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종인 前청와대 경제수석 "여든 야든 창조적 파괴 하지 않으면 국민 외면 받을 것"
"박근혜는 경제 초보, 안철수는…" 직격탄
당 쇄신 한다는 한나라당 똑같은 사람끼리만 싸워
당헌·당규 따지는 민주도 시대 변화 모르는 사람들
박근혜 경제공부 더 필요 친박계 자진 불출마 해야
정치 관심 없다는 안철수 대통령감 여론몰이 안돼
입력시간 : 2011.12.15 17:36:46
수정시간 : 2011.12.15 20:5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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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 야든 창조적 파괴를 하지 않으면 모두 국민의 외면을 받는다고 수차례 얘기를 했는데 여전히 한심한 꼴만 보이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은 (쇄신한다면서) 똑같은 사람들끼리만 싸우고 있는데 누가 새롭게 보겠습니까. 민주당도 지금 시대에 당헌ㆍ당규만 가지고 기득권싸움만 거듭하고 있습니다."

김종인(72ㆍ사진)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말에는 날이 잔뜩 서 있었다. 김 전 수석은 군부 권위주의 시대인 노태우 정부 시절 우리나라 경제를 총괄 지휘하면서 대기업의 유휴부동산 4,800만평을 매각하도록 하는 등 재벌개혁론을 주창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후에도 국회에 진출, 여야를 가리지 않고 기성권력을 향해 쓴소리를 해 '큰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김 전 수석은 이 같은 독특한 캐릭터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서로 대척점에 있는 '안철수ㆍ박근혜 모두의 멘토'라는 모순적인 별칭까지 얻었다.

김 전 수석은 특히 지난 1987년 개헌 당시 경제민주화를 담은 헌법조항 119조 2항을 만든 인물로도 유명하다. 요즘처럼 양극화 등 사회 경제적 불균등이 정치 문제화하고 있는 시점에서는 더욱 시사하는 점이 크다.

이 때문에 여야 모두에서 삼고초려(三顧草廬)를 해서라도 영입해야 되는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이 나이에 구차하게 욕 얻어먹어가면서까지 정치를 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의 직선적인 성격은 인터뷰에서도 그대로 나왔다. 내년 대선의 유력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대해서는 "(경제에 대해) 아직 초보적인 수준이고 여전히 공부를 더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두고서는 "(정치의 기능과 역할을 잘 몰라) 대통령 감이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선 내년 대선 전망부터 말씀해주시죠. 최근 안 원장과 박 전 대표가 가장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는 상황인데요.

▦우선 안 원장에 대해서는 얘기하기가 싫습니다. 답을 안 하기로 했어요. (정치에) 관심도 없다는 사람을 무슨 대통령 감이라고 언론이 여론 조사를 하는지 모르겠어요. 언론이 국민을 상대로 장난치는 겁니다.

지금 현재로서는 박 전 대표가 제일 유리한 여건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의미가 없어요. 2002년 때도 노무현 후보의 지지도가 1.5%였고 이회창 후보는 40%였는데요 뭘…. 지금 야당에는 노무현보다 훨씬 나은 사람이 꽤 있어요. 그리고 판 자체로만 본다면 야권이 유리하잖아요. (여권과 1대1을 형성할) 단일후보로 야권 단일화만 하면 그 후보가 절대적으로 유리하지요.

-박 전 대표가 경제 공부 등 대선 준비를 많이 해왔다고 합니다.

▦옛날에 비하면 (경제공부는) 엄청나게 나아진 거지요. 그런데 아직 초보적인 수준이고 자기가 얘기하는 것이 다 알고 얘기하는 것 같지는 않고 옛날보다 나아진 건 있지요. 그나마 쭉 공부하면서 준비해온 사람은 박 전 대표밖에 없어요. 그런데 지금 한나라당이 저 꼴이 나서야 쉽지 않을 겁니다. 여든 야든 지금은 창조적 파괴를 하지 않으면 유권자에게 외면을 받는다고 수차례 얘기를 했어요. 그런데 (박 전 대표가 쇄신을 위해 한나라당 전면에 나선다 한들) 똑같은 사람들 가지고 무슨 변화가 있겠어요. 이런 사람들 가지고 무슨 매력이 있겠어요. 친박(친박근혜 의원들)들은 자진해서 불출마 선언을 많이 해야 합니다.

-현재의 야권 통합 과정은 어떻게 보시나요.

▦(11일 전당대회와 관련해) 지금 같은 시기에 당헌ㆍ당규 따지는 사람들은 제정신이 아닙니다. 지금 광주ㆍ전남에서도 민주당이 인기가 없어요. 더욱이 (폭력으로 얼룩진) 저 꼴을 보였으니 더 난리지요. (전대에서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들은) 원래 당비도 안 내요. 국민 경선을 하더라도 당원지분이 있으니까 그 지역 위원장들이 당원들 당비까지 다 내주는 겁니다.

법원에 (전대 무효) 가처분 신청을 냈다고 하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을 겁니다. 박지원(전 원내대표)은 이것 때문에 완전히 망했어요. 이 사람들은 시대가 어떻게 변하는지 모르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내년 총선은 어떻게 보세요.

▦지역에서 명망 가진 무소속이 많이 될겁니다. 민주당, 한나라당 다 쇄신한다면서 생판 알지도 못하는 젊은이들 다 내보낼 것이라는 말입니다. 근데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안 됩니다.

-요새 여야 모두 '복지강화'가 추세입니다. 복지전문가이기도 하신데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까.

▦지금의 복지는 구심점이 없어요. 한쪽은 무조건 복지를 많이 하자는 쪽이고 한쪽은 가급적 덜 하자는 쪽이니까. 논쟁만 하다 말 겁니다. 구체적으로는 말하지도 못하고.

-현 정부도 영유아 예산 등 복지 예산을 꽤 확충하려고 하는데요.

▦영유아 예산이나 보육예산은 복지라고 생각하면 안 돼요. 지금 우리나라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저출산 극복인데 그것(영유아ㆍ복지 예산)을 안 하면 저출산이 해결됩니까. 우리나라 성장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제일 시급한 과제가 그것인데. 복지 개념을 (그렇게) 광범위하게 잡아 이것도 복지, 저것도 복지라고 하면 예산이 감당할 수가 없지요.

무상급식 문제도 그래요. 정부가 무상급식을 하려면 부자나 가난한 사람 따지지 말고 다 해줘야 합니다. 안 하려면 아예 다 안 하든지. (그렇게 하려면) 세입을 확대해야 한다고들 하는데 현재 예산구조로 조정할 수 있는 게 있는지 보고 그것 가지고도 안 되면 예산 증액을 해야 하는데 지금은 이도 저도 아닙니다.

지금 이런 것을 체계적으로 인식하고 얘기하는 사람이 정치권에는 하나도 없어요. 그래서 한쪽에서는 모두 다 무상, 또 한쪽에서는 재정 핑계 대면서 안 된다고만 하는 거지요. 기본적으로 경제ㆍ사회 정책에 대해 공부를 제대로 안 한 사람은 복지를 할 수가 없어요.

복지는 일시적으로 중단되는 게 아니라 지속성을 가져야 해서 경제 정책과 조화를 이뤄야 하는데 (이것을) 아는 사람 하나도 없이 정치권에서 떠들기만 하고 있는 겁니다. 기본적으로 경제 정책은 (복지 공급을 늘리는 게 아닌) 복지수요를 줄이는 쪽으로 가야지 그렇지 않으면 복지 수요가 무한대로 늘어날 수밖에 없어요.

-최근 청년실업 등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데요.

▦일자리는 결국 경제가 제대로 성장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경제구조를 명확히 알아야 해요. 예를 들어 정부가 인구 30만~50만명이 되는 곳에 롯데마트이마트를 허용하면 중소상인이 다 죽어요. 그러면 또 거기서 고용 문제가 생겨나는 겁니다. 영세민도 늘어나는 것이고. 그러면 또 복지 수요가 늘어나죠. 이런 걸 사전에 차단을 못하기 때문에 사회 구조가 이 꼴이 된 겁니다.

이렇게 된 데에 가장 큰 죄가 김영삼 전 대통령한테 있어요. 국제통화기금(IMF)을 가져오게 했기 때문에 경제 사회 구조가 이상하게 됐거든요. 그 다음에 김대중 대통령이 아무런 준비도 없이 나타나서 (문제를) 쉽게 해결한다고 완전히 재벌 위주로 만들어놓았습니다. 그러고 나선 꼼짝을 못해요. 이 사람들(재벌) 이익에 반하는 제도를 못 만드는 겁니다.

-노태우 정부 때 재벌개혁을 강력히 추진했던 입장에서 지금 상황을 어떻게 보세요.

▦참 불공평한 게 지금 큰 재벌들은 부모로부터 물려 받을 적에 세금을 전혀 안 냈어요.

우리나라가 과거 압축성장을 하면서 재벌 구조가 만들어졌어요. 그것을 어느 한때 재조정했어야 하는데 어느 정권도 못하고 지금까지 온 겁니다. 그러면서 정치 권력이 재벌 세력에게 꼼짝도 못하게 됐습니다. 내가 노태우 정부 때 굉장히 힘이 센 사람이었는데 그런 나한테도 (재벌들이) 협박을 하는데 장관들은 눈에 띄지도 않지요. 내가 이름까지 밝혀서 어떻게 협박했는지 곧 자서전을 낼 겁니다.

재벌은 무소불위입니다. 법 위에 있어서 법의 적용을 안 받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입니다. 내가 헌법 119조 2항(경제민주화 조항)을 만든 취지가 여기에 있어요. 그걸 안 만들어 놓으면 재벌을 나중에 제어할 방법이 없거든요.

우리나라 역사에서 소득분배가 가장 공정하게 이뤄졌던 기간이 1988년부터 1992년도까지입니다. 그때는 민주화 과정에 있었기 때문에 노조의 힘이 셌거든요.

-퇴임 1년을 앞둔 이명박 정부에 할말이 있다면 해주시죠.

▦내일모레 되면 대통령을 끝낼 사람인데 무슨 말을 하겠어요. 다만 다음 대통령은 과연 한국 사회를 어느 정도로 제대로 인식하고 있느냐, 인식했으면 어떤 방법으로 해결할 복안을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런 것도 없이 대통령만 하고 싶어 하면 또 원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내가 강조하는 게 무엇을, 어떻게 누구와 함께 하느냐입니다. 그것을 사전에 다 노출시켜야 합니다. 투명하게.

-우리 사회에 편가르기 현상이 너무 심한 것 같습니다.

▦진보ㆍ보수를 나누면 안 됩니다. 언론이 근데 진보ㆍ보수를 너무 강조합니다. 특히 중요 언론이 그렇습니다. 그것을 원하는 게 아니고 미국도 최근 공화당의 티파티, 민주당 강경파들 그것 때문에 국가가 마비돼 움직이지를 않잖아요. 내년에도 (총선 이후) 국회가 형성되고 난 다음에 얼마만큼 혼란이 올 것이냐가 걱정이에요. 국회가 여소야대 되면 그 국회가 절대 조용하지 않을 겁니다. 다시 말하지만 전세계적으로 보면 보수ㆍ진보 따지는 나라 치고 잘되는 나라가 없어요.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후에는 보수ㆍ진보 개념이 없어졌는데….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언론 환경은 어떻게 보세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논란도 있고요.

▦미국이 나라가 엉망이 될 뻔하다가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들어와서 공화당 출신 대통령임에도 여러 가지 개혁정책을 했어요. 당시 루스벨트는 젊은 나이에 대통령이 된 사람인데, 그런 걸(진보 정책) 어디서 알고 그랬냐고 하니 당시 미국 주간지가 기업 횡포를 낱낱이 쓴 내용을 대통령이 되기 전 많이 읽었대요. 그런 걸 인식하고 대통령이 됐기 때문에 그 유명한 록펠러의 스탠드오일 독점도 깨지고 그런 겁니다.

오늘날 일본이 어려운 상황에 빠진 게 뭐냐면 지난 40~50년 동안 비판이 없는 사회가 됐기 때문이지요. 자유당 정권 50년 동안 국익을 내세워 (비판을 억누르고) 언론도 찬사만 보내다 보니까 저렇게 된 겁니다. 우리나라도 걱정스러운 게 일본을 닮아가려는 습성이 있어요.

종합편성채널 등이 허용되면서 이제 우리나라도 주요 영향력 있는 신문이 비판 기능을 잃었어요. 정부가 SNS를 규제한다는 것은 대한민국 망신입니다. 망신. 한쪽에서는 ITㆍ디지털 강국이라고 하면서 한편으로는 그걸 막는 것을 해서는 정당성을 찾을 수 있겠어요.

◇약력
▦1940년 서울 ▦중앙고 ▦한국외대 독일어 학사 ▦뮌스터대 대학원 석ㆍ박사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제4ㆍ5차 경제개발계획 실무위원 ▦제11ㆍ12ㆍ14ㆍ17대 국회의원 ▦국민은행 이사장 ▦보건사회부 장관 ▦청와대 경제수석 ▦헌법연구자문위원회 위원장 ▦대한발전전략연구원 이사장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석좌교수
'시간당 530만원' 연봉 80억 대기업 임원은 누구?

이투데이 | 기사전송 2011/12/12 10:28

[이투데이 현유섭 기자]

재계에 ‘뜨거운 감자’가 등장했다. 정부가 재벌총수와 등기임원의 연봉을 개별적으로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와 노사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이투데이는 국내 상장사 중 자산규모 30위 기업 중 금융회사를 제외한 21개 기업의 사내이사 지급보수를 조사했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사업보고서에 등기임원(사내이사 사외이사)의 수와 이들에게 지급된 보수 총액을 명시하도록 하고 있다.

◇올해 1인당 10억5000만원=올 9월말 현재 30대 상장사 중 금융사를 제외한 21곳의 등기 임원수는 80명이며, 이들의 보수 총액은 839억800만원이다. 사내이사 1인당 10억5000만원 꼴로, 월평균 1억1600만원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과 비교해 60% 가량 늘어난 수치다. 21개 기업은 지난해 84명 사내이사에게 539억5900만원의 보수를 지급했다. 1인당 평균 6억4200만원이다.

◇삼성전자 1인당 80억 육박=조사대상 21곳 중 삼성전자가 단연 1위다. 삼성전자는 올들어 9월말까지 사내이사 3명에게 239억원의 보수를 지급했다. 1인당 79억9000만원이다. 최지성 부회장과 이윤우 부회장, 윤주화 사장 등 3명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인당 평균 12억원과 비교해 무려 565%가 늘어난 수치다.

2위는 SK텔레콤으로 1인당 평균 보수가 1년새 23억원이 늘어났다. 올 9월말까지 하성민 대표이사와 김준호 사장,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받아간 보수총액은 96억5500만원이다. 1인당 평균 32억1800만원으로 월평균 3억5700만원이 넘는다.

삼성물산은 사내이사인 정연주 건설부문 대표이사와 김신 상사부문 대표이사, 이동휘 경영기획실장에 매달 1인당 평균 2억2600만원을 지급했다. 삼성물산이 올 9월말까지 지급한 사내이사 보수총액은 61억2400만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0%가 늘어난 것으로 1인당 평균 보수가 12억원 가량 증가했다.

현대차그룹 대형 상장사들은 지난해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상위에 속했다. 현대자동차의 사내이사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양승석 사장, 김억조 사장이 올해 9월까지 받아간 보수 총액은 61억원이다. 1인당 평균 보수는 15억2600만원으로 조사대상 21곳 중 5번째로 많았다. 기아자동차 사내이사 4명의 1인당 평균 보수는 4억9900만원으로 현대자동차와 비교해 크게 낮았다. 이는 현대자동차 사내이사에 포진해 있는 그룹 오너인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의 보수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대모비스 사내이사 4명의 1인당 평균 보수는 10억6400만원으로 21곳 중 6위를 차지했다.

LG그룹내에서는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임원 연봉 변화가 엇갈렸다. LG전자는 등기이사 2명에게 9월까지 13억9500만원을 지급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억5000만원이 늘어난 수치다. 반면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보수총액은 5억원이상 줄어든 12억4600만원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등기이사 1명이 늘어나면서 1인당 평균 보수는 지난해보다 절반이상 줄어들었다.

◇조선 빅 3중에는 삼성중이 으뜸=업종별로도 삼성그룹 상장사가 단연 돋보인다. 조선 빅3중 삼성중공업이 경쟁업체보다 사내이사의 1인당 보수가 10억원 이상 많다.

삼성중공업은 법원 등기등본에 올라 있는 사내이사 3명에게 9월까지 46억9200만원의 보수를 지급했다. 1인당 평균 15억6400만원을 받은 셈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6억8700만원보다 200%이상 증가한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1인당 평균 5억1600만원으로 나타났다. 남상태 사장과 김유훈 부사장, 이영만 부사장이 올해 9월까지 받아간 보수 총액은 15억4700만원이다.

현대중공업은 등기이사의 평균 보수는 가장 적었다. 현대중공업은 이재성 사장과 김외현 부사장, 최원길 현대미포조선 사장에게 9월까지 1인당 평균 4억원가량을 지급했다고 공시했다.

◇공기업 1억5000만원 수준=조사 대상 중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는 민간 기업의 평균치와 큰 차이를 보였다. 한국전력공사는 올 9월까지 사내이사 7명에게 11억4300만원의 보수를 줬다. 1인당 평균 1억6300만원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억8000만원과 비교해 소폭 줄어든 수치다.

한국가스공사도 1인당 평균 1억5400만원으로 한국전력공사와 비슷하게 나타났다. 한국가스공사는 올해 9월까지 사내이사 6명의 보수 지급을 위해 7억4100만원을 지급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억5000여만원이 늘어난 수치지만 사내이사 1명이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1인당 지급되는 보수는 변화가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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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꼼수’에 귀 쫑긋 세운 고위공무원

기사입력2011-12-09 17:48기사수정 2011-12-10 13:16

#1. 정부 각 부처 장관 중에는 최근 부처 업무 외에 인터넷 라디오 방송인 '나는 꼼수다' 내용을 포함한 여론 동향을 보좌관 등을 통해 서면 혹은 간단한 대면 보고를 받는 경우가 많다.

#2. 정부중앙청사 인근에서 만난 모 부처 국장은 점심을 먹으면서도 스마트폰으로 수시로 인터넷을 검색한다. 다음(www.daum.net) 토론광장인 아고라의 핫 이슈를 챙겨보기 위해서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기점으로 정부 정책에 대한 민심 이반이 확인되자 정치권뿐만 아니라 정부도 여론을 정책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9일 정부에 따르면 현재 정부 부처 장관들은 인터넷·스마트폰을 통해 유통되는 여론 동향을 수시로 보고받고 있다.

장관들이 가장 주목하는 매체는 지난 4월 27일 방송을 시작한 이래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나꼼수'다. 모 경제부처 장관은 비서진을 통해 '나꼼수' 내용을 요약해서 보고받고 있다.

장관 일정상 방송을 직접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모 경제부처 장관 정책보좌관은 "하루에 1시간30분 정도는 '나꼼수' 등을 직접 보고 여론 동향을 체크해 장관에게 수시로 보고하는 업무가 최근 추가됐다"고 말했다.

이는 '나꼼수' 청취자가 20, 30대 등 젊은 층이고 현재 청년실업, 전·월세 가격 급등 등으로 이들 연령대의 목소리가 방송을 통해 반영되기 때문이다.

정책의 타기팅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내년 경기가 유럽 재정위기, 주요국 경기 둔화 등으로 올해보다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젊은 층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정책을 만들어 내려면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장·차관들의 청년창업 쇼핑몰 등 현장방문이 부쩍 잦아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눈높이를 낮춘 정책 시행 기조는 고위 공무원들에게도 압력으로 다가오고 있다.

스마트폰 보급 확대 등에 일부 기인하기는 하지만 중앙 부처 고위 공무원들은 너나 없이 여론 동향을 수시로 살펴본다. 자신이 소속된 부처의 정책이 연관될 것은 없는지, 또 여론의 향방이 어떤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정부 관계자는 "장관도 업무보고를 받을 때 예고 없이 정책 시행 후 여론·젊은 층의 생각 등이 어떤지 묻곤 해서 핫 이슈 등의 검색이 습관화됐다"고 말했다.

/mirror@fnnews.com김규성기자

디지털뉴스팀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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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최구식 의원 비서 공모씨(27)의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 의혹과 관련해 경찰이 청와대 행정관의 사건 연루 가능성을 은폐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네티즌과 정치권은 반발하고 있다.

경찰은 8일 공씨의 중앙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과 관련해 ‘공씨가 사건을 결심할 때 함께 있었던 박희태 국회의장 비서 김모씨(30)가 공씨를 만나기 직전 청와대 국내의전팀 박모 행정관을 만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앞서 공씨가 합류하기 전인 1차 술자리(지난 10월 25일 저녁)에는 김씨와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 비서 김모씨(34), 공성진 전 의원 비서 출신 박모씨(35) 등 3명만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뒤바뀐 발표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박 행정관에게) 필요 이상의 인권침해 소지가 있어 공개를 안 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의 발표가 이처럼 뒤바뀌자 일각에선 ‘경찰이 청와대 행정관의 존재를 일부러 숨긴 것’이란 의혹을 제기됐다. 한 매체는 “당시 1차 식사자리(서울 종로
음식점)에 함께 있다가 박 행정관과 마찬가지로 2차 술자리(서울 역삼동 룸살롱)엔 가지 않은 정 의원 비서 김씨는 공개하면서 박 행정관만 인권침해를 이유로 공개하지 않은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궁색한 해명”이라며 “이번 사건에 연루되는 것을 꺼린 청와대 측이 박 행정관의 술자리 참석 사실을 언론에 알리지 말도록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들도 “청와대 행정관이 국회의장 비서와 디도스 얘기를 하고, 그가 공씨를 만나 범행으로 이어진 건 아닌가” “경찰이 이처럼 중요한 사실을 조사하고도 숨겼다니 더 수상하다”며 의혹을 보냈다. 네티즌 ‘mett*****’는 “세계최고의 수사력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공권력이 유독 권력에 가까이 가면 무력화되는 이유가 뭐냐”고도 전했다.

정치권에서도 반발이 나왔다. 민주당 문학진 의원은 이날
트위터에 “경찰이 최구식 의원 비서 단독 범행으로 결론냈다. 그러나 전날 1차 술자리에 청와대 행정관도 있었다고 한다. 경찰이 은폐하려 했단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같은 당 백원우 의원도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청와대에서 나온 국내의전비서관실의 3급행정관이라면 굉장히 높은 직위”라며 “(당시 술자리가) 정책적인 부분을 논의하는 자리는 아니었던 것 같고, 이들은 사전에 잘 알고 있었던 관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1차 식사자리에서의 다른 의원실 관계자들 신분은 경찰이 발표하면서 청와대 것은 발표하지 않은 것도 좀 석연치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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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 후]“쫄지 마세요, 가카”
최병준 |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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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놀라웠다.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나는 꼼수다>(나꼼수) 공연 말이다. 오후 늦게까지 비가 내린 데다 기온이 뚝 떨어져 한기가 뼛속까지 파고드는 날씨에 5만명이나 몰려와 공연을 봤다. 덜덜 떨며 공연을 보고 온 후배에게 왜 갔느냐고 물어봤다. “통쾌하잖아요.”

바로 그 다음날, 가슴이 탁 막히는 뉴스가 편집국에 들어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애플리케이션(앱) 심의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팟캐스트 <나꼼수>나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못 듣고 못 보게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방통심의위가 SNS와 앱을 심의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먼저 트위터나 페이스북 이용자가 서로 팔로나 리트윗을 하면서 이야기를 주고받는 SNS를 공공기관이 나서서 규제해야 할 ‘공적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사적으로 나눈 대화에 정치·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내용이 있다고 해서 접속을 차단하겠다거나 계정을 삭제한다는 생각은 군사독재 시절에나 볼 수 있는 검열을 떠올리게 한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어 위헌 소지도 있다. 음란물 유포, 명예훼손 같은 문제가 생겨 긴급하게 차단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 해외에서는 공공기관이 나서는 것이 아니라 사업자가 자신의 약관에 따라 결정한다고 한다. 사업자 역시 법적 책임을 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네르바 사건’을 겪은 이명박 정부가 SNS와 앱 규제에 위헌적 요소가 있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 인터넷에 경제위기에 관한 글을 올렸다가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2009년 구속됐던 ‘미네르바’ 박대성씨는 전기통신위반법 47조 1항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고 지난해 10월 위헌 결정을 받아냈다. 그런데도 온라인 공간의 통제 시도는 계속돼왔다. 검찰은 얼마 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허위사실 유포 등에 구속수사 방침을 밝혔다가 여당으로부터 “정치도 모르는 정치검찰”이란 비아냥을 들었다.

왜 SNS와 앱을 규제하려고 안달할까. 정부가 SNS·앱의 영향력이 만만치 않다고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나경원 전 의원이 연회비 1억원짜리 피부과에 다녔다는 의혹이나 이명박 대통령이 아들 이름으로 내곡동 땅을 산 사건은 <나꼼수> 같은 앱을 통해 급속히 퍼져갔다. ‘희망의 버스’ 참가자들은 부산에서 실시간으로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상황을 중계했다. 시위와 집회, 투표 권유 등도 SNS를 통해 이뤄졌다.

지금은 시민들이 보고 싶은 것을 찾아서 보는 시대이다. 군사독재 시절에는 공중파 방송을 통제하면 시민들의 눈과 귀를 가릴 수 있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시민 개개인이 미디어가 될 수 있는 시대이다. 팟캐스트 <나꼼수>의 다운로드 건수는 한 달에 2000만건이나 된다고 한다. 시민들이 <나꼼수>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앱 자체가 힘을 가진 매체여서가 아니라 정부와 여당이 저질러놓은 말도 안되는 ‘사고’ 때문이다. 보수언론들이 ‘작게, 그리고 다르게 다루는’ 뉴스에 대해 ‘직설’을 쏟아내니까 시민들이 퍼나르는 것이다.

여당은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날치기 통과시켰고, 한 여당 의원의 비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디도스 공격을 하도록 해커에게 시킨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 보좌관과 현 정권 실세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도 수사선상에 올라있다. 이 상황에서 SNS와 앱을 규제하겠다는 것은 오히려 시민들의 입을 막겠다는 시도로 비친다.

지난 4월부터 거침없는 독설을 퍼부어온 <나꼼수> 출연자들은 스스로에게 “쫄지 마”라고 외쳤다. 지금은 상황이 바뀐 듯하다. 이제 “쫄고 있는” 쪽은 조바심에 SNS와 앱까지 규제해보려는 집권세력처럼 보인다. 이들은 갈수록 악화되는 여론에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참패할까 두려워하고 있다. 이제 시민들이 <나꼼수>식으로 한 ‘말씀’ 드려야 하는 걸까. “가카, SNS와 앱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니까요!”
시민통합당 공식 출범…"야권 통합 정당 완성할 것"
기사입력 2011.12.08 02:25:07 싸이월드 공감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혁신과통합이 주축이 된 시민통합당이 어제(7일) 오후 서울 논현동에서 창당대회를 열고 공식 출범했습니다.

시민통합당은 창당선언문에서 정권교체를 실현해 민주주의와 복지 등 국민의 염원을 받들고 야권의 분열을 극복하는 통합 정당을 완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당 대표에는 이용선 '혁신과통합' 상임대표가 선출됐고, 이해찬 전 총리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이 지도위원으로 선임됐습니다.

문재인 지도위원은 "통합을 통해 기존 정당의 한계를 뛰어넘어 전국 어디에서나 지지를 받을 수 있고, 젊은 세대들도 지지하고 참여하는 새로운 정당을 만들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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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여, 저들은 자신들이 하는 짓을 모르나이다 [2011.12.05 제888호]
[표지 이야기] 한-미 FTA 비준안 날치기로 국민 상식에 반하는 정치적 자해 감행한 한나라당…삶의 불안을 안고 겨울 광장에 나선 시민의 응징은 총선·대선으로 이어질 전망
조혜정
싸이월드 공감

» 촛불을 다시 광장으로 불러모은 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불러올 삶의 불안, 한나라당이 공익을 위한 결정을 하는 집단이 아니라는 불신과 분노다. 11월23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야 5당 합동연설회에 참석한 촛불들. <한겨레21> 박승화 기자

“국익을 위해 FTA 비준에 앞장선 국회의원들 오랜만에 밥값하셨습니다.” 11월23일 저녁 7시20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선 보수단체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 내건 펼침막이 칼바람에 나부꼈다. 금세라도 피를 토할 듯한 한 남성의 목소리가 확성기를 타고 바람을 갈랐다. “정신 차리고 살아, 이 미친 ××들아. 이 한심한 인간들아! FTA에 미래가 있다. 악질 반역자, 김정일 꼬붕들, 친일파한테 왜 놀아나냐? 그 따위로 하니까 취업을 못하지!” 100명 남짓한 참석자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2008년 촛불과 유사한 양상

이곳은 애초 민주당·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이 한나라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날치기에 항의하는 합동 정당연설회를 열려던 장소였다. 그런데 어버이연합이 집회 신고를 내버려 연설회는 길 건너편, 스케이트장 공사가 한창인 서울시청 앞 광장 한켠으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장소가 바뀐 줄 모르고 대한문 앞에 갔던 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어르신’에게 한바탕 욕을 얻어먹어야 했다.

건너편 정당연설회장에선 시청 바로 앞쪽에 설치된 3~4인용 텐트 하나가 눈에 띄었다. ‘MB 퇴장 아이 입장’이라고 쓴 팻말이 텐트 입구에 붙어 있었다. 아내, 세 살배기 딸과 함께 연설회에 참석한 예대열(36)씨가 설치한 것이다. 예씨는 “날씨가 추우니까, 자녀들 데리고 오신 분은 누구든 들어오시라고 마련했어요. 어제 인터넷에서 12만원짜리 중고를 주문해, 조금 전 이리 오는 길에 받아왔어요”라고 했다. 체감온도가 영하 10℃를 기록한 이날 그는 왜 굳이 아이까지 데리고 시청 앞에 서야만 했을까. “FTA가 비준되면 나도 피해를 보지만, (삶에 피해를 주는 내용을) 아무것도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아이가 어른이 됐을 때도 피해를 보니까요. 이건 내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 가족 전체의 문제입니다.” 그는 한나라당이 비준안을 날치기한 하루 전날 서울 명동에서 열린 규탄집회에는 혼자 참석했다고 했다. 아이를 데리고 나오지 않더라도 그는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계속 촛불에 동참하겠다고 했다.

두툼한 방한복, 털모자, 목도리에 장갑까지 ‘중무장’한 촛불은 예씨뿐만이 아니었다. 경기 안양에서 1시간 넘게 걸려 시청 앞에 도착했다는 한 50대 여성은 “FTA가 발효되면 경제는 물론 사회, 정치, 문화 모든 것이 미국의 속국이 되잖아요. 양극화, 빈부 격차는 또 얼마나 심해질까요? 정치적 성향을 떠나 FTA는 해선 안 되는 거예요”라고 했다. “어제는 너무 분해서 잠도 못 잤다”는 그는 “이명박 정권엔 정의도, 도덕성도, 양심도 없다. 너무 파렴치하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악”이라는 격한 말도 쏟아냈다. 대한문 앞에 서 있는 동년배들과 그는 생각이 완전히 달랐다. 촛불은 지하철이 승객을 토해낼 때마다 쑥쑥 늘어났다. 주최 쪽은 1만 명이 모였다고 했다. 포개지다시피 서 있던 시민들은 결국 공사 중인 야외 스케이트장 안쪽까지 파고들었다.




그랬다. 다시 촛불들을 광장으로 불러모은 건 한-미 FTA 비준으로 앞으로 삶에 닥칠 불안, 정부·여당을 향한 불신과 분노였다. 이들은 경찰의 물대포 공격을 받아 온몸이 얼어붙으면서도 “비준 무효! 명박 퇴진!” 구호를 멈추지 않았다. 이튿날인 11월24일에도 비준 무효를 요구하는 시민 6천 명이 서울시청 앞 광장에 모였다.

신진욱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이렇게 분석했다. “한-미 FTA 반대 촛불은 기본적으로 2008년 촛불과 유사하다. 당시에도 초반을 지나고부터는 주된 의제가 시장화로 인한 불안 증가에 대한 저항이었다. 한-미 FTA는 일자리 안정과 양극화 등 사람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중요하게 느끼는 경제 문제, 의료 등 복지 문제와 직결된 의제다. 즉각적으로 눈에 보이진 않지만 앞으로 도래할 잠재적 위험이 크다고 느끼고, 미래의 불확실성에 불안을 느낀다는 점도 2008년과 유사하다. 아울러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공익이나 다수 국민의 공공선을 위해 행동하고 결정하는 집단이 아니라는 깊은 불신이 깔려 있다.”

그랬다. 다시 촛불들을 광장으로 불러모은 건 한-미 FTA 비준으로 앞으로 삶에 닥칠 불안, 정부·여당을 향한 불신과 분노였다. 이들은 경찰의 물대포 공격을 받아 온몸이 얼어붙으면서도 “비준 무효! 명박 퇴진!” 구호를 멈추지 않았다.

역사에서 전혀 배우지 못해

기습적인 직권상정을 통해 비공개로 비준안을 날치기한 한나라당은 이런 여론을 일단 달래야 한다는 태도를 보인다. 우선 물대포를 쏜 경찰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11월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물대포를 맞은 시위 참가자들의 얼굴에 고드름이 얼고, 옷이 찢기는 위험한 상황이 있었다. 경찰 당국의 자제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기현 대변인은 “물대포 문제는 정책위가 경찰청과 협의키로 했다”고 말했다. 경찰이 물대포를 사용하지 않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쟁점이 된 투자자-국가 소송제(ISD) 재협의 추진 등 협정으로 피해를 볼 사람들을 위한 후속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협정 비준안 통과 문제로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당 쇄신을 전면적으로 추진해 ‘부자당’ 이미지를 벗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홍준표 대표와 유승민 최고위원 등은 당내 쇄신파가 주장한 ‘부자 증세’에 힘을 실었다. 유 최고위원은 “FTA 비준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재벌과 대기업, 부자 편을 든다는 이미지가 좀더 강해졌다. 한나라당이 더 어려워진 것도 사실”이라며 “지금부터는 진짜 백지상태에서 당을 쇄신해 정책기조부터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개혁파 초선모임인 민본21은 부자 증세와 함께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적용한 비정규직 보호 대책을 마련하고, 대기업의 성과 배분 효과를 높이는 쪽으로 공정거래법과 하도급 관련법 등의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일부 의원은 한나라당의 ‘얼굴’을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는다. 잦은 설화에 이어 협정 비준 강행 처리로 부정적 이미지가 강해진 홍준표 대표 대신, 전당대회를 다시 치르든, 비상기구 체제로 전환하든 박근혜 전 대표를 전면에 내세워 당을 쇄신하고 총선을 진두지휘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재선 의원은 “‘한나라당이 달라졌구나. 이명박 대통령과 다른 길을 가는구나’ 이런 걸 보여줄 사람은 박 전 대표밖에 없다. 박 전 대표도 책임지고 결단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내년 총선에서 100% 책임과 권한을 갖고 공천을 제대로 해 이기면 (최근 떨어진 지지율을 만회해) 기사회생할 수 있다. 한나라당과 박 전 대표가 사는 길은 이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이런 ‘노력’이 성난 촛불들을 달랠 수 있을까? 정치권 안팎의 전망은 비관적이다. 사실 한나라당이 스스로 ‘무덤’을 판 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당장 이명박 정부는 지지율이 50%를 넘나들던 집권 초기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려 했다가 엄청난 촛불의 저항에 부딪혔다. 지지율은 한 자릿수까지 곤두박질쳤다. 이 대통령이 두 차례나 대국민 사과를 해야 했고, 한반도 대운하를 비롯한 핵심 공약과 공기업 민영화 계획 등을 철회해야 했다. 이후 정부는 대대적인 공안몰이를 벌였지만, 대가는 2010년 지방선거 참패였다.

한나라당이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했을 때도 엄청난 역풍을 맞았다. 여러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70%가 탄핵에 반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선자금 ‘차떼기당’이 무슨 자격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하느냐는 비판을 이기지 못한 한나라당은 천막당사 생활을 시작해야 했다. 당 지지율은 15%까지 추락했다. 가망 없어 보이던 17대 총선에서 박근혜 대표를 내세워 “개헌 저지선만은 만들어달라”고 호소해 121석을 건졌지만, 굳건히 유지하던 원내 제1당 자리는 152석을 얻은 열린우리당에 내줘야 했다.

» 11월22일 오후 한나라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날치기하자 야당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한겨레> 김명진 기자
엘리트주의에서 나오는 오만

신한국당 때인 1996년 말엔 크리스마스 다음날 새벽 6시 복수노조 전면 유예와 쟁의기간 임금지급 금지 등을 핵심으로 한 노동법과 안기부법을 날치기한 적도 있다. 날치기 계획도 치밀해, 신한국당 소속 의원 154명은 서울시내의 여러 호텔에 분산 투숙했다가 당이 준비한 버스를 타고 본회의장에 출석했다. 6분10초 만에 법안을 처리한 신한국당 의원들은 국회 앞의 한 식당에 모여 축배를 들었다. 김영삼 당시 대통령은 청남대로 휴가를 떠났다. 야당인 새정치국민회의와 자유민주연합은 장외투쟁에, 민주노총은 총파업에 돌입했다. 조직노동자는 물론 학생과 일반 시민까지 참여한 노동법 무효화 집회는 1997년 2월 초까지 이어졌다. 한국노총까지 연대한 총파업엔 75만 명이 참가해 사상 최대 규모라는 기록을 만들어냈다. 여권은 노동법 재개정으로 무릎을 꿇었지만, 40%가 넘던 김영삼 대통령의 지지율이 10%대까지 내리꽂히는 걸 막지는 못했다.

이렇게 한나라당을 재기 불능에 가까운 상태로 만든 결정적 사건이 ‘자해’였던 건, 이들이 자신의 선택이 불러올 후폭풍을 전혀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국민의 ‘상식’과 동떨어진 판단을 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이후 장광근 의원이 문화방송 <100분 토론>에서 한 발언은 한나라당이 다른 ‘별’에 살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장 의원은 “이건(탄핵은) 총선을 앞두고 지지 세력을 결집시키기 위한 노 대통령의 정략이다. 탄핵을 기다리며 버티기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알면서 왜 (탄핵을) 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장 의원은 아무런 답변도 하지 못했다.

한-미 FTA 비준안 날치기가 과거 사례들처럼 정권을 내리막길로 이끄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까?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확인됐듯 이미 한나라당의 내년 총선·대선 전망이 밝지 않고, 이 때문에 당 내부의 위기감이 크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나라당 안에서 “이미 더 나빠질 수도 없을 만큼 나쁜 상황이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과거엔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매우 높았다는 것도 지금과 다른 점이다.

하지만 여론이 어떻게 반응할지, 비판 강도가 얼마나 높을지 예상치 못하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적잖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며칠 동안 계속 야당 의원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누가 다치고 실려가는 것보다는 나쁘지 않았다” “집회는 며칠 가다 잠잠해질 거다. 생각보다 반발 여론이 거센 것 같지 않다”고 희망섞인 평가를 내놓는다. 이와 관련해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한-미 FTA는 우리나라의 사회·경제 체제 변화와 관련되기 때문에 다수 국민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설마 하던 일이 이젠 자신에게 해가 되는 문제가 된 것이다. 더구나 날치기라는 처리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느낀다. 이런 FTA 반대 여론이 반이명박·반한나라당 정서와 맞물려 증폭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런데도 한나라당이 여론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은 ‘반발은 잠깐이고,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우리’라는 뿌리 깊은 엘리트주의적 사고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 11월23일 저녁 한나라당의 한-미 FTA 비준안 날치기에 항의해 서울시청 앞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경찰한테 물대포 공격을 당하고 있다. <한겨레21> 박승화 기자

촛불이 꺼져도 효과는 남는다

실제로 가시적인 ‘거리의 촛불’은 그리 오래가지 않을 수도 있다. 중요한 건 비준안 날치기를 강도 높게 비판하는 이가 누구냐, 이 비판 여론이 어떤 방식으로 발전할 것이냐다. 신진욱 교수는 “광범위한 불안을 표현하기 위한 집단행동(촛불)은 비준안을 되돌릴 수 있는 구체적인 쟁점이 형성되지 않는다면 동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을 심판할 수 있는 저비용의 제도적 통로, 즉 내년 4월 총선이라는 정치 일정이 있기 때문에 이 여론은 총선 때 더욱 뜨거워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잠깐은 촛불이 소강상태를 맞을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불안과 분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이는 내년 총선 때 한나라당에 촛불보다 더 큰 부메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동아일보>가 11월22~23일 비준안 통과와 관련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20~40대의 부정 평가는 전체 평균인 41%보다 훨씬 높았다. 20대에선 부정 평가가 60.6%로 긍정 평가(31.2%)의 두 배에 가까웠다. 30대에선 부정 평가가 47.5%로 긍정 평가(34.3%)보다 13.2%포인트 높았고, 40대에선 47.8%로 41.6%인 긍정 평가보다 6.2%포인트 높았다. 또한 20~40대의 긍정 평가는 전체 평균(47.2%)보다 낮았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가장 높은 반감을 드러내는 동시에, 안철수·박원순 열풍을 만들어낸 세대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촛불이 잠잠해지고, 한나라당이 쇄신을 부르짖는다 하더라도 이들이 분노를 잊고, ‘새로운 정치’의 열망을 접으리라 예상하기는 힘들다. 11월23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만난 이주봉(37)씨는 “2008년 촛불은 민영화 저지와 지방선거 야당 승리라는 현실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 당장은 아무것도 얻어낸 게 없는 듯 보일지 몰라도, 박원순·안철수로 대표되는 새로운 정치세력을 구상하게 되고, 진보세력에게 자극을 주게 된 것은 바로 그 힘”이라고 말했다. 임아무개(34)씨는 “국회를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물갈이하지 않으면 우리의 삶을 앞으로 닥칠 절망에서 구해낼 수 없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반드시 한나라당을 심판하고, 협정을 무효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야권의 기득권 세력인 민주당이다. 야당들 사이에 협정 무효화 운동과 정권 퇴진 운동으로 의견이 나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민주당의 자중지란은 심각한 수준이다. ‘전체 의원 필참’이라는 지도부의 요청에도 11월24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협정 무효화 요구 집회에 참석한 민주당 의원은 소속 의원 87명 가운데 20여 명에 불과했다.

민주당은 11월22일 한나라당의 날치기에 항의해 국회 일정 전면 보이콧을 선언했지만, 곧바로 보수파가 반기를 들었다. 한나라당과 합의해 비준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정장선 사무총장은 11월24일 SBS 라디오 <서두원의 시사초점>에서 국회 복귀를 주장했다. “총선과 대선이 있고, 서민층이 어려운 상황에서 예산을 여당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기 때문에 국회에 들어와 야당으로서 확실한 역할을 하는 게 옳다”는 것이다. 그는 개인 의견이라고 단서를 달았지만, 지역구 예산을 의식해 이런 의견에 동조하는 민주당 의원이 적지 않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오래 끌지는 못할 것”이라며 별다른 긴장감을 보이지 않는다.

“한-미 FTA는 우리나라의 사회·경제 체제 변화와 관련되기 때문에 다수 국민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설마 하던 일이 이젠 자신에게 해가 되는 문제가 된 것이다. 더구나 날치기라는 처리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느낀다. 이런 FTA 반대 여론이 반이명박·반한나라당 정서와 맞물려 증폭되고 있다.”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대안 없는 민심은 어디로 갈까

더구나 민주당은 비준안을 날치기당한 직후인 11월23일 중앙위원회에서 야권 통합 추진 방안도 합의하지 못했다. ‘혁신과통합’ 등과 12월 통합 전당대회를 열겠다는 당 지도부의 방침에 통합에 부정적인 이들이 격렬하게 맞선 탓이다. 이런 모습은 반한나라당 정서가 아무리 높아도 민주당 지지로 이어지지 않는 현상으로 귀결된다. ‘대체재’로서의 매력을 조금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다. 생길지 안 생길지도 모르는 ‘안철수 신당’에 여론이 쏠리는 까닭이기도 하다.

한나라당을 심판하는 것도, 민주당의 변화를 압박하는 것도 민심이다. ‘한나라당은 싫지만, 찍고 싶은 사람도 없는’ 2007년 대선 상황이 반복되길 원하는 이도 많지 않다. 그것이 누구를 웃게 만들고, 누구를 울게 만들었는지 기억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가슴속 촛불을 밝혀야 하는 이유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한나라당 “총선 악영향…메가톤급 악재”
등록 : 20111202 20:01 | 수정 : 20111202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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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구식 의원 사퇴해야”
“국민은 당과 연결 생각”
“서울 총선은 하나마나”

»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이 자신의 보좌진 공아무개씨가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에 디도스 공격을 감행해 서버를 다운시킨 것으로 밝혀진 2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려고 굳은 표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누리집을 디도스 공격한 공아무개(27)씨가 2일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의 수행비서로 드러나자 한나라당은 혼돈에 빠져드는 모습이었다. 의원들은 내년 총선에 악영향을 끼칠 ‘초특급 악재’라며 격앙했다.

한 주요 당직자는 “메가톤급 타격이다. 20~40대 민심을 더는 회복할 수 없다”며 “최 의원이 지시를 안 했더라도 관리 책임이 있다.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3선 의원은 “국민은 모두 한나라당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런 사건이 하나둘 모이고 비리가 터지면 당은 정말 이름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당 안에선 이 사건이 국민에게 ‘수행비서=최구식 의원=한나라당’으로 등식화되면서 내년 총선까지도 큰 영향을 끼칠 것이란 염려가 크다. 서울지역 한 초선 의원은 “서울은 총선을 하나마나”라고도 말했다.

최근 한나라당은 10·26 서울시장 선거에서 20~40대의 뚜렷한 민심 이반을 확인하고 ‘쇄신’에 주력해왔다. 하지만 이후 한-미 자유무역협정 강행처리,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접근 제한법 발의, 강용석 전 한나라당 의원의 개그맨 고소 등 연이은 악재에 시달려야 했다.

수사 결과 이 사건 배후에 한나라당이나 한나라당 의원이 관여된 것으로 확인될 경우 현 지도부까지도 흔들 ‘충격파’라는 게 당내 대체적인 인식이다. 남경필 최고위원은 “정치와 정당문화의 수준이 국민의 눈높이에 얼마나 미치지 못하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당이) 혁신하지 않으면 혁명당한다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다른 다선 의원은 “조금이라도 최 의원과 연관되어 있다면 의원직을 사퇴하고, 당 지도부도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현 대변인은 “개인적 돌출행동이라고는 하지만 어처구니없는 짓이었다. 수사당국은 신분·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히 수사해 관계자를 엄벌해야 한다”며 “(수사결과가 뭐든) 우리 당에 도움이 안 될 게 틀림없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표는 “의원실에서 있었던 일인데, 해당 의원이 해명해야 한다”며 “내가 왈가왈부할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다른 사람이 미운 이유

조현 2011.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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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조너스 베어 삼촌이 나를 연못으로 데려갔다. 삼촌은 연못을 들여다보라고 하더니 나에게 물었다.
  “무엇이 보이니?”
  “내 모습이 보여요.”
  “물속에 이 막대기를 넣고 휘저어 보거라.”
 삼촌 말대로 물을 휘저었더니, 다시 물어 왔다.
 “이번엔 뭐가 보이니?”
 “제 얼굴이 일그러져 보여요.”
 “그 얼굴이 좋니?”
 “이런 얼굴은 싫어요.”
 “사람을 만나다 보면 그 사람이 못마땅할 때가 있단다. 사실 그건 너의 모습을 그 사람에게서 보고 있는 것이란다.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네가 마음에 들지 않는 어느 부분을 그 사람을 통해 보고 있는 거야. 그래서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거란다. 하지만 실제로는 너의 일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거야. 그 점을 늘 명심해라.”
 삼촌은 심리학자가 아니었다. 어쩌면 심리학이라는 말조차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삼촌은 이런 이야기도 했다.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는 아이들이 있단다. 팔다리가 없거나 얼굴이 일그러진 것처럼 말이야. 한쪽 눈이 살로 덮여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지. 그런 사람을 빤히 쳐다보아서는 안 돼. 드러내 놓고 쳐다보지 말거라. 그런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거라. 겉모습은 다를지 몰라도 마음이나 감정은 너희들과 똑같단다. 그런 아이들과 함께 놀아 주고 가능하다면 웃게 해 주어라.”
장애를 가진 아이가 태어나면 우리 부족은 특별히 축복받은 아이라고 이야기했다. 선량한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고 그를 통해 아이에게서 많은 사랑이 샘솟기 때문이다. 단순한 동정이 아니라 사랑으로, 아이는 장애에도 불구하고 뜻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 그래서 모두가 아이뿐 아니라 아이의 가족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려 했다. 이 역시 그런 사람을 빤히 쳐다보아서는 안 된다는 엄한 가르침의 일환이었다.
 

 인생과 자연을 바라보는 <인디언의 지혜>(베어 하트·몰리 라킨 지음, 강대은 옮김, 판미동 펴냄)에서
 

 베어 하트=치유사이자 아메리카 원주민 교회의 전도사이다. 1938년 머스코지 족의 통과의례인 뱀 굴을 무사히 통과하면서 인디언 주술사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14년간 두 스승으로부터 전통적인 인디언 훈련법을 전수받았으며, 동시에 정규교육을 마치고,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는 등 현대적인 교육을 받기도 했다. 전통적인 훈련을 전수받은 마지막 세대의 주술사인 그는 인디언 전통과 현대사회를 잇는 역할을 훌륭히 수행한다고 평가받는다. 현지 앨버커키에 살면서 다양한 훈련을 통해 쌓은 지혜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현대인들에게 전해 주고 있다.
 
 물리 라킨=아메리카 원주민 주술사인 베어 하틍게 인디언의 전통 의식을 배우고 ‘비전 탐구’라는 자아 성찰의 기회를 가지는 등 15년 동안 가르침을 받았다. 이후 베어 하트와 함께 미국과 유럽 일대, 호주 등지에서 인디언의 지혜와 가르침을 전했다. 치유단체의 강사로도 활동 중인 그녀는 치유사로서 사람들이 삶의 목적을 달성하고, 지구의 모든 살아 있는 생명체와 인간이 균형 잡힌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돕는다. 현재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살고 있다.

http://well.hani.co.kr/media/59761

수행 따로, 삶 따로 한국불교 선승들

조현 2011.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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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선방에서 참선 중인 선승들

음력으로 ‘10월 보름’인 지난 10일부터 선방 스님들이 동안거에 들어갔다. 조계종에서만 전국 100개 사찰의 선원에서 2200여명이 내년 ‘음력 정월 보름’인 2월6일까지 세달간 집중적으로 참선 정진한다.


그들이 수행에 들어갈 즈음 조계종 총무원청사에선 해인사 출신의 한 종회의원 스님이 같은 해인사 출신의 동료 의원을 폭행한 일이 발생했다. 성철 스님과 현 종정 법전 스님 등 조계종의 대표적인 선승들의 수행처인 해인사 스님들이 폭력으로 물의를 빚은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최고의 수행처에서 마음공부를 한 스님에게서 나온 폭력성을 어떻게 봐야 할까.

때마침 나온 <불교평론> 가을호에서 동국대 불교문화대학원 겸임교수인 마성 스님이 ‘한국불교의 수행법, 무엇이 문제인가’란 논단을 통해 이런 궁금증을 파고들었다.

수행법에 대한 문제의식은 이미 조계종이 발간한 <간화선>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염불·주력·절·사경·관법 등 통불교로서 여러 수행 방법이 통용되는 조계종에서도 ‘이 뭐꼬’ 등의 화두를 들고 참구하는 <간화선>은 최고 수행법으로 권위를 점하고 있다. 조계종은 2008년 <간화선>이란 책을 수행지침서로 내놓았다. 이 책에선 “우리나라 수행자들의 삶과 수행이 일치되지 않고 있다. 법(진리)을 중심으로 일상생활에서 사고하고 실천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부처님의 교법과 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또한 이를 생활화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9월28일 서울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현대 명상문화와 한국 선의 과제’를 주제로 열린 ‘한국불교 중흥을 위한 대토론회’에서도 수행풍토의 문제점이 제기됐다. 한산사 용성선원장인 월암 스님은 “적정무사(寂靜無事·번뇌와 고통을 떠남)에 안주하여 선미(禪味·선의 맛)를 탐착하는 일부 수행 전문가의 생활 방편으로 전락되고 있기 때문에 위기가 제기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마성 스님도 논단에서 금강대 권탄준 교수와 도법 스님의 주장을 빌려 생활에서 실천되지 못하는 ‘수행을 위한 수행’을 비판하고 있다. 권 교수는 “평소 생활에서 스스로 몸과 마음을 다스려 잘못 길들여진 생활방식을 바꾸고 훌륭한 생활 습관을 길들이려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도법 스님은 ‘생활 따로 수행 따로’인 이유에 대해 “비중도적인 불교관과 수행론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마성 스님은 “간화선 수행을 통해 깨달은 자라고 자처하는 선사가 상식적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아집과 집착에서 비롯된 행위를 할 때, 후학들은 간화선 수행 자체에 회의를 느끼게 된다”며 “선사들은 여전히 삶의 현장에서 실현할 수 없는 공허한 언어의 나열이나 삶과 유리된 깨달음에 대한 환상만 심어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깨달음의 사회화’가 실현되지 못함으로써 선방의 수좌는 사회문제에 초연해야 한다는 잘못된 인식이 팽배해 사회문제와 중생의 삶을 돌아보지 않게 되고 나눔·생명·평화에 대한 문제에도 무관심해진다”고 보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이익과 행복’을 위해 존재한다는 불교의 존재 가치를 따르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그는 김나미 한신대 강사의 논문을 빌려 “그 어디서도 깨달음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정의도 발견할 수 없이 무척 신비한 ‘그 무엇’으로 포장되어 깨닫기만 하면 당장 도인이 되는 것으로 착각하게 되는 깨달음 지상주의가 한국 선종의 현주소”라고 지적하고 있다.

마성 스님은 “초기경전에 의하면 ‘깨달음이란 진리에 대한 눈뜸’이라고 정의돼 있어 세계와 인생을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라고 밝혔다. 그는 “깨달음에 대한 신비주의에 빠져 있는 사람들은 깨닫기만 하면 모든 문제를 한순간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지만 그런 일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하나의 환상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안성두 금강대 교수의 ‘수행도의 다양성과 깨달음의 일미’라는 논문을 빌려 “수행이란 하나의 치료약과 같은 것으로, 자신의 능력과 관심에 맞는 방법을 채택하는 것인데 만일 모든 사람에게 맞는, 모든 이의 병을 고칠 수 있는 만능의 치료약이 있다고 주장한다면, 이러한 사고방식은 지극히 비역사적일 뿐 아니라 교리적으로도 극히 위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성 스님은 “비록 붓다가 직접 제시한 것일지라도 자신의 근기에 맞지 않는 것이라면 올바른 길이라고 할 수 없기에 어느 한 가지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고집하지 않는 게 불교 수행법의 특징 가운데 하나”라며 “선수행만이 깨달음으로 가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또 하나의 독단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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