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톡톡 플러스]

김현주 입력 2017.12.2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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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물론 일부 사례지만) 기부해봐야 기부단체 직원들 술값 등으로 쓰이는데 누가 기부하겠냐"며 "정말 기부하고 싶은 이들은 현금 아닌 쌀이나 라면 등 물건으로 한다"고 주장했다.

B씨는 "기금운용 비리가 기부 문화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해 나갈 것인지 등 뚜렷하고 현실성 있는 대책이 없으면 기부는 더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C씨는 "전반적으로 좀 더 투명해져야 한다. 예를들어 50억원 걷어 자기네들 위해 30억원 쓰고, 나머지 20억원만 불우이웃에게 전달하면 누가 기부하겠냐"며 "그간 서민들도 힘든 가운데서도 더 어려운 우리네 이웃을 위해 기부한 것"이라고 말했다.

D씨는 "최근 비영리단체에 대한 신뢰도가 예전 같지 않은 것 같다"며 "만약 내가 1만원 내면 불우한 이웃에겐 얼마가 전달되는지도 모르겠다"고 밝혔다.

E씨는 "내가 내는 기부금이 제대로 쓰인다는 보장도 없고 100% 전달될 거라 생각하지도 않는다"며 "불투명한 단체가 싫은 것이다. 세월호나 이영학, 최순실 핑계대지 마라"고 꼬집었다.

국내를 대표하는 비영리단체(NPO)인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올해도 연말연시 범국민 모금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모금 현황을 보여주는 '사랑의 온도탑'의 수은주는 예년에 비해 저조한 수준이다.

사랑의 온도탑은 내년 1월31일까지의 목표액을 1% 달성하면 1도 오른다. 올해 '희망 나눔 캠페인'이 시작한 지 19일째인 이달 14일 기준 수은주 높이는 '27.9도'이다. 모금 목표액 3994억원 중 1113억원(27.9%)이 모였다.

2015년에는 캠페인 17일째 사랑의 온도가 41.1도를 기록했고, 2014년에는 18일째에 41.5도였다. 올해는 동기대비 30%가량 모금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 단체에 1억원 이상 기부한 고액 기부자 모임 '아너 소사이어티'는 2007년 12월 창설한 이래 올해 처음으로 신입회원 증가 폭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2008년 6명으로 시작해 지난해 422명까지 매년 신입 회원 가입자 수가 조금씩 늘었지만, 올해는 지난 17일까지 258명만 가입해 10년 만에 첫 감소가 유력하다.

총회원 수 1692명, 누적 금액 1857억원으로 우리나라의 대표적 '노블레스 오블리주'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 감소는 기업인이나 유명인사 등 부유층 기부도 위축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부자, 서민 가릴 것 없이 기부 안 한다

사랑의열매뿐 아니라 아동·장애인 등 특정 사회적 약자 집단에 전문적으로 맞춤형 지원사업을 펼치는 중소 규모 재단은 운영 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후원 감소에 시달리고 있다.

기부 민심이 크게 쪼그라든 데에는 올 하반기 터진 '이영학 사건' 등 일련의 악재가 영향을 미쳤다고 NPO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여중생 살인범 이영학은 '딸의 희소병 치료를 도와달라'면서 모은 10억원대 후원금 대부분을 차량 튜닝 등에 탕진한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취약계층 어린이를 돕는 한 재단을 통해 후원받는 아동이 정기 후원자에게 20만원 상당의 고가 브랜드 패딩을 보내달라고 요청, 해당 후원자가 도움을 중단했다는 내용이 온라인상에 퍼지기도 했다.

이후 후원자가 먼저 크리스마스를 맞아 롱 패딩 선물을 제안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또 다른 논란을 낳는 등 NPO들과 후원을 둘러싼 크고 작은 해프닝이 잇따랐다.

◆기부 감소, 우리 사회 전반 '신뢰' 줄어든 게 가장 큰 이유

'세월호 참사'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도 기부 감소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올해 터진 이영학 사건 등도 영향을 미쳤지만, 길게 보면 세월호 참사나 국정농단 사태 등 지난 정부에서 국가의 근간을 흔든 대형 사건의 여파로 우리 사회 전반의 신뢰가 크게 감소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치명적인 '도덕적 해이' 사건이 이어진 트라우마 때문에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분위기가 퍼진 것 같다며 정부, NPO, 기부자 등 당사자들이 각자 책임을 재고하면서 다시 신뢰를 다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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