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축구장 544배'... 없는 게 없는 '전세계 생활잡화의 수도'

머니투데이
  • 베이징(중국)=진상현 특파원
  • 2019.04.19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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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이우시 현지인 80만명의 작은 도시지만 세계 최대 소상품 도매시장로 성장…인건비 상승 등에 전자상거래 적극 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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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소상품의 수도'로 불리는 중국 이우시의 랜드마크인 국제상무성 내부. 축구장 554개 크기의 영업 면적에 6만개 점포들이 이곳에서 소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사진= 진상현 베이징 특파원
"전세계 소상품의 수도" "이우에 없으면 세계 어디에도 없다" "뉴욕의 크리스마스는 이우에서 준비한다" 중국 저장성의 현급 작은 도시, 이우시를 향한 찬사다. 현지인구 80만 명의 이 중소도시는 값싼 노동력을 기반으로 한 장신구, 완구, 생활용품 등 각종 소상품(생활잡화)의 중국 내 제조 및 집산지로 성장하면서 세계 최대 소상품 도매 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전자상거래가 발달하고 중국내 인건비가 올라가면서 이우도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육성, 일대일로 사업 등으로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는 이우시를 둘러봤다.  

◇이우의 랜드마크 국제상무성…축구장 544개 규모= 중국 저장성 성도 항저우에서 차로 2시간 가량 떨어진 이우시. 지난 12일 찾은 이 곳의 랜드마크 국제상무성 1동 건물에는 평일 오전임에도 적지 않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규모에서부터 압도했다. 1층에는 조화와 완구를 주로 파는데 수많은 점포들로 빽빽히 들어차 있었다. 1동에서 영업하는 점포만 모두 8000여개. 하루에 8만 여명의 고객들이 찾는다. 이중 3000여명은 외국 상인들이다. 이들은 이곳 제품들을 자국에 들여다 판매한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다. 이런 건물들이 모두 다섯 동이 여기 있다. 각 동별, 층별로 판매되는 상품의 종류가 다르다. 이 5개 동을 포함한 국제상무성 전체의 영업 면적은 400만여㎡에 달한다. 일반 축구장(7350㎡)의 544개 규모다. 입점해 있는 점포만 모두 6만개, 근무인원은 20만명에 달한다. 이곳을 꼼꼼히 둘러보고 필요한 물건들을 구매하려면 며칠도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점포들은 대부분 도매 판매만 가능하지만 별도로 소매 판매가 가능한 점포도 있었다. 전부 8000개인데 이런 점포는 따로 마크가 붙어있다. 도매 판매를 하는 점포들 역시 중국의 국민 모바일 메신저 '위챗' 등을 통해 주문하면 소량 구매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국제무역성 관계자는 "하루 20만여명의 고객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면서 "외국 상인들 가운데는 자국에 제조 기반이 없는 중동, 아프리카 등에서 많이 찾는다"고 귀띔했다.  
중국 이우시의 물류기업인 신퉁그룹의 택배 물류공장 내부 모습. 로봇을 이용해 택배를 분류하고 있다/사진= 진상현 베이징 특파원
중국 이우시의 물류기업인 신퉁그룹의 택배 물류공장 내부 모습. 로봇을 이용해 택배를 분류하고 있다/사진= 진상현 베이징 특파원


◇손재주+정부 지원+ 물류 등 통해 성장= 이우는 자연환경은 좋지 않았지만 현지 사람들의 손재주는 남달랐다. 가내 수공업으로 팔릴만한 물건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으면서 자연스럽게 도매 시장이 형성됐다. 92년 시 정부와 저장성 성부가 도매시장 육성정책을 추진하면서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았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새로운 발전모델을 찾아야 했던 성 정부는 이우시에 부가세 면제 혜택과 물류 기반 등을 제공하면서 키웠다. 그러자 공장들이 몰려들었고, 해외 상인들도 가세했다. 2000년 이후는 국제상무성 같은 대규모 국제 상업 타운을 건설하고 소상품 박람회 등으로 전세계 상인들을 끌어모았다. 현재 매년 약 50만 명에 가까운 외국인 상인들이 이우를 찾고 있다. 이우의 상품은 210개 이상의 국가와 지역에 수출된다. 거래의 65%가 해외로 나간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말 현재 현지 호구를 갖고 있는 이우 인구는 81만8362명에 불과하지만 외지에서 온 상주인구가 그 두 배에 가까운 142만9758명에 달한다. 무역 거래 등을 위해 상주하고 있는 외국인은 1만3000명이다.  

이우에서 팔리고 있는 세부 상품은 대략 210만 종으로 추산된다. 장신구, 양말, 완구 생산 판매량은 중국 전체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독보적이다. 시 전체 판매 면적은 640만㎡에 이르고 모두 7만5000개의 점포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시장을 이루는 셈이다.  

이우가 세계적인 소상품 도매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다른 원동력 중 하나는 물류다. 차량 운송을 통해 중국내 200개 대, 중도시에 직접 연결이 가능하고, 6개의 화물 전용 철도도 있다. 저장성 중부 지역 내 민영 공항을 가진 유일한 도시이기도 하다. 닝보, 상하이항과 인접해 해상 물류도 유리하다. 이우에서 물류 사업을 하고 있는 신퉁그룹의 덩더겅 동사장은 "이우의 택배 배송량은 중국 내 전체 대, 중도시 가운데 광저우, 상하이, 선전에 이은 4위"이라고 소개했다.
[르포] '축구장 544배'... 없는 게 없는 '전세계 생활잡화의 수도'



◇오프라인만으로는 한계…전자상거래 집중 육성= 지난 11~13일 이우 국제박람센터에서는 '2019 중국 국제 전자상거래박람회 겸 디지털무역박람회'가 열렸다. 행사에는 직접 상품을 파는 기업 외에도 포장, 행정서비스, 판매 플랫폼 기업 등 다양한 전자상거래 관련 기업들이 참여했다. 이 행사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 이우시가 기울이고 있는 노력의 한 단면이다. 탁월한 가격 경쟁력, 다양한 상품으로 세계 소상품 시장을 호령했지만 최근에는 인건비 상승과 전사상거래 확산 등으로 만만찮은 환경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무역업을 하는 한 한국인 사업가는 "작은 제조업체들은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사업을 포기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알리바바, 징둥 등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해 원하는 물건을 사는 고객이 늘어나면 매장을 찾는 고객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오프라인 시대를 주름잡았던 이우 입장에선 불리할 수 있다. 이우는 돌파구로 전자상거래 시장에 직접 뛰어들기로 했다. 중국 중앙 정부도 이우의 이런 변신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중국 국무원은 중국 국경간 전자상거래 종합시험구를 추가로 22곳 지정하면서 현급 도시 가운데 이우를 유일하게 포함시켰다. 이우시에 속한 국유기업인 루강그룹은 이곳에 루강뎬상샤오전이라는 전자상거래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있다. 80억8000만 위안(1조3655억원)을 투자해 3.3㎢의 부지에 전자상거래 관련 기업을 유치하고 인프라를 구축중이다. 

기존의 기업 및 물류 인트라가 탄탄했던 덕분에 전자상거래에서도 빠르게 성과를 내고 있다. 이우시 정부 통계에 따르면 이우시의 전자상거래 거래액은 지난 2013년 856억 위안(14조4664억 원)으로 같은 해 일반 소상품 거래액 683억 위안을 처음 앞질렀다. 이후 격차를 벌려 지난해에는 2368억3000만 위안(40조243억원)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일반 소상품 거래액 1358억4000만(22조9569억 원) 위안 보다 1000억 위안 이상 많다.  

제조 기업이나 판매 업체들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타오바오, 아마존 등 유명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입점한 이우 업체들의 판매 채널만 31만개에 이른다. 이중 17만개는 중국 국내, 14만개는 해외 거래를 하고 있다. 선글라스를 제조해 판매하는 이우캉천안경 관계자는 "국경간 전자상거래 덕분에 빠르게 매출이 늘고 있다"면서 "미중 무역전쟁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매출이 35% 늘었고, 올해도 30%대 매출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사업도 이우시의 새로운 동력이다. 이우시는 세계 최장인 1만3052㎞의 '이우-스페인 마드리드' 구간을 비롯해 9개의 유럽행 화물열차 노선을 운행중이다. 화물열차를 운영하는 톈멍실업투자유한공사 관계자는 "아직은 정부 보조금을 받으며 운영하고 있지만 항공 운송에 비해 가격이 싸고 선박 운송에 비해서는 운송 시간이 짧은 강점이 있어 앞으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중국 이우시 화물철도역. 유럽행 화물열치가 대기중이다./사진=진상현 베이징 특파원
중국 이우시 화물철도역. 유럽행 화물열치가 대기중이다./사진=진상현 베이징 특파원


◇"한국인들도, 이우에서 새 기회 있을 것"= '세계의 소상품 수도' 이우는 한국 기업인들에게도 기회의 땅이었다. 이우에서 값싼 노동력으로 직접 제품을 생산하거나 구입한 제품을 한국으로 보내 판매하는 무역업이 주를 이뤘다. 최근에는 인건비와 사업환경 변화 등으로 고전하고 있다. 인건비가 높아지면서 제조 원가가 상승한데다 전자상거래 활성화로 해외직구 채널이 늘어나면서 기존의 오프라인 채널을 통한 무역거래가 경쟁력을 잃고 있기 때문. 김완수 이우한국상회 수석부회장은 "2008년 쯤에는 이우에만 한국교민이 1만명에 가까웠지만 지금은 2000명 정도로 줄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우의 변신과 함께 새로운 기회도 생겨나고 있다. 기존 무역업을 전자상거래로 대체하는 것이다. 한 교민 관계자는 "한국과 이우에 각각 직원을 두고 전사상거래 형태로 사업을 하는 젊은 한국 기업인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B2B(도매)에서 B2C(소매)로 전환하면 이윤도 더 높아진다"고 말했다. 또 이우를 비롯한 중국 경제의 성장으로 질 높은 제품을 찾는 경향이 생기고 있는 것도 참고할만하다고 현지 교민들은 전했다. 다른 교민 관게자는 "디자인 등에 있어선 중국이 아직 한국인들을 절대 못따라온다"면서 "중국에서 제조를 하되 한국형 디자인 등을 가미해 제품의 퀄리티를 높인다면 중국의 거대 시장에서 충분히 해볼만하다"고 말했다.



JDC "녹지그룹, 헬스케어타운 재개 협력 확인"
문대림 이사장, 11일 장옥량 녹지그룹 총재 협의
2014년후 5년만 만남…정부 소통창구 역할 약속
이소진 기자 sj@ihalla.com
입력 : 2019. 04.15. 15:2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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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이사장 문대림·이하 JDC)와 장옥량 녹지그룹 총재가 헬스케어타운의 조속한 재개를 위한 협력 강화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JDC는 지난 11일 중국 상해 녹지그룹 본사에서 문대림 이사장과 장 총재와의 면담을 진행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만남은 2014년 8월 녹지그룹이 헬스케어타운에 추가 투자를 위한 MOU 체결 이후 처음 가진 자리다.

공사가 중단된 헬스케어타운 조성 사업의 재개 등을 문 이사장이 장 총재에게 직접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헬스케어타운 조성 사업은 서귀포시 동홍동 일원 153만9013㎡ 부지에 1조5213억8000만원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현재는 자금 조달 어려움 등의 이유로 2017년 5월부터 사업이 중단됐다. 이 때문에 공사기간도 당초 2018년 12월에서 2021년 12월까지로 연장됐다.

녹지그룹의 헬스케어 투자 규모는 6800여 억원 수준으로, 당초 계획했던 1조 1000여 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앞으로 더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를 놓고 취소 절차 수순을 밟고 있는 등 과제가 산적하다.

JDC에 따르면 장 총재는 이날 면담에서 "헬스케어타운 조성사업 추진 중에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 등으로 어려움이 있지만 한국과 중국은 매우 우호적인 관계이며 중국인들이 제주를 좋아하기 때문에 JDC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직면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이어 문 이사장은 장 총재에게 "헬스케어타운 조성사업 추진에 일부 어려움이 있지만, 제주도와 JDC를 믿고 투자한 녹지그룹을 신뢰해야 한다고 언론 인터뷰 등에서 밝혔다"며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 문제도 녹지그룹, JDC는 물론 제주도와 중앙 정부 등과의 소통을 강화해야 하며, 중단된 공사를 조속히 재개하는 방안을 서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이사장은 "장 총재의 의견을 제주도 및 중앙 정부 등에 직접 전달해 소통의 창구 및 중재역할을 담당하겠다"고도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문 이사장과 장 총재는 이날 헬스케어타운 조성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지속적인 만남을 갖고 양 기관 간의 교류 확대와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을 재차 확인했다고 JDC는 전했다.

국내 첫 '투자개방병원'…정치 논리에 끝내 좌초

입력2019.04.17 17:42 수정2019.04.18 00:52 지면A1
제주도, 녹지국제병원 허가 취소
국내 첫 투자개방형 병원으로 세워진 제주 서귀포시 녹지국제병원 개원이 17일 무산됐다. 사진은 병원 전경.  /연합뉴스

국내 첫 투자개방형 병원으로 세워진 제주 서귀포시 녹지국제병원 개원이 17일 무산됐다. 사진은 병원 전경. /연합뉴스

국내 첫 투자개방형 병원 출범이 결국 무산됐다. 제주도가 17일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를 취소했기 때문이다. 2002년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투자개방형 병원 개설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 지 17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문을 연 투자개방형 병원은 한 곳도 없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녹지국제병원의 조건부 개설허가를 취소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원 지사는 “(녹지국제병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개원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개원을 위한 실질적 노력도 없었다”고 허가 취소 배경을 설명했다.

국내 첫 '투자개방병원'…정치 논리에 끝내 좌초

중국 뤼디그룹이 투자해 제주 서귀포시 토평동 헬스케어타운에 지어진 녹지국제병원은 지난해 12월 제주도로부터 의료기관 허가를 받았다. 외국인이 직접 투자해 배당도 할 수 있는 국내 첫 투자개방형 병원이다. 하지만 녹지국제병원은 외국인만 진료하도록 제한한 허가 조건 등에 반발해 개원을 미뤘다. 무상의료운동본부 등 시민단체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노동계, 더불어민주당 등 정치권이 의료 민영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이유로 개원을 반대했다.
 
제주도가 녹지국제병원 허가를 취소하면서 17년간 공전한 투자개방형 병원 도입은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국내 투자개방형 병원 개설의 물꼬를 튼 것은 김대중 정부다. 노무현 정부는 내국인도 투자개방형 병원에 투자할 수 있고 진료도 받을 수 있게 문호를 넓혔다. 하지만 시민단체 등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 투자개방형 병원 도입에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이 정치 논리에 갇힌 사이 싱가포르 태국 등은 투자개방형 병원을 통해 해외 환자 등을 유치해 의료 서비스 산업을 키우고 있다.

국내 첫 '투자개방병원'…정치 논리에 끝내 좌초

"정권따라 정책 오락가락…이제 누가 투자개방병원에 뛰어들겠나"

 
“녹지국제병원이 국내 투자개방형 병원의 테스트베드가 될 것입니다.”

보건복지부는 2015년 12월 18일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를 승인하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정부 방침은 3년 만에 완전히 바뀌었다. 제주도가 국내 첫 투자개방형 병원으로 녹지국제병원을 승인한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6일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국내에 투자개방형 병원은 없다”고 찬물을 끼얹었다. 시민단체 등의 개원 반발에 직면했던 녹지국제병원은 문을 열지도 못하고 결국 17일 제주도로부터 허가 취소를 받았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여파도 비껴가지 못했다. ‘의료영리화’ 논쟁을 둘러싼 정치싸움이 계속되는 한 국내에 투자개방형 병원이 문을 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내 병원 우회투자 논쟁 계속돼

시작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제주도는 중국 뤼디그룹으로부터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를 받아 2015년 4월 복지부에 제출했다. 투자개방형 병원 사업을 하려면 복지부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뤼디그룹이 778억원을 투자해 세운 그린랜드헬스케어가 47병상 규모 병원을 짓는 계획서였다. 시민단체들은 반발했다. 병원 사업자인 그린랜드헬스케어가 국내 성형외과 등에 투자했다는 이유로 국내 병원의 우회 진출이라고 문제삼았다. 사업계획서는 반려됐다. 뤼디그룹은 병원 운영 사업자를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로 바꿔 사업계획서를 다시 냈다. 같은해 12월 복지부는 이를 승인했다. “국내 병원의 우회 진출 문제는 모두 해소됐다.” 당시 복지부는 시민단체들의 비판에 이렇게 맞섰다.

정치싸움·사드 사태·정책 뒤집기 발목

병원 설립 계획이 승인됐지만 이상기류가 감지됐다. 2017년 사드 사태가 터지면서다. 한국을 찾는 중국인의 발길이 끊기면서 녹지국제병원을 포함한 제주 헬스케어타운 사업 전체가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그 사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다. 2017년 7월 우여곡절 끝에 병원이 완공됐지만 시민단체들은 또다시 발목을 잡았다.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 의료사업 파트너에 국내 성형외과가 포함돼 국내 병원 우회 진출 문제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제주도를 압박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복지부에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복지부는 “허가권은 지방자치단체에 있다”며 책임을 미뤘다. 1년 넘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던 제주도는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회는 ‘개설 불허’를 권고했다. 원 지사는 지난해 말 공론화위원회 결정을 뒤집고 ‘외국인 환자 조건부 개설 허가’를 결정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공론화위원회 결정 즈음부터 녹지 측은 이미 내부적으로 병원 사업을 못하겠다는 계산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권에 따라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것을 보면서 누가 국내에 투자개방형 병원을 열겠다고 나서겠느냐”고 반문했다.

해외 투자 한 푼도 못 받는 국내 병원들

투자개방형 병원을 세우려는 계획은 여러 차례 있었다. 2005년 송도국제병원 우선협상대상자로 미국 뉴욕프레스비테리안(NYP) 병원이 선정됐지만 법령 미비 등으로 사업계획을 확정하지 못해 2008년 협상이 결렬됐다. 인천시가 2009년 미국 존스홉킨스 병원, 서울대병원과 송도국제병원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지만 시민단체 등의 반대에 막혀 결국 무산됐다. 시민단체들은 투자개방형 병원이 문을 열면 의료가 민영화돼 국내 보건의료시스템이 무너질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환자는 38만 명이다. 2009년 처음 외국인 환자 유치 사업을 시작한 지 10년 만에 누적환자가 200만 명을 넘겼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병원들은 외부 투자를 받을 수 없어 환자 서비스 수준을 높이는 투자에 제약이 많다. 해외는 다르다. 독일은 투자배당이 가능한 전문 클리닉을 통해 의료 수준을 높이고 있다. 싱가포르는 1990년대 말부터 해외 환자 유치를 위해 투자개방형 병원을 허용했다. 파크웨이병원, 래플스병원 등으로 동남아시아 지역의 의료관광객이 몰리면서 한 해 60만 명이 넘는 해외 환자를 유치하고 있다.

이용균 연세대 보건대학원 겸임교수는 “일단 투자개방형 병원을 도입한 뒤 문제점이 있으면 보완하는 실사구시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투자개방형 병원

 
외부 투자를 받고 수익이 나면 자유롭게 배당할 수 있는 의료기관. 국민건강보험공단 대신 민간 보험회사와 계약을 맺고 진료비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제주도와 경제자유구역에만 세울 수 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중국 '쥬우허우' 등장, 그들은 무책임하고 이기적이다?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쥬우허우(95后)'세대를 바라보는 '꼰대' 마인드에서 벗어나자
중국 '쥬우허우' 등장, 그들은 무책임하고 이기적이다?
중국에 관심 있는 사람은 '바링허우' 혹은 '쥬링허우'라는 단어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는 흔히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출생한 사람들이 각각 그 이전 세대와 다른 특성을 강조하려고 할 때에 사용된다.

'바링허우'에 간신히 걸쳐진 필자는 '쥬링허우'의 등장에 세월의 야속함과 어색함을 느껴왔다. 그런데 몇 년이 채 지나지 않아 중국에서는 1995년~1999년 출생자가 사회에 진출하고 '쥬우허우(95后)'로 불리며 그들만의 독특함을 표현한 기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 중 가장 뜨거운 논쟁이 되었던 것이 바로 "갈수록 많은 회사가 '쥬우허우' 신입사원을 근속시키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이었다. 한 회사의 인사 담당은 "쥬우허우가 입사해서 일 년을 채우면 이미 놀라운 거다. 반 년, 몇 개월, 심지어 며칠 일하고 그만둔 사람도 허다하다"며 울분을 토했다. 그에 따르면 사직 사유도 문화, 복지, 업무, 상사, 동료, 야근 등 다양하다. 어쨌든 '쥬우허우'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그들은 미련 없이 회사를 떠난다는 것이다. 

2016년 발표된 중산대학 보고서에 의하면 실제로 '쥬우허우'의 첫 직장 근속 연수는 7개월에 불과하다. 쓰우허우(45后)의 25년, 우우허우(55后) 17년, 류우허우(65后)의 8년, 치우허우(75后)의 4년은 물론이고, 바우허우(85后)의 2년에도 한참 모자라다. 실제로 '쥬우허우' 2017년 이직률은 30.6%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5% 가량이나 높은 수치이다. 이에 대해 '쥬우허우'는 '치링허우(70后)'나 '바링허우(80后)'가 직업 안정성을 매우 중시했던 것과 다르다는 설명이다. 

'쥬우허우'는 구직할 때 연봉을 묻지 않는다?  

11월 29일, 중국의 한 매체는 중국 산둥대학 취업 설명회를 취재했다. 올해는 '쥬우허우'가 처음으로 사회에 진출하는 해이다. 설명회에는 산둥성, 장쑤성, 베이징, 저장성, 광둥성 등 21개 광역 단체에서 430개 기업이 참여하였다.  

산둥대학 출신의 참석자는 본인 소속 학과 출신은 보통 취업이 문제가 되지 않으며, 다만 급여가 매우 높아도 사원 복지가 좋지 않거나 업무 강도가 너무 강하면 건강을 해치고 삶의 질에 영향을 주기에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학부 졸업생은 본인의 경우 세계 500대 기업이 목표라고 전했다. 이미 창업을 통해 기본 수입은 얻고 있기에 생계에 연연해 아무 데에나 들어가진 않을 것이라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대학원에 진학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산둥중의학대학의 경우 모두의 예상과 다르게 적지 않은 학생들이 비교적 열악한 현급(县级) 병원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관련하여 취업 부문 담당자는 때로는 학생에게 자아실현이 대우보다 우선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특별히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부분은 취업 설명회에 참가했던 기업 담당자의 경험이다. 그는 해당 설명회에서 나눴던 졸업생과의 대화를 소개하였다. 그에 따르면 한 학생은 매우 뛰어나고 개성 있는 학생으로 담당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런데 말미에 학생이 던진 몇 가지 질문에 담당자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고 한다. 흔하게 연봉과 복지에 관련한 질문을 예상했던 담당자에 학생은 회사에 사원들을 위한 운동 시설이나 공식 티타임이 있는지 물었다고 한다. 

'쥬우허우'는 무책임하고 이기적일까? 

최근 관영 매체인 <인민일보>는 "내공을 단련하지 못하면 큰 그릇이 될 수 없다"며 쉽게 이직하는 젊은층을 비판했다. 해당 기사는 일부 청년은 연봉이 상승하고 지위가 높아지기 바라며 참을성 없이 직장을 옮기지만 결국 원하는 바를 얻은 이는 드물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과거의 몇몇 성공적 사례를 들어 그 '내공'은 하루아침에 혹은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하며, 젊은이들은 초조해하기 보다는 노력해서 '내공'을 닦아야 빛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웹상에서 많은 사람들이 요즘 젊은이들, 특히 '쥬우허우'를 비난한다. 실제 '쥬우허우'는 사회 생활에서 '치링허우'나 '바링허우'와 같이 안정만을 중시하지 않는다. 또한 자신에 맞지 않는 직장을 미련 없이 떠난다.  

때문에 이런 그들을 이해하기 어려웠던 사람들이 '쥬우허우'는 즐길 줄만 알고 '헝그리 정신'이 부족하다거나 무책임하며 이기적이라고 지적한다. 다시 말해서 일과 직장의 소중함을 모르기에 그에 집중하지 않거나 쉽사리 떠난다고 비판하는 것이다.

물론 그들을 위한 반론도 있다. 우선 '쥬우허우'가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사실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 인간으로서의 존중, 자아실현의 기회는 누구나 바라는 것인데, '쥬우허우'가 보다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뿐이란 것이다.  

또한 이전 세대와 성격은 다르나 '쥬우허우'가 견디고 있는 부담은 누구 못지않다는 지적이다. 경제적 성장으로 보다 많은 기회가 주어졌지만, 현재의 치열한 경쟁이나 독자(獨子)로서의 부담은 이전 세대가 겪지 못한 것이다. 

모든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중국의 한 매체는 기업이 '쥬우허우'가 직장에서 원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는 첫째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이다. 터무니없는 연봉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 일을 시킨 대가는 정당하게 지급하라는 것이다.  

둘째, 인간으로서의 존중이다. 단지 계약으로 묶인 상황에서 회사든 상사든 노예나 하인 취급은 사절이라는 것이다. 셋째, 해당 조직의 비전이다. 굶으며 자란 세대는 아니기에 보다 가능성 있는 조직에서 함께 발전하려는 것이다. 

사실은 웹상에서 떠도는 '쥬우허우'의 기행(奇行)을 접하며 여느 '꼰대'처럼 혀를 찰 뻔 했던 것을 고백한다. 그런데 일부 사건의 뒤에 숨겨진 부당한 내막을 알았고, 나아가 그들의 요구가 사실은 누구나 바라고 우리가 꿈꾸는 사회라는 사실을 인지했다.

그리고 '바링허우'가 이전 세대와 달랐던 것처럼 '쥬우허우'도 우리와 다르며 이를 이해하고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도 다시 떠올렸다.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에게 나와 같기를 강요해선 안 된다. 

사실 최근에 한국도 성별, 세대 같은 서로 다른 이들에 대한 혐오와 공격이 빈번하다. 상대에 대한 무지와 몰이해, 그리고 이에 근거해 상대에 대한 비난과 공격을 일삼는 것이다. 그러나 서로 편을 나눠 상대를 혐오하고 공격을 일삼는 사회가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안에서 나만 안전할 수 있을까? 서로의 시대나 환경이 다름을 인지하고 그들도 나름의 고충이 있음을 인정하면 이해하지 못할 것은 없다. 의식적이라도 이를 떠올리고 스스로를 가다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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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영리병원 개원한다…시민단체 반발 거세

등록 :2018-12-05 11:04수정 :2018-12-05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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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지사, 논란 빚어온 녹지국제병원 ‘조건부 개설’ 허가
내국인 진료 금지·외국인 의료관광객만 진료대상으로 한정
의료·시민단체 “공론조사 통한 숙의형 민주주의 파괴” 후폭풍
원희룡 지사 제주도 제공
원희룡 지사 제주도 제공
공공의료 체계를 흔들 시험대가 될 영리병원이 제주에 개원한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5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논란을 벌여온 영리병원 도입과 관련해 녹지국제병원을 ‘조건부 개설 허가’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내국인 진료를 금지하고,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진료할 수 있도록 제한적으로 개설을 허가 한 것이다. 원 지사는 “제주의 미래를 위해 고심 끝에 내린 불가피한 선택이다. 공론조사위원회의 결과를 수용하지 못해 도민들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원 지사는 “진료과목은 성형외과, 피부과, 내과, 가정의학과 등 4개과로 한정했으며,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급여법도 적용되지 않아 건강보험 등 국내 공공의료체계에는 영향이 없다. ‘의료 공공성 약화’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지난 10월 초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가 영리병원 개설 불허 의견을 권고한 뒤 2개월 동안 고심해오다 이날 개설을 허가하기로 했다. 개설을 불허할 경우 외교문제 비화, 국제적 신인도 하락과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 우려 등 후폭풍을 고려해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앞서 원 지사는 지난 3일 도청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 관련 총괄 검토회의를 열고 “최근 다른 시·도의 외국인 투자실적에 비해 제주도는 사실상 정체수준이라는 문제 인식을 공유하고 무엇보다 전국적인 경제침체 상황에서 신속한 결정을 통해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제주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에 들어선 중국 녹지그룹의 녹지국제병원 허호준 기자

 

제주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에 들어선 중국 녹지그룹의 녹지국제병원 허호준 기자
그러나 원 지사의 영리병원 허용은 국내의 공공의료 체계를 흔드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여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제주지역 30개 단체·정당으로 이뤄진 의료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는 이날 오후 1시 제주도청 앞에서 ‘원희룡 지사 규탄대회’를 열고 영리병원 결정 철회를 요구했다. 이 단체는 성명을 내어 “원희룡 지사는 ‘국내 1호 숙의 민주주의 파괴자’의 길을 갈 것이 아니라 도민들과 공론조사위원회의 결과를 존중하겠다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서 책임 있는 결정으로 화답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도 “도민이 민주적으로 결정한 녹지국제병원 불허 결정을 뒤집는 것은 민주주의에 반하는 폭거”라고 주장했다.

중국의 부동산개발업체인 루디(녹지)그룹이 전액 투자한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는 보건복지부의 승인을 받아 2016년 4월부터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 안 2만8163㎡의 터에 778억원(운영비 110억원 포함)을 들여 지난해 8월 지하 1층 지상 3층(연면적 1만8223㎡) 규모에 47개 병상의 영리병원 녹지국제병원 건물을 완공하고, 의사 9명과 간호사 28명 등 모두 134명을 채용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873111.html#csidxde370e232b8de7aabc2a5d99fea733e

영리병원 추진 16년 흑역사…국내 1호 병원 생기기까지(종합)

제주도, 외국인 전용 조건부로 허용 도입논란 종지부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국내 첫 영리병원이 제주에 들어선다.

제주도는 영리병원 1호인 녹지국제병원에 대해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진료대상으로 하는 조건부 개설 허가를 내줬다.

정부가 국내 경제자유구역 안에 외국인을 대상으로만 제한적으로 영리병원 설립을 허용한 뒤 도입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16년간 이어졌다.

개원 허가 최종 결정 앞둔 녹지국제병원(서귀포=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제주도는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추진되는 녹지국제병원에 대해 5일 허가여부를 최종 발표할 예정이다. 이날 오전 제주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 내 녹지국제병원의 모습. jihopark@yna.co.kr
(끝)


◇ 영리·비영리 병원 무엇이 다른가

영리병원은 외국 자본과 국내 의료자원을 결합해 주로 외국인 환자들에게 종합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이다.

정부는 외국인 투자 비율이 출자총액의 50% 이상이거나 미화 500만 달러 이상의 자본금을 가진 외국계 의료기관을 제주도와 8개 경제자유구역에 한해 허용하고 있다.

영리병원은 이름 그대로 기업처럼 이윤을 남겨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비영리병원과 구분된다.

비영리병원은 병원운영을 통해 얻은 이익을 의료시설 확충과 인건비, 연구비 등 병원의 설립목적에 맞도록 재투자해야 한다.

따라서 영리병원과 비영리병원은 모두 영리를 추구한다고 할 수 있지만, 영업 이익의 종착지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영리병원이 '외국인 투자병원', '투자개방형 의료법인','투자개방형 병원','영리 의료법인' 등 다양한 명칭으로 혼용되는 것은 이와 같은 설립·운용 방식의 차이 때문이다.

영리 병원 도입 반대 촉구 기자회견 [연합뉴스 자료사진]

내국인도 영리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을까?

우리나라 모든 의료기관은 어떤 환자든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진료를 거부할 수 없게 돼 있어 해외 의료관광객을 주 대상으로 하는 영리병원도 원칙적으로 내국인을 진료할 수 있다. 다만 영리병원에서 내국인은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은 더 제약이 뒤따른다.

제주도는 국내 정서를 고려해 외국인 전용으로 한 조건부 개원 형식으로 허가했고, 진료과목도 성형외과·피부과·내과·가정의학과 등 4개 과로 한정했다.

영리병원을 둘러싼 찬반 논란은 오랫동안 이어졌다.

영리병원 도입을 반대하는 측은 영리병원이 도입되면 의료보험체계가 무너져 의료비의 양극화와 의료비 상승만을 불러온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일각에서는 의료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고용창출·해외환자 유치 등을 위해 영리병원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도는 영리병원을 허가하면서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급여법도 적용되지 않으므로 건강보험 등 국내 공공의료체계에는 영향이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영리병원 도입 촉구 기자회견하는 지역 주민들[연합뉴스 자료사진]

◇ 영리병원 추진 16년 흑역사

우리나라에서 영리병원 도입이 본격적으로 거론된 것은 김대중 정부 당시인 2002년 12월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경제자유구역법)이 제정되면서부터다.

당시 이 법은 외국인이 경제자유구역 안에서 외국인 전용 영리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러나 외국인의 투자와 입주가 예상을 밑돌았고 내국인을 진료하지 않으면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정작 병원을 세우겠다는 외국인 투자자가 나오지 않았다.

외국인 투자 유치가 급선무인 재정경제부는 외국인 전용병원에서 내국인 진료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런 내용으로 2004년 말 법이 개정됐다.

꺼져가던 불씨는 2005년 제주에서 재점화했다.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을 1년 앞두고 제주도는 의료관광이라는 명목으로 토론회와 공청회를 열었다.

외국계 영리병원 승인한 보건복지부지난 2015년 김강립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이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건강보험공단에서 제주특별자치도가 신청한 중국 녹지(綠地)그룹의 투자개방형 외국병원 '녹지국제병원'의 설립을 승인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2006년 2월 제정된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하 제주특별법)은 외국인이 설립한 법인인 경우 도지사의 허가를 받아 제주에 외국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법인의 종류와 요건, 외국의료기관의 개설에 필요한 사항은 도 조례로 정하도록 규정함에 따라 '제주특별자치도 보건의료 특례 등에 관한 조례'가 만들어졌다.

제도적으로 영리병원 설립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없어지자 같은 해 12월 의료산업 활성화를 위한 헬스케어타운 조성사업이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 신규 핵심프로젝트로 확정돼 추진됐다.

2008년 들어서 김태환 제주지사가 영리병원 추진의사를 공론화하며 강하게 밀어붙였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여론조사에서 반대 39.9%, 찬성 38.2%로 무산됐다.

이후에도 영리병원 문제는 매번 뜨거운 논란을 불렀다.

박근혜 정부는 2014년 2월 영리병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담화문'을 발표하며 영리병원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경제자유구역 내에 영리병원 설립이 가능해진 지 10년이 넘었지만, 투자자가 없어 아직 한 곳도 설립되지 않자 정부가 다시 팔을 걷어붙인 것이었다.

결국 2015년 12월 보건복지부는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사인 녹지그룹이 제출한 제주헬스케어타운 내 녹지국제병원 건립 사업계획을 승인했다.

제주도는 이어 3년이 흐른 뒤 진통 끝에 외국인 전용 진료 조건부로 국내 첫 영리병원을 승인했다.

'국내 첫 영리병원 문 여나'(서귀포=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제주도는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추진되는 녹지국제병원에 대해 5일 허가여부를 최종 발표할 예정이다. 이날 오전 제주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 내 녹지국제병원의 모습. jihopark@yna.co.kr
(끝)


bjc@yna.co.kr

세계의 에코도시⑥

‘동양의 베니스’ 중국 쑤저우(蘇州)

환경을 무기로 글로벌 첨단도시로 변신한 비결

  • 공종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kong@donga.com│
입력
2010-01-08 16:05:00
  • “쑤저우는 크고 대단한 도시다. 6000개의 다리가 있으며, 머리 좋은 상인과 각종 기술과 지혜를 가진 영리한 사람들이 많다. 비단 생산량이 엄청난 규모여서, 모든 사람이 비단옷을 입고 있을 정도다.”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중에서)
‘동양의 베니스’ 중국 쑤저우(蘇州)
‘신동아’가 ‘세계의 에코도시’ 시리즈를 시작했을 때 고민 중 하나는 선진국 도시 위주로 소개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냉정하게 말하면 환경은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된 뒤에야 관심을 갖는 문제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야기일지 모른다. 

그런데 누군가 중국에서 에코도시 후보를 찾아보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선진국 사례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이 환경문제에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살펴보면 우리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취지였다. 

중국의 에코도시를? 기자는 지금도 1997년 2월 베이징의 겨울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중국 개혁개방의 총설계사인 덩샤오핑이 사망했을 때였다. 그때는 대기오염이 너무 심해서 호텔 바깥에만 나가면 숨 쉬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취재를 마치고 호텔에 들어가 세수를 하면 검댕이 씻겨져 나왔다. 베이징은 당시만 해도 난방연료로 대부분 석탄을 사용했기 때문에 겨울철 대기오염은 최악의 수준이었다.  

올림픽이 열렸을 때 베이징의 맑은 하늘이 증명했듯이 이제 베이징도 많이 달라졌다. 그렇지만 환경문제에 대한 중국의 첫인상은 그렇게 각인됐다. 적어도 기자에게는. 더구나 세계의 공장인 중국에서 높게 솟은 공장 굴뚝이 아닌 에코도시를 찾는다는 것은 쉽지 않아 보였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코트라 상하이 KBC(코리아비즈니스센터)에 “중국에서 에코도시로 취재할 만한 곳이 있으면 추천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연락이 왔다. 그런 도시가 있다는 것이었다. 쑤저우 공업원구(蘇州 工業園區)였다. 한국어로 직역하면 ‘쑤저우 공업단지’이지만, 실질적으로 중국에선 신도시 개념이다. 공단뿐만 아니라 학교, 아파트 단지, 공원, 자체 법원과 검찰, 대형 쇼핑시설 등 도시의 모든 자족기능을 갖춘 곳이기 때문이다. 

취재일정 섭외를 도와준 코트라 상하이 KBC의 김윤희 과장은 “쑤저우 공업원구가 2008년 3월 국가생태시범단지로 지정되면서 생태 및 친환경사업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으며, 특히 2009년에 설립 15주년을 맞이하면서 향후 15년은 생태, 친환경 쪽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해왔다.

중국에 있는 공단이 ‘에코 신도시’를 만들었다고?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일단 현장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로 하고 상하이행 비행기에 올랐다. 

2009년 10월 상하이에서 자동차를 타고 서쪽으로 100㎞ 정도 떨어진 쑤저우로 향했다. 쑤저우 공업원구가 속한 쑤저우는 중국의 대표적인 관광지이기도 하다. 쑤저우는 한국에선 ‘소주’라는 이름으로 더욱 익숙한 도시다. 

‘동양의 베니스’, 쑤저우 

‘동양의 베니스’ 중국 쑤저우(蘇州)

쑤저우 공업원구에서 석양을 배경으로 웨딩사진을 촬영 중인 커플. 

양쯔강변에 있는 쑤저우는 25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도시로 중국 수 왕조 때 대운하가 완공되면서 주요 무역 도시로 부상했고, 상인과 장인들로 붐비는 해상운송업과 곡물저장고로 번성했다. 14세기에 쑤저우는 중국의 비단생산지로 자리매김하면서 부가 급격히 팽창했다. 부자들이 쑤저우에 대저택과 정원 휴양지를 대거 지으면서 쑤저우는 16세기에 최전성기를 맞았고, 당시의 부(富)는 후대에 경쟁력이 있는 관광상품을 유산으로 남겼다.

쑤저우 최고 정원이자 중국 4대 정원으로 꼽히는 줘정위안(拙政園)이 대표적인 사례다. 1509년에 조성된 이 정원은 소설 ‘홍루몽’의 무대가 된 곳으로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쑤저우에 도착하자마자 주요 관광코스인 운하로 향했다. 수나라 때 이런 규모의 운하가 건설됐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쑤저우는 도시를 동서남북으로 관통하는 운하가 많아 ‘동양의 베니스’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실제로 1276년 쑤저우를 방문한 마르코 폴로는 ‘동방견문록’에 “모든 사람이 비단옷을 입고, 6000개의 다리가 있다”는 기록을 남겼다. 그런데 현재 쑤저우에 남아있는 다리는 200여 개라고 한다. ‘동방견문록’을 관통하고 있는 과장이 쑤저우 묘사에도 적용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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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종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kong@donga.com│

원격의료 46조원 시장, 미·일·중은 족쇄 풀고 육성 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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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2013년 12월 15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전국의사궐기대회에서 포클레인이 ‘원격진료’라고 적힌 판자를 부수려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3년 12월 15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전국의사궐기대회에서 포클레인이 ‘원격진료’라고 적힌 판자를 부수려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동안 의료 관련 행사의 주인공은 대형 제약사나 의료기기 제조 업체였다. 하지만 지난 3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의료정보시스템학회(HIMSS) 행사의 스포트라이트는 구글·아마존·IBM·시스코 등 주요 정보기술(IT) 업체에 꽂혔다. 이들이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헬스케어 분야를 선택해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보이면서 생긴 현상이다.
 

IT 닿는 곳이면 어디든 의료 현장
미국 이용자 80%가 만성질환자
구글·아마존, 헬스케어 공격 투자

일본선 의사 처방약 택배도 가능
중국은 2009년부터 정책적 지원

미국 상위 10대 테크 기업의 헬스케어 관련 투자는 2012년 2억8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11월 27억 달러로 10배 증가했다. 2020년 세계 스마트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1015억 달러가 될 전망이다. 2021년 세계 원격의료 시장은 412억 달러(46조3736억원)가 된다.
 
에릭 슈밋 알파벳(구글 지주회사) 전 회장은 ‘HIMSS 2018’ 기조연설에서 “클라우드를 향해 달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의료계는 인프라에 너무 많은 투자를 하고 지나치게 조심스러워 너무 느리게 움직인다”며 “클라우드 도입은 훨씬 더 효율적인 돌봄을 향한 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클라우드는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를 인터넷과 연결된 중앙컴퓨터에 저장해 인터넷에 접속하기만 하면 언제 어디서든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뜻한다. 슈밋 전 회장은 클라우드가 차세대 헬스케어의 핵심 요소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미 병원의 모든 서비스는 디지털화돼 있다. 의사의 진료와 각종 검사, 처방 및 투약, 진료비 납부 과정은 전산으로 처리된다. 많은 정보가 있지만 지극히 일부만 치료에 활용된다. 하지만 클라우드를 도입하면 데이터 저장과 활용 한계가 사실상 사라진다. 의료 서비스가 의사 중심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변하면서 IT가 닿는 곳이면 어디든 의료 현장으로 바뀔 수 있다.
 
 
피부·정신과 등 24시간 원격의료 서비스도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미국에서는 원격의료에 사용되는 기기나 진료 시스템은 일반 의료법에 준해 승인받는다. 의료산업에 사용되는 모든 소프트웨어는 1996년 제정된 미국 의료정보보호법 적용 대상이고 하드웨어는 식품의약국(FDA)의 501(k) 프로그램을 따른다. 허용 여부보다는 보험을 어디까지 인정할지가 관심사다. 일부 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동일한 보험 처리를 해주는 원격의료 동등법을 도입하고 있다.
 
민간 보험사도 더 큰 병을 막기 위해 다양한 온라인 헬스케어 서비스 이용을 권장한다. 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인공지능(AI)·클라우드컴퓨팅 기술 등을 이용해 원격의료 등 건강 관리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시도가 미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배경이다.
 
미국 미네소타주에 있는 종합병원인 메이요 클리닉은 IT 시스템을 도입해 서비스 품질 개선과 비용 관리에 성공한 대표적 사례다. 고은지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미국의 유명 병원들은 기존 헬스케어 IT 업체뿐 아니라 구글·애플과 협력해 AI 등 신기술 활용 방안을 함께 만들어가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메이요는 애플과 협력해 환자의 상태를 실시간 관찰한다. 클라우드에 통합된 환자의 전자건강기록은 병원끼리 호환할 수 있고 환자도 자신의 의료 정보를 언제든 열람할 수 있다.
 
미국 원격의료 시장을 이끌어가는 메케슨·GE헬스케어·서너 등은 의료기기에 IoT를 도입해 병원과 가정을 연결하는 기기와 솔루션에 투자하고 있다. 주요 가상진료 서비스 제공사로는 아메리칸웰·닥터온디맨드·텔라닥 등이 있다. 이 중 가장 대중적인 텔라닥은 피부과·정신과와 금연 치료 등을 포함한 전반적인 질환에 대해 24시간 원격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국 원격의료 이용자의 80%는 만성질환자다. 이 때문에 심혈관 질환과 당뇨 등 자가 모니터링 의료기기 개발이 활발하다. 최근 FDA가 임상시험을 승인한 애벗의 차세대 삽입형 심장박동측정기도 그중 하나다. 측정기와 스마트폰 앱을 연결해 간편하게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했다. 스마트폰에서 기록이 바로 전송되고 이상 증세가 나타날 경우 담당 의사에게 알린다. 기존의 삽입형 심장박동측정기도 모니터링 기능이 있지만 별도의 기기를 따로 소지해야 해 불편하다.
 
 
초고령화 일본, 올들어 규제 대부분 없애
 
1997년 IT 기기를 이용한 의료인 간 원격의료를 인정한 일본은 지난 4월 원격의료 관련 규제를 대부분 없앴다. 일반 진료와 같은 보험 혜택이 주어지고 원격 의약품 처방과 배달도 가능하다. 일본이 원격의료에 적극적인 이유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환자가 자신의 혈압·체온·산소포화도 수치 등을 정보단말기에 입력하면 ‘텔레너스’가 전송된 수치를 모니터링해 준다. 영상 통화로 건강 상담을 하고 주치의와 연결도 돕는다. 도서·산간 지역의 산모를 대상으로 하는 ‘헬로 베이비 프로그램’은 임신 2주부터 출산 후 7일까지 태아 심박 수와 산모 진통 등의 데이터를 수집해 원격지 의사가 진단한다. 자치단체는 원격 방문간호와 재활 시스템으로 고령자를 돌보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관련 업계 대응도 주목할 만하다. 소프트뱅크는 모바일 헬스케어 디바이스인 핏비트 플렉스와 스마트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통신사인 NTT도코모도 첨단 수술·의료 장비를 만드는 옴론과 합작사를 설립했다.
 
지역별 의료 서비스 품질 차이가 큰 중국은 원격의료로 이를 좁히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09년부터 원격의료를 정책적으로 육성하고 있고 2013년엔 로드맵을 수립해 발표했다. 시장이 큰 만큼 샤오미·화웨이·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등 주요 IT 업체가 스마트 헬스케어 분야에 뛰어들었다. 2022년 중국의 원격의료 이용자는 4억2700만 명에 달할 전망이다.
 

아직 중국의 의료 수준이나 기술적 완성도는 낮지만 정부 의지가 확고하고 대대적인 투자가 진행되는 만큼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엔 오렌저의 닥터워치2.0이 주목을 끌었다. 일반적인 스마트 워치 기능과 함께 심장 박동, 혈중 산소량, 맥박, 코골이 상황 등을 실시간 모니터링한다. 현재 임상시험 중으로 향후 실시간으로 원격진료를 받을 수 있는 플랫폼을 운영할 예정이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유시민 전 장관, 한나라당에 영리병원 추진 도움 요청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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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원격의료에 대해 ’보수·진보 상관없이 국가운영의 책임을 진 입장에서 보면 솔깃한 부분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원격의료에 대해 ’보수·진보 상관없이 국가운영의 책임을 진 입장에서 보면 솔깃한 부분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2002년 김대중 전 대통령 이래 대통령들은 의료의 산업적 측면을 의식했다. 진보 성향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 직후 “산업적 측면도 살려가야 한다”고 강조한 일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 주변에서도 유사한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아직 국민이 실감하는 변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MB 정부 때 복지부 장관 진수희
노무현 전 대통령과 상의한 끝에
전재희 당시 정책위의장 만나
당 대표 설득 부탁했지만 거절당해

원격의료 등 산업화 시도 때마다
기-승-전-의료민영화로 귀결
건보체계 끄떡없단 논리 안 먹혀

노무현 정부 때 한·미 FTA 타결했듯
진보 정부가 국회 설득 더 잘할 수도

“결국 논의가 기-승-전-의료민영화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의료민영화란 이념적 (공격) 프레임은 거의 공포스러울 정도다. ‘맹장 수술 하는데 1000만원 든다더라’라는 게 사람들 사이에 확 퍼졌고 일종의 신화(myth)가 됐다.”
 
의료 산업화 드라이브를 걸었던 이명박 정부에서 보건복지 행정을 책임졌던 진수희 전 장관의 토로다. 그는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원격의료의 필요성을 언급했다가 한발 뒤로 물러난 모습에 안타까움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장관 시절 진보 정권이 맡았을 때 진도를 나가면 어떨까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을 노무현 대통령 때 했듯이 의료민영화도 진보 진영의 반대 목소리가 큰 만큼 오히려 진보 정부가 더 잘 설득해낼 수 있지 않겠느냐는 취지다.
 
질의 :최근 원격의료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
응답 :“유망산업으로 접근해 보자는 것으로 가능성도 있고 잠재력도 있다. 보수·진보 정권 상관없이 누구라도 국가운영의 책임을 진 입장에서 보면 솔깃한 부분이 있다.”
 
질의 :실제 노 전 대통령은 의료산업에 대한 의지가 있었던 듯하다.
응답 :“복지부 장관으로 있을 때 직원들에게 ‘역대 장관 중 잘하거나 인상 깊은 이가 누구냐’고 물었더니 너나 할 것 없이 유시민 장관을 꼽았다. 그래서 만났는데 의료산업 얘기를 하더라. 의료산업 중 영리병원(투자개방형 병원)을 시범적으로 하고 싶어했는데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더불어민주당 전신)을 통과할 수 없어서 노 전 대통령과 상의한 끝에 야당에 도움을 받으면 어떻겠냐고 했다는 것이다. 고민하다 전재희 당시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을 만났다고 하더라. 솔직히 사정 얘기를 하고 ‘여당으로선 안 되니 야당의 도움을 받고 싶다. 박근혜 (당시) 대표를 설득해 달라’고 했다고 한다. 긍정적으로 응하지 않겠는가 싶었는데 전 정책위의장부터 막히더라고 했다.”
 
전재희 정책위의장은 이후 이명박 정부의 초대 복지부 장관이 됐다. 당시 청와대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영리병원 도입에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전 장관이 강하게 반대했다. 일각에선 “장관이 영리병원에 부정적인 복지부 관료들에게 설득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전 장관 측은 “의료에 대해선 사회민주주의적이어야 한다는 게 전 장관의 소신”이라고 반박했다.
 
역대 정부 의료산업화 논의 어떻게 했나

역대 정부 의료산업화 논의 어떻게 했나

질의 :청와대와 기재부의 의지가 있는데도 복지부 장관이 반대한다고 안 되나.
응답 :“설령 장관을 넘어도 야당 등 국회가 (버티고) 있었다.”
 
질의 :진 장관은 노력했던 것으로 안다.
응답 :“나도 청문회 과정에서 공무원의 도움을 받다 보니 답변할 때 부정적으로 했던 게 기억이 난다. 그러나 취임해서 보니 생각이 달라지더라. ‘괜찮겠다, 블루오션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최소한 송도나 제주도 등 경제자유구역엔 시범적으로 해봤으면 좋겠다고 국회에서 여러 번 얘기했다. 국회의 문턱이 높아 법 개정을 할 수 없으니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하자고 해서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그런데 지금 와서 보면 그렇게 완화된 기준으로도 (영리) 병원이 만들어질 수 없었다.”
 
질의 :복지부 관료들이 소극적이었던 게 아닌가.
응답 :“장관에게 하겠다는 의지가 있으면 공무원들은 맞추면 맞추지 절대 안 된다고 하지는 않는다.”
 
질의 :강하게 비토한 집단은 누구인가.
응답 :“뭔가 산업적 관점이 개입될라치면 의료민영화로 포장하는 데 적극적인 진보·좌파적 시민단체, 보건의료단체들이 있긴 했다.”
 
질의 :의료민영화 프레임이 그리 강한가.
응답 :“‘건강보험체계가 무너지면 의료 부문에서도 양극화 등 차별적 상황이 만들어진다’는 과도한 불안·걱정이 있는 것 같다. 원격의료는 물론이고 내가 장관 때 하고 싶어했던 건강관리서비스법도 반대 논거가 건보체계가 무너지면 부자와 가난한 자의 의료의 질이 너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사실 정부가 (영리병원) 하려는 게 두 군데(송도·제주도) 경제자유구역이었다. 원격의료도 병원에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장애인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하자는 것인데도 반대했다. 과도한 반대다. 사실 시범적으로 하는 것이고 건보체계가 무너지지 않는다는 걸 열심히 설명했는데 (의료민영화되면) ‘맹장 수술하는 데 1000만원 든다’는 주장을 못 뚫고 나가겠더라. 설명이 길어지면 사람들이 의심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2011년 몽골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제3 병원이란 국립병원에 원격의료센터가 있었다. 한국에서 심장 수술을 받은 몽골 어린이가 연세대 의사로부터 원격의료로 진단을 받고 있더라. ‘왜 여기도 하는데 우리는 못하나’ 씁쓸했다.”
 
질의 :7년 지났는데 제자리다.
응답 :“그래서 장관 시절 보수 정부일 때 국회 벽을 넘기 어려우니 진보 정권이 맡았을 때 진도를 나가면 어떨까 생각도 했었다. 국회에서 여당만 통과되면 야당인 보수정당은 (성향상) 덜 반대하지 않겠느냐 해서다.”
 
질의 :지금 여권의 상황이 호의적으로 보이진 않는다.
응답 :“정부부처 입장에선 국회의원 한 사람이라도 굉장한 신념을 가지고 반복적으로 주장해주면 신경을 안 쓸 수 없다. 그런 사람이 두세 명이라도 사심 없이 말하는 사람이 있으면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지 싶은데….”
 

고정애 기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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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랜드마크 하루가 다르게 올라간다

  • 이송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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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8.07.16 03:06

    제주 도심 최고 38층 드림타워 공사 중… 내년 9월 완공 예정 "매머드급 관광 자원 생겨"
    여의도 파크원도 사업 본궤도, 청라 시티타워 올 하반기 착공

    제주시 노형동에 건설 중인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는 최근 하루가 다르게 건물 골조가 올라가고 있다. 쇼핑몰 등이 들어서는 건물은 8층까지 외형을 드러냈고, 호텔 건물 2개 동(棟)은 17층까지 건물 중심부가 지어졌다.

    지하 6층~지상 38층 규모의 쌍둥이 빌딩으로 건설되는 제주 드림타워가 완공되면 제주 도심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된다. 연면적 30만여㎡의 공간에는 '그랜드 하얏트' 브랜드로 운영되는 5성급 호텔 1600객실과 쇼핑몰, 레스토랑 등이 들어선다. 롯데관광개발과 중국 뤼디(綠地)그룹이 사업비 1조2000억원을 공동 투자하는 프로젝트이다. 시공사인 중국건축 관계자는 "매일 600여 명을 현장에 투입해 계획대로 공사가 진행 중"이라며 "11월이면 38층까지 건물 중심부가 모두 올라가고, 내년 9월 완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제주 드림타워 등 랜드마크 사업 순항

    초고층 빌딩을 앞세운 지역 랜드마크 건설 사업이 탄력을 받으면서 지역 부동산 시장에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제주 드림타워 외에도 서울 여의도에선 최고 높이 333m인 초고층 복합단지 '파크원' 골조가 속속 올라가고 있다. 인천 청라국제도시에서는 청라시티타워가 착공을 준비 중이다.

    제주 노형동에 들어서는 제주 드림타워는 내년 9월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이다. 호텔이 들어서는 건물 2개 동(棟)은 전체 38층 중 17층까지 중심부 공사가 진행됐다.
    제주 노형동에 들어서는 제주 드림타워는 내년 9월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이다. 호텔이 들어서는 건물 2개 동(棟)은 전체 38층 중 17층까지 중심부 공사가 진행됐다. /롯데관광개발

    이들 프로젝트는 초기 자금 조달 등에 어려움을 겪으며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최근 1~2년 사이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여의도 파크원은 4만6465㎡의 부지에 최고 69층 오피스 빌딩 2개 동과 8층짜리 쇼핑몰 1개 동, 31층 높이의 호텔 1개 동으로 구성된다. 2020년 준공되면 국내에서 셋째로 높은 초고층 빌딩이 된다. 파크원은 시행사인 Y22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가 2008년부터 추진했지만, 땅 주인과의 법정 분쟁과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어 2010년 공사가 중단됐다. 그러다가 2016년 사업비 조달에 성공하며 재시동이 걸렸고, 포스코건설이 시공을 맡아 2017년 초 공사가 재개됐다.

    주목할 만한 랜드마크 건설 사업

    청라시티타워는 사업 추진 12년 만에 착공을 눈앞에 뒀다. 청라 호수공원 중심부에 지하 2층~지상 26층(높이 448m) 규모로 들어서는 초고층 전망타워다. 타워에는 전망대와 엔터테인먼트 시설, 쇼핑센터 등이 들어선다. 이 사업은 2006년부터 추진됐지만 공모가 번번이 유찰되다 2017년 보성산업 컨소시엄이 사업 협약을 체결하면서 본격화했다. 지난 3월 건축허가를 받고 올 하반기 착공을 준비하고 있다.

    "관광객 증가 등 지역 경제에 도움 될 것"

    주춤했던 대형 건설 프로젝트는 자금력을 갖춘 안정적인 사업자가 가세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됐다. 사업비가 1조2000억원인 제주 드림타워 사업은 2013년 중국 최대 부동산개발회사인 뤼디그룹(2015년 기준 자산 108조원)이 공동 투자 형태로 참여하면서 본격 착수됐다. 2016년 4월 중국건축이 시공사로 선정되고 바로 공사에 들어갔다. 여의도 파크원도 NH투자증권이 2016년 말 금융 주관 및 자문 역할을 맡아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성공하면서 잠자던 사업이 기지개를 켰다.

    대형 건설 프로젝트가 순항하면서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 드림타워 시공사인 중국건축은 천재지변·내란 등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면 기한 내 책임 준공을 약속했다. 제주 지역의 한 부동산 전문가는 "내년 드림타워가 완공되면 지금껏 볼 수 없던 매머드급 관광 자원이 추가되는 것"이라며 "중국인 관광객 증가는 물론 지역 상권(商圈)이 몰라보게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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