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왕’ 네이버가 판을 키운다. 국내 온라인 중소상공인(SME)의 사업을 ‘브랜드’로 성장시키고, 맞춤형 물류 솔루션을 제공해 판로를 해외로 넓히겠다는 포부다. 특히 동대문 패션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징검다리’를 놓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올해는SME를 위한 물류에 집중하고,동대문 패션의 글로벌 진출 청사진을 반드시 실현할 겁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2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네이버 밋업’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 대표는 “개인 사업자부터 큰 브랜드까지 네이버에서 물류 고민 없이 창업하고, 성장하고, 글로벌까지 진출해 볼 수 있게 하겠다”며 “앞으로 3년 동안 판매자별 풀필먼트 솔루션 구축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네이버.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네이버 밋업에서 발언하고 있다.
앞서 네이버는 지난 2016년 4월 SME 지원 프로그램 ‘프로젝트 꽃’을 발표했다. 매년 1만명의 온라인 창업을 돕는 게 목표였는데, 5년여가 지난 현재 스마트스토어 SME는 42만명을 기록하고 있다. 기대 이상의 성과다. 프로젝트 꽃이라는 이름대로 ‘꽃밭’(스마트스토어)에서 다양한 ‘꽃과 열매(성과)’를 피운 SME들을 개별 브랜드로 키워내는 게 앞으로의 목표다.
다양한 물류 연결하는 네이버의 야심
SME를 브랜드로 길러내려면 물류 체계를 다지는 게 먼저다.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진출이 목표지만, 당장은 SME들이 해외에 상품을 내다 팔 수 있는 구조가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서의 배송체계도 이제 막 쌓아가고 있는 단계다. 생필품·명품·식품·가전이나 가구 등 개별 상점마다 파는 물건이 천차만별이라, 필요로 하는 배송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이용자들도 마찬가지다. 한 대표는 “(스마트스토어 이용자는) 빠른배송도 원하지만 교환·반품을 잘 풀어 내든지, 프리미엄 상품배송을 원한다든지, 당일 배송인 신선식품을 빠르고 신선하게 콜드체인으로 배송되길 바라기도 한다”며 “그 방향에 맞춰 네이버는 SME와 이용자가 편리하게 물류를 이용할 수 있도록 방점을 두고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다양한 업체와의 협력을 통한 풀필먼트를 구상하고 있다. 쿠팡이 직매입과 직물류를 핵심으로 배송 문제를 풀어낸 것과는 달리, 네이버는 잘하는 업체를 모아 각자의 수요에 따라 연결해준다. 지난해 네이버가 ▲위킵 ▲두손컴퍼니 ▲FSS ▲아워박스 등 풀필먼트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CJ대한통운과도 ‘혈맹’을 맺는 등 폭넓은 물류 인프라를 강화하는 데 집중했던 이유다. 지금까지 협업을 검토한 물류 스타트업만 60여곳에 달한다고 한다. 이를 통해 네이버는 각 물류 파트너들의 물류 데이터를 한 곳에 모은풀필먼트 데이터 플랫폼을 만들고,SME가 직접 설계할 수 있는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할 계획이다. 한 대표는 “한 가지 방식의 물류가 아니라 SME들이 (각자의) 사업 특성에 맞춰 직접 설계할 수 있는 물류 솔루션을 선보이겠다”고 설명했다.
우선 식음료·생필품 판매자들을 위해 ▲빠른배송 상품군을 확대한다. 대형유통업체와 협력해 ▲산지직송을 넓히고 ▲시장 내 물류 인프라 마련에 나선다. 동대문 물류 스타트업인 브랜디·신상마켓 등과도 제휴를 맺고 ▲동대문 스마트 물류 솔루션을 제공할 예정이다.
동대문 패션을 글로벌로…일본에도 스마트스토어가?
라인·야후재팬의 경영통합은 SME의 글로벌 진출을 앞당기고 있다. 이들 회사의 중간 지주사인 Z홀딩스는 올해 상반기 안에 일본에서 스마트스토어를 출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플랫폼 기술과 사업모델을 제공하고, 사업은 Z홀딩스가 결정해 진행한다. 현지 사업은 현지 시장을 잘 아는 곳이 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스마트스토어가 일본 시장에 자리를 잡으면 국내 SME들의 무대도 일본·동남아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해외 공략의 시작점은 동대문이다. 현재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통해동대문에 스마트 물류 체계를 만드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시스템이 갖춰지면 개별 SME를 물류망으로 잇는 것보다 손쉽게 물건을 내다 팔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올해 동대문에서 경쟁력 있는 브랜드를 선별하는 한편, 일본에서 잘 통할 만한 상품을 골라 글로벌 진출을 시도해볼 계획이다. 네이버 사업개발실 김평송 리더는 “물류에 대한 고민만 해소돼도 동대문 패션을 기반으로 창업할 수 있는 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된다”며 “동대문 스마트 물류 시스템을 크로스보더 방식으로 진화시켜 글로벌로 진출하려는 패션 SME들의 사업 확장까지 연결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네이버
한 대표는 “동대문 스마트 물류가 잘 진행되면 SME가 글로벌로 상품을 잘 팔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네이버가 경쟁력 있는 브랜드를 Z홀딩스에 소개하는 일들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이런 안팎의 다양한 글로벌 노력들이 모여 SME들을 위한 든든한 글로벌 진출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네이버는오프라인 사업자들을 네이버로 끌어 모으는 데도 집중할 계획이다. ▲장보기에 입점하는 동네 시장을 160곳으로 늘린다. ▲스마트플레이스를 분석도구화해서 동네시장 장보기를 식당·카페에 접목하고 ▲창업 생존률을 높이는 집중 프로그램인 스타트 올인원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이를 위해 기존 결제 수수료 외 매출연동수수료도 6개월간 추가 지원한다. 하반기에는▲SME의 디지털 전환을 교육하는 기관인 네이버 비즈니스 스쿨을 연다. 이외에 ▲플랫폼 바깥의 사각지대에 있는 SME들을 위해서도 100억원 규모의 현금을 출연해 도울 예정이다.
[10월2주] 한 달 온라인쇼핑 거래액이 14조원을 넘어섰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거래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인데요. 8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이 14조383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달보다 27.5% 늘어났습니다. 음식배달이 가장 많이 늘었네요. 증가율이 83%에 이릅니다. 음·식료품은 44.4%, 생활용품은 59.3% 늘었습니다.
낙태가 허용되기는 했지만 낙태죄는 그대로 남게 됐습니다. 정부가 임신 1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고 임신 15~24주에는 특정한 사유가 있을 때만 낙태가 가능하도록 하는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7일 입법예고했습니다.
얼마 전 강의를 들으러 간 적이 있다. 구글 광고에 대한 강의였다. 회사에서 의무로 들어야 하는 강의라 어쩔 수 없이 참석했다. 솔직히 현재 내게 필요한 건 구글이 아니라 페이스북 광고다. 최근 페이스북 광고를 파고 있지만 성과는 크게 개선되지 않아 상심한 상태다. 강의는 예정대로 구글 광고에 대해 심도 있게 다뤘다. 강사가 꽤 인사이트가 있어 보였다. 자신의 노하우, 팁을 거침없이 뿜어내고 있었다. 쉬는시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강사에게 다가가 페이스북 광고에 대해 물어봤다. 본인 曰 "페이스북 전환 성과를 끌어올려야 하는데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요?(노트북을 들이민다)" 강사 曰 "아, 지금과 같은 목표 설정 보다, 이러이렇게(직접 도와준다) 하는게 도움이 되실꺼에요." 돌아와서 1주일 뒤 성과를 확인했다. 정말 2배, 정확히 2.3배 전환 성과가 개선됐다. 꽤 놀랐다. 몇주에 걸친 고민이, 그 고민에 답이 너무 짧은 시간 안에 나온게 아닌가.
'전환'이란 놈만 탁 클릭해주면 되는거였다...
2001년 아이팟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을 때 시장에는 수많은 MP3 플레이어가 있었다.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내놓는 MP3 플레이어가 왜 다른지, 어떻게 다른지, 얼마나 나은지를 설명하는 메시지에 의지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좋다, 저렇기 때문에 좋다는 식의 강연처럼. 하지만 잡스는 알았다. '단 8초'란 시간 내에 설득시켜야 한다는 것을. 달리 표현하면, 제품의 핵심가치를 아주 간결하게 소통하면서 소비자 마음 속에 있는 가장 중요한 질문인 '이 물건이 내 삶을 어떻게 나아지게 하는가?'에 답하는 언어를 자신이 말해야 하는 것을. 그는 아이팟을 '주머니 속에 있는 1,000개의 노래(1,000 songs in your pocket)'라고 표현 했다. 이 단순하고도 매혹적인 표현은 휴대용 음악 재생기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가격이나 기능 면에서 자신의 제품 차별화 포인트를 설명 하는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말이다. 잡스는 어떻게 하면 소비자 뇌리에 각인시킬 수 있는지, 그 차이를 알았다. 그 한 끗의 차이를.
2. 너도나도 한 끗을 배우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연다
2019년 조금은 충격적인 뉴스를 접했다.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과의 점심 식사를 위해 누군가가 54억 4000만원을 지불했다고 한다. 그 주인공은 중국계 가상화폐(암호화폐) 사업가인 저스틴 선이라는 인물이다. 매년 워렌 버핏은 자신과의 점심 식사 자리를 경매로 올려 낙찰된 금액은 전액 기부를 하고 있다. 아무리 워렌 버핏이라 해도 54억이 왠말인가. 하지만, 저스틴 선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워렌 버핏과의 식사가 비용 이상의 값어치를 한다(what?). 경영이나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 등에 대한 그의 고견을 듣게 돼 흥분된다." 그렇다. 저스틴은 투자계 거장과의 만남에서 54억이란 거금 이상의 가치를 내다봤다.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주춤하지만 최근 몇해 동안 DMS(Digital Marketing Summit)라는 오프라인 마케팅 포럼은 국내 수많은 마케터들에게 적지 않은 관심을 받았다. 2019년 DMS에는 나이키, 버거킹, 아우디의 CMO들이 코엑스에 와서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를 강연장을 채운 수천명의 마케터들은 기록했다. 1~2시간 이어지는 강연이지만 이 시간을 위해 각 기업들은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하고 참석한다. 세계적으로 트렌드를 선도하는 마케팅 구루들의 노하우와 내공을 몸소 체험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혹여나 그들의 메시지에 사업을 점핑시킬 수 있는 '한 끗'이 담겨있을 수 있기 때문에.
2019 DMS 현장, 전문가의 한 끗을 경청하는 마케터들 (출처: DMS)
3. 전문가는 큰 그림(big picture)을 본다.
왜? 꼭 페이를 내야해? 우리가 알아서 해결할 수 있잖아?와 같은 생각을 하는 자들은 어쩌면 배움의 하수일지 모른다. 전 세계 베스트셀러 <백만장자 시크릿>의 저자이자 모든 이들의 부의 멘토인 하브애커는 '세상에서 제일 위험한 문장은 "나는 알고있다"이며, 부자들은 한 가지만이라도 얻기 위해 배움에 계속 투자한다'고 주장한다. 하나의 배움은 사업의 흐름을 바꾸며, 그 누적의 결과는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의문은 제기할 수 있다. 전문가? 왜 그들이 전문가이고 무엇이 다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여러갈래로 나뉠 수 있지만 그 중 대표적인 답으론 '전문가들은 큰 그림을 본다'이다. 음... 너무 식상한가? 다음 사례가 이를 뒷받침해 줄 것이다. 미국 000 라디오 뉴스 中 " 2012년 10월 14일 미국 뉴멕시코 주에 높이 2미터에 금속 캡슐을 매단 헬륨가스 기구 하나가 하늘로 올라 갑니다. 기구는 2시간 37분만에 대기권을 벗어나 지상에서 성층권에서 멈추게 되죠. 기구 문을 열고 등장한 오스트리아의 스카이 다이버 펠릭스 바움 가르트너는 "이렇게 높은 곳을 올라와바야 자신이 얼마나 작은 존재 인지를 알 수 있죠"라는 외침과 함께 낙하산 하나 메고 지구로 몸을 던집니다. 9분 3초만에 그가 땅을 밟자 페이스북과 유튜브로 이 장면을 생중계로 본 전세계 750만명의 사람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내지릅니다. 인류 최초로 맨몸으로 초음속 낙하에 성공한 순간입니다. "
성층권에서 낙하하기 직전의 바움 가르트너 모습 (왼쪽 얼굴은 레드불의 CEO)
이는 에너지 음료 회사 레드불이 진행한 '레드불 스트라토스(Redbull Stratos)'라는 프로젝트다. 이 짧지만 강력한 프로젝트를 위해 레드불은 5년 동안 6,500만 달러를 투자했으며, 300명이 넘는 전문가를 동원시켰다. 왜 이같은 행사를 기획했을까? 바로 마케팅 때문. 그리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레드불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약 400억 달러, 47조 원의 마케팅 효과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기획한 사람은 바로 레드불의 CEO 디트리히 마테시츠. 그가 '레드불 스트라토스' 프로젝트를 기획할 때 주위에 반발이 심했다. 행사는 에너지 음료와는 연관성이 전혀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는 이 '모호함'을 강조하는 고도의 마케팅 전략(다른 말로 신비주의 마케팅)을 구사했던 것이고, 이게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했던 그만의 큰 그림이었다.
4. 비즈니스 전문가의 한 끗은 이렇게 발휘된다.
비즈니스에서도 전문가의 한 끗의 영향력은 세다. 반려동물 케어 O2O 플랫폼 론칭을 준비하는 A사 대표는 웹사이트 구축을 외주에 맡기고 있다. 하지만 매번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업 전략에 맞는 개발 제안을 전하면 외주업체에게 돌아오는 건 그저 '안됩니다'라는 답변 뿐. 어찌할 바를 모르다 지인 추천으로전문가 매칭 서비스 한 곳을 소개 받는다. 임원급 인재를 영입할 수 있다고 하여 상황을 설명하고 전문가 한분을 매칭 받는다. 삼성전자 상무 출신에 모바일 플랫폼 구축 경험이 풍부한 소유자였다. 매칭되고 A사 대표와 미팅에 동행하며 외주업체에게 의견을 전한다. 그리곤 A사, 외주 모두가 동의할만한 합의점을 찾았다. 이후 지속적으로 A사 플랫폼 구축에 자문을 한다. 반도체 부품을 제조하는 중소기업 B사는 대만, 중국에 신규 거래선을 확보하고자 한다. 하지만 해당 산업분야는 어느정도 수준의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이다. 하이닉스 또는 삼성에서 반도체 해외영업을 해본 인재가 필요했다. B사 부대표는 온라인 광고를 통해 접한인재 매칭 플랫폼에 의뢰 했고, 하이닉스 해외영업 출신을 소개 받았다. 전문가와 몇 개월 간의 계약을 맺었고, 그는 거래선 확보 프로젝트를 주도 한다. 전문가와 fit이 잘 맞아 B사는 그를 채용 형태로의 전환으로 고려 중이다.
쿠팡은 前 우버 CTO를 영입함으로써 그의 한 끗을 사업에 녹이고자 한다. (출처: 이코노믹 리뷰)
5. 차이를 보는 전문가의 '한 끗'을 경험해보자
비즈니스 전문가의 '한 끗'을 빌리는 플랫폼 서비스가 국내에 있다. 2018년 7월 출시한탤런트뱅크가 이에 해당한다. 현재 3000명의 '선별된' 전문가가 등록되어 있으며, 1500건에 가까운 기업에 의뢰가 있었다. 주로 노련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중소기업, 스타트업 등지에서 탤런트뱅크를 찾는다. 전문가를 1회 자문 형태로, 3개월 프로젝트 형태로 영입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선 합리적이라는 것이 결론이다. *'선별된'을 쓴 이유는 탤런트뱅크에서 검증 과정을 거쳐 정예 전문가만 뽑기 때문이다.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쓰는 사람은 없다'는 말처럼 의뢰 기업 5곳 중 3곳에선 탤런트뱅크에서 추가로 전문가를 찾고 있다. 권하고 싶은 말은, 탤런트뱅크 통해 비즈니스 전문가의 한 끗을 얻길 바란다. 그들의 역량과 네트웍은 당신의 사업을 한 순간 성장궤도로 진입케 할 수 있다.
백봉삼 기자 입력 :2021/01/29 11:23 -- 수정: 2021/01/29 15:57 인터넷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왼쪽),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글로벌 모바일 시장과 국내 유통 시장의 리더인 네이버와 신세계 수장이 직접 만나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 28일 분당에 위치한 네이버를 찾아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만난 건데요, 두 사람의 만남으로 유통업계는 바싹 긴장하는 분위기입니다.
국내 1위 검색 포털 네이버를 바탕으로 급성장한 네이버 쇼핑과, 백화점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 시장에서 강한 힘을 가진 신세계가 힘을 모으는 그림이 경쟁사 입장에서 좋아보일리 없기 때문입니다.
네이버-신세계, 지분 교환 또는 전략적 제휴로 온오프라인 유통 경쟁력 강화
일단 업계에서 예상하는 가장 유력한 두 회사 협력은 지분 교환이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온오프라인 유통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입니다.
네이버는 신세계의 다양한 상품과 지역 곳곳에 위치한 물류망을 활용하고, 신세계는 스마트스토어 등 네이버 커머스 플랫폼을 이용해 판로를 확대할 수 있습니다.
그 동안 중소상공인 제품군을 빠르게 늘려온 네이버는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브랜드와 상품을 네이버 커머스 플랫폼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신세계는 SSG닷컴 등을 통해 온라인 판매망을 늘려온 만큼 네이버와의 협업을 통해 이커머스 영역에서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쿠팡이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이고, SK텔레콤 자회사인 11번가가 아마존과 손을 잡은 만큼 네이버와 신세계 입장에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인 건 분명해 보입니다.
출처: https://cheoneui23.tistory.com/22827 [天醫]
네이버의 실적엔 이번에도 ‘역대급’이란 수식어가 붙었네요. 지난해 매출은 5조3041억원으로 전년대비 21.8% 늘었고, 영업이익은 1조2153억원을 거뒀습니다. 기업의 실적은 대개 이전보다 개선되지 않는 게 ‘뉴스거리’지만, 네이버의 영업이익이 1조원대로 올라온 건 2017년 이후 3년 만의 일입니다. 비대면 바람을 타고 나온 호실적입니다.
지금의 네이버를 이끄는 동력은 단연 중소상공인(SME·Small and Medium Enterprise)과 창작자입니다. 잠깐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갈까요. 당시 대표 내정자였던 한성숙 대표는 네이버 행사에 참석해 “(네이버는) 개인의 성공을 꽃피우는 기술 플랫폼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취임 직후부터 SME·창작자들과 도전과 성장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선언했었죠.
대표적인 예가 ‘프로젝트 꽃’이었습니다. 2017년 SME와 창작자를 지원하는 600억 규모의 사내예산(분수펀드)을 편성하기도 했죠. 2018년 다시 600억을 투입하고, 2020년엔 앞으로 2년 동안 1800억을 내놓겠다고도 약속했죠. 초창기엔 기부금 성격이 짙어 보인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한성숙 대표는 ‘상생’을 최우선가치로 강조해왔습니다.
빈 말이 아니었습니다. 손해 보는 장사도 아니었고요. 네이버는 이용자, 중소상공인(SME), 창작자와 네이버를 잇는 가치사슬(Value Chain·밸류체인)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생태계를 단단하게 꿰어내면 선순환 구조가 물레방아처럼 돌아갈 거란 판단에섭니다.
중소상공인 크면 네이버도 큰다
전략은 유효해 보입니다. SME부터 살펴볼까요. 쇼핑 등 커머스 부문은 2020년 연간 매출이 전년대비 37.6% 성장한 1조897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상당수는 SME입니다. 네이버의 매출은 이들의 성장에 비례해 커지고 있죠. 코로나로 SME의 온라인 전환이 빠르게 늘어난 데다 비대면 소비가 증가하면서 지난해 4분기 스마트스토어 거래액은 전년동기 대비 76% 늘었습니다.
지난해 12월 기준 스마트스토어는 41만개, 결제자수는 2000만명을 넘어섰고요. 인당 결제 횟수와 객단가도 각각 43%, 47% 성장했습니다. 이용자들의 충성도가 높아졌단 의미입니다. 월 거래액 1억원이 넘는 ‘대박’ 스토어도 4000개로 작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라이브커머스 방송건수는 5600건, 시청자수는 2400만명으로 한달만에 50%, 30%씩 늘었습니다.
SME 성장의 수혜는 고스란히 다른 사업으로 내려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검색광고를 포함한 네이버의 서치플랫폼은 연매출 2조8031억원을 기록했는데요. 광고주 대부분이 SME로 알려져 있습니다. SME가 증가하면 광고주도 많아지고, 검색광고 매출도 커지게 되는 거죠. 네이버페이 등 핀테크 부문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66.6% 성장한 6775억원으로 집계됐는데요. 케이티엑스(KTX)와 케이티(KT), 롯데면세점 등 네이버페이 외부제휴처가 늘어나기도 했지만 SME가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합니다. 스마트스토어 거래가 네이버페이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죠.
특히 네이버는 SME와 핀테크의 연결고리를 더 촘촘하게 만들 생각입니다. ‘스마트스토어 사업자 대출’이 대표적입니다. 금융이력이 없는 씬 파일러·SME들을 위한 대출 상품인데요. 출시 이후 한 달 동안 신청자의 40%가 대출을 승인 받았습니다.
동반 성장이 서로의 이익으로 연결된다는 거죠. 훈풍을 타고 네이버는 지난해 6월 유료 회원제 서비스인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을 출시했습니다. 월 4900원을 내면 결제금액의 최대 5%까지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적립해주고, 웹툰이나 영화 또는 음악감상권 등 콘텐츠 이용권을 주는 상품입니다. 티빙과의 제휴도 논의되고 있죠. 지금까지 250만명이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작년 12월 기준 20만원 미만 결제자는 가입 후 거래액이 5배 이상 뛰었다고 하네요.
국내 인터넷 쇼핑 업계에 ‘아마존 공습경보’가 울렸다.옥션과지마켓을 보유한 미국 이베이와쿠팡의 실질적 소유주인 일본소프트뱅크에 이어 미국아마존이 11번가 투자를 통해 국내에 진출하면서, 한국 인터넷 쇼핑몰 시장은 글로벌 대형 기업들의 각축장이 되게 됐다. 이로써롯데그룹ㆍ신세계그룹ㆍ인터파크ㆍ위메프ㆍ티몬등 토종 사업자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됐다. 특히 아마존을 벤치마킹해온 쿠팡은 ‘스승’이나 다름없는 아마존과 숙명적 일전이 불가피해졌다.
글로벌 모바일 시장과 국내 유통 시장의 리더인 네이버와 신세계 수장이 직접 만나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 28일 분당에 위치한 네이버를 찾아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만난 건데요, 두 사람의 만남으로 유통업계는 바싹 긴장하는 분위기입니다.
국내 1위 검색 포털 네이버를 바탕으로 급성장한 네이버 쇼핑과, 백화점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 시장에서 강한 힘을 가진 신세계가 힘을 모으는 그림이 경쟁사 입장에서 좋아보일리 없기 때문입니다.
네이버-신세계, 지분 교환 또는 전략적 제휴로 온오프라인 유통 경쟁력 강화
일단 업계에서 예상하는 가장 유력한 두 회사 협력은 지분 교환이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온오프라인 유통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입니다.
네이버는 신세계의 다양한 상품과 지역 곳곳에 위치한 물류망을 활용하고, 신세계는 스마트스토어 등 네이버 커머스 플랫폼을 이용해 판로를 확대할 수 있습니다.
그 동안 중소상공인 제품군을 빠르게 늘려온 네이버는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브랜드와 상품을 네이버 커머스 플랫폼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신세계는 SSG닷컴 등을 통해 온라인 판매망을 늘려온 만큼 네이버와의 협업을 통해 이커머스 영역에서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쿠팡이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이고, SK텔레콤 자회사인 11번가가 아마존과 손을 잡은 만큼 네이버와 신세계 입장에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인 건 분명해 보입니다.
5조 몸값 이베이코리아 인수 논의했을까?
또 다른 가능성은 시장에 매물로 나온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두 회사가 손을 잡는 그림입니다. 현재 이베이코리아는 기업가치 약 5조원에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미국 이베이가 “한국 사업과 관련해 전략적 검토 중”이라고 발표한 만큼 업계는 이베이코리아의 매각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이베이코리아 인수 가능 기업으로는 신세계, 롯데, 현대 등 국내 유통사를 비롯해, MBK파트너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 사모펀드사들이 거론돼 왔습니다. 하지만 5조원에 가까운 돈을 주고 누가 이베이코리아를 품을 수 있을까란 질문에는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만약 신세계와 네이버가 손을 잡고 이베이코리아를 나눠 품는다면 어떨까요. 물론 이 그림은 ‘시나리오’에 지나지 않지만 온라인 유통에 목마른 신세계와, 돈 되는 유통 영역에서 경쟁력을 확 키우고픈 네이버의 니즈가 잘 맞는다면 전혀 불가능한 그림은 아닌 듯 보입니다. 두 회사에게 있어 혼자 갖기엔 부담이지만 나눠 가지면 너무 좋은 대상이 이베이코리아일 가능성이 있다는 뜻입니다.
미래 먹거리 개척에 거침없는 네이버·신세계
네이버는 유통, 금융, 콘텐츠 영역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마치 지금 때를 놓치면 망한다는 절박함이 느껴질 만큼 각 영역에서의 강자와 손을 잡거나 피를 섞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이달 BGF리테일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온오프라인 분야에서 양사가 가진 역량을 결합해 새로운 서비스 경험을 제공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예를 들어 온오프라인 데이터 기반의 판매 제품 추천을 통해 편의점 점주의 매출 향상에 기여하거나,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판매자가 선별한 상품들을 CU편의점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것도 가능합니다.
특히 네이버는 물류와 콘텐츠 분야에서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CJ ENM, 스튜디오드래곤과 각각 1천500억원의 상호 지분을 교환했고, CJ대한통운과는 3천억원의 지분 교환을 했습니다. 이를 통해 네이버는 비대면 시대에 수요가 늘어난 콘텐츠를 적극 확보하고, 한계가 있었던 배송(물류) 영역에서 든든한 우군을 갖게 됐습니다.
나아가 네이버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자회사인 비엔엑스에 4천억원이 넘는 투자를 단행하는 등 K팝 중심의 엔터 시장에도 발을 뻗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이미 YG엔터테인먼트와 SM엔터테인먼트에 투자해 주요 주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신세계 이마트는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를 1천352억원에 인수하는 등 고객 경험 확장을 꾀하고 있습니다. 야구장을 ‘라이프 스타일 센터’로 바꿔 야구뿐 아니라 신세계그룹의 서비스를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입니다.
정용진 부회장은 특히 지난 2017년 11번가가 매물로 나왔을 때 “11번가 인수를 비롯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혀 온라인 사업 강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습니다.
당시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11번가 인수를 검토했으나, SK측이 경영권을 넘기지 않는 조건 하에 지분 투자를 요구하는 바람에 협상이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온라인으로 뻗어가려는 신세계의 움직임은 타 기업에 비해 부지런한 것이 사실입니다.
노희영
마켓오, 비비고, 계절밥상, 제일제면소, 삼거리푸줏간, 쓰리버즈, 세상의 모든 아침, 평양일미, 퍼스트+에이드 브랜드 기획자
명량, 광해, 설국열차 등의 영화 마케팅에도 참여
백설, CGV, 올리브영, 갤러리아 백화점 명품관, 뚜레쥬르, 투썸플레이스, 빕스, 다시다, 프레시안, 햇반, 해찬들, 쁘띠첼, 올리브TV, CJ오쇼핑 브랜드 리노베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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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 shxjcl112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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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 2020 BTS 혁명 아이돌은 ‘헤게모니 밖 주류문화’ 아이돌-어린 여성 동반 평가절하 초기 외신은 BTS 흠집내기 열중
BTS와 함께 성장 열혈 팬덤 아미 소수자 비하 고정관념에 반기 40개 언어, 40만명 센서스도
아미의 힘은 머릿수 아닌 ‘연대’ ‘불완전한 소년들’과 함께 성장 연대하며 사회참여 나서기도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팬덤이라 일컬어지는 ‘아미’의 저력은 방탄소년단(BTS)이라는 타인의 서사를 자신의 서사로 받아들이고 이를 삶의 태도로 연결하면서 생겨나는 확장의 힘, ‘연대’에 있다. 사진은 지난 10월10~11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연 ‘비티에스 맵 오브 더 솔 원’ 온라인 콘서트 장면.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진짜 걔네들이 그렇게 대단해?”작년에 방탄소년단 팬덤에 대한 문화비평서인 < BTS와 아미 컬처>를 쓰고 난 뒤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이 질문에는 말 그대로 그 대단함에 설득당하고 싶은 마음보다는 ‘그렇게까지 대단한지 난 잘 모르겠는데’라는 의중이 담겨 있어, 왠지 성의 있게 대답할 의욕을 꺾는 구석이 있다. 무엇보다 ‘취향’의 영역에 해당하는 대상의 가치를 증명까지 해내야 하나 싶기도 하다. 대체 무엇으로 말인가. 압도적인 기록? 경제적 가치? 탁월한 미학? 과연 이런 것이 모이면 존중할 만한 취향에 대한 증명이 되는 걸까? 방탄소년단 팬인 나의 취향과 안목은 왠지 늘 증명의 시험대 위에 놓여 있다.※ <한겨레>가 연말을 맞아 특별제작한 피디에프(PDF)판입니다. >> 특별 PDF판 내려받기
한국 대중문화 산업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아이돌 음악은 그간 진지하게 예술성을 논할 만한 대상으로 다뤄진 적이 별로 없다. 유행의 자리에는 올라와 있을지라도 비평 담론을 주도하는 문화적 헤게모니 바깥에 있기 때문이다. 아이돌 음악이 ‘헤게모니 외부에 위치한 주류문화’라는 모순적 위상을 갖게 된 데는 바로 이 음악을 향유하는 주체가 누구인가 하는 문제가 중요하게 놓인다. 아이돌 가수의 팬을 지칭하는 ‘오빠부대’, ‘빠순이’라는 멸칭은 주요 팬층인 나이 어린 여성뿐 아니라 이들이 좋아하는 아이돌 음악의 가치마저 동반 평가절하하는 ‘이중의 비하’ 효과를 낸다. (‘빠순이들이 무슨 음악을 알겠어, 그냥 얼굴 보고 좋아하는 거지’ 같은 익숙한 마음의 소리를 떠올려보시라.)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특정 문화의 향유 주체가 여성일 경우, 유독 그들을 한 무리로 동질화해버리는 경향이 더 심하다는 점이다. 응원 팀에 대한 애정이 지나쳐 난동과 기물 파괴를 일삼는 축구 팬 훌리건을 예로 들어보자.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훌리건의 난동이 기사화되는 경우를 종종 보지만, 그렇다고 대다수의 건전한 축구 팬들까지 싸잡아 훌리건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오빠부대’나 ‘빠순이’는 특별히 문제적 팬을 지칭하는 말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아이돌 팬 전반을 지칭하는 보편적 명칭에 가깝다. 실제 아이돌 팬덤을 이루는 다양한 개인들의 정체성은 이 ‘빠순이’라는 명칭에 한데 묶여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특정 집단을 스테레오타입화하려는 움직임은, 전통적으로 사회적 소수자에게 가해져 온 사회적 압력과 정비례한다. 동양인, 성소수자, 외국인 노동자, 그리고 여성을 향한 미디어의 스테레오타입화를 생각해보라. 할리우드 영화에서 뚜렷한 개성을 지닌 보편적 인간의 역할, 다시 말해 주인공은 여전히 높은 확률로 백인 이성애 남성의 차지다. 다양성이라는 거센 시대적 요구로 인해 나아지긴 했지만, 여성·유색인종·성소수자의 재현은 여전히 상투적 스테레오타입의 언저리를 아슬아슬하게 맴돈다. 중국동포(조선족)나 외국인 노동자를 재현하는 한국 영화의 태도도 별반 다르지 않다. 순박하거나 범죄자거나. 이런 식의 게으른 재현은 아이돌 팬덤에 대한 스테레오타입화에도 동일하게 작용한다. 하나의 정체성으로 수렴되지 않는 사람들을 집단으로 묶어 쉽게 동질화해버리는 시도, 이것이 바로 스테레오타입화 뒤에 서려 있는 헤게모니적 권력의 작동이다.
2009년 12월3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신년맞이 공연을 펼치고 있는 방탄소년단(BTS). 라이브 무대에서 8분간 히트곡 2곡을 선보였다. 연합뉴스
방탄소년단 팬덤인 아미(A.R.M.Y.)는 이런 스테레오타입화에 유독 민감한 팬덤이다. 국내에서 보면, 방탄소년단은 기획사 후광이나 선배 팬덤, 방송사와 맺은 커넥션 같은 기존 아이돌 산업 카르텔로부터 동떨어진 존재로 출발해 검증된 주류의 망 바깥에서 자체적으로 생존 전략을 개척한 경우다. 엄청난 기록에 묻혀 많이들 모르지만, 외국에서 수용되는 과정도 결코 녹록지 않았다. 초기에는 신기한 아시안 아이돌 취급하며 영혼 없는 열광을 쏟아내던 국외 언론들이 점차 서구 주류 음악 산업계에서 방탄소년단이 대등한 플레이어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하자, “공장에서 찍어낸 음악”, “게이(gay)팝”, “비인간적 노예 계약으로 미성년자를 착취하는 케이(K)팝 산업”, “12살 여자애들이나 좋아하는 수준 낮은 음악” 등등 케이팝에 대한 서구의 편견을 쏟아낼 대상으로 툭하면 방탄소년단을 소환해 그들의 입지를 깎아내렸다. 국내에서나 국외에서나 이들은 늘 ‘자신들의 일원’으로 인정해주지 않는 이들 틈바구니에서 외롭게 버텨야 했다. 팬덤인 아미가 “우리가 유일한 방탄소년단의 뒷배가 돼주어야 한다”는 의식을 갖게 된 데는 바로 이런 외부자이자 소수자로서 정체성에 대한 공감이 자리한다. 팬들은 방탄소년단이 배척되는 모습을 통해 이 세계에서 자신들의 위치를 들여다보게 되고, 그 와중에도 서로에게 의지하며 담담하게 자신의 길을 걷는 방탄소년단을 보면서 ‘연대’와 ‘팀워크’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삶의 어느 대목에서는 누구나 ‘외부자’가 되고 ‘소수자’일 수 있다는 이런 인식은 단지 방탄소년단을 보호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유료 투표를 조장하는 잘못된 시상식 관행에 항의해 시상식 투표를 보이콧하고, 백서를 발간해 역사수정주의를 지적하며, 흑인민권운동에 100만달러(약 11억원)를 기부하는 등 더 넓은 세계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된다. 팬들 사이에 “단지 가수를 좋아하게 된 것뿐인데 어느새 나도 모르게 사회운동을 하고 있더라”는 푸념 아닌 푸념이 떠도는 이유다.현재 팬덤 창립 7주년을 기념해 실시되고 있는 ‘아미 인구조사’(ARMY Census)는 팬덤에 대한 기존의 스테레오타입화에 저항하고 팬덤 구성원들의 다양한 실체를 객관적으로 지표화하기 위해 팬들이 스스로 발족한 프로젝트다.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이들은, 방탄소년단 팬을 특정 연령층이나 성별을 가진 이들로 한정해 조명하는 미디어의 재현이 팬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더불어 방탄소년단 음악의 영향력을 축소하는 데 이용된다고 보고, 이에 대항하기 위해 전세계에 존재하는 아미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정확하게 수집해 그 데이터를 공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전세계 팬을 대상으로 총 40여개국의 언어로 설문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지금까지 40여만명에 이르는 팬들이 조사에 참여했다. 이런 시도에는 팬덤을 입맛대로 쉽게 범주화하지 말고 그 속에 들어 있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사람’으로서 팬을 인지하라는 요구가 담겨 있다.
아미 인구조사 누리집 갈무리. 이 인구조사엔 40여만명에 이르는 팬들이 참여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의 서사가 나의 서사가 될 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에 관련 키워드를 검색하면, 다양한 나이와 인종·성별·직종의 아미 구성원들이 자신의 인생 중 어떤 순간에 방탄소년단을 만났으며 그들의 어떤 메시지가 마음을 뒤흔들었는지, 그로 인해 어떤 삶의 변화를 겪었는지 고백하는 영상들이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온다.최근 나는 동영상 공유 서비스 ‘틱톡’에서 한 여성의 삭발 동영상을 본 적이 있다. 방탄소년단 팬인 이 여성은 나이 서른에 유방암 선고를 받고 항암치료를 위해 남편의 도움을 받아 긴 생머리를 밀어야 했다. 애써 웃으면서 머리를 밀다가 이윽고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한 이 여성은 영상에 다음과 같은 자막을 올렸다.“방탄소년단으로 인해 나는 이 험난한 여정 속에서도 고개를 들고 (삶을) 당당히 마주하고 있다. 그들의 팬이 된 것에 너무나 감사하고 자랑스럽다. 내 삶에 벌어진 이 어려움 한가운데서 나는 비로소 나 자신을 진실로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방탄소년단을 경유해 팬들이 부여하는 자기 서사, 그로부터 탄생한 방탄소년단과 아미의 끈끈한 유대라는 게 사실은 지나친 의미 부여의 결과물이 아니냐며 조심스레 물어오는 사람들도 있다. 실은 모든 것이 회사의 마스터플랜 아래 이뤄진 기획의 결과물일 수도 있는데, 팬들이 너무 맹목적으로 휘말리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말이다. 그러나 아무리 천재적인 기획이 존재하더라도 인위적으로 팬과 아티스트 사이의 교감을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설령 가능하대도 그런 시도는 모든 콘텐츠를 나노 단위로 쪼개 보고 돌려 보고 숨겨진 이면의 뉘앙스까지 건져내는 팬들의 눈 아래 금방 들통나기 쉽다.‘서사’(내러티브)라는 것은 본래 시간의 흐름 위에 진행되는 이야기를 뜻하는 말이다. 방탄소년단이 내민 서사가 팬들의 자기 서사가 되고 삶의 버팀목이 되기까지, 거기에는 그들과 팬들이 함께 쌓아 온 신뢰와 믿음의 시간이라는 퇴적층이 존재한다. 방탄소년단의 지난 8년은, ‘팬이 있어야 내가 있다’는, 말이 쉽지 그 의미를 지키긴 너무나 어려운 이 명제를 과연 그들이 어떻게 지켜내면서 성장했는가를 증명한 시간이었다. 검색하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방탄소년단의 영광과 기록의 거대 서사를 젖히면 그곳에는 오직 팬들만이 알 수 있는 작은 서사들이 사금처럼 촘촘하게 박혀 있다. 호텔 방에 장비를 놓고 투어 틈틈이 홀로 밤샘 작업을 하는 뒷모습, 앨범에 들어갈 마지막 노랫말 한 줄을 놓고 끝까지 번민하다 새벽녘 문득 팬들에게 띄워 보낸 편지 속 손에 잡힐 것 같은 쓸쓸함, 가끔은 깜짝 놀랄 만한 솔직함으로 자신들에게 닥친 위기와 어려움을 토로하다가도 “혼자가 아니라 일곱이니까, 그리고 아미들이 응원해주니까 반드시 해낼 수 있다”며 스스로를 담금질하는 입매, 숨 쉴 틈 없이 바쁜 와중에도 기념일에는 꼭 팬들을 위해 음악 작업을 해서 선물하는 성실함, 권위나 강요가 아니라 다정한 손짓과 눈빛 그리고 끊임없는 칭찬으로 서로를 위해주는 팀워크.이들을 보다 보면 성공이라는 게 꼭 악해지거나 어딘가 망가지지 않더라도 가능한 거였구나, 새삼스러운 생각이 든다. 아미 중에 처음엔 그저 명불허전의 퍼포먼스에 혹해, 또는 단순히 트렌드를 좇아 관심을 줬다가 불완전한 소년들이 팬과 음악에 대한 사랑 그리고 멤버 서로에 대한 믿음만 붙잡고 한 발짝씩 천천히 성장해가는 과정이 너무 아름다워 어느덧 주저앉게 되었다고 고백하는 이들이 많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팬덤이라 일컬어지는 아미의 저력은 결코 팬덤 머릿수에서 비롯된 화력에 있지 않다. 방탄소년단이라는 타인의 서사를 자신의 서사로 받아들이고 이를 삶의 태도로 연결하면서 생겨나는 확장의 힘, 다른 말로 하면 ‘연대’에 있다.
장면1. 유튜브는 매년 국내 조회수 랭킹을 발표한다. 2020년 뮤직비디오를 제외한 가장 많이 본 영상은 질병관리청의 “코로나19 국민행동수칙 꼭 기억해주세요”로 1738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유튜브 차원에서 코로나19 관련 공식 정보를 부각해 노출한 점이 영향을 미쳤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 시민들이 질병관리청에 관심을 기울였기에 가능한 결과다.
장면2. 2020년 가요계의 주목받은 뮤지션 이날치를 세상에 알린 건 음악 프로그램이 아닌 한국관광공사의 유튜브 영상이었다. 관광지 앞에서 이날치의 판소리 음악과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의 춤을 가미하는 영상은 누적 조회수 3억회를 돌파하며 관광 홍보의 새 역사를 썼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면3. 국방TV의 ‘토크멘터리 전쟁사’ 폐지로 누리꾼들이 청와대 국민청원을 내는 등 집단 반발했다. TV콘텐츠였지만 유튜브에 올리면서 구독자 40만명이 넘을 정도로 주목 받았는데 지난 4월 돌연 프로그램이 폐지되자 반발이 나온 것이다. 폐지 후 주요 출연진은 YTN라이프 ‘뉴스멘터리 전쟁과 사람’이라는 유사한 방송에 출연했다. 팬들은 이 프로그램을 ‘시즌2’라고 부른다.
이처럼 2020년 이목을 끈 유튜브 이슈 가운데는 정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의 채널이 연관된 경우가 적지 않았다. 기사와 광고 등 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전달하던 부처·지자체·공공기관이 직접 홍보에 나서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
“변화에 대응” 공무원도 유튜브 도전
“원래 우리는 사보를 통해 홍보했다. 그런데 어느 날 사장께서 그러시더라. ‘우리 사보 사람들이 안 읽지 않냐’고. 한번은 직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사보 이번 호 내용을 아는 사람이 있는지 물어보기도 하셨는데 제대로 대답하는 직원이 없었다.” 김영주 한국관광공사 홍보팀장의 말이다. 그는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홍보성 이슈는 기사로도 잘 안 다뤄주고, 사보는 일부 고정 독자만 있었다. 그래서 변화에 맞는 소통을 해보고자 유튜브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순영 고양시 영상홍보팀장은 “원래 오프라인, 홈페이지, 시정홍보TV 등을 이용했는데 요즘 대세를 안 따라갈 수가 없었다”며 유튜브 활동을 한 배경을 설명했다. 노은영 부산시 소셜방송팀 PD(뉴미디어담당관)는 “그동안 유튜브가 아카이빙용으로 쓰였다면 지난해 6월부터는 바뀌었다. 시 정책 홍보 영상을 유튜브 전용 영상으로 전환하게 됐다”고 했다.
유튜브 소통이 필수가 되면서 부처별 디지털 소통팀이나 뉴미디어팀은 ‘필수’가 됐다. 이런 가운데 ‘유튜브 아이디어’와 ‘끼 넘치는 공무원’ 발굴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충주 홍보맨 캐릭터를 내세운 ‘충TV’가 예능 요소를 갖춘 콘텐츠로 대박을 터뜨리면서 제2, 제3의 ‘충TV’를 꿈꾸는 지자체가 늘어난 것이다.
강원도는 최근 구독자 1만명 돌파를 기념해 유튜브 담당자들이 에어로빅 옷을 입고 복고풍 댄스를 추는 영상으로 94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경직된 분위기의 사무실에서 춤을 추는 모습을 담았는데 ‘공공배달앱’ 등 정책 홍보가 뜬금 없이 나온다. 여주시는 ‘산불조심’이 적힌 모자를 눌러쓰고 ‘깡’ 춤을 추는 ‘깡무원’이 인기를 끌었다. ‘중년 공무원 유튜버’도 등장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시니어 직원이 인턴 콘셉트로 관광 전반에 대해 토크하는 ‘만렙인턴 박상철’ 시리즈가 관심을 받았다.
광고·언론 부럽지 않은 정책 홍보
엄마가 초등학생 정도로 돼 보이는 천진난만한 딸과 함께 시장에 간다. 갑자기 아이가 사라지고, 엄마는 우여곡절 끝에 아이를 찾는데 아이가 갑자기 할머니 배우로 변해 있다. “저는 엄마가 되었습니다”라는 자막은 “저는 엄마의 엄마가 되었습니다”로 바뀐다. 천진난만했던 아이는 사실 치매에 걸린 엄마였다. 영상 말미에 ‘치매국가책임제’라는 문구가 뜬다.
청와대가 피키캐스트에 의뢰해 제작한 브랜디드 콘텐츠 영상이다. 정혜승 전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은 해당 영상 제작 당시 “정부가 정책 홍보를 위해 방송, 전광판 광고 등을 활용했다”면서 “공급자 중심으로 홍보하면서 왜 국민들이 알아주지 않는지 고민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정부와 부처 유튜브 채널이 성장하면서 정부 정책 홍보에 있어 언론 및 광고를 넘어 새로운 ‘채널’이 마련됐다. 정책 홍보에 주력하는 대한민국 정부 채널과 청와대는 각각 20만명대 구독자를 갖고 있다. 청와대는 코로나19 국면에서 샌드박스네트워크와 협업으로 제작한 비대면 어린이날 행사 콘텐츠를 통해 ‘신선한 홍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방송사이면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인 KTV(한국정책방송원)는 메인 채널 구독자만 37만명에 달한다. 본 채널 외에 KTV스콘(13만) 최고수다(17만명), KTV대한늬우스(7만명), KTV문화영화(3만명), 귀농다큐(4만명) 등 전체 8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이낙연 총리 시절 총리가 참전용사를 만난 영상은 359만회를 기록했다. 뉴스에선 ‘단신’으로 나오거나 배제될 만한 소재지만 KTV가 이를 살린 것이다. KTV는 코로나19 국면에서 허위정보와 음모론에 적극 팩트체크에 나서기도 했다.
지자체에서도 ‘정책 홍보’를 위한 고민이 많다. 청주시가 제작한 웹드라마는 황당한 설정으로 ‘짤’이 만들어질 정도로 유명해졌다. 제목은 ‘사랑인게 봉명해’로 청주시 ‘봉명동’을 떠오르게 한다. 연인이 헤어지는 장면에서 남성이 33만원을 돌려 달라고 하자 여성은 “찌질하다”고 말하며 30만원과 청주페이 카드를 던진다. 그러면서 “충전하면 10% 인센티브 들어오니까 나머지 3만원은 충전해서 써!”라고 말한다.
‘지역정책 뉴스’에 초점을 맞춘 지자체도 많다. 고양시는 ‘고양픽’ ‘고양 1분뉴스’를 통해 시 소식을 중점적으로 전달하면서 ‘재미’ 요소를 갖추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박순영 고양시청 영상홍보팀장은 “정형화된 시정 뉴스를 하지 않기 위해, 트렌드를 찾아서 어떤 걸 좋아하는지, 유행하는 영상은 무엇인지 고민하며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부산시의 ‘붓싼뉴스’ 채널은 사투리 뉴스로 화제가 됐고, 시 브리핑 때 시민 질문을 반영하면서 시민과 ‘소통’하는 시도도 했다. 노은영 PD는 “코로나19 확산을 겪으면서 기자 브리핑을 대면으로 할 수 없어 비대면으로 바꿨고, 시민 질문을 브리핑에 전달해서 답변했다”고 했다. 경북은 세로 영상으로 된 짧은 뉴스 ‘이슈보이소’ 콘텐츠를 통해 숏폼 뉴스를 선보였다. 장수환 경북도 대변인실 뉴미디어팀장은 “뉴스같지 않은 구성으로, 도민 실생활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려 했다. 몇편 쌓이고 나니 어느 정도 독자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장수환 팀장은 “(유튜브에선) 언론보다 훨씬 큰 반응이 온다. 유튜브에서 제대로 콘텐츠를 가공한다면 복지, 정책정보, 청년, 육아, 관광 등 더 많은 사람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며 “유튜브 때문에 다른 홍보비를 줄이지는 않지만 유튜브 운영비 지원이 많다. 언론집행 비율보다 적지만 유튜브 운영비가 높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지자체 ‘특산물 판매’ 효과 나타나
지자체가 유튜브에 적극 나서면서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기도 한다. 경상북도 채널 ‘보이소TV’의 ‘우리동네 자랑 씨리즈’는 경북 지역 특산품을 발굴하고 실제 판매로 유도하는 구성이다. 장수환 팀장은 “코로나19 탓에 소상공인과 농민분들의 판로가 막히고 사기도 떨어졌다”며 “경북은 노령층 인구와 농어업에 종사하는 분이 많아 직격탄을 맞게 됐다”며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장 팀장에 따르면 경북도 ‘사이소’ 쇼핑몰과 연계한 콘텐츠 제작 덕에 사이소몰 매출이 지난해 대비 두 배 늘었다.
충주시 농정과는 자체적으로 ‘충주씨’ 채널을 운영한다. 수달 캐릭터 ‘충주씨’가 기장군수의 ‘사과하십쇼’를 밈으로 패러디해 ‘사과하십쇼’와 ‘사과 사십쇼’를 뒤섞은 가사의 ‘충주 사과 홍보’ 노래로 전국구 유튜브 채널이 됐다. 누리꾼들은 “사과하라는 건지 사라는 건지 정신이 혼미하다” “이거 진짜 홍보 잘 되는거 아는지, 애기들이 듣고 ‘사과=충주’ 성립됨” 등의 반응을 보였다.
캐릭터와 ‘밈’을 활용한 충주시는 온라인 쇼핑몰 ‘충주씨샵’을 통해 지역 특산물 판매 효과를 냈다. 김형석 충주시 농정과 주무관은 “보통 온라인 판매가 1년에 3억~5억 매출 정도 매출을 올리는데 충주씨와 온라인 판매를 연계한 후 3개월 조금 안 된 시점에서 7억원 정도 매출을 올렸다. 11번가와 함께 라이브 방송을 했는데 2억1000만원 정도 팔았고, 홈쇼핑 세 차례 모두 완판했다”고 설명했다.
‘듣보’ 채널 대다수, 선 넘는 ‘무리수’ 경계해야
최근 지자체 유튜브의 모범 사례로 평가 받아온 충TV의 홍보맨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학생들과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한 학생이 자신을 “제주 고씨”라고 하자 “혹시 (고)유정?”이라고 말하고 ‘자만추’의 의미를 맞히는 퀴즈에선 “자기만족 추미애”라고 말했다. 논란이 되자 충TV는 해당 영상을 삭제하고 사과했다.
충TV의 사례는 공적 기관 유튜브 채널의 딜레마를 드러냈다. 평소 충TV측은 ‘윗선의 터치가 없는 점’을 콘텐츠의 강점으로 꼽았다. 속칭 ‘꼰대’ 손을 타지 않아 B급 감성을 부각하고, ‘선 넘는’ 콘셉트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걸러야 할 것을 거르지 못한’ 문제로 나타나기도 한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유튜브가 지니는 휘발성, 양면성을 조심해야 한다. 사내의 한 부서에서 유명 유튜브 채널과 협업했는데 조회수는 많았어도 부정적인 댓글이 달리면서 역효과가 난 적이 있다”고 했다. 공공기관 유튜브 콘텐츠 제작 경험이 있는 한 콘텐츠 제작사 관계자는 “공공기관, 지자체에서 ‘바이럴’에 주목하는데, 정작 이 바이럴이 해당 기관에 어떤 의미에서 도움이 되는지는 명확하게 고민하지 않는다. 잇따라 나오고 있는 B급 공무원 캐릭터들이 실제 어떤 효과를 거두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일단 채널부터 만들고 예산부터 쓸 생각을 하지만 뭘 어떻게 만들어서, 어떤 목표를 달성할지 고민이 없는 곳이 적지 않은 점도 문제”라고 했다. 공공기관, 지자체가 막대한 홍보를 쏟고도 구독자가 미미한 문제는 국회 국정감사 질의의 단골 소재가 될 정도다.
최근 주목 받은 한 유튜브 콘텐츠에는 “와 9급 기준 월급 100후반 주면서 얼굴 팔리면서까지 유튜브 찍게 하고 조회수 수익도 따로 챙겨주지도 않을 텐데 진짜 개 극한직업이네. 다른 시나 청에서 유튜브 하는 거 따라하겠다고 막내급들 시키면 할 수 없이 해야 하는 거고”라는 뼈 있는 댓글에 많은 추천이 붙었다. 뉴미디어 콘텐츠 업계 전반의 병폐로 지적된 속칭 인력을 ‘갈아 넣는’ 관행 역시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