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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778억 들인 제주 럭셔리 성형병원, 국내1호 영리병원 될까
- 기자
- 양영유 기자
국내 1호 성형·미용 외국계 병원
럭셔리 47병상 중국 자본이 준공
“공공성 붕괴” “관광의료” 충돌
제주도, 허가 미루고 공론 부쳐
도민 200명, 8월에 원전식 결론
당국 뒷짐에 재계 "혁신 역주행"
예멘 난민과 제주 제2 공항에 이어 이번에는 국내 1호 외국인 투자개방형 병원(이하 투자병원, 일명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이 이슈다. 중국 부동산회사 녹지그룹이 778억원을 들여 서귀포시 제주헬스케어타운 안에 세운 이 병원의 문을 열 것인지, 말 것인지를 제주 도민 공론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중앙정부의 신원전과 대입개편과는 달리 녹지병원 공론화는 자치단체 차원의 첫 시도다. 투자병원은 김대중 정부 때부터 경제자유구역법을 제정해 16년간 추진해 온 해묵은 과제다. 그 첫 작품의 운명이 ‘숙의형 민주주의’에 맡겨진 것이다. 소용돌이의 현장을 찾아갔다.
제주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녹지국제병원에 가자고 했더니 기사가 단박에 알아들었다. 서귀포 토평동 헬스케어타운 안에 있는데, 선거가 끝나자 시끌시끌해지고 있다고 했다. 택시는 516도로를 타고 한라산을 돌아 넘더니 제2 산록도로를 거쳐 광활한 단지 안으로 들어갔다. 공항 출발 50분 만이다. 가는 날(6월 28일)이 장날이라던가.
장대비가 쏟아졌다. 사람도, 병원도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기다리다 제주헬스케어타운이란 표지석 앞에서 내릴 수밖에 없었다. 경비원에게 물어보니 “입주가 된 콘도미니엄"이라고 했다. 그러더니 한자로 ‘綠地控股(녹지공고)’라고 쓰인 건물이 병원이라고 알려줬다.
보건복지부가 2015년 12월 병원 설립을 승인해 지난해 7월 준공했지만, 최종 허가권자인 제주도가 도장을 안 찍어줘 병원 간판 대신 회사 이름을 달았다는 것이다. 녹지공고는 녹지 유한회사를 의미한다.
공사가 중단돼 출입금지 팻말이 붙은 힐링스파이럴 호텔과 영업 중인 힐링타운 콘도를 지나니 경비원이 말한 글씨가 보였다. 지하 1층, 지상 3층 건물인데 연구소나 단과대학 같았다. 지하 1층은 지상 주차장과 맞닿아 그냥 1층으로 보였다.
인적이 없어 적막했다. 왼쪽 컨벤션홀은 텅 비었고, 오른쪽 직원용 행정동은 조용했다. 간혹 오가는 직원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병원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어서인 듯했다. 진료과목은 성형외과·피부과·가정의학과·내과(검진). 세계 300대 기업인 녹지그룹이 제주헬스케어타운 패키지 사업으로 짓고, 한국인 의사·약사·간호사·코디네이터 등 134명을 채용했다. 80%는 제주 출신이다.
1층은 에스컬레이터로 연결됐다. 성형센터와 의료미용센터는 럭셔리했다. 그런데 속살을 볼 수가 없었다. 사전에 병원 측에 안내를 요청했지만 “예민한 시기라 중국 본사 지침에 따라 언론 대응은 일체 않는다”고 하더니 정말 그리했다. 쓰린 마음을 다잡고 현관에서 헬스케어타운 사업 시행자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와 공론조사위 관계자에게 들은 체험담을 되새김했다.
"2층 VIP 검진센터에는 첨단 장비가 즐비하다. 당장 검진을 받아보고 싶었다. 휴식공간도 럭셔리하다. 47개 병상을 갖춘 3층은 영락없는 특급호텔이다. 특실엔 환자와 보호자용 침실·샤워실이 따로 있다. 테라스엔 욕조도 있다. 앞은 서귀포 바다, 뒤는 한라산 풍광이 펼쳐져 있는 고급 힐링센터다.”
비영리 의료기관과는 달리 녹지병원은 수익금을 투자자가 병원 밖으로 가져갈 수 있다. 내국인도 이용할 수 있지만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된다.
사실상 이용이 어려운 것이다. 전국보건의료노조와 의료영리화저지 제주도민운동본부가 "의료 공공성을 파괴하는 귀족병원이어서 도민에게 도움이 안 되고 중국 기업 배만 불린다"며 공론조사를 청구한 이유다. 양연준 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의료사업 경험이 없는 업체에 승인을 내준 건 박근혜 적폐"라고도 했다.
병원 실상을 알아보려 제주시 첨단과학기술단지에 있는 JDC 본사로 달려갔다. JDC는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이다. 김기영 의료산업처장은 "부유층 외국관광객용 특화 병원이어서 일반 병원에 전혀 영향이 없다"며 "개원 허가가 미뤄지자 일부 직원은 제주를 떠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올 2월까지는 시뮬레이션을 하며 개원을 준비했지만, 공론화가 거론된 3월부터는 중단해 썰렁한 것이라고도 했다. 녹지 측은 개원이 불발될 경우 제주도를 상대로 인건비(월 8억5000만원)를 포함해 거액의 손해배상 및 행정소송을 내겠다는 입장이다.
녹지그룹은 2012년 JDC와 1조130억원의 투자합의서를 체결하고 그동안 콘도·호텔 등 제반 시설에 6357억원을 투자했다. 원희룡 지사도 “헬스케어타운에 '헬스'가 빠져서는 안 된다. 외국인병원 1번지로 만들겠다”며 팔을 걷어붙이고 녹지병원을 유치했다.
하지만 원 지사는 문재인 정부 들어 입장이 묘해졌다. 정부가 의료 영리화에 부정적인 데다 반대 단체가 공론조사를 청구하자 이를 수용한 것이다. 6·13 지방선거를 앞둔 3월의 일이다. 복지부 정윤순 의료보건정책과장은 "정부 손을 떠났고 최종 결정권은 제주지사에게 있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복지부는 최근 의료 영리화 중단 방침을 선언했다. 이에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오락가락 정부 정책이 녹지병원 공론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총 김동욱 사회정책본부장은 “의료산업 규제를 풀면 18만7000~37만4000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데 혁신성장을 외친 정부가 역주행한다"고 지적했다. 복지 선진국인 스웨덴과 영국은 의료기관의 10~15%, 미국은 17%가 투자병원이고 일부는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영리 의료기관 설립을 금지한 국가는 한국·일본·네덜란드뿐이다. 인제대 이기효 보건대학원 교수는 "일본도 의료특구에 설립을 허용하고 네덜란드는 금지조항 폐지에 나서고 있다"며 "쇄국주의에 빠져 국제 흐름에 뒤지면 의료산업 동력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녹지병원의 운명은 제주 도민의 손에 넘어갔다. 주민들은 갈라져 충돌한다. 그런 가운데 공론조사위는 이달 중 두 차례 토론회와 여론조사(3000명)를 한다. 그런 뒤 8월에 도민 참여단 200명이 결론을 도출한다. 47병상의 미니 병원 하나를 놓고 온 제주가 들썩이는 것이다. 서귀포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는 허용진 공론조사위원장도 그런 점을 걱정했다.
- 질의 :공정성이 관건이다.
- 응답 :“공론조사위원 9명이 병원 현장에 가봤다. 전문 영역이어서 쉬운 일은 아니다. 여론조사와 도민 참여단의 직업·성별·나이 구성은 원전식 모델을 적용한다.”
- 질의 :당국은 뒷짐만 지고 도민이 판도라 상자를 여는 게 합당한가.
- 응답 :“애를 낳았는데 다시 집어넣으라는 격이라는 지적이 있다. 일리가 있다. 하지만 공론에 부치는 것도 갈등 예방 차원에선 의미가 있다.”
- 질의 :정부가 의료 영리화에 부정적인데 공정하겠나.
- 응답 :“정부 정책과 녹지병원은 전혀 다른 문제다. 영향받지 않도록 홍보하겠다.”
원희룡 지사는 “도민 공론 결과를 존중해 그대로 따르겠다”고 밝혔다. 과연 녹지국제병원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제주 도민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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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규제 실체를 보여 주는구나 나중엔 행정당국 아무도 나몰라라 하네 기업가는 죽겠구나 함부로 벤처하지 마라 나중엔 이렇게 된다 신불되고 인생 망친다 가족까지
답글달기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모습이구나. 일반 병원도 아니고, 차라리 외국인 전용 병원으로 해라, 병실에 카지노도 설치해 주고
답글달기그냥 부자들이 돈 많은 게 싫은거지? ㅋㅋㅋ 아랫것들이란 ㅉㅉ
답글달기현재 병원들이 영리를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면서 영리를 목적으로한 의료기관 설립을 금지한다는게 말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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