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을 잃은 정태욱의 기도를 확보하기 위해 이상민이 애쓰고 있다. 매초 공격 진영이 바뀔 정도로 빠르고 치열하게 승부가 펼쳐지던 그라운드에 순간 정적이 흘렀다. 27일 어제 천안에서 열린 U20 4개국 초청 축구대회 대한민국과 잠비아의 경기 도중에 일어난 일이었다. 우리나라의 정태욱이 잠비아의 측면 크로스를 차단하기 위해 상대 선수와 공중볼 다툼을 하다 턱과 광대 쪽에 강한 충격을 받고 쓰러졌다.
동료를 살린 U20 청소년대표팀선수들은 순간 위험한 상황임을 직감했다. 그리고 가장 가까이 있던 중앙 수비수 이상민과 골키퍼 송범근이 달려들어 정태욱의 상태를 살폈다. 다른 선수들은 급히 의료진을 불렀고 이승우는 구급차가 빨리 그라운드로 들어오지 않자 펄쩍펄쩍 뛰었다.
의식을 잃고 떨어져 경직 상태를 보이고 있는 정태욱 골든타임에 나온 발 빠른 대처그라운드 안은 물론 밖에서 경기를 보던 관중들과 시청자들까지 모두가 놀란 상황. 우리 청소년대표 선수들은 즉각 반응했다. 그동안 교육받아온 응급 처치법을 그대로 정태욱에게 시도했다.
중앙 수비수 이상민은 이를 악물고 정태욱의 기도 확보에 나섰다. 정태욱의 입에 손가락을 넣어 혀가 말려들어 가는 걸 막았다. 손가락이 퉁퉁 부어오를 정도로 이상민은 정태욱의 입을 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다른 동료들은 테이핑을 풀어 순환을 도왔다. 다행히 정태욱은 의식을 되찾고 병원으로 이동됐다. CT 촬영 결과 골절상은 피했다. 뇌진탕 증세가 남아 추가 정밀 검사를 할 계획이다.
고 임수혁과 신영록모두가 가슴을 쓸어내린 아찔했던 사고의 순간, 기자의 머릿속엔 고 임수혁과 신영록의 얼굴이 떠올랐다.
지난 2000년 프로야구 롯데에서 뛰던 임수혁이 경기 도중 갑자기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느닷없는 상황에 사람들은 어리둥절했고 임수혁은 한동안 그대로 방치됐다. 시간이 흘러도 그가 일어나지 않자 그제야 위기 상황임을 인식한 현장 관계자들이 소리를 쳤고 임수혁은 인근 병원으로 급히 이송돼 응급 처치를 받았지만, 뇌사상태에 빠졌다. 그리고 약 10년을 병상에 있다가 2010년 세상을 떠났다.
[연관기사][뉴스9] ‘뇌사 10년 투병’ 임수혁, 끝내 하늘로 (2010.02.07.)임수혁과의 이별 1년 뒤에는 프로축구에서 비슷한 사고가 일어났다. 제주 소속의 신영록이 경기 도중 심장마비로 쓰러진 것이다. 다행히 신영록은 동료들과 의료진의 빠른 상황 판단으로 급히 병원으로 이동됐다. 병원으로 옮겨진 신영록은 50여 일 만에 기적처럼 의식을 되찾았다. 꾸준한 재활 치료에 힘썼고 현재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연관기사][뉴스9] 신영록, 생사 고비 넘어 ‘깨어났다!’ (2011.06.27.)임수혁이 그라운드에 쓰러졌을 당시에 우리는 그를 살리지 못했다. 신영록은 기적처럼 의식을 되찾았지만 선수 생활을 그만두어야했다. 그러나 정태욱은 과거 두 선수와 달랐다. 고 임수혁과 신영록의 사고로 그라운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깨우친 한국 스포츠가 지속적으로 안전 교육을 해왔고 그런 노력 덕분에 정태욱은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 정밀 검진 결과 목뼈에 실금이 발견된 정태욱은 6주 정도 치료와 재활을 하고 나면 무사히 그라운드에 복귀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