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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기간 중 테러 발생 위험
지금 우리나라는 자이툰 부대에 대한 파병연장동의안 처리문제를 앞두고 있다. 유엔 이라크 원조기구 청사 경비 요청에 대한 수락 문제를 포함한 자이툰 부대의 임무범위 확대 문제 등에 관한 의사 결정도 이루어져야 하는 상황이다. 동시에 11월 부산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알카에다가 우리나라를 테러대상으로 지목했고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한 테러가 수십 건 발생했으며 이처럼 국가적 상황까지 겹친 지금, 많은 전문가들이 테러 발생 가능성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미 국내 테러 전문가 10명 중 4명은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APEC 회의 기간에 한국에서 테러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국가정보원도 APEC이 알카에다의 테러 표적이라고 발표한 바 있고, 미국은 테러 대비를 위해 대테러 요원 선발대를 한국에 파견하여 APEC 기간 중에 발생할 수 있는 테러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울러 부산지방경찰청은 APEC이 안전하게 열릴 수 있도록 테러 관련 신고를 하는 시민에게 최고 5천만 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등 시민들의 적극적인 대테러 활동 동참을 유도하고 있다.

우리의 경제와 안보에 중요한 파트너인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4개국 정상을 포함하여 21개국이 참가하는 APEC 정상회의는 규모면이나 내용면에서 중요한 국가적 행사라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동시에 이라크에 파병중인 미국, 호주, 일본, 한국의 정상이 참가하는 이번 회담 기간은 테러 조직이 선호하는 테러 자행 시기다. 만약 APEC 기간 중에 테러가 발생한다면 이는 한국에 대한 테러 공격의 의미뿐만 아니라 APEC에 참가하는 21개국 전체를 대상으로 한 선전포고를 의미한다. 대상이 누구든지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어떤 환경에서도 테러를 자행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APEC 정상회담을 위해 테러에 대한 경계령이 강화된 와중에 테러를 자행함으로써 테러에 대비하지 못한 정부에 대한 국민적 불신 조장, 그리고 파병 반대 여론의 확대 등을 통해 우리 정부에게 커다란 정치적 부담을 지울 수 있는 최적기라는 판단을 테러조직은 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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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테러에서 교훈 얻어야
이러한 시기에 우리는 런던 테러를 상기해야 한다. 런던 테러는 이미 예정된 공격이었다. 9?11 테러 이후 영국은 단 한 번도 알카에다를 포함한 과격 이슬람 원리주의 테러조직의 공격 리스트에서 제외된 적이 없다. 영국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대테러 보복 전쟁, 이라크 전쟁에서 미국의 가장 강력한 동맹국이었다. 전쟁을 주도한 미국 다음으로 많은 군 병력을 파병한 연합국의 일원으로 미국 다음으로 선호하는 테러 대상 국가였다.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 그리고 2인자인 알 자와히리 등의 테러 촉구 성명서에서 영국은 매번 공격 우선 대상국으로 거명되었다. 따라서 영국에 대한 테러는 가능성의 문제가 아닌 현실적인 문제였고, 단지 공격 시기만 미정인 상황이었다. 테러 공격의 파급 효과, 테러 목적의 극대화를 위한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 때가 바로 G-8 정상 회담이 열리는 기간이었던 것이다. 런던 테러는 선진국 정상들이 한 곳에 모인다는 것만으로도 고도의 상징성을 가지는 것은 물론이고, 한 번의 공격을 통해 8개국을 대상으로 테러를 자행한 것같은 극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공격 시기를 선택한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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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안전지대는 없다
테러로부터 자유로운 지역은 전 세계 어느 곳에도 없다. 지리적 구분도 없고, 공격대상에 대한 구분도 역시 없다. 한 통계 자료에 의하면 1968년부터 2004년까지 2만 건 이상의 테러가 발생하여 2만 7천여 명이 사망했으며, 부상자가 7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테러 조직은 700여 개로, 이들은 무장 공격에서부터 폭탄 테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공격 대상은 과거와 달리 보안 대책이 전무한 상업시설, 교통수단, 영화관, 나이트클럽, 백화점 등 민간다중이용시설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공격 양상은 더욱 더 무차별적으로 변하고 있다.

7.7 런던 테러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발생한 자살 폭탄 테러는 최근에 발생하고 있는 테러 유형의 종합 결정판 형태로 자행된 대표적인 사건이다. 두 사건의 희생자 대부분이 정치와는 무관한 평범한 사람들이었고, 대중교통수단과 다중이용시설 및 이들 시설 이용객이 공격 목표였으며, 공격 수단은 폭탄을 이용한 테러였다.

런던 테러와 발리 테러 사건 모두 공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대책을 강구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사전에 테러를 차단하는 것에는 실패했다. 테러의 발생 가능성은 어느 지역 혹은 국가라도 높지는 않다. 문제는 테러 발생 가능성이 1%라고 하더라도 실제 테러로 이어지면 성공 가능성은 99% 이상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알카에다와 같이 조직화되어 있고, 광범위한 네트워크와 테러 자행 능력을 가진 테러 조직에 의한 대비가 그 만큼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100% 완벽한 테러 대비책은 없다. 아울러 완벽에 가까운 보안책이 마련된다고 하더라도 테러범들은 허점을 찾아내고, 그 허점이 바로 그들의 공격 개시선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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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테러 공격, 연성 목표일 가능성 높다
국내에서 테러를 획책할 경우 경우의 수는 두 가지로 예상된다. 알카에다 요원이 국내에 이미 잠입하여 공격 대상 선정은 물론 공격 방법도 결정하고 최후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을 가능성, 그리고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과격 이슬람원리주의 추종자를 포섭하여 테러를 자행할 가능성이다.

최악의 시나리오이기는 하지만 테러가 국내에서 발생한다면 연성 목표(Soft Target)일 가능성이 높다. 상대적으로 보안대책이 미약한 백화점, 호텔, 영화관, 나이트클럽, 놀이시설 등을 포함한 민간다중이용시설, 대중교통수단, 발전시설, 유류 혹은 가스저장소, 댐과 같은 국가 주요 시설, 상수원 등이 오히려 테러범들이 선호하는 공격 목표이다. 이유는 이들 시설이 테러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다. 스페인 열차 테러, 런던 테러, 그리고 발리 테러 사건에서 이러한 경향은 이미 입증된 바 있다.

최고 수준의 테러 대비책이 강구되고 있는 APEC 정상회담장이나 숙소 등에 대한 테러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테러 조직도 알고 있다. 장갑차 등을 동원한 경찰의 대테러 특공대와 군 특수부대가 지키는 회담장과 회담 관련 시설에 대한 공격을 자행할 어리석은 테러범은 없다.

APEC 기간 중에 테러가 발생한다면 회담이 열리는 부산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테러조직은 항상 빈틈을 노린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APEC를 앞두고 테러 대비 노력이 부산에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서울을 비롯한 다른 대도시에서도 테러 대응 공백이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영국 테러 사건에서도 정상 회담이 열리는 스코틀랜드의 그렌이글에 테러 대비가 집중되면서 런던에 치안 공백이 일정 부분 발생한 것이 테러 예방에 실패한 하나의 원인이라는 분석은 많은 것을 시사해 주고 있다.

국가 및 민간 차원의 테러 대응 통합시스템 구축해야
정부 차원에서 테러 예방 및 피해의 최소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테러 대응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테러 방지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 둘째, 테러방지법을 근거로 대테러 정책 결정 기구를 만들고 셋째, 대테러 실무기구인 테러대응센터를 조속히 신설해야 한다.

20여 개 부처에 분산되어 있는 테러 대응 업무를 조정해주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테러대응센터는 유관부처에서 파견되는 공무원들과 대테러 전문가로 구성하면 된다. 아울러 테러대응센터에서는 테러대응관리시스템을 구축하여 운영한다면 최소의 인력과 예산으로도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테러 대응이 가능할 것이다. 테러대응관리시스템은 각 부처의 테러 대응 매뉴얼을 통합, 데이터베이스해두었다가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가동시킨다. 매트릭스화 된 각 부처의 대응 절차와 방법 등이 일목요연하게 제시되어 일사불란한 테러대응이 가능하다.
이뿐 아니라 테러 불감증을 보이는 국민들의 의식 전환을 위해 교육용 홍보물을 제작하여 테러대비 행동 요령을 숙지하도록 하여 대테러 능력을 보강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런던 테러 과정에서 영국민들의 침착한 대응을 보면서 일부 언론에서는 단순하게 영국인들의 국민성으로 이를 설명하려 했다. 그러나 영국인들의 침착한 대응은 국민성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었다. 미국에서 9?11 테러가 발생한 이후 영국 정부는 테러 발생 시 국민들이 침착하게 행동함으로써 생존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했다. 한 예로 영국 정부는 테러 대응 행동 요령 등에 관한 자료를 제작하여 전 국민에게 배포했다.

민간 차원의 테러 대응은 정부의 몫만은 아니라는 인식의 전환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최근의 공격 목표는 민간다중이용시설과 같은 상업용 시설이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정부에서 모든 상업시설을 보호해 줄 수는 없다. 민간기업 중에 대부분이 테러에 대한 대응 조직도 가지고 있지 않고, 대응 조직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형식적인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울러 기업의 경영자들이 테러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고개를 끄떡이다가도 막상 테러 예방을 위한 투자를 하려고 하면 소모성 경비라고 간주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테러 방지 장비, 조직, 시설 등을 갖추면 보험료 자체가 떨어지는 등 실제로는 생산적 투자이다. 뿐만 아니라 테러에 대한 대응책을 구비함으로써 기업의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다. 시설을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어 투자 대비 효과도 높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테러에 대한 대비 소홀로 인해 테러가 발생하면 기업의 운명이 결정지어질 수도 있다. 한 번의 항공기 테러 사건으로 파산한 미국 팬암 항공사의 경우에서 기업들은 교훈을 얻어야 한다.

민간 기업에서는 최소한의 보안대책을 수립하고, 공격무기의 80% 정도를 차지하는 폭탄 테러 대비용 방폭가방 등과 같은 대테러 장비의 도입과 운용을 통해 자산과 인원에 대한 보호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아울러, 위험 지역에 근무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테러에 노출될 가능성을 낮추는 방법, 유사시의 행동 요령 등에 관한 최소한의 대테러 교육을 이수하도록 하는 것도 테러대응의 한 방법임을 알아야 한다.

언제 테러가 발생할 지는 귀신도 몰라
실질적인 변화는 위기의식 없이는 불가능하고, 진정한 위기의식은 심각한 사건을 경험하거나 정보를 입수한 개인이 스스로 크게 각성하지 않고는 갖기 힘들다. 개인을 넘어 국가차원까지 그 범위를 확대하면 위기의식을 공유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한국에 대한 직접적인 국제 테러 사건을 경험했으며, 테러 위협 정보들이 쏟아지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테러에 대한 위기의식이 부족하고 대비책 마련도 아직까지 만족스럽지 못하다. 정부 차원의 테러 대응 능력도 아직 미진한 부분이 많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테러 예방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가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 테러 발생 시 행동 요령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 못하는 실정이다. 단지 테러가 발생하지 않기만을 기도해야 할 판이다. 테러범들은 도덕과 윤리의 문턱을 넘어선 자들이다. 그들에게서 자비를 기대하는 것은 썩은 나무에서 새싹이 돋기를 기대하는 것과 같다. 테러범들은 우리가 테러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때까지 기다려주지도 않는다. “평화를 원하거든 평화 시에 전쟁을 대비하라”라는 말이 있다. 한국을 테러의 안전지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차제에 장기적인 안목으로 테러에 대비책을 강구하는 길밖에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