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라의 소프트차이나 60]

옷 가게 사장→가수·MC→中 1등 왕훙으로 '변신'
마윈과 대결해 이긴 中 '립스틱 오빠'…비결보니
'시장 규모 160조'…내년에도 中 왕훙 전성시대
사진=웨이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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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100억위안(약 1조7000억원)어치 상품을 팔았는데 수입은 얼마나 되나요?
지난달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웨이야(微娅·viya)는 기자의 이 같은 질문에 "돈 관리는 남편이 하고 있다"며 대답을 비켜갔습니다. 웨이야의 연수입이 50억위안(약 8400억원)에 달할 것이란 분석에 대해서는 "그 정도로 많지는 많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유명 브랜드를 중계할 때는 수수료가 저렴하고 일부 브랜드의 경우엔 아예 돈을 받지 않고 방송을 진행하기도 한다"고 답했습니다.

35세의 이 여성은 최근 중국 라이브커머스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슈퍼 왕훙(인플루언서)'입니다. 웨이야는 중국에서 '흥행 보증수표'로 불릴 만큼 어마어마한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지난달 11일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인 '광군제(쐉스이)' 당시 라이브 방송에서 팔아치운 상품 금액만 무려 53억2000만위안(약 8890억원)에 달했습니다. 

광군제 전날(11월10일) 오후 7시께부터 이튿날 새벽 2시16분까지 약 7시간 동안 웨이야 방송을 시청한 소비자들이 8200만명에 달했다고 합니다. 중국 전체 인구 14억명의 6%가 이날 웨이야의 방송을 본 셈이죠. 웨이야는 최근 포춘지로부터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비즈니스우먼'으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사진=웨이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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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가게 사장→가수→中 1등 왕훙으로 '변신'
웨이야는 특히 올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늘어나면서 더욱 인기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헐리우드 유명 스타 킴 카다시안과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 모델 미란다 커, 국민 배우 유덕화 등과 협업할 정도로 영향력 있는 글로벌 왕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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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야가 중국에서 인기 있는 이유는 상품을 까다롭게 선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서 입니다. 브랜드별 기능과 인터넷 최저가를 꼼꼼하게 따지는 것으로 유명해 소비자들 만족도가 높은 편입니다. 방송 초창기에는 의류를 판매했지만, 점차 분야가 화장품, 식음료, 가전 제품 등으로 늘어나자 웨이야는 직원들을 대거 고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업들의 상품 제안서를 토대로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해 가격을 책정한 뒤 최종 방송 여부를 결정합니다.

웨이야의 하루 일과는 보통 오후 6시, 일반 직장인들이 퇴근하는 시간에 회사로 출근해 저녁 8시에 시작하는 방송을 준비합니다. 보통 자정까지 방송을 진행하고 새벽 3시까지 다음 방송을 위한 상품 선별을 마친 뒤 오전 5시 퇴근합니다. 이끌고 있는 직원은 500명입니다. 걸어다니는 '1인 기업'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한 때 허름한 옷가게를 운영하며 가수를 꿈꾸던 웨이야는 2016년 타오바오의 라이브 커머스 방송을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사진=웨이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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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윈과 대결해 이긴 中 '립스틱 오빠'…비결보니
웨이야의 뒤를 잇는 왕훙은 '립스틱 오빠'라는 수식어가 붙은 리자치(李佳琦·Austin)입니다. 1992년생인 그는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화장품 매장에서 일하다가 2017년 라이브커머스가 무섭게 성장하는 것을 보고 왕훙으로 변신했습니다. 화장품 주 소비층인 여성들을 대상으로 호들갑스러운 말두와 유행어를 만들어내면서 이목을 끌기 시작했습니다.

2018년 중국 광군제 행사에서 5분 만에 립스틱 1만5000개를 단숨에 팔면서 '립스틱 오빠'라는 별명이 생겼습니다. 그해 '30초 동안 립스틱 제일 많이 바르기' 도전으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방송을 진행하면서 매일 많게는 200개의 립스틱을 지워 입술이 짓무를 정도라고 합니다. 올해 광군제 행사에서 리자치는 화장품 판매로 38억7000만위안(약 6462억1200만원) 매출을 올려 웨이야에 이어 타오바오 라이브커머스 판매액 2위를 기록했습니다.
사진=웨이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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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 가방 대신 아르마니 립스틱을 발라라. 남자가 처음 보는 것은 너의 입술색이다" "이 입술(색)은 연예인 입술이다" "와 세상에! 너무 예쁘다" 등 거침 없이 내뱉는 그의 입담이 인기 비결인 셈이죠. 그는 심지어 광군제 당시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과 립스틱 판매 대결을 해 승리한 이력이 있기도 합니다.

리자치의 인기는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현재 그의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팔로워 숫자의 총합은 8000만명으로, 우리나라 인구보다 많습니다. 그의 연수입은 약 1억6000만위안(약 247억4000만원) 가량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타오바오 라이브커머스에 깜짝 등장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사진=신화망

타오바오 라이브커머스에 깜짝 등장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사진=신화망

'시장 규모 160조'…내년에도 왕훙 전성시대
이처럼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잇따라 경제봉쇄 조치가 이뤄지면서 어려움이 심해지고 있지만, 중국의 왕훙들 만큼은 다른 세상 얘기처럼 들립니다. 이들이 급격히 신흥 부호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죠. 대부분 1980년~2000년대에 태어난 왕훙들은 3~4년 전 중국 라이브커머스 시장이 본격 형성되면서 재빨리 이 시장에 뛰어든 이들입니다.

과거에는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인플루언서 수준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짧은 시간에 수백억원에 달하는 상품이 판매되면서 '거상'으로 떠올랐습니다. 상품 제안 검토부터 실제 방송까지 대규모 인력을 투입하는 등 중소기업 수준의 시스템을 갖춘 '슈퍼 왕훙' 들도 여럿 생겨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내년에도 왕훙 산업은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국적 시장조사기업인 닐슨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라이브커머스 거래액은 4338억위안(약 72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26% 증가했습니다.

 
올해는 시장 규모가 9610억위안(약 160조5000억원)으로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중국 정부 차원에서도 내수 시장 회복의 수단으로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어 내년에도 중국의 왕훙 산업은 뜨거울 것이란 전망입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