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실패에서 배운다 3편> 한·일 재난대피훈련 현장을 가다

사회, 교육

조희정 작가, 이혜정 기자 | 2014. 06. 26

일반화질 고화질

세월호 참사를 통해 

우리 교육의 방향을 짚어보는 기획보도, 

<실패에서 배운다>, 

오늘은 몸으로 익히는 

대피 훈련을 살펴봅니다. 

지진이 나거나 불이 나면, 

아이들이 얼마나 신속하고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을까요.

먼저 조희정 작가가 

일본의 학교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인터뷰: 세타가야구립 츠카토 초등학교 6학년

"지진이 일어나면 학교에서 훈련했듯이 

책상 아래로 들어가서 우선 머리를 감싸고 

진동이 멈출 때까지 계속 기다립니다."

 

 

인터뷰: 세타가야구립 츠카토 초등학교 6학년 

"학교에서 배운대로 

‘오카시모’(밀지 않고, 뛰지 않고, 떠들지 않고, 

돌아가지 않는다)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도쿄 23개의 특별구 중 

인구가 가장 많은 세타가야구입니다.

 

이곳에 위치한 학생 수 1,073명의 

츠카토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의 지진대피훈련이 예정돼 있습니다.

 

일본 초등학교에선 

한 달에 한 번씩 피난 훈련을 합니다.

 

이렇게 되면 

평균적으로 1년에 10번 이상 훈련을 받는 셈인데,

초등학교 6년 동안 60번 이상의 피난훈련을 

경험한다는 이야깁니다.

 

반복적인 피난훈련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잘 체득돼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학교에 도착해 대피훈련 계획부터 살펴봤습니다.

 

10시 10분, 비상상황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각반 학생들이 복도에 집합하기까지의 

예상 시간은 3분입니다.

 

비상방송 8분 뒤 전교생이 

운동장까지 모인다는 계획입니다.

 

눈에 띄는 건 3분, 8분 단위의 계획. 

 

5분이나 10분 단위로 계획하지 않고

분 단위로 더 세밀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인터뷰: 나가야마 미즈요시 교장 / 세타가야구립 츠카토 초등학교

"(계획을) 5분 단위로 대략적으로 해 버리면 

시간이 지연되거나 하고자 했던 일을 

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13분, 18분이라고 정함으로써 

시간 개념이 생기고 

15분 만에 끝낸다는 것을 

정말 계획적으로 하기 위해서 

이처럼 시간을 자세하게 설정하고 있습니다."

 

 

이 날 비가 많이 와서 대피 훈련은 

복도에 집합하는 것까지만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3분 만에 1,073명의 학생들이 

복도에 집합할 수 있을까요.

 

또 이 과정에서 아이들을 책임지는 교사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지켜봤습니다. 

 

우리는 피난훈련에 가장 익숙한 학년일

6학년 3반 교실의 피난훈련 전 과정을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수업 시간. 

 

활기에 넘치는 아이들이 

우리 아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잠시 후 비상벨이 울리면서 

안내방송이 나옵니다.

 

지진을 가정한 상황이기 때문에 

아이들은 머리를 보호하고 

신속히 책상 밑으로 들어갑니다.

 

잠시 후 방송에선 복도로 나올 것을 지시합니다.

 

아이들이 복도에 열을 맞춰 앉고 

교사가 인원수를 파악하는 동안

아이들은 그 어떤 소리도 내지 않습니다.

 

복도에 전교생이 집합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예상 시간보다 1분이 초과한 4분.

 

학생들은 매우 익숙하게 대피 훈련을 마쳤습니다.

 

이러한 피난대피 훈련에 대해 

아이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얼마만큼 자신감이 있는지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 세타가야구립 츠카토 초등학교 6학년

"평소와 달리 정말 닥치면 조급해져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를 수도 있으니 

그건 좀 걱정이 돼요."

 

 

인터뷰: 세타가야구립 츠카토 초등학교 6학년

"주변에 사람이 없으면 스스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냉정하게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세타가야구립 츠카토 초등학교 6학년

"자신을 스스로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른들이나 우리보다 어린 아이들을 

먼저 대피시키고 싶어요."

 

 

반복적인 대피훈련이 이루어지는 일본의 학교.

 

학생들은 자기 몸을 

자기가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학교에서 직접 몸으로 배우고 있었습니다.

 

과연 한국은 어떨까요?

 

계속해서 이혜정 기자가 

서울의 한 초등학교로 갑니다.

 

 

--------

 

 

학생들이 복도를 따라 뛰어갑니다. 

 

자욱한 연기에 앞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화재 대피 훈련입니다. 

 

전교생 870여 명이 

운동장으로 대피하는 데 걸린 시간은 4분. 

 

당초 계획보다 1분이 앞당겨졌습니다. 

 

일본 학생들이 지진 대피에 걸린 시간과 같습니다. 

 

이 학교의 화재 대피 훈련은 

세월호 참사 이후 4번쨉니다. 

 

훈련이 반복될수록 

대피 시간은 짧아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종훈 6학년 / 서울 봉화초등학교

"훈련을 계속하니까 몸에 익으면서

점점 순서도 알고 많이 빨라진 것 같아요."

 

 

학교는 재난 대응 훈련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첫 훈련의 목적이 복도를 따라 

탈출하는 정도였다면, 

이번엔 실제 연기를 피웠습니다. 

 

 

인터뷰: 박효빈 6학년 / 서울 봉화초등학교

"일단은 자세를 낮추고 옷깃을 올려서 

코와 입을 막고 그리고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서 

줄을 서서 난간을 잡고 줄을 맞춰서 

1층까지 내려가야 해요."

 

 

불이 나면 화상보다 

연기에 질식할 위험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훈련에서는 교사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인터뷰: 강미행 안전교육담당 / 중랑소방서

"(교사가) 인원 파악을 정확히 해줘야 하지만, 

혹시라도 못 나온 친구들을 

다시 소방관이 들어가서 

나중에 대피를 시켜준다든지 

그런 역할을 해야 하고요."

 

 

반복된 훈련을 통해 

학교는 계속해서 보완해야할 점을 

찾아내고 있습니다. 

 

여러 대피로를 확보하고, 

화재 시 입을 막는 방법을 숙지하는 등 

교사의 지도방법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명숙 교장 / 서울 봉화초등학교

"안전에 대비한 훈련을 할 수 있도록 

학생들과 호흡을 맞추고 몸에 익히도록 

체득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서울 시내 일선학교의 화재대피 훈련은

그 이전에 비해 30% 이상 늘었습니다. 

 

반복훈련에 대한 학교의 의지와 확신만이 

아이들을 위험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EBS 뉴스 이혜정입니다. 

 

조희정 작가, 이혜정 기자 ebsnews@ebs.co.kr / EBS NEWS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