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역 준장의 일갈 "백선엽이 이순신? 원희룡·안철수 무식"
[인터뷰] 박경석 육군 예비역 준장 "프랑스였다면 백선엽의 행동은 극형감"▲ 박경석 육군 예비역 준장. (자료사진) | |
ⓒ 권우성 |
"프랑스였다면 그는 극형감이다."
박경석(88) 장군(육군 예비역 준장)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백선엽(101) 장군(육군 예비역 대장)의 사후 현충원 안장과 관련된 논란에 "현행법이 그러니 (현충원에 안장되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후과가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9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백선엽은 간도특설대에서 독립군을 잡는 데 앞장선 사람이다"라며 "일본군대 출신이라고 해서 다 친일파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간도특설대로서 독립군을 잡으러 다닌 사람을 국립묘지에 안장할 순 없지 않겠나"라고 강조했다.
최근 백 장군을 이순신·홍범도 장군에 비유한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향해선 다소 거친 표현을 사용하며 비판하기도 했다.
"미친X들이다. 무식하니까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거다. 어떻게 대한민국 독립을 막으려던 사람을 (일본과 싸운) 이순신·홍범도와 비교할 수 있나. 기가 막히다. 우파든 좌파든 명백한 진실을 봐야 한다."
박 장군은 이른바 '육사생도 2기' 출신이다. 육사생도 2기는 1950년 육사 입학 후 한 달도 안 돼 6.25전쟁이 터져, 임관도 하지 못한 채 전장에 투입된 이들을 말한다. 그들은 한동안 육사에서 정식 기수로 취급되지 못했다. 육사생도 2기 상당수가 전장에서 목숨을 잃었고 박 장군도 전투 중 수류탄 파편에 맞아 몸의 왼편을 크게 다쳤다. 그때 왼쪽 귀의 고막을 잃기도 했다.
1980년 육군본부 인사참모부 차장이었던 박 장군은 당시엔 '광주사태'로 불렸던 5.18민주화운동 직후 무공훈장 심사를 거부했다가 결국 군복을 벗었다. 전역 후 한국군사평론가협회를 만들어 회장으로 긴 시간 활동했다.
박 장군은 이명박(MB) 정부에서 추진했던 '백선엽 초대 명예원수 추대'를 강력히 비판해 결국 이를 무산시킨 이력도 갖고 있다. 그는 "(백 장군이) 아무리 나의 옛 상사라 하더라도 그를 국가보다 우위에 둘 순 없다"라며 "간도특설대에서 독립군을 잡았던 사람이 초대 명예원수가 되고 영웅으로 부각된다면 대한민국이 뭐가 되겠나"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아래는 박 장군과 나눈 대화를 정리한 내용이다.
MB정부가 추진한 백선엽 초대 명예원수 막은 이유
▲ 박경석 육군 예비역 준장. (자료사진) | |
ⓒ 권우성 |
- 최근 백선엽 장군의 사후 현충원 안장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백선엽은 간도특설대에서 독립군을 잡는 데 앞장선 사람이다. (일본어판 자서전에서도) 스스로 그런 이야기를 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흔히 우리가 이야기하는 6.25전쟁의 4대 영웅도 아니다. 현재 법대로라면 대전현충원에 묻히게 될 건데, 현행법이 그러니 그건 어쩔 수 없다고 본다. 다만 후과가 클 것이다. 제가 백선엽 가족이라면 현충원에 안장하지 않고, 동생 백인엽이 묻혀 있는 가족묘에 안장하겠다. 그게 백선엽 자신을 위해서도 더 낫다. 이후 벌어질 사태를 어떻게 견디겠나."
- 백 장군이 6.25전쟁 4대 영웅이 아니란 건 어떤 의미인가.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한 전두환 정권이 이후 군과 선배들을 기린다며 6.25전쟁 4대 영웅을 선정한 바 있다. 한국에선 김홍일 소장(이후 중장까지 진급)과 김종오 대령(이후 대장까지 진급) , 미국에선 맥아더와 워커가 4대 영웅으로 선정됐다. 이미 1984~85년도의 일이다. 김 소장은 한국광복군 출신으로 이승만 대통령에 의해 대한민국 최초 장군으로 임관한 인물이다. 6.25전쟁 초기 흩어진 병력을 모아 한강방어선을 구축해 사흘 동안 인민군이 못 내려오도록 막았는데, 그때 트루먼 미국 대통령이 참전을 결정했다. 그때의 지연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은 없어졌을지도 모른다.
김 대령은 6.25 전쟁 때 38선 4개 사단 중 춘천에서 1개 사단을 맡고 있었다. 이때 인민군의 공격을 막아내 그들이 상당한 시간을 허비하도록 만들었다. 인민군은 춘천에서 수원으로 이동해 국군을 포위하는 것을 목표로 했는데 김 대령 때문에 이 계획이 무산됐다. 김 소장과 김 대령이 양쪽 날개에서 버텼기 때문에 물밀 듯이 밀려오던 인민군의 남하를 지연시킬 수 있었다. 그래서 4대 영웅에 선정된 것이었다. 근데 나중에 이상하게 백선엽과 김동석 대령이 끼어들었다. 이들은 미국과 매우 가까웠던 사람들이다."
(미국 정부는 1998년부터 2003년까지 정전협정 50주기 기념사업을 진행하며 6.25전쟁 4대 영웅을 선정한 바 있다. 이때 선정된 인물이 한국의 백선엽과 김동석, 미국의 맥아더와 리지웨이다. 박 장군은 훨씬 이전인 1984~85년 한국 정부에 의해 맥아더를 제외한 다른 인물들이 6.25전쟁 4대 영웅으로 선정됐다고 주장한다 - 기자 주)
- MB정부에서 백 장군을 초대 명예원수로 추대하려고 했을 때 강하게 반발했다.
"(백 장군이) 아무리 나의 옛 상사라고 하더라도 그를 국가보다 우위에 둘 순 없다. 간도특설대에서 독립군을 잡았던 사람이 초대 명예원수가 되고 영웅으로 부각된다면 대한민국이 뭐가 되겠나. 완전히 대한민국을 죽이는 길이다. 그때 채명신, 박정인, 이대용 장군 등 대한민국의 정의감 넘치는 장군들이 백 장군의 초대 명예원수 추대를 막아줬다. 그때도 <조선일보>가 (백선엽 명예원수 추대에) 앞장을 섰다.
제가 노골적으로 비판하니까 청와대에서도 연락이 왔다. 전화를 했던 비서관이 (MB를 칭하며) '각하'라고 하더라. '장군님, 각하가 결정하시려는데 왜 반대하십니까' 그러기에 내가 '야 이 XX야, 대한민국이 어떻게 생긴 나라인데 독립군 잡으러 다닌 사람을 대한민국 초대 명예원수로 세울 수 있냐'고 소리를 질러버렸다. 백선엽이 초대 명예원수가 된다면 우리의 건국이념은 말소되고 만다.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고 만다. 결국 국방부에서 육군 소장인 인사복지실장과 육군 대령인 담당 과장이 집으로 찾아왔더라. 그래서 내가 이런저런 자료를 보여줬다. 결국 명예원수 추대가 무산됐다."
- 당시 생존해 있던 채명신 장군은 어떤 반응이었나.
"나 혼자로선 힘이 부족해 채명신 장군에게 전화를 걸었다. '서울역 그릴'에서 점심을 먹고 백선엽에 대해 이야기했다. 채 장군도 (백 장군의 공적이 부풀려져 있다는 걸) 다 알고 있었다. 낙동강 전선의 다부동 전투를 통해 백선엽이 우리나라를 혼자 다 구한 것처럼 알려져 있는데 그렇지 않다. 낙동강 전선이 240km였고 여기에 한국군 5개 사단과 미군 3개 사단이 배치돼 있었다. 그렇게 8개 사단이 합심해서 지킨 것이다. 백선엽은 그 중 1/8의 역할을 한 것이다."
- 2013년 세상을 떠난 채 장군은 서울현충원 사병 묘역에 안장돼 있다.
"돌아가시기 전부터 부인에게, 그리고 저에게 항상 '8평 장군묘 말고 월남전 전우들이 있는 1평 사병묘에 묻히고 싶다'고 말해 왔다. 꼭 채 장군이 아니더라도 다른 예비역 장군의 모습과 백선엽의 모습을 비교해 보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 최근 원희룡 제주도자시가 백 장군을 이순신 장군에 비유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그를 홍범도 장군과 비교했다.
"미친X들이다. 무식하니까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거다. 어떻게 대한민국 독립을 막으려던 사람을 (일본과 싸운) 이순신·홍범도와 비교할 수 있나. 기가 막히다. 우파든 좌파든 명백한 진실을 봐야 한다."
- 최근 국립묘지법 개정을 통해 현충원에 안장돼 있는 친일 인사의 묘를 옮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파내야 한다. 법을 바꿀 수 있다면 바꿔야 한다. 백선엽이 주장하는 6.25전쟁 당시 공적을 행여 다 인정하더라도, 프랑스였으면 그의 행동은 극형감이다. 아무리 후사에 공적을 세웠더라도 조국을 배반한 것이 입증되면 프랑스에선 극형이다. 일본군대 출신이라고 해서 다 친일파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렇지 않은 인물들도 많다. 하지만 최소한 간도특설대로서 독립군을 잡으러 다닌 사람을 국립묘지에 안장할 순 없지 않겠나."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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