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로 ‘완판’ 행렬···떴다, ‘농튜브’
“직거래를 하려고 ‘죽기살기’로 매달렸었는데, 이젠 하루 만에 거의 모든 작물을 ‘완판’할 수 있게 됐어요.” 유튜버 ‘솔바위농원(손보달)’은 유튜브를 개설한 지 2년이 채 안 된 새내기 ‘농튜버’다. 10여년 전 귀농한 그는 본인이 고군분투했던 경험을 살려 귀농 정보부터 농사 짓는 방법, 농촌생활의 각종 노하우 등을 유튜브로 공유하고 있다. 그가 올린 ‘페트병으로 고추 간단히 삭혀서 최고로 맛있게 먹는 법’ 영상은 조회수 139만회를 넘겼다. 구독자 수도 16만여명을 기록하고 있다.
28일 유튜브는 구글미트를 통해 ‘크리에이터와의 대화’ 행사를 열고, 농업 유튜버들의 유튜브 운영기를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는 솔바위농원을 비롯해 충북 보은에서 인삼농장을 꾸려나가는 청년 농부 ‘삼남자인삼농장(이충근)’, 꿀벌의 생태와 양봉 과정을 담아내고 있는 ‘프응TV(김국연)’ 등이 참석했다.
‘농튜브’로 구독자 모은 비결
처음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건 농사에 대한 정보 전달을 위해서였다. 양봉업자인 프응TV는 “뉴스에 ‘가짜 꿀’이 보도되면 소비자들은 모든 꿀이 가짜 꿀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온도가 내려가면 경화현상이 일어나는데 이를 설탕으로 오해하기도 했다. 인식 개선을 목표로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솔바위농원은 “귀농 10년차로서 쌓인 농사 지식을 공유한다”며 “그동안 해왔던 걸 올린 건데 텃밭 농사를 취미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상당한 ‘꿀팁’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각자 구독자를 모은 비결도 소개했다. 솔바위농원은 “한 달 반 동안 구독자가 30명 정도였다”고 고백했다. 다른 농사 유튜버들의 콘텐츠를 보면서 원인을 분석했다. 그는 “농사는 때가 있는데 시기적절한 정보를 올리는 게 사람들이 원하는 정보라는 것을 어느 순간 깨달았다”고 말했다. 감자를 굵게 만드는 방법을 담은 영상을 올리자 일주일 만에 구독자가 2500명이나 늘었다.
전문가가 아니라 보편적인 시청자를 공략해야 한다는 조언이 이어졌다. 산남자인삼농장은 “인삼은 특화작물이라 구독자층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대중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며 “가장 반응이 좋았던 콘텐츠는 ‘농약을 치지 않고 배추 농사하는 법’이었다. 농사는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건지, 소를 키우면 마리당 수익이 어떻게 되는지 등 농업의 현실에 대해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정보를 알려주니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프응TV도 “처음 유튜브를 시작할 때 양봉하는 분들의 유튜브를 많이 봤다. 중국에서 온 업계 전문용어를 많이 사용하는데 일반인 입장에서는 와닿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양봉업자가 국내 3만명이다. 모든 양봉업자가 봐도 3만명만 보는 영상이란 얘기”라며 “목표를 일반인 대상으로 쉽고 재밌게 콘텐츠를 만들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일례로 그는 매일 말벌 잡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7일 동안 조회수 300회를 기록해 “반응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8일째가 되자 갑자기 숫자가 껑충 뛰었다. 2020년 10월 기준 해당 영상은 700만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이제 이들의 유튜브 채널은 작물 판매의 창구로도 기능하고 있다. 삼남자인삼농장은 코로나로 인해 대추축제가 오프라인으로 열릴 수 없게 되자 유튜브를 판매 통로로 택했다. 그 결과, 불과 하루 만에 1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는 “농작물 재배 과정을 시작부터 끝까지 다 보여줄 수 있어 시청자가 더 믿음을 갖고 구매해주는 것 같다”며 “특히 어르신분들 중 온라인에서 파는 건 못 믿겠단 분들도 있는데 유튜브로 투명하게 보여드리니 신뢰를 주신다”고 전했다.
솔바위농원도 직거래의 장점을 강조했다. 그는 “농산물 시장에선 가격을 내가 결정하지 못하기 때문에 직거래를 뚫으려 10년 동안 죽기살기로 했다”며 “다음카페, 네이버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각종 채널을 운영해왔다”고 말했다. “구독자가 많아지니 올리기만 하면 완판된다. 지금은 모든 SNS 채널을 유튜브로 통일했다. 주변 농부들이 키운 작물들도 소개하면서 같이 완판 기록을 세우고 있어 행복한 귀농생활이 됐다”고 말했다.
농사 유튜버지만 콘텐츠는 점차 다양화하고 있다. 삼남자인삼농장은 다양한 작물을 짓는 사람이 많고, 농법도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들을 찾아 수익부터 재배 방법 등을 공유하는 콘텐츠를 기획했다. 솔바위농원은 귀농 전 식당을 운영했던 경험을 녹여 직접 재배한 작물들로 만든 요리나 각종 생활 ‘꿀팁’을 알려주고 있다. ‘떳따농부’ 코너를 통해 주변 귀농인들의 작물 판매도 돕는 중이다. 프응TV는 양봉에서 나아가 힙합 등의 영상도 올리면서 종합 채널로 키워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무플·무반응이더라도 꾸준히 올려라
세 사람은 ‘꾸준함’이 유튜브 성공의 밑바탕이라고 입을 모았다. 삼남자인삼농장은 “유튜브는 연령을 막론하고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누구나 포기할 수도 있는 곳”이라며 “1년, 2년, 3년이 되도록 성과가 안 나더라도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나 대중이 관심이 있는 분야의 영상을 올리면 결국 나중에라도 성과는 난다”고 말했다.
프응TV는 “쉽고 재미있게 자신이 아는 것을 ‘스토리텔링’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유튜브가) 잘 안 됐을 때 상실감이 커지기 때문에 굳이 장비를 갖추려 하지 않았으면 한다. 요즘 휴대폰 카메라 성능이 좋으니 일단 찍어서 올려보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면서 채널을 꾸려갔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솔바위농원은 “어설프게 올리면 전문지식이 있는 사람들에게 ‘역풍’을 맞을 수도 있으니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한다”며 “귀농을 한 지난 10년보다 유튜브를 하는 1년 반 동안 농사 공부를 더 열심히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무엇을 올릴지 고민된다면 앞서가는 농업인 유튜버들의 영상을 꾸준히 보세요. 거기서 새로운 아이템이 나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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