그에 맞춰 보상이 분배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또 능력을 측정하는 평가 방식도 한 가지 기준이 아니라 다양해져야 한다. 좀 더 유연하게."
"한국 정치는 의제 실종이 문제...90년대생 '정치=엔터테인먼트' 여겨"
여의도 국회의사당이 안개와 미세먼지에 둘러싸여 뿌옇게 보인다. 한국정치를 바라보는 90년대생들의 마음도 이렇게 답답하지 않을까. 한국일보 자료사진
임명묵은 한국 정치에 대해 보수도, 진보도 의제를 상실한 게 가장 큰 문제라고 꼽았다. 산업화, 민주화는 청년들에게는 더 이상 생명력을 유지할 수 없는 서사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 90년대생들은 정치를 각자의 욕망을 투영해 키워나가는, '전형적인 아이돌 문법'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분석도 흥미롭다.
-90년대생이 보기에 한국 정치의 문제점은 뭔가.
"의제가 상실된 것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으로 보수는 복고주의로 회귀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엔 소득주도성장, 남북관계 등을 내놨지만, 둘 다 어느 순간 사라졌고 부동산 정책은 실패했다. 무능해도 정의롭다는 도덕적 정당성마저 조국사태로 박탈당했다.
보수 진보 양쪽 다 의제 실종이다. 특히 20대를 사로잡을 만한 의제가 없었다. 아예 관심 밖이었을지도 모르고. 산업화 민주화 서사는 이제 생명력을 잃었다. 그걸 뛰어넘는 새로운 비전을 청년들에게 제시해주는 게 필요해 보인다."
-90년대생이 생각하는 정치란 무엇인가.
"정치를 엔터테인먼트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사람들의 욕망, 열망을 대리만족 시켜주는 게 제일 중요해졌다. 과거에는 정책 토론과 결정 과정이 통제가 됐지만, 정보화로 인해서 사람들은 많은 걸 공유하고, 또 세력을 형성해 나갈 수 있게 됐다.
과거 정치가 '시대정신은 이거니 따르세요'라는 엘리트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내가 원하는 건 이거야'라고 먼저 의제를 던지고 팬덤을 모아서 지지를 하는 전형적인 아이돌 문법이 작동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런 점에서 비꼬아 보자면 조국 전 장관은 정말 훌륭한 엔터테이너다."
"주류인데, 비주류 의식에 갇힌 586세대"
자녀 입시비리 및 유재수 전 부산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586을 향한 임명묵의 비판은 탁월하다. 그는 586의 진짜 문제는 그들이 이미 사회의 새로운 주류임에도, 여전히 주류는 따로 있다고 여기는 그들 고유의 자기 규정과 비주류 의식에 있다고 일갈했다. 왜 그렇게 민주당이 '남탓'과 '내로남불'로 일관해 왔는지 미스테리가 풀리는 분석이다.
-민주당이 변화를 수용하는 데서 국민의힘보다 뒤처지고 있다.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30대 당대표, 이주민, 탈북자 출신 국회의원이 나온 게 보수정당이다.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는 강력한 공통 경험을 기반으로 뭉치다 보니 다양성 수혈이 어렵다는 거다. 386은 김대중 대통령이 민주당을 다양하게 만들어보자고 해서 데려왔던 세력인데, 그들이 주류를 장악하면서 민주당의 다양성은 역설적으로 사라졌다.
보수는 이익을 중심으로, 진보는 신념 중심으로 뭉치는 방식의 차이도 있다. 신념이 다르면 배제하기 쉽다."
-586세대가 이중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86세대는 청년 시절, 한국 사회를 거대한 부조리로 봤다. 친일파, 군부독재, 재벌 등 이 모든 걸 부정하려 안티테제에 몰두했다. 80년대 청년운동 맥락에서 이해는 간다. 하지만 지금 한국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 4만 달러에 진입한 선진국이 됐고 본인들은 그 나라를 이끄는 세력이다.
그런데도 사고 전환이 이뤄지지 못했다. 자신들은 여전히 비주류라는 인식을 갖고 있고, 그래서 더 무절제하게 부(富)를 추구했다고 본다. '나는 진보고, 보수가 여전히 기득권이니 이 정도는 해도 되겠지'라는 이중사고다.
문제는 나라를 좌우하는 정책까지 이중적 사고가 뻗쳤다는 거다. 나부터 강남에 집 사고, 아이들 미국으로 유학 보냈으면 타인의 욕망도 인정해야 한다.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고 깨부수려는 정책만 내놓으니 정책 효과가 떨어지는 거다."
"들러리 세우는 청년 정책은 그만...쇼 아닌 진정성을 보여라"
이준석 돌풍에 놀란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요즘 청년층을 공략하기 위한 구애 작전이 한창이다. 그러나 정작 청년층은 "쇼보다 정책을 원한다"며 탐탁지 않은 반응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준석 돌풍에 놀란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들은 요즘 청년층을 공략하기 위한 구애 작전이 한창이다. 그러나 정작 청년층은 "쇼보다 정책을 원한다"며 탐탁치 않은 반응이다.임명묵도 "세상에서 제일 꼴 보기 싫은 게 '젊어 보이려고 하는 꼰대'"라며, 진정성 없다고 비판했다.
-대선주자들 요새 청년층 구애작전에 열을 올리고 있던데.
"선글라스 끼고, 틱톡 챌린지하고, 롤 게임하고, 롤린 춤 추고 도대체 그런 아이디어를 누가 내는 건지 모르겠다. 세상에서 제일 꼴 보기 싫은 게 '젊어 보이려고 하는 꼰대'라는 걸 모르나.
'나는 잘 모르지만 이해는 해볼게' 라는 태도가 훨씬 더 진정성 있다. DJ 정권 시절 가수 서태지씨 팬들이 은퇴를 막아 달라며 김대중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낸 적 있다고 한다.
그때 DJ가 '처음 음악을 들었을 때 별로 좋은지 몰랐는데, 자꾸 듣다 보니 팬들이 왜 이렇게 열광하는지 이해될 만큼 너무 좋았다'며 '대한민국 대통령 김대중이, 문화대통령 서태지에게'라는 말을 처음 썼다고 들었다.
이게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에게 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태도다. 모르지만, 서로 인정해보자."
-여권에선 청년 특임장관 신설 얘기도 나오더라.
"이준석 대표가 뜬 건, 한 자리 건네주는 자리를 받아서가 아니다. 물론 처음엔 영입이었지만, 이후에 당내 기득권 세력을 들이받고 소신 있게 비판하는 목소리를 꾸준히 냈고 그걸 그 당이 용인해줬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미국에서 티본 스테이크 먹으면서 김치 반찬 나왔다고 한식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느냐. 청년에게 자리 하나 주고, 들러리 세우는 거면 소용 없다."
"청년에게 필요한 건 성취감, 위로 올라 갈 수 있다는 희망과 기대"
청년들은 억눌린 성취감을 만회할 수 있는,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기회를 원하고 있다. 대선주자들이 공을 들여야 할 제1과제는 질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청년들의 삶의 조건을 개선시키는 거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임명묵은 청년들의 마음을 얻고 싶다면, 바닥을 높여줄 게 아니라 천장을 낮춰주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본소득 등 하한선을 받쳐주는 논의 뿐 아니라,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데 대선주자들이 집중해야 한다는 거다.
-대선주자들이 90년대생, 청년들의 마음을 얻으려면.
"청년들이 원하는 건, 바닥을 높여주는 게 아니라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거다. 노력을 했을 때 위로 올라갈 수 있고 성취를 누릴 수 있고 그걸 바탕으로 다음의 성취를 이룰 수 있는 어떤 기대감과 희망 말이다.
기본소득 얼마 준다고 하면서 '하한선을 받쳐주겠다'는 것으로는 억눌린 성취감을 자극하지 못한다. 한국 사회는 새로움에 대한 강박이 있다. '노오오력'하라는 말에 청년들이 지쳤을 때 복지와 사회안전망으로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주겠다는 민주당에 열광했다.
그런데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계급은 넘어설 수 없다. 그러니 다시 공정, 능력주의 이런 것들이 뜨는 거다. 대안이 될진 모르겠지만."
-민주당이 대선기획단에 개그콘서트 피디 출신을 영입하려 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개콘이란 단어부터가 진부한데, 개콘 피디라니. 정말 상상력이 부족한 거 같다. 진짜 시계를 2000년대로 돌리고 싶어하는 건가."(한숨)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영국 정상과 나란히 앉아 한국의 달라진 위상이 확인된 가운데 당시 나눴던 대화가 소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영국 콘월에서 열린 G7 확대회의 1세션에서 문 대통령은 의장국 정상인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 왼쪽에 앉았다. 존슨 총리 오른쪽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리했다.
회의장에 도착한 각국 정상들은 서로 인사를 나눴는데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때 주고 받은 대화 내용을 소개했다.
박수현 수석은 14일 MBC ‘뉴스외전’에서 존슨 대통령, 바이든 대통령, UN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문 대통령이 미소 짓는 사진을 보여주며 “굉장히 재미있는 대화가 막 도착했다”면서 그 내용을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 : 한미회담도 최상이었는데 문 대통령님이 오셨으니 이제 G7도 잘될 겁니다. 존슨 총리 : 네. 그렇죠. 한국은 단연 세계 최고의 방역 모범국이죠. 방역 1등이죠. 구테흐스 UN 사무총장 : 맞습니다. 한국 대단해요. 마크롱 대통령 : 다들 생각이 같으시네요. 문재인 대통령 : (웃음)
박 수석은 “이렇게 덕담을 건넸는데 단순하게 건네는 덕담 수준이 아니다”며 한국이 방역, 백신, 경제 모두 성공했다고 평가받은 것이라고 했다.
그는 “존슨 총리는 한국에서 정말 많이 배웠다고 얘기했다”며 “오스트리아의 쿠르츠 총리는 사전 인터뷰에서 ‘1차 팬데믹을 통해 한국으로부터 배웠다, 한국은 방역과 백신 모두에서 배울 점이 많은 나라다’(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박 수석은 “이렇게 전 세계의 팬데믹 상황에서 한국이 방역과 백신, 더구나 경제까지 모두 성공했다고 평가받기에 의전 서열도 그렇게 예우를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해 오스트리아 판 데어 벨렌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오전 오스트리아 비엔나 호프부르크 왕궁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한국은 코로나 퇴치에 세계 챔피언”이라고 극찬했다.
▲ <이미지 출처=KTV 화면 캡처>
판 데어 벨렌 대통령은 “한국은 여러 가지 분야에서 코로나 팬데믹을 특히 물리치는 데 있어서 정말 세계 챔피언이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GDP도 크게 향상돼 나갈 것”이라며 “바이오사이언스가 굉장히 발전돼 있기에 개발이나 치료제 개발에 있어서 양국간에 협력 가능성도 굉장히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스트리아가 가진 기술과 한국의 산업화 기술을 서로 연계시키는 것이 코로나를 퇴치하는데 굉장히 중요하다”고 양국 협력을 강조했다.
박 수석이 전한 각국 정상들의 대화 내용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공유되며 “자랑스럽다”, “품격 높아진 대한민국이 느껴집니다”, “선진국 정상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좋아하구나”, “정말 국뽕이 차오릅니다” 등의 반응을 얻었다. 말풍선에 각국 정상의 발언을 적은 합성사진도 만들어졌다.
윤 원내대표는 "미사일 지침 해제 선언으로 미사일 주권회복은 물론이고 우주산업의 새 지평을 열었다"며 "바이오, 6G, 오픈랩, 양자기술 등 신흥기술 협력으로 미래지향적인 파트너십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새벽바다 헤치며 나가는 어부의 심정으로 우주대항해 시대를 열어 나가자"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 DC에서 5월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는 미사일 지침 종료를 선언했다. 이는 미사일 최대 사거리 및 탄도 중량 제한이 해제된다는 것으로, 미사일 주권을 확보했다는 의미와 동시에 우주로 향한 도전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우주 분야 협력을 확대하고 독자적 우주발사체 개발을 통해 새로운 우주시대를 연다는 각오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에 따른 과학기술 이행현황과 향후 계획을 논의하고자 열린 당·정·청 협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사진=뉴시스]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날 취임 후 처음으로 당정청 협의회에 참석해 "(한미 정상회담의)우주인력, 신기술, 네트워크 등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 협력이 구체적 결실로 이어질 계획을 말씀드리고 고견을 듣겠다"고 말했다. 이 외 민간협력 기반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 방안, 위성통신 기술발전 전략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윤 원내대표는 "입법예산 확보를 위해 실질로드맵을 마련하고 실천해야 한다"며 "우주개척을 통해 무엇을 얻을 지 또 어디까지 갈지 당장 알 수는 없겠지만 꾸준히 관심 갖고 지원하지 않으면 추격자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양질의 인력양성 ▲적극적 R&D 투자 ▲정부의 현장 투자 등 세 가지를 강조했다.
박 정책위의장은 "과학기술정보통신 등 기술집약 산업은 인재육성에서 시작된다"며 "이를 위해 실무형 인재양성을 위한 정책적 내용도 협의해 하나하나 뿌리를 잘 내릴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했다.
적극적 투자와 함께 과학계의 과제중심제도(PBS·Project Based System)를 개선하기 위한 방향도 논의됐다. PBS는 연구자가 외부 수탁과제를 수주해 비용을 충당하는 제도로, 단기 성과에만 치우쳐 연구역량을 해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과방위원장인 이원욱 의원은 "아직도 현장에서는 PBS 문제제기 등 자조적 목소리도 나오는 게 사실"이라며 "그런 것들이 해소돼야만 '퍼스트 무버' 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 과기인들의 자긍심을 이끌 분위기를 함께 만드는 게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임혜숙 장관도 현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취임 이후 '모든 답은 현장에 있다'는 생각으로 현장 방문을 숨가쁘게 이어오고 있는데, 현장에서 과기정통부에 요구하는 미션은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 같다"며 "당정청이 하나되어 협력하면 고민이 체감되는 성과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문예지 이번 호에 단편소설을 한 편 실었는데, 마감을 왕창 어겼다. 구차한 변명이지만,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거기에 영향을 미쳤다. 원고를 쓰던 중 집 주인으로부터 전셋집을 비워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지금 살고 있는 집에 이사 온 지 2년이 안 됐기 때문에 2년은 더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주인 본인이 집에 들어오겠다고 한다.
자산 가격 폭등이 의미하는 것 유례없는 거품인가, 뉴 노멀인가 200년 전 조선 상황 연상케 해
그 역시 법으로 정해진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다. 아쉽지만 원망할 수는 없다. 계약이 끝나는 것은 5개월 뒤이지만 요즘 전세난이 극심하다고 하니 어느 동네에 살 수 있을지 알아봐야 할 것 같았다.
근처에서 전세를 구할 수는 없었다. 아파트 같은 동, 세 층 위, 우리 집보다 7평이나 작은 집의 전세 매물이 나와 있다. 우리 집의 1년 7개월 전 전세 가격보다 2억5000만 원 더 높은 값에. 우리 집은 전세로 내놓으면 가격이 그보다 높겠지. 한 달에 1315만 원 이상씩 오른 셈이다.
이사 갈 동네를 알아보러 이곳저곳 다녔다. 주로 서울 끝자락이었다. 서울 중심부 아파트단지에 한번 가기는 했다. 버스를 타고 갈 때까지만 해도 ‘이 가격에 이 동네를?’ 하고 횡재한 기분이었다. 가서는 ‘서울에 이런 곳이 다 있구나’ 하고 놀랐다. 거의 슬럼이었다. 나를 위로하기 위해서인지 아내는 “이 동네 참 재미있지 않아?”하고 애써 밝게 말했다.
나는 속으로 ‘공각기동대’ 실사 영화를 다시 찍는다면 세트를 만들 필요 없이 그냥 여기서 촬영하면 될 거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 부부는 사이버펑크 전사가 아니므로 그 단지에 살면 틀림없이 불행해질 거라고 느꼈다. 초여름 뙤약볕을 피해 들어간 카페에서 우리는 낮술을 많이 마셨다.
그렇게 이사 갈 집을 찾으러 다닌 시간 자체가 길지는 않았다. 돌아와서, 마음이 싱숭생숭해서 글이 안 써진 게 문제였다. 붙들고 있던 단편소설 원고를 다 쓰면 80만 원을 받을 예정이었다. 내가 수돗물만 먹고 이틀에 한 편씩 단편을 발표해도 다른 수입이 없다면 고료만으로는 1년 7개월 동안 2억5000만 원 못 번다. 에라이…….
부동산 가격 폭등을 지켜보는 봉급생활자들 상당수가 나와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내가 이 일을 해서 뭐하나, 싶은 심정. 내 노동의 가치가 통째로 부정당하는 기분. 아내는 올해 완전히 반정부 세력이 되었다. 아내는 “현 정부 최대의 업적은 아파트의 고귀한 가치를 서민들로부터 지켜낸 것”이라고 냉소한다.
이것은 유례없는 거품인가, 아니면 뉴 노멀인가. 전문가들도 모른단다. 그런데 어느 쪽이든 무슨 상관이랴 싶은 생각도 든다. 부동산 시장이 붕괴하든,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오든, 아니면 이 ‘불안한 파티’가 계속되든, 프리랜서와 봉급생활자의 앞날은 암담하다. 사실 모두 피부로 느끼고 있지 않은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엄청난 무언가가 다가오는 중이라고.
그게 뭘까? 지금 무엇이 끝나고 있는 걸까? 그토록 돈을 풀었는데 왜 실물 경제는 살아나지 않고 자산 가격만 오르는 걸까? 여러 나라에서 같은 현상이 벌어지는 밑바닥에 어떤 근원적인 원인이 있을까?
나는 그게 부의 원천이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돈은 평범한 사람의 노동이 아니라 몇몇 천재들의 창의성, 혹은 땅이나 원자재처럼 한정된 자산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고용에 투자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지금 끝나고 있는 것은 노동의 가치다. 기실 미숙련 서비스업 상당수는 노동이 아니라 자존심을 파는 직업으로 변하는 중인 듯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리면” 따위 발언이 얼마나 한심한 인식에서 나왔는지 절감하게 된다. 다들 알고, 여권 정치인들만 모른다. 세상이 둘로 쪼개지고 있음을. 어마어마한 창의성이나 자산을 보유한 이들과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는 게 자기 노동밖에 없는 계층으로.
후자에 속하지 않으려는 발버둥은 노비나 소작농 신세를 피하려던 200년 전 민초들의 그것과 다르지 않아 뵌다. 이 격동의 시간에 집권 세력의 시야가 좁고 과거지향적, 교조적이라는 점도 200년 전과 닮았다. 이후로는 일론 머스크 같은 방자한 천재들의 세도정치 비스름한 시대가 오려나. 다음 수순은 민란인가?
뒤숭숭한 상상에 잠겨 며칠을 보냈다. 나는 이사 갈 동네를 고민해 볼 테니 여당은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똑같이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이유를 고민해보기 바란다. 나나 당신들이나 경제에 대한 이해도가 옛 선비 수준이어서 이 꼴이 된 것 아닌지.
27일 여당 부동산특위가 공개한 주택시장 대책을 보자마자 든 생각은 "아, 여당이 정권 재창출을 포기하는구나"였다. 20개가 넘는 대책을 나열했으나, 그중에 집값을 하락시킬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고가주택 소유자들이 집값폭등으로 얻는 시세차익을 고스란히 챙길 수 있도록 하는 대책만 눈에 띈다.
만약 이번 대책이 그대로 확정되고 추가 대책이 없다면 앞으로 집값하락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지난 4.7선거에서 표출된 무주택 국민과 20~30세대의 정권 심판이 내년 대선에서 또 일어날 것이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금특혜 폐지가 차지했어야 한다. 지난 4.7재보궐선거 이후 여당에서 이 문제가 뜨겁게 떠오른 것은 선거에서 표출된 민심을 읽었기 때문이다.
우원식 의원 등 여러 의원들이 "우리 당의 가장 큰 실패는 부동산 임대사업자에게 특혜를 준 것"이라고 말했고, 이재명 지사는 주택임대사업자를 투기세력으로 규정하고 이들에 대한 세제혜택 취소는 물론 더 큰 불이익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이번 대책이 발표되는 그 시간에 국회 정문 앞에서는 여당 국회의원 10명과 참여연대·경실련·집값정상화시민행동 등 시민단체가 합동으로 "주택임대사업자 세금특혜 폐지하라"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었다.
강병원 최고위원과 김두관, 김윤덕, 진성준 의원 등이 한목소리로 "집값폭등의 가장 큰 원인이자 우리 사회의 불공정·불평등을 극도로 악화시킨 주택임대사업자 세금특혜를 전면 폐지하라"고 외쳤다.
그러나 부동산특위가 발표한 대책은 이들의 주장을 조금도 반영하지 않았다. 주택임대사업자 세금특혜에 대해서는 "매입임대 폐지"와 "양도세 중과" 두 개가 포함되었다.
눈속임
매입임대 폐지는 사실 "폐지"가 아니라 "신규등록 중단"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기등록된 임대주택에 세금특혜를 고스란히 주면서 "폐지"라고 표현한 것은 눈속임이다.
"기존 사업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도 또 다른 눈속임 표현이다. 말소된 임대주택은 더 이상 등록임대주택이 아니므로 세금특혜를 주지 않는 것이 당연한데, 마치 "세금특혜를 축소"하는 듯이 위장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을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기등록한 임대주택에 대해 만기까지 엄청난 세금특혜를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2020년 6월 말 전국에 등록된 약 160만 채 임대주택은 만기까지 '재산세 100% 감면, 종부세 0원, 양도세 100% 감면 혹은 양도소득 70% 감면, 임대소득세 75% 이상 감면, 건강보험료 80% 감면' 등의 특혜를 앞으로도 쭉 누리게 됐다.
이런 세금특혜를 정부가 보장해주는데 어느 멍청한 임대사업자가 자신의 임대주택을 매도할 것인가? 그리고 160만 채의 임대주택이 매물로 나오지 않으면 집값은 하락하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
국토부는 임대주택 전체 자료의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도시연구소 등이 보고서에서 밝혔듯 서울 강남의 은마아파트와 마포래미안아파트 등 주요 단지에서 2018년 엄청난 물량의 임대주택이 등록되었다. 그리고 그 임대주택의 약 80%는 만기가 8년이다.
기등록 임대주택에 대한 세금특혜를 폐지하지 않으면, 2026년까지 서울 아파트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지난 3월 24일 <쿠키뉴스>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가 주택임대사업자 세금특혜에 대한 일반국민의 인식이 어떤지를 보여준다. <쿠키뉴스>가 데이터리서치에 의뢰하여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다주택 임대사업자 세금특혜 폐지"에 찬성하는 사람이 46.3%로 반대 38.7%를 크게 앞질렀다. 특히 18~29세는 무려 50.9%가 다주택 임대사업자 세금특혜 폐지에 찬성했다.
더 흥미로운 점은 문재인 정부가 뒤늦게 추진하는 주택공급 정책에 대한 국민의 생각이다. '주택공급 확대'보다 '다주택 임대사업자의 보유주택 매도'가 더 효과적인 공급정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절반이 넘는 50.2%였다.
이 여론조사 결과가 시사하는 점은 많은 국민이 주택임대사업자 세금특혜 때문에 집값이 폭등했음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젊은층일수록 이 세금특혜에 더 강하게 반대한다. 한 발 더 나가서 다수 국민이 이 세금특혜를 폐지해서 임대사업자가 보유한 임대주택이 매물로 나오길 원하고 있다.
이처럼 민심의 향배가 분명한데도 여당 부동산특위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 그들이 내놓은 집값대책은 집부자인 임대사업자 세금특혜 유지를 위해서는 정권 재창출도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표현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송기균 시민기자는 집값정상화시민행동 대표이자 송기균경제연구소 소장입니다.
송기균경제연구소 소장으로 한국경제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특히 문재인정부에서 서울집값 폭등으로 집없는 사람과 청년들이 고통받는 현실을 바꾸기 위한 글쓰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카페 <집값정상화 시민행동>에서 무주택 국민과 함께 집값하락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정부가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원격의료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보건당국은 환자, 의료진, 병원내 감염 확산 차단을 위해 한시적 비대면 의료(원격의료)를 허용했다. 이를 시작으로 여러 관련 사업이 다수 추진 중이거나 예정돼 있다. 지난 20여 년 동안 사회적 합의에 이르지 못했던 원격의료가 팬데믹(대유행)을 계기로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및 제4차 감염병관리위원회 심의·의결에 따라 ‘한시적 비대면 진료’를 허용했다. 대상은 경증 환자·만성 질환자 등으로, 의사는 이들에 대한 전화 상담 및 처방, 대리 처방, 화상진료를 할 수 있다. 또 내원 환자는 병원 내 별도 공간에서 간호사 등 의료인 보조 하에 화상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이전까지 의료계는 원격의료에 절대 반대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환자 수 급감 등 감염병 유행에 따른 직격탄을 맞으면서 기존 입장에도 변화가 있었다.
대한병원협회는 의료계에서는 처음으로 비대면 진료 도입에 찬성했다. 병원협회는 ▲초진 환자 대면진료 원칙 ▲적절한 대상 질환 선정 ▲급격한 환자 쏠림 현상 방지 ▲의료기관 종별 역할의 차별 금지 ▲환자의 의료기관 선택권 보장 등을 전제로 원격의료의 한시적 허용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관련해 미국의 의사 커뮤니티인 ‘Sermo’가 비대면 의료를 시행 중인 미국·이탈리아·스페인·프랑스·독일·영국·중국·일본·스위스 등의 의사 1천39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미국 응답자의 81%가, 나머지 국가들의 참여 응답자 48%가 환자 수가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반면, 확진자 발생이 최대치로 증가했을 때, 비대면 의료를 이용한 환자 비율은 94%의 증가율을 보였다고 밝혔다.
지난 20여년 동안 보건의료계의 '뜨거운 감자'였던 원격의료가 코로나19를 계기로 본격 도입되고 있다. (사진=한국보건산업진흥원 미래정책지원본부 '비대면 의료서비스의 장점 및 필요성' 캡쳐)
20년 넘게 뜨거운 감자…코로나19 계기 온도 변화
우리나라의 원격의료는 2006년 참여정부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원격의료 추진 방향의 틀을 잡았다. 추진 방향은 도서 산간 및 벽오지의 의사가 ICT 기술을 통해 대형병원 전문의로부터 자문을 받는 형태였다.
2014년이 되자, 박근혜 정부는 의료법 제34조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 개정안에는 휴대전화나 PC 등으로 환자 진료 및 처방을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돼 논란이 일었다. 대한의사협회와 시민사회단체는 크게 반발했다. 원격의료가 의료의 질을 떨어뜨리고 환자보다는 인프라 구축을 맡은 ICT 기업의 주머니만 불릴 것이란 비판이 나오면서, 당시 의료계에서는 ‘핸드폰 진료’라는 말이 나왔다.
여론도 부정적이었다. 의사협회가 같은 해 성인 1천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0%가 원격의료에 반대했다.
이후 박 정부가 비영리 법인병원과 영리 자회사 허용 등을 연이어 추진하면서 원격의료는 이른바 ‘의료 민영화’의 대표 격으로 취급받았다. 결국 의료법 34조 개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도 통과하지 못하고 19대 국회의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이후에도 복지부는 스마트진료, 유헬스 등 이름만 달리한 원격의료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현 정부들어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병원 내원에 부담을 느낀 환자 및 의료진을 위한 한시적 비대면 진료가 허용되자, 해당 조치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이 확산됐다. 여론도 긍정으로 돌아섰다. 작년 경기연구원이 국민 1천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88.3%가 원격의료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국민 여론이 우호적으로 바뀌었지만, 원격의료를 기존 의료체계에 편입시킬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백경희 교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원격의료에 관한 법제의 개정 방향에 관한 고찰’ 연구를 통해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의사-환자 사이의 원격진료에 대한 국민 여론은 우호적”이라면서도 “원격의료 범위 확장 필요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의료법은 원격의료 적용 대상은 오직 의료인에 국한하고 있다. 반면, 미국, 유럽 등은 원격의료 대상을 모든 환자로 확대 적용하고 있다. (사진=한국보건산업진흥원 미래정책지원본부 '비대면 의료서비스의 장점 및 필요성' 캡쳐)
환자-의사 원격진료 확대 허용할 것인가
의료법 제34조는 원격의료를 “의료인(의료업에 종사하는 의사·치과의사·한의사만 해당한다)이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먼 곳에 있는 의료인에게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법은 원격의료가 의료진-의료진 사이의 의료 자문으로 범위를 한정지어 놨다. 반면, 미국, 유럽연합(EU), 호주, 일본, 중국 등은 원격의료 대상을 모든 환자로 확대 적용하고 있다. 스웨덴의 경우 환자 가족도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의사-환자 사이에 원격으로 진료 및 처방이 가능토록 한 것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비대면 의료서비스의 장점 및 필요성’을 통해 한시적 허용에 따른 서비스 제공은 의료진에게 충분한 정보 제공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역할이 제한적이라고 지적한다. 의료법 제34조 제1항의 원격의료 조항은 유명무실하고 정부 정책 방향에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에 삭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메디히어 임재성 공동창업자는 “초진 환자에 대한 원격진료 허용 여부가 쟁점”이라며 “한시 허용도 해석에 따라 적용이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산간 도서 지역에서 원격의료에 대한 니즈가 강하다”며 “제도 개선을 통한 원격의료 전면 허용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우려도 존재한다. 질환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어렵고, 인프라 구축에 상당한 예산이 소요된다는 점, 무엇보다 ‘동네병원’의 붕괴 및 대형병원의 원격의료 의존 현상 등 의료전달체계 왜곡이 벌어질 가능성 등이 그것이다. 원격의료를 의료시스템의 일부로 확대 도입하더라도 앞선 우려 사항을 충분히 감안한 절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홍윤철 서울대학교병원 공공보건의료진흥원장겸 WHO 정책자문관은 원격의료를 떠받치는 하부구조, 즉 지역사회 의료기관이 단단해야 한다고 본다. 의료전달체계 고려 없이 추진되는 원격의료는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의료시스템에 대한 고민 없이 이야기하는 것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의료를 망치는 길이다.
원격의료를 기존 의료체계에 편입시킬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사진=한국보건산업진흥원 미래정책지원본부 '비대면 의료서비스의 장점 및 필요성' 캡쳐)
너무 빠른 속도·무게중심 산업발전 쏠림 우려도
최근 의사협회는 정부의 의원급 의료기관 대상 화상진료장비 지원 사업 중단을 촉구했다. 김대하 의사협회 대변인은 “화상진료장비 지원 사업은 한시적 전화 상담·처방제도에서 더 나아간 것”이라며 “의료계와 협의 없는 일방적 추진은 원격진료 도입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정부는 관련 사업을 빠르게 밀어붙이고 있다. 우선 ‘한국판 디지털 뉴딜’에 원격의료를 핵심 사업 가운데 하나로 포함시켰다. ‘감염병 안심 비대면 인프라 및 건강취약계층 디지털 돌봄 시스템 구축’을 통해 내년까지 건강취약계층 13만 명을 대상으로 생활습관 개선 등 보건소 모바일 헬스케어 제공 등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뿐 아니다. 경증 만성질환자 17만 명을 대상으로 웨어러블 보급 등 ‘동네의원’ 중심 건강관리체계 고도화도 추진 중이다. 또 취약 어르신 등 12만 명에게 IoT(사물인터넷)·AI(인공지능) 기반 통합돌봄 시범사업도 진행키로 했다.
지난해 경기연구원의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30.4%가 원격의료의 ‘단계적 도입’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의사협회의 주장이나 여론 조사 결과는 정부가 원격의료를 추진함에 있어 숨고르기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아울러 원격의료를 의료정책보다 산업 발전 측면에 더 무게중심이 쏠려있는 듯한 인상도 불필요한 논란을 낳는다. 이와 관련 김창엽 서울대보건대 교수는 ‘정부의 원격의료를 둘러싼 주요 논점’을 통해 “원격의료는 코로나19 시기라는 특수한 배경뿐 아니라 전체 사회와 국민 건강, 안전의 관점에서 고려되어야 할 제도”라며 “기본 정의에 대한 검토가 필수”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