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삶과 경영 ⑮ 트위터에서 내 별명은 ‘야리마쇼(やりましょう·합시다)’
[중앙일보] 입력 2011.10.27 00:22 / 수정 2011.10.27 10:05
팔로어 139만 명 ‘일본 1위’ … “트위터는 나의 또다른 뇌”
손정의 회장이 지난해 5월 18일 일본 도쿄에서 새로 출시할 14종의 휴대전화를 소개하고 있다. 이날 손 회장은 트위터의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인 에번 윌리엄스를 화상 연결해 공개 대화를 했다. 손 회장은 세계에서도 드물게 트위터를 애용하는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트위터로 인해 우뇌와 좌뇌에 이어 외뇌(外腦)를 하나 더 얻은 느낌”이라는 말을 했다. [블룸버그]
손정의 회장이 본지 연재를 기념해 써보내 온 좌우명 ‘뜻을 높게(志高く·고코로자시타카쿠)!’
2009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내가 첫 트윗을 날리자 바로 이런 댓글이 올라왔다.
‘당신, 손정의 맞아?’
뒤를 이어 ‘진짜일 리 없다’ ‘누군가 대필하는 게 분명하다’는 트윗이 이어졌다. 나는 답했다.
‘제가 진짜인지 묻는 코멘트가 많습니다만, 진짜입니다. 대필도 부탁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게 즐거운 일을 남에게 맡길 수는 없지요. 여러분에게도 실례가 되니까요. 그러니 오자 같은 게 있더라도 용서해 주세요.’
# “이 재미있는 걸 왜 대필 시킬까?”
손정의 회장의 트위터. 프로필난에는 손 회장이 직접 작성한 자기 소개 글이 담겨 있다. ‘트위터를통해서 시공을 초월해 많은 이들과 마음이 통할 수 있다는 데에 감동 받았습니다. 인터넷의 등장이후 처음 느낀 감동입니다 …’
말조심을 해야 할 상장기업 대표라면 하지 않을 법한 얘기도 그냥 해버린다. 일본 정부의 고질적 낙하산 인사를 비판하고, 창의력을 저해하는 주입식 교육을 공격한다. 지난해 4월에는 통신업계의 ‘상전 중 상전’인 하라구치 당시 총무상과 트위터 설전을 벌였다. 정부의 이동통신 정책이 너무 인기영합적이라 생각한 때문이다. 지난해 9월에는 트위터상에서 내가 주장하는 광케이블 정책에 대한 지지 서명운동도 벌였다. 3만4000명의 트위터 서명을 받아 총리실에 제출했다. 디지털교과서 반대론자와 실시간 토론도 벌였다. 올 4월엔 일종의 ‘트위터 단식’도 감행했다. 정부가 인터넷업체의 이용자 통신 기록을 영장 없이 요청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었다는 뉴스를 읽고서다. 나는 트위터에 ‘앞으로 3일간 트위터를 하지 않겠다. 오늘 일본 정부가 인터넷 규제 강화 법안을 결정했기 때문’이라고 선언했다.
이런 내 활동을 회사 재무담당이나 법무담당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는 걸 안다. 한 담당자는 ‘회장님이 회사 기밀이나 해선 안 될 소리를 해버릴까 잠이 안 온다’는 말을 했다. 그럼에도 내가 열성적 트위터 활동을 멈추지 않는 건, 이것이야말로 집단 지성과 네트워크의 힘을 현실에 구현할 수 있는 이 시대 최상의 미디어란 확신 때문이다.
# 업무 보고도 트위터로 하는 직원들
이런 일도 있었다. 지난해 3월 몇몇 트위터리안이 내게 ‘후지 록페스티벌 현장에선 휴대전화 통화가 안 된다. 소프트뱅크 모바일이 나서서 해결해 주면 어떠냐’는 제안을 올렸다. 나는 즉시 ‘공연이 언제 시작되느냐’고 물었다. 열흘쯤 뒤엔 ‘오늘까지 대안을 마련하겠다. 기지국의 전파 처리 용량을 늘리겠다’고 답했다. 7월 13일 담당 직원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란 보고를 트위터로 했다. 8월 1일, 나는 ‘처리했습니다. 전파 용량 100배 증강, 임무 완료’라는 글을 남겼다. 요즘 소프트뱅크 모바일의 고객관리 업무는 상당 부분 이렇게 진행된다.
# 흐려진 마음 다잡게 해준 실시간 소통
무엇보다 기업 경영자로서 트위터를 통해 내가 받은 가장 큰 선물은 고객의 속마음을 헤아리게 됐다는 거다. 지난해 3월, 나는 ‘소프트뱅크 전파 개선 선언’이라는 걸 했다. 소프트뱅크 모바일의 통화 품질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는 내용이었다. 계획을 밝히자 임원들의 반대가 빗발쳤다. “아직 빚도 다 갚지 못했는데 무슨 소리냐”는 거였다. 트위터를 하기 전이었다면 나도 그런 한가한 생각을 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트위터에 실시간 올라오는 고객 불만을 빤히 보면서 나 몰라라 할 수는 없었다. 사실 트위터 사용 초기엔 쏟아지는 고객 목소리에 ‘쿵!’ 하고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기도 했다. 그 가운데 깨달았다. ‘내 마음이 잠시 흐려졌었구나. 진짜 중요한 건 돈이 아닌데.’ 매일 조금씩 늘어가는 팔로어 수를 보면 이런 내 진심이 통한 듯해 감사하고 행복하다.
정리=이나리 기자 <windy@joongang.co.kr>
◆트위터(twitter)=블로그의 인터페이스와 미니홈피의 ‘친구맺기’ 기능, 메신저 기능을 한데 엮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2006년 3월 미국의 벤처기업가 잭 도시, 에번 윌리엄스, 비즈 스톤이 공동 개발했다. 트위터란 ‘지저귀다’는 뜻. 하고 싶은 말을 그때그때 짤막하게 올릴 수 있다. 한 번에 쓸 수 있는 글자 수도 최대 140자로 제한돼 있다. 트위터 사용자를 ‘트위터리안’, 올리는 글을 ‘트윗’이라 한다. 특정 글을 다른 사용자에게 퍼뜨리는 것은 ‘리트윗’이다. 상대가 허락하지 않아도 일방적으로 ‘뒤따르는 사람’, 즉 ‘팔로어’로 등록할 수 있다. 웹이 아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접속 가능하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삶과 경영 (16) 30년 300년 비전을 가져라
[중앙일보] 입력 2011.11.01 00:18 / 수정 2011.11.01 10:12
30년 뒤 시가총액 200조 엔이 허황되다고? 그런 자신감으로 사업해라
6월 20일 11년 만에 공식 방한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소프트뱅크 신 30년 비전을 주제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손 회장은 이 자리에서 “30년 뒤엔 글로벌 톱10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라며 “일본·한국·중국의 5000개 기업에 투자해 ‘오리엔탈 특급 열차(Oriental Express)’ 를 타고 세계로 뻗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정현 기자]
신30년 비전을 발표하기 석 달 전인 지난해 3월, 소프트뱅크 입사를 앞둔 청년들에게 강연을 할 기회가 있었다. 모든 내용은 트위터와 실시간 인터넷방송 서비스인 ‘유스트림’을 통해 생중계됐다. 그 자리에서 난 소프트뱅크 최고경영자(CEO)로서 추구해 온 목표 두 가지에 대해 말했다. 30년 비전과 관련 깊은 내용이다. 내가 말한 첫째 목표는 ‘세계 1위 모바일 인터넷 기업이 되겠다’, 둘째 목표는 ‘아시아 인터넷 비즈니스 시장을 제패하겠다’는 것이었다. 그 생각의 바탕엔 산업의 거대한 흐름이라는 것이 있다.
#아이폰·아이패드로 업무 99.9% 해결
손정의 회장이 본지 연재를 기념해 써보내 온 좌우명 ‘뜻을 높게(志高く·고코로자시타카쿠)!’
그렇다면 왜 모바일 인터넷일까. 무엇보다 이 시장은 아직 열린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런데 효용과 가치는 엄청나서 크게 발전할 것이 틀림없다. 나는 지난해부터 컴퓨터를 쓰지 않는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만으로 업무의 99.9%를 해결한다. 이 얘기를 하는 건 ‘미련 없이 교체한다’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어서다. 과거에 누구나 썼던 것들, 예를 들면 콤팩트디스크(CD)나 키보드 같은 것에 집착하면 안 된다. 기술의 변화와 함께 비즈니스 모델을 바꿔나가야 한다. 자신부터 달라져야 한다.
#아시아를 제패하는 자, 세계를 제패한다
하여튼 이런 얘기를 풀어놓은 당시 강연은 인터넷을 타고 한국·중국·미국·유럽까지 퍼져갔다. 호응도 뜨거웠다. 그만큼 미래를 불안해하는 사람이 많다는 방증일 게다. 그러니 역시 용기와 신념을 갖고 목표를 향해 달리려면 올바른 비전이 필요하다. 내가 1년 동안이나 전 그룹이 뒤흔들릴 만큼 억세게 30년 비전 수립을 밀어붙인 연유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중 뜻하지 않은 난관에 부닥쳤다. “30년 뒤 모습을 그린 영화나 소설도 많지 않은가. 우리가 더 보탤 게 뭐 있느냐”는 회의론이었다. 그래서 나는 두 가지 해법을 제시했다. 첫째, 앞이 잘 안 보일 땐 더 먼 곳을 봐야 하는 법. 300년 뒤부터 그려보자. 둘째, 정확한 예측을 위해선 컴퓨터의 앞날부터 파악해야 한다. 그랬더니 경이로운 결과가 나왔다. 아메바의 뇌세포는 인간 뇌세포의 300억분의 1이다. 300년 뒤 인간과 컴퓨터의 차이는 이보다 더 커질 것이다. 이를 기반 삼아 산업은 물론 의료·교육·재해구조까지 완전히 달라진 미래를 구상했다.
#“허풍이라고? 계산법 차이일 뿐”
지난해 6월 25일 30회 정기주총에서 드디어 ‘소프트뱅크 신30년 비전’을 발표했다. “크게 감동했다”는 이도 있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하나도 없는 뜬구름 잡기”란 비난도 만만찮았다. 30년 뒤 시가총액 200조 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니, 허풍도 그런 허풍이 없다는 거였다. 그럴 만도 한 게, 200조 엔이면 현재 마이크로소프트의 10배 규모며 30년간 매년 15.5%씩 성장해야 한다. 나는 여유롭게 대꾸했다.
“사기에는 ‘연작(燕雀·제비와 참새)이 어찌 홍곡(鴻鵠·기러기와 고니)의 뜻을 알리오’란 말이 있습니다. 소인은 대인의 뜻을 알지 못한다는 거지요. 요컨대 이건 ‘계산법의 문제’입니다. 이건 진심입니다.”
건방지다고 해도 좋다. 목표 달성은 가능하다. 다만 어설픈 자세로는 안 된다. 다행히 주총에서 발표한 2009년 매출은 훌륭했다. 영업이익 일본 3위. 소프트뱅크는 한 단계 더 도약했다.
정리=이나리 기자 <windy@joongang.co.kr>
◆‘소프트뱅크 신 30년 비전’은 어떻게 만들어졌나=2009년 6월 1일, 손정의 회장은 경영전략그룹의 임직원들을 불러 “1년 뒤 있을 제30회 정기 주주총회에서 30년 비전을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며칠 뒤 29회 정기 주총에선 아예 “내년 이 자리에서 소프트뱅크의 미래 비전을 발표할 것”이라고 공표해 버렸다. 전사적 ‘비전 만들기’가 시작됐다. 30년 뒤의 기술·기업·생활의 변화상을 연구할 비전검토위원회부터 발족했다. 이들은 오다 노부나가의 천하제패 전략부터 뇌과학·생물학·경영학까지 섭렵하며 비전의 밑그림을 그려갔다. 이어 트위터를 이용해 사내·외 의견을 모았다. 다음해엔 각사 선발 멤버로 비전 검토 전담팀을 꾸렸다. 직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각사와 부문별로 프레젠테이션 대회도 열었다. 최고경영자(CEO)들의 비전 발표, 프레젠테이션 대회 결선이 이어졌다. 2010년 6월 25일 제30회 정기 주총에서 손 회장은 드디어 ‘30년 비전’을 발표했다. 그 다음 달엔 이틀에 걸쳐 전 사원이 참여하는 ‘넥스트30’ 사원대회까지 열었다. 주총에서 선언한 대로 후계자 양성을 위한 ‘소프트뱅크 아카데미아’도 문을 열었다. 신 비전 수립 425일의 대장정이 끝난 것이다.
손정의, 트위터로 ‘비전의 힘’을 말하다
masason 孫正義
사상의 오류로 개인은 인생을 허비하고 국가는 백 년을 허비한다.
2009년 12월 30일 01 : 20
masason 孫正義
비전을 뚜렷이 해야 전략이 보인다.
2009년 12월 30일 10 : 11
masason 孫正義
컴퓨터 3대 요소(CPU, 통신 속도, 메모리 사이즈)에 대한 명확한 예측 없이 미래를 말하지 말라.
2010년 1월 29일 22 : 45
masason 孫正義
예측 없이도 꿈을 이룰 수 있을 만큼 현실은 녹록지 않다.
2010년 1월 29일 23 : 40
masason 孫正義
시대를 좇아서는 안 된다. 읽고, 준비하고, 기다려라.
2010년 4월 9일 23 :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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