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프리미어리그에서 스프린트 횟수가 세 번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프린트를 즐기는 그의 플레이 스타일 상 햄스트링 부상은 예견된 결과였다.
[골닷컴] 이명수 기자 = 예견된 참사였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많은 시간을 뛰었을 뿐만 아니라 경기 중 스프린트를 자주 시도하는 선수이기에 언젠가 부상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토트넘은 15일 오전 1시 30분(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스널과의 2020-21 시즌 프리미어리그 28라운드 원정경기에서 1-2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토트넘은 7위에 머물렀다.
손흥민은 케인, 베일, 모우라와 함께 공격 선봉에 섰다. 하지만 전반 18분 만에 부상으로 쓰러졌다. 손흥민은 후방에서 길게 날아온 공을 잡기 위해 가속을 붙이던 중 뒷다리 근육에 이상을 느끼며 스스로 주저앉았다.
결국 손흥민은 메디컬 팀의 체크를 거친 뒤 교체아웃 됐다. 토트넘은 손흥민의 교체 이후 라멜라의 선제골로 앞서갔지만 외데가르드와 라카제트에게 연속골을 허용하며 결국 역전패했다.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 나선 무리뉴 감독은 손흥민의 부상에 대해 “이것이 축구이다”면서 “얼마나 오래 걸릴지 모르겠다. 근육 부상이다. 근육 부상은 통상 쉽지 않다”고 상황을 전했다.
최근 손흥민은 혹사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1월 10일 치러진 마린 FC와 FA컵 3라운드, 2월 24일 열린 볼프스베르거와 유로파리그 32강 2차전을 제외하면 모든 경기에 출전했다. 특히 2월 10일 열린 에버턴과 FA컵 5라운드에서 연장전 120분 풀타임을 소화한 뒤 풀타임 강행군을 이어간 바 있다.
손흥민보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많은 시간을 뛴 선수가 존재한다. 토트넘의 경우 호이비에르가 해당한다. 하지만 이들은 손흥민과 플레이 스타일이 다르다. 손흥민은 빠른 발을 활용해 수시로 스프린트를 시도해야 하는 측면 공격수이다.
축구 전문 통계매체 ‘옵타’는 “2021년 3월 11일까지 손흥민은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543회의 스프린트를 기록했다. 손흥민보다 스프린트가 많은 선수는 리버풀의 앤드류 로버트슨(604)과 리즈의 스튜어트 댈러스(554) 두 명뿐이다”고 전했다.
출전 시간이 많은데다 스프린트를 즐기는 플레이 스타일이 겹쳐져 부상에 취약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아스널전에서도 손흥민은 후방에서 길게 넘어온 공을 받기 위해 전력 질주하다 뒷다리에 이상을 느꼈다.
이번 시즌 초, 손흥민은 햄스트링 부상으로 1주일 동안 결장한 바 있다. 이번 부상도 예상보다 빨리 손흥민이 복귀할 가능성이 있지만 추후 경과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손흥민의 이번 부상은 무리뉴 감독이 손흥민의 체력을 고려하지 않고 혹사했다는 논란에 더욱 불을 지필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리그1 보르도의 황의조가 발목 부상에서 회복되기도 전에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다. 보르도는 물론 한국 축구대표팀도 비상이다.
프랑스 매체 '레퀴프'는 29일(이하 한국시간) "보르도의 팀 내 득점 선두 황의조가 오른쪽 햄스트링(허벅지뒷근육)이 찢어지는 부상으로 최소 2주 동안 결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것은 오는 11월 7일 열릴 보르도와 PSG의 맞대결에서도 황의조가 나설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 매체는 "보르도는 황의조가 A매치 휴식기 이후라도 스쿼드에 복귀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11월 열릴 한국 국가대표팀의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황의조는 지난 17일 열린 낭트와의 2021-22 리그1 10라운드에서 시원한 감아차기로 리그 4호골을 터뜨렸지만, 이후 발목 부상을 당해 절뚝이며 교체됐다. 황의조는 11라운드 로리앵전에 결장하며 다음 경기를 준비해왔지만 다른 부위를 다치며 복귀가 늦어지게 됐다.
보르도와 벤투호 모두 큰 타격이다. 언급했듯 황의조는 보르도 내 최다 득점자다. 단 1승 밖에 거두지 못하며 1승6무4패(승점 9)로 17위까지 내려간 상황에서 간판 공격수까지 잃어버린다면 보르도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황의조의 부상이 길어지면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도 고민이 깊어진다.
황의조는 벤투 감독의 1옵션 스트라이커다. 손흥민(토트넘)과 황희찬(울버햄튼) 등 다른 공격수들이 있기는 해도, 정통 스트라이커인 황의조가 없다면 무게감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국은 2022 FIFA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에서 2승2무(승점 8)로 2위를 마크, 3승1무(승점 10)의 이란을 맹추격 중이다. 한국은 11일 아랍에미리트(UAE), 16일 이라크와의 중요한 2연전을 앞두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크리스털팰리스 소속 이청용 선수가 한국 시각으로 25일 새벽 브리스톨시티와의 경기 중 부상을 입었다. 후반 12분 상대 수비수와 부딪힌 후 오른쪽 다리를 절뚝거리다 결국 교체됐다. 부상 정도는 정밀 검사 후 1~2일 내로 확인될 예정이다. 소속팀은 햄스트링 부상으로 추측하고 있다.
축구선수는 운동 중 몸을 과격하게 움직여 부상을 당하기 쉬운데, 대표적인 것이 햄스트링 부상이다. 햄스트링이란 허벅지 뒤쪽 근육으로 달리거나 방향 전환을 할 때 쓰인다. 주로 빠르게 달리거나 몸의 방향을 급하게 바꿀 때 손상되기 쉽다. 축구선수처럼 격렬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부상을 입기 쉬운데, 실제 전체 진료 인원이 30%는 젊은 남성이다. 햄스트링을 다치면 갑자기 통증이 느껴지고 다리가 끊어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허벅지 뒤쪽을 누르거나 다리에 힘을 주고 굽히면 통증이 생긴다.
햄스트링은 비교적 쉽게 다치고 재발도 잘 되는 편이라 주의가 필요하다. 부딪히거나 넘어진 후 통증이 생기면 냉찜질 등으로 응급처치를 한 후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최대한 다친 근육을 사용하지 않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회복할 수 있다. 근육과 함께 힘줄이 손상됐다면 끊어진 조직을 연결하는 수술을 해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5년간(2009∼2013년)의 건강보험 및 의료급여 심사결정자료를 이용하여 ‘둔부 및 대퇴부위의 근육 및 힘줄의 손상(햄스트링 부상)’에 대해 분석한 결과, 진료인원은 2009년 약 2만명에서 2013년 약 4만명으로 5년간 약 2만명(66.8%)이 증가하였으며, 연평균 증가율은 13.7%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햄스트링 부상 진료인원을 성별로 보면 성별 점유율은 남성이 약 67.4%∼68.2%, 여성은 31.8%∼32.6%로 남자의 진료인원이 약 2배 정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햄스트링 부상‘ 이란 허벅지 뒤쪽 근육의 손상으로 축구나 야구 등 갑작스런 달리기, 방향전환을 요하는 운동을 할 때 많이 발생한다.
허벅지 뒤쪽 중 가운데 부분을 눌렀을 때 통증이 있거나, 힘이 들어간 상태에서 무릎을 굽히거나 근육을 펼 때 허벅지에 통증이 심하다면 햄스트링 부상을 의심할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햄스트링 부상을 예방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운동 전 충분한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며, 평소 틈틈이 스트레칭을 통한 유연성을 기르는 것이 좋다. 또한, 재발이 쉬운 부상이기 때문에 치료 후에도 재활훈련, 예방법 숙지 등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월클' 공격수로 자리매김한 손흥민의 장점 중 하나는 좀처럼 부상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아무리 기량이 좋아도 경기에 나설 수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손흥민의 몸관리는 진짜 '월클'이었다.
지난 몇년간 손흥민의 스케줄은 그야말로 살인적이었다. 여름마다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 국가대표팀 일정을 소화했고, 곧바로 리그, 유럽챔피언스리그, 컵대회 등을 치러야 했다. 중간중간 A매치를 위해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2019년 손흥민이 소화한 78경기는 '혹사'라는 단어가 등장할 때마다 나오는 '전설의 예시'다. 당시 무려 11만600km를 이동해 유럽에서 뛰는 모든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서고, 가장 먼 거리를 이동한 선수로 기록됐다. 소화한 78경기 가운데 72%의 경기가 닷새 미만의 휴식 후 치러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상이 많지 않았다. 골절 등 충격에 의한 부상이 대부분이었다. 2010년 8월 프로 커리어 첫 부상도 팔골절이었고, 손흥민을 괴롭혔던 두번의 장기부상(2017년 6월, 2020년 2월)도 모두 오른팔 골절이었다. 근육부상은 함부르크에서 뛰던 2012년 11월의 허벅지 부상이 유일했다. 당시에도 5일만에 복귀했다.
하지만 최근 우려스런 상황이 늘고 있다. 2020년 9월 뉴캐슬전 햄스트링 부상을 시작으로 근육 부상이 잦아지고 있다. 당시 일주일만에 복귀했던 손흥민은 2021년 3월 왼쪽 햄스트링에 통증을 느끼며 한달 가까이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지난달 22일 울버햄턴전에서도 햄스트링 이상으로 조기 교체된 손흥민은 7일 레바논과의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2차전에서는 전격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오른 종아리 염좌 때문이었다. 10년 가까이 거의 부상이 없었던 손흥민은 지난 1년 사이 벌써 4번이나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근육 부상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 결국 피로 누적이다. 일시적으로 무리한 동작이나 과한 자극을 받아 근육이 찢어지기도 하지만, 이미 피로가 쌓여있을 때 부상이 더 쉽게 찾아온다. 손흥민은 결장했던 레바논전에 앞서 이라크전(2일)에서 풀타임을 소화했는데, 당시 소속팀 일정 등으로 대표팀 소집일보다 하루 늦게 귀국했었다. 이틀만에 경기에 나서는 강행군을 이어갔다. 결국 탈이 나고 말았다. 손흥민은 소속팀 복귀 후에도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스피드와 침투를 주무기로 하는 손흥민 입장에서 이같은 잦은 근육 부상은 치명적일 수 있기에, 더욱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
손흥민은 자타공인 한국축구의 에이스다. 물론 A대표팀에서는 토트넘에서 만큼의 폭발적인 득점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만, 손흥민은 대체가 불가능한 그야말로 핵심 중의 핵심이다. 이미 많은 것을 보여줬지만, 여전히 한국축구에 더 많은 것을 해줄 수 있는 선수다. 한국축구는 박지성과 기성용(FC서울)이라는 거목을 너무 일찍 떠나보낸 기억이 있다. 한국과 유럽을 오가는 강행군 속 무릎에 큰 통증을 느낀 박지성과 기성용은 일찌감치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공교롭게도 은퇴 당시 박지성과 기성용의 나이는 30세. 내년이면 손흥민도 30줄에 접어든다.
손흥민을 아껴야 한다. 물론 쉽게 답을 찾을 수 없는 문제다. 토트넘도 '에이스' SON이 필요하고, 한국축구 역시 '캡틴' 손흥민이 절실하다. 중요하지 않은 경기는 없다. 그렇지만 언제까지 선수의 희생만을 요구할 수 없는 노릇이다. 어렵게 손에 넣은 보석을 가치 있게 쓰기 위해서는 지혜가 필요하다. 대한축구협회의 선수 관리 시스템이 절실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