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왕’ 네이버, 그리고 동대문의 미래

2021.03.02

 

‘쇼핑왕’ 네이버가 판을 키운다. 국내 온라인 중소상공인(SME)의 사업을 ‘브랜드’로 성장시키고, 맞춤형 물류 솔루션을 제공해 판로를 해외로 넓히겠다는 포부다. 특히 동대문 패션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징검다리’를 놓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올해는 SME를 위한 물류에 집중하고, 동대문 패션의 글로벌 진출 청사진을 반드시 실현할 겁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2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네이버 밋업’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 대표는 “개인 사업자부터 큰 브랜드까지 네이버에서 물류 고민 없이 창업하고, 성장하고, 글로벌까지 진출해 볼 수 있게 하겠다”며 “앞으로 3년 동안 판매자별 풀필먼트 솔루션 구축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네이버.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네이버 밋업에서 발언하고 있다.

앞서 네이버는 지난 2016년 4월 SME 지원 프로그램 ‘프로젝트 꽃’을 발표했다. 매년 1만명의 온라인 창업을 돕는 게 목표였는데, 5년여가 지난 현재 스마트스토어 SME는 42만명을 기록하고 있다. 기대 이상의 성과다. 프로젝트 꽃이라는 이름대로 ‘꽃밭’(스마트스토어)에서 다양한 ‘꽃과 열매(성과)’를 피운 SME들을 개별 브랜드로 키워내는 게 앞으로의 목표다.

다양한 물류 연결하는 네이버의 야심

SME를 브랜드로 길러내려면 물류 체계를 다지는 게 먼저다.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진출이 목표지만, 당장은 SME들이 해외에 상품을 내다 팔 수 있는 구조가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서의 배송체계도 이제 막 쌓아가고 있는 단계다. 생필품·명품·식품·가전이나 가구 등 개별 상점마다 파는 물건이 천차만별이라, 필요로 하는 배송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이용자들도 마찬가지다. 한 대표는 “(스마트스토어 이용자는) 빠른배송도 원하지만 교환·반품을 잘 풀어 내든지, 프리미엄 상품배송을 원한다든지, 당일 배송인 신선식품을 빠르고 신선하게 콜드체인으로 배송되길 바라기도 한다”며 “그 방향에 맞춰 네이버는 SME와 이용자가 편리하게 물류를 이용할 수 있도록 방점을 두고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다양한 업체와의 협력을 통한 풀필먼트를 구상하고 있다. 쿠팡이 직매입과 직물류를 핵심으로 배송 문제를 풀어낸 것과는 달리, 네이버는 잘하는 업체를 모아 각자의 수요에 따라 연결해준다. 지난해 네이버가 ▲위킵 ▲두손컴퍼니 ▲FSS ▲아워박스 등 풀필먼트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CJ대한통운과도 ‘혈맹’을 맺는 등 폭넓은 물류 인프라를 강화하는 데 집중했던 이유다. 지금까지 협업을 검토한 물류 스타트업만 60여곳에 달한다고 한다. 이를 통해 네이버는 각 물류 파트너들의 물류 데이터를 한 곳에 모은 풀필먼트 데이터 플랫폼을 만들고, SME가 직접 설계할 수 있는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할 계획이다. 한 대표는 “한 가지 방식의 물류가 아니라 SME들이 (각자의) 사업 특성에 맞춰 직접 설계할 수 있는 물류 솔루션을 선보이겠다”고 설명했다.

우선 식음료·생필품 판매자들을 위해 ▲빠른배송 상품군을 확대한다. 대형유통업체와 협력해 ▲산지직송을 넓히고 ▲시장 내 물류 인프라 마련에 나선다. 동대문 물류 스타트업인 브랜디·신상마켓 등과도 제휴를 맺고 ▲동대문 스마트 물류 솔루션을 제공할 예정이다.

동대문 패션을 글로벌로…일본에도 스마트스토어가?

라인·야후재팬의 경영통합은 SME의 글로벌 진출을 앞당기고 있다. 이들 회사의 중간 지주사인 Z홀딩스는 올해 상반기 안에 일본에서 스마트스토어를 출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플랫폼 기술과 사업모델을 제공하고, 사업은 Z홀딩스가 결정해 진행한다. 현지 사업은 현지 시장을 잘 아는 곳이 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스마트스토어가 일본 시장에 자리를 잡으면 국내 SME들의 무대도 일본·동남아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해외 공략의 시작점은 동대문이다. 현재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통해 동대문에 스마트 물류 체계를 만드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시스템이 갖춰지면 개별 SME를 물류망으로 잇는 것보다 손쉽게 물건을 내다 팔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올해 동대문에서 경쟁력 있는 브랜드를 선별하는 한편, 일본에서 잘 통할 만한 상품을 골라 글로벌 진출을 시도해볼 계획이다. 네이버 사업개발실 김평송 리더는 “물류에 대한 고민만 해소돼도 동대문 패션을 기반으로 창업할 수 있는 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된다”며 “동대문 스마트 물류 시스템을 크로스보더 방식으로 진화시켜 글로벌로 진출하려는 패션 SME들의 사업 확장까지 연결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네이버

한 대표는 “동대문 스마트 물류가 잘 진행되면 SME가 글로벌로 상품을 잘 팔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네이버가 경쟁력 있는 브랜드를 Z홀딩스에 소개하는 일들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이런 안팎의 다양한 글로벌 노력들이 모여 SME들을 위한 든든한 글로벌 진출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네이버는 오프라인 사업자들을 네이버로 끌어 모으는 데도 집중할 계획이다. ▲장보기에 입점하는 동네 시장을 160곳으로 늘린다. ▲스마트플레이스를 분석도구화해서 동네시장 장보기를 식당·카페에 접목하고 ▲창업 생존률을 높이는 집중 프로그램인 스타트 올인원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이를 위해 기존 결제 수수료 외 매출연동수수료도 6개월간 추가 지원한다. 하반기에는▲SME의 디지털 전환을 교육하는 기관인 네이버 비즈니스 스쿨을 연다. 이외에 ▲플랫폼 바깥의 사각지대에 있는 SME들을 위해서도 100억원 규모의 현금을 출연해 도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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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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